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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 떠오르는 달 지는 달(5)
희망은 언제 찾아오는가·
반드시 절망적인 순간에 찾아온다· 그렇다면 절망은 언제 찾아오는가· ···이 또한·
희망적인 순간에 찾아온다·
* * *
“협회장님! 검은 달이 대미지를 입 고 있습니다! 인류의 마법이 효과가 있어요! 틀림없습니다!!”
첫 소식이었다·
“엘프왕 꽃서린과 삭월탑주 루드릭 을 필두로 회공시월이 움직이지 못 하도록 붙잡고 있답니다!”
정말이 ス1 희망적이었다·
네임드 마법전사들의 활약으로 회 공시월은 검은 달을 제대로 보호하
지도 못한 채 공격을 방어하기에 급 급했고 검은 달에서는 더 이상 괴 생명체가 나오지 않아 인류의 마법 은 아주 훌륭하게 타격이 들어갔다·
끼에에에에-!!
간혹가다 검은 달에서 불쑥 솟아 난 드래곤이 비명을 질러댔으나 인 류는 더 이상 겁먹지 않았다·
‘저것이 저항하지 못하는구나·’
‘태어나기 전에 타격하여 부술 수 만 있다면 저렇게나 약한 존재구 나·’
‘검은 달을 인류의 기술로 만지게 된 이상 회공시월은 더 이상 우리
의 적수가 아니구나···
그런 안일한 희망을 품고 말았다·
단일된 하나의 적을 물리칠 수 있 다는 자만은 아군의 결속력을 흐트 러뜨리게 마련· 몇몇 국가는 제멋대 로 공중전함을 운용하여 검은 달에 가까이 접근하도록 명령하였다·
“이봐 잠깐! 근처의 공간이 일그 러졌다고 일전에 브리핑하지 않았 나?”
“예 그렇습니다만 경고를 전혀 듣 지 않고 있습니다· 검은 달을 부순 뒤 나오는 파편을 가장 먼저 수확할 작정으로 보입니다·”
“이런 미친놈들! 당장 경고해!”
당연하지만 뒤늦게 아류문이 말린 다고 해서 말릴 수 있는 상황이 아 니었다· 기껏 명령해 보ト야 돌아오는 대답은 ‘이미 출전해서 뱃머리를 돌 릴 수 없소’라든가 ‘검은 달 인근의 마력 파장 때문에 명령을 전달하기 가 어렵소’라는 말도 안 되는 변명 을 늘어놓을 뿐이었다·
”제기랄 너희들이 제멋대로 굴면 문제가 연달아 터진단 말이다!”
-걱정 마시오· 우리도 우리 나름대 로 생각하는 바가 있으니·
아류문이 두려워하는 것은 두 가지
였다·
첫 번째는 저들의 출항을 확인한 다른 경쟁 국가에서 이에 질세라 연 달아 병력을 보내는 것!
“지휘관님· 뒤이어 전함을 출항시 키는 부대가 속속 나타나고 있습니 다·”
“···그래 그렇겠지· 처음에는 눈 치가 보이기도 하고 과연 저래도 되는지 위험하진 않을지 걱정하던 놈들도 남이 먼저 하기 시작하니까 뒤늦게 출항할 거야·”
그들은 생각한다·
‘그래도 저 국가가 출항하니까 괜
찮지 않을까?’
혹은·
‘저 국가에서 안전하다고 분석했으 니 안전하지 않을까?’
오랜 기간 검은 달과의 전쟁 속에 서 처음으로 잡은 승기였다·
판단력이 일순 흐려지는 것도 이해 는 갔다·
하지만 아류문이 진정으로 두려워 하는 경우는····
투쾅-!!
하늘에서 울려 퍼지는 폭발음에 온 사방의 대지가 진동하였다· 단순히
마법이 폭발했을 때와는 차원이 다 른 폭음이었다·
“저 전함이···!!”
아류문은 이를 꽉 깨물고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분명 형체도 없고 저항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을 터인 검은 달의 흑색 용이 갑작스레 기다란 팔다리를 뻗 어 전함을 움켜쥐어 박살 내고 있던 것!
