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57화
457. 트레비앙 1
“우선 오 PD님께 이야기해서 촬영 스케줄을 2주 정도 미룰 예정입니다.”
“고작 2주로 제 몸이 회복될까요?”
한우혁이 앙상한 팔다리를 내밀며 자신 없는 표정을 짓는다.
“그래서 제가 뛰어난 의사 선생님을 준비해 뒀습니다.”
난 잠깐 기다려 달라 말한 뒤 곧장 김수명 원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받은 김수명 원장이 무덤덤하게 말한다.
-정 팀장님. 이번에는 또 어떤 환자입니까?
무슨 일만 있으면 수명 클리닉을 이용한 터라 본인도 이젠 자연스레 정 팀 연예인들의 주치의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막 항암 치료가 끝난 위암 환자입니다.”
-예~~??
김수명 원장도 이번엔 놀란 목소리를 낸다.
하지만 난 그가 한우혁을 도와줄 수 있음도 알고 있다.
회귀 전 거식증에 걸렸던 아이돌을 단 몇 주 만에 건강 체질로 바꾸는 기적을 본 적이 있기 때문이다.
-정 팀장님은 절 무슨 1인 종합병원 정도로 생각하십니까?
어떻게 알았지?
이미 들킨 것 뻔뻔하고 당당하게 말했다.
“예. 맞습니다. 그리고 제 꿈은 김수명 원장님께 수명 클리닉이 아니라 10층짜리 수명 종합병원을 설립해 드리는 겁니다!
-아 아니. 전 그런 거창한 꿈 없습니다. 그냥 소소하게 망하지 않고 적당히 먹고사는 게 꿈이었는데······.
회귀 전에도 김수명 원장은 망하지만 말았으면 하는 것이 꿈이라고 했었다.
하지만 인생이라는 게 어디 자기 뜻대로 되던가?
회귀 전에도 그는 나와 알고 나서부터 병원의 빠른 성장을 받아들였었다.
난 이번 생에선 그의 병원 규모를 회귀 전보다 몇 배는 더 키워줄 생각이었다.
그가 있는 한 굴렁쇠 엔터의 연예인들은 더욱 건강한 연예계 생활을 할 테니까 말이다.
“이미 불가능하다는 거 아시죠? 원장님.”
-하아~ 네······. 그러면 이따가 모시고 와주십시오. 위내시경으로 확인하고 바로 식단 짜서 회복 프로그램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역시나 척하면 척이다.
“예. 원장님.”
전화를 끊고 나자 한우혁이 감탄 어린 표정으로 쳐다본다.
“작정하고 오셨군요.”
난 씨익 웃고선 다음으로 가장 어려운 이야기를 꺼냈다.
“그런데 말입니다. ‘화란전’의 배역 출연료는······ 죄송하게도 편당 백만 원입니다.”
회귀 전 한우혁의 최고 때의 모습이라면 편당 2천만 원도 부족했다.
혹시라도 자존심이 상했을까 봐 걱정했지만 한우혁이 고개를 젓는다.
“‘명랑 서생’ 첫 화 출연료가 50만 원이었습니다. 당시에 데뷔한 지도 얼마 안 된 터라······ 하하하······ 뭐 그래도 2배 인상이네요. 괜찮습니다. 써주기만 해도 감지덕지잖습니까?”
당시 드라마 CF로는 억 단위 돈을 받았지만 내가 신경 쓸까 편하게 말을 한다.
역시나 그의 인품도 흠잡을 데 없이 훌륭했다.
“차기작에서는 더 좋은 출연료를 받아내도록 하겠습니다.”
“말씀만이라도 감사합니다. 팀장님.”
난 즉시 오복희 PD에게 전화를 걸어 출연료를 받아들이는 대신 2주를 벌었다.
그리고 앞으로도 한우혁의 컨디션에 봐 가며 촬영 스케줄을 잡겠다는 약속마저 받아내었다.
