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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 그린 코어(4)
백유설을 태운 비행정은 금세 브라 이틀리의 상공에 도착하였다·
승무원들은 그에게 안전하게 떨어 질 수 있도록 낙하산을 준비해 주었 지만 당연히도 명예 마도사 정도 되 는 마법전사에게는 필요가 없다·
“그냥 뛰어내리시는 건가요···r
승무원이 걱정된다는 듯 물어왔지 만 백유설은 덤덤하게 끄덕일 뿐이 었다· 그보다도 그에게는 더 신경 쓰이는 점이 있었다·
‘항구가 불타고 있군·’
이미 흑마인의 습격이 끝났다는 의 미· 아마도 백유설이 나서서 흑마인 들을 모두 처리하여 비행정이 항구 에 착륙하더라도 승객들의 이동에는 제약이 걸릴지도 모르겠다·
‘나랑은 상관없는 일이지만·’
덜컹!
비행정의 최하부에 위치한 문을 열 어젖히니 거센 바람이 몰아쳤다·
배의 상층부는 승객들이 왕래하고 있어서 마법 코팅으로 거친 바람이 들이닥치지 않도록 보호되고 있었지 만 하층부는 그렇지 않은 모양·
“저기 그럼 이거라도···
승무원들은 뭔가가 불안한 것인지 자꾸만 백유설에게 무언가를 챙겨주 려고 했으나 그는 쿨하게 무시하고 서 아래로 뛰어내렸다·
훅!
“어머!”
승무원의 짧은 감탄사를 뒤로한 채 바닥으로 낙하하며 백유설은 생각했 다·
‘근데 착지는 어떻게 하지?’
쿨해 보이고 싶어서 무심하게 낙하 산도 없이 뛰어내리기는 했으나 사 실 딱히 방법이 있는 건 아니었다·
물론 자신의 신체 능력을 믿고는 있었으나 그에게는 다른 마법사들처 럼 공중에 부유하는 능력이 없었다·
‘대충 점멸 쓰면 되겠지 뭐····’
멋지게 착지할 여러 방법을 궁리하 던 백유설은 문득 [금강칠월의 가 히를 떠올렸다·
꽃서린 덕분에 얻게 된 백유설에 게 있어서 최고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능력 중 하나·
다만 아직까지는 사용하기가 버거 워서 연습만 했을 뿐 실전에서는 사 용해 본 적이 없었으나 이럴 때 실 험해 보면 좋지 않겠는가?
백유설의 시야에 흑마인들의 형체 가 하나둘 보이기 시작한다·
그중 7리스크로 추정되는 기운을 가진 흑마인이 무려 다섯·
넷밖에 안 된다고 했던 승무원의 말과는 달리 7리스크의 흑마인이 상 당수 이곳에 참전한 모양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런 시골에 저 정도의 흑마인이 이렇게나 많이 모
여있는 건 이해가 안 갔지만 아무 렴 어떠랴·
조준·’
검을 뽑아서 아래를 향해 겨눈 백 유설은 그대로 스킬을 사용했다·
[무너지지 않는 육체]
신체를 일시적으로 강철만큼 단단 하게 만들지만 움직일 수 없게 된다 는 단점을 가지고 있어서 점멸과 조 합하여 사용할 수 없었으나 낙하하 는 지금이라면 충분히 응용이 가능 하다·
‘발사!’
즐겁다는 듯 미소 지은 백유설이
검을 겨누자 그 방향 그대로 점멸 이 한 번 발동되어 어마어마한 속도 로 그의 몸이 쏘아졌다·
타앙! 마치 총알처럼 내리꽂힌 백 유설의 검 끝에는 7리스크의 흑마인 한 명이 뒤늦게 그를 발견하고서 당 황한 채 소리쳤다·
“미친 뭐···!”
하지만 그것이 그 흑마인의 마지막 단말마·
콰쾅!!
백유설의 검은 7리스크의 흑마인 하나를 단 일격에 반으로 쪼개버리 고 말았다·
“무슨 일이야!”
“무 뭔가가 떨어져 내렸습니 다···!”
