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okie Talent Agent Knows It All Chapter 4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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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65화

465. 무희의 꿈 2

올해 60살이 된 연화선 선생님은 2대째 내려오는 한국무용의 거장이다.

그녀의 어머니 조용순 여사 역시도 인간문화재였는데 두 모녀는 삼국시대부터 조선 시대까지 춤을 복원하는 일에 평생을 바쳤었다.

하지만 조용순 여사가 돌아가시고 난 이후.

복원한 한국무용을 전하기 위해 그녀는 후학 양성과 후계자 찾기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와중에도 한국무용을 널리 알려야 한다는 사명감 때문에 그녀는 몸을 아끼지 않고 공연을 하고 강연을 다녔었다.

그러고도 남는 시간에는 드라마와 영화에 자문까지 했었고.

그런 연화선 선생님은 커피를 상당히 좋아했기 때문에 그녀가 현장에 올 때면 난 커피 담당이었다.

그리고 난 그녀가 커피를 마실 때면 곁에서 말벗이 되어 드리며 친해지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연화선 선생님은 자기 외동딸에 관한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마흔 넘어 낳은 늦둥이 딸 서희주가 자기 이상의 재능을 갖고 있다고.

그런데 3대째 업을 이어주리라 기대했던 그 딸이 한국무용이 싫어졌다며 연예인이 되고자 19살의 나이에 가출했다고.

그래서 딸과 의절한 뒤.

후계자를 새로 찾고 있다고 말이다.

-못 본 지 근 2년이 다 되어가는데 어떻게 진짜로 연락 한번 안 하는지 모르겠어. 망할 녀석 같으니라고······ .

하지만 거친 말과는 달리 그래도 돌아오기만 하면 엎드려 절을 하고서라도 맞겠다며 씁쓸하게 웃었었다.

그런데 회한이 담긴 이야기가 죽음을 앞둔 사람의 넋두리일 줄은 꿈에도 몰랐었다.

그로부터 넉 달 뒤.

여전히 내 다이어리에 남아 있는 그녀의 갑작스러운 부고 소식을 듣기 전까지는 말이다.

[에브리데이 V12]

[날짜 : 2022년 12월 12일]

-PM 11:00 (부고) 인간문화재 연화선 선생님. 경주 화진 병원 제 1 장례식장.

앞으로 2년 뒤.

그녀는 세상을 떠나게 된다.

사인은 뇌종양.

당시에 난 서윤지 매니저의 연락을 받고 다급히 장례식장을 찾았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조문객들이 서윤지 매니저의 멱살을 붙잡고 닦달하는 걸 볼 수 있었다.

매니저라는 여자가 선생님께 수술받게 할 생각을 못 했냐냐고.

네가 한국 무용계에 얼마나 큰 죄를 지은 줄 아느냐고 말이다.

하지만 서윤지 매니저는 가슴을 쥐어뜯으며 항변했다.

뇌종양 수술을 하면 손과 발이 무뎌질 수 있었기에 선생님이 수술을 극구 거부하셨다고.

그래서 연화선 선생님은 선대로부터 받은 한국 무용의 진수를 전할 후계자를 찾기 전까지는 절대 수술을 하지 않겠다고 버텼다고 말이다.

그리고 뒤늦게 소식을 듣고 장례식에 찾아온 서희주는 서윤지 매니저의 이야기를 듣고 오열하며 쓰러졌다.

연화선 선생님이 다른 후계자를 찾지 못한 이유가 바로 딸에 대한 미련 때문이라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기 때문이다.

넋을 놓아버린 서희주는 가까스로 엄마의 장례를 치렀고 이후 서윤지 매니저의 도움을 받아 외할머니와 엄마의 발자취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비극적인 두 모녀의 이야기는 <무희의 꿈>이라는 영화로까지 각색되어 나오게 된다.

관객 수 800만 명을 달성한 <무희의 꿈>.

그 영화의 주인공은 유진이었다.

하여튼 난 두 모녀가 겪은 비극을 모조리 지켜본 사람으로서 무슨 일이 있어도 그때의 비극을 막을 생각이다.

난 심호흡을 하고 금은동 AD를 쳐다봤다.

“연화선 선생님은 어디 계십니까?”

“아 지금 무대에 계세요. 전 안무 팀장이 짜준 안무부터 확인하신다고요.”

MBS의 이혜연 안무 팀장이 짜 놓은 안무를 직접 확인하고 있단다.

