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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새로운 교수님(6)
잘 가르칠수록 유능한 교수다·
그러나 ‘잘 가르친다’는 기준은 과 연 어떻게 생성되는 걸까? 해당 수 업을 들은 학생들의 성적이 얼마나 올라가는 것을 기준으로 삼으면 참 좋으련만 현대에 이르러서는 안타 깝게도 그렇지 못했다·
인기가 많은 수업·
인기가 많은 교수·
화려한 언변으로 학생들을 수업에 집중하도록 만들고 다음 수업도 참 여하게끔 만드는··· 우리는 그런 인기 있는 교수님’을 두고 잘 가르 치는 교수님이라고 부른다·
스텔라에 오자마자 학생들에게서 큰 반응을 이끌어낸 스칼렛 교수는 자연히 인기 많은 교수 즉 잘 가르 치는 교수라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 졌고 일주일에 흑마법 대응 과목을 한 번밖에 듣지 않던 학생들도 두 번 세 번씩 들으러 오게 되면서 매
일 그녀의 수업은 과포화 상태가 되 기에 이르렀다·
“스칼렛 교수님· 시간표를 늘릴 생 각은 있으십니까?”
개인 연구실까지 따로 마련된 스칼 렛에게 스텔라 특별 마법교육 연구 원이자 이사회 소속 교수가 찾아왔 다·
“수업을 더 늘리라구여? 지금도 너 무너무 힘든걸요〜?”
듣던 대로 어린애 같은 말투에 스 텔라의 교수로서 품격 떨어지는 모 습에 이사회 소속 교수는 잠시 표정 을 찡그렸으나 스칼렛 같은 거물을
여기서 내칠 수는 없었기에 웃었다·
“하하하· 교수님 정도라면 이 정도 는 거뜬하지 않으시겠습니까· 저 또 한 교수님의 수업을 참관해 보았습 니다· 참 학생들을 사랑하시는 것 같더군요· 저희가 스칼렛 교수님께 큰 대가를 드리고 그 기회 또한 풍 부하게 제공해 드리겠습니다·”
“흐으음~ 대가〜?”
“예· 이런 것입니다·”
교수가 서류 하나를 내밀자 스칼렛 은 입에 물고 있던 막대사탕을 빼서 마치 지팡이처럼 휘둘러 그것을 염 력으로 조작하여 자신의 앞으로 가
져왔다·
[필적 흑마도 대책•방위 위원회]
“교수님도 잘 아시다시피 현재 흑 마인들의 흑마법이 저희와 엇비슷한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그에 따라 교 장 선생님께서는 새로운 기관을 창 설하셨고 이에 흑마법 관련 전문가 를 초청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풋· 결국 참지 못한 스칼렛이 웃음 을 터뜨리자 교수의 인상이 찡그려 졌다· 과연 그는 알고나 있을까?
엘트먼 엘트윈이 저런 특별 기관까 지 창설해가며 흑마도를 연구하는 이유가··· 자신과도 같은 마녀 때
문이라는 것을?
그런 와중에 자신을 해당 기관에 초청하겠다고? 이 얼마나 어처구니 없고 아이러니한 상황이란 말인가!
“···지금 이게 우스우십니까?”
“응? 아냐아냐! 노력하는 모습이 멋져서 그래〜! 미안하지만 나는 안 될 것 같아· 지금 이러고 있는 것도 들키면 아주 노발대발지랄을 하실 텐데 거기까지 들어갔다가는 어우~ 상상만 해도 끔찍해에〜”
과장되게 몸을 움켜쥐고서 부르르 떠는 제스처를 취한 스칼렛은 그에 게 윙크를 찡긋 날렸다·
“훠이 돌아가는 길 조심하시고!”
“엇 어엇?!”
