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g-Eating Genius Mage Chapter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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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8화

잔향(6)

서부전선 경계지대 외곽· 열차가 경유하는 철도역 바깥의 외진 골목길·

중소도시 바깥의 평야가 보이는 낡은 벤치에서 레녹은 기다리고 있던 사람을 만날 수 있었다·

쿤다라에서 가장 위대한 도전을 추구했던 승천자·

선종의 사념과 함께 [문] 너머로 추방당한 장생종·

말레온 그노시스·

덜컹!!

자판기에서 이온음료를 뽑아든 레녹이 그것을 말레온에게 내밀었다·

“마시겠나?”

“⋯⋯·”

“서대륙에서 파는 음료수의 품질이 동대륙보다 더 좋은 것 같군· 토커퍼즈의 영향인가?”

말레온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레녹이 앉아 있던 벤치 앞에 우두커니 서 손을 뻗었을 뿐·

레녹이 그런 말레온의 손 위에 알루미늄 캔을 올려둔 그 순간·

치이익!!!

매캐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과 동시에 말레온의 손안에서 캔이 녹아내렸다·

캔 안의 음료수가 말레온의 손가락 사이로 떨어지기도 전에 모조리 증발했다·

“⋯⋯·”

오염된 마력· 접촉하는 물질을 잠식하고 망가뜨리는 힘인가·

말레온의 전신에서 피어오르는 얼룩진 은빛의 광채· 흘러넘치는 마력이 철저하게 해로운 방향으로 변질되어 있다·

레녹은 그런 말레온의 손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음료수를 하나 더 뽑아 들고 벤치에 걸터앉았다·

“의식을 차린 지는 얼마나 됐지?”

“⋯⋯이틀 정도·”

말레온이 눈을 감았다·

“이름 모를 평야 어딘가에⋯⋯ 이런 몸으로 쓰러져 있었지·”

“얼마 되지는 않았군·”

“⋯⋯·”

레녹은 대답하기 앞서 남아 있는 음료를 모두 깔끔하게 비웠다·

캔을 던지는 것과 동시에 마력사가 캔을 쥐어짜듯 움켜쥐고 저 멀리 놓인 쓰레기통에 일직선으로 내리찍었다·

콰직!!

그 모습을 바라보며 레녹이 품 안에서 연초 케이스를 꺼내 들었다·

“싸움에서 승리하긴 했지만 그건 본질적으로 완벽하게 통제할 수 있는 힘이 아니지·”

치익!!

연초를 물고 불을 붙인 레녹이 말했다·

“그래서 네가 언제쯤 다시 ‘돌아올’ 수 있을지는 확신할 수 없었다·”

“⋯⋯·”

“하지만 돌아왔다면 내 위치를 찾아내는 건 어렵지 않을 거라는 걸 알고 있었어·”

연기를 훅 뿜어내며 레녹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마지막으로 만나야 할 사람은 바로 너였으니까·”

“⋯⋯·”

선종과의 마지막 결전에서 레녹은 [문]을 열고 모든 것이 파멸한 미래로 승천자를 날려 보냈다·

승천자의 내면에서 열린 문은 선종과 말레온을 구분하지 않고 결말 너머로 두 존재를 인도했다·

통제할 수 없는 파멸의 가능성을 억지로 열었기에 레녹은 그것을 조절하지 않았다·

말레온의 존재는 결말이 정해진 미래에서 선종의 사념과 함께 소멸했어야 했다·

하지만-

“앉아· 내게 묻고 싶은 것이 있을 텐데?”

손가락 사이로 연초를 까닥이며 레녹이 옆자리를 가리켰다·

“그래서 이렇게 나를 찾아온 것 아니었나?”

“⋯⋯묻고 싶은 것이 있느냐고?”

말레온이 미약하게 울리는 목소리로 반문했다·

그의 목소리가 숨길 수 없는 격정으로 떨렸다·

“차라리 무엇을 묻지 말아야 하는지⋯⋯ 내게 말해주게·”

“⋯⋯·”

“왜⋯ 왜⋯⋯ 나를 살려낸 건가·”

쿵!!

말레온이 그 자리에 무릎을 꿇고 양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쥐어뜯었다·

손등 사이로 갈라진 비늘이 우수수 떨어지며 흘러내렸지만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

“나 나는 실패했어⋯⋯ 나를 믿고 따르던 이들을 배신하고 말았네·”

“⋯⋯·”

“모두가 나를 믿었는데 나와 같은 미래를 꿈꿔주었는데 나는⋯⋯ 그 도시를 내 손으로⋯⋯·”

치이익⋯⋯!!!

