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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시조 마법사의 파편(6)
회공시월과의 약조는 간단했다·
‘지금 시간부로 다시 한번 회공시 월을 마주칠 경우 그 즉시 사방향 100km 거리를 벗어날 것·’
위아래로 100km라는 꼼수는 안 된 다· 오로지 지도상에 표기된 100km 를 벗어나서 다시 찾아오지 않는
것까지가 약조였다·
세 흑마인이 싸우는 협곡에서 정확 히 100km 떨어진 위치에서 멈춰선 백유설은 팔짱을 낀 채 묵묵히 그 들의 싸움을 지켜보았다·
결과는 예상대로였다·
백유설이 난입하여 흑마인 한 명을 흑마도왕으로 세우려는 계획이라고 오해를 한 회공시월은 그를 저지하 였고 예정대로 싸움을 이끌어 세 명의 흑마인 모두 파멸을 맞이하였 다·
“마 마도사 백유설! 지켜보고 있 었습니다! 흑마인들의 싸움을 막으
려고 하시더군요!”
잠시간 서 있으니 그의 위치를 파 악한 마법사들이 직접 현장에 가본 백유설에게서 정보를 얻기 위해 몰 려들었으나 그는 손바닥을 들어서 저지하였다·
“에? 왜 그러시는지···
마법사들이 어리둥절해하는 그때 갑작스레 하늘의 구름이 원형으로 걷어지며 뻥 뚫리더니 그곳으로 거 대한 마법진 하나가 펼쳐졌다·
백유설의 몸이 둥실 떠오르며 구름 사이에서 발사된 새하얀 광선이 그 대로 그의 몸에 적중하였다·
번쩍!
“。 。으ッド “—,”—•
협회의 마법사들이 당황하여 뒤로 물러나며 비명을 질렀으나 막상 백 유설은 무덤덤했다·
[스킬 ‘마도홉공의 권능’을 획득하 였습니다』
떠오르는 시스템 메세지를 읽으며 그저 때가 되었다고 생각할 뿐·
이윽고 광선이 잦아들며 백유설이 다시금 바닥에 착지하자 마법사들은
얼떨떨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방금 그건 대체···
“아무나· 나한테 마법 하나만 날려 보시죠·”
,,예?,,
“파이어 볼이면 좋겠네· 거기 당신 빨리 던져봐요·”
,,아 넵!,,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으나 백유설 의 부탁이니 일단은 파이어 볼을 만 들어서 던졌다·
화르륵! 고등급의 마법사라 그런지 고작 파이어 볼조차도 상당히 위력
적으로 번져나갔으나·
쉬릭···!
,,엇!,,
“불꽃이 사그라들었다···T
백유설의 손바닥에 닿는 순간 파이 어볼이 그대로 식어버렸다·
‘이런 느낌인가·’
스칼렛의 짐작은 틀렸다·
마도흡공의 권능을 사용하기 위해 서는 흡수하고자 하는 마법만큼의 마나를 소모해야 한다·
스칼렛은 마나가 아예 없는 백유설 이 이 권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오히려 반대야· 나는 자연의 마나 로 호홉을 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 상 아무런 리스크 없이 이 권능을 사용할 수 있어·’
다만 권능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해 당 마법에 대해 완전히 파악하고 이 해해야만 한다는 점도 있었으나 이 역시도 직박구리 안경을 착용함으로 써 완전히 해결되었다·
그러니까 이제 백유설은 그 어떤 마법사도 간섭할 수 없는····
사실상의 무적이 된 것이다·
하지만 백유설은 앞으로 마법사와
싸울 일이 없다·
그가 상대해야만 하는 적은 마법이 아닌 ‘권능’으로 공간을 다루는 존 재였다·
‘어차피 힘으로 이용하려고 얻은 권능은 아니지만·’
당황한 마법사에게 다가가 어깨를 툭툭 치며 그들이 원하는 것을 알려 주었다·
“새로운 흑마도왕은 당분간 탄생하 지 않을 겁니다·”
“그렇다는 말은····”
“9리스크의 흑마인 셋이 동시에 소 멸했습니다· 현재 혹마인들의 세력
은 사실상 전쟁이 불가능한 상태가 된 거죠·”
“오오 이 기회에 모조리 토벌해버 리면 되겠군!”
