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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호랑이처럼(9)
돈· 이 세상에서 돈으로 하지 못할 일은 없다·
혹자는 말한다· 돈으로 행복은 사 지 못할 것이라고·
헛소리다·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없 을지언정 행복할 수 있는 모든 조 건을 사버리는 건 가능하다·
젤리엘은 그 신념을 굳게 믿었다·
그녀는 행복하다·
돈 때문에 행복한가 라고 질문하 자면 반쯤은 틀리고 반쯤은 맞다고 대답하겠다·
완전히 돈 때문에 행복한 것은 아 니지만 돈 때문에 행복해질 수 있 는 사람을 만나게 되었으니까·
그래서 그녀는 이제 돈을 사랑하지 않는다· 자신의 재산을 마음껏 세상 에 기부한다·
나의 행복이 돈 때문이 아니라는 사실을 스스로 알기 위하여 또한 그 방법으로 속죄하기 위하여·
“아가씨· 명령하신 대로 마법 전사 용병 천 명을 고용했습니다·”
“명령이 아니라 부탁이에요· 저는 독재자가 아니거든요·”
젤리엘이 살짝 불만이라는 표정으 로 말하자 마법 전사는 어색하게 웃 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지금의 그녀가 엄청 무섭게 느껴지는 직원은 없을 것이다·
차라리 작년의 젤리엘이 몇천 배는 더 무서웠다· 감정 없이 웃는 얼굴 로 무엇이 불만인지조차 말해주지 않고서 내쳐 버리는 그녀는 정말로 미친 사람 같았으니까·
하지만 지금의 젤리엘은 감정 표현 을 어느 정도 확실하게 하는 편이며 무작정 화를 내거나 누군가를 내쫓 지 않는다·
불만이 있으면 먼저 설교를 하고 그다음에 타협을 한다·
그것이 반쯤 말싸움으로 번질 때도 있지만··· 지금의 젤리엘이 작년의 젤리엘보다 훨씬 낫고 사랑스럽다는 데에는 누구도 이견을 제시하지 않 을 것이다·
현재의 젤리엘은 정말 그 나이대의 부유하고 고귀한 아가씨처럼 보였으 니까
“젤리엘 아가씨· 요원들을 최근 흑 마인들이 출몰했던 위치로 파견을 보냈습니다만 아직까지는 소식이 없 습니다·”
“그렇겠죠· 이렇게 빨리 들킬만한 위치에 있는 흑마인이라면 오히려 수색할 가치가 없는 떨거지겠죠·”
“한시가 급한 와중에 별다른 정보 를 드리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괜찮아요· 제가 해결할 수 있을 것 같거든요·”
젤리엘은 돈이 많다·
그리고 인맥도 아주 넓다·
그 둘이 합쳐지면 해결 못할 일은 어지간해서 없다·
그녀는 자신의 사무실로 돌아와 수 화기를 들었다· 그러고서는 스텔라 아카데미의 학생부에게 전화를 걸어 신분을 밝히니 기겁을 한다·
-갑자기 무슨 일로····
“별일은 아니고 아넬라 학생 좀 바꿔주시 겠어요?”
올해 스텔라 아카데미에 입학하여 S클래스가 된 인간 마법사 소녀·
1학년에서 가장 유명한 마법사 중 한 명인 그녀는 젤리엘이 직접 키워 냈다고 봐도 무방했다·
마법 교육은 물론 그 모든 뒷바라 지를 도맡아서 했으니까·
역시나 잠시 기다리니 급하게 달려 온 듯한 아넬라가 허겁지겁 전화를 받았다·
젤리엘은 그녀에게 있어서 은인이 기 이전에 몇 안 되는 친구였기 때 문이다·
-젤리엘 아가씨! 오랜만인걸요!
“응· 오랜만이야· 그동안 연락 못 해서 미안하네·”
一어 어···?
상냥한 말투에 오히려 아넬라가 당
황한다· 원래 저렇게 착한 이미지의 캐릭터였던가?
-크흠흠! 그래서 무슨 일이야? 급 한 일이 있는 것 같은데·
그에 젤리엘은 쓴웃음을 지었다·
사적인 연락을 하지 않으니 주변 인 모두 그녀의 연락을 받으면 반드 시 어떤 용건이 있겠다고 곧바로 추 측을 하고 만다·
심지어 그것이 틀린 게 아니었기에 더욱 속이 쓰렸다·
“맞아· 실은··· 내가 소중히 여기 는 사람들이 흑마인에게 납치를 당 했거든· 네 도움이 필요해· 물론 공
짜로 도와달라고 하지는 않아· 소정 의 보상을···
-그딴 건 필요없어·
말을 하던 와중 오히려 아넬라가 끊어버리고서 냉랭하게 말하니 젤리 엘은 살짝 당황하였다·
“필요 없다니····”
도와주지 않겠다는 걸까?
