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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 시조 마법사의 유물(11)
젤리엘이 비행정을 소환한 타이밍 은 아주 최고였다고 할 수 있었다·
본디 비행정에서 공격 마법을 사용 할 수 있는 한도는 최대 6클래스까 지였다· 그 이상의 마법을 비행정 내부에서 사용할 경우 비행정의 마 력 코어에 무리가 가서 추락하는 일
이 빈번했기 때문·
이러한 문제점은 비행정에 마력 코 어를 사용하지 않는 한 고쳐지지 않 았기에 젤리엘은 여태껏 비행정을 꺼내지 않고 있었다·
고작 5클래스에서 6클래스의 마법 정도로는 용암괴인에게 흠집 하나 낼 수 없었기 때문·
하지만 용암괴인이 수천 마리의 개체로 분리되었다면 이야기는 다르 다·
마법전사 최대의 약점·
강력한 단일 개체를 상대할 때는 제힘을 발휘할 수 있으나 약하지만
개체수가 많은 적들을 상대할 때는 약해지는 점을 고려하여 만든 병기 가 바로 ‘마도전함 별구름 1호’였다·
무려 5클래스에 달하는 마력포를 난사하며 지상의 용암괴인을 모조리 쓸어버리는 모습에 백유설마저도 경악하고 말았다·
‘저런 게 원래 게임에도 있었나?’
없었다· 저런 사기적인 기술이 있 었다면 주인공들은 젤리엘에게 상대 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저건 알테리샤의 기술이잖아? 연 금성과 기술 조약을 맺었다더니 진 짜였군· 천문학적인 금액을 연금성
에 투자하면서 기술을 받아내는 건 가·’
어쩐지 아무리 알테리샤가 기술적 으로 뛰어난 면모를 보인다지만 단 기간에 그렇게 성장할 수 있는 이유 까지는 의문이었는데 지금 이 순간 모조리 풀려 버렸다·
알테리샤의 기술에 비전이 있다고 생각하여 돈다발을 풀어서 어떤 연 구든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후원해 준 덕분에 연금성이 성장하였고 그 기술을 젤리엘이 구사하고 있는 것 이다·
‘마력포에서 5클래스의 위력이 나 온다니···
통상적으로 아티팩트에 담을 수 있 는 마법의 한계가 3클래스였다는 점 을 생각하면 정말이지 비약적인 성 장이었다·
다만 좋은 면만 있는 것은 아니었 다· 마력포에 들어가는 재료가 세상 에서는 더 이상 구할 수 없는 희귀 한 것들로 도배되어 있었고 일정 시간 포격을 난사하자 포가 녹아내 리며 기능을 정지했기 때문·
하지만 모든 마력포가 기능이 정지 되기 전 서리구릉의 지대 일부가 쑥대밭이 되는 것으로 마무리되었 다·
용암괴인은 단 하나의 개체조차 살 아남지 못하고 모조리 괴멸·
삑!
젤리엘이 리모컨을 조종하여 버튼 을 누르자 비행정이 포문을 닫으며 구름 사이로 조용히 사라졌다·
“이 정도면 악령도 성불했겠지?”
