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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학교 대항전(4)
지구 시절부터 아카데미 장르라고 하면 뭐니 뭐니 해도 ‘축제 이벤트’ 가 가장 기대되는 에피소드이기도 했다·
안타깝게도 스텔라에는 마땅히 축 제 에피소드가 없다·
일본에서부터 파생된 교내 카페 운
영이나 캐릭터 붕괴를 일으키는 난 데없는 메이드 복 파티 등등이 전부 없다는 이야기다·
만화나 소설 게임을 통틀어서 아 카데미 장르를 아이테르 월드 온라 인으로 입문한 나로서는 다행인 이 야기 였다·
고렙 PVP존 들어가려고 경험치 올 리고 템파밍하기도 바빠 죽겠는데 뭔 놈의 얼어 죽을 학교 축제야·
물론 축제가 아예 없는 건 아니 다·
학교 대항전이 바로 축제 이벤트의 대체품이라고 할 수 있었다·
주로 흘러가는 서사는 PVP 위주였 지만 그것에 관심이 없는 플레이어 들을 위해 뒤에서는 큰 축제가 벌어 지고 있어서 자신이 밀고 있는 남 주와 데이트를 해도 좋고 그 외의 서브 이벤트를 통해 경험치를 얻어 도 좋다·
나는 PVP를 광적으로 좋아하기에 당연히 메인 이벤트에 참여하였다·
언제부터 PVP에 그토록 푹 빠졌는 진 잘 기억나지 않지만 AI로 움직 이는 몬스터보다는 실제로 살아 있 는 누군가의 캐릭터와 싸우는 게 더 욱 흥미진진하고 실감 나서 그런 것 같다·
‘정말 어마어마하긴 하네·
지구의 대학 축제 따위는 비교조차 되지 않을 정도의 규모로 개최되는 학교 대항전·
스텔라에서 학교 대항전이 열리는 건 설정상 12년 만이라고 했던가·
그래서 그런지 더더욱 힘을 준 게 느껴졌다·
저 하늘 위를 날아다니며 지상을 수호하는 비공정과 드론들은 스텔라 의 위상을 다시금 되새기게 하였다·
하늘을 뒤덮을 듯 펑펑 터지는 다 양한 무늬의 폭죽과 황금색으로 빛 나는 거대한 수정의 비행물체는 스
텔라의 부를 상징했으며 상공을 날 아다니는 길들인 와이번들은 스텔라 의 기술력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그 길들이기 힘든 와이번을 무려 스무 개체나 길들이다니! 보통의 마 법으로는 할 수 없는 것이다·
테이머들은 이날을 대비하여 와이 번 라이딩을 연습하였는지 스무 명 의 라이더가 보여주는 비행쇼는 눈 을 어지럽게 만들 정도였다·
그리고··· 대망의 ‘입장식’·
특별한 날에만 내려오는 투명한 대 교 ‘위대한 가도는 마치 유리로 만 들어진 것처럼 섬세하고 아름다워서
보는 이로 하여금 감탄사를 유발하 였는데 각 학교의 대표들은 이곳을 통해 걸어 들어오며 자신들의 위상 을 뽐내고는 했다·
돈 많은 부자만 입학할 수 있다는 카이카렌 사립 마법학교는 생도와 교직원들 모두 ‘청마석’으로 코팅된 코트를 입고 입장하는 것으로 자신 들의 부유함을 과시하였다·
저 학교에서 주시할 만한 학생 은··· ‘파하렌과 ‘파아렌’ 쌍둥이 남매라고 되어 있다· 각각 물을 다 루는 게 특기였는데 매직 서바이벌 에서 서로 몰래 협력하는 티밍 행위 를 하다가 주인공에게 적발된다는
자그마한 해프닝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별꽃나무 마법학교의 엘프들은 아 름다운 외모를 뽐내며 입장하였는 데 별다른 특별한 제스처를 취하지 않아도 워낙 눈부시게 예쁘장했기 때문일까 환호성이 가장 컸다·
주시할 만한 학생이라면 역시나 ‘젤리엘’이겠지· 워낙 꿍꿍이가 구린 여자라서 뭔 짓을 저지를지 모른다·
젤리엘은 가장 앞에 서서 당당한 미소를 띤 채 손을 흔들고 있었는 더1 엘프 중에서도 돋보이는 축복받 은 하이 엘프의 미모 덕분인지 그녀 를 향해 소리를 질러대는 남학생들
이 상당하였다·
‘저 하이 엘프는 오렌하인가?’
