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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흑마인들(1D
혹마인 아즈믹과 칼라반·
그들은 백유설이 현재 들어와 있는 코어 게이트에 잠입해 있었다·
흑마인은 인간들과 달리 통상적인 출입구가 아닌 다른 공간을 통해서 도 페르소나 게이트로 들어올 수 있 었는데 이 방법을 이용하여 페르소
나 게이트를 공략하던 마법사를 습 격한 사례가 종종 있다·
그 탓에 마법사들은 아마도 흑마인 들의 습격마저도 대비한 훈련을 해 왔을 터·
“정말 이 방법으로 되겠나?”
칼라반에 초거대 해파리 괴수의 머 리 위에 탑승한 채 묻자 눈알이 19 개 달린 괴물의 목 위에 앉아 있던 아즈믹이 소리를 버럭 질렀다·
“어쩔 수 없잖아! 밖에 나가면 마 법사가 우글우글한데· 아마 스텔라 에 돌아갈 때까지 마법사들의 호위 를 받을 거라고· 차라리 여기서 괴
수들과 협력하는 게 나아·”
“나무란 적은 없다만 예민하게 반 응하는군·”
“크흠흠!”
요 근래 하도 실패만 해대서 그런 걸까 여러모로 예민하다·
“쉿· 오는군·”
아즈믹과 칼라반은 백유설 원정대 의 기척이 느껴지자 즉시 모습을 숨 겼다·
여태까지 저들이 상대한 괴수는 약 해빠진 것들밖에 없어서 쉽게 이곳
으로 왔겠지만 지금부터는 다르다·
페르소나 게이트의 괴수들은 이차 원에서 넘어온 존재·
통상적인 상식이 전혀 통하지 않 아 처음 맞닥뜨리는 괴수는 몇 번 의 접전을 통해 그 약점과 특성을 파악하여 공략해야만 한다·
아즈믹은 그것을 노린 전략을 세우 고 있었다·
제아무리 백유설이라고 해서 단번 에 괴수의 약점을 파악하는 것은 불 가능!
반드시 괴수의 분석을 위해 대치하 는 상황에 놓일 터인데 그 순간 습
격하는 것이 작전이었다·
단순해 보이지만 피할 수 없다·
괴수의 특성조차 파악하지 못한 상 태에서 7리스크급의 흑마인 둘이 습 격한다는 것은 백유설로서도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며 또한 이 게이트 의 ‘보스 몬스터’가 수백 가닥의 촉 수와 수백 마리의 벌레 몬스터를 부 리는 것을 생각하면 반드시 이길 수 밖에 없는 전략이었다·
백유설이 괴수의 특성을 파악하기 위해 시간을 끌수록 벌레 몬스터는 점점 더 늘어난다·
그러나 백유설이 괴수의 특성과 약
점을 파악하지 못하도록 아즈믹과 칼라반이 방해한다면····
결국 저들은 수백 가닥의 촉수에 휩싸여 모두 살해당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다·
“이따위 작전을 짜는 건 자존심이 상하지만···
“아즈믹 집중해라·”
칼라반이 주먹을 움켜쥐며 말했다·
“놈들이 바로 지척에 도달했다·”
“···드디어·”
긴장 가득한 표정으로 침을 꿀꺽 삼켰다· 여기서 백유설을 사냥하여
그의 수급을 가지고 돌아간다?
이 얼마나 위대한 공이란 말인가·
‘피할 수 없어 백유설· 어서 들어 와·’
이곳으로 단 한 발자국·
한 발자국 들이는 순간 상황은 종 료된다·
툭!
그리고 마침내!
백유설이 보스룸으로 발을 들였다!
“어라 백유설 마도사님?”
“뭔가 분위기가 이상한데요·”
“이거 괜찮은 거 맞겠죠···r
쿠구구구궁!!
바닥에 진동이 울리며 이 거대한 공간 그 자체가 뒤흔들린다·
그러고서는 벽이 무너지더니 모습 을 드러내는 정체불명의 얼굴!
그것은 코가 없는 사람의 얼굴이었 으나 턱 아래로 수백 가닥의 촉수 가 뿌리처럼 뻗은 채 징그럽게 꿈틀 거리고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사방에 뚫린 공간에서 검은색 코뿔
소를 닮은 몬스터들이 우글거리며 달려들기 시작한 것!
