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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교환학생(1)
황색 모래안개가 자욱하게 내려앉 아 숨 쉬는 것조차 고통스럽다· 마 법사들은 기침을 하면서도 황사를 헤쳐나가며 무언가를 애타게 찾았다·
“쿨럭···!”
“찾았습니다 수비대장님!”
“어디에 있느냐!”
어느 마법사의 외침에 대장이라 불 린 마법사는 바람을 일으켰다·
그러자 시야가 일부 트이며 바닥 에 떨어져 내린 거대한 비석 조각의 일부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 이럴 수가···
천하구축방진 (天下九築防鎭)·
하늘 아래 그 어떤 존재라도 봉인 할 수 있는 최고의 봉인석 아홉 개 를 모두 모아 9클래스의 위대한 대 마법사의 손바닥 아래에서 펼쳐진 사상 최대의 봉인 마법진이었다·
심지어 대마법사의 힘으로도 부족 하여 엘프왕과 드워프 제왕이 나서 서 도왔으니 그 완성도는 감히 신조 차 의심할 수 없을 정도로 완벽했을 터·
이것으로 담갈토이월은 향후 100 년간 절대로 깨어나지 않으리라고 보장했거 늘·
“봉인석이 모조리 산산조각 나버리 다니···!”
털썩 마법사들이 하나둘 바닥에 무릎을 꿇고서 아연실색한 표정을 지었다· 담갈토이월이 일으키는 재 앙은 지상의 생명체가 저항하는 것
이 불가능할 정도로 상상을 초월하 기에 그러기 전에 미리 재우는 것이 상책이었거늘··· 불청객이 나타나 는 바람에 실패하고 말았다·
회색 머리칼의 사나이·
처음에는 정체불명의 마법사라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모두가 안다·
그는 십이신월이며 공간을 다루는 회공시월이라는 사실을·
“수비대장님··· 어째서 십이신월 이 우리를 방해하는 거죠?”
십이신월은 기본적으로 서로에게 전혀 간섭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이는 시조 마법사로부터 대대
로 전해져 내려오는 하나의 거대한 규칙이었다·
그런데 오늘 무수히 많은 마법사 의 눈앞에서 그 규칙이 깨지고 말았 다·
“···모르겠군·”
애당초 그런 의문에 대해 생각하 고 싶지도 않았다· 그냥 아무런 생 각이 들지도 않았다· 이 상황을 받 아들이기에는 그릇이 너무나도 좁은 것일까· 인간이라면 당연한 반응인 건가·
“수비대장님! 대마법사님을 발견했 습니다!!”
멍하니 서 있던 것도 잠시 부하 마법사의 외침에 수비대장은 허겁지 겁 그곳을 향해 달려갔다· 가볍게 팔을 휘저어 모래바람을 밀어냈으 나 공간 전체에 워낙 자욱하게 깔 려 있어서 그런지 그 무게를 버티기 가 힘들었다·
한참을 달리고 달리니 무너져 내 린 봉인석 근처에서 비틀거리며 일 어나는 은색 머리칼의 소년을 발견 할 수 있었다·
겉보기에는 중학생에서 많이 쳐줘 야 고등학생으로 보이나 그는 200
세를 가뿐히 넘어 300년의 역사를 살아서 함께하는 위대한 대마법사였 다·
그는 잔뜩 지친 표정으로 고개를 들어 올렸는데 때마침 이 지역 전 체에 어마어마한 진동이 울려 퍼졌 다·
쿠구구구!!!
그에 엘트먼은 자조적으로 웃으며 혼잣말을 내뱉었다·
“이거 큰일이군····”
봉인석이 붕괴되고 담갈토이월이 깨어나게 생겼거늘 고작 저런 반응 이란 말인가·
“대마법사여··· 우리는 이제 어떻 게 해야 합니까···r
그는 손바닥으로 얼굴을 가린 채 한참이나 말을 잇지 못했다· 인류의 정점에서 언제나 완벽하게 군림하던 엘트먼 엘트윈의 저런 모습을 보는 것은 처음이었기에 마법사들은 충 격을 금치 못하였다·
“당장은 임시로 잠재워둘 수 있지 만 몇 개월 안에 ‘태동’은 반드시 시작돼·”
“그럼··· 어떻게 해야 합니까?”
