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okie Talent Agent Knows It All Chapter 2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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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88화

288. 운명을 바꾸다 1

링링의 나이는 한국식으로 올해 16살.

그녀는 지진으로 언니가 죽은 뒤 사람들 모두가 언니를 기억하게 하겠다며 3년 뒤 ‘소녀전사 V12’의 리더로서 중국 최고의 스타가 된다.

19세의 나이로 최고의 자리에 오른 그녀는 수상 소감으로 하늘에 있는 언니를 그리워하는 말을 남겼다.

당시 그녀의 절절한 소회를 들은 중국 전역의 네티즌도 함께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다음 날.

갑작스레 은퇴를 선언한 링링은 호주로 이민을 가 자연인으로 살아가는 삶을 택한다.

남들이 모두 탐내는 자리를 담담히 포기한 링링의 선택은 큰 파란을 일으켰고 그렇게 그녀는 전설이 되었다.

하지만 릴리가 죽는 미래를 바꾼 덕분인지 링링의 미래에도 변화가 생겼다.

동경하던 한국에서 아이돌이 되겠다며 한국으로 찾아와 버렸다.

릴리가 한숨을 푹 내쉰다.

“링링. 춤도 노래도 아무것도 못 해요! 얼굴만 믿고 아이돌 하려 해요!”

릴리가 연신 불만을 터트리자 왕룽이 대신 말해준다.

“네가 체리블라썸을 키운 매니저라고 말해줬더니 릴리가 냉정하게 평가나 받아보자고 말해서 데려왔어. 미리 말 못 해서 미안해.”

‘어떻게 한다?’

두 사람은 링링을 포기시키려고 하는 모양인데 링링은 3년 뒤에 중국 최고의 아이돌 가수가 되는데?

졸지에 링링의 운명이 내 손에 달려 버렸다.

나야 링링의 미래를 알고 있었기에 어떻게든 그 꿈을 이뤄주고 싶었다.

하지만 왕룽과 릴리 앞에서는 최대한 두 사람의 뜻을 들어주겠노라 답했다.

“알겠습니다. 제가 객관적으로 평가해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릴리의 표정이 밝아졌다.

링링이 절대 아이돌이 될 자질이 없다고 생각한 탓이었다.

입국장으로 다시 들어가 볼까 하는 순간 포니테일 머리를 한 귀여운 외모의 여자애가 나타났다.

회귀 전에 본 슈퍼스타의 포스는 없지만 대신 생동감 넘치는 밝은 표정의 링링이 내 눈앞에 있었다.

“언니! 오빠! 저기 봐! 정유진 대형 광고 사진이야!”

링링이 연신 환호를 지른다.

그런데 어찌나 호들갑을 떠는지 함께 입국하는 사람들이 힐끗힐끗 쳐다볼 정도였다.

물론 귀여운 외모가 시선을 사로잡은 탓이 크겠지만.

“링링! 버릇없어! 어서 와서 인사부터 해!”

릴리의 질타에 링링이 혀를 쏙 내밀더니 우리 쪽으로 달려왔다.

“안녕하세요. 장링링이라고 해요. 한국 이름은 장영영. 영아라고 불러주세요.”

한국 드라마와 가수의 광팬이라서 그런지 한국 이름까지 지어놓았단다.

게다가 완벽한 표준어 구사까지.

“정윤호라고 합니다. 자매 두 분이 모두 아름다우시네요.”

링링이 씨익 웃는다.

“감사합니다! 정 팀장님이시죠?”

생각지도 못하게 링링은 날 알고 있었다.

“절 아십니까?”

“네! 2년 차에 팀장 다셨고 유진 씨랑 미소 그리고 체리블라썸도 케어하신 분이잖아요.”

곁에서 왕룽이 혀를 내두르며 고개를 젓는다.

“이 친구가 북경 학생들을 중심으로 만든 유진 씨 팬클럽 회장이거든. 팬클럽 이름이 유미애라던가?”

“유미?”

“아니 유.미.애.”

‘유미애’는 ‘유진이와 미소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그 규모만 1만 명이 넘고 현재 2만 명을 달성하기 일보 직전이라나.

“중국은 한한령 때문에 작년에 데뷔한 유진이의 드라마를 못 볼 텐데······.”

링링이 자신 있게 말한다.

“한국 드라마를 올리는 사이트가 있거든요.”

릴리가 그건 불법이라며 미간을 찌푸렸지만 링링은 걸리면 닫으면 된다고 태연하게 대꾸했다.

