제 468화
468. 무희의 꿈 5
“정 팀장이 내 딸을 데려와서 후계를 잇게 해준다면 내가 가진 빌딩 중에 하나를 넘겨줄게.”
회귀 전에 듣기로 연화선 선생님은 서울 시내에 소유한 땅이 어마어마하다 들었다.
빌딩도 몇 채나 되고.
인간문화재라고 한들 춤으로 큰돈을 벌기는 힘들지만 그녀의 아버지가 원래 강남에서 뽕밭을 하시던 농부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리고 그 재산은 고스란히 무남독녀였던 연화선 선생님의 것이 되었다.
그런데 그 빌딩 중 하나를 준단다.
너무 갑작스러운 제안이라 대답하지 못하자 연화선 선생님이 재차 말한다.
“왜 대답이 없어? 굴렁쇠 엔터 근처에 있는 유진 빌딩 그거 넘겨줄게. 한 20억 할 거야.”
“유진 빌딩이요?”
유진이의 이름과 같은 빌딩이었기에 난 그 빌딩에 관해 정확히 알고 있다.
유진 빌딩은 꽤 오래된 5층짜리 소형 빌딩이었지만 그 빌딩은 절대 20억의 가치가 아니다.
빌딩 자체의 크기는 작았으나 그 빌딩에 딸린 주차장이 상당히 넓었기 때문이다.
주차장까지 포함하게 되면 땅값만 최소 150억은 될 곳인데 그 위에 빌딩을 짓게 되면 그 가치는 훨씬 더 올라갈 수 있는 곳이었다.
“표정을 보니 안 믿긴다는 표정인데? 하지만 나 같은 사람한테는 돈보다 후계자가 더 중요해. 진심이야!”
인간문화재인 그녀는 어머니와 자신이 복원한 고전 무용들이 끊기지 않는 것을 인생의 첫 번째 가치로 여기고 있었다.
하지만 돈이 인생의 목적이 아닌 건 나도 마찬가지다.
“괜찮습니다. 선생님 건강하게 오랫동안 한국 무용을 널리 알리시는 것만 해도 전 충분합니다. 그 이상은 관심도 없고 필요도 없습니다.”
연화선 선생님이 고개를 갸웃한다.
“정 팀장 왜 그래? 빌딩이 작아서 싫어?”
“아닙니다. 선생님. 그리고 유진 빌딩은 주차장까지 포함하면 절대 20억의 가치가 아니니까 잘 알아보십시오. 아마도 150억? 아니 그 이상도 될 수 있습니다.”
연화선 선생님이 고개를 갸웃하더니 곁에 있는 서윤지 매니저를 쳐다본다.
“윤지야. 맞아?”
“예. 제가 6개월 전에도 보고드렸잖아요. 그때에도 땅값만 20억이 아니라 120억 정도라고요. 지금은 더 뛰었으니까 정 팀장님 말처럼 150억 이상은 나갈 거고요.”
“뭔 땅이 그렇게 비싸?”
“······그러게요. 그니까 이제 선생님도 본인 자산은 체크 좀 해주세요.”
“네가 있는데 내가 귀찮게 왜 그런 것까지 신경 써? 됐어. 난 춤만 해도 바빠.”
연화선 선생님은 춤을 빼고는 아예 머릿속에 담을 생각이 없어 보였다.
투덜거리던 연화선 선생님이 다시 날 쳐다본다.
“근데 그러면 정 팀장한테는 더 좋은 건데 왜 거절해? 20억이든 150억이든 어차피 난 상관없어. 내겐 못 써먹는 땅덩어리 하나 보다 후계자가 중요하니까.”
하지만 난 어차피 예뜨랑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고 ‘정 커피’의 레시피로 라이센스 비용도 받을 예정이었기에 돈은 평생 쓰고도 남을 만큼 충분했다.
그리고 이런 일로 그녀에게 돈으로 보상을 받고 싶진 않았다.
하지만 그녀의 행동을 본 순간 다른 대가를 요구하기로 마음먹었다.
