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okie Talent Agent Knows It All Chapter 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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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45화

345. 하루살이 4

나탈리아가 불안한 눈빛으로 내게 묻는다.

“지금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지 저에게 알려주실 수 있으시겠어요? 왜 절 찾아오셨는지도요.”

“얼마든지요. 대신 나탈리아 씨도 그동안 어떤 일이 있었는지 제게 알려주셨으면 합니다.”

“그렇게 할게요.”

난 그녀의 기억을 떠올리기 위해 내가 아는 모든 걸 전했다.

하루와 어떻게 계약해서 데뷔를 시켰는지 사정을 들은 나탈리아는 경계심을 조금 더 풀기 시작했다.

“제 남편 이름이 이형문이었다고요?”

“설마 그 이름도 기억 못 하셨습니까?”

“예. 그냥 남편이 날 때리는 게 너무 무서워서 도망쳤다는 것 말고는 기억나는 게 진짜 없어요.”

“그러면 아들인 하루의 이름도 진짜 기억 안 나십니까? 최근 TV에 자주 나왔는데요?”

“예. 팀장님이 말씀하기 전에는 전혀 몰랐어요. 저 TV는 아예 안 보거든요······.”

“알겠습니다. 그러면 이젠 나탈리아 씨 차례입니다. 나탈리아 씨는 그동안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그 순간 경계심을 푼 김철수 원장이 나섰다.

“그건 제가 말씀드리죠. 그날의 기억은 제가 더 생생하니까요.”

오해해서 미안하다며 김철수 원장은 과거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5년 전.

나탈리아는 이 요양병원의 앞에서 뺑소니 사고를 당했었다고 한다.

다행히 김철수 원장이 새벽에 퇴근하다 사고 현장을 발견했고 그는 곧장 환자를 병원으로 데리고 와 긴급 수술을 해 간신히 목숨을 건졌었고.

그리고 두 달 동안 의식 불명이었다가 깨어난 나탈리아는 남편에게서 도망치다 사고를 겪었다는 기억 이외에는 모든 걸 잊었다고 한다.

김철수 원장은 열과 성을 다해 나탈리아를 치료했다며 과거 이야기를 마무리 지었다.

“신분을 찾아주고 싶었는데 그때마다 패닉을 일으켜서 경찰서에는 가 보지도 못했습니다.”

나탈리아가 고개를 끄덕인다.

“경찰에 갔다가 남편한테 끌려갈까 봐서요······.”

김철수 원장과 이정미 수간호사 덕에 나탈리아는 흔적을 지운 채 그동안 살 수 있었던 거였다.

김철수 원장이 월급은 현금으로 주고 원룸은 이정미 수간호사의 이름으로 얻어주는 식으로 해서.

어쩐지 나탈리아의 흔적을 쉽게 찾을 수가 없더라니 이제야 이해가 갔다.

이야기를 들은 난 김철수 원장에게 감사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사정을 들은 난 곧이어 나탈리아에게 하루를 만나 달라고 부탁했다.

아빠의 패악질로부터 하루를 완벽히 보호할 사람은 나탈리아뿐이었기 때문이다.

“남편이······ 이제는 제 아들을 위협하고 있다고요?”

이형문이 하루의 돈을 갈취하려고 한다고 하자 나탈리아가 눈물을 뚝뚝 흘리기 시작한다.

“자책하지 맙시다. 영희 씨 잘못이 아니잖아요.”

김철수 원장이 나탈리아를 달래자 나탈리아가 고개를 젓는다.

“아뇨. 아무리 힘들어도 아이를 지켰어야 해요. 그랬어야 했는데······ 제가······ 제가······ 무책임하게 아들을 버리고 혼자 도망쳐서 이런 일이······.”

나탈리아의 자책이 깊어지기 시작하기에 난 그녀가 아들을 부탁하고 마을을 나갔었다는 사실을 전했다.

“나탈리아 씨가 마을을 떠나기 전 세리 할머니한테 편지를 남기셨습니다. 돈을 벌어서 하루를 데려오겠다고요. 그때까지 대신 좀 챙겨달라고요.”

난 내 말이 맞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 세리의 할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받은 세리 할머니의 목소리 톤이 한층 올라가 있었다.

-정 팀장. 나딸리아는 찾았는가?

“예. 찾았습니다.”

-아이고! 경사 났네! 경사 났어!

