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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교환학생(2)
스텔라 아카데미가 아이테르 대륙 에서도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최 고의 마법기관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다시 말하지만 마법학교가 아니라 ‘마법기관’이다·
스텔라 아카데미에는 무려 삼천 명
에 달하는 세계 최고의 재능을 가진 엘리트 마법전사 생도가 존재하였지 만 그것만으로 최고라고 찬사를 받 는 마법기관이 될 수는 없다·
스텔라 부지 내에는 수만 명 이상 의 마법 연구원이 소속되어 있는 마 탑과 마법 기사단이 존재했고 그 외에도 다양한 마법계 종사자들과 수많은 마법을 배우기 위해 찾아온 수만 명 이상의 학생들이 살고 있었 다·
이처럼 스텔라는 작은 국가라고 표 현하는 게 옳을 정도로 거대한 세력 이 되었는데 이를 두고 견제하는 외부 세력의 압박에 대한 이야기는
재미가 없을 테니 나증에 하고 중요 한 점은 이제 교장이 없더라도 스텔 라가 어느 정도 돌아가는 수준이 되 었다는 것이다·
엘트먼 엘트윈은 스텔라를 거대한 사회로 구축하면서 자신이 없을 시 를 대비해 시스템을 단단히 구축하 였고 이사회와 장로회를 비롯한 묵 직한 세력들이 서로를 견제하며 가 장 위에 우뚝 서 있었다·
언제나 마음대로 굴려고 하는 이사 회와 장로회는 엘트먼의 입장에서 상당히 머리가 아픈 존재였으나 그 들 덕분에 자신이 자유롭게 돌아다 닐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기에 방
치해 두고 있었다·
그들 또한 자신들이 월권이나 하극 상을 하지 않는다면 엘트먼이 반응 하지 않는단 사실을 잘 알았고·
그러나 엘트먼이 이렇게까지 긴 시간 자리를 비운 적은 없었기에 이 사회의 긴급 회의가 소집되었다·
“마지막 소식은 언제요?”
“한 달 전· 죽은 거인의 땅으로 향 했다고 했습니다·”
“태동을 저지하겠다며 직접 나섰다 고 들었는데····”
“그거 때문에 지금 여간 골치가 아 픈 게 아닙니다· 스텔라의 마법사도
아니고 협회의 마법사를 차출 받아 대동하는 바람에 대체 언제까지 파 견 임무가 계속되냐고 연락이 끊이 질 않아요· 슬슬 그들을 돌려보내야 합니다·”
“죽은 거인의 땅으로 연락하는 법 은 없습니까?”
“십이신월이 존재하는 장소는 기본 적으로 마나의 흐름이 불안정해서 그 어떤 통신도 불가능하더군요·”
“제길····”
당장 엘트먼이 직접 결재해야만 진 행되는 사안이 한두 개가 아니었으 며 그의 입김이 없으면 아예 아무것
도 할 수 없는 마도 연구만 해도 수십 개에 달한다·
어떻게든 스텔라의 사회를 안정시 켜야만 하는 이사회가 골머리를 썩 이는 것과는 달리 장로회는 다른 생각을 한 모양이다·
“···설마 천하의 엘트먼이 어디 나가서 죽기야 하겠소?”
8클래스의 마법사이スト 전대 교감 으로 활동했던 ‘파렉 레만이 입을 열자 마법사들이 그를 주목했다·
그는 차기 교장으로 지목된 적도 있을 정도로 스텔라 내에서 행사할 수 있는 권력이 막강했으나 그것도
벌써 30년 전의 일·
엘트먼이 지나치게 장수하며 교장 의 자리를 내어놓지 않는 터에 그 의 위치는 영원한 2인자에 놓이게 되었고 결국 교감의 자리를 포기하 였다·
“당연히 교장 선생님은 죽지 않을 겁니다·”
“예· 그렇지요· 그래서 제안하는 건 데 그가 돌아올 때까지 잠깐 교통 정리나 하는 건 어떻겠습니까?”
“교 교통정리?! 무슨 망언을!”
“허허· 당신들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까? 현 스텔라 아카데미는 지
나치게 엘트먼 엘트윈 단 한 사람 에게 의존하여 돌아가고 있습니다· 이곳에 거주하는 인원만 해도 십만 에 달하는 것을·”
“이 도시와 학교를 세웠으니 당연 한 것 아니겠소!”