물론 링링이 이럴 수 있는 건 고위 공산당 간부의 딸이기 때문이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란 말은 중국에서도 똑같다.

물론 중국에서는 돈보다 권력을 가져야 했지만.

“그리고 체리블라썸 팬클럽도 지금 만들고 있어요! 그러니까 저 아이돌 좀 시켜주세요. 네?”

체리블라썸 팬클럽까지 만든다고?

기-승-전-아이돌이다.

어이가 없어 가만히 있었더니 이번엔 링링이 내 팔을 붙잡았다.

“팀장님! 저 뭐든 잘할 수 있어요 진짜예요! 팬 관리도 잘하고 연습도 엄청 열심히 할게요!”

날 붙잡은 링링이 마치 고양이가 애교를 부리듯 눈을 깜빡거린다.

왕룽과 릴리는 그 뒤에서 X자를 그리고 있었다.

하지만 저들은 링링의 미래를 모른다.

‘미안해. 왕룽. 릴리. 얘는 아이돌이 될 운명이야.’

난 왕룽의 눈치를 보며 슬그머니 링링의 편을 들었다.

“귀국할 때까지 자질 테스트를 해 보고 결정합시다. 테스트를 통과하면 진지하게 이야기해보도록 하죠.”

그 순간 링링이 팔짝 뛰며 외쳤다.

“아싸! 나 이제 아이돌 한다!”

링링은 상상 이상으로 자신감이 넘치는 소녀였다.

* * *

소공동 호텔로 가는 동안 왕룽이 들뜬 표정으로 묻는다.

“그런데 유진 씨가 진짜 ‘만신 월아’였어?”

“어. 미리 말 못해서 미안. 속이려고 한 건 아닌데 일이 그렇게 됐다.”

왕룽이 고개를 젓는다.

“아니 나한테 미안할 거야 없지. 그래도 와~ 진짜. 눈앞에서 보고도 모를 줄은 몰랐어.”

릴리 역시도 고개를 끄덕였고 링링은 자기가 운영하는 카페에서 난리가 났다고 말했다.

한한령만 아니었다면 중국에서도 말도 안 되는 인기였을 거라고 한다.

그 순간 릴리가 기다렸다는 듯 링링을 몰아세웠다.

“링링. 역시 정유진 씨 정도는 되어야지 연예인을 하는 거야. 링링은 안 돼. 노는 걸 너무 좋아해.”

릴리의 지적에도 링링은 코웃음을 쳤다.

“언니! 내가 하고 싶은 건 배우가 아니라 아이돌이라고! 가수!”

릴리의 나이는 한국 나이로 26살.

링링이 올해 16살이었기에 무려 10살 차이가 나서 동생이 아니라 딸처럼 대했다.

그러나 링링은 한국 연예계에 대해 의외로 전문가 수준의 정보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릴리의 잔소리는 끝도 없이 이어졌고 결국 링링은 토라졌다.

“왜 언니는 맨날 안 된다고만 해?”

릴리와 링링의 말싸움이 점점 커질 조짐이 보인다.

왕룽이 나서서 두 사람을 말리자 심통이 난 링링은 소공동 호텔로 가는 동안 복어처럼 볼을 부풀린 채 입을 다물어 버렸다.

한 시간이 넘게 달려 소공동에 있는 LT 호텔에 도착했다.

발렛을 부탁한 뒤 짐을 숙소로 올렸다.

그리고 일행들을 이끌고는 주영인을 만나기로 한 한식당으로 향했다.

현재 시각은 12시 4분.

아직 주영인이 오기까지는 시간이 좀 남았다.

난 메뉴판을 보고 있으라 말한 뒤 잠시 왕룽을 룸 밖으로 불러내었다.

왕룽이 무슨 일이냐고 고개를 갸웃한다.

“실은 부탁이 하나 있는데.”

“뭐? 말만 해.”

난 짧게 한숨을 내쉰 뒤 말했다.

“쓰촨성에 있는 홍륜 쇼핑센터 있지? 오늘 원래 릴리가 패션쇼 하려던 곳.”

“어. 오늘 우리 상하이 뉴미디어가 쇼를 개최하는데? 그런데 거긴 왜?”

“행사 일정을 좀 미루는 게 좋을 것 같아서. 가능해?”

행사 시각은 2시 30분.

내 기억이 맞다면 지진이 일어나는 시간은 행사가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다.

대략 2시 40분 정도?

그러니까 원래보다 딱 30분만 시간을 늦춘다면 아무도 피해를 입지 않을 수 있다.

