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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두]바뀐 이야기(11)
나비효과·
나비의 가벼운 날갯짓이 폭풍이 되 어 돌아온다는 말로서 보통은 자그 마한 변화가 전체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미로 사용되지만 ‘시간여행자’에게는 조금 더 직접적 인 뜻을 품게 된다·
과거의 시간에서 하는 아주 사소한 선택이 미래를 크게 뒤바꿔놓을 수 도 있다는 의미였으니까·
여태 풀레임은 모르고 있었다·
자신이 은세십일월에 의해 과거의 시간에 갇힌 채 쉰 번이나 같은 사 건을 반복했다는 것을·
그러나 어렴풋이 데자뷔를 느끼게 된 이후부터 무언가 변화가 발생했 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수많은 시행착오와 반복·
그 끝에 기다리고 있는····
어떠한 ‘우연’·
분명 우연이란 건 극악의 확률로 발생하는 것이지만 확률이 굉장히 낮을 뿐 불가능하다는 것은 아니다·
같은 사건을 계속해서 반복한다면 언젠가 그 우연이 발생하게 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즉 지금 이 순간이 그 ‘우연이 발 생하는 순간이었다·
담갈토이월에게 사로잡힌 꽃서린과 그녀를 향해 달려가는 에이젤 그리 고 그 뒤를 쫓는 풀레임·
···그뿐만이 아니다·
홍비연의 죽음·
젤리엘의 실종·
하루 미뤄진 교환학생·
점심 메뉴에 감자튀김·
오늘 아침 깜빡한 손수건·
오른발 대신 왼발 먼저·
신고 나온 양말의 종류까지·
이 모든 상황이 복합적으로 어우러 지고 어우러져 담갈토이월의 태동이 멈추는 하나의 세계선이 완성되었다·
위에서 발생한 현상들은 하나하나 따지고 보았을 때 언뜻 보면 별것도 아닌 상황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지금 이 상황은 무수히 많
은 시간선 속에서도 아주 극악의 확 률로만 드물게 발생하는 단 하나의 순간이다·
*···절대 우연히 이곳에 도달하게 된 건 아니야·’
풀레임은 그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있는 힘껏 달려나갔다·
꽃서린과 세계수를 구하기 위해·
미래로 향하기 위해·
···백유설에게 돌아가기 위하여·
“잠깐만!!”
움찔 풀레임의 발이 우뚝 멈췄다·
뒤를 돌아보니 아지랑이처럼 반투 명한 형상의 은세십일월이 애타는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기다려 풀레임····”
“···은세십일월·”
그는 입을 꾹 다물고서 그녀를 말 없이 바라보았다· 마치 시간이 정지 한 듯 세상이 고요해지는 듯한 느 낌이 들었지만····
이내 풀레임은 그 고요한 세상에 서 빠져나오며 슬며시 웃는다·
“죄송해요·”
“잠깐 풀레임···!”
한 발자국 그녀가 뒷걸음질을 치 자 은세십일월이 다급히 소리쳤다·
“네가 네가 없으면 안 돼!”
어찌 보면 참 안쓰러운 사람이다·
천 년의 세월을 살아온 십이신월이 고작 몇십 년밖에 살지 못하는 인간 따위에게 빠지다니·
그 왜곡된 사랑의 대상이 자신이었 음에도 불구하고 풀레임은 그가 싫 지 않았다·
···틀림없이 그는 자신을 고향에 돌아가지 못하도록 막아 세운 장본
인이고 욕을 퍼부어도 마땅하지만·
왠지 모르게 그럴 수 없었다·
사랑하는 이에게 다가가는 것조차 도 허락받지 못하는 저 고통을 도저 히 짓밟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안타까워·’
담백하지만 그것이 풀레임의 심정·
그녀는 천천히 뒤돌아 다시 에이젤 에게 향하려고 했으나·
“···부탁이야·”
은세십일월이 말한다·
“우리의 세상에는··· 네가 반드시 필요하단 말이야!”
이번에는 뉘앙스가 약간 다르다·
‘내가 필요하다고?’
