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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실전 훈련(3)
풀레임을 표현하는 단어는 아주 다 양하고 많았다·
성적우수 용모수려·
품행단정 체력발군·
그야말로 팔방미인·
그런 그녀에게도 치명적인 약점이
하나 있었으니 바로 협력활동·
팀원과 역할 분담을 하여 각자 도 맡은 일을 처리하여 그것을 종합하 는 조별과제의 특성상 상식적으로 제 역할을 해내는 것만으로도 충분 히 1인분이라고 할 수 있겠으나 풀 레임은 태생적으로 그게 불가능했 다·
이미 1학년은 물론 2 3학년까지도 인맥을 넓혀 나가는 인맥왕 풀레임 이 새삼 인간관계에 문제가 있을 리 는 없다·
그저··· 지구에 살던 시절 이미 한 번 대학 생활을 겪어보았기 때문 일까 혼자서 모든 일을 다 처리하
려는 습성 때문이었다·
한때는 ‘팀원을 믿지 못한다’라는 소리도 듣기는 했지만 지금에 와서 는 풀레임과 같은 조에 걸리면 해당 과제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A+가 확정이 된다는 이유에서 그녀는 여 러모로 환영을 받고 있는 편이다·
“···풀레임 생도· 혼자서 몬스터 토벌에 도전하겠다고?”
”예· 안 됩니까? 안 되면 되게 해 주십쇼·”
“아니 그게 무슨····”
풀레임 정도의 에이스 학생은 A반 과 S반의 학생들이 임무를 신청하는
이 장소에서도 이미 특출났기에 몇 몇 A반 학생들이 와서 자신들의 그 룹에 들어오라며 요청하기도 했다·
어째서인지 그들 모두가 남학생인 지는 잘 모르겠다만 풀레임은 요청 을 모조리 쳐내버린 뒤 결국 혼자서 임무 신청서를 들이밀었다·
이번에도 굳이 협력을 하고자 하면 할 수는 있겠지만 그러지 않은 이 유는 간단하게도 점수 때문이었다·
이런 ‘실전 임무’ 같은 수업은 점 수에 높은 비율로 반영되기 때문에 어중간하게 협력활동을 할 바에 혼 자서 높은 랭크의 몬스터를 처치하 는 것으로 점수를 따놓는 것이다·
“아니 안 되는 건 아니다만··· 풀레임 생도가 4클래스에 도달했다 는 건 학교 측에서 파악하고 있거 든? 근데 아직 정식으로 4클래스 자격증이 부여되지 않았잖아·”
“그렇죠·”
“그래서 도전할 수 있는 몬스터의 수준이 상당히 낮아져·”
“으음 수준이 낮으면 더 쉬운 거 아녜요? 대충 패고 올게요·”
“거 참··· 일단은 알겠어· 네가 원 하는 건 수준 높은 몬스터지? 혼자 도전할 수 있는 몬스터 중에서 가장 난이도가 어려운 쪽을 골라줄까?”
“그렇게 해주시면 감사하죠”
하지만 임무 지령서를 촤르륵 넘기 던 조교는 영 마음에 드는 임무가 없었는지 머리를 긁적였다·
“딱히 혼자서 도전할 만한 몬스터 는 없는데? 어렵다고 할 만한 몬스 터는 벌써 서너 명 정도 되는 그룹 이 죄다 채갔거든· 그마저도 고작 3 리스크밖에 되지 않고·”
“그럼 뭐 없어요?”