얼굴을 감싸쥔 말레온의 전신에서 검게 얼룩진 마력이 흘러나왔다·

발아래로 흘러나온 마력이 말레온이 무릎 꿇은 인근의 보도블록을 녹이기 시작했다·

별처럼 찬란하게 빛나던 마력은 온데간데 없이 오염되고 타락하여 지저분해진 마력·

그 안에 담긴 짙은 감정만이 그가 얼마나 좌절하고 절망했는지를 보여주는 듯했다·

“쿤다라가 어떻게 되었는지 봤군·”

레녹이 말했다·

“하지만 그건 네 잘못이 아니야· 마지막까지도 네 책임은 아니었지·”

“아니! 그건 내 잘못이었네·”

말레온이 사납게 고개를 저었다·

“내가⋯⋯!!! 자격이 없는 존재였기에 일어난 일이었어·”

“⋯⋯·”

“주제넘게 승천을 꿈꾸며 안일한 구원을 꿈꾼 대가였네· 그래서⋯⋯!!”

화악!

말레온의 기척이 사납게 부풀었다 이내 순식간에 사그라들었다·

흉험한 의념을 내뿜던 용의 목소리가 끊어질 것처럼 희미해졌다·

“그래서 자네가 내 결말을 정해주기를⋯⋯ 바랬던 것인데⋯⋯·”

절망하고 좌절하며 분노하고 있으면서도 말레온은 결국 레녹에게 화조차 제대로 내지 못했다·

그럴 자격조차 자신에게 없음을 레녹을 원망할 일이 아님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겠지·

잘못된 감정에 충동적으로 휩쓸리지도 못할 만큼 이 미숙한 승천자는 성실한 존재였다·

육체를 빼앗기고 미쳐가는 와중에도 마지막까지 타인을 걱정하던 구도자였다·

모든 것이 잘못된 와중에도 레녹의 대답에 홀린 것을 후회하지 않은 초월자였다·

그렇기 때문에 레녹은 말레온이 반드시 ‘돌아올’ 거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문] 너머에 존재하는 것은 결말이 찾아온 미래· 파멸을 받아들인 나 자신의 실패한 대답이다·”

레녹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그 너머로 향하는 모든 것은 정해진 종말의 일부가 될 뿐이지· 실제로 선종의 사념은 그렇게 되었어·”

“⋯⋯그렇다면 나는·”

“그렇다면 어째서 너는 선종과 달리 [문] 너머에서 돌아올 수 있었을까?”

혼탁한 은룡의 눈동자와 레녹의 시선이 허공에서 맞닿았다·

타들어가는 연초를 내려놓으며 레녹이 나직하게 말했다·

“네가 선택했기 때문이다 말레온·”

“⋯⋯·”

“네가 나의 답을 옳다고 믿었기에 나의 구도를 ‘선택’했기 때문에⋯⋯ 너는 그곳에 존재할 수 없는 거지·”

타락한 분기점의 근원심상·

[문]을 여는 종말의 영역은 레녹이 지닌 만화경과는 완전히 반대되는 힘·

그렇기에 레녹의 답을 이해하고 받아들인 말레온은 실패한 [문] 너머에 존재할 수 없다·

레녹이 그리는 다음을 품은 존재는 다음이 존재하지 않는 미래에 자리할 수 없기에·

말레온은 [문] 너머에 존재하지 않는 대답을 이정표로 삼아 이렇게 현실로 돌아오게 되었던 것이다·

“내가⋯⋯·”

레녹의 말에 충격을 받은 듯 말레온이 비틀거리며 물러섰다·

“내가⋯⋯ 선택 했다고⋯⋯·”

그 역시 뛰어난 오성으로 레녹이 무엇을 말하는지 곧바로 이해했기 때문이겠지·

단순히 말레온을 위로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것이 실제로 사실임을 깨달았기에·

이 순간이 말레온 자신의 선택임을 이해했기에 그만큼 흔들리고 있었던 것이다·

말레온이 멍한 표정으로 검게 얼룩진 자신의 양 손을 내려다보았다·

“이렇게 고통스러운 결말을 추잡하기 그지없는 삶의 잔향을⋯⋯ 내가 원했단 말인가⋯⋯?”

“왜 원하면 안 되지?”

레녹이 자리에서 일어서며 물었다·

“왜 고통스럽고 추잡하면 안 되는 거지?”