핀트가 어긋난 듯한 은세십일월의 그 말에 풀레임이 눈을 깜빡이자 그 가 재차 말한다·
“네가 없으면 우리의 세상은 멸망 할 거라고! 우리 모두를 죽게 만들 셈이야?!”
“네? 그게 무슨···?”
이해가 되지 않는다·
“제가 돌아가더라도··· 이 세상에 서 원래 살아가던 풀레임은 남잖아
요· 이곳의 내가 어떻게든···
“당치도 않는 소리!”
은세십일월은 아예 눈물까지 한 줄 기 홀리며 소리쳤다·
“이곳의 풀레임? 그런 건 존재하지 않아·”
“그럴 리가··· 당신이 말했잖아 요· 이곳의 또다른 내가 존재한다고 그렇게 말했으면서····”
거짓말이다· 풀레임은 그렇게 생각 하고 싶었으나 눈물까지 흘리며 호 소하는 은세십일월의 표정에는 거짓 이 전혀 깃들어 있지 않았다·
“···그건 너를 속이기 위해 거짓
말을 한 거야·”
“지금 그 말이 거짓이 아니라는 증 거는 있나요?”
은세십일월은 고개를 젓는다·
“다만 너도 비슷한 현상을 봤잖아· 이곳에는··· 백유설이라는 소년이 존재하지 않아·”
“그 그건····”
분명 이상하다·
백유설은 왜 이 세계에만 없는가·
물론 처음에는 그녀도 이상하게 생 각했었다· 전교생의 총원이 한 명 더 늘어난 것으로 보아 분명히 ‘원
작 로판에는 백유설이 없었다는 의 미였을 텐데 이 세계만 그가 존재했 었으니까·
그러나 그가 자신처럼 지구에서 왔 다는 사실을 알았고 그래서 그 현 상을 납득할 수 있었다·
“하지만 백유설과 달리 분명 저는 이곳에 처음부터 존재했어요· 제가 도착하기도 전에 저는 스텔라에 입 학했었고 저를 알아보는 사람도 많 았고····”
“그걸 어떻게 알지?”
은세십일월은 자조적으로 웃는다·
“너는 아니· 너희는 특별하다· 너
희가 이 세계에 발을 딛는 그 순간 세계의 기억이 조작되는 거야· 마치 처음부터 존재했던 것처럼· 그러다 가····”
생명력을 잃은 나뭇잎이 떨어져 내 려 바닥에서 갈라졌다·
“너희가 사라지면 우리 모두 너희 를 잊게 된다· ···그리고 너도 알 다시피 ‘풀레임’이 없는 세계는 반 드시 멸망한다·”
그것은 틀림없는 원작 ‘그 공녀님 을 사랑하지 마세요의 이야기·
그곳에는 풀레임이 존재하지 않았 고 세상은 멸망하였다·
“그래 풀레임· 바로 너야·”
“무슨···「
“우리와 같은 세계가 고작 한두 개 뿐이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그 럴 리가· 너는 알고 있어· 네 눈에 서 시간의 창이 느껴지거든··· 어 디에선가 무수히 많은 과거를 보았 던 거야· 그렇지?”
틀린 말은 아니다·
콘스텔라티오 프로젝트에서 백유설 의 회귀를 언뜻 본 적이 있었으니까·
그것을 ‘관측’함으로 인해 풀레임은
이 세상이 단 하나가 아닌 ‘수많은 세상 중 하나’라는 사실을 알았다·
쿠구구궁···!!
담갈토이월의 진동이 거세지기 시 작했다· 에이젤이 그곳에 도착함으 로써 새로운 가능성이 열린 것이다·
이제 저곳으로 달려가기만 하면·
미래로 돌아갈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쉽사리 발을 뗄 수 없었다·
···저거야·’
그녀가 과거로 돌아오면서까지 그 토록이나 알아내고 싶었던 사실·
‘나는 이 세계에 왜 존재하는가·’
그리고 무엇을 하면 되는가·’
풀레임은 떨리는 입술을 간신히 떼 어서 그에게 물었다·
”만약· 제가 이곳에 남으면··· 세 상이 멸망하지 않는단 건가요?”