돌아오는 반박에 파렉은 혀를 찼 다·
“나라를 세운 위대한 건국왕이라고 해서 혼자서 백성을 모두 굽어살필 수는 없지요· 주를 나누고 영주를 두어 지방을 각각 다스리는 것이 효율적인 것을 엘트먼은 모든 권력 을 독점하여 스텔라를 혼란에 빠뜨 리고 있습니다·”
“스텔라가 언제 혼란스러웠단 말입 니까?”
“바로 지금이지요· 엘트먼 엘트윈 이 사라지자마자 주인 잃은 개새끼 마냥 안절부절 못하는 꼬라지가 퍽 우습지도 않습니까? 천하의 스텔라 가? 엘트먼이 없는 스텔라는 아무것 도 아니게 되는 겁니까?”
“개 개새끼라니···!”
파렉의 거친 언동에도 이사회는 아 무런 말도 하지 못하였다·
왜냐 사실이었으니까·
한 달째 자리를 비운 엘트먼 때문 에 스텔라의 많은 기관이 마비되었
고 여러 마법사들이 스텔라의 철저 한 시스템에 의문을 품게 되었다·
‘엘트먼 엘트윈이 사라지면 스텔라 는 무너지는가·’
파렉 레만은 착 내려앉은 눈빛으로 이사회와 장로회 모두에게 고했다·
“그러니 우리는 엘트먼 엘트윈이 라는 존재가 부재했을 때를 대비하 여 시스템을 정리할 필요가···
그맘때쯤 회의장에서 100m 정도 떨어진 창밖에서·
빗자루에 올라탄 채 양다리를 흔들 거리며 핫도그를 우물거리던 스칼렛 이 그 광경을 보고서는 혀를 찼다·
“허이구 저럴 줄 알았다아」‘
대가리가 자리를 오래 비우면 아랫 것들이 기어 오른다는 사실을 엘트 먼도 모르지는 않을 터·
무언가 일이 생겼다고 봐야만 했 다·
“···직접 나서시려는 겁니까?”
“응? 내가 왜? 걔는 나 싫어해·”
건물의 옥상까지 기어이 따라온 사 내 교감 아키헤이든이 복잡미묘한 표정으로 스칼렛을 바라보았다·
거의 100m나 되는 먼 거리였으나 둘의 대화에는 방해될 것이 없었다·
“생각보다 오래 머무시는군요· 마 녀왕·”
“아~ 지내다 보니 재밌더라고· 마 침 엘트먼도 안 돌아오고 완전 내 세상이지!”
아키헤이든은 표정을 굳였다·
거의 반쯤은 협박을 해대며 들어온 스칼렛· 그는 감히 마녀왕의 요구를 거절할 수 없었으나 단 한시도 눈 을 떼지 않고서 그녀를 감시했다·
그런데 웬걸·
그녀는 의외로 성실하게 교수로서 의 역할을 착실하게 해내고 있었다· 당장에라도 스텔라에 잠입하여 온갖
사고를 치고 싶어서 미치겠다는 표 정이던 처음과는 판이하게 다른 모 습
심지어·
‘미묘하게 성장했군·’
스칼렛의 외형은 중학생 정도 수준 으로 그 나잇대에 맞는 애교 가득 한 말투를 주로 사용하고는 했다·
하지만 한 달 정도가 지난 지금은 그녀의 외모가 고등학생 수준으로 성장했으며 말투에서 애교가 아주 약간이나마 사라졌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왜 그렇게 쳐다봐?”
“성장하셨군요·”
“으응? 아 얼굴?”
“얼굴이든 몸이든· 한 달 전과는 분명히 달라졌습니다· 이유가 있습 니까?”
“원래는 확 성인으로 만들려고 했 는데 그러면 이상하잖아〜?”
“···이유라도 있습니까?”