리더격의 7리스크 흑마인 한 명이 소리ス]자 근처에서 대기하던 다른 흑마인들이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하 였다·
눈앞에서 7리스크의 흑마인 하나가 순식간에 사망했는데 제아무리 감정 을 잃은 흑마인이라고 할지라도 공 포를 느끼지 않을 수는 없었다·
人人人···I
자욱하게 낀 모래 먼지가 걷히며 그곳에서 백유설이 걸어나오자 흑마
인들의 시선이 일제히 그를 향해 집 중되 었다·
“생각보다 많이들 모여계셨네·”
검자루로 어깨를 툭툭 치며 항구를 둘러보던 백유설은 무언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챘다·
‘뭐야?’
분명 격렬한 전투의 흔적은 보이는 데 마법전사는 어디에도 없었다·
전멸했다면 시체라도 남아 있어야 할 텐데 그것조차 없다·
심지어 마법의 흔적조차 거의 발견 되지 않았는데 마법사가 아직 출동 하기 이전이라는 의미·
“···뭐야· 늬들 누구랑 싸우고 있 던 거냐?”
뒤늦게 그들을 자세히 살펴보니 서 로의 몸에 새겨진 상처가 심상치 않 다· 손톱에 찢기거나 물어뜯긴 듯한 저 흉터는 결코 인간이 낼 수 있는 게 아니다·
“허 설마··· 서로 싸우고 있었냐?”
순간 어이가 없어진 백유설은 황당 하다는 듯 물었다·
“하! 인간이 흑마인의 전쟁에 관여 할 셈이냐? 썩 꺼져라!”
“아니· 인간의 도시에서 전쟁을 벌 이는 건 말이 되고?”
“흑마인이 전투를 시작하면 그곳은 곧 흑마인의 전쟁터! 하등한 인간은 그것을 감수해야 한다!”
“어이없는 새끼네 이거·”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진심으로 저렇게 생각한다는 것을 알아서 백 유설은 뒷목이 떼앵 울리는 느낌을 받았다·
사상마저 글러먹은 저놈들을 대체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
‘그나저나··· 서로 싸우고 있었다 고?’
7리스크급의 흑마인들이 인간의 영 역을 침범하면서까지 세력전을 하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
일대일로 단기접전을 벌이는 경우 는 종종 있다지만 이렇게까지 큰 세 력전이 발생했다는 건 윗선에서부터 무언가가 잘못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이를테면·
‘흑마도왕의 부상이 원인이라든지·’
마유성을 통해 흑마도왕이 크게 다 쳤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아마도 그 틈을 노리고서 여타의 흑마인 세력이 왕위를 차지하기 위 해 전쟁을 벌이거나 지속적으로 시 비를 걸어오고 있을 터·
당연히 가만히 있을 흑마도왕이 아
니었기에 세력전을 벌이고 있을 것 이다·
그러니까 눈앞의 이 다툼은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수많은 세 력전의 극히 일부라는 것·
어딘가에서는 8리스크를 넘어서 9 리스크의 흑마인이 격돌하고 있을지 도 모르는 일이었다·
‘벌써 흑마인 정권교체가 일어나고 있다니·’
일러도 너무 이르다·
마유성이 졸업한 뒤에 발생했어야 만 하는 사건인 데다가 이 전쟁 이 후로 메인 스토리가 갑작스레 급발
진하여 거의 엔딩 분기점이 다가오 게 되어 있다·
‘지금 신경 쓸 문제는 아닌가·’
당장 백유설은 그린 코어를 회수하 는 임무를 맡았으니 눈앞의 일에 집중해야만 했다· 그 과정에서 그의 일을 방해하는 눈앞의 흑마인들은··· 서로 어떤 세력이든 간에 모두 제거 해야 하는 대상일 뿐·
“지금부터는 너네 서로 협력하는 게 좋을 거야· 안 그러면 전부 죽을 테니까·”
“헛소리를····”
항구를 점거한 흑마인의 숫자만 무
려 50명에다가 남아 있는 7리스크 의 흑마인이 4명이다·
“보아하니 실력에 자신이 있는 모 양인데 이 숫자 앞에서도 그 소리가 당당히 나올 수 있을까!”