은세십일월은 무심코 고개를 끄덕 이려다 멈칫했다· 그가 말없이 시선 을 회피하자 풀레임은 울상을 짓고 서 말했다·
“반드시··· 멸망하지 않는 건 아 니군요?”
“그렇죠···?”
은세십일월은 대답하지 않으려고 눈까지 질끈 감았으나 풀레임이 재 차 물어오자 결국 참지 못하고 고개 를 끄덕이고 말았다·
“그래··· 너는 우리의 세상을 반 드시 구할 수 없어· 무수히 많은 실 패와 반복을 거치게 되겠지· 실패하 고 또 실패할 거야· 어쩌면··· 네 가 세상을 구할 가능성은 한없이 〇 에 수렴할지도 몰라· 아주 극히 희 박한 확률에 기대고서 끊임없이 달 려나가야 할 수도 있겠지·”
마치 백유설처럼·
“그런···
믿을 수가 없다·
그도 그럴게 풀레임에게 회귀를 했 던 기억은 전혀 존재하지 않았으니 까· 그녀는 그저 즐겨 읽던 로맨스 판타지 소설 속 세상으로 떨어진 게 고작이란 말이다·
“제가 그랬을 리가 없어요· 저에게 는 그런 기억이 하나도 없으니까요·”
“그래· 너와 같은 빛나는··· 위대 한 존재의 기억을 고작 회공시월 따 위가 완전히 지웠을 리는 없어· 그 렇잖아? 에이젤과 흥비연과는 달리 네 기억 속에서 지워진 기억은 고작
해야 시간 여행 직전의 기억뿐이었 으니까· 그조차도 아주 조금의 충격 에 벗겨지고 말았지·”
기억이 지워진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내가 해줄 수 있는 이야기는 여기 까지야 풀레임·”
은세십일월은 손을 뻗었다·
“네 세계에는 백유설이라는 존재가 있어· 그 소년은 틀림없이 너의 세 계를 구하겠지· 그렇다면··· 네가 남 지 않을래? 어렵고 힘들겠지만· 네 가 있다면··· 우리는 희망을 갖고 서 살아갈 수 있을 거야·”
꽤 그럴듯한 이야기처럼 들렸다·
맞는 말이기도 하다·
그곳은 틀림없이·
‘백유설이 구하겠지····’
하지만 이곳은 아니다·
비록 무수히 많은 세계 중 하나일 뿐이지만 틀림없이 그녀가 직접 보 고 느끼고 겪은 세계였기에 아무것 도 모르는 척 지나칠 수가 없었다·
“하지만 나는····”
돌아가야만 한다·
쿠우우웅-!!
에이젤이 무슨 짓을 벌인 것인지 몸부림치기 시작하는 담갈토이월과 어째서인지 속박에서 풀려나 자유의 몸이 되어 더 이상 생명력을 빼앗기 지 않게 된 꽃서린·
상황은 빠르게 급변하고 있다·
선택해야만 한다·
풀레임이 흔들리는 것을 알아챘는 지 은세십일월이 한 발자국 더 다가 와 애처로운 표정으로 말했다·
“응? 나와 함께 흐卜자 풀레임· 내 가 아니· ‘우리’가··· 너를 지켜줄 수 있어·”
“나는····”
그 순간·
누군가가 뒤에서 그녀의 팔꿈치를 잡아당기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서둘러 뒤돌아 보았으나 아무도 없 다· 오히려 그녀의 시야에 한 가득 들어오는 장면은 조금 황당하기까 지 했다·
어느덧 담갈토이월의 머리 꼭대기까 지 올라간 에이젤이 마치 산을 정복 한 등산가가 깃발을 꽂은 것처럼 지 팡이를 꽂아놓은 채 그 거대한 거체 의 전신을 꽁꽁 얼리기 시작했으니까·
“아하하핫! 나 돌아갈래에에에!!”
