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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제7본탑⑶
말렌타이레스에서의 서브 이벤트는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정해진 미 래를 따라 한 걸음씩 그러나 빠르 게 달려가 종착지에 도달한 풍류진·
비로소 그는 모든 진실을 알게 되 었다·
“어흐흑 류진 씨···
바닥에 주저앉아 눈물을 쏟는 여인 을 바라보며 풍류진은 자신의 양손 을 들여다보았다·
반투명한 자신의 손을 관통하여 바 닥에 새겨진 문양이 보인다· 어째서 인지 거울 속에 자신의 모습이 비쳐 보이질 않았다·
“아···
그제야 기억이 되살아났다·
자신이 죽었다는 사실·
죽게 된 이유와 사랑했던 여인이 존재했었으며 그 사람이 바로 눈앞 에 주저앉아서 울고 있는 저 여인이 라는 것까지·
모조리 기억해 내고 말았다·
“나는··· 이미 죽은 몸이었군••····”
죽어서조차 편히 성불하지 못하고 사랑하는 여인을 지키기 위해 구천 을 떠돌며 귀신을 사냥하던 풍류진 은 비로소 이 모든 사건의 원인이 자신에게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깨닫 고 말았다·
나는 여인에게 다가가 조용히 속 삭였다·
“가서 한번 포옹이라도 해줘요·”
“흑··
그녀는 눈물을 쏟으면서도 애써 일
어나 유령 풍류진에게 다가갔다·
그러고선 뜨겁게 포옹하며 서로에 게 사랑의 한마디를 나누었다· 시간 이 지날수록 픙류진의 몸은 점점 더 투명해지고 여인이 마침내 ‘사랑했 어요’라고 고백하는 순간 성불하여 빛이 되어 사라지고 말았다·
“아흑····”
그렇게 이야기는 끝났다·
흐느끼는 여인을 뒤로한 채 나는 저택 바깥으로 나와 등을 기대었다·
아이테르 월드에는 정말로 무수히 많은 ‘서브 이벤트’가 존재한다· 각 각의 이벤트에는 그 사건의 중심을
맡은 주인공이 존재하고 플레이어는 그 인과관계에 뛰어들어 사건 해결 에 도움을 주는 역할이었다·
그러나····
모든 서브 이벤트에 뛰어드는 건 불가능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세계 곳곳에서는 사건 사고가 발생하는 중이고 플레 이어로서 그것을 ‘이벤트’라고 불렀 을 뿐 그건 실제 현실의 이야기였다·
이렇게 직접 겪고 나니 더욱 실감 되었다· 내가 이 세상에 미칠 수 있 는 영향이 얼마나 보잘것없는지를·
스텔라 아카데미에서 펼쳐지는 주
인공들의 이야기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지만 그 자그마한 학교의 테 두리 바깥을 둘러보면 별처럼 많은 이야기가 반짝이고 있었다·
“후우····”
나는 풍류진의 곰방대를 들었다·
그곳에 떨어지는 물방울 하나·
툭! 투둑-!