“글쎄요· 쟤들도 머리가 있다면 땅 굴 속에 숨어서 모습을 숨기고 조용 히 지내겠죠· 토벌 원정대는 꾸릴 필요가 없을 것 같지만··· 판단은 협회장님이 하시겠죠· 제 생각이지 만 아마 은거지를 찾는 데에 드는 비용만 쓸데없이 많을 겁니다·”
“과연· 그것도 일리가 있군· 그 의 견까지 모두 전달하겠소·”
하지만 마법사들의 궁금증은 한 가
지 더 생긴 모양이었다·
“그리고 또··· 방금 전에 파이어 볼을 대체 어떻게 꺼트린 거요?”
직전에 백유설이 보여주었던 기묘 한 묘기를 보고서 호기심을 참지 못 하고 안절부절못하는 것이다·
상식적으로 마법이 허공에서 그렇 게 소멸되는 일은 있을 수 없다·
마법은 하나의 현상이었기 때문에 소멸되는 순간에도 반드시 어떠한 과정을 거쳐야만 하기 때문·
그런데 백유설이 보여주었던 그것 은 어떠한 일련의 과정도 없이 마법 이 순식간에 소멸해 버렸다·
“마법은 그런 식으로 사라지지 않 소· 대체 무슨 수를 쓴 건지···
마법사들이 갖는 의문에 백유설은 묘한 익숙함을 느꼈다·
이 세계에서 느낀 익숙함은 아니었 다· 그보다 더 이전 그러니까 ‘아 이테르 월드 온라인’을 즐기던 시절 의 익숙함이었다·
‘흑야십삼월의 권능····’
모든 마법을 99% 무효화하여 플 레이어들과 대륙의 NPC마법사들을 절망에 빠뜨렸던 바로 그 최종보스·
그것이 가진 권능이 현재 백유설의 권능과 아주 홉사했다·
’···그런 건가· 이런 식으로 흑야 십삼월이 탄생하게 되는구나·’
게임 속에서는 풀레임이 그 그릇이 되었을 것이며 이번에는 백유설 자 신이 그릇이 될 것이다·
-이제 선택지는 네게 달려 있다· 회공시월로 인하여 권능을 얻게 되 었지만··· 깊은 어둠의 밤을 활공 하는 용을 소환할지 밝게 빛나는 광명의 용이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법이다·
은세십일월의 말에 백유설은 고개 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마법사들을 향해 미안하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죄송해요· 업계 비밀이라·”
“아··· 하 하지만 나중에 논문이 라도 기대할 수 있겠지? 마법 에너 지의 소실과 관련해서 최근에 연구 하고 있는데 마나가 흩어지는 과정 을 정리할 수 없어서 애먹고 있거
“나는 마력 에너지의 치환에····”
마법사들 연구심 깊은 건 알겠지만 슬슬 번거롭다· 백유설은 급히 인사 를 건네고서 자리를 떴다·
돌아가는 길은 협회에서 지원해준 비행정에 탑승하여 워프 홀 게이트 를 연달아 공짜로 이용한 뒤 마지
막으로 열차에 올라탔다·
“후우····”
이렇게 오가는 시간도 쉬지 않고 독서를 하며 시간을 보내는 백유설 이었으나 이번에는 뭔가 정신적으 로 소모가 너무 커서 피곤하다·
“죽겠네·”
스텔라행 급행열차는 객실의 문을 닫아놓으면 창문을 통해서도 내부를 볼 수 없어 외부인의 간섭을 받지 않을 수 있다·
협회측에서 그를 배려해 주어 개인 실을 내준 것이기 때문에 아마 찾아 올 사람은 없을 것이다·
똑똑-!