“당연하지〜”
스칼렛은 대수롭지 않게 말하며 저 멀찍이 떨어진 스텔라 부지를 바라 보았다· 드높은 탑 어딘가의 복도를 거니는 백유설이 한눈에 들어왔다·
그의 주변에는 ‘특별한 운명’을 지 닌 소녀가 여럿 있었다·
백유설은 그녀들과 다양한 감정을 교류하고 있었다·
누군가에게는 우정을 누군가에게 는 신뢰를 누군가에게는 애정을·
그것들을 지켜보다 보니 한 가지 를 깨닫게 되었다·
“연하보다는 연상 취향인 것 같더 라구〜 호감을 얻으려면 이상형에 딱 알맞는 외모가 적당하지 않겠 어?”
‘•도대체 무슨 소린지···
스칼렛과 백유설의 접점을 전혀 알 지 못하는 아키헤이든으로서는 완전 히 쌩뚱맞은 소리에 불과했기에 답 답해 미칠 노릇이었다·
“자 이제 돌아가 볼까〜”
“강의를 들어가시는 겁니까·”
“응? 아니아니· 이제 가르칠 건 없 어· 너도 겉핥기식이었고 이 정도면 그 애에게 충분히 전달한 것 같아 서·”
그 말은 즉·
“드디어··· 떠나시는 겁니까?”
“응· 기쁘지? 기쁘지? 므하하핫!
너 표정에 다 드러난다 꼬맹아·”
스칼렛은 피식피식 웃으며 지팡이 위에 우뚝 올라섰다·
”때마침 엘트먼이 저 멀리~ 무시 무시한 표정으로 날아오고 있고·”
스칼렛의 기운을 감지한 것인ス 상태가 영 정상이 아닐 텐데도 불구 하고 무리하게 공간을 잡아당겨 가 속해 달려오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 이다·
장난스레 엘트먼을 향해 손을 흔들 어서 인사한 스칼렛은 아키헤이든에 게 윙크를 했다·
“나도 이 정도 했으면 도망쳐야지!”
그리 말한 뒤 곧장 허공에 문을 생성한 그녀는 곧장 들어가려다 말 고 잠시 멈칫하고서 스텔라에 눈길 을 두었다· 장난으로 들어왔을 때와 는 달리 미련이 살짝 남은 듯한 눈 치였으나 결국 이곳에 오래 머물 수는 없다고 생각하며 망설임 없이 문으로 쏘옥 들어가 버렸다·
“다음에 또 보자구!”
쿵!
문이 닫힌 뒤 허공에 스며들어 사 라지자 그 자리에 엘트먼 엘트윈이 도달하였다·
휘이이이···!!
그는 차갑게 식은 눈으로 스칼렛이 서있던 위치를 바라보다 아키헤이 든을 향해 시선을 쏘았다·
“어찌 된 일인ス 1 짧게 설명할 것·”
아키헤이든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 를 숙였다· 스텔라의 교감으로서 나 름대로 최고의 권력을 가진 위치거 늘 왜 항상 9클래스급의 초월자들에 게 휘둘리기만 하는 것일까·
그는 아주 오랜만에 흑마인으로서 의 삶에 짙은 회의감이 들었다·
* * *
[교환학생 긴급 모집 공고 안내]
본탑의 1층에 존재하는 게시판은 홀로그램처럼 자신이 원하는 글을 찾아서 읽어볼 수가 있었다·
시험 결과가 발표되었을 때처럼 학 생들이 북적일 땐 그 기능이 거의 마비되지만 지금처럼 사람이 한적할 땐 원하는 내용을 찾아서 세세하게 읽어보는 것도 가능했다·
“긴급 모집이라····”
풀레임은 저 글귀 자체가 상당히 낯설었다· 원작 로판 ‘공녀럽 しL‘에 서는 교환학생을 추가로 모집한 적 이 없었기 때문이다·
“스칼렛 교수님 때문이야·”
“응?”
어느 사이엔가 옆으로 다가온 해원 량이 땀에 젖은 이마를 수건으로 닦 으며 말했다·
“교수님의 수업이 훌륭한 것도 있 지만 이상하리만치 매력적이라 계속 수업을 듣고 싶다며 교환학생을 대 거 취소했다더군·”
“아아~ 그랬나?”
