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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고결한 영혼(13)
모든 신수와 정령과 요정과 엘프들 의 왕 꽃서린· 사람들이 추측하기를 그녀의 능력은 세계수 내에서 9클래 스 마법사와 동급일 것이라고 생각 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은 아주 살짝 잘못된 생각이다·
9클래스의 ‘마법 전사’들은 여태까 지 수많은 경험과 지식을 쌓아 올리 며 그 위치에 도달했으나 꽃서린은 오로지 믿음과 인내를 통한 명상 하 나만으로 도달했다는 아주 결정적인 차이점이 있다·
물론 각종 병법이나 전투 교본 등 을 머리에 완벽히 암기해 두기는 했 으나 실전에서 과연 교과서처럼 전 투를 진행할 수 있을까?
절대로 불가능할 것이다·
···담갈토이월의 가호·’
꽃서린은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고 서 표정을 굳혔다·
그녀의 등 뒤에는 초록색과 보라색 이 뒤섞인 나비의 날개 같은 것이 돋아나 있었는데 이것 덕분에 공중 을 자유로이 비행할 수 있었다· 대 지 계열인 철리번에게 대항하기 위 해서는 공중에 떠 있는 편이 유리하 다고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철리번이 원하기만 한다면 대지는 언제나 그곳에 있었다·
그는 어디에서든 대지를 소환하여 발판으로 사용할 수도 있었고 하늘 에서 운석을 떨어뜨릴 수도 있었으 니 비행으로 가지는 이점은 아예 없
다고 볼 수도 있었다·
쿠구구구궁···!!
아류문의 소환 술식에 의해 나타나 공중에서 든든하게 지원사격을 해주 던 공중요새가 모래성처럼 무너져 내렸다·
특별한 공격도 아닌 철리번의 기 합 한 번에 벌어진 일이었다·
아류문은 소환술을 펼쳐서 다양한 소환수와 소환물을 현세에 강림시켜 싸우게 하는 아주 독특한 전법을 구 사했으며 철리번은 모든 공격을 자 동으로 완벽히 방어하는 특별한 능 력을 지녔다·
그러나 저들의 저런 특별한 능력 을··· 과연 그 누가 교본에 적어둘 수 있었겠는가?
‘적의 빈틈을 만들고 허점을 찔러 라· 그러면 승리할 것이다·’
전투 교본의 첫 페이지에서 설명하 는 가장 기본적인 마법전 법칙·
하지만 철리번에게 과연 ‘기본적 인 법칙’이라는 게 통할까?
평범한 상식이 통하지 않는 이 싸 움이 꽃서린에게는 굉장히 힘겨웠 다· 도저히 아무리 생각해도 철리번 의 저 절대방어를 뚫을 방법이 생각 나지 않는 것이다·
담갈토이월의 방어는 완벽했고 그 끝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본인이 의식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보호막이 펼쳐지는 것에도 모자라 마력을 거의 소모하지도 않는 것이 다·
그에 비해··· 꽃서린과 아류문의 마나는 점점 더 바닥을 향해 나아가 고 있었다·
본인의 마나를 사용하여 세계수를 제어하거나 소환술을 사용하는 그 들과는 달리 철리번은 마나조차도 대지가 대신해서 부담하고 있기 때 문이었다·
“···그런 식으로 싸웠다가는 이 땅 이 메말라 버릴 거예요·”
꽃서린이 힘겹게 말을 꺼내スト 철 리번이 쓰게 웃으며 답했다·
”미안· 내가 지나온 땅은 항상 가 뭄이더라고· 하지만 네가 있으니까 괜찮지 않을까? 너는 땅이 축복을 내릴 수 있으니까·”
어쩜 저리 태연하게 말을 할까·
“그렇다면 당장 포기하세요!”
꽃서린이 힘껏 팔을 내려치スト 그 곳을 향해 보라색 형광나비 수백 마 리가 반짝이며 광선을 발사했다·
콰콰콰쾅!!
뒤이어 세계수의 뿌리 끝에서 나온 연두색 산성액이 철리번을 향해 총 알탄처럼 쏘아져 터지며 연기가 피 어올랐으나 여전히 보호막을 뚫었 다는 감각은 없었다·
이게··· 절대무적이라는 거야···?’
