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5
76· 다섯 명문 학교(8)
마법전사의 기본 소양 중 하나는 마법을 수행하는 것만큼이나 꾸준히 정신력을 기르는 것·
그 이유는 당연하게도 마법사가 흑 마력에 타락하여 넘어가게 될 경우 아주 강력한 흑마인으로 재탄생하기 때문이다·
마법전사란 흑마인을 퇴치할 수 있 는 가장 강력한 무기였으나 반대로 인간의 목에 언제든 흉흉한 칼날을 겨눌 수도 있는 위험한 존재였다·
때문에 아카데미를 졸업하여 베테 랑 마법사가 된 이들은 어지간해서 는 쉽게 흑마력에 타락하지 않는다·
어지간해서는 말이다·
지금까지도 수많은 마법사들이 위 대한 경지에 올라섰으나 강력한 흑 마력을 이기지 못하고 타락하는 경 우가 수도 없이 많았으며 정신력은 굳건하나 더 높은 경지를 위해 자의 적으로 흑마력을 받아들이는 경우도
있었다·
베테랑 마법사조차 흑마력에 굴복 하는 경우가 그렇게 많은데 하물며 이제 막 10대가 된 청소년들은 어 떻 겠는가·
청소년 마법사들은 아카데미의 특 별한 커리큘럼 아래에서 철저하게 정신적 케어를 받고 있으나 이 역 시도 완벽하지는 않다·
이를테면 너무나도 이른 나이에 평범한 천재들보다도 더욱 높은 경 지를 달성하여 나이에 비해 높은 마 력을 지니게 된 청소년 마법사들은 어떤 커리큘럼으로도 보호가 쉽지 않다·
-5계층 진입을 시작합니다·
다나린은 덜덜 떨리는 손톱을 입술 로 잘근잘근 물어뜯었다·
‘아니야· 아직이야 아직····’
머릿속에서 웅웅 울려대는 목소리 의 정체를 파악할 수는 없었으나 최 소한 단 하나만큼은 본능적으로 지 킬 수 있었다·
목소리에 넘어가서는 안 된다·
그러나 그 이유를 생각할 수 있는 단계는 이미 한참 지나 있었다·
그녀의 정신력이 지니고 있는 마력 과 비례해서 조금만 더 좋았더라면
이것이 흑마타락의 과정 중 하나라 는 사실을 인지하여 어떻게든 감정 을 억눌렀겠으나····
그게 쉬운 일이었다면 이 세상에 흑마타락하는 마법전사는 아무도 없 을 것이다·
현재 다나린의 상태는 정상이 아니 었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마법의 위 력은 점점 더 강해져만 갔다·
손끝에서 터져 나오는 불꽃은 여태 자신이 상상했던 그 이상의 위력을 보여주었고 몸속에서 끊임없이 솟 구치는 불꽃의 기운은 그녀에게 더 없는 쾌락을 선사했다·
마법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모를까 계속해서 불꽃을 사용하다 보니 점 점 더 그것에 취하게 되었다·
‘이 느낌···
무언가에 홀린 것처럼 다나린의 동공은 살짝 풀려 있었다·
주위에서 그녀를 찬양하는 목소리 가 들려왔지만 그런 건 이제 신경 쓰이지도 않았다·
이 힘이라면 이런 불꽃이라면····
[5계층 1위 – 스텔라 아카데미]
,,아·,,
다나린이 흑마력을 받아들이는 계
기는 그것으로 충분했다·
화르륵!!
“으으? ド
“꺄아악!”
