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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 다섯 명문 학교(1)
한편 백유설이 오지에서 그린 코 어를 찾으러 떠돌이 생활을 하는 동 안 스텔라 아카데미에서는 예정대로 ,실전 추가 시험,이 진행되었다·
스텔라 아카데미뿐이랴?
공중도시 아르카니움의 다섯 명문 마법학교가 모두 합동해서 치르는
이 시험은 매년 마법계에서 큰 관심 사였다·
이맘때쯤이면 이미 천재들은 두각 을 충분히 드러내고도 남았을 시기·
그렇다면 다음으로 남은 숙제는 ‘과연 그 천재들이 정말 실전에서도 천재인가?,를 가려내는 것이다·
2학년이면 어느 정도 실전 임무를 받았을 시기이기도 했기 때문에 ‘합 동 실습’은 사실 말이 실습이지 실 전과 별 다를 바가 없다·
학생들의 안전을 최대한 고려했다 지만 시험에 등장하는 몬스터는 모 두 실제의 몬스터·
함정에 걸리면 실제로 다칠 수도 있으며 몬스터에게 맞으면 죽을 수 도 있다·
물론 매년 그런 사고가 나온 적은 한 번도 없다· 학생들의 수준을 고 려하여 3리스크 정도로 난이도를 조 정하였기 때문이다·
사실 18세의 아이들이 저 정도 난 이도의 던전을 돌파하는 것 자체부 터가 이미 말이 안 되는 이야기이긴 했지만 명문 학교의 생도들이 어디 평범한 학생들이던가·
아르카니움의 위성도시 세븐 스타 디움·
오로지 일 년에 한 번 있는 합동 실습만을 위해 만들어진 이 공중도 시는 매년 겨울이 되면 사람으로 북 적인다·
다섯 명문 학교의 천재들이 모여서 과연 어떤 모습을 보여줄 것인가!
매년 초 논문과 논술로 천재들이 아무리 활약해도 관심없던 마법계의 거물들이 이맘때쯤이면 스리슬쩍 관 심을 두기 시작해서 유난히 더 많은 마법사들이 보이는 시기였다·
“지겨워····”
모여드는 인파를 보며 홍비연은 턱 을 괸 채 한숨을 내쉬었다·
“3리스크의 던전 같은 걸 대체 왜 내가 가야 하냐고·”
그럴 만도 했다·
홍비연과 풀레임 에이젤 등은 이 미 2학년 수준에서 한참 벗어났다·
시험은 너무 쉽고 실습은 하품이 나올 정도다· 6클래스를 넘어서 7클 래스를 바라보는 그녀들의 실력은 사실상 어디 마탑에서 한자리를 꿰 차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
그런 와중에 3리스크의 던전 따위 에서 시험을 받아야만 하니 재미가 없을 수밖에 없었다·
물론 안 해도 된다·
하지만 이 모든 게 결국 홍비연 자신의 커리어가 될 수도 있었기에 중요한 이벤트는 하나도 포기할 수 가 없었다·
“공주님·”
멍하니 비행정에서 창밖의 구름을 구경하고 있던 흥비연에게 호위 예 테린이 서류철을 건네주었다·
“폐하께서 직접 처리하라고 명하셨 습니다· 내일 오전까지 확인해서 우 편을 동봉하셔야 될 것 같습니다·”
“흐음····”
내일 오전은 없다· 세븐 스타디움 에 도착하고 잠깐의 대기 후 곧바로
실습이 시작되니까·
서류를 확인해보니 왕의 실무와 관 련된 것들이었는데 확실히 내일 오 전까지 시간을 투자하면 여유롭게 처리할 수 있는 것들이지만····
‘지금의 나한테 시간이 없는 걸 알 면서도 이런 일을 시켰단 말이지?’
일부러 그랬음이 틀림없다·
홍비연에게는 여유를 많이 준 것처 럼 굴면서 사실은 그녀에게 많은 시간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만약 제대로 일처리를 못한다면 왕 족의 업무를 다른 일에 치여서 못했 다며 나무랄 테 ス】·
다만 나쁜 기분은 아니다·
이런 식으로 못살게 구는 게 좋다 는 건 아니다만 왕의 시험을 계속 해서 내려준다는 것 자체부터가 그 녀를 차기 여왕의 후계자로서 제대 로 인정하고 있다는 뜻이다·
“괜찮으신가요?”