그렇게 성공적인 협상을 끝내고서야 전화를 끊었다.
다시 한번 한우혁의 얼굴에 감탄이 어린다.
이후 난 가지고 온 종이 가방을 내밀었다.
한우혁이 묵직한 종이가방을 받아들고 고개를 갸웃한다.
“뭡니까? 이건?”
“죽입니다.”
“죽이요?”
“제가 먹어본 것 중에서 먹을 만한 죽으로만 골라봤습니다.”
위암 환자들은 먹는 게 불편하다.
그건 항암 치료를 마친 한우혁도 다를 바가 없었다.
그래서 회귀 전 먹었던 죽 중에서 가장 맛있는 것만 골라서 가지고 왔다.
잣 호박 소고기 문어 전복.
전자레인지 용기에 담겨 있어 언제든 쉽게 먹을 수 있게 된 제품으로 말이다.
선물을 받아든 한우혁이 감격한 표정을 짓는다.
“제가 매니저를 제대로 만났나 봅니다. 하하하.”
처음 만났을 때 우울한 표정이 깃들어 있던 한우혁은 이제는 환한 웃음이 가득 깃들고 있었다.
스타들의 이런 진짜 웃음을 보는 건 매니저들만 누릴 수 있는 특권이었다.
* * *
한우혁을 수명 클리닉에 맡겨놓은 뒤 곧바로 굴렁쇠 엔터로 돌아왔다.
리버 엔터테인먼트는 그렇다 치더라도 <정희왕후>의 이선창 PD와 충돌이 있었다는 것만은 보고해야 했기 때문이다.
사무실에 짐을 놓고 강감찬 대표를 만나러 가려던 그때.
내가 들어왔다는 소식을 들은 도란희가 급히 달려왔다.
내 앞에 선 도란희가 숨을 헐떡인다.
“헉헉. 티 팀장님. 지금 2층 연습실에 가보셔야 할 거 같은데요?”
“왜?”
“이번 트레비앙 데뷔곡 안무 때문에 한 실장님이랑 안무팀이랑 한판 뜨고 있어요.”
가수 1실의 한소유 실장은 자기가 직접 3년간 연습을 시킨 트레비앙의 데뷔 때문에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그런데 원래 예정보다 데뷔가 계속 늦춰지다 보니 최종 데뷔는 1월로 잡혔다.
그래서 이번 12월 말 체리블라썸과 합동 콘서트에 게스트로 얼굴을 비추며 데뷔 전 홍보를 할 예정이었다.
그리고 그 합동 콘서트에서 트레비앙의 리더 오지아는 <화란전>의 OST 솔로곡도 부를 예정이고.
그런데 지금.
한소유 실장이 트레비앙 데뷔곡의 안무 문제로 성은수 안무 팀장과 싸우고 있다고 한다.
“트레비앙 데뷔곡은 이미 뮤직비디오 촬영까지 끝났잖아? 그런데 이제 와서 안무로 싸울 일이 뭐가 있다고?”
트레비앙의 데뷔곡 <트레비앙>의 안무는 방상영 이사가 추천한 힙합 안무가 그룹인 HIT-TEAM이 만들었다.
그리고 그 안무에 맞춰 메이크위드란 곳에서 뮤직비디오까지 다 찍은 상태였다.
“한 실장님이 안무가 너무 구리니까 일부분만이라도 바꾸자고 했다고 하더라고요.”
“지금 와서?”
“예.”
아무래도 문제가 심상치 않은 듯했다.
“직접 가봐야겠다. 따라와.”
“네!”
난 도란희와 함께 곧장 엘리베이터를 타고 2층으로 향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카랑카랑한 두 사람의 목소리가 연습실 밖을 뚫고 나왔다.
급히 달려 1번 연습실 앞에 도착했다.
연습실의 투명한 유리문으로 성은수 안무 팀장이 소리를 지르는 게 보인다.