스칼렛이 막대사탕을 휘두르자 교 수의 몸이 주르륵 밀려나더니 연구 실에서 쫓겨나 문이 닫혀 버렸다·
밖에서 쾅쾅쾅 노크를 해대며 교수 가 무어라 소리치는 것 같기는 했으 나 사운드를 차단해 놓았기에 여기 까지 들려오지는 않았다·
“하아··· 인간들은 참 멍청하고 재미있어·”
그녀는 자신의 몸집보다 두 배는 커다랄 것 같은 성인용 의자에 몸을 푹 뉘고 창밖을 바라보았다·
인간· 인간· 인간·
어딜 보아도 인간들·
그녀에게 있어서 인간은 그저 거리 의 개미··· 아니 그건 너무 내려 갔다· 그래 강아지 정도가 좋겠다·
마녀에게 있어서 인간이란 존재는 그저 강아지에 불과했다· 조금 더 똑똑하고 말도 할 줄 아는 강아지·
‘내가 강아지를 사랑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지···
그 강아지는 여타의 다른 강아지들 과는 달랐다· 마법을 사용하지도 못 했고 오래 살지도 못했다·
그러나 그는 오히려 마법을 사용하 지 못했기에 유일하게 마녀에게 대 응할 수 있는 인간이기도 했다·
마법사의 천적 마녀·
그리고 마녀를 사냥하는 인류 최후 의 기사 하태령·
그에게는 그 어떠한 환각도 매혹도 마법도 통하지 않았다·
눈에 보이는 모든 마법과 마녀와 마법사를 베어 넘기며 앞으로 우직 하게 앞으로 전진하던 하태령은··· 결국 마녀왕 스칼렛과 마주할 수밖 에 없는 운명이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하태령과 스칼
렛 사이에는 승부가 나지 않았다·
스칼렛의 마법은 하태령에게 통하 지 않았으나 그 역시도 그녀를 물 리적으로 죽이는 것은 불가능했으니 까·
하지만 하태령은 그녀에게 크나큰 치명상을 입히는 데에 성공했는데 바로 심장의 가동을 멈춰 버린 것·
···거짓말·’
기억 속의 그는 씁쓸한 표정으로 자신을 향해 말했다·
‘내 검은 네 심장에 닿지 못했다·’
그런데 어째서 그런 거짓말을 하는 것이냐· 하태령은 마지막 질문을 남
긴 뒤 자취를 감추었다·
하지만····
그의 말은 거짓말이 아니었다·
실제로 그로 인해 스칼렛의 심장이 멈춰버린 것은 사실이었으니까·
마녀 절대 금기 사항·’
‘제 1수칙·’
‘인간을 사랑하지 말 것·’
자신에 세운 율법을 어긴 마녀왕은 그날 이후 모든 마법을 잃었다·
그로부터 수백 년이 흘렀다·
하태령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
고 마법이 모든 것을 지배하는 이 시대에 검의 흔적은 그 어디에도 남 지 않았다·
덕분일까·
금기를 어긴 대가로 마법을 모조리 잃어버렸던 마녀왕은 세월이 흐르 며 대부분의 힘을 회복할 수 있었 다·
하태령에 대한 기억마저도 기억의 저편에서 아지랑이처럼 일렁거릴 뿐 그 얼굴이 어떻게 생겼는지조차 아득하다· 자욱하게 낀 안개가 기억 을 뿌옇게 흐리고 있는 것만 같았 다·
새하얀 손바닥을 들어 허공을 움 켜쥐었다· 완드를 쥐는 본새는 아니 었다· 마치 검 손잡이를 쥐고 당장 이라도 휘두를 것 같은 모습이었다·
마녀왕은 태어나서 검을 쥐어본 적 이 없다· 그딴 걸 잡지 않아도 의지 만으로 모든 것을 잘라 버릴 수도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 검의 궤적만큼은 기억 하고 있었다· 자신을 향해 날아들던 그 동작 하나하나가 몸에 새겨져 결코 잊히지 않는 것이다·
그는 왜 그때 그렇게 검을 휘둘렀
을까· 왜 그렇게 해야만 했을까· 어 째서 그런 방식으로 움직였던 것일 까·
하태령은 검법을 남기지 않았다·
그는 오롯이 본능에 의존하여 마법 을 베어내고 마법사를 베었으니까·
하지만 그가 죽은 뒤 수백 년·
오히려 하태령의 검술에 가장 치명 적인 피해를 입었던 마녀가 그 검 에 대해 더욱 심층적으로 이해하기 시작하였다·
그 검격에 담겼던 뜻과 의지와 의 문과 분노··· 끝없는 절망과 희망
가상의 검을 움켜쥐던 스칼렛은 문 득 창밖을 내다보았다·
가을 바람이 쌀쌀하게 불어오는지 코트 자락에 손을 꽂아 넣은 백유설 이 피곤한 표정으로 어딘가를 걷고 있었다·
근처에서 왁자지껄 친구들과 떠들 며 지나가던 학생들이 신나는 표정 으로 그에게 인사했으나 그는 고개 를 까딱이는 것으로 답했다·
그래도 뭐가 기쁜지 학생들은 좋아 라 한다·
하태령도 그랬다·
그는 마법사가 아니었음에도 주변
에 사람이 많았다· 기억상 대부분이 여자였던 것 같다·
마력누설지체로 태어난 이들은 인 망을 타고날 운명이라는 것일까·
검은색 단발 소녀가 점프하여 백유 설의 목덜미를 팔로 끌어당기는 모 습을 보며 스칼렛은 커튼을 쳤다·
솔직흐] 스텔라에 들어온 이유?