“⋯⋯그 건·”

어느새 레녹은 무릎 꿇은 말레온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멍하니 자신을 올려다보는 승천자를 바라보며 레녹이 중얼거렸다·

“그냥 그렇게라도 살고 싶다는 마음이⋯⋯ 그렇게 거창한 건가?”

“⋯⋯·”

말레온은 더 이상 대답하지 못했다·

사상전역과 자성영역이 충돌하는 의식공간에서 나누었던 마지막 대화·

그때 전해들었던 레녹의 대답에 자신이 공감했음을·

진정으로 그 대답을 이해하고 받아들였음을 그 역시 기억하고 있었으니까·

아니 기억한 것이 아니라 선택해 버렸다·

자신의 대답이 아니라 레녹의 대답이 보다 다음에 가깝다고 느꼈기에·

그것을 부정하지 못하고 인정해 버렸기에·

말레온은 결말을 받아들였음에도 끝나지 못하고 이렇게 레녹의 앞에 다시-

“네가 진정으로 내 답을 옳다고 여겼기에 너는 마지막까지 도망치지 않았지·”

레녹이 조용히 말했다·

“그렇기에 죽음이라는 편한 결말로 도망치지 않고 너 스스로 다시 돌아온 거다·”

“⋯⋯나는·”

“내가 그리는 다음을 마음에 품었기에 너는 선택할 기회를 얻었어·”

멍하니 레녹을 바라보는 승천자를 향해 말했다·

“그렇다면 네가 선택한 대답을 위해 마지막까지 그 결정에 책임을 다해라·”

“⋯⋯·”

“마지막까지 내 방식으로 살아· 이 세계의 결말까지 나의 구도를 위해 헌신해라·”

억지스럽다 못해 강압적으로마저 느껴지는 레녹의 말·

하지만 말레온은 그 말에 한마디도 반박하지 못하고 멍하니 듣고 있었다·

레녹은 그런 말레온을 내려다보며 선고하듯이 말했다·

“그게 네가 스스로 선택한 미래이자 내가 정해주는 너의 결말이다·”

말레온은 자신의 결말을 레녹이 정해주기를 바라며 떠났지만·

레녹은 마지막 순간 그 선택을 다시 말레온 그노시스에게 넘겨주었다·

말레온이 진정으로 레녹의 대답을 마음에 품었다면 그에게도 ‘선택’할 자격이 있음을 알고 있기에·

그에게 선택할 기회를 주는 것 자체가 레녹이 정해주는 결말의 일부임을·

레녹의 구도를 따르는 말레온에게 주어져야 할 선택임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자네가 정해준 결말⋯⋯ 인가·”

말레온이 레녹의 말을 멍하니 따라 했다·

“이것이 나의 선택이란 말인가⋯⋯·”

스스로 그 말을 되새길 때마다 흐릿했던 용의 눈동자가 조금씩 선명해졌다·

음울하게 가라앉아 있던 동공에 조금 다른 감정이 차올랐다·

“⋯⋯그렇군·”

승천자가 눈을 감았다·

“이것이 자네의 답에 홀려버린 대가라면⋯⋯ 이 순간조차 나 자신의 선택이라면⋯⋯·”

“⋯⋯·”

“⋯⋯이 결말조차 겸허히 받아들여야겠지·”

쿵⋯⋯!!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선 말레온이 다시 레녹을 향해 무릎을 꿇었다·

한쪽 무릎을 꿇고 레녹에게 고개를 숙인 그가 무겁게 말했다·

“나는 이 세계의 마지막까지 자네의 대답을 따르는 존재로서 남아 있겠네·”

“⋯⋯·”

“자네가 꾸는 꿈을 좇으며 자네의 답을 이 세계에 그리며 살겠어·”

시선을 들어 올린 말레온이 말했다·

“그것만이 남은 생에서 내게 주어진 책무라면⋯⋯ 나는 그렇게 하겠네·”

9레벨에 도달한 승천자 말레온 그노시스·

하지만 그 내면에 품은 것은 자신이 쌓아 올린 것이 아닌 타인의 대답이었다·

승천에 도전할 자격을 얻었음에도 타인의 구도를 쫓는 불완전한 초월자의 결말·

평생 동안 레녹이 그리는 대답을 품고 세계의 결말을 향해 나아가는 구도자의 삶·

그 순간 말레온은 레녹이 진정으로 자신의 결말을 정해주었음을 깨닫고 그를 받아들였던 것이다·

“다시 선택할 기회를 얻은 것뿐이다· 거창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어·”

레녹이 나직하게 대답했다·

“이 순간조차 네 선택의 결과지· 네가 어떻게 살아가든 관여하지 않아·”

“나는⋯⋯·”