일단 상황을 봐서 천천히 연화선 선생님과 대화를 해봐야 할 것 같다.

장례식장에서야 들었던 뇌종양의 발견 시기는 앞으로 두 달 정도 후.

그렇다면 지금은 누구도 모를 시기였다.

다만 아직 연화선 선생님과는 안면이 없었기에 조심스레 접근할 생각이다.

‘제대로 하자.’

난 굳게 다짐한 뒤 금은동 AD를 따라 대전 앞에 세워진 무대 세트장으로 향했다.

* * *

연화선 선생님에게 오늘 배울 춤은 극 중 백제 의자왕의 동생과 아들이 신라에 항복을 권하러 온 상황에서 보여주는 진혼무(鎭魂舞)였다.

화평을 바라는 자리에서 추는 진혼무였기에 비단 전쟁에서 죽은 병사의 혼을 기릴 뿐 아니라 반드시 백제에 복수하겠다는 의미도 내포하고 있었다.

그래서 오늘 출 진혼무는 혼을 달래는 아련함과 동시에 마치 출정식에 나서는 듯한 강렬한 느낌도 보여줘야 했다.

그런데 세트장에 도착하자 이미 리허설이 끝났는지 배우들이 숨을 고르고 있었다.

“리허설이 왜 이렇게 일찍 끝났지?”

금은동 AD가 당황해서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다.

그때 무대 아래에 있던 오복희 PD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선생님. 더는 볼 필요가 없다니?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두툼한 털옷을 입은 연화선 선생님이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혀를 찼다.

“볼 만큼 봤어. 처음부터 끝까지. 다 틀려먹었어.”

“처음부터요?”

“그래. 저건 진혼무도 아니고 그냥 흰 옷 입혀놓고 고전 무용을 흉내 내는 거잖아! 손동작부터 발 구름 시선 처리까지 다 엉망이야.”

다정다감한 속내와는 달리 겉으로 드러나는 연화선 선생님의 모습은 꽤 괄괄하다.

더군다나 춤에 관해서 만큼은 일절 타협이 없을 정도로 엄했고.

연화선 선생님의 거센 지적이 이어지자 오복희 PD가 기가 죽어 말한다.

“저야 뭐······ 춤에 문외한인 거 아시잖아요. 전문가라고 온 사람이 만든 춤이니까 그러려니 했죠. 그래도 뭔가 이상하다 싶어서 뒤늦게나마 선생님을 모신 거고요.”

연화선 선생님이 한숨을 내쉰다.

“오 피디. 드라마 촬영 시간도 촉박한데 내가 괜히 나섰다가는 이도 저도 안 될 수도 있어. 그냥 원래 안무를 맡았던 팀장을 불러서 마무리나 해. 그게 좋을 수도 있어.”

연화선 선생님은 드라마에 고증이 반영되지 않자 아쉬운 티가 역력했다.

하지만 지금부터 진혼무를 알려준다고 해도 배우들이 따라 하지 못할 거라며 선을 그어 버렸다.

그때였다.

무대에 서 있던 유진이가 다급하게 외친다.

“선생님. 잠시만요!”

다급한 목소리에 연화선 선생님이 고개를 돌린다.

유진이가 두 손을 모으고 다급히 외친다.

“저희가 어떻게든 할게요! 가르쳐만 주세요.”

유진이에게 질세라 한상희와 민규리도 얼른 튀어나와 한마디씩 거들었다.

“전 예고에서 한국 무용이 전공이에요. 가르쳐만 주시면 따라갈 수 있어요.”

“전 전공은 아니지만 15살 때까지 무용이랑 발레 했어요. 진짜 열심히 할게요. 선생님.”

한상희는 한국 무용의 경험자다.

그리고 민규리는 집이 유복해서 어릴 때부터 피아노 무용 발레 태권도 승마 등등 안 해 본 게 없었다.

그에 비해 유진이는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일반인이었기 때문에 세 사람 중 가장 불리했다.

그러나 난 회귀 전 유진이가 <무희의 꿈>의 주연을 맡았을 때 유진이가 췄던 춤을 봤기에 잘 알고 있다.

유진이는 두 사람 이상으로 춤을 잘 출 수 있다는 것을.

비록 아직은 본인조차 그 사실을 모르지만 말이다.

연화선 선생님이 세 사람을 빤히 쳐다본다.

“내 춤을 따라올 수 있다고?”

유진이가 자신감 있게 어깨를 쭉 펴고 외쳤다.

“예!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연습해서라도 반드시 제대로 해낼게요.”