게임 내에서도 직접 마주친 적은 거의 없었지만 직박구리 안경에 선 명하게 이름이 표시되어서 알아보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원작 게임에서 꽃서린을 지독하게 도 괴롭혔던 존재· 플레이어가 그의 정체를 밝혀내고 구원해 준다는 전 개가 있기는 해서 다행이다만 아무 튼 능구렁이 같은 인물로 기억한다·
그리고····
오렌하의 뒤로 따라오는 신비로운 형상을 띤 검은색의 마차·
저건 원작 게임에서도 없었던 물건 이었기에 나는 조금 당혹스러웠다·
안경으로 검색해 봐도 [Lv·9 항마 력 자동마차]라고 표기될 뿐 그 안 에 누가 탑승해 있는진 보이지 않았 다·
안경에 마력 투시 기능을 얻어뒀다 면 모를까 지금으로서는 내부를 살 펴보는 것은 불가능했기에 저 마차 의 정체를 알아낼 수는 없었다·
‘그나저나 레벨 9단계라니·’
9클래스급의 항마력을 걸어뒀단 건 데 얼마나 위험한 사람(혹은 물건) 이 들어 있으면 저런 보호막을 씌우
는 걸까
흑색의 자동마차는 서두른다는 느 낌까지 들 정도로 가도를 빠르게 건 너서 사라졌고 곧이어 다른 학교의 행렬이 들어왔다·
금강마법대학의 드워프들은 특별한 마차를 타고 입장하여 자신들의 기 술력을 세상에 선보여서 놀라움을 금치 못하게 하였고 그 외에 수인 족 마법학교를 비롯하여 수많은 명 문 엘리트들이 줄줄이 입장하는 모 습을 보고 있자니 대단하다는 말이 절로 나왔다·
이렇듯 각 학교가 가진 개성을 뽐 내며 입장하는 자리였기에 CG에
상당히 힘을 썼는지 게임을 플레이 하던 시절에도 플레이어들에게 상당 한 찬사를 받은 장면이기도 했다·
•••스킵해서 기억이 잘 나지는 않는 다·
그러면 뭐 어때·
CG 따위가 아닌 실제의 장면으로 이렇게 다시 볼 수 있게 되었는데·
‘유명한 사람들이 상당하네····’
아이테르 월드 온라인은 ‘덕질의 성ス]’라고 불릴 정도로 많은 사람들 이 해당 세계관의 캐릭터들에게 푹 빠지고는 했다·
정말 다양한 캐릭터가 제각각의 심
오한 서사와 과거를 가지고 있었기 에 가능한 일이었는데 간혹 조연조 차 못 되는 몇몇 캐릭터들이 주연급 이상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기도 했다·
그리고 그들 모두 내 라이벌이다·
풀레임이나 마유성이 있다면 안심 하겠다만 스텔라의 참가자가 이렇게 빈약해져서야 1등은 아무래도 무리 일 것으로 보인다·
뭐 어쩌겠나·
나라도 열심히 흐H야지····
* * *
학교 대항전의 순차는 ‘Ivsf 결투 가 가장 먼저 예정되어 있으며 다 음으로는 마법계 최고의 스포츠 ‘리 그 오브 스피릿’이 있다·
내가 참가하는 대망의 ‘매직 서바 이벌’은 가장 마지막 순번·
모든 참가자는 셋 중에 하나를 선 택하여 참가해야만 했으므로 다른 경기가 진행 중일 때는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각각의 경기에는 제각각의 ‘주연 급’이 참가하고는 했는데 1VS1 의 출전자 중에서 유의할 만한 인물은
해원량과 제레미였다·
그 외에도 다른 학교에서 참가하였 지만 훗날 플레이어에게 공략 루트 가 열리는 몇몇 서브 남주가 있기는 하다만··· 내가 굳이 신경 쓸 필요는 없어 보인다·
-와아아아아!!
해원량이 세 가지 속성의 마법을 전략적으로 섞어가며 타교 3학년 선 배를 완벽하게 농락하자 우레와 같 은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그가 쓰러뜨린 선배는 무려 5클래 스의 마법을 조금이나마 다룰 수 있 을 정도로 천재 중의 천재였으며
심지어 훗날 풀레임에게 공략될 가 능성이 있는 ‘서브 남주’ 증 한 명 이었는데 가뿐하게 무너뜨린 것이 다·
클래스의 차이를 경험과 전략으로 찍어누르는 재능·
그것이 해원량이 가진 진정한 가치 였다·
제레미는 일종의 만능형 캐릭터였 다· 전략이면 전략 작전 지휘면 작 전 지휘 파괴력이면 파괴력 방어력 이면 방어력·
모든 면에서 뒤떨어지는 점이 없는 육각형의 캐릭터였기에 플레이어 사
이에서도 ‘캐릭터 제레미’는 상당한 사기 캐릭터로 인기가 많았다·
훗날 ‘캐릭터 마유성’의 플레이 해 방 루트가 열리기 전까지는 최고의 사기 캐릭터 자리에서 군림하고 있 었으니까·
차랑···!