“아~ 진짜. 한 실장님 너무하시네! 지금 와서 안무를 또 수정하자는 게 말이나 돼요? 어차피 걸그룹의 9할이 망해요! 나이도 많은 애들을 데뷔시켜봤자 어차피 망할 건데 괜히 애쓰지 말고······.”
그때였다.
철썩!
한소유 실장이 성은수 안무 팀장의 뺨을 날려버렸다.
* * *
뺨을 맞은 성은수 안무 팀장이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버렸다.
곁에는 트레비앙의 안무를 만들어준 HIT-TEAM의 안무팀장 안창훈이 어이가 없다는 눈으로 쏘아보고 있었다.
성은수 안무 팀장에게 뺨을 날린 한소유 실장은 목청이 터져라 고함을 외치기 시작했다.
“가 감히······ 어디서 함부로 망한다는 말을 지껄여!”
성은수 안무 팀장이 빨갛게 부어오른 뺨을 부여잡고 소리를 지른다.
“너! 너! 지 지금······ 날 쳤어?”
한소유 실장이 울분에 찬 목소리로 외친다.
“당신! 우리 애들이 그동안 얼마나 노력한 줄은 알아? 매일 잠도 제대로 못 자고. 그렇게 노력하고도 하루하루 불안에 떠는 애들이야! 그런 애들을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어떻게 망한다는 말을 내뱉어? 당신이 선생이야? 어?”
직급은 한소유 실장이 높다.
그러나 성은수 안무 팀장이 나이가 1살 더 많고 굴렁쇠 엔터 내에서의 커리어도 높았다.
더군다나 성은수 안무 팀장은 서예종의 1년 선배.
하지만 한소유 실장은 애지중지 키워온 트레비앙이 망한다는 말을 듣자 눈이 뒤집혀 버렸다.
성은수 안무 팀장은 뺨을 부여잡고 일어나 언성을 높이기 시작했다.
“이게 실장 달고 왔다고 봐주니까 선배고 뭐고 눈에 보이는 게 없어?”
하지만 한소유 실장은 눈도 끔뻑하지 않고 구석에 있는 트레비앙 멤버들을 가리켰다.
“X 소리 말고 우리 애들한테 사과해!”
1실의 연습실 한쪽에는 삼인조 걸그룹인 트레비앙이 땀범벅인 채로 눈시울을 붉히고 있다.
올해 25살인 리더 오지아는 162cm 정도의 키로 언뜻 미소년을 떠올리는 외모였는데 분홍색으로 염색한 단발머리에 검은색 트레이닝복을 입고 있었다.
그리고 오지아의 왼쪽에는 올해 24살인 홍말숙이 있었다.
홍말숙은 172cm의 키로 브릿지를 넣은 긴 머리카락을 포니테일로 묶고 있는데 큰 키에 새하얀 피부 그리고 고양이상으로 분홍색 트레이닝복을 입고 있다.
마지막으로 23살인 막내 성지효는 164cm의 키로 긴 생머리에 동글동글한 귀여운 얼굴에 볼륨감이 있는 몸매로 흰색 트레이닝복을 입고 있었다.
세 사람은 회귀 전 무대 위에서 카리스마를 뿜어내던 실력파 걸그룹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저 절망에 빠진 연습생일 뿐이었다.
그러니 현재 세 사람이 할 수 있는 거라곤 그저 서로 손을 잡고 이를 꽉 깨무는 일뿐이었다.
그 모습을 본 도란희가 날 재촉한다.
“팀장님. 트레비앙 완전히 멘탈 나간 것 같은데요? 들어가 봐야 하지 않아요?”
“어. 안 그래도 들어가려고 했어.”
그런데 문고리를 잡은 순간.
성은수 팀장 곁에 있던 안무그룹 HIT-TEAM의 안창훈 팀장이 나선다.
