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28화
328. 타격 3
박상곤 의원의 보좌관 유상기가 목을 매었다는 소식에 최은태 회장이 테이블을 쾅 하고 두드린다.
“그놈의 구치소는 대체 일을 뭐 그따위로 하는 거야!”
아들인 강은기도 구치소에서 칼을 찔릴 뻔한 데다 박상곤 의원의 비서까지 목을 매었다는 소식에 최은태 회장은 분을 참지 못했다.
“그래서! 그놈 상태는 어때?”
“다행히 빨리 발견해서 죽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의식 불명이라고 합니다.”
최은태 회장이 짧게 한숨을 내쉰다.
“유서는?”
“나왔습니다.”
“뭐라고 적혀 있었나?”
“제가 알아본 바에 의하면······ 모든 죄는 자기가 저질렀다는 내용과 박 의원과 가족들에게 미안하다는 뭐 그런 것들이었습니다.”
최은태 회장이 헛웃음을 짓는다.
“세상 더러운 건 다 봤고 놀랄 만큼도 놀랐다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이놈의 세상은 가늠이 안 되는군.”
그는 정치인들의 더러운 짓거리에 넌더리가 난다는 표정을 지었다.
“혹시 박 의원이 그 자살 사건과 연루되었다는 증거를 잡을 수는 없을까?”
“유상기 그 친구. 무려 20년간 박 의원을 보좌한 최측근입니다. 꼬투리 잡힐 일은 알아서 정리했을 겁니다.”
최은태 회장이 미간을 찌푸린다.
별다른 해결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지 말없이 탁자를 톡톡 두드리면서.
결국 한숨을 내쉰 최은태 회장이 내게 무안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정 팀장. 아무래도······ 시간이 좀 걸리겠는데?”
곁에 있던 강감찬 대표도 애써 밝은 표정으로 내 어깨를 톡톡 두드린다.
“너무 상심하지 말자 기회는 반드시 올 테니까. 아니지. 반드시 온다.”
다이어리의 일정이 사라지지 않을 때부터 어느 정도는 예상했지만 막상 현실로 닥치자 조금은 씁쓸했다.
그렇다고 해도.
난 여기서 포기할 생각은 없었다.
회귀 전에는 이보다 더 심한 일에도 굴복하지 않았던 나니까.
“이번에 균열이 생겼으니 다음번에는 더 쉬울 겁니다.”
최은태 회장이 헛기침을 한번 내뱉고 말한다.
“정 팀장 덕에 절묘한 패를 잡았는데 내가 참 면목이 없구먼.”
“아닙니다. 사람이 신도 아닌데 어떻게 모든 걸 다 미리 내다 봅니까?”
“그럼 자네는 이제 어떻게 할 건가?”
난 어깨를 쫙 펴고 말했다.
“늘 하던 걸 하려 합니다.”
“뭘?”
“친구를 늘리고 적을 밟아야죠.”
김동수가 정직을 당한 3개월.
그동안 최대한 그 밑에 있는 매니저와 배우들을 흔들어 내 쪽으로 끌어온 뒤 김동수에게 치명타를 날릴 생각이다.
그리고 강감찬 대표를 배신한 방상영 실장 아니 이젠 이사가 된 방상영 이사에게도 말이다.
최은태 회장이 헛웃음을 짓는다.
“내가 다른 건 몰라도 말년에 운은 있나 보군. 자식도 찾았고 그 자식 곁에 이리 든든한 친구가 있으니 말이야.”
최은태 회장의 평가에 강감찬 대표도 고개를 끄덕인다.
“이거 저희가 이젠 은퇴해야 할 것 같지 않습니까? 회장님.”
“그러게나 말일세. 우리는 이제 늙었는지 이리 실망스럽고 기운이 빠지는데 젊은 친구라 그런지 패기가 넘쳐흘러.”
최은태 회장과 강감찬 대표가 날 기특하다는 표정으로 쳐다본다.
“박 의원은 내가 다른 방식으로 처리해 보겠네. 시간은 걸리겠지만 내 아들을 위해서라도 포기하지 않을 테니 걱정하지 말게.”
“예. 회장님.”
최은태 회장이 고개를 끄덕인 뒤 강감찬 대표를 쳐다본다.
“자자. 그러면 다음 일이나 이야기해보세. 방 실장 아니 방 이사. 그 친구는 이제 어떻게 움직일 거 같은가?”
“방 이사는······.”
강감찬 대표는 앞으로 일어날 일과 그에 대한 계획을 하나둘 털어놓기 시작했다.
어떻게 방상영 이사를 꺾고 배우 3실에 타격을 입히고 최만식 일파와 싸울지를 말이다.
완벽한 승리는 아니었지만 이번 일로 회사의 축이 강감찬 대표의 라인으로 상당히 기운 것만큼은 사실이었다.