처음에는 장난이었다·
엘트먼을 골려주고 싶기도 했고 그 와 동시에 백유설에게 은근슬쩍 접 근하여 괴롭혀주고 싶은 마음도 컸 다·
그런데
막상 그를 마주하고 나니까 무언 가 감정에 큰 물결이 치기 시작했 다·
비록 백유설은 자신의 저급한 마법 조차 뚫지 못하고서 버벅였지만 그 움직임은 틀림없이 하태령의 그것과 닮아 있었다·
그를 통해서 하태령을 떠올린다?
첫사랑을 회상하게 되었다?
아니다·
하태령은 이미 오래전 잊었다·
그녀는 마녀이자 수백 년을 살아온 신선이었기에 스스로에 대해 냉정하
게 판단할 수 있었다·
‘이건 그리움 따위가 아니야·’
그저··· 오래전 죽어버린 심장이 백유설로 인해 다시 살아 숨 쉬게 되었을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 다·
스칼렛은 분홍빛 입술을 희미하게 올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르치는 건 역시 내 성미에 맞지 는 않지만····”
그래도 이번에는 꽤 재미있을 것 만 같은 예감이 들었다·
* * *
백유설은 흑마법 대응 과목을 일주 일에 한 번밖에 듣지 않는다·
필수과목은 일주일에 세 번에서 네 번까지 들어도 좋지만 그는 이 수 업을 딱히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것 이다·
달리 말해서 일주일에 한 번밖에 되지 않는 이 시간이 그에게는 지독 히도 고통스러웠다·
“으음~ 그럼 백유설 생도가 나와 서 실습해 볼까요〜?”
애교 가득한 목소리와 귀여운 생김 새로 일주일 만에 스텔라의 연예인 이 되어버린 스칼렛 교수가 지목하 자 학생들이 부러운 시선으로 쳐다 보았다·
이게 얼마나 짜증 나는 일인지 그 들은 모를 것이다·
‘일주일에 한 번인데 매주 이렇게 불러서 귀찮게 굴 생각인가?’
테리폰을 꺼내서 강단으로 올라간 백유설은 스무 걸음 정도 떨어진 거 리에서 스칼렛을 마주 보았다·
*···무슨 속셈인지 모르겠어·’
스칼렛이 현세에 나타났다는 것은
운명적으로 크게 뒤틀린 무언가를 바로잡기 위해서다·
그런데 백유설은 지금까지 모든 미 래를 뒤틀어왔기에 도대체 뭐가 어 디에서부터 잘못되었는지를 알지 못 하였다·
“흐응~ 근심 가득한 표정! 저번 주의 실습이 힘겨우셨나요? 걱정하 지 않으셔도 좋아요〜”
그녀는 지팡이를 빙그르르 돌리며 자신을 주변으로 옹기종기 모여 있 는 학생들을 향해 말했다·
“강단을 조금 넓힐 테니 다들 뒤 로 물러나실래요?”
“엇 어엇?!”
원형으로 된 강의실 중앙에 우뚝 솟아 있던 강단이 갑작스레 쿠구구 궁! 하며 요란한 소리와 함께 넓어 지기 시작하였다·
붉은색 고급 목재의 강단이 절로 넓어지는 광경은 꽤 신기했기에 학 생들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서 뒤로 물러나며 그 광경을 구경하였다·
“자 여러분~? 저번 수업 때 흑마 법이 왜 위험하다고 했지요?”
흑색의 마나는 백색의 마나를 흡수 하거나 혹은 오염시키려는 성질을 가지고 있어 극히 위험하다·
학생들이 그 대답을 하기 위해 너 도나도 손을 들자 스칼렛은 재미있 다는 듯 학생 몇 명을 지목하였다·
초등학생 아니 유치원생도 맞출 수 있을 정도로 너무나도 기초적인 문제였으나 스칼렛은 이런 식으로 학생들을 자신에게 흠뻑 빠지게 만 드는 방식을 선호하고는 했다·
“그 외에도 흑마법은 공간 전체를 장악하는 특성을 갖추고 있다는 사 실을 여러분은 아시나요〜?”
