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okie Talent Agent Knows It All Chapter 3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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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76화

376. 고재수 1

최만식 대표가 회사를 떠난 뒤.

구성철 실장이 배우 2실의 팀장들을 자기 방으로 불러 모았다.

구성철 실장은 대견하다는 듯 내 어깨를 두드리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설마설마했는데 결국에는 조민성까지 영입하는구나. 진짜로 수고했다 윤호야.”

난 씨익 웃으며 답했다.

“아직 저희한테 오는 게 3개월은 남았잖습니까?”

“어차피 오는 건 기정사실 아니냐? 민성이 그 녀석. 어지간해서 한 번 내린 결정을 번복 안 하는 성격이잖냐. 자존심이 강해서.”

팀장들이 일제히 그 말을 거들었다.

“실장님. 지금 방 이사랑 배우 1실 식구들은 아주 초상집 분위기랍니다. 우리가 조연급 관리한다며 무시하면서 거드름을 피우고 다녔는데 말입니다.”

“배우 3실은 또 어떻고요. 송지환이랑 성한영이 배우 2실로 온다니까 아예 넋을 놓고들 있답니다.”

구성철 실장이 껄껄대며 웃는다.

다들 내 성공을 마치 자신의 것처럼 기뻐해 주고 있었다.

잠시 후.

박인기 팀장이 희미한 웃음을 지으며 말한다.

“실장님. 이제 모인 이유를 말씀하셔야죠.”

웃음을 멈춘 구성철 실장이 헛기침하며 말한다.

“실은······ 우리가 윤호 널 도울 부분은 없나 상의해 볼까 모이자고 했다.”

그동안 배우 2실을 챙겨줘야 한다고만 생각했지 내가 도움을 받을 거란 생각은 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런 내 태도가 구성철 실장과 다른 배우 2실의 선배들을 미안하게 한 모양이다.

그런데도 시기나 질투를 하지 않고 자기 일처럼 돕겠다는 게 감격스러웠다.

회귀한 이후.

배우 2실과 함께 가기로 한 내 선택이 옳았다고 느껴지는 순간이다.

순간 한 가지 부탁이 떠올랐다.

“그러면 한 가지만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구성철 실장이 가슴을 탕탕 치며 말한다.

“뭐든 말해봐라.”

“그러면 올 연말. 시상식 준비를 미리 부탁드리겠습니다.”

구성철 실장이 고개를 갸웃한다.

“누구 시상식?”

“유진이 태풍이 미소 하나 하루 그리고 체리블라썸이요.”

“성호준만 빼고 전부 다?”

“예. 호준 씨는 내년을 기대해야 할 것 같고 나머지는 준비만 잘하면 수상엔 문제가 없을 겁니다.”

구성철 실장이 밝은 미소로 팀장들을 바라본다.

“하긴 박 팀장이랑 주 팀장이 관리하는 장준혁 배우와 박은성 배우가 올해 제대로 활동을 못 했으니······ 배우 2실에 밀어줄 만한 사람은 정 팀 소속 말고는 없지.”

“맞습니다.”

“그러면 다들 어때? 오래간만에 힘 좀 모아 볼까?”

시상식 준비를 위해선 꽤 많은 일이 필요하다.

시상식에는 인기도가 반영되는 일반 팬들의 표 이상으로 방송계와 기자들의 표가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즉 인맥으로 반쯤 먹고 들어간다는 뜻이다.

그래서 가끔 대중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수상식도 이뤄지곤 한다.

한 달 전부터 팬 기자 방송 스태프들에게 투표 로비도 해야 하는데 이것만큼은 나 혼자만의 힘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올 한 해.

누구보다 고생한 내 연예인들이 회사의 준비 부족으로 상을 못 받는다면?

연예인들 이전에 나 스스로가 납득할 수 없을 것 같다.

“올해 윤호가 얼마나 고생했습니까? 당연히 도와야죠.”

“전 찬성입니다.”

팀장들이 역시나 자기 일처럼 기뻐한다.

따뜻한 팀장들의 배려를 느끼자 이제껏 생각하던 계획 하나를 털어놓기로 마음먹었다.

배우 2실 확장 계획.

조만간 내가 박인기 팀장을 데리고 실로 독립하게 되면 배우 2실은 다시금 예전 조연만 다루던 때로 쪼그라든다.

날 아끼는 이들이 예전 같은 그 천덕꾸러기 신세를 겪게 할 순 없었다.

“실장님. 이왕 말 나온 김에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그래. 뭐든 말해봐라.”