여배우들이 진지한 태도로 나서자 왕후 역 중 최지영이 대표로 나선다.

“선생님. 기회만이라도 한 번 줘보세요. 젊은 애들이 좋은 작품 한번 만들어 보겠다고 저리들 나서는데······”

연화선 선생님이 여배우들의 패기에 잠시 고민한다.

그러자 오복희 PD도 다시 한번 설득을 시작했다.

<화란전>이 비록 가상의 역사지만 경주를 무대로 신라 시대를 재현해 냈다 할 정도로 복식과 고증을 따진 작품.

오복희 PD는 춤의 고증도 완벽히 하고 싶다며 애원했다.

그러자 결국 연화선 선생님이 두 손을 들었다.

“알았어. 봐주기로 약속은 했으니까. 내가 진혼무를 알려줄게. 하지만 딱 한 번뿐이야. 리허설 해보고 가능성 없으면 그걸로 끝이니까 그렇게들 알아.”

그게 피차 서로에게 좋을 거라며 연화선 선생님이 다시 한번 선을 긋는다.

일견 매정해 보였지만 실은 드라마 촬영 스케줄을 너무 잘 알기 때문에 해주는 배려나 다름없었다.

안 되는 건 안 되는 대로 포기하면서 가야 하는 게 현장이니까.

“알겠어요. 선생님.”

그 즉시 오복희 PD가 금은동 AD를 부른다.

“은동아~”

“예. PD님.”

내 곁에 있던 금은동 AD가 급히 달려간다.

“선생님께 대기 천막 하나 따로 내드리고 드실 것도 가져다드려.”

“예.”

그때 연화선 선생님이 말한다.

“됐어. 나 춤추기 전에는 안 먹잖아. 그냥 다방 커피만 타 줘. 달달~하게. 내 스타일 알지?”

회귀 전에도 연화선 선생님은 똑같았다.

믹스커피를 다방 커피로 부르면서 잔뜩 설탕을 넣어 달게 타 달라고만 할 뿐이었다.

물론 내 커피를 마시고 난 이후부터는 두 번 다시 그런 말을 안 했지만 말이다.

그때 오복희 PD와 내 눈이 닿았다.

“정 팀장님! 혹시······ 안 될까요?”

“안 되긴요.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연화선 선생님이 대기 천막으로 가는 걸 보며 난 무대 위에 있는 유진이와 눈을 맞췄다.

걱정하지 말라고.

내가 도와줄 테니 안심하라고.

유진이 또한 내가 온 것에 안심했는지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난 정 커피를 타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연화선 선생님이 겪은 비극을 막기 위해선 우선 안면을 트고 친해져야 했는데 때마침 좋은 기회가 생겼다.

더불어 배우들이 춤을 못 춘다는 선입견을 없애기 위해 연화선 선생님이 좋아했던 정 커피를 타서 그녀의 대기 천막으로 향했다.

* * *

대기 천막 안으로 들어서자 연화선 선생님이 눈을 감고 대기 의자에 앉아 있었다.

새하얀 백발 머리카락과는 달리 관리를 받은 피부는 주름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곁에는 연화선 선생님의 매니저 서윤지가 정장을 입고 꼿꼿하게 서 있었다.

반면 오복희 PD는 두 사람과 달리 안절부절못하며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커피 왔습니다.”

연화선 선생님이 감았던 눈을 뜬다.

“응? 처음 보는 친구인데? 누구야? AD?”

난 가지고 온 플라스틱 컵에 커피를 따르며 말했다.

“아 전 정윤호 팀장이라고 합니다. 배우 정유진을 담당하는 매니저이고요.”

“응? 그런데 스태프가 아닌데 왜 이런 일을······ 하셔?”

“말씀 편히 하십시오. 그게 편합니다 선생님.”

“흐음······ 알았어. 말 놓을게. 근데 왜 정 팀장이 커피를 가지고 와? 혹시 매니저라고 제작진이 부리는 거야? 내가 야단 좀 쳐줘?”

연화선 선생님은 부조리한 걸 보고 있는 성격이 아니었다.

그러다 보니 혹 내가 매니저라고 부림을 당하나 싶어서 오복희 PD를 째려본다.

오복희 PD가 당황해서 말한다.

“선생님. 여기 정 팀장이 얼마나 잘나가는데요? 제가 절대로 이래라저래라 못 해요. 말만 팀장이지 거의 이사급이라니까요?”

“이렇게 젊은데 그걸 믿으라고? 오 PD. 거짓말하면 못써!”