“뭐 결과적으로 그 선택은 부질없 었지만·”
한 달 동안 학생들과 친근하게 지 내며 스텔라 내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스칼렛 교수·
갑작스레 그녀는 모든 강의를 취소 하고서 돌연 학교를 그만두고 말았 다· 아키헤이든이 직접 나서서 스칼 렛 교수님이 그만둔 이유를 변명했 지만 풀레임은 진짜 이유를 대략적 으로 알 수 있었다·
‘교장 선생님이 돌아오셨어·’
한 달이나 모습을 감춘 엘트먼 엘
트먼이 오늘 오랜만에 모습을 드러 낸 것· 둘은 서로 앙숙 관계였기에 스칼렛이 후다닥 도망친 것도 이해 는 되었다·
그럼 대체 왜 왔던 거지?’
원작 로판에는 스칼렛에 대한 언급 이 거의 없었다·
그저 산속에 혹은 구름 속에 숨어 사는 신선과도 같은 존재이나 현계 에 개입하기 시작하면 막강한 영향 력으로 역사를 통째로 뒤집어 엎어 버릴 수도 있다고만 알고 있다·
원작 로판에서 스칼렛이 직접 사건 에 개입한 적은 없었기에 그 실체
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하였지만·
“조금 아쉽네···
“좋은 분이셨지· 속내를 알 수는 없었지만 그분의 가르침은 충분히 도움이 되었다·”
끊임없이 배움을 갈구하는 해원량 답게 스칼렛에게 불쾌한 꿍꿍이가 있을 것 같다고는 생각하면서도 배 울점은 하나도 빠짐없이 습득한 모 양·
“풀레임· 교환학생을 갈 생각인가?”
“일단은? 엘프들의 마법학교가 어 떨지도 궁금하고· 일단 걔네 다 잘 생겼다잖아· 너는?”
“글쎄···
“어? 안 가?”
원작대로라면 해원량도 교환학생의 멤버로 참가했어야만 했으나·
“최근 새로 떠올린 마법이 있어서· 이걸 제대로 구상하고 싶어졌다· 멀 리 떠나서 새로운 가르침을 받는 것 도 좋지만 지금 당장은 이걸 해결하 고 싶어졌어·”
”으음 그러냐·”
너무 많은 게 바뀌었으나 풀레임 은 덤덤하게 받아들였다·
자신이 아는 원작의 미래를 신뢰하
지 못하게 된 지도 오래다·
“백유설은· 가기로 했나?”
“응· 명단에 있더라·”
일전에 별구름의 젤리엘에게서 한 가지 부탁을 받은 적이 있다·
백유설이 교환학생을 오도록 설득 해 줄 것·
그래서 풀레임은 은근슬쩍 백유설 에게 들러붙어서 교환학생을 갈 생 각이 있냐고 의중을 떠보거나 장난 삼아 같이 가자는 식으로 말을 꺼내 본 적이 있었다·
그러나 그런 노력이 무색하게도·
‘당연히 갈 건데?’
백유설은 그리 대답하여 그녀의 노력을 꽤 허망하게 만들었다·
아무래도 별꽃나무 마법학교에서 본인이 직접 해결해야만 하는 사건 이라도 있는 모양·
하지만 그것보다도 신경 쓰이는 건 역시나 젤리엘이었다·
왜 그녀가 백유설을 그토록 간절하 게 바라는가· 풀레임은 아직도 그 표정을 똑똑히 기억한다· 마땅히 사
업적 욕심을 가진 얼굴이 아니었다·
그건 그저·
정말로 무언가를 간절히 바라고 또 바랄 때 내보이는 눈빛이었다·
표정 변화가 거의 없는 젤리엘이었 기에 확신할 수는 없었으나 [별꽃 나무 마법학교 교환학생] 파트에서 악녀로 등장할 예정이었던 그녀가 벌써부터 백유설에게 물들어버렸다 는 사실만큼은 알 수 있었다·
그럼 악역은 누가 되는 거지?’
이번 파트는 젤리엘의 지독한 괴롭 힘과 그것을 극복해 내는 에이젤의 튼튼해진 정신력을 보여주는 내용이
었을 터·
그런데 악녀가 아무도 없으면?
그 홍비연과 젤리엘이 모두 착해빠 진 포지션이 되어버렸다면?
’···그럼 진짜 어떻게 되는 거지?’
묘하게 앞날을 생각하니 가슴이 콩 닥대는 풀레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