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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새로운 교수님(4)
이런 일이 있을 때면 항상 생각하 고는 한다·
‘왜 하필 나인가·’
강단 위로 올라선 백유설은 품에서 완드를 꺼냈다· 은색으로 반들거리 는 재질이 손에 익숙하다·
여태껏 적을 베어내기 위해 사용했 을 뿐인 이 자그마한 손잡이는 이 세계에서 지팡이라는 이름으로 불리 는 모양이다만 백유설의 손에 의해 마법이 발현된 적은 단 한 번도 없 다·
“자 시작해 볼까?”
생각해 보면 1학기 때부터 그랬 다·
이상하리만치 교수님들의 눈에 찍 혔던 백유설은 여러 실습 때 항상 불려 나가고는 했다·
가장 기억나는 건 역시··· 베레이 언 교수의 마법 방어술 시간이던가·
그때 백유설은 처음으로 마법을 쳐 서 비껴나가게 한다던가 마법을 잘 라내는 방법을 터득하였다·
이런 상황이 도움이 안 되는 건 아니었다· 오히려 백유설을 한 발자 국씩 앞으로 나아가게 도와주었던 원동력이라고도 할 수 있었다·
그래도· 매번 똑같은 의문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왜 하필 나냐고 대체 왜!’
백유설은 한쪽 눈썹을 찡그리고서 불만 가득한 표정을 지은 채 지팡이 를 겨누었다·
그러자 스칼렛이 특유의 생글생글
한 미소를 지으며 마치 지휘하둣 지 팡이를 휘둘렀다·
‘지랄 해리포터냐고·’
지팡이를 저따위로 휘두르는 마법 사는 없다· 애당초 마녀는 저런 지 팡이를 사용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스칼렛의 손끝에서 펼쳐지 는 거무죽죽한 기분 나쁜 마법진·
“ 〇 아!”
“뭐야···
“저게 바로 흑마법···?”
어째서 평범한 마법사가 흑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무
도 의문을 품지 않았다· 일전에 자 신을 소개할 때 환상 마법의 달인이 자 흑마법을 오랫동안 연구해 온 마 법사라고 설명하는 바람에 어떻게 든 사용하겠거니 하고 믿어버린 것·
학생들이 그렇게 단순해진 결정적 인 이유로는 아마도 마녀의 매혹 마법이 클 것이다·
“흑마법의 대표적인 특징으로는 ‘오염’이 있습니다· 우리 마법사들의 백색 마법을 순식간에 물들여 실드 조차도 무용지물로 만들어 버리죠·”
뻔뻔하게 그리 말하는 작태에 구역 질이 치밀어 올랐으나 백유설은 말 없이 마법진을 바라보았다·
방심했다가는 진짜 흑마법이 날아 와 심장을 꿰뚫을지도 모른다·
꿀꺽· 마른 침을 삼키고서 백유설 이 스텝을 옆으로 밟자 그것을 신 호로 스칼렛이 지팡이를 휘저었다·
“파쇄의 창〜す
마치 일부러 약을 올리려는 듯 마 법의 주문까지 노래하듯 속삭이며 발동하는 스칼렛·
백유설은 테리폰 소드를 활성화하 여 날아오는 흑색의 창을 쳐냈으나 순식간에 마력검이 흑색으로 물들기 시작하자 당황하였다·
‘미친 뭐야 이거!’
여태껏 흑마법을 베어내면서 이런 적은 단 한 번도 없었기에 깜짝 놀 랐으나 마력검이 완전히 흑색으로 물들기 전에 마나를 해제하여 소멸 시켰다·
“흑마법은 마치 질병과도 같아요· 언제 어디에 옮겨붙을지 어떻게 감 염될지 아무도 모르죠· 그것은 끔찍 하지만 중독성이 있어 마법사 본인 도 물들어 버릴 수 있으니··· 주의 하시는 게 좋을 거예요·”
그리 말하며 싱긋 미소지은 스칼렛 은 또다시 지팡이를 휘저었다·
이번에는 방금 전 보았던 마법진이
수십 개가 다발로 생성되었다·
“백유설 학생? 옳지 못한 방어법이 었어요· 방금처럼 당신의 방어술이 흑색으로 물들 텐데··· 이런 건 어 떻게 하실 생각이죠〜?”
백유설은 표정을 와락 구기고서 몸 을 옆으로 돌렸다·
이 세계에서 살면서 배운 세계 최 강의 호신술 하나·
‘전력 질주!’