쏴아····
갑작스레 소나기가 쏟아졌다·
여름이라 비 내리는 게 어색한 일 은 아니지만 타이밍이 참 묘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고 보니 게임에서도 이벤트가 끝난 뒤에 소나기가 내리던가·
우산은 들고 오지 않았다· 다른 마 법사들처럼 마나 실드를 펼칠 수 있 는 것도 아니라 비에 흠뻑 젖을 수 밖에 없었다·
알테리샤의 기술력으로 개조된 스 텔라의 코트를 꺼내 걸치니 그럭저 럭 방수가 되었다·
마지막으로 말렌타이레스의 거리를 걸었다·
풍류진이라는 강력한 원귀의 기운 이 물러나자 먹구름이 잔뜩 낀 우 중충한 날씨였음에도 마을의 분위기
가 한층 맑아진 느낌이었다·
아 그래·
이번 이벤트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대사가 그거였던가·
[여인이 눈물을 홀리자 하늘이 같 이 울어주었다· 그날 밤은 소나기가 멈추지 않았다·]
빗물에 젖은 곰방대를 만지작거려 본다· 풍류진은 줄곧 내게 말했다·
이번 일이 끝나면 은퇴하겠다고·
변방의 시골에 마련한 자그마한 오
두막집에서 농사나 지으며 여생을 마무리하겠다고·
나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이룰 수 없는 꿈이란 건 알았기에·
결국 그는 이 곰방대 하나만을 남 겨둔 채 떠나갈 운명이었다·
···그리고 이 곰방대가 바로 에 피소드 [혹마 침식]에서 아주 큰 도 움이 되는 ‘사령의 원혼 부적이었 다·
일전에 메이젠 티렌에게 사용했던 아티팩트 ‘원한 서린 나뭇가지’가 보스전에서 공격적으로 유용하다면 사령의 원혼 부적은 에피소드 내내
생존에 큰 도움을 준다·
‘이걸 쓸 일이 없는 게 가장 베스 트이긴 한데···
어쨌든 보험을 구했으니 안심이다·
다음으로는 풍류진이 줄곧 말했던 ‘별장’으로 가서 숨겨진 유적지 속 에 파묻힌 히든 던전을 클리어한 뒤 스텔라로 복귀하는 것·
던전에는 몬스터도 등장하지 않고 퀴즈와 함정을 클리어하기만 하면 되는데 공략집이 존재하였기에 난이 도는 아주 쉬울 것이다·
“···가 볼까·”
소나기 내리는 인적 드문 거리를
가로질러 나는 빠르게 발걸음을 옮 겼다·
* * *
거울과 대화를 나눈다는 건 썩 좋 은 기분은 아니다· 오히려 오싹하고 광기가 차오르는 분위기가 연상될지 도 모르겠다·
그러나 흑마인들에게 있어서 거울 과 대화를 나눈다는 행위 자체는 그 다지 어색하고 이상한 게 아니었다·
거울 속 세상은 모든 게 거꾸로 되어 있다·
오른쪽이 왼쪽·
왼쪽이 오른쪽·
완전히 반대되는 세계·
그래서 흑마인들에게 있어서 거울 은 이면 세계’로 통하는 창구였다·
어두컴컴한 흘·
아무도 없고 아무것도 없는 이 드 넓은 홀에는 오로지 전신거울 하나 가 있을 뿐이었다·
레이딘 교수는 거울에게 말했다·
“···지금 별의 아이가 그곳으로 향 했습니다·”
거울 속에는 레이딘 교수가 비치지 않았다· 그럴 수밖에· 애당초 그곳 은 현실과 다른 세상이었으니까·
거울은 대답하지 않고서 잠시 뜸을 들이더니 레이딘에게 말했다·
– 너는··· 쓸 만한 심부름꾼이구나·
・ コ렇습니까·”
– 그래· 별의 아이에 더불어 또 다른 열두 제자의 후예까지 보냈더군····
그 목소리의 주인은 썩 마음에 든 것처럼 말했다·
“그 아이를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 니까·”
– 집어삼킬 것이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이야기일까·
• •하지만 실패할 것이다·
목소리의 주인은 처음으로 부정적 인 말을 내뱉었다·
– 나는 조각난 영혼의 일부에 불과 하여 감히 별의 아이를 흡수할 수 는 없겠지····
조각난 영혼·
참으로 구슬픈 말이 아닐 수 없다·
“그럼 어째서 그런 선택을 하시려 는 겁니까·”
– 그 아이의 일부를 내가 흡수하여 억제하는 것만으로도 ‘전생’의 능력 을 깨우치지는 못할 테니까·
목소리는 잠시 침묵하였다·
무언가 생각이 많아 보였다·
* *스스로 죽을 생각이군요·”
– ···나는 비록 여기서 소멸되겠 지만 진정한 ‘나’는 살아 있지 않던 가· 그것도 무려 왕의 이름으로·
“그렇습니다·”
– 그것으로 족한다·
레이딘 교수는 눈을 감았다·
거울 속 저 존재는 자신의 형체조
차 유지하지 못하고 있으며 심지어 생전의 기억조차 없다·
저 존재는 누군가의 영혼을 일부 떼온 모조품에 불과하기에·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생 전 가지고 있던 선명한 의지만큼은 확고하여 반세기가 지난 지금까지도 꿋꿋하게 이어져 내려오고 있었다·
그는 변함없이 말한다·
– 기억하거라· 콘스텔라티오는 세상 이 멸망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
“···예· 알고 있습니다·”
– 시조 마법사의 잘못된 선택을 바 로잡으려면 이 또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겠지····
대화는 거기까지였다·
거울 속 존재감이 완전히 사라지고 말았다· 이제 거울 건너편에는 착잡 한 표정의 레이딘 교수만이 서 있을 뿐이다·
그는 한참이나 거울을 바라보더니 뒤돌아 홀을 떠났다·
그리고 잠시 후·
···쨍그랑!!
