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98화
398. 한현호 5
어제 윤명희가 병원에 입원한 이후 서재일 검사는 긴급 체포 영장을 법원에 신청했다.
윤명희가 집을 비우자 한현호가 어디냐며 끊임없는 독촉 문자와 전화를 보냈기 때문이다.
그 덕에 오늘 아침.
짧은 스포츠머리의 선임 경찰과 젊은 경찰이 영장을 들고 회의실에 나타났다.
한현호를 확인한 스포츠머리의 덩치 큰 선임 경찰이 영장을 들이민다.
“한현호 씨. 윤명희 씨에 대한 폭행 및 구타 감금······.”
선임 경찰이 영장에 적힌 항목을 열거한 뒤 이어서 미란다 원칙을 고지한다.
“당신은 변호사를 선임할 권리가 있고······.”
한현호가 발끈하며 외친다.
“명희가 날 고소했다고? 걘 내가 죽으라면 죽는 시늉도 하는 애야.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어떤 놈이 시킨 거야?”
스포츠머리의 선임 경찰이 미간을 좁히며 노려본다.
“순순히 가시죠? 여기 보는 사람도 많은데.”
“가긴 어딜 따라가 이 새X들아! 나 안 가!”
한현호는 오냐오냐 대접받던 연예인이다 보니 경찰의 지시마저 따르지 않았다.
선임 경찰이 고개를 젓더니 뒤를 쳐다보며 말한다.
“체포해.”
“예.”
뒤에 서 있던 젊은 경찰이 한현호에게 다가간다.
“같이 가시죠.”
회의실에 보는 사람이 많다 보니 젊은 경찰은 수갑을 꺼내지 않고 한현호의 곁에서 팔짱만 낀다.
하지만 한현호가 몸부림을 치며 저항했다.
“놔! 안 놔? 내가 분명히 말했다. 이거 놓으라고!”
“반항하지 마세요. 이러면 수갑을 채울 수밖에 없습니다.”
“지X! 내가 뭘 잘못했다고!”
그때였다.
퍼억!
한현호가 빼려던 팔이 젊은 경찰의 얼굴을 쳐버렸다.
“큭!”
젊은 경찰이 코를 붙잡고 휘청거린다.
코를 잡은 손 사이로 핏방울이 흘러내렸다.
순간 영장들 들고 있던 선임 경찰의 표정이 살벌하게 변한다.
“공무집행방해죄를 저지르셨습니다. 한현호 씨.”
“이게 무슨 공무집행방해야!”
영장을 들고 있던 경찰은 대꾸하지 않고 한현호의 팔을 꺾으며 발뒤축을 후려 버렸다.
쿠웅!
둔탁한 소리가 울리며 한현호의 몸이 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끄으윽. XX. 아프다고!”
한현호가 비명을 질렀지만 선임 경찰은 눈도 끔뻑 않고 수갑을 채웠다.
찰카닥.
두 팔이 등 뒤로 꺾인 한현호가 발버둥을 치며 외친다.
“다들 보고만 있을 거야? 빨리 곽 팀장 안 부르고 뭐 해? 아아악!”
한현호는 바닥에 깔린 채 법무 담당인 곽무혁 팀장을 찾는다.
그 순간 강감찬 대표가 싸늘한 표정으로 한현호를 쳐다본다.
“우리가 왜 그래야 하지?”
한현호가 배를 대고 엎드린 채로 외친다.
“대 대표님!”
“넌 이미 우리 품을 떠났잖냐. 이제부턴 에이스 엔터에다가 이야기해. 거기가 잘 대해준다면서?”
“그 그게······.”
한현호가 당황했다.
이제껏 자신을 보호하던 기획사가 사라졌다는 걸 이제야 실감한 까닭이다.
더군다나 이런 상황에서 에이스 엔터가 도와줄 거라는 보장도 없다.
강감찬 대표가 무표정하게 경찰들을 쳐다본다.