그러면서 어처구니 없는 농담을 내 뱉는 모습어】 백유설은 헛웃음을 치 고 말았다·
“그래··· 성불해야지· 안 하고는 버틸 수 없었을 테니까·”
긴장이 탁 풀린 덕분에 백유설은
자리에 주저앉았다· 용암은 이미 싸 늘하게 식어버려서 평평하고 매끈한 바닥이 되었다·
으으 나도 죽을 것 같아·”
풀레임이 백유설의 등에 기대어 앉 자 수인족 전사들도 기다렸다는 듯 맥이 풀리며 각자 바닥에 앉아서 휴 식을 취하기 시작했다·
모두가 쉬는 와중 타리앙카는 백 유설에게 다가가 정중하게 사과했 다·
“혼령 사냥꾼인 자네의 판단보다 앞서 먼저 움직이는 바람에 하마터 면 큰일이 날 뻔했군· 자네가 왜 아
내들을 데리고 다니는지 잘 알겠어· 아주 능력이 뛰어난 여인들이야·”
남성우월주의의 서리구릉에서 타리 앙카가 전사로서 여인을 인정하는 일은 단 한 번도 없었기 때문에 수 인족들의 눈이 휘둥그레 떠졌다·
“상황이 어떻든··· 덕분에 악령을 토벌할 수 있었네· 저토록 위험한 존재가 서리구릉을 활보하며 사람들 을 살해하고 있었다니· 정말이지 끔 찍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당연히 해야만 하는 일이었죠·”
대답은 이렇게 하면서도 백유설은 살짝 곤란해졌다· 어느덧 해가 떠오
르고 있었고 남은 시간은 별로 없 었다· 최대한 저들을 이용해서 서리 구릉을 뒤져볼 생각이었는데 임무 를 너무 빨리 완수하는 바람에 해산 하게 생겼다·
‘나한테 호감을 품은 것 같은데 아예 본래 목적을 얘기해 볼까?’
잠시간의 고민·
‘역시 그건 아니야· 따지고 보면 내가 하는 일은 도굴이나 다름없는 데 아무리 용암괴인 토벌을 도와주 었다고 해도 신뢰 관계가 바로 깨질 수도 있어·’
결국 수인족의 도움 없이 활동하는
수밖에는 없구나 싶어서 단념하려는 그때 용암괴인의 사체를 살펴보던 젤리엘이 무언가를 발견한 듯 백유 설을 불렀다·
여기 마석같은 게 남아 있는 데··· 뭔지 알겠어?”
“마석이라고?”
그러고 보니 용암괴인을 토벌하고 보상 확인을 안 했다· 듣자 하니 특 별한 재료를 무조건 드랍해서 그것 으로 장비를 만들거나 특별한 용도 로 사용한다고 했던가·
어느새 잠들어 버린 풀레임을 아예 업어버리고서 용암괴인의 사체를 확
인하자 붉은빛을 띄는 마석같은 게 반짝이고 있었다·
“대지의 마석이야· 지면 아래에 잠 든 열기를 품고 있는 마석인데 스 스로 열을 내서 여러 용도로 사용할 수 있어·”
“화염계 마법사들이 환장할 만한 물건이네·”
그 외에도 투구나 갑옷 같은 것도 보이는데 용암괴인의 외피가 장비 의 형태로 드랍된 것이었다·
쩌적!
그러다 용암이 굳은 바닥에 금이
가기 시작하자 백유설은 살짝 뒤로 물러섰다· 이것이 깨지더라도 아래 쪽에 흙바닥이 있으니 별로 상관은 없겠다만 그의 초감각이 무언가 좋 지 않은 것을 느낀 탓이다·
,이건···?)
