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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어쩐지 평소보다 어렵더라(3)
애당초 백유설에게 있어서 이번 아 슬란 세미나는 잠깐 쉬어가는 타임이 었다·
메인 에피소드가 아니라는 이유도 있었지만 여주인공 삼인방이 세간의 주목을 본격적으로 받게 되는 중요한 날이었기 때문이다·
스텔라 아카데미에 입학했을 때부터 그가 스스로 다짐했던 부분이 하나 있다·
‘눈에 띄지 말고 조용히 생활하자·’
스텔라의 무수히 많은 천재들에 비해 그는 할 줄 아는 것도 터무니 없이 적고 전투력도 낮았으며 지 식도 부족했고 마법조차 사용할 수 없는 부족한 스펙 때문이었다·
그런데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이건 진짜로 미쳤어!”
“마법계의 역사가 다시 쓰이겠군••····”
“병렬 병행이라면 3년 전에 벽에
가로막혀서 폐기했던 그 논문을 다 시 되살릴 수도 있겠는데···!”
“나는 당장 돌아가야겠어· 곧바로 학장님께 보고드려야···
잠깐의 침묵 뒤 터져 나온 소란은 사그라들 생각을 하지 않았다·
이전까지만 해도 그래도 조곤조곤 떠들던 양반들이었는데 지금은 아예 주변을 신경조차 쓰지 않고서 난리법 석을 피우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30분이 넘어가자 곧바로 총괄학회장 아류문이 망치 를 내려치는 것으로 중재하였다·
조용!”
삽시간에 소란이 잦아들고 마법사 들의 시선이 한데 모였다·
마력이 실려있는 그의 목소리에는 감히 거스를 수 없는 힘이 담겨있 었다·
“당장 발표가 되었다고 해서 위의 논문을 가져다 써도 되는 게 아니 란 건··· 다들 알고 있겠지?”
마법에도 지적 재산권은 당연히 존재한다· 그렇지 않다면 기껏 마 법을 개발해서 발표했더니 기존의 기성 마법사들이 죄다 채가는 현상 이 발생할 수도 있었으니까·
즉 이번 일을 계기로 백유설은 떼 부자가 될 예정이다· ’병렬 배열성’ 을 거부할 마법사는 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을 테니까·
···돈은 이제 충분한데·’
안 그래도 연금마공학의 공동개발 자로서 그의 통장에는 지금도 돈이 차곡차곡 쌓이고 일을 터다·
돈은 많아서 나쁠 게 없으니 좋기 는 좋다만··· 당장 걱정되는 부분은 그게 아니었다·
이거 때문에 미래가 뒤틀리는 건 아니겠지···?”
등장인물이었던 알테리샤와 게임
의 판도를 뒤바꾸었던 아이템 덕분 에 연공난수 교차 술식은 어쩔 수 없이 알게 되었다·
하지만 마법과는 완전히 연이 없 었던 그였기에 병렬 배열성이 어떤 의미이며 또 언제 나타나는지에 대 해서는 정말 아무것도 모른다·
아무래도 미래의 누군가가 개발할 예정인 마법 같은데 괜히 몇 년 빠 르게 공개됐다는 이유로 뭔가 잘못 되지는 않을까 걱정이었다·
그는 슬쩍 풀레임의 눈치를 살펴 보았지만 그녀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한숨을 내쉴 뿐 별다른 반 응을 보이지는 않았다·
“이만 발표자는 퇴장하도록 해·”
아류문의 그 지시가 퍽 반가웠던 백유설은 인사조차 생략하고서 서 둘러 자리를 빠져나갔다·
그러기가 무섭게 참관인들의 대다 수가 우르르 몰려나갔다·
백유설을 쫓아가서 자신들의 학회나 마탑으로 컨택트해 보려는 이들도 있 을 것이고 혹은 본인의 연구소로 돌 아가 마법 연구에 박차를 가하려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병렬 배열성이란 기존 마법의 틀 조차 싸그리 갈아엎을 수 있을 정 도였으니까·