마치 먹잇감을 기다리듯 검은 달 은 인내하고 또 인내하여 수십 척의 전함이 자신의 품 안에 들어올 때까
지 기다리다가 한꺼번에 아가리를 쩌억 벌려서 모조리 박살 내 흡수하 고 말았다·
“제기랄 이래서는 기껏 입힌 대미 지를 모두 수복하겠군···!”
아류문은 그리 생각했다· 흑색용의 형체가 전함에 탑승한 인간들을 흡 수하는 이유는 틀림없이 상처를 수 복하기 위함이라고·
하지만·
“이 이상합니다· 저희가 입힌 대미 지는 전혀 수복되지 않고 있습니다· 오히려 그 에너지는 내부로 깊이 들 어가서··· 어딘가로 사용된 뒤에
버려지고 있습니다·”
“뭐라고? 설마 괴생명체를 또다시 탄생시키려는 것은····”
“그것도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불 순물을 뱉어낼 때 특유의 파장이 전 혀 보이지 않습니다·”
“제길 모르겠군· 이렇게 된 이상 공격을 멈추지 말라고 전해라! 저 멍 청한 것들이 실패했으니 더 이상 멍 청한 짓을 벌이는 부대는 없겠지!”
이변이 발생했으나 차라리 이마저 도 기회로 삼을 수 있다면 좋을 것 이다·
그렇게 희망했던 아류문이었지만·
“···비상사태입니다·”
검은 달을 관측하는 계기판에 모조 리 붉은 등이 들어왔다· 불길한 징 조였다· 더욱 무서운 점은 검은 달 의 활동은 이전과 다를 바 없이 평 온했다는 점·
그럼에도 위기를 알리는 붉은색 등 이 들어온 이유는····
너무나도 터무니없었다·
“검은 달에서 태어나기 시작한 흑 색용이··· 마법을 마법을 흡수하 기 시작했습니다···!”
“흡수? 아니야· 저건 흡수가 아니야·”
아류문은 검은 달로 향하는 마법이 소멸되는 모습을 보며 머리가 아찔 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저건 그저 단순히··· 마법을 무 효화하고 있을 뿐이잖나···
너무나도 단순한 현상이었으나·
마법사로서 도무지 이해하기 힘들 며 받아들이기 어려운 현상이었다····
“그래도 아직은 타격이 유효합니다! 6클래스 이상의 마법은 무효화가 제 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습니다!”
아직까지는 괜찮았다·
희망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다·
아류문은 피를 토하듯이 외치며 말 했다· 마지막 힘을 쥐어짜 내서라도 최대한 검은 달을 부수라고· 조금이 라도 더 상처입혀서 이윽고 태어날 ‘어떤 존재’가 불완전하도록 만들어 야만 한다고·
투쿵···!!
어디선가 울려 퍼지는 공간의 굉음·
“···비상사태입니다· 회공시월이 엘프왕 꽃서린을 비롯한 9클래스의 비대칭 전력 셋이 쓰러졌습니다·”
아류문은 황급히 회공시월을 향해 시야를 돌렸다·
수천 명의 병력이 집결되어 ‘대
십이신월 정예부대’로서 소집된 이 들이 모조리 쓰러져 있었다·
공간 전체를 아예 접어버린 것인지 대지가 운석에 충돌이라도 한 것처 럼 움푹 들어가 있었는데 그 한가 운데에 스텔라 아카데미의 소년 마 유성이 쓰러져 있었다·
파스스스···
회공시월의 상태 또한 멀쩡하지는 못했다· 그는 굉장히 분노한 표정으 로 검은 달을 바라보고 있었다· 고 작해야 몇몇 소수의 인간 따위에게 발목이 붙잡혀서 검은 달이 조금이 나마 파괴되었다는 사실에 굉장히 열이 받은 것이다!
그때 아류문은 안심했다·
‘아· 그래 우리의 발버둥이 의미가 없지는 않았구나·’
이 와중에도 머리 위로 드리우는 이 그림자는 무엇인가·
패배의 그림자인가?