자세히 보니 금이 가는 모양이 이 상하다· 단순히 거미줄 모양이 아니 라 꼭 무슨 문양을 만드는 것처럼····
‘잠깐·’
서둘러서 바나륨 석판에 새겨진 지 도를 꺼낸 백유설은 바닥의 금과 대 조해 보았다·
“···그런 거였나·”
허무하고 허탈하다· 지금까지 힘들 게 찾아다니던 시간이 아까울 정도 로·
‘아니 얻은 것도 많고 좋은 경험 도 한 데다가 인연도 쌓았으니··· 결코 헛된 시간은 아니었어·’
동이 터오르는 시간·
새벽의 싸움이 언제 있었냐는 어김 없이 아침이 밝아온다·
타리앙카와 백유설은 악수를 하며 마지막 인사를 나누었다·
“자네에게는 정말이지 큰 도움을 받았어· 이 은혜는 언젠가 나중에 우 리의 힘이 필요할 때 부족을 이끌고
지상으로 내려가 돕도록 하겠네·”
“그렇게까지 해주시다니·”
“이 정도는 당연한 걸세· 수십 년 이 넘도록 우리를 괴롭게 만들던 악 령을 단번에 성불시켰는데 이 정도 로도 부족하다고 할 수 있지· 아 그렇지· 자네가 데려온 수인족도 풀 어주도록 하겠다· 어찌 보면 그 아 이들 덕분에 자네가 이곳으로 오게 되었으니 마찬가지로 은인이겠지·”
서리구릉을 떠난 배신자에게는 한 없이 냉정한 수인족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관대한 처사였다·
“그간 고생 많으셨습니다·”
타리앙카와는 길게 인사를 나누지 않았다·
악연으로 만나서 함께 전투를 치르 며 악령이라 불리는 용암괴인을 퇴 치하기까지 고작 하루밖에 걸리지 않았음에도 무언가 기나긴 시간이 흐른 것만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수인족 전사들이 정말 고맙다며 허 리까지 숙여가며 백유설과 두 소녀 에게 작별인사를 한 뒤 떠나갔다·
¹¹흐응 그래서 어떻게 할 거야?”
멋진 작별인사를 한 것까지는 좋았 으나 이제 저들의 도움을 받을 수 는 없다· 비행정의 마법사들을 서리
구릉으로 데려와서 수사에 협조해달 라고 말할 수도 없는 노릇·
당분간 서리구릉에 남아 있는 것은 허락하겠으나 그렇다고 도굴을 하 며 유적지를 털고 다니는 행위를 그 들이 용납할 리는 없었다·
백유설이 그들의 은인으로 남은 이 유는 신성한 서리구릉의 땅을 보호 해 주었기 때문· 그런 서리구릉을 헤집고 다니면··· 또다시 적으로 돌아설 수밖에 없다·
“어떻게 하긴· 목적지를 찾았으니 까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 해야지·”
“목적지를 찾았다고?”
백유설은 씨익 웃으며 발을 무릎 까지 들어 올려 있는 힘껏 내리찍었 다·
쿠웅···!!
쩌적 쩌저적-!
그러자 바닥이 삽시간에 갈라지기 시작하더니 용암이 전부 가루가 되 어 산산조각 흩어지기 시작하였다·
“무슨···!”
이윽고 바닥이 뻥 뚫리며 드러나 는 거대한 구멍 하比
“설마하니 용암괴인이 시조 마법사 의 유적지로 통하는 입구 역할을 하 고 있을 줄이야·”
“미친 이게 정말이야···r
생각해 보면 용암괴인은 이 서리구 릉에서 가장 기형적인 존재였다·
어째서 한기로 가득 차 있는 이 공간에 용암괴인이 용암을 흘리면서 돌아다니는가· 그는 어떻게 멀쩡히 이동하면서 수인족들의 시야를 피할 수 있었는가·
바로 서리구릉 지하에 만들어진 거대한 공간을 용암을 통해 자유자 재로 이동한 덕분이었다·
“하아
풀레임은 허탈한 표정이었고 젤리 엘은 힘이 쫙 빠진 얼굴이었다·
“이렇게 갈 수 있는 장소였다니····”
“하아 뭔가 허무해·”
그녀들의 반응에 백유설은 씨익 미 소를 지었다·
“뭐 그래도 재미있었잖아?”
그에 소녀들은 섣불리 아니라고 대 답할 수 없었다·
분명히 엄청 힘들고 고된 하루였지 만 그래· 백유설의 말이 맞았다·
이 시간은 인생을 살면서 겪기 힘 든 일이기도 했고 틀림없이 즐거웠 으니까·
특히나 다른 누구도 아니고 백유 설과 함께 부대끼면서 이런 경험을 한다는 게 어디 흔한 일이겠는가?
소녀들이 대답하지 않고 희미하게 미소 짓자 백유설은 긍정의 의미로 받아들이고서 다가갔다·
“スト 이제 가자·”
“어 응? 어디를?”