중국은 고위 간부의 아들 역시도 가진 힘이 상상 이상이니 가능할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잠깐 고민하던 왕룽이 되물었다.

“왜?”

그러나 이번만큼은 특별한 변명이 떠오르지 않았다.

결국 난 터무니없는 핑계를 대었다.

“이게 진짜 말도 안 되는 개떡 같은 소리인 건 아는데······ 어제 꿈을 꿨어.”

예지몽 핑계를 대며 쓰촨성 홍륜 쇼핑센터 근처에서 지진이 일어나 사람들이 다칠 거라 말했다.

“뭐?”

“황당하지? 알아. 아는데······ 내가 신기가 있는지 이런 꿈은 또 기가 막히게 들어맞더라고.”

왕룽이 멍한 표정으로 날 빤히 쳐다본다.

그래.

미친놈처럼 보이겠지.

어쩔 수 없나 하는 순간 왕룽이 들고 있던 전화를 들어 올렸다.

“30분만 미루면 돼?”

“어? 어······.”

“알았어. 잠시만?”

왕룽이 중국으로 국제 전화를 걸어 행사를 연기하기 시작했다.

잠시 후.

전화를 끝낸 왕룽이 날 쳐다본다.

“대충 둘러대서 넉넉하게 3시까지 미뤘어.”

상하이 뉴미디어 그룹에서 주최하는 행사였기에 행사를 연기하는 게 생각보다 어렵지 않은 모양이다.

“원래 행사는 VIP가 늦게 도착하면 늦춰지잖아. 우리 대표님께 부탁드렸어. 30분만 늦게 출발해 달라고.”

왕룽은 어차피 중국에선 윗선의 기분 문제로 행사가 취소되거나 늦춰지는 일이 왕왕 일어나니 큰 신경을 쓰지 말라고 말했다.

“현장에 아무도 들이지 말라고 했으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

다행이라며 안도한 사이 주영인이 안영희 실장과 복도에서 나타났다.

“윤호 오빠. 왕룽 본부장님!”

예약된 룸 안으로 들어가자 릴리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바 반가워요! 주영인 님! 저 진짜 팬이에요.”

릴리는 어찌나 당황했는지 바짝 얼어 인사를 건넨다.

유진이의 팬인 링링도 한국의 인기 배우를 만난 게 기쁜지 환호를 하며 인사를 나눴고 사진을 찍는 등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그러기를 10분.

자리에 앉은 우린 식사를 시켜놓은 채 대본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주영인이 오늘 온 건 상하이 뉴미디어 그룹이 제작하는 <늑대의 전장>에 출연을 검토하기 위해서였으니까.

“일단 여기 기획안 시놉시스 대본입니다.”

미리 출력한 시놉시스를 읽던 주영인의 얼굴이 금세 밝아졌다.

“기획도 좋고 캐릭터도 마음에 드는데요?”

주영인이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자 회의가 순조롭게 진행되기 시작했다.

결국 끝에는 여주인공 확정까지 구두 계약을 할 수 있었다.

“내일 오전 중으로 계약서 보내겠습니다.”

왕룽의 말에 안영희 실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현재 시각은 이제 오후 2시 38분.

식사와 계약 이야기를 하다 보니 시간이 꽤 지체되었다.

안영희 실장이 미리 투어 코스를 짜 놓았다길래 자리에서 일어섰다.

“자 그러면 일단 명동 거리부터······”

그런데 그때였다.

지이잉~.

릴리와 링링 그리고 왕룽의 폰이 동시에 진동을 울렸다.

그 순간 링링이 자신의 폰을 확인하더니 빠른 중국어로 외친다.

“언니! 오늘 행사하려던 홍륜 쇼핑센터에 지진이 났대!”

“뭐?”

연이어 릴리와 왕룽도 폰을 확인했다.

놀란 왕룽이 급히 중국으로 전화를 걸었다.

전화가 이어질수록 왕룽의 얼굴은 하얗게 질려가기 시작한다.

왕룽은 패션쇼 현장과 전화 통화를 마친 뒤 내게 묻는다.

“윤호야. 너 어떻게 이걸······.”

어지간히 놀랐는지 중국어로 묻는다.

나도 어색한 중국어로 떠듬떠듬 답했다.

“내가 말했잖아. 내 꿈이 제법 용하다고.”

우리가 중국어로 대화를 한 터라 주영인이 고개를 갸웃하며 물어왔다.