“저기······ 앞으로 제가 영입할 배우들은 2실에서 좀 키워주셨으면 합니다.”

“응? 실장으로 승진하면 네 부서 키우기도 바쁠 텐데 왜 우리한테 넘기려고?”

“머릿수가 좀 많아서요.”

순간 오덕구 팀장이 내 말뜻을 알아차렸다.

“우리 윤호가 1실 3실에서 빼 올 만한 사람들은 다 땡겨 오려는가 본데요?”

구성철 실장의 눈이 휘둥그레지더니 날 쳐다본다.

“정말이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승격할 ‘정 실’에는 배우들을 관리할 매니저들의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더군다나 외부에서도 배우를 더 영입할 예정이었기에 1실과 3실 배우들 대부분을 배우 2실에 넘길 생각이었다.

내가 운영하는 정 실은 소수 정예로 운영하고 배우 2실은 규모를 키우고.

그렇게 되면 서로 상부상조할 수도 있었다.

다만 선배들의 자존심을 건들었을까 봐 조금은 조심스러웠다.

내가 모든 걸 준비해서 떠 먹여준다는 소리나 다름없으니까.

하지만 오산이었다.

박인기 팀장이 껄껄 웃음을 터트린다.

“역시 우리 정 팀장이 선배들 챙길 줄을 안다니까요?”

구성철 실장도 흐뭇하게 웃는다.

“못난 실장 챙기느라 우리 막내가 걱정이 많구나. 허허. 이것 참······.”

너털웃음 짓는 구성철 실장을 보고 급히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실장님.”

구성철 실장이 손을 젓는다.

“죄송은 무슨! 네게 이렇게까지 신경 쓰게 한 게 오히려 미안하지.”

이어 오덕구 팀장과 주영훈 팀장까지 화를 내기는커녕 미안해하고 있었다.

자신들이 유능했다면 내게 이런 걱정은 안 끼쳤을 거라면서.

회귀한 이후.

배우 2실을 지키겠다고 마음먹은 것이 무엇보다 잘한 일이란 생각이 든다.

어떤 상황에서도 든든한 내 아군이 생긴 기분이었으니까.

구성철 실장이 자세를 바로 하고 말한다.

“알겠다. 그 일. 우리가 맡도록 하지. 잘 키워서 네 힘이 되어 주마.”

“감사······합니다.”

“감사는 무슨. 오히려 우리가 감사할 일인데.”

구성철 실장은 내 덕에 회사 내에서 배우 2실의 위상이 가장 커질지도 모르겠다며 한바탕 웃음을 터트렸다.

“그러면 우리 오늘. 회식이나 한번 할까?”

“제가 쏘겠습니다.”

구성철 실장이 미소 띤 얼굴로 천천히 고개를 젓는다.

“윤호야. 이럴 땐 실장이 내는 거다. 그리고 내 품을 너무 빨리 벗어나려 하지 마라. 네가 독립하기 전까진 넌 내 팀장이다.”

구성철 실장의 말에서 배우 2실을 떠나는 날 향한 짙은 아쉬움이 묻어 나왔다.

가슴이 먹먹해진 난 구성철 실장을 향해 힘차게 답했다.

“예. 실장님! 나가기 전에는 계속 얻어먹겠습니다!”

구성철 실장이 가슴을 탕탕 친다.

“그래! 그리고 설령 우리 마누라가 등짝 스매싱을 날려도 연말까지는 버텨 보마! 안심해.”

남은 시간 2개월.

정 팀이 실로 독립하기까지 천천히 시간이 흘렀으면 좋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 * *

회식은 삼겹살집에서 1차로 끝이 났다.

다들 내일 일정이 있었기에 술 대신 콜라와 사이다로 음료를 대신해야만 했다.

천호동 주택가 골목으로 들어가자 열어놓은 운전석 창문으로 가로등 불빛이 쏟아진다.

찬 바람이 불어와 얼굴은 시렸지만 가슴은 따뜻했다.

배우 2실의 선배들이 보여준 인간미에 아직도 취해 있기 때문이다.

집 앞에서 야간 순찰을 하는 경호원들에게 인사를 한 뒤 주차장에 차를 대었다.

밤 10시.

미소가 잘 시간이었기에 조심스럽게 3층으로 향했다.

하지만 2층 계단을 지날 무렵.

문이 달칵하고 열렸다.

동시에 파워터프걸 잠옷을 입은 미소가 눈을 비비며 내게로 달려와 안긴다.

폭신한 잠옷의 솜털이 느껴진다.