그건 바로 서희주의 꿈을 지켜달란 것이었다.
“그 돈이 얼마가 되든 관심이 없습니다. 대신에 한 가지 부탁은 있습니다.”
“부탁? 무슨 부탁. 뭐든 말해 봐. 후계자를 앉힐 수만 있으면 뭐든 들어줄게.”
난 들뜬 그녀에게 차분히 말했다.
“희주가 선생님의 뒤를 잇는 걸 몇 년만 미뤄주십시오.”
연화선 선생님이 고개를 갸웃한다.
“응? 그게······ 무슨 말이야?”
“지금 보여주신 것만 봐도 선생님께서 후계자를 찾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알겠습니다. 하지만 희주에게도 자신의 꿈은 선생님만큼이나 소중할 겁니다. 그 꿈을 지켜주십시오.”
“알아듣기 쉽게 말해봐.”
“어차피 아이돌이 된다고 해도 5년에서 7년이 한계입니다. 그 뒤로는 자연스레 내리막을 걷게 됩니다. 그러니 희주가 아이돌 생활을 충분히 누린 이후 선생님의 뒤를 잇게 해드리겠습니다.”
순간 연화선 선생님이 생각에 잠긴다.
한시바삐 후계자를 찾아 뒤를 잇고 싶은 무희(舞姬)의 마음과 엄마의 마음이 충돌하는 듯 잔뜩 얼굴을 찌푸린 채 말이다.
* * *
한참이나 말없이 있던 그녀가 고개를 들어 올린다.
“내가 기대했던 거랑은 다르긴 한데······ 그러면 희주를 그 사기꾼 회사에서 빼 오면 정 팀장이 키울 거야?”
“예. 조만간 저희 회사에 글로벌 아이돌 그룹을 런칭할 겁니다. 희주는 그 팀에 넣을 생각입니다.”
“그리고 그 계약 기간 끝나면 내 뒤를 잇게 해주겠다?”
“예. 모든 것을 책임지겠습니다. 그리고 희주에게 선생님의 뒤를 잇겠다는 약속도 받아내겠습니다.”
“믿어도······ 돼?”
연화선 선생님은 몇 년 뒤의 약속이 지켜질 수 있을지 걱정되는 눈치였다.
“예. 약속드립니다.”
그때였다.
펄럭이는 소리와 함께 대기 천막이 열린다.
유진이가 천으로 덮은 소쿠리를 들고 들어왔다.
“이것 좀 드셔보시라고 왔는데 근데 분위기가······ 왜 이렇게 심각해요?”
연화선 선생님이 유진에게 묻는다.
“유진아. 넌 여기 정 팀장을 얼마나 믿니?”
자신의 후계자에 관한 문제다 보니 연화선 선생님은 여러모로 신중했다.
그런데 그 순간 소쿠리를 든 유진이가 단 1초도 고민 없이 대답한다.
“제 모든 걸 다 걸어도 될 만큼요?”
단호한 유진이의 대답에 연화선 선생님이 놀랐다.
“저 정말?”
“예. 우리 윤호 오빠. 자신이 약속한 건 죽을 힘을 다해 지키는 사람이에요. 그리고 절대로 자신의 배우에게 해가 될 일은 안 해요. 그래서 전 우리 윤호 오빠가 하자면 뭐든 다 할 거예요.”
유진이의 고백에 가슴이 뭉클해져 왔다.
날 신뢰한다는 그녀의 말을 들은 것만으로도 세상을 다 가진 듯한 기분이 들 정도였다.
잠시 멍한 표정을 짓던 연화선 선생님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는 따뜻한 표정으로 날 쳐다본다.
“정 팀장. 내가 의심해서 미안해. 그러면 나와 우리 딸의 꿈을 정 팀장에게 맡겨도 될까?”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고개를 꾸벅 숙이자 연화선 선생님이 흐뭇하게 웃는다.
“알았어. 정 팀장. 정 팀장이 하자는 대로 할게.”
