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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시조 마법사의 파편(3)
혹마대전이 종식되자 세계 곳곳에 서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흑마인이 사라지니 자연히 모여 있 던 인간의 군대가 흩어져 잃어버린 도시를 되찾기 위한 전쟁을 벌이거 나 납치된 인간 혹은 희생된 인간에 대한 복수전을 펼치기 시작한 것·
흑마인들의 세력은 약해질 대로 약 해졌고 옆에서 그저 관망만 하고 있던 인간들의 세력은 여전히 건재 했기 때문에 곳곳에서 승전보가 들 려오며 인간들은 비로소 ‘평하■’라는 것이 찾아오고 있다며 굳게 믿어 의 심치 않았다·
쿠르릉··· 번쩍-!!
때아닌 먹구름에 천둥벼락까지 동 반한 소나기가 쏟아지기 시작한 저 녁· 백유설은 자신의 기숙사로 스칼 렛을 불러들였다·
이제 다른 학생들 사이에 어떤 소 문이 나든 별로 개의치 않았다· 10
대 청소년들의 수군거림을 신경 쓸 정도로 여유롭지가 않았다·
“···정말 마유성을 해치지 않고서 그 자격을 포기하도록 했구나·”
“응· 이제 내가 자격을 갖추기만 하면 흑마도왕의 권능이 내게 온다 는 뜻이겠지·”
“원래는 조금 더 복잡한 절차가 있 기는 한데··· 마유성이 흑마력을 포기했다면 이야기는 훨씬 쉬워져·”
다만 이라고 덧붙인 스칼렛은 걱 정스러운 눈빛으로 백유설을 바라보 며 물었다·
“너는 이 권능을 받은 뒤 무슨 일
이 일어나는지 아무것도 모르는 게 맞지?”
“응· 이 뒤의 일은 전혀 알지 못해·”
“하아··· 잘 들어· 흑마도왕이 가 진 권능은 태초로부터 전해져 내려 오던 ‘계승 권능’ 중 하나야·”
세상에는 참 무수히도 많은 재능이 존재했다· 꽃을 잘 가꾸는 재능 예 쁜 돌을 잘 찾는 재능 술을 잘 마 시는 재능 와인을 마시자마자 완벽 히 분석하는 재능 등등····
그중에서도 마법과 관련된 재능은 예로부터 특별히 여겨졌는데 흑마도 왕 ‘아벨라인 슈타베르크’는 그런
마법과 관련된 재능을 모조리 타고 났다고 했다·
특히나 모든 마법을 홉수하여 자신 의 것으로 만드는 그 재능은 실로 재앙과도 같았는데 스승이었던 엘 트먼 엘트윈조차 제대로 감당할 수 없어서 특별한 시스템으로 그를 제 어해야만 했었다·
물론 제7본탑의 공간을 제대로 일 그러뜨리고 도망쳐 버린 아벨라인 슈타베르크의 꼬라지를 보면 엘트 먼의 시스템이 제대로 돼먹은 것은 아닌 것 같지만··· 그 정도로 그가 가진 힘이 어마어마했다는 것이었다·
“마법을 흡수하는 재능· 그것만 두
고 보자면 그렇게 무시무시한 권능 은 아니야· 200년 전 전장의 패왕으 로 유명했던 하쿠룩스 3세에게도 이 권능이 주어진 적이 있었는데 자신 의 마력이 감당되는 만큼만 마법을 흡수할 수 있었지·”
그때가 ‘마법 흡수의 권능’이 유명 해지게 된 최초의 사례라고 했다·
“천 년 전부터 저 권능은 꾸준히 누군가에게 내려오고 있었는데 왜 200년 전에서야 유명해졌을까?”
“재능을 발견하지 못해서?”
“그 문제도 있지만 활용하기가 극 도로 까다롭기 때문이야· 마법을 흡
수하기 위해서는 그 마법에 대해 완 벽히 이해하고 있어야만 한다는 크 나큰 단점이 존재했거든· 이런 쓸모 없는 권능을 쓸 바에 차라리 실드 마법을 한 번 펼치고 말겠지·”
하지만 200년 전 하쿠룩스 3세는 이 권능의 가치를 처음으로 깨달았 다· 마나를 대량으로 소모하기는 하 지만 마법을 이해하고 흡수하기만 하면 그것을 그대로 되돌려서 반사 할 수 있다는 것!