“있기야 하다만····”
조교는 임무 지령서를 풀레임에게 보여주었다·
[2리스크 미니 멜레빗 소탕]
[1 리스크 카이어부족 잔당 소탕]
[2리스크 괴물곰 토벌]
[2 리스크 강철 바퀴벌레 소탕]
죄다 2리스크의 몬스터를 사냥하라 던가 혹은 수준 낮은 몬스터 다수 를 토벌하라는 내용밖에는 없다·
저런 임무는 귀찮기만 하고 어렵지 도 않아서 큰 점수를 받기는 힘들 다·
높은 점수를 받으려면 3리스크 이
상의 몬스터를 협력으로 쓰러뜨리는 수밖에 없는데 이건 혼자서 도전하 는 게 불가능·
“아이 씨 짜증 나네···
풀레임이 인상을 찡그리고서 임무 지령서를 읽어 내리고 있는데 옆에 서 불쑥 풍하랑이 끼어들어 임무 지 령서에 손가락을 짚었다·
“이거 나랑 같이 할 생각 있나?”
“앙?”
그가 짚은 임무는 [2리스크 괴물곰 소탕]· 너무나도 간단한 임무였기에 애당초 거들떠도 보지 않았던 것이 다·
“아니? 혼자 해도 재미없는 걸 너 랑 같이 왜 하냐· 같이 가서 재미있 는 놈이면 모를까 넌 재미도 없잖 아·”
“···나는 재미있지는 않지만 동 료로서 뒤를 맡길 수 있을 것이다·”
“에이· 내 뒷태는 별로라서 누구한 테 맡기고 싶지 않거든·”
“그럼 이건 어떤가?”
풍하랑은 눈동자만을 굴려서 조교 를 바라보았다· 그 모양새가 썩 째 려보는 것 같아서 조교는 저도 모르 게 살짝 움찔하고 말았다·
“임무 도중 어떠한 돌발상황이 발
생하면 어떻게 되지요?”
“돌발상황이라니··· 어떤···r
“예를 들어 몬스터가 표기된 것보 다 더 강하다면 어떻습니까·”
“보 보통은 그럴 경우에 추가 점 수를 주겠지?”
표기된 것보다 임무가 위험하다고 판단될 경우 마법 전사는 임무포기 의 권리를 가지게 되며 혹은 임무 를 강행하여 수행할 경우 해당 리스 크에 맞는 추가적인 보상에 더불어 배상금까지 받게 된다·
즉 ’3리스크 임무’를 수행하는 것 보다 ‘2리스크로 표기된 3리스크’를
수행하는 것이 더 많은 점수를 얻을 수 있다는 말이 되겠다·
“엥··· 너 설마?”
풀레임이 의심의 눈초리로 쳐다보 자 풍하랑은 그저 말없이 고개를 끄 덕였다·
‘뭐야· 이거 진짜 3리스크 임무?’
혹시나 싶은 마음에 임무 상세 지 령서를 꼼꼼하게 읽어 보았다·
[위치: 남부 평야]
“아·”
그제야 깨달았다·
풍(風) 제국·
남부 평야 전체를 다스리는 풍가문 의 직계 혈통 풍하랑·
풍하랑은 자신이 원하기만 하면 남 부 평야 임무의 상세 내용을 얼마든 지 수정해 버릴 수도 있는 것이다·
물론 주어진 임무의 틀에서 벗어날 수는 없고 뒤에서 조교의 감시가 따라붙겠지만····
3리스크 수준의 돌연변이 괴물곰을 찾아내는 것쯤은 일도 아닐 것이다·
‘이거 구미가 좀 당기긴 한데···
그래도 풍하랑과 함께 임무를 나서 는 건 영 꺼림칙하다·
“어때· 이제 할 마음이 생겼나?”
“아니·”
그래서 그녀는 칼같은 답을 내놓았 다· 아무리 풀레임이 점수에 미친 여자라지만 속내가 뻔히 보이는 수 작질에 넘어가서야 쓰겠나·
원래는 이런 눈치가 전혀 없던 것 같은데 최근 들어 자꾸만 연애 관 련으로 자구만 신경을 쓰다 보니 저 러한 남학생들의 행동에 대해 상당 히 민감해졌다·
그래 풍하랑이 무슨 마음으로 접
근했는지는 잘 알고 있다·
그렇기에 칼같이 잘라내야만 한다·
여기서 수작질에 넘어가주는 척 얻 어먹을 것만 쏙 빼먹고 막상 마음 은 걷어 차버리는 행위는 쓰레기보 다 더한 쓰레기였으니까·
마음이 없다면 애당초 호의를 정중 하게 거절하는 게 상대방에 대한 예 의이자 존중이다·
“···나와 단둘이 임무를 수행하는 게 부담스럽나?”