“···검은 달의 형태가 팽창하고 있어서 발생하는 그림자입니다·”
“자네 참 낭만 없구만 그려·”
“패배의 그림자를 직감하는 것은 낭만이 아니라 오만입니다· 저희 는··· 처음부터 패배할 예정이었 을지도 모르겠지요· 이만큼 발버둥
친 것만으로도 만족해야만 할지도 모릅니다·”
회공시월은 인간들의 마법 공세를 뿌리치고 그대로 날아올라 검은 달 내부로 들어가 모습을 감추었다·
당초 회공시월의 목적은 검은 달에 유의미한 타격을 입힐 수 있는 9클 래스 이상의 비대칭 전력을 붙잡아 두려는 것이었으나 고작해야 셋밖 에 붙잡지 못한 관계로 크나큰 피해 를 입고야 말았다·
만약 인간들이 욕심부리지 않고 오만한 짓을 저지르지 않았다면·
전함을 출격하지 않았다면·
뭣도 모르고 가까이 다가가지 않았 더라면·
···흑룡에게 지식을 흡수되지 않 았더라면·
정말로 회공시월의 계획이 아주 살짝이나마 위태로웠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도 여기까지였다·
“6클래스 마법이 무효화됐습니다!”
“7클래스 마법이 무효화···
“8클래스 마법이···!!”
이윽고는·
“···지휘관이여· 9클래스의 마법 조차 이제는 저 하늘의 절망에게 저항할 수 없게 되었다네·”
사엘 리의 나지막한 발언에 아류문 은 허탈하게 고개를 들어 올렸다·
검은 달 처음 등장했을 때와는 달 리 참으로 많이 부서지기도 했고 흉 터도 가득했다·
여기저기 남아 있는 잔상과 박살 나 서 조각이 되어버린 검은색 파편들·
하지만 결국·
인간은 검은 달을 추락시키지 못했 다· 그곳에서 꿈틀거리며 이제는 완 전히 선명하게 형태를 갖추기 시작
한 용을 저지하지 못한 것이다·
촤락!
마침내·
놈이 ‘날개’라고 부를 만한 형태의 검은색의 거대한 것을 펼쳤을 때·
···끼오오오!!!
세상이 떠나가라 괴성을 질러댔다·
흑룡은 한쪽 눈을 뜨지 못했다· 앞 발의 발톱이 부서져 있었으며 한쪽 날개가 찢어져 있었다· 인간들에게 입은 상처가 유효했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
흑룡의 입에서 검붉은 기운이 응집
되기 시작하자 여태까지 발버둥 쳤 던 모든 것이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 는 사실을 직감했다·
저토록 상처를 입혔으나 끝내 목숨 을 끊지 못했으므로·
끝끝내 인류는 멸망하리라·
“오 오오···
마법사들이 무릎을 꿇고 앉아 절망 인지 경외인지 알 수 없는 감정으로 흑룡의 입에서 점점 뭉치기 시작하는 검붉은 기운 덩어리를 바라보았다·
저런 것이 이 땅에 떨어지기라도 하면 순식간에 지도에서 나라 하나 가 통째로 사라질 것인데도·
위대한 ‘마법’을 목도한 마법사들 은 그저 넋을 쏙 빼버린 채 지켜보 는 것밖에는 할 수가 없었다·
“으··»
지쳐 쓰러진 이들도 거대한 마력의 기운을 감지하고서 일어섰다·
“저 저건 뭔가요···?”
“알테리샤 학회장님! 도망치셔야 합니다!”
밤새도록 전쟁 준비를 위해 끊임없 이 아이템 개량을 하던 알테리샤도·
“···아아 세계수가 울부짖고 있 어요·”
회공시월을 막기 위해 검은 달을 막기 위해 누구보다 가장 앞에 섰 던 꽃서린도·
“아가씨 더 이상은··· 인류가 저 항할 수 있는 여지가 없습니다····”
자신의 재산을 총동원해 전쟁 물자 를 조달하던 별구름 상회의 젤리엘 도·
인류의 모두가 드리우는 멸망을 직감할 수 있었다·
“더 더 이상은 마법을 사용하는 것조차 불가능합니다··· 일대의 모 든 마력이 놈에게 흡수되고 있습니 다·”
검붉은 기운 덩어리어1 회색빛의 기운이 서서히 섞여 들어갔다· 마침 내 회공시월이 ‘검은 달과의 일체 화를 시작한 것이다·
이제·
저놈이 고개를 내려·
대지에 멸망을 선사한다면·
그것으로 모든 게 끝나리라·
···콰득!