심지어 마법은 이론을 이해한다고 해도 실제로 사용하기까지의 시간은 상당히 걸릴 수밖에 없었는데 마법 의 흡수를 통해 그런 연습의 과정을
완전히 생략하고 자신의 마법으로 만드는 것 또한 가능했다·
하쿠룩스 3세는 왕이라는 직위를 이용해서 세상 곳곳에서 마법사를 불러들여 다양한 마법 지식을 훔쳐 갔다·
“물론 권능을 제외한 다른 어떤 마법의 재능도 갖추지 못했던 그 몸 뚱아리로 그렇게 무리를 해댔으니 최후는 볼만했지·”
꼴사납게도 하쿠룩스 3세는 강력한 원하던 힘을 얻었음에도 그토록 원 하던 전장에서의 죽음을 맞이하지 못하였다·
평생토록 ‘나의 무덤은 전장이다!’ 라고 외치던 하쿠룩스는 아무도 모 르는 지하실에서 마법사들의 시체와 함께 뒹구는 채 발견됐다·
“특별한 핏줄이 있어야만 사용할 수 있는 이종족의 마법과 이계의 마법마 저 무리하게 흡수하려고 한 탓이라고 추정했지만··· 사실 정확한 이유는 잘 몰라· 하지만 권능을 믿고 과도 하게 사용한 자의 최후가 끔찍했다는 사실만큼은 잘 기억하고 있지·”
여태까지 스칼렛이 주저리주저리 설명한 이유가 바로 저것이었다·
혹시나 백유설이 저 권능을 받아서
잘못 사용하다가 큰일이라도 날까 봐 그러는 것이다·
“뭐···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좋 을 것 같은데· 나는 보다시피 마력 이 전혀 없는 몸이잖아· 마법의 흡 수 같은 건 할 수 없어· 그저 권능 을 다른 이에게 넘어가지 못하도록 할 뿐·”
그랬으면 얼마나 좋으련만 말하는 백유설이나 듣는 스칼렛이나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을 것이라고는 어느 정도 지레짐작하고 있었다·
“흑마도왕은 자신의 권능을 봉인한
뒤 주문을 걸어두었을 거야· 다음 세대의 흑마도왕이 결정되는 순간 권능이 부여되도록·”
“그럼 나는···「
“응· 이제부터 흑마 2차 전쟁이 벌 어질 거야· 여태까지와는 달리 아주 소규모로 우두머리들의 싸움이 펼쳐 지겠지·”
스칼렛은 백유설의 손을 꼭 쥐며 슬며시 미소를 지었다·
“거기부터는 내가 도와줄 거야· 이 제 힘을 거의 다 되찾았거든”
“벌써 힘을 되찾았다고···?”
이제 보니 스칼렛의 눈가에 짙은
다크서클이 희미하게 보인다·
화장으로 어떻게든 가려보려고 한 모양이었는데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애당초 여자의 화장을 구별 할 정도로 백유설의 눈썰미가 썩 좋 은 편은 아니었던 탓이다·
천하의 마녀왕이 다크서클이 진하 게 물들 정도로 노력했다는 건 대 체 몇 날 며칠을 밤을 지새웠는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차기 흑마도왕의 유력한 후보는 그 리 많지 않아· 흑마도왕의 오른팔 블 랙킹던이 사망했고 흑마신교주의 가 장 강력한 흑마인도 ‘아틀락스의 갑 주에 탑승한 대가로 목숨을 잃었지·”
“잠깐· 블랙킹던이 죽었다고? 아틀 락스의 갑주는 또 뭐야?”
그리고 저런 정보를 스칼렛은 어떻 게 알고 있는가? 그녀와 세상을 이 어주던 연녹탑주는 더 이상 세상에 없는데 말이다·
“내가 부리는 수족이 연녹탑주뿐인 줄 알아? 걔는 나한테 자기밖에 없 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오래 살 면서 많은 종을 뒀거든·”
스칼렛이 손가락을 튕기 スト 허공이 흐릿해지더니 안쪽에서 웬 여인 한 명이 걸어 나왔다·
백유설은 황급히 눈을 가렸다·
여인의 복장이 거의 헐벗은 그러 니까 게임 업계에서는 ‘비키니 아 머’라고도 불리는 그런 노출이 심한 복장이었기 때문이다·
“자 이 아이는 윈디 멜시룬이야· 처음 소개하는 거지? 내가 아바타의 힘을 거의 잃어서 구석에 처박혀서 끙끙 앓을 때도 항상 소식통을 전달 해 주던 착한 친구야!”
스칼렛이 윈디의 어깨를 툭툭 치며 말하자 그녀가 고개를 숙였다· 백유 설은 한숨을 내쉬며 셔츠를 벗은 뒤 그녀에게 입혔다·
“왜 그런 옷을····”
“언니께서 입으라고 명령했습니다·”
“응· 내 취향인데?”
정말 할 말이 없어졌다·
“그나저나 언니라면··· 같은 마 녀인가?”
“뭐어· 마녀는 마녀ス 1· 하지만 혈연 관계는 아니야· 내가 그렇게 부르라 고 시켰어·”
“언니께서는 항상 호칭을 달리 부 르라고 하십니다· 언제는 어머니라 고 부르랬다가 언제는 또 주인님이 라고 부르랬다가····”
“쉿! 쉿! 네 네가 그렇게 말이 많 아지면 내 체통이 없어지잖아?!”