드디어 허락이 떨어졌다.
안도의 한숨을 쉰 난 궁금해하는 유진에게도 간단히 사정을 설명했다.
순간 유진이가 자기도 거들겠다며 끼어들었다.
“오빠. 이따가 저랑 같이 서울에 올라가요.”
“넌 또 왜?”
“희주 설득하려고요.”
여긴 경주인데도 서울에 가서 자신이 희주를 설득할 거란다.
“촬영이 한창인데 가긴 어딜 가? 서울이 어디 옆집이니?”
“잠깐 갔다가 바로 내려오면 되잖아요.”
“됐네요. 배우님은 촬영에 올인하시죠?”
“알았어요. 대신 오빠. 꼭 희주 데려오세요?”
“물론이지.”
“나한테 약속해요.”
유진이는 약속하고 도장을 찍으라며 새끼손가락을 내민다.
연화선 선생님 앞에서 하라고 하니 부끄러웠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다.
“약속~ 도장~ 됐어요!”
만족한 유진이는 그제야 작은 식탁 위에다 뜨거운 팥죽과 하얀 플라스틱 수저를 세팅했다.
조금 전.
연화선 선생님이 무대 위에서 속적삼만 있고 춤을 춘 것 때문에 감기에 걸리지 않을까 걱정이 되어 죽을 데워 왔단다.
“그나저나 식기 전에 빨리 드세요. 선생님.”
연화선 선생님이 피식 웃으며 날 쳐다본다.
“연예인이나 매니저나 똑같네 똑같아.”
유진이가 고개를 갸웃한다.
“뭐가요?”
“둘 다 정이 많다고.”
유진이가 씨익 웃으며 손을 내젓는다.
“두 사람 모두 정 씨잖아요. 정 씨들이 정이 많대요.”
“아 그런 거였어? 앞으로 꼭 머릿속에 담고 있을게.”
연화선 선생님이 피식 웃으며 숟가락을 든다.
따뜻한 팥죽을 떠먹는 선생님의 얼굴이 조금 전과는 달리 환해져 있었다.
선생님의 허락을 받았으니 이젠 서희주를 찾아가 설득할 차례였다.
* * *
유진이가 가져온 팥죽을 먹고 기운을 차린 연화선 선생님은 배우들의 동작을 하나씩 수정해줬다.
일대일 교습을 마친 연화선 선생님이 내 곁으로 다가온다.
“정 팀장. 나 커피 한 잔 더 줄 수 있어?”
“얼마든지요.”
조금 가까워진 탓에 더욱 친근한 말투로 말한다.
그때 오복희 PD가 확성기를 잡았다.
“자자. 배우들 준비되면 바로 들어갑니다.”
“예. PD님.”
여배우들이 춤을 출 무대 위 단상에는 국왕과 왕후역의 배우들이 앉아 있다.
그리고 곁에는 백제의 사신으로 온 의자왕의 동생 부여교기(扶餘翹岐) 역의 배우 오지헌과 의자왕의 아들 부여융(扶餘隆) 역의 배우 박명환이 앉아 있다.
오지헌은 TNT 엔터의 명품 조연 배우였고 박명환은 에이스 엔터의 주연급 조연 배우였다.
이후 단역과 조연 배우들이 하나씩 자기 자리를 찾아가고 유진이를 비롯한 세 공주도 무대 아래로 향했다.
이제 곧 촬영할 <화란전>의 7화 씬 17은 가상의 643년 시대 상황 속에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다.
극 중에선 백제 의자왕이 신라를 멸망 직전까지 몰아넣던 시기였기에 신라는 사신들이 굴욕적인 화평을 청해야 할지 항전을 택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그런데 의자왕의 동생 부여교기(扶餘翹岐)와 의자왕의 아들 부여융(扶餘隆)이 나타나 항복을 논하며 세 명의 공주 중 한 명을 백제 태자 부여융(扶餘隆)의 셋째 부인으로 달라는 요구를 하게 된다.