예테린도 사정을 이해하고선 불안 하다는 표정을 지었는데 사실 홍비 연에게 이 정도는 일도 아니었다·
“그냥 여기에서 끝내면 되는 거잖 아· 조금만 기다려·”
“네? 하지만 양이 조금 많은데····”
예테린이 우려했으나 홍비연은 벌 써 서류를 죄다 꺼내서 허공에 차곡 차곡 쌓아두고 있었다· 마법으로 간 이 책상을 만들어버린 것이다·
서류와 깃털펜이 의지를 가진 것처 럼 팔랑팔랑 날아다니고 홍비연의 눈동자가 빛보다 빠른 속도로 굴러 다녔다·
속독· 그 뛰어난 기억력과 함께 어 우러져서 홍비연을 천재로 만들었던 재능 중 하나였다·
창의력은 부족하나 모든 마법을 암 기해 버렸던 어린 천재소녀 홍비연 을 떠올린 예테린은 그제야 안도의
숨을 돌릴 수 있었다·
“그나저나 홍시화는 어때?”
업무를 처리하는 와중에 홍비연이 뜬금없이 던진 질문이었으나 예테린 은 진작 정황을 알아보았기 때문에 문제없이 대답할 수 있었다·
“여론이 좋지 못해요· 저번 무도회 이후로 홍시화 공주님의 비리를 폭 로하는 귀족들이 하나둘 등장하고 있어요· 그런데 특이사항이 하나 있 는데····”
“특이사항?”
“네· 비리를 폭로하는 귀족들을 조 사해보니 배후에 에이젤 공녀가 관
여했다는 이야기가 있어서요·”
우뚝·
홍비연의 펜이 멈췄다·
“에이젤···r
너ド
그러고 보니 최근 몇 달 간 에이 젤과 만난 적이 수업을 제외하면 거 의 없다·
방과 후마다 그리고 주말마다 에 이젤이 항상 어디론가 사라졌기 때 문이었다·
“더 자세히 알아보니까··무도회
당시에 흥시화의 비리와 관련된 귀
족들과 미리 접점을 만들어두고 하 나씩 그 연결고리를 풀어나가고 있 는 것 같았습니다·”
“···실행력이 상당하네·”
“그중에는 몇 명 정도 실종자와 사 망자가 발생하기도 헀는데 조금은 너무 과격하게 일을 진행하는 게 아 닐까 하는 우려가 됩니다·”
“썩어빠진 놈들 좀 죽는다고 지장 도 없잖아? 오히려 세상이 깨끗해지 겠네·”
“공주님께서는 차기 왕이 되실 분 입니다· 그들 또한 모두 품에 품으 실 줄 아셔야 해요·”
“싫어· 그런 놈들은 내가 왕이 되 면 모두 잘라낼 거야· 내 손으로 직 접 해야 할 일을 에이젤이 해주는 거니까 차라리 고마울 지경이네·”
“그러신가요···
이번 합동 실습에는 에이젤도 참여 했다고 들었다·
밤에는 아돌레비트의 어둠을 활보 하면서 평상시에는 잘도 스텔라의 엘리트를 연기한다는 생각이 들었 다·
“하지만 주의하셔야 해요·”
“뭐를?,,
“홍시화 공주가 이대로 가만히 있 을 거라는 생각은 안 들어요· 최근 에 이상할 정도로 잠잠한데··· 커 다란 무언가를 준비하는 중일 수도 있어요·”
“뭐 그거야··· 당연하겠지·”
홍시화가 쉽사리 왕위를 포기할것 같지는 않다·
여태까지 지지율이 탄탄했던 만큼 여론이 악화되면 악화될수록 돌아서 는 민심이 더 많을 터·
그것을 한 번에 역전시킬 만한 무 언가를 터뜨릴 것이다·
그도 아니라면····
“나를 반쯤 죽여노)■서 자신을 선택 할 수밖에 없게 만들든지·”
만약 그런 것이라면 홍비연도 가만 히 있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럼 차라리··· 에이젤의 활동을 내가 제대로 돕는 것도 나쁘지는 않 겠는데?”
“예? 하지만 공주님· 그건 불법적 인 일입니다· 공주님의 손을 더럽힐 수는 없어요·”
“홍시화는 이미 자기 손에다가 피 를 흠뻑 묻혔는데 나만 착한 척 굴 다가는 아무것도 못 해· 차라리 잘 된 일이야· 에이젤의 행동력이 나한
테도 도움이 될 테니까·”
게다가 에이젤도 혼자 활동하는 데 에는 한계가 있다·
정보의 한계는 물론이거니와 슬슬 귀족들이 괴한의 습격을 받는다고 소문이 돌기 시작할 테니 치안에도 상당히 신경을 쓸 터·
그런 빈틈을 에이젤이 모두 알 수 는 없으니 반드시 홍비연의 도움이 필요해질 것이다·
* * *
한편 에이젤은 비행정의 가장 구 석진 자리에서 다 죽어가는 표정으 로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요 며칠 잠을 거의 못잤어요····”
“공부를 그렇게 열심히 해?!”