거울이 저 혼자 산산조각 박살 나 버리더니 가루가 되어 흩어졌다·
그것은 이제··· 영영 그 무엇도 비
칠 수 없으리라·
* * *
“이쪽으로 가는 게 맞지 않을까?”
“아니· 이쪽이야·”
“저는 반대라고 생각해요·”
흔히 ‘귀신에 홀린다’라는 말을 사 용하고는 한다· 그러나 그 말을 쓰 는 사람 중에서 귀신에 홀려본 사람 이 얼마나 될까·
천재 중의 천재라고 할 수 있는 풀레임과 에이젤은 물론 흑마인으로
서 살아온 아넬라조차 귀신에게 홀 려본 적은 없다·
그렇기에 괴담을 따라가는 와중에 도 어디로 어떻게 가야하는지를 제 대로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후우우웅····
싸늘한 바람이 귓가를 스치고 지나 간다·
-꺄르륵···!
-깔깔···!
어디선가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메 아리처럼 울려 퍼졌다·
동시에 소녀들은 걸음을 멈추었다·
그러고선 그녀들은 누구 하나 먼저 말하지 않았으나 서로 손을 꼭 마주 잡고서 걸었다·
아무리 용감한 소녀들이라고는 해 도 귀신은 무서운 것이다·
‘귀엽네···
몇십 발자국 떨어진 보폭을 유지하 며 뒤따라 걷고 있던 제레미는 그런 풀레임의 모습을 보고서 어떤 갈증 을 느꼈다·
소유욕에서 오는 갈증·
그는 ‘쟁취’에서 오는 쾌락을 알고 있다· 가지지 못하는 것 혹은 가지 기 힘든 것을 차지하였을 때 올라오
는 그 저릿한 쾌락·
그것은··· 느끼지 못한 자는 결코 이해할 수 없으리라·
제레미는 풀레임에게 일종의 호승 심마저도 느끼고 있었다· 항상 거부 하는 그녀의 몸과 마음을 온전히 나 의 것으로 만들어 굴복시켰을 때의 그 정복감은 대체 어느 정도일까·
여태 단 한 번도 이런 상황을 겪 어본 적이 없었기에 제레미는 묘한 흥분감마저도 느끼고 있었다·
,흐음····’
그러나 최근··· 학교에서 상당히 거 슬리는 무리가 생겼다· 비단 백유설
을 말하는 것만은 아니었다·
제레미는 풀레임의 일거수일투족이 궁금했고 그녀가 언제 어디서 무얼 하는지 전부 다 알고 싶었기에 자신 의 하수인을 풀어 멀리서 지켜보도 록 했다·
그러다 보니 최근 상당히 신경 쓰 이는 움직임이 포착되었다·
자신 외에도 풀레임을 멀찍이서 지 켜보는 이들이 존재했던 것·
풀레임을 감시하는 이들은 늙은 청 소부나 연구소 관리자 혹은 교직원 등등 직업이나 성별에 관계없이 다 양했는데 도저히 그 공통점을 발견
할 수 없었다·
다만 그들이 결코 고깝지 않은 시 선으로 풀레임을 바라본다는 것 정 도는 알 수 있었다·
그는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기분이 나빴다·
자신이 선택한 사냥감을 다른 하찮 은 것들이 노린다는 것 자체가 같잖 고 어이가 없다·
그러나 마음에 들고 안 들고를 떠 나서 제레미는 냉정하게 상황을 따 지고 분석했다·
‘그들이 풀레임을 감시하는 이유·’
최근 그녀는 괴담을 조사하기 위해 학교를 들쑤시고 다녔다고 한다· 그 게 이유일까?
