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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고결한 영혼(7)
레더트릭스VI 블랙썬더스톰 7호·
마법학회장 아류문 블르슌이 애용 하는 비행정의 애칭이었다·
비행정은 한 기에 들어가는 금액만 해도 천문학적이었고 유지비가 굉 장히 비싸서 결코 개인이 소유할 수 없을 것처럼 느껴지지만 그것도 최
상류층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일· 아 류문은 부의 축적을 즐기지는 않았 으나 비행정 컬렉션에는 상당히 진 심인 편이었다·
우우우웅···!!
튜닝을 덕지덕지 바른 마나엔진의 요란스러운 소음이 제3 세계수 나무 화란의 선착장에 울려 퍼진다·
푸쉬익-!
비행정의 전파를 듣고서 아류문의 방문을 확인한 엘프들이 미리 보고 를 해두었던 덕분에 나무화란의 장 로 수학산은 제때 그를 맞이할 수 있었다·
“허허 아류문· 오랜만이구려·”
“수학산 할배· 여전히 건장하군·”
“이렇게 갑작스레 방문하니 반갑기 는 하다만 솔직히 당황스러운 마음 이 더 크군·”
“아아 그렇ス]· 미리 언질을 넣지 못해서 미안하게 됐어·”
아류문은 피곤에 찌든 표정으로 그 리 말하며 그에게 다가가 악수를 청 했다· 그에 수학산은 눈썹을 꿈틀거 렸다·
‘여전히 재수없는 놈이군·’
악수는 인간이 퍼뜨린 전형적인
인간의 문화· 방문자가 엘프의 문화 에 맞추는 것이 정석이거늘 아류문 은 언제나 그랬듯이 상대방의 문화 를 존중하지 않았다·
대마법사 아류문 블르슌은 철저하 게 ‘인간우월주의를 믿고 있었으니 까·
물론 그의 우월주의에도 타당한 이 유가 존재하기는 했다·
현존하는 8클래스 마법사의 비율이 인간이 가장 높았으며 또한 역사적 으로 9클래스라는 신의 영역에 도달 한 마법사 역시 절반 이상이 인간이 었고 ’시조 마법人F 또한 인간이었 다고 추정되었으니까·
게다가··· 아류문 역시 대륙에서 10명도 채 되지 않는 9클래스의 마 법사였기에 수학산은 별말 없이 악 수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무슨 일로 찾아오셨소?”
하나 그것과는 별개로 만약 아류 문이 세계수의 오염에 대한 소식을 듣고서 찾아온 것이라면 굳이 협조 를 요청할 생각은 없다·
신성한 세계수와 관련된 일에 감히 인간을 들일 수는 없었으니·
아주 다행스럽게도 아류문은 다른 용건으로 찾아온 모양이었다·
그는 수학산에게 ‘흑마대항 마법수
색 협조 요청 공문’을 들이밀었다·
“음!”
약간 예상 바깥의 협조문을 보고서 수학산은 침음을 홀렸다·
다른 어디도 아닌 이런 공개적인 장소에서 저 서류를 보인다는 것은 대놓고 ‘흑마인이 있는 것 같으니 너네 동네 좀 수색하겠다’라고 말하 는 것과 같다·
명확한 증거가 있을 경우 흑마인의 수색에 대해 마법부는 절대적인 힘 을 갖추게 되니 거부하는 것은 불 가능·
이는 모든 종족이 협조한 조항이었
기에 제아무리 나무화란의 장로라고 해도 거절할 수는 없···겠으나·
그것도 정도를 따져야 할 일·
날파리 하나 잡겠다고 신성한 세계 수를 들쑤시는 것은 결코 용납하지 못할 일이었다·
“신중히 검토해 보도록 하겠네·”
수학산은 공문을 받고서 내용을 천 천히 훑어보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눈을 크게 뜨며 경악했다·
“이게··· 정말 사실이오?”
“그래· 우리가 굉장히 무례하다는
것 정도는 잘 알고 있어· 하지만 꼭 협조 좀 부탁하지· 지금 굉장히 귀 찮은 상황이거든·”
흑마인 철리반·
수십 년 전 자취를 감추기 전까지 수만 명의 사상자를 내었던 바로 그 전설 속의 흑마인이 갑작스레 이곳 에 나타났다니·
‘아니 아직 확실하지는 않아· 정황 상 그렇다는 것이니· 하지만···!’
공문의 내용이 사실이라면 틀림없 이 철리반은 높은 확률로 나무화란 의 과수원으로 향했을 터·
지금쯤이면 이미 이곳 어딘가에 숨
어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이건···
생각보다 위험도가 막중해졌다·
자존심을 뻣뻣하게 내세우며 거부 할만한 사안이 아니다·
“···장소를 옮겨서 이야기를 나눠 도 되겠소?”