그는 온힘을 다해 질주하여 뒤쪽으 로 떨어지는 흑색의 창을 피해냈다·
파창! 콰콰쾅!!
창이 연속으로 백유설의 등을 향해 떨어졌으나 나머지 창은 그리 멍청 하지 않았다· 궤도를 바꾸어 백유설 의 앞쪽을 향해 날아든 것·
“야야··· 저거 진짜 다치는 거 아 냐? 위험해 보이는데···
“에이 설마···· 실습인데 다치게 하시 겠어?”
“그렇겠지?”
슬슬 보는 학생들마저 걱정되는 상 황에서 백유설은 이를 악물고서 테 리폰을 활성화하였다·
막을 방법?
사실 있기는 있다·
다만 다소의 집중력이 필요했기 때 문에 곧바로 활용하지 못했을 뿐·
질주하는 와중 백유설은 눈을 질끈 감았다· 그러고서 정신을 집중해 저 멀리 제3세계수에서 체력을 회복하 고 있을 잎하넬을 불렀다·
,잠깐 나 좀 도와줘·,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대신 곧 바로 효과가 나타났다· 어지러웠던 머릿속이 차곡차곡 정렬이라도 되는 것처럼 깨끗해지며 삽시간에 마력을 느끼는 감각이 활성화된 것·
태령신공의 호홉을 활성화하기 위
해서는 어마어마한 집중력이 필요한 데 이를 점멸까지 사용해가며 사용 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하지만 잎하넬의 도움을 받아 정 신의 일부를 공유받을 수 있다 면····
멀티태스킹·
이른바 동시에 두 가지 작업이 한 꺼번에 가능해진다·
번쩍!
백유설이 눈을 뜨자 새하얀 안광 이 잠시 반짝였다가 사라졌다·
“오호〜?”
그것을 눈치챈 스칼렛이 흥미로운 듯 미소를 짓자 백유설의 행동 패 턴이 달라졌다· 도망치는 것을 멈추 고서 아까처럼 검을 휘두른 것·
그러나 이번에는 아까와는 달랐다·
[연홍춘삼월의 가호의 파생 스킬 ‘초집중’이 발동됩니다·]
서걱! 흑색의 창이 검 끝에 맥없이 반으로 갈라지며 소멸되었음에도 불 구하고 아까처럼 검 끝에 흑색 마 나에 물들지 않았다·
마력검이 오염되지 않는 ‘마법진의 틈새’를 아주 정확히 찾아내고 베어 버린 것·
“오오···
이건 스칼렛에게조차 꽤 놀라운 일 이었다· 일평생을 살면서 저런 식의 검술을 보인 사람은 단 한 명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저 호흡법! 그 남자와 완 전완전 닮았어!’
마법사에게는 특별한 호흡법을 필 요로 하지 않는다·
체력을 보존하거나 집중하기 위한 복식 호흡법은 존재할지라도 마력
을 끌어모으는 그런 독특한 호흡법 은··· 모든 역사를 통틀어 단 한 명의 사내밖에 사용하지 않았다·
‘마법살해자 하태령·’
그녀는 흥분된 눈으로 더욱 더더 욱 강력한 마법을 발사하기 시작하 였으나 백유설은 물러서지 않고서 검으로 모든 것을 튕겨냈다·
어떤 것은 음속보다도 빠르게 쏘아 져 충격파를 발생시키기도 했고 어 떤 마법들은 시간차를 두고 연속으 로 발사되어 백유설의 빈틈을 노리 고 파고들었으나 그는 결코 물러서 는 일 없이 최소한의 동작으로 모든 마법을 갈라냈다·
화려한 움직임과 스텝은 더 이상 필요하지 않았다· 검을 조금씩 최소 한으로 치켜세우는 것만으로도 마법 이 마치 자석처럼 달라붙어 분쇄되 고 있었으니까·
“미 미친· 저게 뭐야!”
“어떻게 저런 게 가능한 거야 ··?”