윈디는 과묵한 성격으로 보였다· 스칼렛이 호통치자 순식간에 입을 꾹 닫고서 조용해졌다·
애당초 표정 변화가 거의 없어서 무 슨 생각을 하는 건지도 잘 모르겠다·
“뭐어··· 들어서 눈치챘겠지만 세계 곳곳에 숨어 살던 마녀들에게 이야기를 해뒀거든· 세상이 혼란스 러우니 가만히 눌러 앉아 있지 말 고 움직여서 정황을 파악하라고·”
물론 그건 결코 쉽지 않은 결정이 었다·
백유설도 일전에 만난 적이 있었지 만 마녀가 움직이기 시작하면 덩달 아 ‘마녀 사냥꾼’도 따라 움직이기 때문·
그러한 탓에 마녀를 움직이기 위해 서는 스칼렛이 힘을 복구할 필요가 있었다· 마녀들에게 ‘내가 너희를 완벽히 보호할 수 있다’라는 믿음을 심어주어야만 했으니까·
실제로 힘을 되찾은 뒤 마녀들에 게 명령을 내린 이후 벌써 셋이나 되는 마녀 사냥꾼이 찾아오는 바람 에 스칼렛은 오밤중에 세계를 일주 해야만 했다·
백유설에게는 딱히 말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아서 조용히 있었지만·
‘엄청나게 귀찮긴 하지만··· 이 정도는 할 필요가 있어·’
다행이도 세계 곳곳에 퍼져 있는 마녀들은 상당히 아니 엄청나게 유 능했고 흑마인들의 동태를 샅샅이 파헤치고 다니며 스칼렛의 눈과 귀 가 되어주었다·
이전까지는 그저 별호인 줄만 알았 던 ‘마녀왕’이라는 그 이명이 제대 로 힘을 발휘하는 순간이었다·
“지금부터 우리는 기회를 노릴 거 야· 흑마도왕이 될 가장 유력한 후
보는 현재로서는 고작 둘밖에 되지 않아· 다른 9리스크의 흑마인들은 세력이나 개인 피지컬이 부족하기도 하고 혹은 능력은 되지만 야망이 없는 놈이거든·”
스칼렛이 고개를 까딱이자 윈디가 파일철을 백유설에게 건넸다·
그 안에는 두 명의 흑마인에 대한 사진과 상세한 스펙 등이 적혀 있었 다· 사용하는 능력의 종류와 성격까 지도 전부·
*···거의 직박구리 안경에 버금가 는 디테일인데·’
새삼 마녀라는 존재가 마음만 먹으
면 어디든 잠입해서 정보를 캐낼 수 도 있다는 사실이 두려워졌다·
그와 동시에 이런 정보력을 운용 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백유설 은 또다시 힘을 얻을 수 있었다·
아마 세계 어디에도 이 정도의 정 보력을 가진 기관은 없을 것이다·
비록 정예 몇몇으로 꾸려진 마녀 집단이기에 세상사 모든 일을 완벽 히 파악하는 정보전으로는 부족할 수 있어도 원하는 정보는 반드시 얻어낼 수 있는 크나큰 장점이 있는 것이다·
눈앞에 9리스크 흑마인의 정보를
두고서 저 마녀 집단을 어떻게 굴려 먹을지 고민하는 것을 스칼렛은 아 는지 모르는지 눈을 반짝였다·
“어때? 놈들이 치고받고 싸우다가 한 놈이 죽고 다른 한 놈이 약해지 면 너랑 내가 가서 콱! 목을 빨래한 팬티마냥 비틀어서 짜버릴 거야·”
“표현이 좀 어이없기는 한데 아주 괜찮은 방법이네·”
백유설이 어떤 부분에 만족해서 웃 는 것인지도 모르면서 스칼렛은 그 가 기분이 좋아 보이자 덩달아 웃었 다· 자신이 평생을 살면서 거의 사 용해 본 적도 없었던 ‘마녀왕’으로서 의 권력이 그에게 도움이 된다는 사
실만으로도 기분이 좋았던 것이다·
“그럼··· 스칼렛?”
“응?,,
“혹마인의 정보 정말 아주 훌륭해· 이런 디테일이라니 네가 어떻게 마 녀들을 훈련시켰는지 알 것 같아·”
“물론이ス】· 난 천 년의 마녀왕인 데·”
“그렇다면 부탁이 하나 있는데 마 녀들에게 말해서 들어줄 수 있을까?”
“얼마든지!”
신나서 의기양양해하는 스칼렛에게 는 살짝 미안해지기는 했으나 어쨌
거나 모두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하 며 백유설은 스칼렛에게 조용히 이 야기를 전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