신라 여왕 후보인 공주를 차기 왕의 첩으로 달라는 요구에 평화를 주장하던 대신들이 더는 고개를 들지 못했다.
화평을 대가로 신라는 백제의 속국이 되란 뜻이었으니까.
그러자 머리끝까지 화가 난 세 공주들은 사신을 반기기 위해 준비했던 춤 대신 진혼무(鎭魂舞)를 추며 결사항전의 뜻을 밝히게 된다.
그게 바로 이제부터 촬영할 7화 씬 17이다.
무대 아래 선 여배우들은 마지막으로 대본을 다시 한번 읽고 준비를 마쳤다.
오복희 PD도 여배우들의 상태를 최종적으로 체크한 뒤 확성기를 잡았다.
“자 그러면 시작합니다. 레디~~액션!”
오복희 PD의 외침과 동시에 유진이를 비롯해 한상희 민규리가 동시에 무대 위로 올라간다.
새하얀 모피 옷을 입은 세 사람은 품속에 진혼무를 위한 명주 천을 감추고 있었다.
세 공주가 올라오자 부여교기(扶餘翹岐) 역의 오지헌이 곁에 앉은 부여융(扶餘隆) 역의 박명환을 쳐다보며 말한다.
『으하하. 신라 왕실의 세 꽃이 절색이라더니 그 말이 허언이 아니었군요. 아니 그렇습니까? 태자?』
『그러합니다. 숙부님. 셋 모두 미모가 저리 출중하니 하나만 데려가기 아쉽군요.』
『으하하. 그럼 신라의 공주 셋 모두와 저희 대백제의 왕족이 혼인을 맺는 건 어떻습니까? 태자?』
『그것 좋군요. 그렇게 되면 백제와 신라가 훨씬 돈독해질 것 같습니다. 숙부님.』
오만한 부여 씨들의 발언에 유진이를 비롯해 한상희와 민규리는 고개 숙이고 이를 갈았다.
그때 정화 공주역의 한상희가 말한다.
『먼 길을 오신 객들의 청에 저희 셋은 춤으로 그 답을 하려 하옵니다.』
의자왕 아들 부여융(扶餘隆) 역의 박명환이 빙긋이 웃는다.
『그것 재미있겠구려. 그런데 내 배필이 될 공주는 셋 중 누구요?』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않는데 김칫국부터 마시는 그에게 유진이가 대답한다.
『그 또한 이 춤의 끝에 자연스레 알게 되실 것이옵니다.』
『알겠소.』
유진이가 방긋이 웃으며 몸을 슬쩍 돌린다.
그때였다.
유진이의 얼굴엔 북극의 냉기보다 더한 싸늘함이 담겨 있었다.
순간 나도 모르게 몸이 파르르 떨려왔다.
그 싸늘함에는 살기(殺氣)마저 뿜어져 나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잠시 후.
유진이가 가운데 서고 나머지 둘이 양옆으로 간격을 벌리고 선다.
세 공주의 아름다운 자태에 부여교기(扶餘翹岐) 역의 오지헌과 부여융(扶餘隆) 역의 박명환이 음흉한 표정으로 입맛을 다신다.
그때였다.
둥둥둥.
큰 북소리가 세트장에 울려 퍼지기 시작하자 유진이를 비롯한 세 여배우가 일제히 품속에서 새하얀 명주 천을 꺼내 든다.
그 순간 오지헌과 박명환의 얼굴이 일그러지며 벌떡 일어난다.
세 사람이 추는 춤은 진혼무(鎭魂舞).
세 공주가 백제와의 전쟁에서 죽은 병사들의 혼을 달랜다는 걸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이건······』
그와 동시에 유진이가 두 명을 노려보며 구슬픈 구음(口音)을 하기 시작한다.
『훠이~~이~~야아~』
그에 맞춰 한상희와 민규리 또한 구음을 한 뒤 함께 춤을 추기 시작했다.