올해 38살의 안창훈 팀장은 방상영 이사가 트레비앙의 안무를 위해 계약을 맺은 외부 인물이다.
그리고 그 역시 서예종 출신으로 한소유 실장의 선배이기도 하다.
“한소유. 너 미쳤냐? 선배 뺨을 날려?”
안창훈 팀장이 씩씩거리며 한소유 실장에게 다가간다.
그가 위압적인 분위기를 연출했지만 한소유 실장은 목에 핏대를 올리며 대선다.
“안 선배도 그러는 거 아니야! 아무리 뮤직비디오가 나왔어도 가수들이 안무를 바꾸고 싶다고 말하면 듣는 척이라도 해야지! 뭐? 안무가 거기서 거기라고? 그럴 거면 외주는 왜 받아? 실력이 없으면 없다고나 하던가!”
“와~ 이게 진짜 뚫린 입이라고 말 함부로 하네?”
“안무가 구리니까 이러지!”
“XX. 이게 어디서 감히 선배한테 기어올라?”
안창훈 팀장이 손을 들어 올리자 구석에 몰린 트레비앙이 다들 비명을 지른다.
난 빠르게 유리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당신. 그 손 휘두르면 나한테 죽을 줄 알아!”
쩌렁쩌렁한 내 목소리가 연습실을 통째로 울린다.
안창훈 팀장이 손을 든 채 내 쪽을 쳐다본다.
“정 팀장. 당신은 빠져! 이건 우리 서예종 쪽 문제니까.”
“서예종? 지금 여기가 당신네 학교 동창회입니까? 그리고 클레임 좀 넣었다고 클라이언트를 패려고 하다니 죄송한데 미치셨습니까?”
그러자 안창훈 팀장이 씩씩거리며 대답한다.
“이봐 클레임도 적당히 해야지! 벌써 이번이 몇 번째인 줄 알아? 뮤직비디오까지 찍어 놓고 또 안무를 바꿔 달라는 게 말이 돼?”
내가 아는 한소유 실장은 타인에게 무리한 요구를 할 사람은 아니다.
그런데도 안무를 수정해 달라고 했다면 그만큼 안무가 엉망이라는 소리였다.
잠시 서로의 눈빛이 허공에서 맞부딪힌다.
하지만 먼저 물러난 건 성은수 안무 팀장이다.
성은수 안무 팀장이 뺨을 부여잡은 채 안창훈 팀장의 팔을 이끈다.
“창훈 오빠. 그냥 가요. 자기들보고 알아서 하라고 하고요.”
안창훈 팀장이 날 뚫어지게 노려보며 한숨을 내뱉는다.
“하아. 그래. 가자 가. 말도 안 통하는 것들인데 이런 것들하고 대화해서 뭐 해?”
이어서 성은수 안무 팀장이 문 쪽으로 나서며 말한다.
“이제부터 우린 관여 안 할 테니까 알아서 해. 그리고 망할 애들한테 공들인다고 달라질 거 같아? 아니지 선배 대접 안 해준다고 하시니 직급으로 대우해 드릴게요! 꿈 깨세요! 한 실장님!”
성은수 팀장이 다시 한번 악담을 퍼붓는다.
그러자 안창훈 팀장도 그 말에 동의하며 그 뒤를 따라 나갔다.
순간 한소유 실장이 고래고래 고함친다.
“야! 가긴 어딜 가! 우리 애들한테 사과하라고!”
한소유 실장은 두 사람을 붙잡으려고 달려간다.
이러다 일이 더 커질까 싶어 난 얼른 한소유 실장을 가로막았다.
“한 실장님. 일단 참으시죠.”
한소유 실장이 내 팔에 붙잡혀 발걸음을 멈춘다.
“하아. 진짜······ 우리 애들이······ 얼마나 열심히 했는데······.”
한소유 실장의 눈에서 눈물이 뚝뚝 흘러내리기 시작한다.