황금의 빛무리가 펑펑 터질 때마다 허공에서 황금의 창이 떨어지거나 황금의 성벽이 생성되었고 바닥이 울렁거리며 황금의 손아귀가 솟아올 라 발목을 낚아채 내동댕이치는 등 그는 대지 계열에서도 최상위 계열 인 ‘황금 마법’을 자유자재로 다루 었다·
스칼벤 황가에서도 저토록 황금 마 법을 자유자재로 심지어 예술적 감 각까지 부가하여 다루는 존재는 아 무도 없을 것이다·
내가 설명을 대충 하기는 했지만··· 솔직히 제레미는 마유성보다도 더 상대하기 싫은 상대다·
공격을 감지하면 자동으로 솟아올 라 방어하는 ‘황금의 성벽’과 적을 포착하여 자동으로 찔러 들어가는 ‘황금의 선창’은 상대하는 입장에서 그야말로 지옥이나 다름없었으니까·
lvsl에 참가하지 않은 게 정말 천 만다행이다·
다음으로는 리그 오브 스피릿·
이건 나도 꽤 기대하는 스포츠였기 에 미리 팝콘에 치킨 콜라까지 준 비해 두었다· 여기에 맥주가 딱 있 어야 되는데 미성년자라 심히 안타 까울 따름이다·
그렇게 잔뜩 기대감을 올리고서 팝 콘 통을 뜯으려는데 누군가가 내 옆좌석에 굳이 다가와 앉았다·
굳이 신경 쓰지 않았으나 옆 사람 의 찰랑이는 머릿결에서부터 미묘한 꽃내음이 느껴졌다·
[특성 ‘꽃무리에게 추억을’이 발동
됩니다」
「서향꽃’의 향기를 맡았습니다·]
[서쪽 바람을 그리워하게 됩니다·]
···뭐야 이건?
그러다 뒤늦게 잎하넬과 계약한 이후로 생긴 몇몇 특성이 떠올랐다· 꽃향기를 맡으면 꽃말에 해당하는 특성을 얻게 되는 거던가·
이렇게 보니 정말 쓸데없네····
그건 그렇고 몸에 꽃을 품고 다니 는 사람이 누군지 궁금해져서 고개 를 돌려보니·
“안녕하세요?”
웬걸 별구름 상회장의 딸 젤리엘 이 옆자리에 앉아 있었다·
“···아 예·”
우연이라기엔 주변에 비어있는 좌 석이 조금 많았다· 뭔가 의도가 있 단 건 알겠으나 젤리엘의 꿍꿍이는 솔직히 내 우매한 두뇌로는 파악하 기가 힘들어서 조금 불편했다·
“스텔라의 학생은 역시 대단하네 요· 1학년의 신입생 두 명이 공동 1 위를 할 줄은 몰랐어요·”
Ivsl 결투는 승자가 올라가고 패 자가 떨어지는 토너먼트 방식이 아
니라 많은 상대와 경기를 치뤄 승 점을 얻는 승점제였기에 공동 1위가 아주 간혹 나오고는 했다·
“그러게요·”
감흥 없는 목소리로 팝콘을 우걱우 걱 씹었으나 젤리엘은 대화를 이어 나갔다·
¹¹그래서 이제는 조금 알 것 같아 요· 당신이 스텔라에 굳이 ‘잠입’한 이유를요·”
“···예?”
“아 이 단어는 조금 불편하셨겠네 요· 정정할게요· ‘입학’한 이유를 알 것 같네요· 후후·”
장난스레 웃으며 말하는 젤리엘이 었으나 그녀가 감정 없는 소시오패 스라는 사실을 잘 알아서 가식적으 로만 보일 뿐이었다·
그나저나 대체 무슨 의도로 저렇게 말한 거지?
젤리엘은 말실수를 하지 않는다·
상대와 대화를 나눌 때 마치 플레 이어가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을 하는 것처럼 무수히 많은 선택지를 두고서 가장 올바른 선택지를 고르 기 때문이다·
잠입이 라····
나에 대해 뭔가를 단단히 착각하고
있는 건가?
그럴 만한 이유는 없을 텐데?