친구들이 쪼그려 앉은 에이젤의 등 을 토닥이며 온갖 호들갑을 떨었다·
“공부··· 비슷한 걸 하기는 했죠·”
“오늘 괜찮겠어? 합동 실습인데·”
“···죽기야 하겠어요·”
그 좋은 하늘색 머릿결이 다 푸석 해져서 삐죽삐죽 튀어나와 있는 꼴 이 참으로 안타깝다·
평상시에는 아무리 공부해도 피곤 한 기색 하나 없던 에이젤에게 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궁금했으나 도 통 대답하질 않으니 알 길이 없다·
“우린 어차피 참가 안 해서 상관없 지만 조금 걱정인데···
“컨디션은 안 좋아 보여도 에이젤 이니까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하긴 여태 뭘 해도 항상 잘 해냈 잖아·”
친구들의 걱정과는 별개로 피곤에 찌든 에이젤은 사실 별생각이 없었
애당초 학교에서는 능력을 거의 숨
기고 있다만 6클래스의 마스터인 에이젤이 아무리 피곤하다고 해서 고작 3리스크의 던전에서 골머리를 앓을 일은 없었으니까·
그녀가 침울해 있던 것은 다른 이 유 때문이었다·
‘생각만큼 일이 잘 풀리지가 않아·’
10년 전 홍시화가 저질렀던 사건 의 결정적인 증거를 제대로 확보해 야만 하는데 여기서부터는 슬슬 철 저한 장벽에 둘러싸여 있어서 접근 하기가 어렵다·
오히려 귀족들을 들쑤시는 과정에 서 홍시화의 다른 비리를 파헤칠 수
는 있었지만 정작 가장 원하던 것 을 알아내지 못했으니 답답할 수밖 에 없었다·
“그래도 뭐··· 어떻게든 되겠죠·”
피곤한 와중에도 친구들의 질문에 대답하며 시간을 보내는 와중 웬 거적때기를 뒤집어쓴 성인 남자가 비틀비틀거리며 그녀들이 앉아 있는 좌석 근처를 지나쳤다·
다른 여학생들은 냄새가 난다며 살 짝 물러났지만 에이젤은 굳이 그러 진 않았는데 남자는 그녀를 스쳐 지나가며 조용히 속삭였다·
‘네가 궁금한 것을 내가 알고 있다·’
홈칫· 너무나도 빠르게 스쳐 지나 가는 목소리였기에 다른 사람들은 아무도 듣지 못한 낌새였으나 에이 젤은 똑똑히 알아들었다·
시선을 내려서 바닥을 바라보니 어느 사이엔가 쪽지 한 장이 근처에 떨어져 있다·
[30분 뒤 뱃머리로]
뱃머리는 밀담을 나누기에는 영 좋 지 않은 장소다·
굳이 몰래 할 필요조차 없는 이야 기라는 걸까·
‘내가 궁금한 것?’
에이젤이 궁금한 것이라고 하면 역 시 홍시화와 관련된 정보였다·
서둘러 남자가 사라진 위치를 바라 보았으나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있 었다·
‘조급할 건 없어·’
30분 뒤라면 금방이다·
직접 만나서 물어보면 될 일·
“저는 잠시 바람 좀 쐬러 갔다 올 게요·”
“그래! 가서 기분 전환도 좀 하고 와!”
친구들을 뒤로한 채 에이젤은 뱃머
리로 서둘러 나갔다·
이상하게도 평상시에는 뱃머리에 꽤 많은 사람들이 보였는데 지금은 아무도 존재하지 않았다·
마치 누군가가 강제로 사람들을 물 러나게 한 것처럼·
결국 뱃머리에 홀로 남게 된 에이 젤은 30분이나 그곳에서 머리카락 을 휘날리며 서 있었다·
“일찍도 오셨군 에이젤 모르프·”
정확히 30분이 지나자 자리에 나 타난 거적때기의 사내·
에이젤은 표정을 찡그리고서 물었 다·
“제가 궁금한 걸 알고 있다고 하셨 죠· 대체 뭔가요?”
“시작부터 모든 정보를 원하다니 욕심도 많은 소녀로군·”
“불러낸 건 당신이에요·”
“흐흐 그렇긴 흐}지· 하지만 내게서 정보를 얻고 싶다면··· 나를 조금 도와줘야겠다·”
역시 원하는 게 있을 줄 알았다·
“말해보세요·”
“이번 합동 시험 때··· 사고가 하
나 터질 거다·”
“네···r
“그때 나서지 말고 가만히 있어라· 그게 나를 돕는 것이다· 만약 그렇 게 해준다면··· 네 아버지와 관련 된 아주 결정적인 정보를 주도록 하 지·”
“무슨 잠깐!”
사내는 그리 말한 뒤 비행정에서 폴짝 뛰어내렸다·
서둘러 아래쪽으로 고개를 내려 확 인해 보았으나 이미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뒤였다·
‘사건이 터질 거라고···?
그리고 거기서 아무것도 하지 않 고서 가만히 있기만 하면 결정적인 정보를 주겠다니·
‘대체 뭐지···?
에이젤의 머리가 혼란스러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