“어디긴· 저 아래로·”
풀레임은 슬쩍 거대한 구멍 아래를
내려다 보았다· 아침 햇살이 아직 구멍을 비추지 않아서 어디가 끝인 지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까마득하 다·
“아니 잠깐··· 마음의 준비 좀 하고· 이왕이면 날개를 펼쳐서 내려 가고 싶은데···
“또 날개 펼쳤다가 하늘로 끌려가 려고? 보니까 점점 인력이 강해지는 거 같은데 나중에 나 없이 어떡하 려고 그래·”
“아무리 그래도 이건 좀····”
“나도 식물을 타고 내려가고 싶어·”
풀레임과 젤리엘에게 고소공포증이
딱히 있는 건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해도 저 높이는 무식하다·
두 소녀가 고개를 힘껏 저으며 뒤 로 물러났으나 백유설은 오히려 장 난기가 발동했다·
“아니? 그러면 얼마나 걸릴 줄 알 고? 이 오빠만 믿어·”
“잠 깐· 내가 한 살 더 많아아앗!”
덥석! 젤리엘의 허리춤을 붙잡은 백유설은 눈치 빠르게도 이미 도망 치고 있는 풀레임을 향해 가뿐히 도 약했다·
점멸을 굳이 사용하지 않더라도 나 머지 손으로 그녀를 낚아채는 것은
아주 손쉬운 일이었다·
“꺄악!”
“어허 그렇게 비명 지르면 꼭 유 괴라도 하는 것 같잖아·”
“이으악! 노卜 놔줘!” “ ■ —— ·—- ”
세상 그 누구보다 수상쩍은 웃음을 흘리며 백유설은 가뿐히 구멍 아래 로 도약하였다·
“꺄아아아악!!”
풀레임은 있는 힘껏 비명을·
“······
젤리엘은 눈과 입을 질끈 다물고 서 양팔로 백유설에게 매달렸다·
성향이 다른 두 소녀를 데리고서 신나게 뛰어내린 백유설은 한 1분 정도 낙하하자 슬슬 불안해졌다·
‘어라 이거 좀 높은데?’
어차피 은세십일월을 통해 점멸을 더욱 강화하여 높이를 통한 가속도 를 줄이는 컨트롤 쯤이야 그리 어렵 지도 않았으나 이렇게까지 깊을 줄 은 몰랐기에 살짝 당황스러웠다·
낙하는 끝이 나질 않았다· 그때쯤 에는 풀레임도 더 이상 비명을 지르 지 않고서 눈물이 그렁그렁 고인 눈
동자로 백유설의 목을 양팔로 끌어 안았다·
“어 언제까지 떨어지는 거야!”
“···도착인 것 같네·”
“뭐어?”
풀레임이 의문을 표하는 것과 동시 에 갑작스레 어둠이 걷히며 새파란 공간이 시야에 화악 들어왔다·
으엑!”
“읏···!”
두 소녀를 허공에 툭 놓아버린 뒤 점멸을 연달아 사용하여 가속도를 늦춘 뒤 그녀들을 다시 끌어안고서
바닥에 착지한 백유설·
소녀들을 내려놓으니 풀어진 머리 카락을 재빠르게 정돈하고서는 백유 설을 마구잡이로 퍽퍽 때렸다·
“야 이! 이런 것 좀 그만해!”
그러나 백유설은 소녀들의 투정에 도 반응하지 않고 멍하니 정면을 바 라보았다· 그제야 뒤늦게 소녀들도 백유설이 바라보는 광경을 보게 되 고서는 말을 잃었다·
“이게 무슨··· 지하에 이런 공간 이 있다고···r
그들이 시야에 들어온 것은 다름
아닌 하나의 거대한 도시·
말 그대로 지하에 매장되어 있는 옛 도시 그 자체였다·
[숨겨진 ???의 왕도 ‘백야가람’에 도착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