“경찰 양반. 뭐 합니까? 범죄자를 체포했으면 데리고 나가시지 않고?”
조금 전 한현호가 변호사를 외치자 잠시 멈칫했던 선임 경찰이 묻는다.
“저기······ 한현호 씨는 이 회사 연예인이 아닙니까?”
“조금 전에 계약 해지했으니까 신경 쓰지 말고 데려가세요.”
소속사가 없어졌다는 말에 선임 경찰의 표정이 조금 밝아진다.
“아~ 그렇군요.”
이어 강감찬 대표가 젊은 경찰을 바라보며 말한다.
“그나저나 젊은 경찰분은 좀 괜찮으십니까?. 회사 근처에 병원이 있는데 진료부터 받으시죠. 병원비는 저희가 대겠습니다.”
코를 잡은 젊은 경찰이 고개를 젓는다.
“괜찮습니다. 이 정도는 아무 문제 없습니다.”
강감찬 대표의 호의에 인사를 한 젊은 경찰은 내가 건넨 휴지로 코를 막았다.
그리고는 약간의 감정을 담아 한현호의 팔을 거칠게 부여잡았다.
“으윽! 아 아프다고!”
한현호는 죽는다고 비명을 질러댔지만 경찰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한현호를 일으켜 끌고 갔다.
“대 대표님! 대표님! 제 제가 잘못했어요! 계약 해지 취소해요! 야! 영섭아! 왜 보고만 있어? 빨리 어떻게 좀 해봐!”
한현호가 고개를 돌리고 고래고래 고함을 친다.
그러나 이영섭 팀장을 비롯해 다른 매니저들은 슬그머니 고개를 돌렸다.
철저한 외면이다.
그때 강감찬 대표가 문 쪽을 가리키며 내게 말한다.
“정 팀장. 문 열어 드리지 않고 뭐 해? 경찰분들이 범죄자를 끌고 가느라 고생하시는데?”
“예. 대표님. 이왕이면 1층까지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난 급히 경찰들 앞으로 뛰어가 회의실의 문을 대신 열었다.
그리고 1층까지 기분 좋게 경찰을 안내하기 시작했다.
* * *
띠잉.
엘리베이터가 1층 로비에 도착했다.
로비로 내려오자 매니저들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뭐야? 현호 형이 왜 경찰에 체포돼?”
“혹시 뭐 마약이라도 했나?”
“에이. 저 형은 마약 안 해. 술이라면 또 몰라도.”
다들 말릴 생각도 없이 바라만 보자 한현호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그런데 그때였다.
찰칵찰칵.
최소혜 기자가 로비 바닥에 누워 한현호의 얼굴을 찍어대기 시작한다.
‘스타 특종’이란 연예 신문사를 설립한 그녀는 내가 제공한 단독 기사 기회를 놓치지 않고 온몸을 던지며 촬영하고 있었다.
“찍지 마!”
한현호가 얼굴 사진을 찍히지 않기 위해 애를 썼지만 바닥에 구르며 사진을 찍는 최소혜 기자의 렌즈를 피할 수는 없었다.
충분한 사진을 찍었는지 최소혜 기자가 벌떡 일어나 인터뷰를 시도했다.
“한현호 씨. 여자친구가 뼈에 금이 가서 전치 4주가 나왔다는 걸 알고 계십니까?”
“그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도대체 왜 그렇게 심한 폭행을 하신 겁니까?”
“폭행이라니! 그냥 살짝 부딪힌 것뿐이야!”
“무명 여배우를 유혹하고 질리면 손쉽게 갈아치운다는 소문이 사실입니까?”
“아냐! 아니래도!”
“피해자에게 사과하실 생각은 없으십니까?”
최소혜 기자가 끈질기게 따라붙으며 인터뷰를 이어갔다.
그 와중에도 최소혜 기자는 사진을 찍는 걸 잊지 않았다.