그 질문에는 엘트먼도 대답하지 못
하고서 고개를 저었다·
“제가 해결할게요·”
그때 들려오는 청아한 목소리에 마법사들은 저도 모르게 덜컥 내려 앉는 심장을 부여잡고서 그곳을 바 라보았다· 이 거대한 모래바람 속에 서 아주 자그마한 공간을 만들기 위 해 힘겹게 애썼던 수비대장은 그녀 가 만들어낸 현상을 보고서 감탄을 금치 못했다·
칙칙한 황사의 한가운데에서 오롯 이 그녀만이 아리따운 숲속을 걷고 있는 것 같았다· 분홍색 벚꽃으로 이루어진 바람이 살랑이고 그녀가 발을 디딘 땅에는 형형색색의 꽃이
피어나고 있었다·
“엘프왕···
죽어버린 땅에 생기를 부여하며 걸 어온 꽃서린은 안타까운 눈으로 부 서진 봉인석을 바라보았다·
“시간만 조금 주신다면··· 제가 담갈토이월과 대화해 보겠어요·”
면사포로 얼굴을 가리고 있어 그 녀의 표정을 알 수는 없었지만 엘트 먼은 꽃서린이 굉장한 피로감을 애 써 견디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어떻게?”
“···선조 엘프왕께서는 잠든 담갈 토이월과 대화하여 그를 달랬다고
문헌으로 전해져 내려와요· 저도 시 도해 보겠어요·”
“아주 위험할 텐데 괜찮겠어?”
꽃서린은 슬픈 눈으로 고개를 들었 다· 그러スト 기적처럼 모래바람이 거 둬지며 삽시간이 주변이 맑아지더니 태초의 산맥의 전경이 모습을 드러 냈다·
“이곳은··· 모든 요정들의 고향· 태초의 세계수 없이 요정들은 살아 갈 수 없어요· 반드시 지켜내야만 해요·”
“···그래· 그렇지·”
담갈토이월의 재앙이 시작되면 세
계수가 무너져 내릴 가능성이 존재 한다· 그렇게 되면 대륙 전체가 위 험할 수도 있다· 세계수는 말 그대 로 아이테르의 중앙 대륙을 지탱하 는 뿌리와도 같은 존재였으니까·
“방법은 있고?”
꽃서린은 고개를 저었다·
“모르겠어요·”
선조가 어떤 방법으로 담갈토이월 과 대화를 했는지에 대해서는 그 기 록이 전해지지 않았다· 그날의 사건 을 마지막으로 선조 엘프왕은 모습 을 감추었으니까·
재앙이 일어나지 않은 것은 어디까
지나 선조 엘프왕 덕분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런 탓에 어린 나이에 엘프왕이 될 수밖에 없었던 꽃서린은 많은 고 생을 했지만 선조를 원망하지는 않 았다· 그 덕분에 지금도 요정들이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니까·
“잘은 모르지만···
“시도해 봐야겠지·”
엘트먼이 대신 말하자 꽃서린은 부 드럽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제 운명이니까요·”
* * *
흑마법 대응 과목은 학생들에게 폭 발적인 인기를 얻으며 매 강의마다 강의실이 꽉꽉 들어차게 되는 때아 닌 영예를 누리게 되었다·
강사로서는 이보다 더한 보람이 없 겠으나 사실 스칼렛에게는 크게 보 람찬 일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그녀가 진심으로 누군가를 가르치 기 위해 스텔라에 온 것은 아닐 테 니까
하지만 최근 백유설은 그 생각을 조금 달리하게 되었다·
“자· 여러분〜 완벽히 이해했죠?”
“네!!”
학생들의 우렁찬 대답이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스칼렛은 가르치는 것에 어마어마 한 소질을 가지고 있었고 실제로 그녀의 수업은 스텔라의 학생들에게 아주 크나큰 도움이 되었다·
심지어는 마법을 전혀 알지 못하 는 백유설조차 그녀로 인해 어떤 깨 달음을 얻기 시작했을 정도였다·
“백유설 생도? 오늘 수업은 어땠나 요? 많은 배움을 얻었을까요?”