세리의 할머니가 흥에 겨운 목소리로 콧노래를 부른다.

하지만 하루의 엄마가 기억을 잃어버렸다고 말한 순간 세리 할머니는 안타까워하기 시작했다.

-나딸리아가 기억을 잃었다고? 왜? 어떻게?

“나중에 설명해 드릴게요. 그보다 혹시 옆에 계신 세리 아버님한테 영상 통화로 좀 바꿔 달라고 해주실 수 있으세요?”

혹시나 나탈리아가 조금이라도 기억을 되찾을까 싶어 영상 통화를 시도했다.

-잠깐만 기다리게. 정 팀장.

세리 할머니가 뭔가를 이야기하더니 곧장 화면이 바뀌었다.

영상에는 세리의 할아버지 할머니 그리고 세리의 엄마 아빠가 함께 차를 타고 서울로 올라오는 중이었다.

-찾았네!

-진짜였어?

-아이고! 하루 댁!

-나탈리아~ 나야 나. 기억나?

네 사람이 하루 엄마를 본 순간 다들 환호성을 질렀다.

드디어 찾았다고.

특히 세리의 할머니는 눈물을 펑펑 쏟으며 외쳤다.

-아이고~ 나딸리아~ 정말 엄마 얼굴이 기억 안 나?

“엄마······라고요?”

-그래. 나딸리아는 내 딸 하기로 했잖아. 엄마가 없어 외롭다고 해서 내가 엄마 하기로 했잖아. 기억 안 나?

“기억이······ 안 나요.”

그 순간 나탈리아가 눈물을 주르륵 흘리기 시작했다.

가슴을 부여잡고 안타까워하며 말이다.

나탈리아는 세리의 가족들과 한참 통화를 했지만 결국 기억을 떠올리지 못한 채 전화를 끊었다.

익숙하긴 하지만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나탈리아는 눈물을 펑펑 쏟기 시작했다.

“분명히 익숙한데······ 네 분 모두 진짜 익숙한데······ 기억이 안 나요······”

이정미 수간호사가 곁에서 어깨를 감싸 안아준다.

“영희 씨. 이쯤 해. 너무 한꺼번에 기억을 떠올릴 필요는 없어.”

“아 아니에요. 정미 쌤. 조금만. 조금만 더 해 볼래요······ 하루. 그러니까 내 아들이 아빠라는 사람한테 협박을 받는다잖아요?”

“아니 그러다가 쓰러지면 어떻게 하려고? 지금 자기 얼굴이 어떤지 알아?”

기억을 떠올리는 게 쉽지 않은지 안색이 파리해져 있었다.

아무래도 나탈리아의 도움을 받는 건 잠시 미뤄야 할 것 같았다.

아무리 하루의 사태가 위급하다고 한들 나탈리아의 건강보다 중요하진 않으니까.

일단 내가 가진 증거들로 최대한 싸우면서 하루의 엄마가 낫기를 바라는 수밖에.

그런데 그때.

나탈리아가 내 팔을 덥석 붙잡는다.

“결승전 무대. 지금 가도 볼 수 있을까요?”

3부 무대가 시작되기까지는 아직 20분이 남았다.

그리고 3부 무대의 방송 시간은 1시간 20분.

합치면 1시간 40분 정도인데 지금 출발하면 방송이 끝나기 전에 아슬아슬하게 도착할 수 있는 시각이다.

“그렇긴 하지만······ 일단 안정을 취하시는 게 우선일 것 같습니다.”

나탈리아가 고개를 젓는다.

“아뇨. 전 내 아들을 두 번 버릴 수는 없어요. 안 알려주시면 택시를 타고서라도 갈래요.”

하루를 기억하진 못해도 엄마란 사실만큼은 분명히 자각한 나탈리아였다.

그녀는 조금 전과는 전혀 다른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결국 난 알겠다고 말했다.

나탈리아가 굳은 의지를 보인 순간 김철수 원장이 내게 말한다.

“그러면 저도 함께 가겠습니다. 만약에 문제가 생기면 의사가 함께 있는 게 좋을 테니까.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김철수 원장이 다급히 병원 안으로 뛰어들어갔다.

그사이 이정미 수간호사가 나탈리아의 눈물을 닦아준다.

“영희 씨. 너무 무리는 하지 마. 언젠가는 기억이 돌아올 테니까 긍정적으로 마음먹고.”

