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11화
411. 김법민 오디션 1
우선 난 고재수가 꿩 잡아먹는 연기 영상부터 확인했다.
날 선 고재수의 얼굴에는 광기를 넘은 한이 서려 있었다.
‘장난 아니네.’
영화 <지리산>에서 오랫동안 사람 취급도 못 받고 산 오명진처럼 고재수도 이 판에서 가장 낮은 곳을 전전하며 무시당하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마치 오명진에게 빙의라도 한 듯 소름 끼치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세상에 대한 분노.
사람에 대한 분노.
그리고 자기 자신에 대한 분노를 한껏 담아 말이다.
난 그런 고재수의 광기 어린 표정을 담은 영상을 우선 즉각 회사 홍보팀에게 넘겼다.
그리고 이태풍에게 쏟는 만큼의 홍보비를 고재수 앞으로도 측정해달라고 공식 요청했다.
이번 영화는 이태풍과 고재수의 연기 대결로 만들어야지 두 사람 모두가 성공할 수 있다는 말을 덧붙이면서 말이다.
그렇게 회사와의 전화를 끝낸 난 이어서 우먼즈 대표에게도 까톡 영상을 보낸 뒤 전화를 걸었다.
이태풍과 고재수를 메인모델로 삼아달라고.
영상을 본 장지혜 대표가 감탄사를 터트린다.
-와 진짜 장난 아니네요. 이 사람이 그때 그 지리산에서 살인범 잡은 사람 맞죠?
“예. 대표님.”
-흠~
장지혜 대표가 잠시 고민하다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한다.
-그런데 보내준 영상은 너무 센데요? 저희 우먼즈는 20대랑 30대 여자 팬들이 주로 보는데······
“잠시만요.”
수위가 높다는 말에 조금 전 화목난로 앞에서 이태풍과 고재수가 서로를 노려보던 사진을 까톡으로 보냈다.
이번에는 장지혜 대표가 밝은 목소리로 대답한다.
-와~ 이건 진짜 그대로 표지도 써도 될 정돈데요?
“그러면 표지 모델로 해주시는 겁니까?”
-오케이! 그러면 스케줄 조정해서 인터뷰 한번 해요.
“감사합니다. 대표님.”
-대신에 한 달간 주말 골프. 괜찮죠?
난 흔쾌히 대답했다.
“콜~입니다.”
이후 난 그치지 않고 장문기 기자와 최소혜 기자에게도 사진과 영상을 넘겼다.
영화 홍보가 시작되는 날.
모든 힘을 다해 두 사람을 함께 띄워 달라고.
그렇게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힘을 다해 고재수의 홍보 전략을 세운 뒤에야 겨우 전화를 내려놓을 수가 있었다.
그리고 여전히 촬영장에서 죽을힘을 다해 연기하는 고재수를 보며 조용히 다짐했다.
‘재수 씨. 날개를 달아드리겠습니다. 이제 마음껏 날아올라 보세요.’
회귀 전 악역 배우로만 유명했던 고재수에게 이번 생에는 전혀 다른 스타의 삶을 안겨주고 싶었다.
더불어 한국 최고의 성격파 배우란 타이틀도 말이다.
* * *
전화를 끝내자 배우들의 연기를 지켜보던 덕배가 내 곁으로 다가온다.
고재수의 연기를 본 것 때문인지 덕배의 표정은 꽤 상기되어 있었다.
“태풍이랑 재수 씨 연기를 보니까 어때?”
“이제야 연기라는 게 조금은 감이 잡히는 거 같아요.”
“그래? 다행이네. 대신 너무 서둘러서 방금 두 사람처럼 연기하려고 하지는 마. 태풍이나 재수 씨나 두 사람 다 이 업계에서는 지금 탑이니까 두 사람처럼 연기 못한다고 갑갑해 하지 말고.”
“예. 저도 그 정도까지는 생각 안 해요.”
눈높이만 높아지면 연기를 익히는 게 오히려 힘들어질 수도 있었다.