학생들은 백유설이 마법을 막아내 는 모습을 보고서 경악하였다·
스칼렛이 미리 어디에 마법을 쏜다 고 알려주는 것처럼 백유설은 모든 마법의 위치를 다 파악하고서 간단 히 막아내고 있는 것·
큰 동작조차 없이 방어술을 너무나 도 손쉽게 해내고 있어 더욱 놀라 울 수밖에 없었으나 사실 지금 백유 설은 집중력의 한계에 다다른 상태 였다·
태령신공에 더불어 초집중까지 오 랫동안 사용하는 것은 불가능했기 에·
‘역시 그 남자야·’
백유설의 등 뒤로 하태령의 그림자 가 넘실거리는 것만 같았다·
그래·
떠올랐다·
비록 백유설처럼 점멸 마법을 사용 하지는 못했으나 마력검 한 자루로 지옥의 불꽃마저 베어냈던 역사상 최강의 검객·
또한 한때 스칼렛이 가슴에 사무 치도록 짝사랑했던 남자이기도 했 다·
···비록 그의 검격에 의해 심장이 산산조각 박살나는 바람에 수백 년 동안 요양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지 만·
“좀 더 좀 더 보여줘· 아직 그의 검술을 완벽히 따라 하지 못하고 있 잖아? 응? 백유설 학생〜!”
스칼렛의 입꼬리가 서서히 찢어지 듯 올라가기 시작하더니 섬뜩한 미 소가 완성되었다·
이맘때쯤 학생들은 뭔가 잘못되었 다는 사실을 인지하였다·
교수가 사용하는 마법이 이전보다 더욱 강력해지고 빨라진 것·
여전히 백유설은 스칼렛의 공격을 무아지경으로 튕겨내고 있었으나 단 하나의 마법이라도 실수로 흘려버리 는 순간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상상조 차 되지 않는 상황·
“좀 더 그의 검을 보여줘!”
스칼렛이 그리 외치며 거대한 검은
색 구체를 발사한 순간·
“···윽!”
집중력의 흐름이 끊어진 백유설의 스텝이 꼬여버렸고·
,아···
몸의 중심이 흐트러져서 무너져버 리려는 순간 코앞에 얼음의 장벽이 솟아오르며 흑색의 마법을 막아내었 다·
콰장창···!!
털썩!
그 충격파로 뒤로 넘어질 뻔한 백 유설이 간신히 낙법으로 착지흐!■자
삽시간에 강의실이 조용해졌다·
마법을 난사하던 스칼렛은 지팡이 를 멈춘 채 얼음 장벽을 멍하니 바 라보다가 고개를 돌렸다·
“···교수님· 너무 지나치세요·”
그곳에는 스태프를 꼿꼿히 세운 채 굳은 표정을 지은 푸른 머리의 소녀 한 명이 서 있었다·
“앗〜! 에이젤 학생···r
스칼렛은 뒤늦게 미소를 짓고서 표 정관리에 힘썼다·
“아주 칭찬해요! 동기가 위험할까 봐 벌점까지 먹을 각오로 나서서 대 신 막아내는 그 전우애! 끈끈한 우
정! 와우〜! 심지어 저의 마법을 완 벽히 막아내셨군요!”
스칼렛이 지팡이로 까딱이며 가리 키スト 학생들의 시선이 부서진 얼음 파편으로 집중되었다·
정말로 흑색 마나에 전혀 얼음이 물들지 않았다·
“정답이에요! 정말 대단하군요! 하 지만 물론 제가 학생을 다치게 하는 일은 없었을 거란 사실··· 잘 아시 죠? 에이젤 학생이 막지 않았더라도 적당한 선에서 멈출 생각이었답니 다·”
“···그렇군요·”
사태가 심각해질법 했음에도 불구 하고 스칼렛이 전혀 당황한 기색 없 이 여유로운 목소리로 그리 말하자 학생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 다·
실제로 백유설은 전혀 다치지 않은 채 호흡이 조금 거칠어진 게 전부였 으니까
“백유설 학생과 에이젤 학생 모두 훌륭해요· 두 분에게 상점을 드려야 겠어요· 그렇다면 곧바로 이론으로 넘어가서 학생 여러분께 과제 하나 를 드리겠어요 오늘 위 학생들이 흑 마법을 어떤 원리로 막아냈는지 알 아 오도록 하세요 이상 수업 끝!”
띵-동시
스칼렛은 수업 벨이 울리기 직전에 칼같이 수업을 끝내고서 퇴장하였고 학생들은 저들끼리 웅성거리며 순식 간에 흩어졌다·
에이젤은 서둘러 강단 위로 올라가 백유설에게 다가갔다·
“백유설 씨· 괜찮으신가요?”