“예. 그럴게요.”

잠시 후 김철수 원장이 진료 가방을 들고 나타났다.

“가시죠.”

“예.”

난 김철수 원장과 나탈리아를 태우고 수원에서 서울로 향했다.

* * *

방송이 끝나기 10분 전.

가까스로 TVM 스튜디오에 도달했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스튜디오로 들어가니 이미 요리가 끝나고 감평을 준비하는 중이다.

하루는 전채로 숙주나물 냉채를 내놓았고 메인은 안동 소갈비 구이와 뼈를 미리 발라 세팅한 안동 고등어구이를 내놓았다.

디저트로는 안동 사과로 만든 크럼블을 내놓았는데 대부분이 하루가 살던 고향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로 만든 음식들이었다.

반면 이진택은 궁중요리 타락죽을 식전 죽으로 준비했고 갈비탕과 편수를 메인으로 디저트로는 아이스 홍시를 자개가 새겨진 검은 사각 소반 위에 내어놓았다.

하루의 정갈함과 이진택의 화려함은 모든 면에서 대척점에 있었다.

두 사람이 음식을 내놓고 평가를 기다리는 동안 난 무대 옆 스태프 뒷좌석으로 향했다.

무대를 지켜보던 이영진이 나탈리아를 보고 깜짝 놀란다.

“이 이분이 그분이세요?”

“어. 하루 어머니. 나탈리아 씨.”

한창 녹화 중이었기에 이영진이 목소리를 낮췄다.

“잘 오셨습니다. 하루가 많이 기다렸습니다.”

나탈리아가 눈물을 글썽거리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는 말없이 세트장으로 시선을 돌렸다.

마치 본능처럼 그녀는 세트장에서 촬영 중인 하루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그사이 백종석 대표의 최종 평가가 시작되었다.

먼저 하루의 차례였다.

“하루 군. 이제는 마지막 식단입니다. 오늘 한 요리는 대체 어떤 분을 위해 준비한 것인가요?”

하루가 숨을 한번 들이쉬고 대답한다.

“제게 희망을 주신 분을 위해서 만든 밥상이에요.”

“희망이요?”

“네.”

뭔가 이상하다.

엄마를 위한 밥상을 만든 줄 알았는데 왜 희망을 준 사람을 위한 밥상이라고 하는 거지?

‘아 엄마 때문에 힘들 때도 희망을 얻었다는 이야기군.’

백종석 대표가 씨익 웃는다.

“선문답을 좋아하는군요. 좋습니다. 그럼 준결승에서 냈던 요리들은요? 그 요리는 러시아식 음식이었는데.”

하루가 고개를 끄덕인다.

“제게 가족의 소중함을 알려준 분입니다. 그래서 엄마에게 배운 가족의 음식을 대접하고 싶어서 준비했었습니다.”

잠깐?

엄마의 요리를 대접하고 싶다면 다른 사람이라는 소리인가?

‘설마······ 아니겠지?’

백종석 대표가 웃는다.

“그러면 이 세 번째 밥상도 같은 분을 위해 만든 겁니까?”

“예. 제가 현재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쏟아부었습니다. 코스요리를 만든 건 처음이지만요.”

“뜻이 있습니까?”

“저와 함께 시작한 이상 끝까지 함께 해달라는 간절한 염원을 담았습니다.”

백종석 대표가 흐뭇한 표정을 짓는다.

“그게 누군지는 몰라도 참 부럽네요. 하루 군에게 이런 절절한 고백을 들을 수 있다뇨. 자 밝혀주시죠. 그분이 누굽니까?”

하루가 부끄러운 표정으로 대답한다.

“제 매니저인 윤호 형이요.”

순간 머리가 띠잉 하고 울린다.

설마 오늘 그 모든 요리가 날 위한 거였다니.

고맙고.

당황스럽고.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토록 비밀이라고 입을 다물었기에 당연히 엄마를 위한 음식일 거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그 생각이 틀렸다.

나를 위해서였다니!

순간 온종일 하루를 구하기 위해 돌아다닌 모든 일이 헛되지 않게 느껴졌다.

그때였다.

하루가 고개를 돌리며 내게 손을 흔들었다.

“윤호 형. 고마워요~”

그와 동시에 카메라들이 내 쪽으로 향한다.

그때 하루의 눈과 나탈리아의 눈이 마주쳤다.