“윤호 오빠. 지금 뭐예요? 뭐 안 좋은 일이라도 있어요?”

난 조금 전 중국에 지진이 일어나서 정신이 없다고 말했다.

“지진?”

“예. 상하이 뉴미디어가 주최하는 행사장이 피해를 봤다나 봐요.”

이렇게 된 이상 다음 스케줄은 무리였다.

내 제안에 따라 오늘 자리를 만들지 않았다면 세 사람은 모두 지진 현장으로 갔었을 예정.

어쩌면 본인들이 죽을 수도 있었다는 생각을 한 탓인지 즐기고 싶은 기분이 싹 사라진 표정들이다.

사정을 말했더니 주영인이 아쉬운 표정으로 말한다.

“돌발 상황이니 어쩔 수 없죠. 그러면 내일은 시간 되신대요?”

나는 고개를 저었다.

“일단 이쪽 사정이 좀 진정되면 제가 다시 연락드릴게요.”

주영인이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힐끔힐끔 우리 쪽을 쳐다본다.

“섭섭하네요. 오늘 좋은 곳들 많이 예약해 뒀는데······.”

왕룽은 자리에서 일어나서 주영인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갑작스러운 사고로 처리해야 할 일들이 생겼으니 아무래도 오늘은 여기서 헤어져야 할 듯합니다. 계약에는 차질이 없도록 잘 조치해 두겠습니다.”

주영인은 고개를 끄덕인 후 날 향해 말한다.

“덕분에 오늘 좋은 계약을 했어요. 이 빚은 잊지 않고 갚을게요.”

악수를 마친 주영인 일행이 돌아가자 왕룽은 참았던 질문을 쏟아냈다.

“야! 어떻게······ 아니지 너 뭐야? 진짜 예지몽이었어?”

왕룽도 사실 반신반의하며 지시를 내렸다고 말한다.

“쩝. 내가 괜히 박수무당 소리를 들었겠냐?”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지금 그걸 따질 때는 아닌 것 같은데. 다친 사람은 없대?”

왕룽이 한숨을 푹 내쉰다.

“마지막 점검을 하던 현장 막내가 무너진 벽에 다리가 깔렸대. 얼른 병원으로 보냈는데 큰 부상은 아니래.”

“그나마 다행이다.”

“네 덕분에 이 정도에서 끝난 거지. 고맙다.”

하마터면 언니인 릴리가 사고를 당할 수도 있다 생각한 링링은 눈물을 글썽이며 언니를 껴안았다.

호텔에 오기 전까지만 해도 싸우기 바빴던 두 사람이 서로의 손을 꼭 붙잡고 있다.

그때 왕룽의 폰으로 전화가 걸려왔다.

“잠시만. 아버지 전화야.”

중간중간 내 이름이 나오는 걸 보니 아무래도 내 덕분에 사고를 피했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윤호야. 우리 아버지가 잠깐만 전화 좀 바꿔 달라는데? 아 영어로 이야기하면 돼.”

현재 선진시의 부서기이자 나중에 공산당의 최고위급 간부가 되는 왕민이 나와 직접 통화를 하고 싶다고?

“어서 받아봐.”

회귀 전 만났었던 왕민 부서기는 아들의 친구인 나를 거들떠보지도 않던 사람이다.

조금 더 솔직하게 표현하자면 감히 외국의 민간인 따위가 자기 아들과 친분을 가진 게 기분 나쁘다는 걸 공공연하게 내보일 정도였다.

그 탓에 난 조금은 긴장한 채 전화를 받았다.

그런데 전화를 받은 순간.

터무니없이 따뜻한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내 아들을 구해 줘서 고맙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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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okie Talent Agent Knows It All

Rookie Talent Agent Knows It All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0 Native Language: Korean
Jung Yoon-Ho, the Vice President of Top Entertainment, is betrayed by those closest to him, including his wife and the company’s president. When he dies of terminal stomach cancer, he receives a miraculous second chance at life through regression. This brings him to his early days as a talent agent at Hoop Entertainment where his career first began, and where he encountered people he truly cared about. With a planner of future events and knowledge of what’s to come, Jung Yoon-Ho starts anew as a rookie talent agent. Determined to lift up those who were kind to him before, he navigates the challenging entertainment industry to turn adversity into opportunity in this journey of redemption and transformation. Blurb: Jung Yoon-Ho, the Midas Touch of the Entertainment Industry, regresses to a first-year talent agent. The life of the unrivaled ‘Rookie Talent Agent’ starts n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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