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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아슬란 세미나⑴
다음의 에피소드가 시작되기 전까 지 나는 꾸준히 내 스승이나 다름 없는 하태령의 거처로 향하여 수련 을 하였다·
마법밖에 없는 이 세계에서 유일하 게 검과 마력누설지체에 대해 연구 한 사람이었기에 나는 그의 얼굴을
알지도 못했거늘 묘하게 동질감마저 느꼈다·
그러나 여전히 나는 그의 검을 쥘 수 없었다· 마력누설지체를 일정 수 준 이상 통달하여 자격이 주어지면 과거 하태령이 사용하던 검을 통해 검술을 배울 수 있다고 하는데····
도대체 그 ‘자격’이라는 게 어느 정도인지 알 수가 없어서 수련하는 내내 막막하긴 했다·
물론 검을 못 쥐었을 뿐 아예 성 과가 없다는 건 아니다·
이제는 [태령신공]을 딜레이 없이 발동하는 게 가능해졌다· 아주 잠깐
의 집중할 시간만 주어진다면 나는 얼마든지 검에 폭발적인 마력을 집 중할 수 있었는더1 비록 지속시간은 여전히 짧았지만 순간 공격력만큼은 자신 있었다·
거기에 더해·
“자 선물·”
얼마 전 ‘월광석’이라는 아주 희귀 한 물질을 알테리샤에게 선물했던 적이 있다· 나는 그것을 그녀가 마 음대로 다루며 조금 더 좋은 물건 을 만들길 원했거늘····
“네 스텔라 교복에 월광석을 코팅 했어· 유설 학생은 맨날 위험한 사
건에 휘말리잖아·”
“이건····”
월광석은 그 무게가 굉장히 경량이 면서도 마나가 잘 통하는 물질인지 라 그 강도는 낮지만 높은 등급의 마법을 인챈트하기가 용이했다·
스텔라의 교복에는 기본적으로 다 중의 보호 마법이 걸려 있다지만 연금마공학에 비하면 부족한 면이 없잖아 있었는데 알테리샤는 내 교 복을 아예 통째로 뜯어 고쳐놓았다·
“온도 유지 기능은 기본이고 훼손 된 부분을 스스로 일부 수복하는 능 력과 더러워진 부분을 청소하는 기
능도 추가했어· 3레벨 수준의 보호 막도 걸려 있으니 어지간한 마법은 한 번쯤 견딜 수 있을 거야·”
“와··· 조수님 진짜 고마워요·”
설마 이 정도의 선물을 받을 줄은 몰랐기에 내가 감격한 표정을 짓자 알테리샤가 모처럼 짓궂은 표정을 지었다·
“나 조수 아닌데 언제까지 조수라 고 부를 거야?”
그리 말하는 그녀를 나는 멀뚱멀뚱 쳐다보았다· ’학회장‘이나 ‘박사’라는 호칭을 원하는 것이겠지만 나는 장 난을 살짝 쳤다·
“그럼 누나라고 부를까요?”
“그 그건 안 돼!”
뻑!
“컥!”