믿을 수가 없다· 어떻게 저런 존재 가 이 세상에 있을 수가 있는지·
절대무적이라는 단어가 단순하게 별칭인 줄로만 알았거늘·
‘정말로 절대무적이라면····)
도대체 어떻게 해야 저 존재를 잡
아낼 수 있단 말인가?
우우우우웅-!!
하늘에서 들려오는 진동파에 꽃서 린은 무심코 고개를 들었다·
구름의 형태가 기이하다· 마치 누 군가가 의도적으로 조립해 놓은 것 처럼 ‘손바닥’의 형태를 띠고 있었 던 것이다·
구름 주먹은 손바닥을 서서히 웅크 리더니 주먹을 쥐었고 그 빈자리를 마법진이 채우더니··· 하나의 거대 한 ‘푸른 번개의 검’이 생성되었다·
“···심판자의 칼날·”
아류문의 목소리가 허공을 공허하
게 가른다· 그제야 그의 의도를 알 아차린 꽃서린은 황급히 양팔을 가 슴팍에 둘렀다·
‘미쳤어···!’
바로 지척에 세계수가 있던 탓에 여태까지 화력조절을 했다고 말하고 싶은 걸까· 그는 이 일대를 아예 뒤 집어 엎어버릴 정도로 강대한 마법 을 준비하기 시작하였다·
꽃서린은 하는 수 없이 세계수의 뿌리를 움직여 지반을 조금이라도 더 멀리 밀어낸 뒤 뿌리로 보호막을 생성하였고 그 직후·
···콰콰쾅!!!
거대한 푸른색 벼락이 대지에 내려 꽂히며 부유 대지가 완전히 산산조 각 박살 나버리고 말았다·
“으읏···
날개를 펼쳐 공중으로 날아오른 꽃 서린은 연보랏빛 실드를 전방에 두 르고서 충격파를 막아냈으나 버티 지 못하고 뒤로 날아가고 말았다·
한참이나 뒤로 밀려난 그녀는 간신 히 세계수와 충돌하기 직전에 멈춰 설 수 있었는더1 뒤늦게 사태를 파 악하고서는 눈을 크게 뜨고야 말았 다·
“아
나무화란에서 고작 1km쯤 떨어진 거리일까·
그곳의 지형이··· 완전히 무너져 내린 채 붕괴되어 있었다· 거대운석 에 충돌한 뒤 남은 크레이터처럼 깊 게 패인 그 흔적을 보고서 누가 감 히 한 명의 인간이 만들어낸 자상이 라고 생각할 수 있을까·
신이 노하여 천벌을 내렸다고 착각 해도 이상하지 않은 일이었다·
제아무리 꽃서린이나 철리번이라도 이 정도의 위력을 가진 마법을 펼칠 수는 없었다·
‘이게 9클래스의 마법사···!!
그녀는 황급히 날개를 펼쳐 크레이 터를 향해 나아갔다· 뭉게뭉게 피어 오르는 연기를 바람을 피워 날려 보 내スト 저 멀리 바닥에 무릎을 꿇은 아류문의 모습이 보였다·
“아···! 괜찮으신가요?”
“쿨럭!”
황급히 녹색 생명의 기운을 흘려보 내니 상태가 심각하다· 방금의 마법 을 사용하면서 내상이라도 입은 것 일까·
“젠장··· 놈이 반격을 할 줄이야·”
“반격을··· 했다구요?”
여태껏 싸우면서 철리번이 직접적 인 반격을 시도한 적은 몇 번 되지 않았다· 그마저도 대지를 뒤집어서 응수하는 게 고작이었으니·
“그래· 놈의 진정한 능력을 하마터 면 까맣게 잊을 뻔했군·”
“···아·”
철리번은 담갈토이월의 가호를 받 아 절대무적이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으니 사실 그건 그가 가진 진짜 배기 능력이 아니다·
그건 그저 철리번이 가진 무수히 많은 능력 중 하나였을 뿐이니까·
“사상통제····”
복부를 움켜쥐고 있던 아류문은 손 바닥을 천천히 떼었다· 그곳을 꿰뚫 은 푸른색의 날카로운 번개·
그건 틀림없이 아류문이 하늘에서 내리치던 마법이 틀림없었다·
“어떻게··· 된 거죠?”