그리고는 힘이 빠져 제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 순간 구석에 있던 트레비앙들이 다가왔다.
세 사람은 눈물을 흘리며 한소유 실장을 껴안았다.
“죄송해요. 프로듀서님. 괜히 저희들이 안무가 별로라고 말해서······.”
“죄송하긴 니들이 뭐가 죄송해. 그 안무 내가 봐도 완전 X 구렸어!”
이 와중에도 한소유 실장은 세 사람을 껴안으며 다독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던 난 폰을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
‘도저히 안 되겠군 성 팀장.’
내 다이어리의 일정 중에는 여전히 성은수 안무 팀장의 비리가 하나 남아 있었다.
아무래도 그걸 쓸 시간이 찾아온 모양이다.
하지만 일단 트레비앙을 진정시키는 게 우선이다.
* * *
한참을 운 한소유 실장과 트레비앙이 가까스로 진정했다.
난 도란희에게 트레비앙을 맡긴 뒤 한소유 실장을 연습실 밖으로 불러냈다.
“실장님. 도대체 어떻게 된 일입니까?”
한소유 실장이 한숨을 내쉰다.
“최종 안무가 도저히 마음에 안 들어서 어쩔 수 없었어요.”
“그래도 그렇지. 안무 수정 요구를 하기에는 시기가 너무 늦었습니다. 뮤직비디오가 나온 상황에 새 안무라뇨.”
한소유 실장이 하소연한다.
“안무 수정 요구는 한 달 전부터 계속하던 거예요. 특히 여자 아이돌이니까 춤 선이 세련되어야 한다고요. 그런데 두 번을 바꿔도 안무가 너무 남자 아이돌 용으로 나와서 다시 수정을 부탁한 거고요.”
방상영 이사에게도 항의했지만 그는 나와 싸우는 것에만 신경이 팔려 한소유 실장의 말을 제대로 들어주지 않았단다.
더군다나 일정이 급하니 일단 뮤직비디오를 찍으라고까지 했단다.
결국 조금 전 도저히 참지 못한 트레비앙이 못하겠다고 했고 성은수 안무 팀장은 달래기는커녕 질책을 했다고 한다.
늦은 나이에 데뷔하는데 이만하면 크게 신경 써준 거니까 감사하게 받아들이라면서.
사정을 들어보니 뺨을 때린 건 오히려 봐준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이 난리가 났던 거였군요.”
트레비앙 세 사람은 이젠 아이돌이라고 불리울 나이를 지나고 있었기에 이번 데뷔에 성공하지 못한다면 은퇴를 해야 했다.
그런데 그런 아이들에게 망할 거라고 말한 건 짧게는 6년에서 8년간 연습생 생활을 한 아이들에게는 인생을 포기하라는 소리나 다름없었다.
난 끓어오르는 화를 잠시 뒤로 미루고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그런데 얼마나 안무를 뜯어고쳐야 합니까?”
“한 30%는 덜어내야 할 거 같아요. 그리고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뮤직비디오도 완전 구려요.”
방상영 이사가 소개해준 영상 제작팀 메이크위드도 10억이나 받은 것 치고는 뮤직비디오를 엉망으로 만들었단다.
“그러면 제가 좀 도와드려도 될까요? 단 신중하게 생각하고 대답하세요. 저와 함께하면 서예종 동문들과 충돌할 일이 자주 생길 거니까요.”
그런데 한소유 실장은 고민도 하지 않고 대답한다.
“서예종 라인? 꺼지라고 해요. 전 우리 애들이 더 소중하니까! 그니까 저 좀 도와주세요. 정 팀장님.”
“알겠습니다. 일단 안무부터 보고 이야기하시죠.”
어른들의 저열한 정치질로 인해 수년간 노력한 아이들의 땀과 눈물이 헛되이 되는 걸 절대로 그냥 두고 볼 수는 없었다.
이번엔 절망에 빠진 트레비앙을 구해낼 차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