하지만 덕배의 눈에는 언제가 되었든 간에 그곳에 다다르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었다.
“그러면 막간을 이용해서 잠깐 액션 연기라도 연습해 볼까?”
회귀 전 덕배는 엄청난 반사신경으로 유명했다.
어차피 오디션 때는 무술감독이 어떻게 칼을 휘두를지 알려주기 때문에 난 덕배의 재능만을 확인할 생각이다.
“저기로 가자.”
난 덕배를 산장 옆 공터로 데려갔다.
인공눈이 거의 없는 공터에서 마른 나뭇가지 두 개를 꺾어 하나를 덕배에게 건넸다.
“현장에서는 목검으로 검술 대련을 하겠지만 일단 부족하나마 이걸로 해보자.”
“근데 형. 저 검도 해본 적 없는데요?”
“어차피 내일 무술 감독님이 연기하기 전에 리허설을 도와줄 거야. 그냥 네 운동 신경이 어느 정도인지만 보려고 그래.”
덕배가 고개를 끄덕인 뒤 나뭇가지를 손에 쥔다.
“자 그럼 간다? 막기만 해봐.”
“예.”
그 말과 동시에 빠르게 덕배를 덮쳤다.
그와 동시에 덕배가 빠르게 나뭇가지를 움직여 반응하기 시작했다.
탁탁.
빠르게 나뭇가지를 휘둘렀지만 덕배는 단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막아내었다.
검도를 배운 적도 없지만 덕배의 움직임은 예사롭지 않았다.
“제법인데? 그럼 더 빨리 간다? 하압~”
조금씩 속도를 더 올려도 덕배는 곧잘 따라온다.
덕배의 놀라운 움직임을 확인한 순간 액션 연기에 대한 걱정은 사라져 버렸다.
* * *
오디션 날 아침.
헬리콥터를 타고 경주 세트장에 도착했다.
원래라면 하루 전에 지리산을 내려 온 다음 경주로 왔어야 했지만 헬리콥터를 내준 신종기 대표의 배려로 하루 더 천왕산장에 묵을 수가 있었다.
덕분에 덕배는 잠시 짬을 낸 이태풍과 고재수에게 개인적인 연기 레슨도 받을 수도 있었다.
투다다다닥.
우릴 내려주고 지리산으로 다시 향하는 헬리콥터를 보며 손을 흔들었다.
이어서 난 덕배의 옷에 묻은 먼지를 털어주며 말했다.
“덕배야. 어깨 펴. 이제부터 넌 굴렁쇠 엔터의 촉망받는 신인 배우니까.”
덕배는 값비싼 롱 캐시미어 코트를 입고 비싼 정장을 입은 자신의 모습을 어색해했다.
하지만 이내 변한 자기 모습을 받아들이고는 각오를 다진다.
“알겠어요. 형.”
난 덕배의 어깨를 두드린 뒤 세트장으로 가면서 이 업계에 관한 이야기를 해주기 시작했다.
“겸손하되 얕잡아 보이진 마.”
“명심할게요.”
“그리고 늘 카메라들이 지켜보고 있으니까 함부로 인상 같은 거 쓰지 말고. 만약 진짜 화를 낼 일이 생긴다면 그냥 웃으면서 욕해. 알았지?”
“네 형.”
그렇게 2분 정도 대화를 나누며 걸은 후 신라 시대 월성을 재현한 <화란전> 세트장 입구에 도착했다.
오디션 준비를 하던 오복희 PD가 날 발견하고 손을 흔들었다.
“정 팀장님~”
난 곧장 덕배를 데리고 그녀에게 향했다.
덕배를 본 오복희 PD가 감탄을 내뱉는다.
“이야~ 실물로 보니 더 멋진데요?”
병원 앞에서 찍어 보낸 사진은 정돈되지 않은 헤어스타일에 막 입은 옷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검은색 롱 캐시미어 코트에 정장을 입고 있는 데다 웨이브진 단발머리에 가운데 가르마를 타서 양옆으로 넘겨 놓았다.