품에 안긴 미소가 고개를 들고선 눈을 끔뻑이며 묻는다.

“삼촌. 왜 이렇게 늦게 왔어요?”

“회사에 일이 많아서. 근데 왜 안 잤어? 설마 나 기다리느라고?”

미소가 고개를 끄덕거린다.

“응! 인사하고 자려고요!”

유진이가 하얀 파자마를 입고 나오며 미소의 작은 머리를 만지작댄다.

“미소가 오빠 오면 보고 잔다고 기다리고 있었어요.”

미소가 아무 말 없이 날 더 꼬옥 껴안는다.

그 순간 미소가 왜 이러는지 알 수 있었다.

최지영의 말대로 미소는 <화란전>의 ‘유화 공주’ 캐릭터에 몰입한 이후 그 여파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유진이와 내가 사라진다는 상상.

그 상상을 한 것만으로도 가끔 밤에 잠을 깬다고 한다.

내일 오후에 그 치료를 위해 최지영을 찾아갈 일정이 있었지만 그 전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해야겠다 싶었다.

품에 안은 미소를 살짝 앞으로 떼어놓고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옆으로 넘겨주며 말했다.

“미소야. 삼촌은 어디에도 안 갈 거야. 늘 미소 곁에서 미소랑 같이 지낼 거야.”

미소가 내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묻는다.

“진짜?”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삼촌이 어디에 있든 미소가 보고 싶다면 꼬옥~ 찾아갈게.”

‘설령 다시 회귀하는 한이 있더라도······.’

속마음을 오롯이 담은 대답이 만족스러웠는지 미소가 웃으며 새끼손가락을 들어 올린다.

“약속······?”

난 미소의 새끼손가락을 맞잡으며 답했다.

“약속!”

순간 미소의 얼굴이 웃음으로 가득 차기 시작한다.

“자. 이제 착한 어린이는 어서 가서 자야지?”

미소가 엄마 손을 붙잡은 채 내게 손을 흔든다.

“그럼 삼촌. 빠빠이~”

계림의 둘째인 유화 공주의 아역으로 카리스마를 뿜어내던 미소가 다시 천진난만한 아이로 돌아가고 있었다.

마음에 깃든 어둠을 조금은 덜어놓고 말이다.

* * *

아침 일찍 눈을 뜬 순간 습관처럼 다이어리를 확인했다.

다행히 오늘은 정 팀의 식구들에게 별다른 일이 없다.

안도한 나는 다음으로 포털 연예 기사면을 확인했다.

[<경계 너머로> 관객 수 1200만 명 돌파!]

[이태풍의 차기작 <지리산>에 대한 기대감 폭증!]

‘이제 고재수를 데려와야겠군.’

올해 34살인 고재수는 회귀 전에 악역 연기로 원탑을 찍은 악역 전문 배우다.

앞으로 3년 뒤.

<피의 방>이란 공포 영화에서 주인공을 노리는 살인마 ‘최정우’ 역을 맡아 인생 연기를 보여주며 세간의 주목을 받는다.

강렬한 인상.

카리스마 넘치는 눈빛.

호리호리한 체형.

거기에 방점을 찍는 중저음의 독특한 목소리까지.

탁월한 캐릭터 해석과 대본 분석을 통해 감독이 원했던 느낌을 한 차원 뛰어넘는 캐릭터를 창조해 낸 그는 단번에 무명 시절의 서러움을 털어내고 명품 조연으로 거듭났다.

난 지금 그런 배우를 영입하러 갈 생각이다.

<지리산>의 캐스팅 디렉터로 공포 스릴러라는 이번 영화의 핵심 배역인 사이코패스 살인마를 확정 짓기 위해서.

빠르게 샤워를 마친 난 매니저들에게 전화로 고재수의 위치를 확인했다.

30분도 지나기 전 고재수는 현재 경기도 일산에서 <리얼 상황 24시>란 상황 재현극에서 단역으로 출연 중이란 사실을 알아냈다.

매주 목요일 날 방송되는 <리얼 상황 24시>의 단역으로 나오면서 일당 10만 원에 출연 중이라는 것도.

그런데 매니저도 없이 혼자 일산으로 갔다고 한다.

“돈이 안 된다고 매니저도 없이 연예인을 현장에 혼자 보내?”

잠깐 화가 나긴 했지만 오히려 영입하기에 더 잘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난 짐을 챙긴 뒤 서둘러 일산 촬영 현장으로 향했다.

* * *

경기도 일산 형제 갈비.