그렇게 영원히 온라인에 박제될 한현호의 굴욕 사진이 탄생하고 있었다.
* * *
한현호가 회사 앞에 주차되어있던 경찰차로 짐짝처럼 실려 사라졌다.
최소혜 기자가 진땀을 닦으며 로비 안으로 돌아왔다.
“고마워 정 팀장.”
“고맙긴요. 그나저나 사진은 잘 나왔습니까?”
“당연하지! 완전 대박이야!”
최소혜 기자가 사진을 보여준다.
일그러진 한현호의 얼굴 사진이 잔뜩이다.
“아래에서 찍어서 그런지 사진이 인정사정없는데요?”
“그래. 그게 바로 다들 셀카를 전방 15도 위에서 찍는 이유지. 아래에서 찍으면 천하의 이태풍도······ 아니다 이태풍은 어디서 찍어도 잘 나오겠네.”
그건 그렇지.
“그리고 한현호의 다른 여자친구 명단도 알려드릴게요.”
“뭐야. 한 명이 아니었어?”
“예. 이수연 박은채 이서니. 세 사람입니다. 세 사람도 무명 배우들인데 폭행에 대한 증언만 따시면 조회수 짭짤하게 챙길 수 있을 겁니다.”
급히 명단을 받아적은 최소혜 기자의 얼굴이 환해진다.
“완전 쓰레기 새X네 이거.”
“뭐 그렇죠.”
최소혜 기자는 그녀들을 찾아가 인터뷰를 따겠다고 말한다.
노이즈 마케팅이라도 이름이 거론되었으면 하는 배우들이니 옳다구나 하고 인터뷰를 해 줄 거다.
일편단심인 윤명희와는 달리 내가 말한 세 사람은 한현호를 이용하려고 만나던 여자들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기자님. 회사 개업식은 안 하실 거예요?”
최소혜 기자는 JH 미디어 사건 이후 조그마한 사무실에서 세 명의 기자들과 함께 ‘스타 특종’이란 회사를 설립했다.
“그럴 시간이 어디 있어? 하나라도 더 취재해야 애들 월급이라도 주지. 오늘도 나 여기 올 때 직원들이 그러더라. 사장님 돈 많이 벌어오세요~ 하고.”
“그래도 날 한번 잡죠. 개업식 축하 선물로 단독 인터뷰해 드릴게요. 정 팀들 전부 돌아가면서~”
“진짜지?”
“도와드린다고 했잖아요.”
최소혜 기자가 감격한 표정을 짓는다.
“고마워. 진짜.”
“고맙긴요. 저 때문에 그 고생을 하셨는데······.”
“에이~ 기자가 취재하다가 유치장 가는 거야 일도 아니지. 그나저나 덕분에 한 가지 목표가 생겼어.”
“뭐요?”
“나 빵빵하게 회사 키워서 JH 미디어 그 새X들······ 반드시 내 손으로 잡을 거야.”
만약 과거처럼 스타 특종이 1위가 된다면 허무맹랑한 소리는 아니었다.
회귀 전 스타 특종은 대형 일간지들과 견줄 정도였기 때문이다.
“아 그리고 강인한 기자도 곧 참여할 거니까. 잘 좀 부탁해?”
회귀 전 스타 특종은 사회부 쪽이 있으나 마나 한 순수 연예신문사에 가까웠다.
그러나 JH 미디어와의 일 덕분인지 연예계와 권력자들의 어두운 곳은 딱 붙어 있다는 걸 알자 신문사가 하는 방향성을 수정했다.
강인한 기자까지 영입해서 사회부까지 통 툴어 다루기로 말이다.
이대로라면 스타 특종은 회귀 전보다 훨씬 더 큰 규모로 발전할 수도 있다.
‘제대로 밀어줘야겠네.’
든든한 파트너가 생겼으니 힘을 다해 도와야겠다.
“하여간 오늘 기사 기대해.”
말을 마친 최소혜 기자는 엘리베이터를 탈 시간도 아깝다며 비상계단을 통해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갔다.