상당히 무거운 기척이 느껴지기 전 까지는 그렇게 생각했다·
– 오호라·
무겁고 뜨거우며 날카롭다· 평범 한 마법사의 마력이 아니다·
이는 틀림없이 십이신월·
-일평생 한 명의 십이신월과 마주 하기도 힘들다는 인간이 수두룩하 다· 하지만 하나의 십이신월과 마주 하게 되면 자연스레 운명이 엮이게 되ス 1· 기분이 어떤가?
“아주 개 같네요· 피곤해 죽겠는 데·”
백유설은 그리 말하며 자리에서 일 어나 객실문을 열었다·
드르륵 문이 부드럽게 열리자 모 습을 드러내는 주황색 머리칼의 여 인한명·
그녀는 여태까지와의 십이신월과는 분위기가 판이하게 달랐다·
차라리 천황정팔월과 비슷하다고 해야 할까· 아리따운 드레스를 발목 까지 감출 정도로 길게 늘어뜨렸으 나 허리와 가슴의 몸매가 훤히 드러 나는 모양새였고 거기에 값비싼 장
신구가 주렁주렁 달려 있었다·
백유설은 저 보석들이 단순히 마법 으로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 진품이 라는 사실을 단번에 알아챘다·
“안녕? 백유설· 합석해도 될까?”
“용건만 빠르게 말하고 가주시요·”
“어머 매정하긴·”
다홍추구월은 백유설의 말을 가볍 게 무시하고서 객실로 들어와 그의 맞은편에 앉았다· 그러고선 우아하 게 다리를 꼬고서 부채를 펼쳤다·
촤락!
그러자 부채로부터 신비로운 기운
이 흘러나와 이 객실 전체를 감싸고 돌았다· 비록 마법은 아니었으나 외 부의 소리 일부가 멎어 든 것을 느 낀 백유설은 이것이 소리 차단 마법 이라는 것을 눈치챘다·
“뭐 얼마나 대단한 이야기를 하시 려고·”
그녀가 회공시월 측에 서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백유설은 경 계심을 낮추지 않고서 자리에 앉았 다·
“대단한 이야기라면 대단한 이야기 지· 이 내가 너의 도움이 조금 필 요하게 됐거든·”
시작부터 전혀 대단하지도 않은 이 야기다·
“도움이라··· 들어보기나 하죠·”
“어머· 십이신월의 부탁을 들어줄 기회는 흔치 않은데 들어보기만 한 다고? 그럴 수는 없을걸〜”
대화를 몇 마디 나누지도 않았는데 이 여자의 성격을 벌써부터 파악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쓸데없는 자존감이 굉장히 높다·
‘아니 뭐··· 십이신월이니까 자 존감이 높은 건 이해한다만····’
-눈치가 없군·
– 여전흐]·
••늘 그랬었지· 저 여자는·
다른 십이신월들이 뒤에서 백유설 이 하고 싶었던 말을 쏙쏙 해줬다·
좋게 말해서 눈치가 없는 것이고·
나쁘게 말해서 그냥 멍청하다·
“후우··· 그 혹시· 지금이 어떤 상황인지는 알고 오셨죠?”
“알다마다· 네가 십이신월을 거의 다 모아간다는 거ス]· 하지만 너에게 도 내 힘이 꼭 필요할걸? 결국 모
든 십이신월을 모으는 게 목적이잖 아?”
“그렇죠· 그건 회공시월의 목적이 기도 하구요· 그런데··· 거기에 제 가 당신의 부탁을 들어줘야만 하는 이유가 대체 뭐죠?”
“응? 너는 내 도움이 필요할 테니 까· 당연한 거잖아?”
“아뇨· 잘못 생각하셨어요· 저는 당 신의 도움이 전혀 필요 없어요· 당 신의 가호와 힘이 필요한 거죠·”
”그게 그 소리ス]· 얘 내가 내 가 호를 아무한테나 줄 것 같니?”
“굳이 주실 필요가··· 있을까요?”