“엄······마?”

흔들리던 하루의 시선이 다음으로는 나에게 향했다.

이게 어떻게 된 거냐고 눈빛으로 말이다.

그 순간 내 곁에 있는 나탈리아가 눈물을 주르륵 흘리며 입을 열었다.

“모예 사크로비쉬······.”

나탈리아는 일지 못하는 말을 내뱉고는 그대로 정신을 잃고 내 쪽으로 쓰러져 버렸다.

* * *

하루의 엄마가 기절한 탓에 한바탕 소란이 일어났다.

“119! 119! 불러! 빨리!”

생방송이라고 하지만 중간 광고가 들어가길래 5분 정도의 텀을 두고 방송을 송출 중이다.

덕분에 짧지만 대처할 시간이 있었다.

“조정실! 지금 장면 바로 편집 들어가! 그리고 3분만 줘! 그 안에 처리할게.”

조한일 PD가 다급히 부조정실에 지시를 내린 순간 스튜디오 내 1번과 2번 EFP 카메라가 쓰러진 우리 쪽으로 향했다.

난 내 품에 안긴 하루 엄마를 바닥에 천천히 내려놓았다.

함께 온 김철수 원장이 하루 엄마의 상태를 조심스레 살핀다.

어떤 상태인지 알 수가 없어 당황스러웠지만 지금 내가 해야 할 일만큼은 알 수 있었다.

난 곁에서 멍하니 있는 이영진을 다그쳤다.

“영진아. 여긴 내가 보고 있을 테니까 빨리 하루한테 가봐.”

“예. 팀장님.”

선 채로 그대로 얼어버린 하루를 달래기 위해 이영진이 곧장 세트장으로 달려나갔다.

웅성이는 소란 속에서 김철수 원장이 몇 가지 테스트를 한 뒤에야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CT로 다시 확인을 해봐야겠지만 일시적으로 쇼크가 와서 기절한 거 같습니다.”

의사가 판단을 내린 순간 스태프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난 곧장 김철수 원장에게 부탁했다.

“원장님께서 하루 어머님을 병원에다가 데려다주십시오. 방송이 끝나면 병원으로 찾아가겠습니다.”

김철수 원장이 잠깐 고민하다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면 제가 병원에 가서 상태를 파악하고 연락드리죠. 그리고 영희 씨와 하루 군을 만나게 하는 건 환자 상태를 봐서 결정하시죠.”

“예. 원장님 뜻대로 하겠습니다.”

김철수 원장이 응급처치하는 모습을 보며 잠깐 생각에 잠겼다.

‘기억을 되찾은 게 틀림없어.’

대체 얼마만큼 기억이 되돌아왔는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하루를 알아본 것만은 확실했다.

‘그런데 모예 사크로비쉬가 뭐지?’

무슨 말인지 가늠조차 되지 않았기에 검색조차 할 수가 없었다.

그 순간 새하얗게 얼굴이 탈색된 하루가 이영진의 손을 잡고 우리 쪽으로 걸어왔다.

하루가 넋이 나간 표정으로 말한다.

“모예 사크로비쉬(Моё сокровище)······ 엄마가 늘 제게 하던 말이었어요.”

몇 년을 떨어져 있었는데도 그리움이 가시지 않는 듯 하루의 목소리에는 애절함이 담겨 있다.

“그게 무슨 뜻인데?”

하루는 눈물을 주르륵 흘리며 다시 한번 말을 꺼낸다.

“나의 보물······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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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okie Talent Agent Knows It All

Rookie Talent Agent Knows It All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0 Native Language: Korean
Jung Yoon-Ho, the Vice President of Top Entertainment, is betrayed by those closest to him, including his wife and the company’s president. When he dies of terminal stomach cancer, he receives a miraculous second chance at life through regression. This brings him to his early days as a talent agent at Hoop Entertainment where his career first began, and where he encountered people he truly cared about. With a planner of future events and knowledge of what’s to come, Jung Yoon-Ho starts anew as a rookie talent agent. Determined to lift up those who were kind to him before, he navigates the challenging entertainment industry to turn adversity into opportunity in this journey of redemption and transformation. Blurb: Jung Yoon-Ho, the Midas Touch of the Entertainment Industry, regresses to a first-year talent agent. The life of the unrivaled ‘Rookie Talent Agent’ starts n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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