···그것이 그 흑마인의 마지막 유 언·
20분이 채 지나지도 않아서 모든 흑마인을 깔끔히 정리한 백유설은 검에 묻은 피를 털어냈다·
금강칠월의 가호를 연습할 가치도 없이 흑마인들은 너무나도 쉽게 쓰 러 져갔다·
차라리 정말 협동을 했다면 백유설
도 꽤 힘들었을지도 모르는 일인데 저 흑마인들은 그를 상대하면서도 서로를 견제하느라 바빠서 제대로 된 연계가 되지 않았다·
한마디로 자멸했다는 의미다·
“이런 놈들이 정말 세상을 정복하 기라도 했다가는 아주 큰일이 나겠 어·”
잠시 뒤 백유설이 흑마인을 전멸시 켰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서 튤리 스 항공 3호는 죄다 무너져내린 브 라이틀리 항구에 입항하였다·
“이 이럴 수가··· 내 고향이····”
몇몇 사람들은 무너져내린 항구를
보고서 절망하기도 했고 누군가는 잠시 지나치는 길이었기에 배편이 막혔다며 툴툴댔다·
“그래도 곧 재난지원 센터에서 항 구를 복구해 준다고 하니 비행정은 곧 운용할 수 있겠군요· 감사합니다 백유설님·”
비행정의 기장이 나와서 그에게 감 사를 표하자 백유설은 으레 하는 말 로 대답했다·
“해야만 하는 일이었는걸요·”
영혼없이 버릇처럼 내뱉은 말이었 으나 듣고 있던 사람들에게는 다르 게 들렸던 모양이다·
“이런 위험지역에 혼자 들어와서 싸우는 게 해야만 하는 일이라니····”
“마법전사는 돈에 쫓고 쫓기는 사람 인 줄 알았는데 다시 보게 되네요·”
“나도 나중에는····”
저들이 무슨 착각을 하든 간에 백 유설에게는 더 이상 관심사가 아니 었다·
“그럼 이만·”
브라이틀리의 뒷정리는 마법사 협 회에게 맡긴 뒤 그는 빠르게 발걸음 을 옮겼다·
예전 같았으면 사람들의 감사와 환
호를 만끽하느라 시간을 소모했을 테지만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다·
브라이틀리 항구는 절벽과 절벽 사 이에 세워진 도시로서 지금은 배가 거의 드나들지 않아서 어선이 가득 채워지게 되었는데 돈 몇 푼 쥐여주 면 밀항까지 해주는 불법어선도 종 종 볼 수 있었다·
본래 백유설의 계획은 그 밀항선을 이용하여 브라이틀리 인근의 섬 곳 곳을 뒤질 생각이었는데 지금은 배 가 죄다 파괴되어서 불가능해졌다·
‘정확한 위치를 알 수 없는 상황에 서 섬을 뒤지는 게 가장 빠른 편이 기는 할 텐데·’
흑마인들은 보통 인간들의 거주지 에서 떨어진 곳에 터를 잡고 생활하 고는 했는데 마수로 가득 차서 버려 진 외딴섬이나 험준한 산령 등이 대 표적인 예시다·
브라이틀리 근방에 그린 코어를 훔 쳐간 흑마인 집단이 있다는 정보까지 는 알 수 있었으나 그 이상으로 아는 게 없어서 섬을 모조리 뒤지려고 했 건만 시작부터 계획이 뒤틀렸다·
‘항구가 복구될 때까지만 숲을 먼 저 뒤져볼 수밖에 없겠지·’
어차피 시민들이 아직 살아 있다면 배는 금세 복구될 것이다·
게다가 재산이 상당히 파괴되었기 때문에 백유설이 거금을 쥐여주며 배 좀 빌리겠다고 하면 넙죽 받아들 일 사람이 가득하다·
“우선은···
직박구리 안경을 통해서 허공에 지 도를 띄운 백유설은 눈앞의 장관과 지도를 비교해 보았다·
“딱 맞네·”
분명 지도에는 숲이라고 표기된 장 소였거늘 직접 와서 찾아보니 웬 커다란 성채가 자리하고 있다·