* * *
몇 시간이 지나지 않아 최소혜 기자가 약속한 대로 기사들이 떠올랐다.
[(단독) OST 왕자 한현호. 알고 보니 폭행의 왕자?]
[(단독) 한현호. 굴렁쇠 엔터에서 방출.]
[(단독) 한현호. 부드러운 외모 속에 숨겨진 짐승의 얼굴. 여자친구를 전치 4주 폭행!]
[(단독) 한현호. 긴급 체포!]
[(단독) 한현호 폭력 사건. 추가로 세 명의 피해자들이 등장. 폭행죄로 한현호 고소!]
(댓글)
-한현호. 생긴 건 완전 스윗한데 인성은 엉망이네.
-굴렁쇠 엔터 완전 면도칼임. 사건 당일 바로 손절했음. 변명도 안 함.
-정유진네 회사네. 거기 대표 카리스마로 유명함. 인상도 장난 아님.
-한현호. 이제 백수네. ㅋㅋㅋ
최소혜 기자가 단독 기사를 잘 내준 까닭에 굴렁쇠 엔터는 오히려 호의적인 반응을 얻기 시작했다.
만약 ‘굴렁쇠 엔터의 한현호’라는 말이 먼저 기사로 났다면 전혀 다른 의미로 기억되었을 텐데 말이다.
이래서 언론이 무섭다.
말의 순서 뉘앙스만으로도 전혀 다른 뜻을 전달하기 때문이다.
역시 최소혜 기자에게 미리 와달라고 하길 잘했다.
그때였다.
[발신자 : 임하연 대표]
병원에 있는 윤명희에게 혹시 무슨 일이라도 생겼나 싶어 급히 전화를 받았다.
“예 임 대표님.”
-팀장님. 저예요. 명희.
윤명희가 임하연 대표의 폰을 빌려 전화하고 있었다.
-지금 막 기사 봤어요. 현호 오빠······ 아니 한현호 씨 구속되었다고.
“예. 다 끝났으니 안심하십시오. 저희 회사에서도 퇴출했으니 쉽게 못 풀려날 겁니다.”
-감사······합니다.
“감사는요 무슨. 저희 회사에서 관리를 못 해서 생긴 일인데요. 그나저나 몸은 좀 어떠세요?”
-많이 좋아졌어요.
“하여간 몸조리 잘하시고 회복되면 말씀드린 배역들 최종 컨펌 받으러 가시죠.”
윤명희가 울먹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감사······합니다. 꼭. 이 은혜······ 꼭 갚을게요.
“명희 씨가 건강해지고 열심히 연기하는 좋은 배우가 되시는 게 은혜를 갚는 겁니다.”
-알겠······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윤명희의 목소리에 느껴지는 두려움은 상당히 줄어 있었다.
* * *
지하 2층 녹음실.
서연우는 <화란전>의 OST 앨범 곡으로 가수가 된다는 건 꿈에도 모른 채 지금 막 녹음실에 도착했다고 전화를 해왔다.
가수 2실에서 회의를 하던 나와 이동민 실장은 즉시 지하 녹음실로 내려갔다.
4번 녹음실로 들어가자 방선우는 곡 작업에 한창 몰두하고 있었다.
이틀간 밤잠을 꼬박 새웠는지 머리카락이 부스스했다.
그리고 곁에는 똑같이 머리카락이 떡 진 작사가 장예빈이 가사를 끄적이며 수정하고 있었다.
“두 사람 좀 쉬면서 해도 돼. 아직 시간 많이 남았어.”
방선우와 장예빈이 동시에 고개를 들어 올린다.
방선우가 충혈된 눈으로 씨익 웃는다.
“악상 떠올랐을 때 기본 라인은 다 뽑아 놓으려고요. 그래야 나중에 편곡이 쉽거든요.”