그녀는 뭐가 그리도 재밌는지 지팡 이를 치켜 들고서 환히 웃고 있었는 데 어떻게 보아도 1학년의 17세 에 이젤이 아니었다·
저 능글맞은 미소와 도무지 3클래 스로는 보이지 않는 시원스러운 한 기 폭풍까지·
어떻게 보아도 미래의 에이젤·
심지어 지금 외친 저 대사조차 풀 레임이 직접 가르친 것이지 않던가·
*···그래·’
어떻게 저런 말도 안 되는 현상이
가능했는가·
그런 의문보다도 먼저·
“···미안해요 역시 돌아가야 해요·”
풀레임은 쓰게 웃으며 은세십일월 에게 그리 말한 뒤 뒤돌아 에이젤을 향해 달려나갔다·
‘나는 이기적이야·’
하지만 그게 잘못되었다고 생각하 지 않는다· 오히려 당연하다·
그렇지 않은가?
저 은세십일월은 지금 풀레임의 마 음이 약해져 있는 틈을 노려서 그녀 에게 희생을 강요했으니까·
이곳의 은세십일월 또한 이기적이 다· 그러니 서로가 이기적이라면··· 선택권을 가진 쪽이 쟁취하는 게 당 연하다·
풀레임은 달렸다·
힘껏 달렸다·
얼마나 어떻게 뛰었는지는 잘 기 억이 나지 않는다· 다만 그녀는 온 힘을 다해 에이젤을 향해 달려가 그 녀를 품에 안았다·
세상이 빛무리에 휩싸인다·
담갈토이월도 세계수도 꽃서린도 은세십일월도 하늘도 땅도·
모든 세계가 저편으로 사라져간다·
“저주한다 풀레임!!!”
그러나 단 한 사람·
은세십일월만큼은 끝까지 모습을 감 추지 않은 채 풀레임을 향해 외쳤다·
“너로 인해! 우리의 세상은 멸망하고 말 것이다! 네가 죽였다! 이 세상의 모든 생명체는 네가 죽인 것이다!!”
풀레임은 눈을 질끈 감았다·
듣는 것조차 고통스러울 정도로 가 슴을 후벼 파는 말이었다·
“네가··· 나를 우리의 세상을 버 리고 편히 돌아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나? 어림도 없다! 풀레임 너 를 저주하겠다· 너는 결코 너의 세 상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다!!”
‘윽···?!
덜컥!
은세십일월은 마지막으로 절규를 담아서 소리를 지른 뒤 모습을 감추 었고 그것에 직격당한 풀레임은 아 무것도 없는 흰색 빛무리 속 공간에 서 무릎을 꿇고 주저앉았다·
‘흐윽 윽···!
이상하다·
뭔가 이상하다·
속이 울렁거리고 머리가 지끈거리 며 고통스럽다·
서서히 다리에 힘을 잃고서 쓰러지 려는데 그 순간 양옆에서 팔이 뻗 어나와 그녀를 지탱하였다·
깜짝 놀라 황급히 고개를 들어올리 니 익숙한 얼굴들이 풀레임을 반겨 주었다·
‘이제 오면 어떡해요 정말로·’
에이젤의 목소리·
···더럽게 늦었네·’
홍비연의 목소리·
태양보다도 눈부신 빛무리에 휩싸
인 와중에도 풀레임은 에이젤과 홍 비연의 미소를 볼 수 있었다·
하지만····
풀레임은 그녀들을 향해 그 어떠한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미안 미안해··· 나 때문에···
정말 정말로 많은 일이 있었다·
과거의 시간대에 갇히고 기억마저 잃어버리고 심지어 이 세계의 은세 십일월에게 수작질을 당해 같은 시 간을 수십 번이나 반복하다니·
그것도 모자라·
‘미래로 향하는 문이 막혀 버렸네
요· 흐흐
‘하 이곳의 은세십일월이라는 양 반은 속이 좁아 터졌군· 우리 세계 와는 완전히 달라·’
이제는 고향으로 돌아갈 수조차 없 게 되어버렸다· 필히 마지막 순간 은세십일월이 무슨 수작질을 부렸을 터· 하지만 그 사실을 안다고 해서 도무지 방법이 없었다·
‘뭐어 괜찮아요· 다른 에이젤의 기 억 속에 갇혀서 내 의지와는 상관없 이 조종당했던 그때보다는 지금이 나으니까요·’
···나는 심지어 불에 타서 몇 번
이나 죽었어· 죽기 직전에는 정신을 잃어서 죽는 기억은 아예 없지만 그 걸 반복할 바에야 지금이 나아·’
에이젤과 홍비연이 긍정적인 소리 를 해도 상황은 변하지 않는다·
⁴···아니야·’
결국 이 모든 사건을 초래한 사람 은 자신이었으니까·
나 때문에 너희들 모두····
‘풀레임 양·’
그녀는 고개를 들었다·
‘고마워요·’
뭐?’