괜히 장난쳤다가 머리통을 얻어맞 았다·
* * *
아이테르 월드에는 ‘4대 부유 도 시’라는 게 존재한다·
가장 큰 4개의 부유 도시를 통틀어
서 일컫는 말이었는데 마법사로서 초월한 경지에 도달해야만 도달할 수 있는 ‘신비의 천상계’를 제외하면 3개의 도시가 남게 된다·
‘마법의 도시 아르카니움’
‘하늘의 도시 엘베디아’
‘시조의 도시 카멜론’
그중에서도 카멜론은 먼 과거 시 조 마법사가 역사의 첫 줄을 기록한 장소이자 혼자의 힘으로 도시를 띄 운 것으로 유명한 장소였는데 천 년이 지난 지금도 시조 마법사의 힘
이 여전히 남아 있다는 게 굉장한 미스터리 중 하나였다·
카멜론은 마법사들의 본고장답게 법이나 정치 따위가 전혀 존재하지 않은 채 모든 법칙이 ‘마법’ 하나로 통하는 곳이었는데 이곳에서는 매 년 크나큰 마법사 회의가 열리고는 했다·
그중에서 유일하게 청소년들이 주 요 참석자로서 개최되는 마법사 회 의 ‘아슬란 세미나’·
정식 마법사가 아닌 자들에게는 참 관 자격조차 주어지지 않는 이 세미 나에는 매년 수많은 인재가 배출되고 는 했는데 올해는 특히나 천재들이
더 많이 참석하여 유독 주목을 받게 되었다·
스칼벤 제국의 황금색 황태スト 제 레 미
불의 축복을 타고난 아돌레비트의 공주 홍비연·
천사와 요정의 피를 이어받은 소 녀 풀레임·
세계 최고의 마탑 만월탑의 후계 자 해원량·
얼음의 축복을 타고났으며 배신자 모르프 가문의 후예이기도 한 에이 젤까지·
그뿐 아니라 카멜론의 아슬란 세
미나에는 각 종족의 천재들이 모두 모였기에 수인족이나 엘프 드워프 등의 청소년 마법사들을 꽤 흔하게 볼 수 있었다·
“인간 마법사들이 유난히 주목을 받는군요·”
인간 중에서 천재라고 불릴 만한 인재가 많이 배출되었다고 유난을 떠는 만큼 타종족으로서는 영 탐탁 지 않은 일이기도 했다·
종족 규합이 일어난 지도 벌써 백 년이 넘어갔지만 아직도 종족 간의 묘한 경쟁심리는 사라지지 않은 채 였으니까·
별구름 상회장의 외동딸 하이엘프 젤리엘은 그런 건 아무래도 좋다는 듯 말했다·
“뭐 그럴 수 있죠· 인간은 수명이 짧으니 바쁘고 급하게 달려가잖아 요· 아 성태원· 당신도 인간이 아니 던가요?”
“···저는 인간과 엘프의 혼혈· 어 머니의 뜻을 이어받아 저는 엘프로 서 살기를 원합니다·”
젤리엘의 보디가드 성태원은 하프 엘프였는데 반쪽의 피가 섞인 이들 이 으레 그렇듯 양쪽에서 모두 좋은 취급을 받지는 못했다·
그러한 와중 젤리엘은 그의 유별난 재능을 발견하였고 자신의 호위로 서 곁에 두었다·
덕분에 인생 역전을 하게 된 성태 원은 24시간 내내 그녀와 함께하게 되었는데 너무나 오랜 시간을 곁에 서 지켜본 탓일까
성태원은 젤리엘 아가씨를 단순한 호위 대상으로 보지 않게 되었다····
···라는 사실 정도는 젤리엘도 눈 치채고 있었다·
하지만 뭐 그런 감정을 살살 이용 해 먹는 게 사람을 써먹기에는 딱 안성맞춤이지 않겠는가?
‘흐음··· 성태원의 [가치]가 슬슬 떨어지고 있는데·’
과연 인간과 요정의 하프라서 그 런 걸까· 수명이 인간에 비해 짧은 게 문제였다·
자신이 고작 8살 때 발견하여 10 년이 지나도록 함께하던 성태원이었 거늘 그때에 비해 마법의 수준이 그리 높아지지 않았다· 결국 그의 한계는 딱 거기까지였다는 것이다·
엘프라면 조금 더 오랜 시간을 투 자하여 높은 경지를 이룩하겠지만 인간 마법사는 그럴 수 없다·
‘••・인간은 태생적으로 열등하니까·’
슬슬 성태원을 ‘분리수거’하고 새 로운 인간을 들일 때가 된 것 같기 는 하다· 엘프와 달리 인간은 유효 기간이 짧고 쉽게 사랑에 빠졌으며 이용해 먹기가 쉬웠으니까·