* * *
지난 이틀간 굴렁쇠 엔터는 자체 감사를 벌이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동안은 서예종 라인의 반대 때문에 엄두도 못 내었지만 강명길 팀장이 저지른 짓 때문인지 아무도 반발을 하지 못했다.
더군다나 김동수 실장과 이기철 이사마저도 얽혔다는 소문이 돌았기에 전에 없던 강력한 감사가 연일 이어졌다.
굴렁쇠가 이런 소란을 겪고 있는 동안 대한민국도 박상곤 의원의 뇌물 수수 의혹으로 난리가 나 있었다.
일개 의원이 아닌 여당 당 대표가 얽힌 일이었기 때문이다.
회사 지하 주차장에 차를 대고 포털 뉴스를 클릭하자 관련 내용이 모든 기사면을 덮고 있었다.
[유상기 보좌관. 자살 시도. 여전히 의식 불명.]
[여당 당 대표 박상곤 의원. 유상기 보좌관의 개인 일탈을 사죄!]
[자신의 선거자금을 만들기 위해 20년을 모시던 의원의 이름을 판 보좌관.]
[박상곤 의원. 눈물의 기자회견. “난 땡전 한 푼 받은 적이 없다!”]
난 수많은 기사 중 가장 조회수가 많은 기사를 클릭했다.
기사에 달린 영상에는 박상곤 의원이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는 머리 위로 대국민 사과라는 플래카드를 큼지막하게 달아놓고 자기가 부덕한 탓이라며 연신 머리를 조아렸다.
심지어 자기는 돈 욕심이 없다며 모든 재산을 사회에 헌납할 생각이라고 외쳐대고 있었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같은 당 의원들이 나서서 박상곤 의원을 비호하기 시작했다.
박상곤 의원은 보좌관을 믿은 죄 밖에 없는 순수한 사람이라는 둥 얼마나 억울했으면 전 재산을 내놓겠다고 했겠냐며 말이다.
덕분에 박상곤 의원의 사퇴 여론은 점점 잦아들기 시작하고 있었다.
“여당 당 대표가 대단하긴 대단하네.”
조금 아쉽긴 했지만 그래도 차기 대통령으로 가장 유력한 사람의 앞길에 가시밭길을 깔아 놓았다는 건 나름의 큰 소득이었다.
“박 의원님. 이번엔 운 좋게 넘어갔지만 다음엔 다를 겁니다.”
당장은 그를 어떻게 할 방법이 떠오르진 않지만 최만식과 어울리는 이상 반드시 그는 비슷한 사고를 칠 게 뻔했다.
난 그때를 기약하며 가짜 눈물 쇼를 벌이는 박상곤 의원의 영상을 꺼 버렸다.
그리고 나는 이수찬에게 도착한 까톡을 확인했다.
[이수찬 : 형님. 김동수에게 몰카 사진이 넘어간 10명 중 5명은 영입 완료했습니다. 이제 고소 준비할까요?]
몰카 피해자들은 아무리 뒤를 지켜준다고 해도 100명 중 1명도 증언을 할까 말까였다.
연예인이라면 1000명 중 1명이 고백을 할까 말까였고.
그런데 현역 연예인 거기다 아직 김동수에게 몰카 협박을 받지 않은 연예인들이라면 10명이 다 있어도 증언한다는 확신을 할 수 없었다.
[정윤호 : 아니. 최대한 많은 사람이 필요하니까 10명 다 부탁하자. 비용은 나중에 치를게.]
[이수찬 : 돈 걱정은 마십시오. 형님.]
내가 김동수를 노린다는 걸 알기에 이수찬 역시도 서두르겠다고 말했다.
까톡 대화를 끝낸 난 차 시동을 끄고 차에서 내렸다.
엘리베이터 앞으로 가자 발령 공지가 LCD 스크린에 떠 있었다.
[인사 발령 공고]
1. 강명길 팀장 (해고)
2. 이기철 이사 (해고)
3. 김동수 실장 (정직 3개월)
————–
4. 방상영 실장 (이사 발령)
5. 최은석 팀장 (배우 1 실장 발령)
6. 강도운 대리 (팀장 발령)
7. 이영진 사원 (대리 발령)
8. 도란희 사원 (대리 발령)
회귀 전 굴렁쇠가 쪼개질 때까지 두 라인 사이에서 줄타기하던 방상영 이사였으나 이번엔 제법 승부수를 빨리 던졌다.
“방 이사님. 어쩌자고 그런 썩은 동아줄을 붙잡습니까? 예?”
난 방상영 이사도 김동수와 함께 치워야겠다고 생각하며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사무실로 올라가자 이영진이 어색하게 웃으며 날 반겼다.
“오셨습니까 팀장님.”
“승진 축하해. 공고 봤지?”
“예. 팀장님이 힘써 주신 덕입니다.”