그렇다면 살짝 가슴이 아플지도 모를 것 같다는 생각을 하는 와중에 아넬라가 말을 이었다·
-내가 받은 은혜가 얼만데 그런
일 가지고 보상을 받아? 필요 없으 니까 위치나 말해· 내 능력이 꽤 쓸 모가 있던 건 ス1 나름대로 중요한 임무를 다니면서 만났던 흑마인들을 알고 있으니까·
그 말에 젤리엘은 묘한 기분을 느 꼈다· 그녀에게 많에 베풀었던 것은 사실이나 보답 없이 공짜로 누군가 가 무언가를 해주겠다고 나선 적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위치는 하월 평원의····”
대략적으로 납치당한 위치와 테러 가 있었던 장소를 설명하자 그것들
을 수첩에 받아 적던 아넬라는 몇 분 지나지 않아 대답했다·
-간략하게 추려봤어· 근처에 테러 를 벌이면서 흑마력을 노출시키지 않을 만큼 대단한 그룹은 몇 안 되 는데··· 대부분이 교단의 후원을 받고 있어·
“교단?”
-흑마신교의 교단이야·
일전에 들어본 적은 있다·
다만 자신이 그들에게 엮이게 될 줄은 몰라서 크게 신경 써본 적이 없을 뿐·
-총 세 군데야· 작년에 내가 떠날 때까지만 해도 7리스크 수준의 흑마 인이 리더를 맡고 있는 데다가 각각 100명 이상의 흑마인을 보유하고 있어서 조심해야 할 거야·
생각 외의 소득으로 그들의 병력 수준까지 알 수 있었다·
아마 이번 일을 위해 병력을 더욱 강화했을 수도 있겠지만 문제 없다·
젤리엘은 그보다 10배는 더욱 거 대한 병력을 동원할 예정이었으니·
“고마워· 보답까지는 아니고 용돈 이라도 줄까?”
-괜찮다니깐!
“그럼··· 요새 잘 지내고 있어? 벌써 여름인데 하복 필요하지 않아? 실습할 때도 학교 보급품 따위를 쓰 는 건 아니지?”
-여기 보급 지팡이가 어지간한 사 제 지팡이보다 좋은데····
“설마 정말 보급품을 쓰는 거야?”
-어? 일단은····
“알겠어· 끊어·”
달칵!
수화기를 내려놓은 젤리엘은 메모 지에 빠르게 무언가를 적어내리고서 는 부하 직원에게 시켰다·
“여기에 있는 이 물품 스텔라 아 카데미의 아넬라 학생에게 보내도록 하세요· 반송은 반드시 거부하고요·”
“네 넵? 알겠습니다!”
젤리엘은 요원들을 향해 말했다·
“출동 준비는 끝났나요?”
,,예·,,
“총 세 군데 정도 의심 가는 흑마 인 그룹을 찾아냈어요·”
“그렇군요· 총 세 군데나····”
“한꺼번에 모두 들쑤시죠·”
“···예에?!”
직원들이 놀라건 말건 젤리엘은 진 심이었다· 다른 한 곳을 습격했다가 다른 곳에서 눈치채고 도망이라도 치면 낭패니까·
“그렇지만··· 세 군데 모두 꽝이 면 어떡합니까?”
“그건 괜찮아요· 흑마인들도 서로 커뮤니케이션을 할 테니 한두놈 생 포하기만 하면 정보를 캐내는 건 그 리 어렵지도 않아요·”
그리 말한 뒤 그녀는 방긋 웃었다·
어쩐지 살벌하기까지 한 미소를 지 으며 젤리엘은 상큼하게도 말한다·
“이제 아시겠죠? 단 한 마리도 놓
치면 안 돼요· 모조리 제 앞에 무릎 을 꿇어야 할 거예요·”
그 알 수 없는 포스에 요원들은 홀린 듯이 차렷 자세로 대답했다·
“네 넵! 알겠습니다!”
도대체 아직 10대밖에 되지 않은 저 소녀의 어디에서 저런 기백이 나 오는지 도무지 알 수 없는 일이다·
한편 젤리엘이 남부 하월 평원의 모든 흑마인들을 쥐 잡듯이 들쑤시
고 다니며 대재앙을 일으키는 동안 풀레임과 소녀들은 마지막 임부를 마치고서 스텔라 복귀행 열차에 막 탑승한 채였다·
홍비연은 이미 뺨을 새빨갛게 물들 인 채 색색 소리를 내며 기절해 있 었고 에이젤은 피곤한 와중에도 ‘실습 점수를 실컷 땄으니 보충 공 부를 해야 돼요!’라며 다크 서클 가 득한 눈을 부릅뜨고서 책을 쳐다본 다·
풀레임은 딱히 무언가 하고 싶은 게 없었으나 홍비연에게서 한시라도 눈을 뗐다가는 정말로 죽어버릴 것 같아서 가만히 있지를 못하겠다·
저런 와중에도 홍비연 본인은 절대 죽을 일 없다며 손사래를 치는데 참 으로 답답하다·
“야 괜찮냐?”