‘내 호위로 백유설을 들인다면 어 떨까·’
젤리엘 또한 요정계 최고의 명문 ‘별꽃나무 마법학교’에 재학 중인 엘리트로서 아슬란 세미나에 참석하 게 되었다·
진작에 참석자 명단을 매수해서 백 유설도 이곳에 참석한다는 것쯤은 알고 있다· 그렇지 않았다면 이곳에
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녀에게는 아슬란 따위보다 당장의 사업이 중 요했으니·
그런 의미에서 ‘백유설은 꽤 쓸 만한··· 아니 잠정적으로 어마어마 한 가치를 가진 사업 아이템이었다·
단순히 겉표면만 봐도 어떤가·
점멸 마법을 최초로 제어할 수 있 는 마법사이자 알테리샤와 함께 아 이템의 공동개발자이기도 하며 아 직 열일곱이라는 어린 나이에도 몇 번이나 흑마인과 맞닥뜨려 사건을 해결해 나간 천재 중의 천재가 아니 던가·
그를 곁에 두는 것만으로도 별구 름 상회의 이미지에 굉장히 긍정적 인 효과를 불러올 것이 분명했다·
···그런 표면적인 이유 외에도 그 를 곁에 둬야만 하는 중요한 이유가 많았지만 말이다·
‘얌전히 기다리기만 하면 돼·’
미소가 절로 그려진다· 어차피 조 만간 백유설이 자신의 손에 들어오 는 것은 시간문제· 오늘은 그날이 오기 전까지 밑작업을 조금 쳐둘 생각이었다·
“몽 블레유 캐슬 호텔에 도착했습 니다 아가씨·”
아이테르 월드에는 최대 7성급 호 텔이 존재한다·
몽 블레유 캐슬 호텔 역시 카멜론 에 위치한 7성급 호텔 중 하나였는 데 상류층 귀족들이거나 대기업 대 상인 등이 이용하는 이 초호화 호텔 은 하루 숙박비만 해도 어지간한 평 민의 연봉 이상이었다·
물론 젤리엘쯤 되는 사람에게는 그저 잠깐 머물다가는 숙소 정도일 뿐이지만·
“아가씨· 14시에 마법학회의 메이 지 알렉사론과의 일정이 잡혀있습니 다· 그다음 곧바로 마르카유 백작가
아가씨가 자그맣게 생일 연회를 호 텔에서 연다고 하니 참석을 위해 미리 드레스를 준비해 뒀습니다·”
성태원은 젤리엘에게 스케줄을 줄 줄 읊었다· 하이엘프였으나 상인으 로서 살아온 그녀였기에 이종족들의 사회에 크게 발을 담글 수밖에 없었 다·
단순히 아슬란 세미나에 참석하기 위해 카멜론에 찾아왔을 뿐인데 단 1분의 쉬는 시간도 없이 스케줄에 참여해야 한다니·
“···곧바로 이동하죠·”
요정으로서 강철 같은 체력을 소유
하고 있었기에 이 정도의 일로 피 곤하지는 않았으나 정신적인 스트레 스를 받는 건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모든 일에 대해서 철저했고 특히나 중요한 사안은 직 접 해결하지 않으면 직성이 풀리지 않는 편이었다·
이렇게 바쁜 와중에 아슬란에 참석 할 논문까지도 스스로 작성했을 정 도였으니 말 다 했다·
보통의 ‘고정 참석자’들이 마법학 자들의 연구를 은근히 빼 온다는 사 실을 생각하면 젤리엘은 그나마 마 법에 관련해서는 꽤 정직하다고 할 수 있었다·
아무튼 카멜론에 발을 딛기 무섭 게 젤리엘은 하루 종일 수많은 마법 사와 기업인과 귀족들을 만나기 위 해 시간을 내었다·
정작 이곳에 온 이유를 달성하지는 못했으나 천천히 미뤄도 좋다고 생 각하였다·
“후우···· 피곤하네요·”
늦은 저녁· ’때늦은 식사라도 하고 가심이 어떻겠습니까?’라며 은근히 자신의 잘생긴 아들을 소개하려던 귀족의 수작질을 뿌리친 젤리엘은 자신의 자가용에 탑승하였다·
“어디로 모실까요?”
오늘의 일정은 끝이다· 곧바로 호 텔이라고 말하려던 젤리엘은 무언가 를 떠올렸다·
“···백유설이 어디에 머문다고 했던 가요?”