“제 젠장! 포위됐습니다!”
“백유설 마도사! 어떻게 해야···!”
아즈믹과 칼라반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スト 이제부터 백유설이 당황하는 동안 잽싸게 등장해서 놈의 뒤통수 를 치면 된다·
설령 자신들의 공격으로 쓰러뜨리 지 못해도 괴수와 함께 협동한다면 얼마든지 상대가 가능····
“불이나 지르죠·”
,,예?,,
“불이요? 왜 왜죠?”
“이유가 있습니까? 원래 이런 놈들 은 불 지르는 게 약입니다·”
“그···런가?”
“듣고 보니 그런 것 같기도···?”
“모 몰라! 일단 난 해볼래! 불꽃 의 대지!”
“타오르는 기둥!”
“전부 태워! 타올라라!”
화르륵! 번쩍!
사방에 벼락이 튀고 불꽃이 번지기
시작하자 삽시간에 코뿔소 몬스터 들이 괴성을 지르며 사방으로 도망 치기 시작한다·
백유설은 거기에 더해 가방에서 기름통을 꺼내 점멸로 뛰어다니며 사방에 흩뿌리기 시작했는데 이것은 마력이 묻은 아주 특수한 기름통으 로 마법으로 인한 불이 붙지 않도 록 항마력을 두른 몬스터에게 아주 특효약이 었다·
끼에에에에에!!
본디 약점이 불꽃인지라 불이 붙지 않도록 진화했던 촉수 괴물은 불에 타오르는 고통을 오래전에 잊었다·
그리하여 촉수를 수백 가닥이나 늘 려 버렸거늘 그것이 오히려 독이 되고 말았다·
촉수가 적었다면 모를까 너무 많 은 촉수에서 불에 타는 고통이 느껴 지는 것이다!
결국 놈은 제대로 된 저항도 하지 못한 채 백유설의 검에 썰려 나갔고·
“···여기까지만 하고 돌아갈까?”
“크흠 그러는 게 좋겠군·”
뒤에서 백유설을 습격할 준비를 하 던 아즈믹과 칼라반은 조용히 페르 소나 게이트를 빠져나갔다·
전략이고 자시고 그 무슨 짓을 벌 여도 백유설에게는 통하지 않는단 사실을 알아버렸다·
* * *
쿠르릉····
하늘이 어두워지며 뇌운이 드리운 다· 스칼렛은 식은땀을 홈치며 바닥 에 주저앉은 채 크게 숨을 내쉬었다·
“힘들구마안! 나도 옛날 같지 않단 말이 ス 1· 늙었다 늙었어!”
고작해야 흑마인 잔챙이 몇 명을
처리하는데 이렇게까지 지칠 일이란 말인가·
이것이 분신체의 한계·
안 그래도 최근 스텔라에 머물면서 백유설과 함께 수행한다고 너무 많 은 마나를 소모했다·
‘그래도 마지막 놈까지 처리했으 니 당분간은 귀찮게 굴지 않겠지·’
스칼렛은 힘겹게 일어나 날아오르 려고 했으나 마나가 부족한 탓에 그럴 수 없었다·
‘쳇· 빗자루를 꺼내야겠네·’
주섬주섬 치맛자락에서 빗자루를 꺼낸 스칼렛은 하늘을 바라보았다·
난데없이 드리운 저 뇌운은 분명히 마법적인 현상·
아마도··· 저 혹마인 잔챙이들이 시간을 끄는 동안 본격적으로 일을 벌이려고 찾아온 ‘메인 디쉬’가 꽃서 린 여왕과 맞붙기 시작한 모양이었다·
”흐응 엘프왕이 이기겠지만·”
예전 세대의 엘프왕들이라면 솔직 히 승부를 장담할 수 없었을 것이 다· 하지만 이번 세대의 엘프왕은 아주 특별하고 강력했기에 스칼렛 은 꽃서린의 패배를 전혀 머릿속에 그릴 수 없었다·
그나마 걱정되는 부분이 있다면 꽃서
린의 심성이 너무 고운 나머지 흑마인 조차 살려서 돌려보내는 것뿐이었다·
아무튼 이것으로 상황은 종료·
‘나도 돌아가서 요양이나 좀 해야 겠지?’