아니 그런 학생은 많았다·
하다못해 스텔라에서도 나름 규모 가 상당한 ‘미스테리 동아리’에서도 제7본탑 괴담을 파헤치기 위해 온갖 소란을 피웠으니까·
하지만····
풀레임은 조금 다른 방식으로 조사 를 이어나갔었다· 괴담 자체를 파헤 치는 게 아니라 괴담을 퍼뜨린 장 본인을 찾아다녔던 것이다·
제레미 자신이 손쉽게 알아낸 사실
이니 눈치챈 교수진이 없을 리는 없 다· 아마도 그들은 풀레임의 뒷조사 가 상당히 거슬렸을 터·
‘그래서 풀레임을 감시했나?’
굳이 그런 이유로 감시를 할 필요 는 없다· 오히려 그건 눈에 띄는 행 동이다· 그렇다면 반대로 생각해야 만 했다·
자신들의 뒤를 파헤치는 풀레임을 역으로 이용하려 했다·
‘···괴담에 풀레임을 엮이게 하려는 것이로군·’
여기까지가 제레미가 내린 결론·
그래서 그는 새벽에 몰래 기숙사를
나서는 그녀를 뒤쫓아 이곳까지 따 라왔다· 풀레임을 수호하는 것까지 다른 놈들을 시킬 생각은 없다·
이번 일은 자신이 직접 나선다·
“···어?”
“뭐···야···r
우뚝·
앞장서서 걷던 소녀들이 걸음을 멈 춰 세웠다· 그 누구도 눈치채지 못 하고 있었지만··· 어느덧 주변 환 경이 뒤바뀌어 있었다·
“자 잠깐· 우리 정말 들어온 거 야? 정말로?”
“응· 지금부터는 정말 위험할 수도 있으니까 조심해서 가자·”
“제가 앞장서겠어요·”
요란을 떠는 소녀들을 한참 앞세우 고서 제레미는 조용히 창밖을 바라 보았다·
검은색의 달이 세상을 내리쬐고 하 늘은 온통 하얗게 빛나고 있었다·
들어오기 직전의 시간은 늦은 새벽 이었는데 말이다·
그뿐만이 아니라 창밖에 보이는 모 든 것들의 색상이 완전히 반전되어
있었다· 이곳이 다른 세계라는 것을 꼭 알리고 싶은 것처럼·
’···예쁘네·’
반전된 세계라· 제레미에게 썩 마 음에 드는 아름다움이었다· 가능하 기만 하다면 이 세계를 똑 떼어서 전시하고 싶을 정도로·
하지만 그보다도 신경 쓰이는 움직 임이 자꾸만 거슬리게 만들어서 실 컷 풍경을 감상할 수 없었다·
훌렁一!