수학산이 무거운 목소리로 말하자 아류문은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한시가 급한 와중 생각보다 이야기 가 잘 풀려서 다행이었다·
* * *
고요하다·
서늘한 유리 파편이 공기중에 뒤섞 인 채 둥실 떠다니며 내 피부를 자 꾸만 찌르는 기분이었다·
나는 잎하넬의 앞에 정좌를 하고 앉아서 눈을 감은 채 심호흡을 했 다· 정확히 말하자면 [태령심법]을 조금 더 섬세하게 운용하는 중이라 고 말할 수 있겠다·
방독면은 진작 벗어던졌다·
위험하지 않겠냐고 묻는다면 확실 하게 위험하다고 말할 수 있겠다· 실제로 이로 인해 수명이 줄었을 수
도 있고 어쩌면 얼마 버티지 못하 고 쓰러져 버릴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이렇게까지 해야만 하는 이 유는 있었다·
[공기중 마력 농도 분석 중····]
직박구리 안경은 만능이 아니다·
새로운 무언가에 대한 시도를 할 때에는 반드시 ‘나’라는 존재가 그 것과 접촉을 해야만 한다·
여태까지 마법을 보는 것만으로 분 석할 수 있었던 이유는 마법의 근원
이 ‘마법진과 ‘룬어’였기 때문이다· 그것은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해 석이 가능했으니까·
하지만 몇몇 고도의 마법은 보는 것뿐만이 아니라 마력적으로 접촉을 해야만 분석이 가능했는데 잎하넬 의 정원에 흩뿌려진 이 고밀도의 마 력 역시도 그런 종류였다·
방독면을 쓴 채 바라보는 것만으로 분석하는 건 불가능·
그렇다고 내가 직접 호흡하는 것 역시도 위험했으나····
‘태령심법이라면 가능해·’
마나를 신체로 받아들이고 또다시
흘려보낸다· 신체를 마치 물레방아 처럼 이용하여 독성의 마나를 체내 에 녹여내지 않을 수만 있다면 얼 마든지 호흡할 수 있다·
“후우····”
태령심법은 스킬의 발동에만 최소 한 수십 초가 필요하며 만약 움직 이는 도증에 태령심법을 사용하려고 시도한다면 분 단위로 걸리기도 한 다·
그렇다고 유지가 쉬운가?
그것도 아니다·
잡생각을 하는 즉시 태령심법이 풀 려 버릴 정도로 초고도의 집중력을
요구했는데 이는 연홍춘삼월의 가 호를 받은 이후로 어느 정도 완화되 었다·
실제로 저번 마녀와의 전투에서도 정신없이 싸우는 와중 단 한 번도 태령심법이 풀리지 않았으니까·
그런데····
‘뭐지? 이 느낌은·’
단순히 유지가 쉬운 정도가 아니 다· 생각해 보면 연홍춘삼월의 가호 를 얻은 이후로 진지하게 태령심법 을 단련했던 적이 있던가?
물론 수행은 꾸준히 병행하고 있었 으나 그건 그저 매일같이 꾸준히 반
복적으로 하는 수행일 뿐 발전하기 위한 연구는 전혀 하지 않았다·
그런데 오늘 탁기 가득한 마나의 농도를 조절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태령심법을 쥐어 짜내다 보니 무언 가가 서서히 느껴지기 시작했다·
눈을 감고 있음에도 마나의 흐름이 손에 잡힐 듯 보이는 듯하였고 거 기에 내 의지를 조금이나마 섞을 수 가 있게 되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나도 모르게 자리에서 일어나 있었다·
허공에 손을 뻗는다·
검을 어디에 두었더라·
기억이 나지 않았기에 맨손으로 검을 쥔 시늉만을 하였다·
나에게 특별한 검법은 없다·
단순한 베기와 찌르기 내려치기·
내가 가진 유일한 검법·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마법사를 상 대할 수 없다· 내게 심법을 전수해 주었던 먼 과거의 하태령은 그렇게 말했다·
‘마법전은 핵심은 거리조절이다·’
마법의 사거리 바깥으로 빠졌다가 다시 들어가서 급소를 찌르는 것이 바로 마법전의 진수·
검법은 없으나 전법은 있다·
과거 하태령은 위의 방법을 구사하 기 위해 마력누설지체를 극한으로 끌어올려 보법을 연마했다고 한다· 하지만 평범한 인간의 발놀림이 빨 라 봐야 얼마나 날쌔겠는가·
나이트 계열 마법사가 사용하는 도 약보다도 훨씬 느렸고 파워 점프보 다도 순간 출력이 약했다·
하태령은 그것을 끊임없는 전투와 경험을 통해 극복할 수밖에 없었으 나··· 나는 그럴 필요가 없다·
내게는 그 어떤 마법사도 가지지 못했던 유일무일한 마법이 있었으니
까·
‘태령심법을 원할 때 켤 수만 있으 면 돼·’
지금까지는 사전준비가 너무 길었 기에 전투의 시작과 동시에 불리한 양상을 띨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연홍춘삼월의 도움을 받아 심상 세계로 제약 없이 빠져들 수만 있다면 그것도 그리 불가능한 일은 아닐 터·
‘어쩌면··· 태령심법을 항상 유지 하는 것도 가능할지도 몰라·’
정신의 어느 한 구석에 태령심법을 각인해놓고 그것을 나의 평범한 호
홉으로 만들 수만 있다면·
이런 탁기로 가득한 마력의 공간을 자유자재로 누비는 것은 물론··· 하 태령이 꿈꾸었던 ‘영생’ 또한 가능 하게 될지도 모른다·
물론 딱히 오래 살고 싶은 생각은 없다만····
‘윽!’