“진짜라니까요? 우리 드라마에 꼭 절 PD로 삼겠다고 저희 대표님이랑 싸운 사람이 바로 여기 정 팀장이에요. 그런데 제가 어떻게 막 부려 먹어요?”

순간 연화선 선생님이 날 지긋이 바라본다.

“능력자였네?”

난 머쓱하게 웃으며 커피잔을 내밀었다.

“과찬이십니다 선생님. 그리고 커피는 제가 타드리고 싶어서 온 겁니다.”

그런데 그때였다.

정 커피에서 나는 향을 맡고 연화선 선생님이 고개를 갸웃한다.

“응? 다방 커피가 아니네?”

“예. 제가 직접 탄 겁니다.”

“에이~ 난 입맛이 저렴해서 다방 커피가 좋은데. 구수한 보리차 같은 맛에 달달 하게 설탕을 가득 넣어서······”

“일단 한번 드셔보십시오.”

“알았어. 타온 성의가 있는데 안 마시면 예의가 아니지. 그래 잘 마실게.”

연화선 선생님이 내게서 컵을 받은 뒤 호로록 들이켠다.

그 순간 그녀의 눈이 번쩍 커진다.

“뭐야 이거? 왜 이렇게 맛있어?”

놀란 연화선 선생님이 날 쳐다본다.

“선생님께서 좋아하시는 스타일로 타봤습니다. 어떠세요?”

“어떠냐니? 최고야 최고!”

연화선 선생님이 엄지를 척하고 치켜든다.

연화선 선생님이 좋아하시는 스타일로 탄 정 커피가 제대로 먹혔다.

호로록거리면서 한잔을 순식간에 비우더니 이어서 한잔을 더 달라고 한다.

“이야~ 죽이네 진짜 이런 커피를 매일 마실 수만 있으면 소원이 없겠어.”

난 이때다 하고 말했다.

“앞으로 현장에서 유진이와 여배우들을 잘 가르쳐만 주시면 제가 커피는 확실히 챙기겠습니다.”

연화선 선생님이 피식 웃는다.

“구미가 확 당기는 제의긴 한데 장담은 못 해. 아까도 춤을 보고 있는데 어찌나 울화가 터지던지······”

역시나 전임 안무 팀장이 짜준 안무 때문에 유진이가 춤을 못 춘다는 선입견이 생겼다.

난 그 즉시 주머니에서 폰을 꺼내 그녀의 앞에 내밀었다.

“선생님. 이것 좀 봐주십시오.”

“뭔데?”

난 대답 대신 폰 영상을 플레이했다.

영상 속에선 <신의 이름으로>에서 편집된 ‘만신 월아’의 진혼무(鎭魂舞)가 흘러나온다.

영상을 보는 연화선 선생님의 눈이 동그랗게 변한다.

영상 속 유진이가 변장한 ‘만신 월아’의 보이는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략 2분의 시간.

영상에 몰두하던 연화선 선생님이 천천히 고개를 든다.

그리고는 기대 어린 눈빛으로 묻는다.

“이걸······ 조금 전에 그 유진이가 췄다고?”

“예. 특수 분장을 해서 움직이기 힘든데도 이 정도였습니다.”

연화선 선생님이 빙긋이 웃는다.

선입견이 많이 사라진 표정이다.

“근데 대체 유진이의 선생님이 누구야?”

난 손으로 다음 영상을 넘겼다.

“이 영상에 나오신 분입니다.”

그 순간 연화선 선생님이 놀란 눈을 하기 시작했다.

영상 속 인물은 그녀도 아는 사람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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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okie Talent Agent Knows It All

Rookie Talent Agent Knows It All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0 Native Language: Korean
Jung Yoon-Ho, the Vice President of Top Entertainment, is betrayed by those closest to him, including his wife and the company’s president. When he dies of terminal stomach cancer, he receives a miraculous second chance at life through regression. This brings him to his early days as a talent agent at Hoop Entertainment where his career first began, and where he encountered people he truly cared about. With a planner of future events and knowledge of what’s to come, Jung Yoon-Ho starts anew as a rookie talent agent. Determined to lift up those who were kind to him before, he navigates the challenging entertainment industry to turn adversity into opportunity in this journey of redemption and transformation. Blurb: Jung Yoon-Ho, the Midas Touch of the Entertainment Industry, regresses to a first-year talent agent. The life of the unrivaled ‘Rookie Talent Agent’ starts n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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