백유설이 그리 말하는 순간 갑작 스레 열차의 창문이 덜덜 떨리며 그 의 뒤편으로 반투명한 형체의 십이 신월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근육질의 금강칠월을 시 작으로 청동십이월과 은세십일월을 비롯해 모든 십이신월이 이 좁디좁 은 객실을 둘러싸자 다홍추구월의 안색이 파리하게 질렸다·
“너 너 이게 무슨····”
“혹시 아직 듣지 못하셨나요? 저의 소중한 친구를 건드렸던 적하유월이 어떤 꼴이 되었는지를·”
회공시월에게 직접 들었던 기억이 있다· 적하유월이 백유설의 애인으 로 추정되는 소녀를 자신의 것으로 삼겠다며 설치고 다니다가 백유설 에게 끔찍하게 죽음을 맞이한 뒤 그 능력과 힘을 모조리 빼앗겼다고·
즉 눈앞의 소년은 정말 마음만 먹 으면 십이신월 하나쯤은 족치고 능 력을 빼앗을 수도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서 설마 날 협박하는 거야···r
위대한 십이신월로 살아오며 이런 취급은 당해본 적도 없다· 다홍추구
월이 애써 웃으며 부채를 흔들어보 았지만 십이신월들의 눈빛이 점점 더 험악해져간다·
네· 협박 맞는데요· 이제야 좀 눈 치를 챙기셨나?”
사실 이렇게 여유를 부리면서도 백유설은 살짝 쫄리는 감이 없잖아 있기는 했다· 당장 다홍추구월괴 일 대일로 붙으면 백유설이 패배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으니까·
‘적하유월을 죽인 건 풀레임의 정 신세계에 들어가 있었을 때였으니 가능했지····’
다른 십이신월들이 도와준다면 다
홍추구월을 제압하는 것도 문제는 없겠다만 그렇게 되면 백유설에게 도 상당히 부담스러운 과부하가 걸 린다·
‘협박을 너무 세게 하면 난동을 피 울지도 몰라· 그건 곤란해·’
저 자존감 높은 다홍추구월은 한낮 인간 따위에게 협박당한다는 사실이 명예를 훼손당하는 일이라며 죽음을 각오하고서라도 난동을 피울지 어떨 지 알 수 없다·
저런 타입의 십이신월은 차라리····
“뭐 그렇다고 십이신월을 적대하 고 싶지는 않네요· 심지어 가장 절
삭력이 높다는 바람의 힘을 지니셨 잖아요? 그건 저도 위험하겠죠·”
“그 그렇지? 호호···
적당한 채찍에 뒤이은 당근·
많이도 필요없다· 채찍질을 한 직 후였기 때문에 아주 약간의 당근만 으로도 다홍추구월을 흔들기에는 충 분했다·
“그러니까 자초지종을 좀 들어볼 까요? 무슨 바람이 불어서 저를 찾 아왔는지··· 뭐 안 봐도 뻔하겠죠· 회공시월이 시켜서 왔겠지만·”
속내를 들킨 것에 놀랐는지 다홍추
구월의 눈빛이 크게 흔들렸다· 백유 설은 속으로 빙고를 외치며 양팔로 턱을 괴이며 말했다·
“자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털어놓 으세요·”
“으 응··· 털어놓을게····”
백유설의 말에 순종하게 된 다홍추 구월을 보며 다른 십이신월들은 어 쩐지 오싹한 기분을 느꼈다·
– 이제는 저 친구가 십이신월도 마 음대로 요리하는구먼·
– 뭐 이제 와서 신기할 것도 없지·
– 낄낄· 나도 쟤한테 설교당해봐서 아는데 은근히 넘어가게 되는 뭔가
가 있다니까?
새삼 놀라울 것도 없다는 반응 사 이에서 여전히 자력일월은 다른 십 이신월들의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 었다·
아직 백유설과 합류한 지 얼마 되 지 않았기 때문일까 저런 모습을 볼 때면 뭔가 알 수 없는 공포심이 솟아오른다·
‘그래도··· 저 미친 여자가 당하 고 있는 거 보니까 조금 시원할지 도?’
자력일월은 항상 자신을 놀리고 괴 롭히던 다홍추구월이 백유설에게 된
통 당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어 쩐지 속이 통쾌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