이 정도면 당나라 유학을 하고 돌아왔다는 엘리트 김법민 역에 어울릴 만한 꾸밈새였다.
“감사합니다 PD님. 그런데 오늘 누가 오디션에 옵니까?”
“다섯 명한테만 연락했는데 에이스 엔터에 서이준이랑 TK 엔터 박정민. 그리고 덕배 포함해서 총 셋만 왔네요.”
제대로 들은 게 맞나 싶었다.
“박정민이요?”
“네. TK 엔터서 키우는 신예라고 하던데 혹시 아세요?”
알다마다.
회귀 전 <화란전>에서 김법민 역을 맡았던 배우가 바로 박정민이었다.
TK 엔터에서 본격적으로 밀어주는 배우인 박정민은 19살의 나이에 180cm의 키로 모델을 겸하고 있다.
스타그램의 팔로워 수는 대략 20만가량 정도.
데뷔 전부터 서울 시내에서 얼짱으로 소문난 터라 그를 영입 하기 위해 엔터 회사들이 줄을 섰었다.
게다가 연기의 재능도 예사롭지 않아 앞으로 원로 배우들로부터 인정받는 실력파 배우로 성장하게 된다.
그리고 또 한 명.
에이스 엔터의 서이준도 만만치 않은 상대였다.
눈처럼 하얀 피부에 중성적인 외모를 가진 서이준은 아이돌을 준비하던 중 연기로 전환한 경우였다.
몇 년 후에는 차세대 꽃미남 배우 4인방 중 한 명으로 성장하게 되는 배우였고.
“다들 만만치는 않네요?”
“솔직히 그 정도 급을 보낼 줄 몰라서 저도 조금 놀랐어요.”
역시 최선을 다해두길 잘했다.
그때였다.
세트장 입구 쪽에서 술렁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오나 보네요. 어? 근데 대표들이······ 왜 왔지?”
서이준과 박정민을 데려온 사람들이 일개 매니저가 아닌 에이스 엔터의 임성학 대표와 TK 엔터의 김태권 대표였다.
‘작정했군.’
조연 역할을 뽑는데 대표가 직접 왔다는 건 압박을 넣으려고 하는 행위.
하지만 난 그냥 보고만 있을 생각은 없었다.
날 만난 이후 잠도 자지 않고 죽을 듯이 노력한 덕배의 열정이 헛된 것이 되어선 안 되기 때문이다.
* * *
임성학 대표와 김태권 대표가 왔기에 오복희 PD에게 인사를 한 뒤 대기 의자로 향했다.
덕배가 입고 있는 롱 캐시미어 코트에 붙은 보풀을 떼어주며 말했다.
“덕배야. 내가 어제 말한 거 있지? 우리 업계는 언제나 전쟁터라고.”
덕배가 묵직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험하다 한들 제 인생만 하겠어요?”
하긴 조폭 사채업자 양아치들의 아귀다툼 속에서 자란 덕배에게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겠다 싶었다.
임성학 대표와 김태권 대표가 오복희 PD와 인사를 마친 뒤 두 배우와 함께 우리 쪽으로 다가왔다.
두 사람 중 임성학 대표가 먼저 말을 꺼낸다.
“정 팀장도 왔네?”
“바쁘실 텐데 어쩐 일로 직접들 오셨습니까?”
“중요한 배역이 걸린 오디션인데 한번은 와 봐야지.”
“다른 회사들은 김법민 역을 대수롭지 않게 보는 것 같던데 대표님은 다르신가 보네요?”
“그건 그놈들이 다 눈이 삔 거지. 정 팀장이 픽한 역할인데. 다들 멍청해서는······”
임성학 대표도 자기 배우인 서이준을 인사시킨다.
“이준아. 인사드려라. 이쪽이 요즘 유명한 정 팀장.”