“마법의 일부를 놈■이 도중에 가로 챘습니다· 귀찮게도 ‘사상’ 계열 능 력을 지니고 있다니··· 쿨럭!”
아류문이 바닥을 손으로 짚으며 피 를 토해내 スト 꽃서린은 황급하게 마 법을 사용하여 그를 제어했다·
당장 치료하지 않으면 위태로울 정 도로 상처가 심각하다· 마나의 혈이
이리 꼬이고 저리 꼬여서 자칫 평범 한 마법사였다면 마법을 영원히 잃 어버렸을 수도 있었다·
다행스럽게도 그는 마나에 통달한 9클래스의 마법사였기에 그 정도까 지는 아니겠으나··· 만약 이 상태 에서 철리번이 더욱 반격해 온다면?
‘위험해·’
위급한 상황이나 그를 치료하는 것보다도 우선순위는 그를 지켜내는 것· 제아무리 아류문이 세계수를 침 범하려고 했던 전적을 가지고는 있 어도 생명을 헛되이 저버릴 수는 없었다·
양손에 푸른색과 연보라색의 마나 를 두른 꽃서린은 황급히 뒤돌아서 서 자욱한 안개 너머를 응시하였다·
저벅-
그곳에서 천천히 걸어 나오는 상 처투성이의 철리번· 제아무리 그라 도 이 정도 위력의 번개를 완전히 묵살하는 것은 불가능했던 것인지 온몸에 찰과상이 가득했으나·
‘고작 저 정도의 피해밖에···!)
대재앙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마 법에 적중당하고서도 저 정도밖에 피해를 입히지 못했다는 사실이 굉 장히 충격적이었다·
물론 그것도 어디까지나 꽃서린의 생각이었을 뿐이다·
‘엘프왕은 멀쩡한 것 같고 마법사 는 리타이어인가·’
철리번은 피로에 가득 찬 눈으로 자신의 상태를 점검하였다·
’···대지가 응답하지 않는다·’
처음이었다· 자신의 ‘절대무적이나 다름없는 대지의 가호를 완벽하게 박살 내버린 존재는·
이것은 평범한 가호가 아니다·
다른 그 어떤 가호보다도 십이신월 담갈토이월의 진심이 담겨 있는 보
호막이었기에 어쩌면 저 마법사는 진짜 십이신월과 겨룰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것도 여기까지·
자신의 보호막이 완전히 박살 났다 고는 해도 아류문은 쓰러졌고 엘프 왕에게도 힘은 거의 남아 있지 않은 것으로 보였다·
‘···더 싸우면 죽을 수 있을까?’
꽃서린은 여전히 싸울 수 있는 것 으로 보였다· 세계수가 끊임없이 그 녀에게 축복을 내려주고 있는 덕분 에 자신이 대지에게 사랑받는 것과 마찬가지로 끊임없이 마나를 공급받
는 것이다·
‘확실하지 않아·’
그는 고개를 저었다·
자칫 잘못하다간 자신이 죽기도 전 에 저 둘의 목숨이 끊어져 버리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한다·
철리번은 자신의 손에 더 이상 피 를 묻히고 싶지 않았다· 여태까지 얼마나 무수히 많은 목숨이 나로 인 해 죽어갔던가·
어린아이가 장난으로 던진 돌이 실 수로 이쪽을 향했다는 이유로 마을 하나가 뒤집어 엎어졌다·
누군가 내게 실수로 물을 쏟았다는
이유로 도시 하나가 통째로 가라앉 았다·
지나가던 길에 어깨를 부딪혔다가 혹은 누군가 내게 소리를 쳤다가 혹은 누군가 혹은 누군가 혹은 누 군가가·
그저 실수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그 것을 ‘위협’이라고 단정 지은 담갈 토이월의 과잉보호 때문에····
얼마나 얼마나 많은 생명이 죽어 나갔던가·
최대한 사람과 마주하지 않고서 살 아가려고 했다· 아무도 없는 곳에서 조용히 지내고 싶었다·
그러나 그때는 이미 너무나도 많은 원한이 쌓인 뒤였고 수많은 복수자 가 나타나 덧없이 목숨을 잃어갔다·
도망치고 또 도망치고·
계속 도망쳐도·
저들은 계속 내 앞에 나타나 아까 운 목숨을 스스로 내던진다·
“너희나 나나 지친 것 같은데 싸 움은 여기까지 하도록 하자고·”
«··
철리번은 주먹을 쥐락펴락하며 마 나의 상태를 점검하고서 그대로 뒤 돌아 떠나갔다·
“그럼··· 이만 가 보도록 할게·”
“그게 무슨···!”
