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g-Eating Genius Mage Chapter 10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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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4화

별의 그늘(10)

콰르르륵···!!

격렬한 해류가 몰아치면서 회전하는 심해권역의 용궁·

광활한 알현실의 한복판에서 장기판을 사이에 두고 마주 선 두 사람의 모습·

용궁 곳곳에서 부복하고 있던 아가미를 단 어인들이 굳은 표정으로 이쪽을 바라본다·

그들 역시 지금부터 벌어질 게임에 대해 알고 있기 때문이겠지·

“네놈도 오백로를 둘 줄 아는 모양이군·”

후욱!

장기판 반대편에 내려앉은 팔대용왕 알로건이 레녹을 내려다보며 조소했다·

“하기야 위계를 초월한 술사라면 진둔이 만든 이 게임에 대해 모를 리가 없겠지·”

“····”

“하나 네놈 역시 단명종의 짧은 수명을 걸고 내기에 응해본 적은 없을 터· 그럼에도 두려움을 모르는 아이처럼 구는구나·”

=끼어들어서 죄송하지만 이대로 괜찮으시겠습니까?

물속을 헤엄쳐 날아온 불가사리가 레녹의 어깨에 내려앉으며 물었다·

=제가 먼저 다른 방법을 묻긴 했으나 오백로는 평범한 장기가 아닙니다·

불가사리가 걱정스럽다는 듯 말했다·

=쿤다라의 장생종 중에서는 이 게임에 무서울 정도로 깊게 몰두하는 이들이 많다고 하더군요· 적당히 두는 수준으로는 손도 쓰지 못하고 당할 수도 있을 텐데요·

“외겁도시로 가는 모든 길이 막힌 시점에서 오백로가 유일한 예외라고 말하지 않았나?”

레녹이 담담한 표정으로 반문했다·

“포혈공이라는 자가 쿤다라에서 그만한 입지를 차지하고 있다면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을 텐데·”

=····

“말본새를 보아하니 꽤 자신이 있는 모양이구나·”

알로건이 사나운 미소를 지었다·

“좋다· 준비되었다면 바로 시작하지·”

달그락!

장기판 앞에 서서 백돌을 움켜쥔 알로건이 레녹에게 흑돌을 던졌다·

요동치는 물속에서 던져진 흑돌이 느릿하게 레녹의 눈앞을 유영했다·

백돌을 쥐고 레녹에게 손을 까닥인 알로건이 으스대듯 말했다·

“네놈에게 유한한 시간을 걸고 두는 장생종의 유희에 대해 직접 가르쳐 주마·”

“아무래도 상관없지만 게임의 방식에 대해서는 조금 더 설명을 듣고 싶군·”

물속에서 헤엄치는 흑돌을 잡아챈 레녹이 말했다·

“오백로의 승패로 수명을 거는 내기· 정확하게 어떤 식으로 응해야 하는 거지?”

쿤다라의 해역을 수호하는 팔대용왕 알로건이 걸어온 오백로 승부·

하지만 그 게임의 내깃돈으로 삼는 것은 서로에게 주어진 수명 그 자체였다·

알로건의 말대로 외겁도시 쿤다라에서는 ‘수명’ 그 자체를 화폐로 삼아 통용하고 있는 것인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오랜 시간을 살아가며 자신의 수명조차 재산의 일부로 여기는 장생종다운 발상·

하지만 레녹이 싸움을 멈추고 알로건의 제안을 수락한 것 역시 바로 그것 때문이었으니·

레녹으로서는 반드시 이 내깃돈을 어떻게 주고받는지에 대해서 설명을 들어야 할 필요가 있었다·

“설명하지·”

쿠르릉!!

알로건이 손을 들어 올리는 것과 동시에 그 손안에 주변의 물이 압축되어 푸른 구체로 변했다·

푸른 빛의 사파이어처럼 아름다운 광채를 뽐내는 구슬의 형상·

“그건?”