그런 관계로 아슬란 세미나의 후 반부는 흐지부지 끝날 수밖에 없었 다·
이날만을 고대하던 학생들에게는 참 으로 안타까운 일이다만 그들의 발 표를 지켜봐 줄 마법사들이 모조리 빠져나가 버렸고 이전의 발표가 너무 임팩트가 큰 나머지 무슨 말을 해도 재미가 없던 것이다·
‘여러모로 오늘은 재미있는 걸····’
아류문은 백유설을 떠올리며 피식 웃었다· 병세가 짙어진 와중에도 억 지로 몸을 이끌고서 참석한 보람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와는 별개로 다른 아이들이 불 쌍한 건 어쩔 수 없었지만····
아슬란 세미나에는 훗날 대마법사 가 될 수도 있는 영재들이 대거 참석 하기는 한다만 그럼에도 적게는 10 대에서 많아 봐야 20대라는 젊은 나 이대가 모이는 탓에 한 번의 발표회 에서 세계적으로 신드롬을 불러일으킬 만한 마법이 발표되지는 않는다·
물론 정말로 아주 가끔 전 세계인 이 관심을 가질 정도로 대단한 세
미나가 열리는 날이 있기는 했다·
10년 전 아돌레비트의 첫째 공주 홍시화의 발표가 그랬을 것이다·
그녀는 불꽃 계열 마법을 누구보다 자연스레 컨트롤할 수 있는 획기적 인 방법을 개발하였고 그것이 모든 속성 마법에 적용할 수 있다는 사실 이 밝혀지면서 화제가 됐었다·
그건 결코 평범한 10대의 머리에서 나올 만한 발상이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대단하기는 대단했으나 그 렇다고 마법계를 뒤흔들 정도까지 는 아니었다· 10대가 개발한 마법 이라는 점에서 가산점이 붙어 조금
더 화제가 되었을 뿐 딱 그 정도 수준이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의 아슬란 세미나는 어 땠는가·
마법계에 다시 없을 역사적인 기술 이 한 번에 4개나 공개되고 말았다·
‘에이젤의 속성 친화 마법진·’
‘흥비연의 속성 증폭법·,
‘풀레임의 광휘 계열 정의·’
마지막으로·
‘백유설의 마나 병렬 배열성·’
하나만 해도 학계에 큰 충격을 안겨 다 줄 정도인데 그게 무려 4개나 그
것도 고작해야 열일곱의 학생들이 발 표했다는 사실에 전 세계가 들썩였다·
심지어····
백유설이 발표한 ‘마나 병렬 배열 성은 애당초 성립이 불가능한 명제 였다· 차라리 ‘일 더하기 일은 삼’이 라는 말을 더 믿고 싶을 정도로 말 도 안 되는 논리란 말이다·
그런데 백유설은 아슬란 세미나에 서 그것을 언급하였고 실제로 증명 하기까지 했다·
[스텔라 생도 백유설 카멜론 마법 진보상 수상!]
[10대의 나이에 카멜론 상을 수상 받는 사례는 이번이 최초····]
[카멜론 마법 색채상을 수상한 세 명의 소녀 마법人日
[속성학의 새로운 정평!]
데일리 매직 매지컬리포트 매지 션 선샤인 등등····
마법 학계에서 가장 권위적인 마 법 잡지에는 거의 동일한 얼굴이 대 문짝만하게 박혀 있었다·
스텔라의 교복을 입은 네 명의 선 남선녀는 이번 아슬란 세미나 이후
로 크게 화제가 되었는데 아직 하 루가 채 지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 고 인터뷰와 기삿거리가 쏟아져 나 오는 것을 보면 요즘 세상의 소식 통은 참으로 빠르다는 것을 절로 느끼게 해준다·
그중에서도 유난히 눈에 띄는 소 년 백유설·
속성 계열 관련으로 마법을 발전시 킨 세 명의 소녀들도 대단했지만 백 유설의 병렬 배열성의 경우에는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마법의 근본을 뿌리부터 뜯어고치는 것이었기에 가 장 큰 주목을 받게 되었다·
“아가씨· 찾아가보지 않으셔도 괜
찮겠습니까?”