178cm 정도의 키에 새하얗고 중성적인 페이스를 가진 꽃미남 서이준이 화사한 눈웃음을 지으며 인사한다.
“소문 많이 들었어요. 정 팀장님. 잘 좀 봐주세요~”
“저야말로 잘 부탁드립니다.”
나와 가볍게 인사를 마친 서이준이 곁에 있는 덕배에게 향한다.
“덕배라고 했지? 우리 나이가 동갑이라던데 말 놔도 되지?”
보자마자 반말을 꺼내자 덕배는 덤덤히 대꾸했다.
“처음 본 사이에 말을 놓는 건 좀 아닌 것 같은데요?”
“에이~ 너무 깐깐하게 군다. 야 아무리 경쟁하는 사이지만 같은 업계 동료인데 말 좀 편하게 하면 안 돼?”
덕배는 그다지 관심 없다는 듯 대꾸하지 않았다.
그러자 기분이 상했는지 서이준이 덕배를 보며 말한다.
“근데 말이야······ 네 이름 본명 맞아? 아니지? 튀려고 예명 쓴 거지?”
오디션을 시작하기도 전에 상대를 흔들어 놓는 기 싸움이 시작되고 있었다.
* * *
서이준의 돌발행동에 덕배는 잠깐 당황했다.
하지만 이내 심호흡하고 안정을 찾았다.
“서이준. 나한테 말 편하게 하라고 했지?”
“어. 너도 나처럼 말까. 야 근데 네 이름 진짜로 입에 짝짝 달라붙는데? X라 촌스럽지만 기억에 쏙쏙 남네.”
그 순간 내가 충고한 대로 덕배는 얼굴에 웃음을 띤 채 거친 말을 쏘아내기 시작했다.
“야! 내가 네 친구야? 어디서 보자마자 사람 이름을 갖고 놀려? 죽고 싶어?”
키 185cm의 덕배가 거친 말을 내뱉자 서이준이 깜짝 놀라 몸을 움찔거린다.
“이 이 새X가······”
순간 덕배가 서이준의 어깨에 손을 턱 하니 얹는다.
멀리서 표정만 보면 사이좋은 친구 같은 모습으로.
“욕하지 마 이 새X야. 그리고 이 정도면 엄청 좋게 말해준 거니까 지금 당장 내 눈앞에서 꺼져. 어른들 보는데 개 쪽팔리고 싶지 않으면.”
덕배는 내 앞에서나 얌전했을 뿐 온갖 험한 일을 경험하고 살아온 터라 결코 만만한 성격은 아니었다.
“이씨······”
서이준이 덕배의 손을 털고 뒤로 물러나자 이번엔 임성학 대표가 나섰다.
“이 새X 이거. 뭐가 이렇게 까칠해?”
덕배가 임성학 대표를 천천히 노려본다.
“아저씨는 절 언제 봤다고 이 새X 저 새X 하십니까?”
“하~ 이 새X 보게?”
임성학 대표가 기가 차다는 듯 혀를 차더니 이윽고 날 쳐다본다.
“하여튼 자기랑 똑같은 걸 데려왔구만?”
순간 난 웃으며 대답했다.
“칭찬 감사합니다.”
“뭐 뭐······ 이런 것들이 다 있어!”
설마 감사하다고 대답할 줄은 몰랐는지 임성학 대표는 씩씩대며 얼굴을 붉히기 시작했다.
서이준과 임성학 대표가 기 싸움을 걸어왔지만 결과는 철저한 덕배와 나의 완승이었다.
* * *
에이스 엔터 임성학 대표가 씩씩대며 몸을 홱 하고 돌린다.
“이준아 뭐하냐? 오디션 준비부터 해야지!”
임성학 대표가 사라지자 서이준이 씩씩거리며 덕배를 노려본다.
“너 나중에 보자!”
서이준이 기어코 덕배에게 한마디를 하고 임성학 대표의 뒤를 따라간다.