곁을 힐끔 쳐다보니 함께 승진한 도란희 역시도 어색한 표정이다.
“승진했는데 분위기가 왜 이래?”
이영진이 머리를 긁적이며 주위의 눈치를 살폈다.
검찰이 회사를 뒤집어 놓고 간 탓인지 모두가 불안해하고 있었다.
난 정 팀 멤버들이 힘 빠진 모습을 보기 싫었기에 즉시 회의실로 모이란 지시를 내렸다.
잠시 후.
이태풍을 따라 지방 무대 인사를 돌고 있는 이대호를 제외하고 정 팀의 전부가 다 모였다.
배우 담당과 가수 담당.
메이크업을 담당하는 양소리 대리와 스타일리스트 이미리 대리 부부 마지막으로 홍보 담당 김미혜 대리까지.
다들 회사의 미래에 대한 불안한 속내를 감추지 못하는지 안색이 어두웠다.
“다들 주목.”
나는 박수를 쳐 모두의 시선을 모았다.
술렁이던 소리가 사라지고 모두의 눈이 나에게 향했다.
“다들 불안해하시는 거 압니다. 하지만 회사가 망할 것 같았다면 신규 발령 같은 걸 하고 있었겠습니까? 그리고 이번 일은 강 대표님이 얽힌 일도 아니니까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하지만 다들 안심하는 표정이 아니었다.
잠깐 고민하던 난 내가 일개 팀원일 때를 떠올려 말했다.
“그리고 이참에 제가 약속 하나 드리죠. 만약 굴렁쇠에 무슨 일이 생긴다면 여기 있는 모든 멤버들은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그러니까 안심들 하세요.”
그제야 팀원들의 얼굴에 화색이 돋기 시작한다.
“물론 이건 최악의 경우를 가정한 겁니다. 감사가 끝나는 대로 모든 업무가 정상화될 거니까 걱정하지 마시고 자기 맡은 일만 잘하세요.”
이영진이 머리를 긁적이며 대답한다.
“죄송합니다. 워낙에 기자들이 엔터 회사를 집중적으로 때려서 저도 모르게 좀 쫄았나 봅니다.”
도란희도 그 말에 공감했다.
“아 진짜 제가 어지간한 일에는 안 쪼는데······ 이번엔 좀 쫄았어요.”
“우리 란희가 쫄기도 하는구나.”
“전 뭐 사람도 아니에요?”
“어. 그런 줄 알았지.”
“뭐예욧?”
난 쌍심지를 뜬 도란희의 눈빛을 웃어넘기며 모인 김에 회의나 하자 말했다.
어차피 자리로 돌아간들 일이 제대로 손에 잡힐 리가 없으니까.
“자. 그러면 바로 오전 회의부터 시작합시다.”
우선 이태풍의 건.
이태풍이 출연한 <경계 너머로>는 내일 500만 고지를 돌파할 거로 예상되는 중이다.
“지금 추세라면 이달 안에 천만 관객은 너끈할 거로 예상합니다.”
“잘됐네요. 그리고 태풍 씨 광고를 본격 수주하는 건 천만 관객이 넘고 나서입니다. 아시겠습니까?”
“알겠습니다. 대신 지금 광고 중에 알짜배기는 따로 빼서 정리해두겠습니다.”
“그러세요. 그리고 하루 ‘먹방의 테이블’ 쪽은 어떻게 되어 갑니까?”
하루가 출연하는 <먹방의 테이블>은 이제 4강 경연을 앞두고 있다.
“경쟁 상대들이 만만치 않은데 현장에선 최소 준우승을 예상하는 분위기입니다.”
“이왕이면 우승이 좋죠. 홍보 잘해서 대비하세요. 결승전은 라이브로 방송에다 시청자 투표도 반영하니까.”
“예. 팀장님!”
배우 쪽 지시를 끝낸 뒤 이번엔 가수 회의로 넘어갔다.
“하나의 데뷔곡이 공개된 지 3주가 지났지만 음원 성적은 여전히 상승세에 있고요. 공중파에 출연한 이후 하나 튜브의 구독자 수도 20% 이상 상승했어요.”
9월 12일에 데뷔한 강하나는 현재 3주 연속 1위를 하고 있는데 다음 주도 1위가 유력했다.
경쟁자인 이브원은 강하나와 김종훈에게 밀려 3위를 유지하다 보니 일본 진출을 서두를 거라는 소문이 돌고 있었다.
그때 은지유 대리가 체리블라썸에 관해 이야기를 꺼냈다.
“저 이동민 실장님께서 체리블라썸의 컴백 날짜를 확정 짓자고 하시던데요.”
원래 체리블라썸은 10월 초에 컴백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강하나가 흥행을 이어가고 있었기에 서로 충돌하지 않도록 일정 조율이 필요했다.