강의가 끝난 뒤 스칼렛이 백유설을 따로 불러서 묻자 몇몇 학생들이 질 투 어린 시선으로 쳐다보며 지나쳤 다·
앳된 외모를 가진 탓에 스칼렛 교 수가 워낙 인기가 많은 탓이었다·
백유설은 그녀가 자신을 따로 부를 때마다 퍽 부담스럽다는 티를 팍팍 냈으나 스칼렛은 별로 신경 쓰지 않 는 듯 했다·
“예· 아주 큰 도움이 됐습니다·”
이는 빈말이 아니었다·
이번 수업도 저번 수업도·
모두 백유설에게 아주 커다란 성장 동력을 가져다주었다·
백유설은 점멸 마법사•이자 세계에 유일하게 남은 검사이다·
하지만 그는 아주 특별한 특성 덕 분에 ‘천재 흉내’를 내고 있을 뿌 사실 재능은 터무니없이 부족했다·
현대인으로 일평생을 살아온 그가 검을 휘둘러봐야 얼마나 휘둘렀겠는 가· 몬스터를 상대하는 법이나 페르 소나 게이트를 효율적으로 돌파하는 법 혹은 마법사를 상대하기에 좋은 전략 등에서는 백유설 또한 베테랑 이라고 할 수도 있겠으나 검술로는
영 소질이 꽝이라는 말이다·
하태령은 검법서를 따로 남기지 않 았다· 애당초 호흡법을 제외한 그 어떤 가르침도 존재하지 않았으니 백유설은 부족한 실력으로 어떻게든 검을 연마할 수밖에 없었는데····
그 재능의 빈자리를 스칼렛이 서서 히 아니 매우 빠르게 메꿔주고 있 었다·
스칼렛의 가르침을 받고서 백유설 은 크게 깨달을 수 있었다·
여태껏 나는 반쪽짜리 검술로 잘도 살아남았구나·
마치 왼손은 묶어둔 채 오른손만
으로 권투를 하는 느낌이었다· 이 얼마나 멍청하고 우둔한 짓인가·
그러나 백유설은 오른손만이 세상 의 전부인 줄 알았고 이제는 그 오 른손으로 꽤 굉장한 권투를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한 와중 갑작스레 스칼렛에 의해 왼손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 다·
그 시너지는 상상을 초월하여 백 유설의 성장을 어마무시하게 가속시 켜주었다·
“저번주에는 ‘새벽의 구름’에도 버 거워하더니 이번주에는 ‘마샬타의
죽음’도 견뎌내더군요· 아주 굉장해 요! 반할 것 같아요〜!”
“그건 조금···
“농담이랍니다〜”
스칼렛은 윙크를 찡긋 한 뒤 바람 처럼 강의실에서 사라졌다·
강의실 바깥에서 대기중이던 학생 들을 피하기 위해 공간 전이 등의 마법을 사용한 것으로 추측되었다·
즉 남아 있는 백유설만이 학생들 의 부담스러운 시선을 독차지하게 되었다는 의미·
그는 따갑도록 쏘아지는 시선을 쿨 하게 무시하고서 곧장 훈련장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이미 와서 명상 중이던 해원량이 있었다·
“또 있냐·”
“요즘 자주 보이는군·”
“그러게·”
보통 백유설은 훈련장에 찾아오지 않고 개인 단련실 등을 애용하는 편 이다· 검을 직접 휘두르는 훈련보다 는 명상을 통해 마나 감응력을 높이 고 호흡법과 집중력을 발달시키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스칼렛에 의해 새로운 검의 궤적을 깨달은 지금은 검술 수련을 병행하게 되었다·
“한 판 뜰래?”
외투를 벗어 던진 뒤 와이셔츠 차 림으로 백유설이 묻자 간편한 트레 이닝복을 입고 있던 해원량은 표정 을 찌푸렸다·
“보호구는 착용하지 그러나·”
“안 맞을 자신 있어·”
백유설의 도발에 해원량은 즉시 스 태프를 들고서 일어났다·
“죽지 않을 정도로만 상대해 주지·”
예고조차 없이 해원량은 발을 힘 껏 굴러서 바닥을 뒤흔들었다·
예상치 못한 장소에서 마구잡이로
솟구치는 바위 송곳은 제아무리 검 술을 사용하는 백유설이라 할지라도 베어내기 어렵다·
그러나 그는 굳이 검을 사용할 필 요를 느끼지 못했다·
퍼석!
“···뭐?!”
평지를 걷는 것처럼 가볍게 발로 바닥을 즈려밟자 해원량의 바위 송 곳이 솟구치다 말고 그대로 부서져 가루가 되고 말았다·
부웅!
그것을 반동으로 높게 점프한 백유 설은 바닥을 향해 검을 연속으로 휘
둘러 위험한 송곳을 베어내며 동시 에 그것들을 발판으로 사용하며 돌 진해 왔다·
꾸드드득!!