“여의주(如意珠)라고 한다· 장생종이 위계를 완성하기 위해 사용하는 보주(寶珠)의 일종이지·”

여의주라 부른 푸른 빛의 구슬을 레녹에게 던진 알로건이 말했다·

“이것의 소유주는 주인이 지닌 어떤 힘이든 온전한 형태로 담아낼 수 있다· 마력 의념 심상····”

레녹을 바라보는 알로건의 눈빛이 서늘하게 변했다·

“네게 허락된 생명력까지· 무엇이든 가능한 셈이지·”

“····”

“오백로를 두기 전 걸 수명을 정하고 여의주에 담아라· 게임의 승패가 가려지면 한쪽이 내깃돈을 모두 가져가는 형태가 될 터·”

“심해권역을 구축한 8레벨의 대술사라면 인간의 수명 따위는 한 줌에도 미치지 못할 텐데·”

레녹이 웃으면서 물었다·

“장생종답지 않게 인간의 짧은 시간조차 탐을 내는 건가?”

“그럴 리가 있겠느냐 이 하루살이 같은 녀석아·”

알로건의 입이 짐승처럼 사납게 찢어졌다·

그의 눈동자가 순간 파충류의 동공처럼 세로로 좁아지며 저릿한 살기를 흘렸다·

“내기란 모름지기 상대에게 가장 가치 있는 것을 걸게 만드는 것이 묘미일지니·”

“····”

“단명종에게 가장 가치 있는 개념· 그 수명을 빼앗길 때야말로 너희 하루살이들에게 가장 어울리는 모습일 터· 그것 이외에는 너희들의 수명에 아무런 가치도 없지·”

장생종들끼리나 내기로 걸 법한 수명을 오백로의 내깃돈으로 삼은 이유가 이것이었나·

하지만 레녹은 흉험한 으름장을 놓는 알로건을 무시하고 손에 들린 여의주를 살폈다·

‘여의주 자체로는 아무런 능력도 없군· 단순히 이 안에 무언가를 담을 수 있도록 만들어진 보주에 불과한 건가·’

알로건이 선뜻 여의주를 만들어줄 때부터 짐작하긴 했지만 레녹의 여의주 안에는 아무것도 들어 있지 않다·

투명한 유리구슬처럼 빛나면서 레녹의 얼굴을 살짝 비추기만 할 뿐·

여의주 안에 아무것도 들어 있지 않고 그 자체로는 어떠한 능력도 존재하지 않지만·

그렇기에 무엇이든 개념으로 삼아서 담을 수 있는 보주의 존재·

이 안에 무엇을 담아 쌓아나갈지는 순전히 소유주의 몫이다·

무엇을 담느냐에 따라 막강한 보구가 될 수도 있고 아주 영험한 비약이 될 수도 있을 터·

‘영물들이 품고 있는 내단을 보다 정갈한 형태로 다듬은 물건이라 보면 되겠군·’

“시작부터 서로의 시간을 찔끔찔끔 아낄 필요는 없겠지·”

팔짱을 낀 알로건이 말했다·

“10년의 수명· 그것을 네놈의 몸에서 뽑아 여의주에 불어넣어라·”

“10년?”

“여의주를 쥐고 네놈의 생명력을 직접 불어넣으면 된다·”

알로건이 사나운 웃음을 지었다·

“여의주에 찬 기운을 보기만 해도 알 수 있으니 허튼 생각 따위는 하지 말도록· 시작해라·”

“····”

레녹은 그 말에 대답하는 대신 가만히 손에 쥔 여의주를 내려다보았다·

‘10년이라·’

[재인박명]의 페널티를 짊어진 레녹에게 있어 남아 있는 시간은 과연 얼마나 될까·

애초에 그것을 명확한 숫자로 형태화시켜서 측정하고 정량할 수 있는 것일까·

만약 레녹에게 남은 수명이 10년이 채 되지 않는다면 레녹은 이 여의주에 생명력을 모두 쏟아부은 뒤 죽어버리는 걸까?

눈앞의 용왕이라면 레녹의 그러한 죽음조차 크게 기꺼워하며 즐길지도 모르지·

‘조금씩 생명력을 불어넣으면서 컨디션을 체크할 수밖에 없나·’

남아 있는 시간을 정량화하는 것이 불가능한 만큼 레녹이 여의주에 쏟아부을 생명력이 얼마나 존재하는지는 가늠할 수 없다·

일단 여의주 안에 자신의 생명력이라는 것이 실제로 담기는지 실험해 볼 수밖에·

레녹이 그렇게 생각하며 눈을 감고 여의주를 향해 정신을 집중하던 그 순간·

‘···잠깐·’

사락···!!

목에 걸린 세계수의 잎사귀가 서서히 요동치기 시작했다·

펜던트의 형태로 만든 세계수의 잎사귀에서 순간적으로 막대한 생명력이 흘러넘쳐 여의주를 향해 쏟아졌다·

파아아앗!!