“뭐?”
그런데 도리어 풍하랑이 저렇게까 지 말하니 풀레임으로서도 상당히
당황스러웠다·
“그건 걱정할 필요 없다· 네가 부 담스러워할 것은 진작에 생각했으니 까· 거절할 것도 알았지·”
“어··· 그러셔·”
“그렇다면 이건 어떤가· ‘돌발상황’ 의 수준을 4리스크까지 끌어올리는 것이지·”
“4리스크라고? 그게 돼?”
”그래· 거기에 더해 네가 원하는 사람을 골라서 임무에 데려가는 것 이다· 네가 모든 짐을 짊어지지 않 아도 좋고 충분히 협력하기에 마땅 한 인재로· 가령··· 백유설이라든지·”
그러자 풀레임이 눈에 띄게 당황하 여 목소리의 톤이 살짝 높아졌다·
“갑자기 걔 이름이 왜 나와?”
“그냥··· 네가 함께 데려가고 싶 어 할 것 같아서 그랬다·”
“됐거든? 백유설은 절대 안 데려갈 거야·”
“자존심 세울 필요는····”
“아니라니까·”
풍하랑의 손에서 임무 지령서를 낚 아챈 풀레임은 그것을 위아래로 슥 슥 훑어보기 시작하였다· 누가 봐도 당황한 표정을 숨기기 위함이었으나
그는 더 이상 언급하지 않았다·
“아직 제대로 임무 신청 못 한 놈 들 몇몇 있네· 그럼 정말로 다른 애 들 데려온다?”
“그래· 누구라도 상관없다·”
그 ‘누구,가 백유설이 아니라면 더 더욱 좋겠지만·
그 속마음을 삼키며 풍하랑이 잠자 코 기다리려는데·
“야아!! 나랑 같이 점수 왕창 따러 갈 사람!!”
**·9!!”
대뜸 중앙 발판을 밟고 올라가서
풀레임이 종이를 양옆으로 흔들흔들 휘적이며 소리를 치는 바람에 하마 터면 억 소리를 낼 뻔했다·
“뭐야?”
“풀레임 인데?”
“점수 따러 가자고?”
“나 갈래·”
“야야 가지 마· 저년 완전 또라이 야· 또 무슨 미친짓 할 줄 알고?”
“쟤가 왜 또라이야? 그냥 착한데·”
“네가 뭘 몰라서 그래· 저거 완전 가식이라니까?”
몇몇 A반 학생들이 눈치를 보면서
다가가려고 하면서도 그러지를 못한 다· 평민 주제에 S반이 된 풀레임을 여전히 견제하는 A반의 귀족 세력 이 상당했고 평민들은 어쩔 수 없 이 그들에게 물려서 마음대로 행동 할 수 없는 것이다·
다른 S반의 학생들은 각자 원하는 임무를 골랐는지 움직이지 않는 바 람에 서로 눈치만 보는 와중·
가장 먼저 해원량이 풀레임의 앞으 로 나섰다·
“오 너 하게?”
“어떤 임무지?”
“표기는 2리스크인데 ‘예상치 못
한 돌발상황’이 발생할 예정이거든· 임무가 아주아주 어려워질 수도 있 어· 그래도 할래?”
“임무가 어려워진다···
해원량은 풀레임의 속셈을 단번에 파악했다· 1등이 되기 위하여 언제 나 점수에 시달리는 그가 이런 매력 적인 일을 거부할 수 있을 리가 없 었다·
“흥미가 동하는군· 예상치 못한 돌 발상황은 네 계산에 모두 포함되어 있나?”