그는 정말로 싸울 의지가 없는 듯 안개 속으로 빠르게 모습을 감추었 고 꽃서린은 그런 그의 뒷모습을 가 만히 지켜보았다·
“어떻게 된···
목숨을 걸 각오까지 했거늘 싸움 이 종결되기 직전에 갑작스레 포기 하고서 떠나가다니·
대체 무슨 생각이란 말인가·
떠나간 철리번은 정말로 돌아올 생 각이 없는 것인지 마나의 자취가 아
예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멀리 사라 졌고 뒤늦게 긴장이 풀린 꽃서린은 바닥에 주저앉았다·
털썩!
“아···
바닥을 멀거니 바라보며 꽃서린은 눈동자를 크게 흔들었다·
저런 괴물이 나의 세계수를 침범해 온다면 과연 막아낼 수 있는가?
그런 근본적인 의문이 든 것·
“···이제 알겠습니까? 저게 십이신 월의 사랑을 받는 흑마인입니다·”
아류문은 힘겹게 스스로를 지혈하
며 말했다·
“이 세상에··· 십이신월의 가호를 받는 또다른 대적자가 있다면 모를 까 순수 능력만으로는 상당히 골치 가 아프군요· 젠장할·”
“···또 다른 십이신월의 대적スト 말 씀이 신가요?”
“예· 십이신월의 능력은 무한한 가 능성을 지니고 있으니까요· 당장 제 가 알기로 그런 사람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아류문은 거기까지 말하고서 고통 스러운지 인상을 찡그렸다· 평소의 꽃서린이었다면 황급히 그를 치유했
겠으나 갑작스레 머리가 복잡해져 서 그럴 수 없었다·
‘십이신월의 사랑···
그런 것을 받는 사람이 바로 여기 에 있지 않던가·
다름 아닌 바로 자기 자신이다·
지나치게 많은 사랑을 받아버리는 바람에 ‘저주’를 부여받았으나 생각 해 보면 그 또한 십이신월이 가지고 있는 위대한 능력 중 극히 일부·
‘만약 십이신월의 가호를 제어할 수 있다면····’
꽃서린의 얼굴에 희망이 피어오르 며 안개가 완전히 걷혔다·
“젠장 싸움은 졌는데 하늘은 쓸데 도 없이 맑군···
아류문은 그리 말한 뒤 아예 뒤로 엎어졌고 꽃서린은 뒤늦게 그에게 다가가 치료를 시작했다·
“추격··· 해야 하는데···
철리번을 잡을 수 있는 기회는 흔 하지 않다· 여전히 미련을 버리지 못한 아류문이 그렇게 중얼거리는 순간·
···쿵!
멀찍이 떨어진 장소에서 커다란 굉음이 울려 퍼졌다·
“윽 뭐야···r
충격으로 인해 통증이 심해진 아류 문이 표정을 찡그리면서도 시선을 돌리지 않았다·
그러다 뒤늦게 무언가를 떠올린 아 류문이 눈동자를 크게 떴다·
”설마····”
철리번이 떠나간 자리에서 굉음이 들려왔다는 것은 누군가가 또다시 그와 전투를 벌이기 시작했다는 것·
하지만 평범한 마법사로는 그에게 당해낼 수 없단 말이다·
“이거 큰일이군···广
그 사실을 깨닫고서 꽃서린과 아류 문의 안색이 창백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