그 순간 푸른 빛으로 발광하던 여의주 안에 맑은 녹색의 기운이 급격하게 차오르면서 회전하기 시작했다·

“···!!”

“호오 벌써 여의주를 그만한 생명력으로 가득 채웠는가·”

레녹이 굳은 표정으로 흠칫 놀라고 알로건이 흥미로운 듯 눈을 빛냈다·

“단명종이라 해도 8레벨에 오른 대술사· 인간답지 않게 적지 않은 수명을 보유한 모양이군·”

“····”

“오히려 잘 되었다· 앞으로 게임을 즐기면서 네놈의 반응을 보다 오랫동안 즐길 수 있겠구나·”

알로건은 레녹이 자신의 생명력으로 여의주를 가득 채운거라 착각한 듯 했지만 레녹은 그러한 사실에 미처 반응하지도 못했다·

설마 세계수의 잎사귀가 이 시점에 레녹을 대신해 여의주를 채워줄 거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기 때문·

‘같은 생명력의 형태를 띄고 있다지만 이런 식의 활용이 가능할 줄은 몰랐군·’

세계수의 잎사귀가 품고 있는 생명력은 애초에 인간의 수명으로 치환될 수 있는 개념이 아니다·

그것이 가능했다면 레녹은 진작 세계수의 잎사귀를 복용해서 수명을 늘리는 일을 시도해 보았을 터·

그렇기에 레녹 역시 몸의 활력을 북돋거나 컨디션을 증강시키는 용도로 만족하고 있던 것이 아닌가·

하지만 여의주라는 매개체를 이용한다면 세계수의 잎사귀가 지닌 생명력을 수명 대신으로 삼을 수는 있었던 것이다·

그건 애초에 여의주에 채워지는 생명력이 누구의 것이든 크게 가리지 않기 때문이겠지·

굳은 표정으로 여의주를 바라보던 레녹이 천천히 그것을 장기판 옆에 놓인 선반 위에 올려놓았다·

어쨌든 결과적으로 레녹의 수명을 시험하는 도박 없이 내깃돈을 마련하는 데 성공했다·

남은 것은 이제 이 심해권역을 지배하는 팔대용왕과 오백로를 겨루어 승패를 가리는 것 뿐·

“지금부터 네놈의 시간을 차근차근 빼앗아가며 그 얼굴을 구경하겠다·”

알로건이 레녹을 바라보며 흉포한 얼굴로 웃었다·

“남은 수명이 떨어진 난 뒤에 목숨을 애원하는 모습을 보고 나면 이 무료함을 덜 수 있을 것 같-”

“착각을 하고 있는 것 같은데·”

탁!!

그 순간 레녹이 장기판 위에 거침없이 흑돌을 하나 내려놓았다·

갑작스럽게 시작된 게임에 알로건이 미간을 찌푸린 찰나 레녹이 입을 열었다·

“그건 네가 이 게임에서 내게 한번이라도 승리를 따낸 다음에 할 수 있는 말이지·”

“····”

수명을 내깃돈으로 삼아 승부를 겨루는 장생종들의 유희·

하지만 레녹은 알로건의 제안에 따라 장기판에 앉은 순간부터 단 한판도 패배할 생각이 없었다·

“시작하지·”

백돌을 쥔 알로건을 보며 레녹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 게임을 오래 두었다고 꼭 잘하는 건 아니라는 사실을 가르쳐주마·”

***

탁!!

장기판 위로 흑돌과 백돌이 교차할 때마다 물결이 흔들리며 물회오리를 그렸다·

상대가 돌을 내려놓는 것과 동시에 반대편에서 돌을 쥐고 대응한다·

서로 생각할 시간이 있기는 한 건지 의심스러울 만큼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대국·

“B04부터 B24까지 역순으로 각궁·”

“W42부터 W42까지 수직으로 평천·”

장기판 옆에 서 있는 두 명의 수행원이 긴장한 목소리로 레녹과 알로건을 대신해 좌표를 읊어줄 뿐·

“오백로를 오래 둔 것이 실력과는 무관하다고?”

탁!