난데없이 검은 달의 뒤편에서 ‘새 하얀 용의 머리’가 튀어나와 흑룡의 목덜이를 깨물지 않았다면·
틀림없이 그렇게 되었으리라·
어 어?!”
모두가 눈앞에 펼쳐지는 광경을 이 해하지 못한 채 눈을 휘둥그레 뜨는 화중 백룡은 흑룡의 목덜미를 있는 힘껏 물어뜯어 하늘로 향하도록 만 들었다·
···
소리조차 없는 강렬한 빛의 발산·
마치 태양 하나를 창조해 낸 듯한 엄청난 폭발이 저 하늘을 향해 솟구 치며 일대의 구름을 갈라놓아 원통 형의 공간을 창조해 냈다·
,아···!!
아무런 소리도 들을 수 없었다·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아류문은 필사적으로 자신의 모든 마력을 끌어올려 시야에 집중하였 다·
‘검은 달이··· 반으로 나뉘고 있어?!’
하나는 흑룡·
하나는 백룡·
정확히 두 개의 용으로 나뉘었으 나 상태는 현저하게 달랐다·
흑룡은 날개가 찢어졌고 발톱이 뭉개졌으며 한쪽 눈마저도 실명된 채였다· 인간들의 타격으로 인한 상
처가 여전히 남아 있는 것이다·
그에 비해 백룡은····
온전했다·
푸른 눈동자를 가진 그것은 완전한 네 쌍의 날개와 두 개의 뿔 두 개 의 손과 두 개의 발을 갖고 있었다·
쩌적 쩌저적···!!
그뿐이랴·
흑룡의 전신이 새하얀 얼음으로 덮 이기 시작하더니 9클래스의 대마법 사 아류문조차 이해할 수 없는 기형 적이고 독특한 이계의 결계로 에워 쌌다· 처음에는 회공시월이 흑룡을 보호하기 위해 벌인 짓이라고 생각
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아류문은 저것을 본 적이 있다·
오래전에도 있으며 최근에도 있다·
‘모르프의 마법이다!!’
결계술에 능통한 최고의 가문 모 르프의 비술·
아류문은 그 마법의 정체까지는 이 해하지 못하고 있었으나 그것은 오 래 전 모르프가 개발하고 후대에 이 르러 아이작 모르프가 개선한 마법 이었으니·
‘제 12사상격리’
격리된 공간을 아예 다른 차원으로 분류하여 내부의 힘을 외부로 모조 리 방충하는 마법이었다·
‘흑룡의 몸에 깃든 십이신월의 기 운이··· 점점 빠져나가고 있어?’
흑색룡의 체내에는 참 많은 십이신 월의 기운이 잠재되어 있었다·
일월부터 십이월까지·
하지만 그건 흑룡에 의해 억지로 붙잡혀 있었을 뿐 그 모든 기운의 주 인이라고는 감히 말할 수 없으리라·
그런데 지금 이곳에 진짜 주인이 나타났으니 어찌 흑룡과 회공시월 따위가 ‘그릇’을 멸시하고서 모든
신월의 기운을 품을 수 있겠는가?
“아하··· 그래 그런 거였군····”
빠져나간 흑룡의 기운이 모조리 백 룡에게 흡수되는 것을 보며 아류문 은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절망적이어서?
아니었다·
드디어·
이길 수 있겠다는 희망이 생겨서·
여태껏 우리가 해왔던 저항이 의미 가 없지 않았다는 확신이 생겨서·
그래서 아류문은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흑룡과 백룡의 머리 위에 서 있는 저 두 남자를 보라·
하나는 검게 물든 회색빛 하나는 희게 물든 흑빛을 하고 있었다·
백색의 로브를 흩날리는 저 소년 이제는 청년이라고 불러야 할 존재 의 이름을 아류문은 알고 있었다·
‘백유설·’
그가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