너무 과도하게 집중했던 탓일까 나는 심상 세계를 지나쳐··· 그보 다도 더욱 깊고 깊은 아득한 정신세 계로 빠져들었다·
마치 한밤중의 심해에 빠져 버린 듯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고 방향의
분간조차 되지 않았다·
‘이건··· 위험해·’
더 이상 빠져들었다가는 정말 돌아 올 수 없게 되어버릴 것만 같은 느 낌에 나는 허겁지겁 수면을 향해 헤 엄 쳤다·
‘깨어나야 한다·’
오로지 그 일념 하나로 정신없이 하늘을 향해 나아가는데·
덥썩!
누군가가 나의 옷깃을 붙잡았다·
그리 세게 붙잡은 것은 아니다· 뿌 리칠 수 있을 정도로 나약한 손길이
었으니까·
하지만 무언가 마음이 걸렸던 나는 고개를 내려 심상 세계 속 심해를 바라보았다·
•···잎하넬?’
그곳에는 어린 소녀의 모습을 한 신령이 있었다· 그녀는 감정을 분간 하기 힘든 애매모호한 표정으로 입 술을 떼었는데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았다·
그러나 그보다도 먼저 드는 의문·
‘잎하넬이 왜 여기에?’
이곳은 나의 심상 세계가 아니었던 가· 그러다가 그녀와 내가 영혼으로 연결되었던 사실을 깨달았다·
‘여기에서라면···!
잎하넬이 왜 그렇게 되었는지 원인 을 물을 수 있다·
나는 그녀의 양어깨를 붙잡고서 힘 껏 소리쳤다·
‘잎하넬! 어서 대답해! 누가 너를 이렇게 만든 거야!’
그러나 내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일까 잎하넬은 고개를 갸웃하더 니 입술을 뻥긋거렸다·
들리지 않는다·
‘젠장· 더 아래로 내려가야 하나?’
그 생각은 금방 접었다·
잎하넬은 틀림없이 저 심해의 깊고 깊은 곳 어딘가에서 올라온 것으로 추정되는데 더 이상 내려갔다가는 올라오는 길을 아예 잃어버릴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저건····’
끝없이 펼쳐진 심해의 끝자락에 자 그마한 보랏빛 나비 같은 것이 어른 거렸다· 저곳이 바로··· 잎하넬의
심상 세계· 저 나비를 향해 헤엄치 기만 하면 그녀의 정신 속으로 들 어갈 수 있다·
···그럴 수는 없어·’
나는 천천히 잎하넬의 손을 떼어놓 았다· 당장에라도 그녀를 데리고 나 가고 싶지만 흑마에 타락된 지금 억지로 깨우는 것만큼이나 위험천만 한 짓도 없다·
,내가 곧 데리러 갈게·,
입모양으로 잎하넬을 향해 그리 말 흐]■자 그녀는 어떻게든 알아들은 것 인지 보기 드물게도 희미하게 미소 를 지었다·
그러고선 허공으로 떨어져 나가 저 깊숙한 심해로 잠기며 손을 살랑살 랑 흔드는데 마치 어린아이가 순진 무구하게 배웅하는 모습 같아서 마 음에 걸렸다·
뽀글뽀글!
나는 잎하넬을 애써 뒤로한 채 심 상 세계의 심해 속에서 억지로 빠져 나와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내었고 그 순간 눈이 번쩍 떠지며 정신이 들었다·
“후우우우···!”
온몸이 개운하다·
오랫동안 정좌를 유지하면 다리근
육이 저려야 정상인데 막 자고 일 어난 것처럼 상쾌했다·
[분석 완료]
[결과를 보고합니다·]
마침 직박구리 안경의 분석도 끝났 겠다 천천히 내용을 읽으려는데 그 보다 또 다른 메시지가 더욱 눈에 띄었다·
“어라?”
직박구리 안경이 아닌 순수하게 내게 부여되어 있는 시스템 메시지·
그것에 우르르 알림이 떠 있었다·
[스킬 ‘마력누설지체’으] 레벨이 상 승합니다!]
[능력치가 전체적으로 대폭 상승합 니다·]
[근력을 조금 더 섬세하게 다룰 수 있게 되었으며 몸이 더욱 날렵해지 고 정신이 또렷해집니다·]
[시야가 맑아져서 더욱 선명하게 물체를 바라볼 수 있게 됩니다·]
[감각이 선명해져서 느끼지 못했던 것을 느낄 수 있게 됩니다·]
여태까지 본 적 없는 종류의 메시 지에 나는 얼떨떨한 기분이 될 수 밖에 없었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r
아무래도 나는 여태까지··· 십이신 월의 가호를 단 1%도 활용하고 있 지 못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