백돌을 장기판에 던지듯이 내리찍은 알로건이 물었다·

“그건 한 가지 일에 고작 수십년도 몰두하지 못하는 단명종의 저열한 발상에 불과하지·”

“····”

“장막의 이면은 장막 바깥과는 완전히 다른 시간선을 따라 흘러가는 시공·”

알로건이 으르렁거리듯이 숨을 흘렸다·

“이곳에서라면 수명이 허락하는 한 시간의 흐름을 잊고 유희에 몰두할 수 있지·”

장기판에 드리운 손을 치운 순간 장기판의 한쪽 귀퉁이가 알로건의 백돌로 새하얗게 덮여 있었다·

레녹과 정신없이 대국을 이어가는 와중에도 어느새 판의 한쪽을 자신의 영역으로 만든 알로건의 솜씨·

그 모습을 내려다보는 레녹을 보며 알로건이 고했다·

“이곳이 애초에 너희같은 단명종 따위가 발을 들일 이상향이 아니라는 사실을 아직도 깨닫지 못했군·”

“시끄럽군·”

레녹이 대꾸했다·

“장생종은 입을 놀리지 않으면 손도 움직이지 못하는 건가?”

“하!! 고작 이 정도 대국에 무슨 헛소리를-”

장기판 앞에서 무어라 소리치는 알로건을 무시하고 레녹이 대국을 읽는 일에 집중했다·

‘확실히 지금까지 둬본 상대와는 많이 다르군·’

알로건은 레녹이 지금까지 오백로를 둬본 상대나 인공지능처럼 일일이 수를 계산하지 않는다·

손이 가는 대로 장기판을 오가면서 손해와 손실을 무시하고 돌을 둘 뿐·

하지만 개개의 국면에서 레녹이 밀린 적이 없음에도 어느새 대국은 알로건의 우위를 향해가고 있었다·

알로건이 백돌을 사용해 만든 거대한 흐름에 레녹이 두는 수가 잡아먹히면서 장기판을 잠식하고 있던 것·

‘이해할 수 없을 만큼 느리고 가늠할 수 없을 만큼 큰 그림을 그리는데도 강하다· 이건····’

레녹의 눈이 순간적으로 가늘어졌다·

‘수신술의 묘리를 섞었군· 말 그대로 본신술식의 깨달음을 오백로의 기풍(棋風)으로 삼은 건가·’

승천자 진둔 자이기스 이더노어가 창시한 오백로는 술법진 학습을 위한 용도로 만들어진 보드게임·

장기판 위에서 오가는 흑돌과 백돌의 복잡한 배치 실시간으로 뒤집히면서 배치를 바꾸는 다변한 환경·

흑돌과 백돌이 충돌하는 지점에 집중하면서도 판 전체의 균형을 신경쓰는 거시적인 시야까지·

술사의 술식소양과 적성을 가장 다양한 형태로 유의미하게 판단할 수 있는 지표 그 자체다·

뛰어난 술법사일수록 오백로를 잘 둔다는 말의 의미는 그만큼 술식의 개성을 자유롭게 장기판에 풀어낼 수 있다는 것·

상대를 신경 쓰지 않고 일방적으로 공수를 오가는 패도적인 성향·

거시적으로는 판 전체를 점유하고 압도적인 물량으로 밀어붙여 승리를 따내는 수신술(水神術)의 극치·

레녹은 지금 알로건이 보여주는 수신술의 요체를 눈앞에서 직접 마주하고 있던 것이나 다름없었다·

“승천자 진둔이 오백로를 만든 것은 자신의 결계술을 보다 널리 퍼트리기 위해서였지·”

알로건 역시 레녹의 반응에서 무언가를 느꼈는지 웃었다·

“하지만 이 게임의 가치가 중앙에서 조명되며 오백로는 술사의 술식소양과 적성을 판별하는 수단으로 승화되었다·”

“····”

“고위 술사들 간의 대국에서 중요한 것은 돌 하나하나에 미련을 두는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오백로의 본질에 집중하는 것·”

거침없이 백돌을 내려놓은 알로건이 말했다·

“술식의 묘리를 장기판 위에 고스란히 펼쳐낼 수 있는 게임이기에 서로가 지닌 술식의 요체를 겨루는 것이 승리와 가장 가까운 길일지니·”

알로건이 레녹을 형형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뛰어난 대술사들과 대국을 많이 둬보지 못한 술사가 이 사실을 알고 있었을 리가 없지·”

“····”

“이것이 바로 단명종은 실감조차 할 수 없는 시간의 위대함이다·”

어느새 장기판 위에는 알로건의 백돌이 흑돌을 잡아먹는 형태로 빼곡하게 펼쳐져 있었다·

한눈에 보기에도 승부가 나기 직전의 상황· 두 사람의 대국이 워낙 빠르게 진행되었기 때문에 결과가 나는 것도 그만큼 빨랐다·

“돌을 치우고 장기판을 깨끗이 정리하도록·”

입을 다문 레녹을 보며 알로건이 냉소했다·

“그것이 이 게임에서 마땅히 패자가 맡아야 할 역할일지니·”

“패자?”