눈을 감고 있던 홍비연은 힘겹게 고개를 끄덕였다· 본인은 괜찮다고 말하는데 전혀 안 괜찮아 보인다·
‘진짜 괜찮은 건지 어쩐 건지····’
여름 방학 내내 저 아픈 몸을 이 끌고서 움직인 것도 참 대단하다고 해야 할까· 마지막 임무까지 결국 그녀는 아프다는 핑계로 내빼지 않 고서 제 몫을 다 했다·
물론 평소보다는 훨씬 약한 화력
이었기에 에이젤과 풀레임이 조금 더 고생하기는 했지만····
“하아아····”
,,읏···!,,
홍비연의 얼굴을 마주 보며 골똘히 생각하는 와중 그녀의 입술에서 뜨 거운 입김이 새어 나왔다·
말 그대로 엄청나게 뜨거운 입김·
도저히 인간의 입에서 나왔다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화끈한 열기에 풀레임은 그만 깜짝 놀라고 말았다·
“뭐 뭐뭐뭐뭐야 이거···?”
이런 현상은 난생처음 본다·
불꽃의 저주를 받으면 저렇게 되는 건가? 저 정도로 뜨거운 입김이면 내장이 다 녹아내리는 것 아닌가?
온갖 복잡한 생각이 풀레임의 머릿 속을 파고들며 순식간에 가슴이 싸 늘해 졌다·
‘서 설마 죽나? 정말 죽어? 그러 면 안 되는데!’
얼마나 멍청하면 본인 몸 상태도 모르고 저렇게 고생을 한단 말인가!
자존심을 팍팍 세워서 어쩔 수 없 이 데리고 다니기는 했지만··· 그 래도 본인의 몸은 알아서 챙겨야 할 거 아닌가?
그러나 풀레임이 모르는 사실이 하 나 있었으니 홍비연의 입가에서 새 어 나온 입김은 어느 정도 열기가 진정되고 있다는 증거였다·
홍비연이 임무를 떠난다기에 청동 십이월에게 부탁하여 억지로 받아낸 주문으로 그녀의 열기가 위험 수준 까지 올라가면 발동되어 아주 약간 이나마 내려주는 것이다·
그 덕분에 백유설도 평상시에 팔다 리가 꽁꽁 얼어붙은 듯한 고통을 느 껴야만 했으나 어차피 여름이라 큰 상관은 없었다·
‘하아··· 살 것 같아·’
마지막 청동십이월의 주문이 발동 되어 한결 편안해진 흥비연은 그대 로 정신을 잃고 쓰러졌으나 그 사실 을 알 길이 없는 풀레임은 화들짝 놀라 그녀를 데리고서 열차에서 내 린 뒤 근처의 마탑으로 대뜸 쳐들어 갔다·
스텔라의 신분을 밝히기까지 10초 그 위대한 아돌레비트 왕국의 공주 가 굉장히 아프다는 소식을 전하기 까지 29초 스텔라와 통하는 통신기 를 전해 받는 데까지 2분 18초·
마탑에 들어선 뒤 고작 3분밖에 지나지 않아 스텔라에 연락한 풀레 임은 서둘러 백유설을 찾았다·
“크 큰일났어! 홍비연이 죽어가! 입에서 뜨거운 입김이 나온다고! 아 주 불처럼 활활 불타는!”
“맞아요! 큰일이에요··· 입김으 로 계란 후라이도 해먹을 수 있을 정도로 뜨거웠어요!”
“야! 그래도 계란이 뭐야!”
“···삼겹살?”
두 소녀가 멍청한 대화를 하는 와 중 통신을 받은 백유설은 그저 황 당할 따름이었다·
-왜 이렇게 늦나 했더니·
그는 어이가 없다는 목소리로 말했
다·
-홍비연이 뜨거운 열기를 내뱉고 서 잠든 건 내가 해둔 조치니까 호 들갑 떨지 말고 얌전히 있어· 곧 내 가 그리로 갈 테니까
“저 정말로?”
-내가 사람 아파 죽겠는데 병명으 로 구라치겠냐? 애당초 풀레임 너는 신성 마법까지 쓸 줄 알면서 왜 그 런 걸 모르는 거야?
“아 웅···
-하월 평원 쪽이라고 했나? 기다 리고 있어· 내가 갈 테니까·
뚝!
백유설은 대뜸 통보한 뒤 전화를 끊었다· 그에 안심한 에이젤은 의자 에 기대고서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 았다·
“정말 마지막까지 뭔가 쉽지가 않 네요···
여름 방학 한 달 내내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기억이 안 날 정도로 정 신없이 지나갔다· 그것은 풀레임도 마찬가지였는지 그녀의 옆에 털썩 주저앉아 기대며 말했다·
¹¹그래도 보람 찬 한 달이었지·”
그간 무수한 실전을 겪으며 충분 하다고 할만큼 성장했다· 그것에 만
족하며 풀레임은 잠시 눈을 붙였다·
방학은 다 끝나갔지만 아주 잠깐 이라도 좋으니··· 쉬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