“라타넬 호텔입니다·”
“배신한 천사의 이름을 딴 호텔인 가요? 마법의 본고장답게 건방진 이름도 수용되네요·”
“아가씨의 마음에 쏙 드시겠군요·”
“맞아요 저는 천사가 싫거든요· 바 로 이동해 주세요·”
라타넬 호텔은 젤리엘이 머무는 7
성급 몽 블레유 호텔에 비하면 한참 이나 규모가 작은 곳이었다· 처음에 는 뭐 이런 곳에서 머무나 싶은 생 각이 들 정도로·
젤리엘으로서는 저런 싸구려 호텔 에 발을 내딛는 것조차 싫었다· 하 지만 그것보다도 훗날 자신의 사람 이 될 백유설이 저런 싸구려에 머물 고 있다는 게 더 짜증 났다·
“익명으로 후원이 되던가요?”
“백유설의 호텔을 옮기고 싶으십니 까?”
“역시 제 속내를 잘 아시는군요·”
“···그렇죠· 함께한 세월이 있다 보
니·”
성태원은 끝에 의미심장한 말을 덧 붙였다· 평소 같았으면 저런 말은 전부 속으로 삼켰을 텐데 요즘 들 어서 은근히 ‘친밀감’을 과시한다·
,흐응····
젤리엘이 백유설에게 짙은 관심을 표한다는 사실을 깨닫고서 은근히 질투심을 느끼는 것이다·
‘건방져·’
진작 ‘너 따위는 나와 동급이 될 수 없다’고 선을 그어두었으면 저런 말을 할 생각조차 하지 못했겠지·
하지만 젤리엘이 은연중에 성태원
의 마음을 받아주는 척하며 줄타기 를 한 덕택에 성태원도 무언가 오해 를 하고서 은근히 자신의 뜻을 표하 고 있었다·
“뭐 됐어요· 백유설도 재력은 충분 할 텐데 굳이 이곳을 이용한다는 건 다 이유가 있을 테니까요·”
“그렇습니까·”
“예· 그러니····”
이만 돌아가야겠다고 말하려던 젤 리엘은 무언가 눈에 띄는 장면을 보 았다·
‘홍비연··· 아돌레비트?,
세계 최강대국의 공주씩이나 되는
인물이 어째서인지 싸구려 라타넬 호텔에 모습을 드러내었다·
‘흐음?’
홍미로운 광경이었다·
홍비연은 그 누구보다도 과시욕이 강했으며 세간에 강한 모습을 보이 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여자다·
그런 여자가··· 이따위 싸구려 호 텔에 머물 리는 없으니 누군가를 만 나기 위해 찾아왔을 터·
아마도 그건 백유설이겠지·
*···그러고 보니 아돌레비트의 공 주가 백유설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다 고 했던가·’
스텔라 내부의 정보는 젤리엘이라 도 조금은 민감하게 다룰 수밖에 없 었지만 홍비연이 유난히 백유설에 게만 독특한 반응을 보인다는 것쯤 은 누구라도 금방 알아낼 수 있는 정보였다·
“창문 올리고 천천히 접근해 볼래 요?”
“알겠습니다·”
홍비연은 호위 하나 거느리지 않은 채 흘로 라타넬 호텔 정문 앞의 거 리를 서성이고 있었다·
젤리엘은 자가용 자동마차의 ‘기척 차단’ 마법과 ‘확대’ 및 ‘보청’ 기능
을 활성화한 뒤 적당한 장소에 주 차하였다·
혹여나 백유설이 나온다면 흥비연과 의 대화를 엿들을 생각이었는데····
잠시 뒤 호텔에서 나온 사람은 백 유설이 아닌 하늘색 머리칼의 청량 하고 아름다운 소녀 ‘에이젤 모르 프 였다·
“흐음···r
모르프와 아돌레비트는 서로 원수 지간일 터· 저렇게 몰래 만난다는 것 자체가 흥미로운 정보였기에 백 유설이 나오지 않은 건 아쉬웠지만 젤리엘은 귀를 기울였다·
-무슨 일로 부른 거야? 이런 싼 티 나는 호텔에·
홍비연은 에이젤을 보자마자 말을 쏘아붙였다·
-그래도 어쨌든 이렇게 나와주셨 네요· 역시 백유설 씨와 관련된 이 야기라고 하면 올 줄 알았어요·
-그 무슨 소릴···· 그냥 네가 건 방지게 부르기에 호기심에 나와본 것뿐이야·
에이젤은 주변의 눈치를 살피다가 이내 그럴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깨 닫고선 한숨을 푹 내쉬었다·
어차피 알아내고자 한다면 누구라
도 알아낼 수 있는 사실이었기에·
-당신도 백유설 씨의 ‘시한부’를 치료하기 위해 뛰어다니고 있다는 건 들었어요·
흠칫·
백유설이 시한부라는 사실은 젤리 엘도 알지 못했기에 몸을 흠칫 떨었 다· 아직까지 스텔라 내부의 정보를 완벽히 파악할 수는 없었다·
-내가··· 그랬다고? 누가 그래?