두 사람이 사라지자 이번엔 김태권 대표가 웃으며 다가온다.
“하여간 임 대표 저 인간은 여전하네. 무슨 현장마다 애들 기 싸움을 붙이는지 원.”
‘당신이 할 말은 아니지 김태권 대표.’
<화란전>의 현장에서는 일 왕후 역할인 TK 엔터 이태연이 기 싸움을 주도하고 있었다.
그런데 뻔뻔하게도 자기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것처럼 군다.
“김 대표님은 제 얼굴이 보기도 싫으실 텐데 왜 여기 현장까지 오셨습니까?”
김태권 대표가 웃음을 터트린다.
“내가 정 팀장을 보기 싫다고? 누가 그래?”
“말도 안 되는 소리 마시고요. 진짜로 왜 오셨습니까?”
김태권 대표가 어깨를 으쓱인다.
“뭐 이 드라마에 우리 TK 출신이 많잖아. 그래서 한번은 얼굴을 비춰야겠다 싶어서 왔어. 우리 정민이도 이번 배역에 관심이 있고 해서 말이야.”
김태권이 곁에 있는 박정민을 가리킨다.
“알지 우리 정민이?”
키가 180cm의 박정민은 모델 활동도 겸하고 있다 보니 옷을 꽤 화려하게 입고 있었다.
“얼짱 모델로 유명한 친구잖습니까?”
“그래. 서로 인사해.”
박정민이 날 보며 무뚝뚝하게 고개를 숙인다.
“반갑습니다. 정 팀장님.”
보통의 모델은 빼빼 말랐지만 검도와 각종 운동을 섭렵한 터라 몸이 근육질이었다.
박정민은 나와 인사를 한 뒤 덕배와는 간단히 악수만을 나눈다.
서이준이 덤벼들었다가 털리는 걸 본 탓이었다.
하지만 박정민의 눈에는 적개심과 경계심이 가득했다.
순간 김태권이 씨익 웃으며 말한다.
“정 팀장. 그런데 오늘은 웬만하면 배역 양보하지? 어차피 우리 정민이한테는 안 될 텐데 괜히 애쓰지 말고.”
“길고 짧은 건 대봐야죠.”
“으하하. 역시 정 팀장이야. 뭘 해도 쫄지를 않아!”
김태권 대표는 뭐가 그렇게 기분이 좋은지 한참을 웃다 박정민과 함께 자신들의 대기 장소로 향했다.
두 팀이 사라지자 덕배가 조용히 말한다.
“형. 둘 다 장난 아닌데요?”
“내가 말했잖아. 이 판 나름 살벌하다고. 그래도 잘 대처했어.”
덕배가 고개를 끄덕이며 답한다.
“꼭 이길게요. 형.”
서이준과 박정민을 만난 덕분인지 덕배의 눈에는 강렬한 투쟁심이 솟아오르고 있었다.
* * *
<화란전>의 김법민 역 오디션.
오복희 PD가 오늘 실전 같은 오디션 펼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 탓에 카메라 감독들이 장비를 세팅하고 상대 역 배우들은 오디션을 돕기 위해 현장에 나타났다.
오복희 PD는 류한준 CP와 한우주 작가와 함께 양옆으로 기와집이 늘어서 있는 서라벌 거리 세트장에 의자를 놓고 앉았다.
그 순간 금은동 AD가 다가와 오디션이 시작할 거라고 알려준다.
“대기하시다가 PD님이 부르시는 순서대로 들어갈 겁니다. 덕배 씨는 마지막 순서인 3번입니다.”
오디션의 순서는 서이준이 1번 박정민이 2번이었다.
스태프들이 모든 준비를 마치자 오복희 PD가 외친다.
“그러면 지금부터 김법민 역 오디션을 시작하겠습니다. 1번. 서이준 씨. 나오세요.”
나만이 알고 있는 <화란전> 최고의 배역 중 하나인 ‘김법민’ 역 오디션이 지금 막 시작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