“정 팀장님. 얘. 곡 만들고 편곡만 곡마다 20개씩 따로 만들어요. 근데 웃긴 건 편곡할 때마다 딴 곡이 만들어져요.”
“쳇. 누나도 마찬가지잖아. 가사 더 좋은 거 있다면서 또 쓰잖아. 하긴 그래서 소설을 못 쓰나? 맨날 새 이야기만 써서?”
“야! 이야기가 왜 갑자기 그리로 튀어? 죽을래?”
“뭐야? 누나 아직 소설에 미련 남아 있어?”
“그래! 있어! 내가 죽기 전까지 반지의 여왕이나 황좌의 게임 같은 정통 대하 서사 판타지를 쓰는 게 꿈이야! 왜 이래?”
똑같은 녀석들끼리 티격태격 싸우기에 슬그머니 고개를 돌렸다.
소파 한쪽에 앉은 서연우는 마치 이런 일이 일상이라는 듯 관심을 끄고 장예빈이 써 놓은 가사를 외우고 있었다.
‘하여튼 이 녀석도 집중력 하나는 끝내준다니까.’
서연우는 현재 가이드 보컬로 이곳에 온 거라고 알고 있다.
가이드 보컬이라는 건 악보를 받은 가수들이 작곡가의 의도를 잘못 해석하는 걸 막기 위해 미리 데모 버전을 부르는 가수를 말한다.
즉 서연우는 자기가 오늘 부를 곡이 다른 가수의 곡이라고 알고 있는 상태다.
한참 가사를 곱씹던 서연우도 이제야 우리가 온 걸 알아차렸다.
“오셨어요?”
“그래. 연습은 좀 했어?”
“예.”
오늘 서연우가 부를 곡은 <화연가(花戀歌)>.
극 중 유화 공주를 사모하는 김춘추의 장남 김법민의 테마송이다.
김법민은 원래 역사에서는 태종 무열왕의 장자로 문무왕이 되는 인물.
그러나 <화란전>의 김법민은 유화 공주를 사모하면서도 유화 공주와 왕권을 경쟁하는 김씨 집안의 후계자로 나온다.
그래서 <화연가(花戀歌)>는 김법민이 공주를 사랑하는 마음과 차기 왕권을 노리는 자기 집안의 입장 사이에서 고뇌하는 마음을 담아 불러야 했다.
그때였다.
세팅을 마친 방선우가 서연우를 바라본다.
“연우야. 준비 다 됐어?”
“어. 가사 다 외웠어. 바로 준비할게.”
서연우는 가사가 출력된 용지를 들고 녹음 부스로 안으로 향한다.
방선우는 녹음 부스 안과 대화할 수 있는 버튼을 눌렀다.
“연우야. 아무리 가이드라고 해도 곡 해석은 제대로 해줘. 대충하면 오늘 안 끝낸다?”
“설마 또 가이드만 10시간 동안 부르게 하려고?”
“그러니까 네가 ‘김법민’이라고 생각하고 열렬히 공주를 사모하는 마음을 담아서 불러. 그러면 한 방에 끝내줄게.”
“오케이.”
“그리고 1절이랑 2절은 느낌이 180도 달라지니까 잘 구분해주고.”
“알았대도?”
마이크 앞에 선 서연우가 몇 번 목을 풀더니 고개를 끄덕인다.
방선우가 녹음실 안과 대화하는 마이크 버튼에서 손을 떼고 말한다.
“연우 노래. 들어보시면 깜짝 놀랄 거예요.”
방선우가 씨익 웃으며 녹음 버튼과 반주 버튼을 동시에 누른다.
그 순간 <화연가(花戀歌)>의 반주가 녹음실 스피커를 타고 흘러나왔다.
구슬픈 음색의 피아노 소리가 베이스 멜로디로 깔리며 그 위로 가녀린 비파의 떨림소리가 살포시 얹힌다.
이어서 서연우의 목소리가 나온 순간.
녹음실에선 마법이 펼쳐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