그녀의 분신체는 마나가 영구적으 로 회복되지 않기에 마나를 회복하 기 위해서는 또 다른 분신체를 만드 는 수밖에 없었는데 사실상 그건 불 가능하다·
‘이만한 분신체를 어떻게 또 만드 냐구·’
영구적으로 마나 회복이 불가능하 긴 하지만 진귀한 약초를 듬뿍 넣
은 엘릭서를 제작해서 한 달 정도 휴식한다면 그럭저럭 상태가 괜찮아 질 것이다·
대신에 그동안 마법은 거의 사용하 지도 못하겠지만 어차피 스텔라에 서 숨어 지낼 건데 무슨 상관이랴· 머리가 아프다고 마법 수업마다 땡 땡이를 치면 문제없다·
학점이 까이는 건 새삼 신경 쓴 적도 없다·
“그럼··· 돌아가는 길에 레인보우 럭셔리 파르페나 사먹-”
흠칫!
그러다 순간 스칼렛의 눈동자가
새하얗게 물들더니 불길한 예감을 포착하였다· 스칼렛은 즉시 지팡이 에 탑승하고서 한 발자국 뒤로 물러 났는데 그건 그녀의 실수였다·
“···과하게 경계하는군·”
“너는··· 회공시월?”
아차 싶었던 스칼렛은 뒤늦게 표정 을 찡그렸지만 늦었다·
회공시월의 기척을 뒤늦게 알아차리 고서 경계했다는 것 자체부터가 마녀 왕으로서 스칼렛이 약해졌다는 증거·
예전에는 회공시월이 무슨 짓을 벌 이든 여유만만한 태도로 대응했기 때문에 특히나 그 차이가 극명하게
보일 수밖에 없었다·
“세계수에서의 계획이 예정대로 흘 러가지 않고 있어서 찾아왔더니 마녀 왕이 관여하고 있었을 줄이야· 하지 만··· 안타까울 정도로 약해졌군·”
“훙· 분신체인데 무슨 상관?”
“그런 것치고는 지나치게 경계하는군·”
그 말에 스칼렛은 속으로 이를 악 물었다·
‘젠장 이 나이 먹고 이딴 실수나 하다니!’
아마도 회공시월은 스칼렛을 포착 했을 때부터 그녀가 상당히 약해졌 음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떠보았겠지·
그녀의 반응을·
“잘됐군· 네년은 항상 귀찮았다· 모 든 미래에서·”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
회공시월의 입꼬리가 미세하게 올 라갔다·
회색의 남자가 표정을 짓는다·
그건 천 년의 세월을 살아온 스칼 렛조차도 본 적이 없었기에 당혹스 러울 수밖에 없었다·
“너 무슨 꿍꿍이야?”
“호재로군·”
“뭐?,,
“가장 걸리적거렸던 마녀왕이 없는 미래는 나로서도 처음이거든·”
위험하다·
앞으로의 일은 굳이 마녀왕의 판단 력이 없더라도 누구라도 알 수 있 을 것이다·
그리 생각한 스칼렛은 서둘러 지팡 이를 타고서 허공에 빛무리를 발사 했으나 늦었다·
단 한 번·
일합의 마법 교환·
그것으로 상황은 끝이었다·
“아···
스칼렛의 몸을 지탱하던 지팡이가 힘을 잃고서 바닥으로 떨어져 내린 다· 그녀의 신체 역시 서서히 기울 더니 그대로 바닥으로 추락하여 떨 어지고 말았다·
울컥!