‘덕분에 알았어요· 제게 주어진 행 운이 얼마나 큰 것이었는지· 그리고 제게 다가와 준 모든 사람들이 얼마 나 제게 커다란 존재였는지····
,그건····
‘쓸데없는 소리를 하네·’
후후 홍비연· 당신도 알았죠?’
홍비연은 대답하지 않았으나 그것 은 곧 긍정이었다·
마치 위로받는 기분에 풀레임이 울 상을 짓자 에이젤이 생각났다는 듯
말했다·
‘이럴 게 아니라 주문을 외워보죠·’
• ···주문?’
‘네·’
‘하지만 그건 소용없을 텐데····
길이 완전히 막혔으니 이제 와서 주문은 의미가 없다· 하지만 에이젤 은 어서 해보자는 듯 그녀를 일으켜 세웠다·
* ···알았어· 해볼게· 너희 주문은 기억하고 있지?’
‘그럼요·’
‘멍청한 평민· 너 빼고는 다 기억
하고 있어·’
그 말에 풀레임은 배시시 웃었다·
사실 그녀도 이제는 기억하고 있 다· 아니 도대체 왜 잊어버렸는지조 차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간절하 고 간단한 주문이었다·
그래서·
소녀들은 모두 눈을 마주친 뒤 동 시에 주문을 외웠다·
* ···돌아가자· 우리가 사랑하는 사 람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잠잠하다·
역시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다· 소녀들은 씁쓸하게 웃으며 서로 를 바라보았다· 풀레임이 무어라 말 하기보다 이전에 에이젤이 먼저 입 술을 떼었다·
‘뭐어··· 안 해보는 것보다는 낫 잖아요· 그래도 한 가지의 가능성을 배제했으니 다른 방법을 떠올릴 때 는 편하겠죠?’
홍비연 또한 말한다·
너] 잘못 아니니까 똥 씹은 표정 좀 풀어· 내가 따라오고 싶어서 따 라온 건데 왜 본인이 죽을상인지 모 르겠군· 평민은 다 그런 건가? 도저
히 이해할 수 없는 족속들이야·’
,하하···
이게 뭐하는 짓인지 모르겠다·
혼자 울상이 돼서 친구들에게 위로 나 받는 꼴이라니 전혀 풀레임답지 않다·
‘응· 고마워· 설령 돌아갈 수 없게 된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절대 포기하지 않을 거야·
그렇게 말하려는데·
··?’
에이젤과 흥비연이 그녀의 뒤쪽을 바라보며 두 눈동자를 크게 뜬 채
입을 벌리고 있었다·
무언가에 놀란 듯·
황급히 뒤를 돌아보니 갈라진 빛 무리 틈새 사이로 비집고 들어오며 백유설이 말했다·
“오랜만이네 이 사고뭉치들·”
‘배 백유설···!)
‘어떻게 여기를···
*···왜 이렇게 늦은 거야·’
다리에 힘이 풀릴 것만 같았다· 하 지만 간신히 초인적인 인내심으로 버티고 버텼다· 이제 더 이상 그의 앞에서 약해 보이는 것은 싫었으니
까· 그는 빛무리를 완전히 활짝 열 어젖히며 들어오더니 뒤쪽의 세계 를 가리키며 환히 웃으며 말했다·
“사랑하는 사람이라··· 궁금한데 돌 아가는 길에 이야기 좀 들어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