레녹이 반문하며 흑돌을 내려놓은 순간 알로건이 점유하고 있던 백돌이 뒤집히며 반전했다·

그에 따라 알로건이 구축한 백돌 일부가 흑돌로 변하기는 했으나 기울어진 판세를 뒤집을 정도는 되지 못하는 바·

코웃음을 치며 장기판을 바라보던 알로건의 표정이 순간적으로 딱딱하게 굳었다·

“···!!!”

돌을 둘 곳이 없다·

레녹이 방금 둔 수 한 번으로 서로의 돌이 서로를 잡아 막으며 양측의 점수가 나지 않는 상황·

이대로라면 곧바로 두던 대국을 멈추고 강제로 점수 집계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

레녹 본인이 지금 이 한 수를 통해 대국을 멈추고 집계를 유도하지 않고서야 불가능한 일·

그제서야 그 사실을 깨달은 알로건이 섬뜩한 표정으로 시선을 들어 레녹을 노려보고·

“···네놈·”

“네 수신술(水臣術)은 큰 흐름이 매끄럽고 단단하지만 결국 세세한 조작 자체는 경시하는 경향이 있지·”

뒤늦게 집계를 시작한 수행원의 옆에서 레녹이 팔짱을 꼈다·

“물량을 끌어다 사용하기에 압도당하기 쉽지만 결국 그 미묘한 틈을 찌르다 보면 이쪽도 벌어오는 게 있는 법이거든·”

“····”

자신을 노려보는 알로건을 보며 레녹이 웃었다·

“그래서 수신술의 요령을 파악하기까지 시간이 조금 걸렸다·”

레녹의 옆에 서 있던 수행원이 장기판의 집계를 끝내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바 반집 차이로 흑의 승리입니다···!!”

“····”

큰 국면에서 밀리는 걸 감수하고 세세한 국면에서 점수를 모아 아슬아슬하게 우위를 점하는 순간 강제로 대국을 끝내 버린 건가·

고오오!!!

레녹의 승리가 확정되는 것과 동시에 알로건의 몸에서 터져 나온 의념이 폭발적으로 주변을 밀어낸다·

그 압력에 장기판 위에 놓인 돌들이 휩쓸려서 떨어지자 레녹이 느긋하게 손을 들어 올렸다·

키이잉···!!!

마력이 회전하는 날카로운 소음과 동시에 물속에서 떠밀리던 백돌과 흑돌이 그 자리에 멈춰 선다·

그것이 해류를 조작해 떨어지는 돌을 멈춰세우는 알로건 자신이 사용하는 수신술(水臣術)의 요령임을 이해한 순간·

레녹이 어떻게 이 대국에서 승리한 것인지 깨달은 알로건의 얼굴이 짐승처럼 사납게 일그러졌다·

“감히 단명종 따위가 수신술에 손을 댄 것이냐···!!!!”

레녹이 선반에 놓인 여의주를 가리키며 웃었다·

“그쪽이 내놓을 10년의 수명을 얹으면 이 여의주에 도합 20년의 수명이 쌓이겠군·”

“····”

“뭐해? 계속하지·”

침묵하는 알로건을 보며 레녹이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장생종을 단명종으로 만들어주려면 몇 번의 대국이 필요한지 지금부터 한번 확인해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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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ug-Eating Genius Mage

Drug-Eating Genius Mage

Drug-Eating Genius Mage, Medicine-eating wizard
Score 9
Status: Ongoing Type: Released: 2020 Native Language: Korean
“World”, a game that boasts extreme freedom. In “ver.3.0”, I decided to put everything to increase the magic talent! All stats are all about magic! Instead of enhancing the character’s magic talent, took a huge amount of demerit characteristics. But, it doesn’t matter. I will create the greatest Wizard character, even if the character looks like a corpse. But…. What is this? I became that character– a character with genius talent, but can’t pass a day alive without taking medic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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