-저도 보는 눈이 있거든요· 아무 튼 그거 때문에 할 말이 있어요·
-···방법이라도 찾아낸 거야?
-아뇨· 그럴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알아냈죠·
-뭐?
젤리엘은 그녀의 말에 더욱 귀를 기울였다·
그런데 어째서인ス]·
-제가 ■■ ■■를 열람해서 그분 의 ■■를 알아냈어요· 하지만 그 이상으로는 알 수 없었어요·
에이젤의 말이 흐릿한 안개처럼 감 춰지면서 단어가 명확히 들리지 않 았다· 마치 그녀의 말을 다른 누군 가가 듣기를 거부하는 것처럼·
이후로도 에이젤은 한참이나 홍비 연에게 무언가를 설득했으나 젤리 엘은 그것을 전혀 이해할 수 없었 다·
이윽고 말을 마무리하는 에이젤·
– 이 이상 자세히 설명할 수는 없 어요· 어떤 ‘금제’가 걸려있거든요·
– ···지금 나보고 그 말을 믿으라 는 거야?
하지만 홍비연은 그것을 모두 알아 들은 듯 표정을 싸늘하게 굳혔다· 도저히 믿을 수 없는 거짓말을 들은 듯한 싸늘한 반응이었다·
– 네· 믿고 안 믿고는 당신의 마음
이에요· 하지만 당신도 알겠죠· 제 가 당신들 아돌레비트를 끔찍이도 싫어하는 거· 그런 제가 당신에게 직접 부탁드리는 거예요· 이렇게 고 개까지 숙여가면서·
홍비연은 침묵했고 젤리엘은 답답함 에 속이 타올랐다· 가장 증요한 단어 몇 개를 듣지 못하니 도대체 무슨 이 야기를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 후우···· 그래 좋아· 네 말을 완전히 믿는 건 아니야· 하지만 만 약 네 말이 정말로 사실이라는 게 증명된다면····
홍비연과 에이젤은 동시에 하늘을 바라보았다· 어쩌면 하늘이 아니라 별을 본 것일 수도 있겠다·
-···그때 다시 이야기하자고·
대화는 거기까지였다·
홍비연은 불꽃 같은 걸음으로 거리 의 저편으로 사라졌고 에이젤은 그 자리에 남아서 멍하니 하늘을 바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 씁쓸하고 아련한 표정의 뒤에 는 대체 무슨 생각과 비밀을 감추 고 있을까·
아가씨·”
너]· 말씀하세요·”
“당장 저 아이들의 정보를 캐내면 되겠습니까?”
그녀의 심기가 비뚤어진 것을 금세 알아차린 성태원이 그리 말했다·
“아돌레비트의 공주는 건드리지 마 세요· 하지만··· 에이젤 모르프· 저 소녀에 대해서는 조사해 보도록 하 세요· 단 스텔라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을 정도로만· 아무리 저라도 스텔 라는 부담스럽거든요·”
“알겠습니다·”
“호텔로 돌아가요·”
성태원은 말없이 자동마차를 출발 하였고 젤리엘은 창문에 머리를 기 댄 채 사념에 잠겼다·
‘•••대체 무슨 이야기를 나눴던 거 지? 백유설의 시한부는 대체 뭐고?’
그날 젤리엘은 단 한숨도 잠을 자 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