그것을 기다려 줄세라 바닥에서 거대한 바위의 손바닥 두 개를 소환 한 해원량은 그대로 손뼉을 쳤다·
공중에서는 방향을 전환하기 힘들 기에 일반적으로는 이런 공격이 통 용될 수 있으나 점멸 마법사인 백 유설에게는 소용없다·
[점멸]
가뿐하게 순간이동으로 그 자리를 빠져나왔으나 손뼉을 치던 손바닥
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 주먹을 쥐더 니 백유설을 쫓아왔다·
“ 〇 악!”
서걱!
저 마법은 손바닥을 펼치고 손뼉 을 치는 것까지가 거의 고정으로 정 해진 마법이었기에 설마 이렇게 변 형할 줄은 몰랐던 백유설은 기겁하 여 검을 휘둘렀다·
대충 휘두른 것처럼 보이는 검격이 었으나 무려 3m에 달하는 거대한 바위 손바닥이 반으로 갈라져서 떨 어지고 말았다·
‘미친 4클래스 마법사의 응용력이
벌써 저 정도 수준이라고?’
과연 하나의 마법을 사용해도 최대 한 그 효율을 뽑는 해원량다운 솜씨 였으나 백유설에게는 닿지 못했다·
파지직 파직!!
이후로도 해원량은 다양한 속성 마 법을 자신이 낼 수 있는 최대한의 응용력으로 이리저리 비꼬아서 백유 설을 격추시키려 했으나 그 모든 것을 베어내는 바람에 모조리 실패·
마침내 10분이 지나고 마나가 바 닥을 드러낸 해원량이 먼저 양손을 들었다·
“기권·”
“허억 헉···广
온종일 뛰어다니며 마법을 베어내 던 백유설과는 달리 훈련에 사용할 여유 마나를 남기며 마법의 응용에 집중한 해원량은 비교적 멀쩡한 모 습이 었다·
“이겼는데 이긴 것 같지가 않아····”
“하지만 계속 싸웠다면 내가 졌을 것이다· 많이 달라졌군·”
“···그러냐·”
“그래· 네가 마법을 베어낼 수도 있고 제어 마법을 피할 수 있다는 사실도 알고서 미리 대응책을 짜뒀 는데 모조리 실패했다· 지금의 너
는··· 약점이 전혀 없는 사람처럼 보여·”
“그거 과찬이지만 기분은 좋네···
약점이 없는 사람은 없다·
단 한 대라도 공격을 허용하는 순 간 즉사에 이를 수도 있다는 게 백 유설의 약점이라면 약점일까·
결국 아무리 발전하든 신체에 마 나를 코팅할 수 없는 시점에서 그의 몸은 일반인보다 조금 튼튼한 정도 에 불과했으니까·
“이런 기분은 오랜만이군· 하다못 해 마유성을 상대할 때도 희미하게 나마 돌파구는 보였다· 하지만 네가
다가올 때는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 았지· 고맙다· 분발해야겠군· 이 해 법을 깨달으면 나도 발전할 수 있겠 어·”
거기까지 말한 해원량은 예상대로 체력이 널널했는지 곧바로 개인 단 련실로 향했다·
그에 비해 체력을 모조리 소진한 백유설은 바닥에 드러누워서 천천히 숨을 골랐다·
만족스러웠다·
스스로에 대해 이렇게까지 만족스 러운 적은 여태 한 번도 없었다·
항상 저들보다 뒤처진 채 따라가
기에 급급했던 사람이 바로 백유설 이었으니까·
해원량은 알고 있을까·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본인이 더 강했으나 오늘에서야 비로소 역 전되었다는 사실을·
지금껏 백유설이 쌓아 올린 이미지 때문에 해원량은 아주 당연하게 그 가 자신보다 더 강할 것이라고 생각 했겠지만 사실은 아니었다·
그는 에피소드의 진행도에 비해 터 무니없이 약했고 해원량은 그 발전 속도가 굉장히 빠른 수준이었다·
4클래스가 된 지 얼마나 됐다고 5
클래스 수준의 컨트롤을 보여주고 있으니 말 다 했다·
‘···곧 2학년인가·’
이제 1학년으로 지내며 남은 큼지 막한 에피소드는 기껏해야 [교환 학 생] 정도밖에 없다·
이 에피소드가 끝나면 금세 2학년 이 될 것이고 주인공들은 금방 또 5클래스를 달성하며 높이높이 날아 오를 것이다·
여태껏 그 사실이 불안했다·
자신의 성장 속도에는 한계가 있는 데 저들은 무한히 어디로든 날아갈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았다·
자신감이 생겼다·
저들이 어디를 가든 따라갈 수 있 을 것이라는 그런 자신감이·
백유설은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며 테리폰을 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