내가 조금 대단한 행보를 보이기는 했다만 그렇다고 잠입이라는 가정 에 도달할 만한 무언가를 내보인 적 은 없었다·
실제로 나는 그저 평범하게 입학을 한 게 사실이었고·
그래서·
나는 아무런 대꾸를 하지 않았다·
연홍춘삼월의 가호 덕분에 포커 페 이스는 완벽하다· 오히려 무언가 말
실수를 하는 순간 그녀에게 증거를 잡히게 된다· 가만히 있는 게 상책 이라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것이다·
“아 그렇ス]· 저와 같이 ‘매직 서버卜 이벌’에 참가하시던데요? 후후 정 말 기대돼요· 소문으로만 듣던 점멸 마법사 백유설의 실력을 직접 겪어 볼 수 있다니·”
,,예·,,
“하지만···· 당신 괜찮으시겠어요?”
“뭐가요·”
“이 자리에 엘프의 왕께서 직접 행차하셨으니 까요·”
“··에 五 의 왕이?”
순간 나도 모르게 놀라고 말았다·
꽃서린은 본디 이 에피소드에 모 습을 드러내지 않을 예정이었기에·
그 어떤 ‘선택 분기’에서도 꽃서린 은 학교 대항전 이벤트에 참석하지 않는단 말이다·
‘또 뭐가 단단히 꼬여 버린 건가?’
이번엔 또 어디서 꼬인 거지?
감조차 잡히지 않는다·
“후후· 역시 놀라실 줄 알았어요·”
그런데 젤리엘은 내가 놀라는 것을 보고 다른 무언가를 생각했는지 은 근한 미소를 띤 채 내게 다가왔다·
서로의 숨결이 섞일 정도로 가까운 거리· 그녀는 한쪽 손을 내 가슴팍 에 가져다 대며 속삭였다·
“당신의 정체··· 언제까지고 숨길 수 있을 줄 아셨나요?”
“뭐···r
설마 내 정체를 알아냈다고?
···빙의자라는 사실을?
‘서 설마·’
연홍춘삼월의 가호고 뭐고 이제는 포커 페이스를 유지할 수가 없었다·
경악한 표정을 숨기지도 못한 채 고개를 내빼려고 하였으나 그녀는
그마저도 따라오더니 내 목에 걸려 있던 ‘펜던트’를 낚아챘다·
“당신의 정체가 세상에 공개되어 도 과연 당당히 스텔라에 다닐 수 있을까요?”
그럴 리가·
빙의자의 존재는 결코 들켜서는 안 된다·
“당신이 과연··· 그때도 평범하게 목숨을 부지할 수 있을까요?”
···내 지식을 노리는 무수히 많은 세력의 파도를 생각하면 지금도 등 골이 오싹하다·
“하지만 괜찮아요· 저는 당신의 비
밀을 숨길 수 있으니까요· 대신 당 신은··· 제 노예가 되는 거예요· 평생 저만을 위해 봉사하는·”
“뭐 그건···!”
안 된다고 말하기도 전에 젤리엘 이 능글맞은 미소를 지으며 얼굴을 가까이 대었다·
“왜요? 거부하시려구요? 과연 세상 이 당신을 가만히 둘까요?”
그리 말한 뒤 그녀는 내 목에 걸 려 있던 펜던트를 힘껏 잡아당겼다·
“안 그래요? ’신령살해자’이자 ‘흑 마인’ 백유설 씨!”
“···허억!”
젤리엘이 당당하게 내 정체를 밝혀 내자 나는 순간 숨을 크게 들이 켰····
잠깐 방금 뭐라고?
뭔가 이상한 걸 들었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펜던트에서 요란한 빛이 터져나왔다·
번쩍!
그 직후·
“···에?”
“···엉?”
나와 젤리엘은 멍청한 소리를 내고 말았다·
“이 어 으응···?”
젤리엘은 내 목에 걸려 있던 펜던 트를 손바닥에 올려놓고서 눈을 동 그랗게 뜬 채로 입을 어버버 여닫기 를 반복하였다·
그곳에는··· 하얗게 정말 눈이 부 시도록 찬란하고 새하얗게 빛나는 ‘영혼의 보주’가 있었다·
“저 뭔가 착오가 있었던···
젤리엘이 식은땀을 흘리며 손을 슬 며시 내빼려고 했으나 재빠르게 그 손을 낚아채고서 말했다·
“야· 방금 뭐라고 했냐·”
흑마인?
신령 살해자?
“진짜 사람 빡치게 할래?”
내 거친 언행에도 젤리엘은 아무런 대꾸조차 하지 못한 채 자꾸만 시선 을 옆으로 피했다· 소시오패스가 틀 림없을 그녀의 포커페이스가 와장창 무너져내린 것은 참으로 보기 좋은 광경이었으나····
“너 나한테 이 지랄한 거 어떻게 감당하려고 그러냐?”
명예훼손을 비롯한 정신적 피해보 상은 청구해야 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