고급 차량의 뒷좌석 다리를 꼰 채 젤리엘이 신문을 읽고 있자 운전을 하던 성태원이 물었다·
“원래는 그럴 생각이었는데 인파 가 상당히 꼬여서 힘들겠더군요·”
아슬란 세미나가 끝난 뒤 그녀는 백유설과 짧은 만남을 가질 생각이었 다·
하지만 발표가 워낙 독보적인 탓이 었을까 그를 원하는 사람은 한둘이 아니었고 그중에서는 꽤 거물급의 마 법사도 있었기에 결국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이곳까지 찾아온 것도 간신히 시 간을 잠깐 낸 것에 불과했던지라 저 많은 사람을 뚫고 백유설과 만 날 시간은 없었다·
“아쉽긴 해도··· 어쩔 수 없죠·”
어차피 저 수많은 마법사들이 암 만 구애를 해봐야 어차피 백유설은 자신에게 올 것이란 확신을 가지고 있었기에
・コ럼 출발하도록 하죠·”
“네 아가씨·”
젤리엘은 여유롭게 돌아갈 수 있 었다·
* * *
발카믹 왕가의 폐허·
한때 시조 마법사의 열두 제자 중 한 명이었던 ‘발카믹의 후손이 세 운 찬란한 문명의 왕국이었으나 어느 한 존재에 의해 멸망해 버린 이후로 는 그 누구도 찾지 않는 장소가 되어 버린 이곳·
아니 정정해야겠다·
아무도 찾지 않는단 말은 이제 정 확하지 않다· 이곳은 이제 완전히
흑마인들의 본거지가 되었으니까·
무너진 왕성의 꼭대기·
반파된 왕좌에 앉은 흑색의 기사 블랙킹던은 신문을 가만히 들여다보 았다·
거센 바람이 불어오는 와중에도 신 문지는 조금의 미동조차 하지 않았는 데 그가 ‘흑마력’을 섬세하게 제어하 고 있는 덕분이었다·
“백유설이라···· 유난히 눈에 띄는 군 이 스텔라의 쓰레기는· 이런 게 흑마도왕의 후계자의 옆에 붙어있 다는 말이지?”
“그렇습니다·”
흑색 갑주를 입은 블랙킹던의 말에 검은색의 아지랑이가 대답하였다·
“월영교의 주교 삭월탑의 마탑주 가 그 소년을 예의주시하는 듯보입 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만월탑주 또한 그에 대해 면밀히 알아보는 중이라는 정보가 들어왔습니다·”
“온갖 관심이란 관심은 다 끌고 다니는군· 목숨이 아깝지도 않은 쓰 레기 인가·”
본인의 능력에 자신이 없다면 저런 관심을 끄는 건 좋지 않다·
세기의 발명품을 개발했건 놀라운 발견을 했건 괜시리 이목이 끌렸다
가는 금전과 지식을 노리는 존재들에 게 노려질 테니까·
그중에는 흑마인의 세력도 있을 테니 저 백유설이라는 쓰레기는 단 명할 것이 틀림없었다·
“재미있는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뭐지?”