“아니·”
“어떡해····”
그녀는 주머니를 뒤적여 손수건을 꺼내 백유설의 땀을 닦아주었다·
“···진짜로 위험한 상황으로 보였
어요·”
“진짜로 위험했어· 네가 막지 않았 으면 최소 전치 12주였을걸·”
“ユ 그 정도였나요?”
사실 막아내는 순간까지도 에이젤 은 스스로를 의심하였다· 과연 백유 설이 고작 저 정도를 막지 못할까·
하지만 백유설이 실수로 발을 헛디 디는 것을 본 순간 그때는 이미 본 능적으로 마법을 발동한 뒤였다·
스칼렛의 눈에 띄지 말라고 백유설 이 경고했던 게 바로 10분 전이었 으므로 아뿔싸 하는 생각이 들었으 나 그 선택에 후회는 없다·
아주 만약에라도 백유설이 다치도 록 가만히 놔두는 것보다는··· 차 라리 저 수상쩍은 교수에게 찍히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였으니까·
“저 교수님 뭔가 수상해요· 왜 아 무도 의심하지 않는 거죠?”
¹¹그게 저 여자의 특기거든·”
에이젤의 손수건을 받아 스스로 이 마를 닦으며 백유설은 머리를 흔들 었다· 그래도 간만에 극한까지 스스 로를 몰아붙여 움직이니 집중력이 확실하게 깨어난 느낌이 들었다·
“이제 알겠지? 스칼렛 교수님을 조 심해· 임시 교수직이라지만··· 아
마도 교장 선생님이 돌아오시기 전 까지는 계속 머물 거야·”
지금 엘트먼 엘트윈이 어디서 무얼 하는지는 몰라도 상당히 심각한 일 로 파견을 나갔는지 그 어떤 소리 소문도 없이 자취를 감추었다고 한 다·
백유설은 이맘때쯤 무슨 사건이 ‘서브 에피소드’로 벌어지는지 대충 파악하고 있었기에 한동안 엘트먼이 돌아오지 못할 것을 잘 알았다·
‘아마도 담갈토이월이 잠꼬대로 뒤 척이고 있겠지·’
그 성격파탄자는 잠꼬대마저도 격
렬하여 지상 모든 생명체를 두려움 에 떨게 만든다·
그리고 지금 백유설이 현재 노리고 있는 다음 목표가 바로 담갈토이월 이기도 했다·
그보다도 가장 먼저 드는 의문·
“에 이젤·”
“네?,,
“아까 그거 어떻게 한 거야? 흑마 법을 막아냈잖아·”
스칼렛이 선보였던 흑마법은 도저 히 1학년이 막아낼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현재 1학년을 모두 통틀 어봐야 풀레임과 마유성이 간신히
막아낼 수 있을 정도일까·
그마저도 속성을 타고난 덕분에 막 을 수 있는 것이지 본질적인 흑마 법의 파훼법은 그들도 아직 제대로 익히지 못했을 터·
에이젤은 그런 흑마법 방어술을 너 무나도 간단히 해냈다·
“글···쎄요 저도 잘 모르겠어요·”
자신의 하늘색 머리카락을 손가락 으로 꼬며 발끝으로 얼음 조각을 툭 툭 건드리는 에이젤·
“사실 그렇게까지 마법을 빠르게 발동한 것도 처음이었어요· 주문이 나 마법진을 발동한 것도 아닌데
그냥··· 해야 된다고 생각하니까 곧바로 얼음이 솟아났어요·”
“···그래? 알겠어·”
백유설은 그 대답이 충분했다고 느 꼈는지 고개를 끄덕여 수긍하고서 강의실을 빠져나갔다·
하지만 에이젤은 또 뭔가 본인만 모르는 무언가가 자신의 몸에서 벌 어지는 것 같은 느낌에 어쩐지 살짝 불만이 들었다·
분명히 새로운 경지를 깨달은 것 같기는 한데 정작 본인은 이게 뭔 지 전혀 모르고 미래를 아는 백유설 혼자서만 깨달은 것이다·
‘언젠가는··· 알려주시겠지·’
지금은 그 어떤 미래에 대해서도 입을 열지 않는 백유설이었지만 에 이젤도 홍비연도 풀레임도 알고 있 다·
언젠가 백유설이 나를 신뢰하게 된다면··· 모든 운명을 함께하자고 직접 저 입으로 말해주리란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