“이제와서 이 행동에 구태여 이런저런 이유를 붙일 필요는 없겠지·”

레녹이 부드럽게 말했다·

“내 대답에 공감해 버린 네가 그것 때문에 죽지 않기를 바랬다· 그게 전부야·”

“⋯⋯·”

“그다음의 의미는 너 스스로 찾는다면 충분하겠지·”

말레온이 받아들인 것은 무한한 가능성을 비추는 구도의 심상·

그렇다면 무엇이 옳고 그른 것인지는 말레온이 직접 선택해나가면 그만이다·

말레온이 레녹의 답을 따르는 존재가 되었다 해도 그 과정에 간섭할 이유는 없을 터·

멀리 돌아왔지만 결국 레녹이 바라는 것은 간단하다·

레녹의 답을 옳다고 생각해버려서 타락한 이 승천자가 그 때문에 죽지 않기를 바랐을 뿐·

“자네는⋯⋯ 그러한 타락을 겪고도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군·”

말레온 역시 그것을 이해했는지 복잡한 눈빛으로 레녹을 바라보았다·

무릎을 꿇고 앉은 은룡이 무거운 음색으로 입을 열었다·

“이 순간조차 자네가 말하는 선택의 일부였나·”

“⋯⋯·”

“이 모든 가능성을 자네의 대답 안에 담아내기 위해 살아가고 있는 건가·”

“꼭 그런 이유만으로 살고 있는 건 아니긴 하지·”

레녹이 그렇게 대답하며 손을 뻗었다·

말레온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손을 바라보자 레녹이 물었다·

“원시마법 내게 가르쳐주기로 했었지· 그새 잊어버렸나?”

“⋯⋯아·”

무언가 깨달은 표정으로 입을 벌린 승천자를 보며 레녹이 씩 웃었다·

“태고의 신비를 품었다는 술식을 배울 기회를 놓칠 수는 없지· 약속은 지켜야 할 거다·”

“그렇군·”

말레온이 웃으면서 레녹이 내민 손을 굳게 움켜쥐었다·

“살아가는데 꼭⋯⋯ 그렇게 많은 이유가 필요한 건 아니야· 그렇지?”

구겁의 외진 복도에서 시작되었던 약속이 이름 모를 도시의 뒷골목에서 끝난다·

승천에 도전할 자격을 얻는 일도 구도를 쫓으며 대답을 그리는 약속도·

하루하루 쌓아 올려 다음으로 나아가는 여정의 일부라면 족하다·

쿤다라의 밤이 끝나가고 있었다·

발칸으로 돌아갈 시간이었다·

* * *

레녹은 그 뒤로 하루동안 말레온과 함께 도시 밖에서 함께 술식을 수련한 뒤 헤어졌다·

원시마법을 배우는 일은 녹록치 않았지만 원리와 감각을 체득하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았던 바·

은룡으로 태어난 말레온처럼 사용할 수는 없더라도 연구를 하다보면 태고의 신비가 무엇인지는 이해할 수 있겠지·

말레온은 홀로 대륙을 돌아보면서 자신이 할 일을 찾겠다고 말했다·

“이렇게 망가진 몸으로 자네를 따라가보았자 방해만 될 뿐이겠지·”

큼지막한 로브를 전신에 덮어쓴 용이 웃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그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마력이 발아래 수풀을 녹이고 짓무르고 있었다·

말래온의 말대로 사람들이 모인 장소나 도시에 출입하는 건 아예 불가능하겠지·

전신의 마력 자체가 모든 것을 오염시키고 부패하는 성질로 변질되어 버린 결과·

[문] 너머에서 다시 현실로 돌아왔음에도 여전히 그의 전신에 남아 있는 타락의 잔재·

하지만 레녹을 바라보는 용의 눈빛에서는 더 이상 미혹이나 절망은 보이지 않았다·

“나는 나대로 내가 해야 할 일을 찾겠네·”

쿤다라에 대해 이야기를 꺼냈지만 그는 도시에 들릴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재액을 초래한 자신이 더 이상 쿤다라에 발을 들일 자격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일까·

어느쪽이든 말레온이 쿤다라에 상당한 부채의식을 갖고 있음은 분명했지만-

거기서부터는 레녹이 간섭할 일이 아니었다·

[발칸으로 향하는 횡단열차가 10분 뒤에 출발합니다·]

치이이익!!