벽이 일렁이고 복도가 출렁인다·
공간 그 자체가 마치 유연함을 띤 것처럼 서서히 움직이며 압박해 오
고 있었다·
제레미는 직감했다·
이곳은 이미 미지의 적이 설계해 놓은 사정권의 내부·
어떠한 저항을 해도 의미는 없다·
하지만 풀레임을 보호하기 위해서 라면 무엇이든 할 의향이 있다·
스르 르·
바닥에서부터 금색빛의 칼날이 솟 아나더니 제레미의 몸을 호위하던 빙글빙글 회전하였다·
금색은 벽을 타고 천천히 복도를 뒤덮은 흑색을 집어삼켰다·
조금씩 조금씩·
흑색을 포식한다·
···약해·’
아직은 부족하다·
제레미는 자신의 수준을 객관적으 로 파악하고 있다· 기껏해야 4클래 스 수준· 아직은 ‘형님들의 마법 실 력에 비하면 터무니 없이 약하다·
하지만 그가 형님들을 모조리 살해 하고 살아남을 수 있던 이유는 마법 실력 덕분이 아니었다·
‘잔혹함’
눈앞에 무엇이 있든 간에 그는 일
말의 망설임조차 없이 그것을 베어 버릴 수 있다·
눈앞에 그림자가 일렁이며 피어올 랐다· 그것은 스멀스멀 공간을 잠식 해 나가며 풀레임과 소녀들을 향해 나아가려고 했다·
쫘악-!!
금빛의 칼날이 허공을 베어내자 그 림자가 반으로 갈라지며 무너졌다·
‘···할 만하군·’
제레미는 자신의 마나를 끌어올려 더욱 많은 금빛의 칼날과 벽을 소환 했다·
그는 살아생전 처음으로 한 소녀의
마음을 얻기 위해 많은 공부를 해왔 는데 그 덕분에 한 가지 깨달은 사 실이 있다·
‘여자는 자신을 보호해 줄 수 있는 듬직한 남자에게 반한다·’
대부분의 연애서적에 공통으로 적 혀있는 부분이었으니 아마도 그것은 확실하리라·
그리고 제레미는 누군가를 지켜줄 수 있을 만큼 강력한 힘과 권력을 소유하고 있다· 오늘 이 자리에서도 역시 다르지는 않으리라·
···그렇게 생각했다·
번쩍!
갑작스레 세상이 새하얗게 변질되 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레미는 저 도 모르게 눈을 감았다가 아차 싶어 서 재빠르게 황금의 방패를 소환하 였다·
그런데·
다시 눈을 떴을 때는··· 이미 모 든 그림자가 가루가 되어 녹아내리 고 있었다·
아직까지도 선명하게 사방에 퍼져 있는 빛무리· 그리고 그 중심에 서 있는 한 명의 소녀 풀레임·
그녀는 높이 치켜올린 지팡이를 휘 릭 회전시켜 바닥에 퉁! 내리찍고서
말했다·
“다들 괜찮냐?”
“네 네···
“굉장하네에···「
“어· 멀쩡해 보이네· 다시 갈까?”
풀레임은 제레미가 서있던 자리를 힐끗 보는 것으로 무사 여부를 확인 한 뒤 고개를 휙 돌려 앞장섰다·
그는 당당히 걸어가는 그녀의 뒷모 습을 보며··· 무언가 미묘한 감정 을 느겼다·
자신조차 한 번에 썰어내지 못했던 저 어둠 덩어리들을 단 하나의 마법
으로 모조리 녹여 버리다니 저런 마법을 1학년이 사용한다는 게 가능 하기나 한가?
아니·
그 이전에 근본적인 의문이 스멀스 멀 피어올랐다·
‘정말 내가 지켜줄 수 있는가·’
내가 약해서가 아니다·
소녀가 너무 강해서··· 그래서 지 켜줄 필요가 없는 것이다·
“허····”
그는 오랜만에 웃음을 터뜨렸다·
누군가가 보면 허탈해서 웃는 것이
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아니다·
즐거워서·
정말로 기쁘고 행복해서 웃었다·
살면서 이렇게까지 낯선 경험은 처 음이었기에·
‘신기해 재미있고··· 매력적이야·’
언제나 제레미가 상상하는 것 이상 의 모습을 보여주는 풀레임은··· 정말이지 보면볼수록 질리기는커녕 더더욱 갖고 싶은 여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