모르는 학생은 없을 것이다·
다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이론’이 었을 뿐 이 자리의 그 누구도 흑마
법사와 전투를 치른 경험이 있는 이 들은 없었기에 저 말에 대한 위험성 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였다·
그러나 백유설은 알고 있다·
현실에서는 공간 장악 흑마법을 몇 번 겪어보지 못했다지만 게임에서 는 무수히 많이 상대했으니까·
“새벽의 구름·”
스칼렛이 마법을 발동시키자 삽시 간에 강의실이 어둠으로 물들어버렸 다· 하지만 이 마법이 무엇인지 알 고 있는 백유설은 이것이 단순한 어 둠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다·
“와 와아···
“이게 뭐야?”
“하늘을 봐!”
천장이 있던 자리가 사라지고 그 곳에 새벽이 드리웠다· 그리고 어두 운 밤하늘에 펼쳐진 은하수·
언뜻 그 아름다움에 사로잡힐 수도 있으나 이 또한 흑마법사의 공간 장악 마법이다·
어찌 보면 참으로 대단하다·
스칼렛은 무수히 많은 마법을 알고 있을 텐데 어쩜 저리 그중에서도 아름다운 마법만을 쏙쏙 골라 사용 하여 학생들을 사로잡는지·
“아름다워····”
저 겉모습에 현혹되면 안 된다지 만 감성을 가진 인간인 이상 마음 이 흔들리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백유설은 눈을 가늘게 뜨고서 허공 을 바라보았다· 아이테르 월드 온라 인에서는 혹마법사의 공간 장악을 직관적으로 설명해 주고는 했다·
이를테면 이런 식으로·
「새벽의 구름어I 장악당하였습니 다·]
[해당 공간 내에서 시전자의 공격
력이 15% 상승하며 캐스팅 속도가 28% 상승하고 흑색 계열 속성의 위력이 7% 증가합니다·]
[해당 공간 내의 적대적 인물의 공 격력이 12% 하락하고 캐스팅 속도 가 19% 하락하며 백색 계열 속성 의 위력이 10% 하락합니다·]
아군에게는 이로운 버프를 적에게 는 디버프를 잔뜩 걸어두고서 유리 한 고지를 점하는 것·
이것이 바로 흑마법의 특징이다·
하지만 이렇게 사기적인 마법을 아무런 대가 없이 치르겠는가?
“지 진짜 흑마법 같아····”
“바보야· 교수님이 흑마법을 사용 하시겠어? 어디까지나 비슷한 마법 을 구현했다고 하셨잖아·”
“그렇지? 역시 전문가다우셔·”
“대단하시다····”
공간 장악 계열 마법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아주 오랜 기간의 준비와 기나긴 캐스팅 무수히 많은 재료와 제물이 필요했기에 곧바로 공간 장 악을 발동시킨 스칼렛의 마법을 단 순한 ‘쇼맨십’ 정도로 치부해 버린 모양이다·
이게 진짜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
는 백유설로서는 헛웃음밖에 나오지 않았다·
“자 그럼〜”
학생들을 주목시킨 스칼렛이 생글 생글 웃으며 말했다·
“적의 공간에 들어왔을 때 우리는 가장 먼저 무엇을 해야 할까요? 백 유설 학생 어떻게 생각하나요〜?”
백유설은 정답을 알고 있다·
“···도망쳐야 합니다·”
정답은 답이 없다는 것·
“맞아요! 공간 내에 들어선 그 순 간부터는 제아무리 강한 마법사라도
꼼짝없이 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 지만 저희는 마법 전사···
그녀는 과장되게 자신의 가슴을 양 팔로 끌어안고서 무언가 숙명을 가 진 사람처럼 말했다·
“때로는 피할 수 없는 전투를 치러 야만 할 때가 있지요!”
그녀는 백유설을 향해 지팡이를 겨 누었다·
오랜만이었다· 누군가를 상대한다 는 것이 이렇게까지 흥분된 적은· 스칼렛은 거칠게 달아오르는 심장을 진정시키며 간신히 멘트를 마무리 했다·
”그럼 오늘부터 그 방법에 대 해··· 세세하게 배워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