매캐한 연기가 자욱한 열차역·

레일 위를 오가는 무수한 열차들 속에서 차표를 끊고 정해진 좌석에 자리를 잡았다·

레녹이 말레온을 만나기 위해 들린 도시는 서부전선 외곽에 위치한 횡단열차가 지나치는 경유지·

대부분의 노선은 서대륙 쪽에 할당되어 있지만 며칠 단위로 동대륙으로 향하는 열차편이 있다·

그렇기에 레녹 역시 말레온에게 원시마법을 배우며 발칸으로 향하는 열차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

“예약자 명단 확인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차장에게 좌석 코드 확인을 마친 뒤 의자에 몸을 파묻었다·

열차가 출발하는 것과 동시에 창밖으로 도시의 풍경이 서서히 멀어졌다·

덜컹 덜컹!

따뜻한 공기에 속에서 눈이 감기는 도중 레녹의 기억 속에서 무언가 떠올랐다·

오래전 항하사미궁의 일을 끝내고 이벨린과 함께 발칸으로 복귀하던 도중·

이렇게 거대도시로 향하는 열차 안에서 명을 만난 적이 있었다·

그에게 초월의 의미에 대해 전해 듣고 판데모니엄의 입단 권유를 받았던 기억·

꽤나 오래전의 일이지만 여전히 레녹의 기억 속에서는 어제처럼 선명하다·

이렇게 조용한 객실에 앉아 눈을 감고 있자니 졸고 있는 다른 사람들처럼-

“⋯⋯·”

눈을 떴다·

그 순간 레녹은 객실 안에서 깨어 있는 사람이 자신뿐이라는 사실을 눈치챘다·

열차가 출발한 지 아직 5분도 되지 않았는데 모든 승객들이 곤한 잠에 빠진 상황·

우연이라기에는 공교롭고 인위적이라기엔 미묘하게 선을 넘지 않는-

타박 타박·

객실 복도 저편에서 무언가 걸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서서히 발소리가 가까워지면서 레녹이 앉아 있는 좌석으로 향했다·

“아·”

머리를 양갈래로 묶은 여성이 고개를 빼꼼 내밀고 레녹과 시선을 마주쳤다·

입을 동그랗게 벌리고 소리를 낸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 있었구나· 한참 찾았잖아·”

“⋯⋯·”

“당연히 1등석 쪽일 줄 알았는데 일반석에 타 있을줄은 몰랐네· 생각보다 소탈한 성격인가 봐?”

처음 보는 얼굴· 하지만 몇년을 알고 지낸 사람처럼 친근하게 말을 걸어온다·

신발조차 신지 않은 맨발로 객실 복도를 터덜터덜 걸어온다·

자연스럽게 레녹의 맞은편 좌석에 걸터앉은 여성이 말했다·

“시간이 좀 걸렸지만 연맹에서는 네가 한 일에 대해서 묵인하기로 했어·”

“⋯⋯뭐?”

아무렇지도 않게 흘려넘길 수 없는 이야기를 꺼내는 여성의 말·

하지만 그녀는 아랑곳하지 않고 들고 있던 차가운 음료를 홀짝이며 말했다·

“쿤다라의 일은 여러모로 예민한 문제지만 의외로 당장 해결해야 하는 사안은 아니거든·”

“⋯⋯·”

“대연결이 다시 이어지기 전까지는 내버려 둘 생각이야· 이 정도는 전해둬야 할 것 같아서·”

“⋯⋯그런 이야기를 꺼내기 전에 먼저 해야 할 말이 있었을 텐데·”

지금 이 상황에서 맹주와 대연결을 입에 담을 수 있는 조직은 단 하나밖에 없다·

지팡이를 부드럽게 움켜쥔 레녹이 서늘한 표정으로 물었다·

“누구지?”

“요정술주· 아 그걸 물은 게 아닌가?”

여성이 웃었다·

“본의는 아니지만 지금은 전령이자 대변인이지· 당장 그쪽을 찾을 수 있는 게 나뿐이었거든·”

“⋯⋯·”

“쿤다라의 일에 대해 맹주가 남긴 전언이 있어· 들어볼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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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ug-Eating Genius Mage

Drug-Eating Genius Mage

Drug-Eating Genius Mage, Medicine-eating wizard
Score 9
Status: Ongoing Type: Released: 2020 Native Language: Korean
“World”, a game that boasts extreme freedom. In “ver.3.0”, I decided to put everything to increase the magic talent! All stats are all about magic! Instead of enhancing the character’s magic talent, took a huge amount of demerit characteristics. But, it doesn’t matter. I will create the greatest Wizard character, even if the character looks like a corpse. But…. What is this? I became that character– a character with genius talent, but can’t pass a day alive without taking medic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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