“저 소년은 이렇게 이목이 집중된 다는 게 득이 아니라 독이 된다는 사실을 진즉부터 깨닫고 있던 것 같습니다·”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나·”
“일전에 발표되었던 ‘연공난수 교 차 술식^ 대해 알고 계시는지요·”
“안다· 계속 말하라·”
“저 소년이 그 공식의 공동저자라 고 합니다· 한데··· 어째서인ス 1 자 신의 이름을 일부러 감췄다고 하더 군요· 마치 스스로의 존재를 이면 뒤 로 숨기고 또 다른 누군가를 내세우 려는 것처럼·”
물론 보기 좋게 실패했다·
결국 백유설이라는 존재가 세상에 드러나고 말았으니까·
하지만 스스로를 숨기려고 시도했 다는 행위 자체에 의미가 있었다·
“···저는 인간이었던 시절을 기억 하기에 그들의 습성을 잘 파악하고
있습니다· 인간은 결코 자신의 업적 을 숨길 수 없는 존재입니다· 특히 나 어리고 어리숙한 인간이라면·”
자신이 무언가 대단한 것을 이뤄내 면 그것을 과시하지 못해 안달 나는 종족이 바로 인간이다·
그런데 백유설이 그것을 숨기려고 했다는 건····
“과시욕을 참아야 할 정도의 이유 가 있었다는 건가·”
“그렇습니다·”
조금 특이하다는 생각은 들었으나 딱 거기까지였다·
“치우는 게 좋겠군·”
어차피 백유설은 아직 열일곱밖에 되지 않은 어린 마법人ト· 스텔라 소속 인 탓에 죽이는 건 조금 까다롭겠으 나··· 굳이 치우고자 한다면 얼마든지 할 수 있다·
“그래 슬슬 시기가 되었군· 스텔 라로의 잠입 준비는 끝났나?”
“예· 지금 데려오겠습니다·”
블랙킹던의 명을 받은 검은색 아지 랑이는 바닥으로 스며들었다가 잠시 뒤 누군가와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그림자의 옆에는 머리칼을 양갈래 로 땋은 소녀 한 명이 서 있었는데
그녀는 수치를 감추지 못하겠다는 듯 얼굴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아넬라· 신분은 제대로 조작해두었 다· 엘트먼 엘트윈이 직접 확인하지 않는 이상은 들키지 않을 것이다·”
아넬라라는 이름으로 불린 흑마인 소녀는 고개를 들어 블랙킹던과 간 신히 눈을 마주하였다·
“···예· 그런데·”
“말하라·”
“제가 올해 나이 마흔입니다만····”
“그래서?”
“이 양갈래 머리랑 교복은 조금····”
아넬라는 어린 나이에 흑마인이 된 탓에 앳된 외모를 유지하게 되었다·
몇십 년이 지난 지금도 외모가 그대 로인 덕분에 스텔라의 여름방학에 예 정된 교환학생 기간에 잠입하기로 되 었는데 하필이면 정말로 교복을 입고 학생의 흉내를 내야 할 줄은 몰랐다·
“스텔라에 완벽히 잠입하기 위해서 는 더욱이 학생을 흉내 내는 수밖에 없다고 너 또한 동의했을 텐데?”
“그 그래도 이건···
“하지 않겠다면 어쩔 수 없지· 목 을 내놓고 돌아가라·”
“히 익!”
목을 내놓으면 대체 어떻게 돌아 가란 말인가! 아넬라는 바닥에 넙 죽 엎드렸다·
“죄송합니다! 목숨 걸고 반드시 임 무를 완수해 보이겠습니다!”
“그렇게 나와야지·”
블랙킹던은 혀를 쯧 찼다·
저런 어리숙한 흑마인이 가끔 존 재한다· 인간일 때의 습성을 버리지 못하고 감정을 어렴풋이 가진 것들·
그런 경우에는 임무 수행 성공률 이 현저히 떨어진다지만··· 현재로 서는 아넬라가 스텔라 잠입 임무에 가장 적절하였기에 어쩔 수 없이
그녀를 보내야만 했다·
“알았으면 바로 출발하도록· 곧 스 텔라의 여름방학이 시작된다·”
“알겠습니다아아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힘차게 대 답한 아넬라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왕성을 뛰쳐나갔다·
그녀가 사라지자 일렁이던 검은색 의 그림자가 블랭킹던에게 말했다·
“저렇게 보•여도 그 ‘특서만큼은 확 실하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좋습니다·”
“그래· 알고 있다·”
알고는 있는데 어쩌면 이리도 불
안한지· 저 멍청하고 어리숙한 성격 에 비해 능력이 참으로 아깝다는 생각이 몇 번이나 드는■지 모르겠다·
‘그래도··· 한 번 그녀에게 얽히 는 순간 결코 빠져나올 수 없겠지·’
고작 스텔라 1학년 생도의 힘으로 는 더더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