“10월 중순 지나서 17일이나 24일 정도에 하는 게 어떨까 싶습니다.”
강하나는 너튜브 플랫폼이 주력이기에 5주 1위를 하고 나면 활동을 중단할 예정이다.
방송에 매일 너튜브 방송까지 하다 보니 체력이 달린 까닭이었다.
“그러면 가수 2실에는 그렇게 전할게요.”
“나중에 제가 이 실장님을 찾아뵐 테니 그때 자세히 논의하자고 전해주세요.”
회의가 끝날 무렵 난 팀원들에게 마지막 지시를 내렸다.
“그리고 오늘 점심 먹고. 정 팀은 모조리 외근 나갈 겁니다. 그렇게 보고 올리세요.”
“예??”
“어차피 감사 때문에 회사 분위기도 흉흉하니까 점심 먹은 후에는 그냥 현장이나 돌죠.”
순간 외근을 핑계로 일찍 퇴근하라는 이야기를 다들 알아차렸다.
팀원들의 입꼬리가 자연스레 올라간다.
“그리고 오늘 점심은 제가 쏘겠습니다. 다들 한우 명가 앞으로 모이세요.”
한우로 점심을 사겠다고 한 순간 팀원들의 얼굴에는 꽃이 피고 있었다.
회의를 끝내고 직원들이 하나둘 자리로 돌아갔다.
홀로 남아 회의실 뒷정리를 시작하자 묘한 기분이 내 온몸을 감쌌다.
내 팀원들이 회사가 책임져 준다는 것보다 내가 책임진다는 말을 이 정도로 더 좋아할 줄은 몰랐으니까.
예전엔 타인의 인생을 책임지는 게 무겁다고만 생각했었는데 책임을 지겠다고 말한 순간 내가 더 강한 사람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 * *
한우 명가에서 배 터지게 점심을 먹은 뒤 팀원들에게 알아서(?) 외근을 가라고 지시했다.
도란희가 배를 통통 두드리며 묻는다.
“팀장님은 이러고 회사로 돌아가시는 거 아니시죠?”
“당연하지. 나도 오늘은 외근.”
“어디 가시게요?”
“천호동. 오늘 연우 이사하는 날이잖아. 우리 집 맞은편으로.”
도란희가 깜빡했다며 말한다.
“아~ 그럼 팀장님. 저도 갈게요.”
“아니. 오늘은 좀 쉬어. 도와줄 사람들은 다 불러놨으니까.”
보컬 트레이너 서연우의 할머니는 약을 먹기 시작하면서 상태가 호전되기 시작했다.
특히 최근에는 치매가 발병하기 전과도 거의 차이가 없었기에 겨우 이사를 시도할 수 있게 되었다.
만약 할머니가 정신이 없을 때 이사를 했다간 적응하지 못하고 원래의 집으로 돌아가려고도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자. 그러면 다들 외근(?) 잘하시고 내일 뵙죠.”
난 따라오겠다는 팀원들에게 절대 안 된다고 한 뒤 천호동으로 향했다.
서연우가 이사 오는 집은 유진이의 집 바로 맞은편 2층집.
원래 살던 노부부가 아들네로 가게 된 터라 싼값에 월세를 내놓았다.
다른 곳의 쓰리룸 가격이나 다름이 없는 데다 주인집 아들이 할머니를 위해 이미 리모델링을 한번 해놓은 터라 서연우와 할머니가 들어오긴 딱이었다.
더군다나 유진이의 집 앞에 있는 경호원들이 만에 하나의 사태를 대비하기도 좋았고.
집에 차를 댄 나는 곧장 건너편 집으로 향했다.
이미 짐은 다 내려놓은 상태였고 유진이와 미소가 머리를 질끈 묶고 이삿짐을 정리하는 걸 돕고 있었다.
“어. 오빠!”
“삼촌! 나 새 옷 입었어요!”
“와~ 우리 미소 예쁜데?”
유진이와 미소는 어디서 구했는지 분홍색 머리 두건과 드레스형 앞치마를 걸치고 있었다.
함께 짐을 정리하던 서연우가 밝은 얼굴로 날 반긴다.
“형. 오셨어요?”
“연우야. 할머니는?”
“아 안방에서 침구 정리하고 계세요.”
“잠깐만. 인사 좀 하고 이야기하자.”
난 주방에서 정리 중인 세 사람을 두고 안방으로 향했다.
똑똑.
“들어오세요.”
낮고 다정한 목소리를 들은 순간 묘한 떨림이 일기 시작했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예전과는 달리 힘이 담겨 있었으니까.
“형. 들어가 보세요. 할머니가 오늘 아침부터 형 보고 싶어 하셨어요.”
첫 만남 이후 직접 뵙는 건 오늘이 처음.
난 설레는 심정으로 방문을 천천히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