KBC <리얼 상황 24시>의 제작팀이 폐업 상태의 고깃집을 촬영용으로 세팅하고 있었다.

워낙에 일정이 바쁘고 오고 가는 사람들이 많은 탓인지 내가 누군지 확인하는 이 하나 없었다.

슬쩍 둘러보니 현장 책임자인 이주환 PD와 주요 배우들은 콘티를 보며 회의를 하는 중이었다.

그사이 현장은 2인자인 양현종 조연출이 맡고 있었다.

“창문이 저게 뭐냐? 귀신 나오겠다! 어서 수리 업체에 전화부터 해!”

“야! 제작부 막내! 주문해 둔 간판은 어떻게 된 거야? 왜 안 와?”

“방금 연락해 보니 10분 거리랍니다. 곧 도착할 겁니다.”

6개월간 문을 닫았던 곳이라 고치고 또 고쳐도 부족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11시까지는 내부 세팅 끝내야 해. 어서 서둘러!”

양현종 AD는 스태프들이나 무명 배우들을 혹독하게 다루는 거로 악명 높던 인간.

갑질은 예사요 가끔 수가 틀리면 폭언은 물론 주먹질까지 하는 인간이다.

고재수를 영입하러 왔기에 굳이 부딪힐 생각은 없었다.

비록 AD라고 하지만 그는 갑 중 갑인 방송국의 인간이니 말이다.

‘그나저나 고재수는 어디 있지?’

이내 세트장 구석에 홀로 쪼그리고 앉아 대본을 보고 있는 고재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저기 있군.’

다소 날카로운 인상이지만 눈이 퀭하게 들어가 있고 광대뼈가 선명하게 드러난 게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언제 현장에서 잘릴지 모르는 조연이다 보니 스트레스로 살이 빠져 홀쭉했다.

안타까웠지만 다행스럽게도 고재수의 외모는 <지리산>의 사이코패스역인 ‘오명진’ 역에 딱이었다.

그때였다.

스태프 한 명이 고재수를 향해 소리를 지른다.

“어이~ 거기. 저쪽 테이블 하나 더 옮겨 줘.”

“예!”

대본을 보던 고재수가 벌떡 일어나 스태프가 가리킨 드럼통 테이블로 향한다.

허리까지 오는 커다란 드럼통에는 넓은 원형 테이블이 얹혀 있다.

제작비가 부족한 이런 현장에서는 단역 배우들이 종종 이렇게 스태프의 일을 돕는다.

현장 스태프들에게 잘 보여 잘리지 않기 위해서였다.

그때였다.

고재수가 테이블을 들다 땅에 떨어뜨리고 말았다.

쿠웅.

아마도 드럼통 안에 뭔가 잔뜩 들어 있는 모양이다.

쿵 하는 소리가 나자 양현종 AD가 인상을 찌푸리며 달려왔다.

“야! 비품 부서지면 네가 변상할 거야?”

그 순간 고재수는 큰 죄라도 지은 듯 황급히 고개를 숙이기 시작했다.

“죄송합니다! AD님!”

“죄송? 죄송하다고 말만 하면 다야? 에이~ XX. 연기만 시켜준다면 뭐든 하겠다고 애원해서 붙잡아 뒀더니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네. 아까도 비품 하나 깨 먹더니 안 되겠다. 야 그냥 가!”

“죄 죄송합니다. AD님. 제가 다 변상하겠습니다.”

“아 됐어! 꺼지라고!”

촬영이 끝날 때까지는 가능한 모른 척하려 했었다.

하지만 고재수가 허리를 반으로 굽히며 애원하는 순간.

내 안의 ‘버럭 정윤호’가 빼꼼히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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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okie Talent Agent Knows It All

Rookie Talent Agent Knows It All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0 Native Language: Korean
Jung Yoon-Ho, the Vice President of Top Entertainment, is betrayed by those closest to him, including his wife and the company’s president. When he dies of terminal stomach cancer, he receives a miraculous second chance at life through regression. This brings him to his early days as a talent agent at Hoop Entertainment where his career first began, and where he encountered people he truly cared about. With a planner of future events and knowledge of what’s to come, Jung Yoon-Ho starts anew as a rookie talent agent. Determined to lift up those who were kind to him before, he navigates the challenging entertainment industry to turn adversity into opportunity in this journey of redemption and transformation. Blurb: Jung Yoon-Ho, the Midas Touch of the Entertainment Industry, regresses to a first-year talent agent. The life of the unrivaled ‘Rookie Talent Agent’ starts n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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