“에이〜 그럴 리가·”
“하겠다·”
“좋아쓰 그럼 다음! 더 할 사람!”
해원량이 나서자 그 뒤로 거머리처 럼 들러붙는 마유성이 곧바로 풀레 임에게 다가왔다·
“몬스터 토벌? 그거 재미있어?”
“글쎄? 그래도 네가 고른 임무보다 는 재미있을걸?”
**그럼 할래· 지금 고른 건 너무 지 루할 것 같거든·”
“오 아주 마음에 들어· 그럼 또 다음? 더 할 사람?”
얼떨결에 마유성까지 참가하게 되 자 해원량의 표정이 와락 구겨졌으
나 어쩔 수 없었다·
사실 그가 참가하게 된 순간 이렇 게 되는 건 거의 확정이나 다름없었 으니까
“음 없나? 그럼 이렇게 신청하자·”
다시 폴짝 뛰어내려 조교에게 달려 온 풀레임은 마유성 해원량의 이름 까지 임무 신청서에 써넣었다·
“풍! 이 정도 멤버면 괜찮지?”
-···그래·”
풍하랑은 그녀의 뒤에서 멀뚱멀뚱 서서 기다리는 마유성과 해원량을 슬쩍 쳐다본 뒤 한숨을 내쉬었다·
단둘이서 임무를 나가는 건 기대도 하지 않았다·
다만 그녀에게 스스로를 돋보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수만 있다면 참 으로 좋겠다고 생각했거늘·
하필이면 가장 꺼려졌던 최악의 라 이벌들이 참가하게 될 줄이야·
’···나는 나대로 노력하는 수밖 에·’
풀레임의 마음을 얻기 위한 여정이 쉽지 않으리라는 것쯤은 이미 각오 했다· 그러나 자신이 할 수 있는 선 에서 최대한 달려나갈 것이다·
그 끝에서 실패한다고 하더라도·
그는 덤덤하게 받아들일 것이다·
“거 참 멤버 한번 짱짱하네·”
조교는 혀를 내두르며 임무 신청서 에 도장을 쾅! 찍었다·
멤버 전원이 학년 10위 안에 드는 초엘리트로만 구성되어 있다니·
누군지는 몰라도 상대하게 될 몬 스터가 오히려 걱정되는 수준이었 다·
“뭐··· 필요는 없어 보인다만 그 래도 일단 임무 오리엔테이션은 들 어야 하니까 이쪽 강의실로 찾아가 보도록 해·”
“예이·”
풍하랑이 먼저 강의실로 출발하고 마유성과 해원량이 티격태격대며 뒤 따라가기 시작하자 풀레임은 그들 의 눈치를 슬쩍 본 다음 조교에게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 임무를 한번 신청하면 추 가적으로 더 데려갈 수는 없죠? 많 이는 아니고 한 명 정도···
“음? 글쎄· 안 되는 건 아니야· 누 구 추가하게?”
조교의 말에 풀레임은 잠시 고민하 다가 A S반 임무 신청 현황에 슬 며시 눈을 돌렸다·
[페르소나 게이트]
[S반 백유설 S반 홍비연]
풀레임의 분홍빛 입술이 살짝 깨물 려 모양이 망가진다·
“아뇨· 생각해 보니 추가할 사람은 딱히 더 없는 것 같아요· 이만 갈게 요·”
“어 그래라···
뭘까· 방금까지 신나서 명랑발랄하 게 떠들던 저 소녀의 기분이 한순간 에 다운될 만한 원인은·
조교는 풀레임이 바라보던 임무 신 청 현황을 꼼꼼하게 읽어 내렸지만 그 이유를 밝혀낼 수 없었다·
그저 저 소녀의 성격은 참 알다가 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