입에서 피가 한 움큼 새어 나온다·
가슴에 커다란 구멍이 뚫린 것치고 는 그다지 아프지 않다·
감각이 50%밖에 되지 않아서 그 런 걸까·
‘망할··· 마녀왕인 내가 이따위 꼴이라니···
마력이 아주 조금만이라도 더 남아 있었다면 이런 꼴을 당하지는 않았 을 것이다·
원인은 아주 많다·
스텔라에 다니면서 인지 저하 마법 을 비롯해 다양한 마법을 지속적으 로 사용하느라 마력을 회복할 틈이 항상 부족했고 백유설을 진심으로 가르치느라 지나치게 많은 마나를 소모했다·
거기에 더불어 세계수에 후환이 남지 않도록 모든 흑마인을 샅샅이
뒤져서 단 한 명도 남기지 않고 죽 이는 통에 한 줌의 마나조차 아끼지 않고서 모두 소진하고 말았다·
조금의 마나라도 남아있었다면·
최소한 회공시월의 기척을 미리 감 지하고서 강해 보이는 척 연기라도 했을지도 모르겠다·
회공시월은 어차피 공격해 봐야 의 미가 없다고 생각하여 그대로 돌아 갔을 수도 있겠지·
···후회해서 뭐 하겠어·’
스칼렛은 눈을 감았다·
이대로 분신체가 소멸된다면 최소 한 100년은 바깥 세상으로 나올 수
없다·
아쉽다·
인간의 수명은 100년이 되지 못한 다· 8클래스 이상의 대마법사가 된 다면 그 수명이 조금은 늘어날 수도 있겠지만 백유설은 마력을 전혀 다 루지 못하는 존재·
아마도·
백유설 역시 천 년 전 그때의 하 태령처럼····
‘하는 일마다 되는 게 없어· 정말 로·’
흐릿한 시야 사이로 회공시월이 포 탈을 열고서 사라지는 게 보였다·
그 입술이 달싹이며 ‘일은 내가 마 무리를···어쩌고 하며 무어라 말하는데 귀가 멀어버렸는지 말조 차 끝까지 들리지 않았다·
어차피 이건 분신체다·
100년 뒤에는 다시 바깥세상으로 나와서 활동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녀는 이대로 눈을 감고 싶지 않 았다·
그래서 힘없이 웃었다·
‘···미련인가·’
백유설에게 미련이 남았다·
그가 성장하는 모습을 조금 더 오 래도록 옆에서 지켜보고 싶었다·
영웅호걸이 된 그가 세상을 마침내 구해낼 때 그 옆에 나란히 서서 어깨를 나란히 한 채로·
평화로워진 세상을 눈에 담고 싶었다·
미련이다·
미련이 틀림없었다·
그래서 스칼렛은 가능성이 제로에 수렴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티끌 같은 마력을 쥐어 짜내서 지팡이에
그려 넣었다·
단 0·1%의 마력이라도 있었다면 원거리에 메시지를 전송할 수도 있 겠다만 그 정도조차 안 된다·
‘고작해야 몇 글자 정도····’
할 말을 제대로 전달하는 것조차 불가능할 정도로 남길 수 있는 메시 지가 적었지만 그럼에도 스칼렛은 있는 힘껏 지팡이에 글귀를 새겼다·
툭-
이윽고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미소 를 지은 스칼렛의 몸이 빛가루가 되 어 허공으로 흩어졌고·
쿠르릉 콰쾅!!
검게 물든 하늘에 거대한 벼락이 내리치더니 잠시 후 잠잠해지며 다 시금 맑은 하늘이 돌아왔다·
꽃서린이 9클래스의 흑마법사이자 9리스크의 흑마인 블랙카온을 마침 내 쓰러뜨린 것이다·
스칼렛의 우려와는 달리 그녀의 손 속에 자비는 없었다·
꽃서린은 무어라 변명하려는 블랙 카온의 목숨을 단번에 끊어냈다·
왕으로서의 냉정한 판단이었다·
다른 일이었다면 모를까 그는 감 히 자신의 백성들을 위협한 존재였 으니까·
그렇게 시간이 흘러·
저녁이 되었을 무렵·
사박-!
세계수를 도와주었던 스칼렛의 행 방을 찾기 위해 꽃서린이 이곳을 찾았다·
‘벌써 일을 끝마치고 돌아가신 걸 까····’
그리 생각하며 마지막으로 마력이 맴돌았던 장소 주변을 맴도는데 바 닥에 떨어져 있던 지팡이 하나를 발 견할 수 있었다·
그것을 주워든 꽃서린은 의문스러
운 표정으로 그것을 천천히 훑어보 다가 눈동자가 크게 떠졌다·
“이건··?”
그곳에 써 있는 메시지·
단 다섯 글자·
[나를 찾아줴
스칼렛이 마지막으로 백유설에게 남긴 메시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