게다가 성벽 위에 돌아다니는 기괴 한 형태의 인간들은 모두 흑마인이
틀림없었으니 제대로 찾아왔다고 볼 수 있었으나 문제는 이곳에 그린 코 어가 있을지 없을지 알 수 없다는 것·
‘경비는 허술하군·’
애당초 교대로 경비를 선다는 개념 자체가 없는 것인ス] 인간의 성채였 다면 초소 별로 병사가 들어서 있었 을만한 장소에도 아무도 없었다·
즉 백유설이 몰래 잠입하기에는 아주 딱 좋은 장소라는 의미
그는 그림자 속에 몸을 숨긴 채 빠르게 이동하여 성벽을 딛고 도약 해 가볍게 안착했다·
그러고선 흑마인 둘이 그를 발견하
고서 소리를 지르기도 전에 목에 칼 집을 내서 침묵시켰다·
시체를 끌고가서 구석에 처박아두 는 것만으로도 유기는 완벽하다·
어차피 혹마인들은 서로가 사라졌 는지 신경조차 쓰지 않을 것이기 때 문이다·
정해진 경비 위치도 없으니 빈 자 리가 있다고 해서 의문을 품는 이도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조금 넓네·’
아마도 이 성채의 가장 깊숙한 곳 까지 들어서야 보스급의 리더를 만 날 수 있을 텐데 가는 길이 상당히
험난해 보인다·
지금의 백유설로는 수백 명이 넘어 가는 저 흑마인을 모두 감당하기는 버겁다· 광역 마법이 없는 그로서는 도망칠 자신은 있지만 한꺼번에 많 은 적을 해치울 자신은 없었다·
‘그래도 오늘 안에는 성채를 점령 할 수는 있겠어·’
조금씩 천천흐] 신중하게·
그렇게 백유설이 발걸음을 옮기려 는 와중·
···삐잉!
무언가 섬뜩한 감각이 온몸을 지배 하여 백유설은 황급히 몸을 바깥쪽
으로 날렸다·
점멸까지 연달아 사용해가며 그렇 게 뒤쪽으로 구르자 잠시 뒤·
콰쾅-!!
하늘에서 거대한 무언가가 떨어져 내리며 성체를 초토화시켜 버렸다·
“으··”
거센 돌풍에 휩싸였으나 백유설은 금강칠월을 몸에 두른 뒤 실눈을 뜨 고서 성채를 바라보았다·
‘뭐야 저게?’
성채는 이미 반파되어 있었고 가 장 높은 성에서 기다리고 있었을 터
인 성주는 온몸이 피 칠갑을 한 채 로 누군가에게 멱살이 잡혀 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최소 7리스크에 어 쩌면 8리스크일 수도 있는 흑마인이 단 1초만에 제압당한 것!
‘대체 누가···
백유설은 실눈을 뜨고서 그 대상을 확인하고서는 살짝 놀라고 말았다·
**···블랙킹던?”
마치 흑마도왕을 따라 하려는 듯 온몸에 흑색 갑주를 입은 세상에서 가장 특이한 흑마인
흑마도왕의 오른팔이자 ‘아이테르 월드 온라인’에서 가장 위험한 보스
몬스터 중 하나로 분류되었던 그 존 재가 난데없이 이곳에 나타났다·
“저 남자가 대체 왜···r
멍하니 블랙킹던을 지켜보는 와중 블랙킹던은 멱살잡은 흑마인의 목을 부러뜨려서 즉사시켰다·
그런 다음 고개를 홱 돌려서 이곳 을 바라본다·
그러니까·
정확히 백유설이 숨어 있던 장소 를 똑바로 쳐다본 것이다·
두 눈이 마주친 백유설은 땀을 삐 질삐질 홀렸다·
···영 좋지 않을 때 마주친 것 같은데?’
일전에 블랙킹던의 이름을 팔아먹 어서 곤란하게 만든 적도 있는 데다 가 여러모로 그의 계획을 상당히 방 해했었기에 잘못 걸렸다가는 그대로 황천길행이다·
그렇다면 남은 방법은 하나뿐·
‘튀자·’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