갑작스레 신전 한가운데에서 터져 나오는 뜨거운 열기에 학생들은 아 비규환이 되어 바닥에 쓰러졌다·
다나린의 몸에 붉은색과 노란색의 화염이 휩싸인 채 소용돌이치고 있 었다· 4클래스 5클래스의 수준을 월등히 넘어서··· 어쩌면 7클래스 를 바라볼 정도로 압도적인 화력·
하지만 그것이 터진 장소가 문제 였다·
만약 몬스터를 상대로 그런 화력을 냈다면 대단하다고 할 만한 일이었 으나 이곳은 학생들이 모여서 휴식 을 취하고 있던 휴게실이었으니까·
“위험해요···
에이젤은 식은땀을 홀리며 지팡이 를 꽉 움켜쥐었다·
곧바로 행동해야 하거늘·
‘어떠한 사건이 터지더라도 가만히 있도록 해라· 그럼 네가 가장 원하 는 것을 주도록 하지·’
비행정에서 만났던 사내의 목소리 가 기억의 한편을 스쳐 지나가는 바 람에 잠시 멈칫하고 말았다·
“뭐 하는 거야? 네가 예상한 대로 뭔가가 터졌는데 대응해야지·”
“···그래야죠·”
그러나 이내 홍비연의 말에 마음을 굳게 다잡았다·
‘그런 것에 마음이 흔들려서는 어 떡하라는 거야·’
고개를 흔들며 에이젤은 다나린을 바라보았다· 공중에 떠오른 채 사방 으로 불꽃을 발산하는 바람에 데이첼 리의 학생들은 이미 혼비백산이 되어 구석으로 숨어버린 지 오래였다·
“어떻게 저런 힘이····”
다나린은 3클래스 마스터로서 이 제 막 4클래스의 주문 하나를 사용 할 수 있었을 뿐이다·
그런 그녀가 7리스크 이상의 마력 을 방출하고 있는 모습은 참으로 이 질적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흑마력이··· 계속 상승하고 있어·”
옆으로 다가온 마유성이 그리 말하 며 완드를 빙글빙글 돌렸다·
“그렇다면 빨리 처리할수록 좋다는 뜻이겠네·”
반대편으로는 해원량이 다가와 섰 는데 벌써 이 조합만으로 무려 6클 래스의 마법사가 네 명이나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대하기 어려 운 존재가 바로 7리스크의 흑마인·
심지어 이제 막 혹마타락하여 계속 해서 힘이 상승하고 있는 마법전사 의 흑마인은 더욱 골치가 아프다·
“이래서 정신교육을 똑바로 받아야 하는데 말이지·”
“···나도 비슷한 경험을 할 뻔해 서 그다지 좋게는 들리지 않는군·”
해원량도 한때 흑마타락에 근접했 던 경험이 있는지라 머쓱하게 웃으 며 마법을 캐스팅하기 시작했다·
“작전은 있어?”
마유성의 질문에 해원량은 간단히 도 대답했다·
“일단 때려눕히고 보자고·”
그 대답이 마음에 들었는지 마유성 도 마주 웃었다·
“괜찮네·”
직후 마유성이 다나린을 향해 달 려드는 것을 시작으로 6클래스의 마 법이 연달아 터져 나왔다·
“이 이게 뭐야···!”
“나는 실습을 보려고 왔는데····”
이제 막 2클래스에서 3클래스에 간신히 도달한 동급생들에게는 그야
말로 청천벽력과도 같은 일이었다·
* * *
한편 신전 외부도 혼란에 휩싸인 것은 매한가지였다·
“저기에 내 딸이 있어요!”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¹¹흐 흑마타락? 흑마타락이라고?”
“어떻게 저런 힘이····”
누군가는 자신의 자식이 신전에 갇 혀있기 때문이었고 누군가는 믿을
수 없는 수치의 마력을 보고서 호기 심이 동한 것이다·
그렇듯 꽤 많은 마법사들이 사태의 심각성을 크게 인지하지 못하였다·
자녀를 신전에 보낸 부모들은 속이 타들어가는 심정이겠으나 현재 세 븐 스타디움에는 내로라하는 정예 마법전사들이 엄청나게 모여 있었으 니까·
흑마타락한 꼬맹이 마법사 하나쯤 은 얼마든지 처리할 수 있다는 자신 감· 그것이 그들의 엉덩이를 무겁게 만들었다·
물론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다·
다섯 교장이 모여 있는 최상층의 관중석에서도 작은 사건이 하나 벌 어지고 있었다·
“···설명을 들어야겠군요·”
엘트먼은 카온 마법학교의 교장이 자 이번 합동 실습의 개최スト 크라 운의 멱살을 마법으로 쥐고서 들어 올렸다·
다른 교장들은 지팡이를 꺼내 들고서 누구를 겨눠야 할지조차 똑바로 정하 지 못한 채 안절부절 떨고 있었다·
“크흐흐 엘트먼 선생· 그러게 교장 노릇을 똑바로 했어야지· 그렇지 않으 니까 이런 사태가 벌어지는 거라고·”
크라운은 멱살을 잡힌 상태에서도 여유롭게 미소 지으며 입을 열었다·
“재미있지 않나? 인간의 단순함이 말이야· 질투심과 자만을 조금만 이 용하면 금방 흑색으로 정화해 버리 고 말지· 그만큼이나 물들이기 쉽다 고 인간이라는 존재는·”
“정화? 타락이다·”
“아니! 정화가 맞다! 엘트먼 선생 당신은 닭에서 병아리로 돌아오는 것을 본 적이 있나?”
“쓸데없는 소리를·”
“크하핫 마찬가지로 흑마인에서 인 간이 된 존재를 본 적이 있나? 하지
만 인간이 흑마인이 될 수는 있지·”
“이게 무슨 의미인 줄 아나?”
혹마인은 인간이 진화한 존재다·
크라운은 그렇게 주장하고 있었다·
“허튼소리를····”
“왜 내 말이 틀렸다면 증명해 보 여라· 인간이 흑마인보다 뛰어난 점 을 단 하나라도 증명해 보란 말이 다 엘트먼 엘트윈!”
크라운은 그리 외치며 엘트먼의 마 법을 뿌리치며 공중에 떠올랐다·
“아 아앗···!”