단상 위 오지헌과 박명환을 쳐다보는 유진이의 눈에선 점점 살기가 짙어지기 시작했다.
닭살이 돋을 정도로 소름이 돋는 유진이의 표정에 스태프조차 얼어붙을 정도다.
유진이의 연기를 본 연화선 선생님이 작게 감탄사를 내뱉는다.
“이야······ 유진이의 표현력은 내가 배워야겠는걸?”
촬영에 들어간 유진이의 연기는 리허설 때보다. 훨씬 더 날이 서 있었다.
인간문화재인 연화선 선생님조차 넋을 놓고 유진이의 춤에 빠질 정도로.
잠시 후.
춤을 끝낸 유진이가 석상처럼 멈춰 섰다.
두웅.
북소리마저 멈추자 유진이는 무대가 터져 나가라 쩌렁쩌렁하게 외쳤다.
『백제의 태자여! 너희 아비 의자왕에게 똑똑히 전하거라! 신라의 세 공주는 죽는 한이 있더라도 너희 백제와 싸울 것을 천명했다고!』
날 선 말을 내뱉은 유진이가 손을 앞으로 쭉 뻗는다.
손끝에 달린 명주 천이 앞으로 쭉 하고 뻗어 나간다.
그 순간 부여교기(扶餘翹岐) 역의 오지헌과 부여융(扶餘隆) 역 박명환이 싸늘한 표정을 지으며 단상에서 일어난다.
『신라 왕실의 뜻을 잘 알았소. 원하는 대로······ 풀 한 포기 남겨드리지 않으리다!』
두 배우가 이를 갈며 단상에서 내려간 순간 오복희 PD가 힘차게 외쳤다.
“컷~~!”
오복희 PD의 목소리가 세트장을 울리며 촬영은 끝이 나고 있었다.
그 순간.
촬영장에는 스태프들의 환호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유진이가 보여준 살기 어린 표정에 감탄사를 터트리며 말이다.
“역시~ 정유진이네.”
“와······ 진짜 눈빛에서 살기가 뿜어져 나오기도 하는구나.”
“나 아까 완전 지리는 줄 알았어.”
스태프들의 극찬을 듣는 순간 나 역시 뿌듯해졌다.
연기 천재 정유진이 바로 내 배우였기 때문이다.
한껏 만족한 난 주차장으로 향했다.
이젠 앙상블 엔터에서 서희주를 빼내 와야 했기 때문이다.
* * *
서울로 돌아오니 밤 11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오늘 하루 이동한 거리만 해도 거의 1000km 가까이 되는 터라 몸이 지쳐온다.
하지만 연화선 선생님의 뇌종양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한시라도 빨리 딸 서희주를 설득해 데려와야만 했다.
강남역 7번 출구의 이면 도로에 있는 앙상블 엔터에 도착한 난 연화선 선생님께 받은 서희주의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그런데 서희주는 내 전화를 받지 않았다.
“아직 연습 중인가?”
연습생들은 늦은 시간까지 연습하는 일도 흔하기에 난 정문 앞 도로에 차를 세우고 문자를 보냈다.
내 명함 사진을 첨부한 다음 나올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말이다.
그런데 그때였다.
[발신자 : 서희주]
서희주가 내게 전화를 걸어왔다.
“여보세요?”
그런데 전화를 받는 순간 굵은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우리 희주한테는 무슨 볼일이지?
목소리의 주인공은 바로 앙상블 엔터의 대표 백재호였다.
아마도 내 문자를 본 다음 서희주의 매니저가 대표에게 알린 모양이다.
“왜 백 대표님이 전화를 받으시는 겁니까?”
-연습 중이라서 바빠서 그렇지. 하여간 할 이야기 있으면 나랑 이야기해.
“그러면 만나서 이야기할 수 있습니까?”
-5층으로 올라오면 돼.
난 전화를 끊고 차에서 내렸다.
그리고 사기꾼 놈들에게서 서희주를 빼내기 위해서 눈앞에 보이는 앙상블 엔터로 발걸음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