그와 동시에 크라운의 이마에서 뿔 이 돋아나며 흑마력이 사방에 방출 되기 시작하자 각 학교의 교장들이 표정을 창백하게 물들였다·
이런 수준의 흑마력 결코 일반적 인 흑마인이 아니다·
최소 8리스크··· 아니 그 이상·
9리스크의 흑마인이 이 자리에 강 림하고 있었다·
마찬가지로 공중에 떠오른 엘트먼 은 표정을 와락 구겼다·
“너야말로 자만심이 강하군· 정말 로 혼자서 살아나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나?”
“글쎄? 나는 혼자가 아닌 것 같다 만·”
크라운이 눈짓으로 신전을 가리켰 다· 그곳에는 불꽃의 화신이 되어 타오르고 있는 다나린이 있었다·
“그래 봐야 고작 7리스크··· 아 니 잠깐· 설마···「
그제야 뭔가 이상한 점을 깨달은 엘트먼은 이를 악물었다·
“저 신전····”
신전은 처음부터 크라운이 계획하 고 설계했던 것· 즉 어떤 혹마법이 잠재되어 있어도 이상하지 않다·
이제는 완전히 인간의 모습을 버리 고서 붉은색 피부에 염소의 뿔이 흉 측하게 돋아난 크라운이 폭소를 터 뜨렸다·
“천하의 엘트먼 엘트윈의 감도 정 말이지 다 죽었군! 이제야 눈치챘 나? 다섯 개의 신전은 마법사를 제 물 삼아 불의 화신을 소환하는 제 단! 그것을 마법 사회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아르카니움에서 해냈으 니 참으로 꼴이 좋구나 마법사여!”
“젠장···
엘트먼은 이를 악물었으나 지금의 그로서는 크라운을 상대해야만 했기
에 저곳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네 제자들이 참으로 대단하군· 지 금쯤 모든 힘을 해방했어도 모자라 지 않은데 제대로 발을 묶고 있으 니 말이야·”
그 말대로 홍비연을 비롯한 네 명 의 소년 소녀들은 폭주한 다나린을 상대로도 굉장히 잘 막아내고 있었 으나 신전으로부터 힘을 받아들이는 그녀는 사실상 무적에 가깝다·
결국 마법사는 먼저 지치게 될 것 이고 그때가 되면 불꽃의 화신은 완전히 폭주할 것이다·
“멍청한 마법사들· 조금이라도 빨
리 나섰더라면 일이 이렇게 되지는 않았을 텐데····”
크라운은 그리 말하며 마법사들을 비웃었다·
“인간은 참 신기한 족속이야· 그렇 지 않나?”
마침내 악마의 날개까지 펼쳐낸 크라운은 완전체로서의 모습을 드러 내며 양팔을 펼쳤다·
“자 나를 저지해 보거라 엘트먼 엘트윈· 그런데 너와 나의 싸움에 몇 명이나 희생자가 발생할까? 벌써 부터 궁금해지는군!”
엘트먼의 뺨을 타고 식은땀이 홀렀
다· 그 말대로 어떻게든 크라운을 저지하거나 무력화시키는 것은 엘트 먼의 전력으로 얼마든지 가능하나 그렇게 된다면 어마어마한 규모의 사상자가 발생할 것이다·
심지어 이곳은 인류의 새싹이라고 도 할 수 있는 젊은 인재들이 무수 히 많이 모여 있는 곳·
저들을 모두 잃는다면····
‘인류에게 미래는 없다·’
그리 생각하며 이를 악무는 순간·
번쩍!
허공에서 섬광처럼 무엇인가가 반 짝이더니 그대로 불의 화신을 향해
돌진하였다·
정체를 굳이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저토록이나 초고속으로 움 직일 수 있는 인간은 이 세상에 단 한 명밖에 존재하지 않는다·
‘백유설이 돌아왔었군···!
그가 돌아왔다면 이야기는 살짝 달 라진다· 그나마 불리한 상황에서 엄 청나게 큰 희소식이라고 할 수 있겠 다·
하지만 크라운에 의한 피해를 막 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
콰쾅!!
그렇게 생각하는데 엘트먼의 뺨을
스치고서 광선 한 줄기가 지나치더 니 크라운의 몸에 직격하여 수백 미터를 날려 버렸다·
엘트먼은 황급히 뒤를 돌아보았다·
그곳에는 백색의 머리카락을 휘날 리며 분노에 가득찬 표정을 숨기지 못하고 있는 작디작은 소녀 하나가 있었다·
“···간만에 친구들이랑 알콩달콩 재미있는 시간 보내고 있었는데 상 도덕도 없는 웬 벌레 새끼 하나가 귀찮게 굴어?”
소녀의 정체는 마녀의 왕 스칼렛·
그녀는 한참이나 날아가서야 간신
히 정신을 차린 크라운을 향해 서늘 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제발 죽여달라고 복창해야 할 거 다 꼬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