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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코로코로족의 부락(5)
코로코로족의 부락은 애당초 지구 의 플레이어들이 진심으로 공략할 필요가 없는 던전이었다·
히든 던전의 특성상 한 번 클리어 하면 두 번 다시 클리어하는 게 불 가능했는데 심지어 저레벨 전용 던 전이었기 때문이다·
그저 잠시 스쳐 지나치는 던전이기 도 해서 플레이어들은 이곳을 진심 으로 공략하지 않고서 그저 정해진 루트를 효율적으로 뚫을 방법 정도 를 공유할 뿐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는 해도 해원량이 플레이어들이 몇 년간 쌓 아 올린 노하우와 공략 루트를 단 한 번 만에 추월해 버린 것은 상당 히 놀라운 일이었다·
흐]■기야 생각해 보니 해원량은 타고 난 ‘전략가’의 자질을 갖추고 있었 던가·
저 괴물 같은 능력치의 보유자 마
유성은 혼자서 날뛰는 데에 특화되 어 있지만 해원량은 머리 써서 상대 방 조지는 분야가 전문이었다·
‘적들은 주로 공격수단으로 재블린 을 다룬다· 동서쪽의 협곡을 보면 가파르게 깎이는 부분이 있는데 이 곳에 몰아두면 놈들의 무기를 완벽 하게 무력화할 수 있다· 만약 공격 을 시도한다면 저들끼리 자멸하겠 지· 혹여나 그렇지 않더라도 최소한 포위를 당할 일은 없을 것이다·’
‘설마 저 숫자를 한꺼번에 상대하 려고?’
‘오 나는 찬성이야· 재미있겠는 데?’
‘미친놈들···
솔직히 정신 나간 줄 알았다·
목숨 아까운 줄 모르고 몰이 사냥 을 즐기는 플레이어들도 저토록 과 감한 방법을 쓰지는 않았다·
하지만 해원량의 전략은 과감했으 나 정확했고 일말의 오차도 없었다· 그의 말대로 적들은 스스로 자멸을 택했다·
오크의 근력과 고블린의 섬세함까 지 보유한 코로코로족은 초장거리 투창이 그 장점이었는데 사거리 바 깥으로 도망치기는커녕 적들을 아예 구석에 몰아넣고 무기를 봉쇄할 줄
이야·
투창이 봉쇄된 코로코로족은 단순 무식하게 힘만 쓸 줄 아는 짐승이나 다름없었고 그 사이에서 마유성은 정말이지 폭주 기관차와 같은 위용 을 보여주었다·
해원량의 유인 계략에 빠져서 구석 에 몰린 것도 서러운데 마유성이 절 벽을 타고 날아다니며 바위덩어리를 떨어뜨릴 때마다 동족들이 쓸려나가 니 코로코로족이 저항의 의지조차 잃어버린 것도 이해가 갔다·
‘하핫 이거 재미있는데? 그치 유 설아?’
‘아 예···
둘은 그동안 받았던 스트레스를 풀 겠다는 듯 아주 신나게 던전을 때려 부쉈다· 던전 적정 클리어 레벨이 3 클래스 이상의 인원 4~5명인 것을 생각하면 둘이서 저렇게 날뛴다는 것 자체가 내 눈에는 괴물처럼만 보 였다·
내 생각엔 둘 다 이미 4클래스에 도달한 것으로 보였다· 20대의 나이 에 세계관 최강자에 도달할 예정인 천재들이니 1학년 여름방학 직전에 4클래스를 도달했다는 것도 어찌 보 면 그리 이상한 일도 아니다·
뭐 아무튼·
덕분에 나만 계 탔다·
데려오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 다· 솔직히 이 던전 오려고 여태까 지 열심히 훈련한 게 아깝기는 하다 만 그래도 고생 덜하고 날로 먹는 게 좋잖아?
[던전 ‘코로코로족의 부락’의 클리 어 보상이 지급되었습니다·]
[마력 +06%]
[감각 +03%]
[체력 +05%]
[특성을 고려하여 ‘마력’ 능력치의 보상을 ‘근려으로 치환합니다·]
역시나 히든 던전답게 클리어 보 상이 상당한 편이었다· 저 정도 수 치의 능력치를 하루 이틀 만에 영구 적으로 올리기란 쉽지 않았으니까·
〈백유설〉
* 능력치
[근력 : 3성 05%] [감각 : 3성 04%]
[민첩 : 2성 79%] [체력 : 2성 38%]
[맷집 : 0성 99%][심력 : 3성 17%]
[마력 : -]
*스킬 목록
[앞점멸 Lv·2]
[태령신공 Lv·l]
* 특성
[마력누설지체 Lv·3]
[연홍춘삼월의 가호 Lv·l]
안 그래도 태령신공을 연마한 이후 로 전체적인 능력치가 가파르게 상
승하는 추세였다· 헬스 트레이닝을 하루에 한두 시간밖에 하지 않는데 도 말이다·
거기에 더해 최근 꽤 많은 보상을 얻은 덕분일까 근력과 감각이 3성 에 도달했다·
이게 어느 정도냐면 진심으로 바 위에 주먹을 내지르면 가뿐히 박살 낼 수 있는 수준이었다·
마법사들의 세계관에서 혼자 무협 지가 된 것 같지만 아무렴 어떠랴· 애초에 ‘캐릭터 백유설’이라는 존재 자체가 아이테르 월드에서도 상당한 이레 귤러 였다·
지금의 스텔라에서 나라는 존재가 이질적인 것처럼·
‘이제 슬슬··· 마력누설지체와 점멸 의 스킬 랭크를 올릴 때가 됐는데·’
스킬의 경험치와 숙련도도 상당히 쌓였겠다 다음 에피소드를 클리어 하면 아마 둘 중 하나는 올릴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백유설·”
“엉?”
이제는 꽤 만족스럽게 변한 능력치 를 보며 흐뭇해하는 와중 해원량이 곤란하다는 표정으로 나를 불렀다·
“보상을 분배해야 한다·”
“아 맞네·”
“그런데···
그는 적당한 크기의 바위 위에다가 전리품을 모아두고서 말했다·
“’아티팩트’가 두 개밖에 드랍되지 않았다·”
“그래? 운 좋네·”
“하지만 우리는 세 명이다·”
아· 무슨 소린지 알 것 같다·
아티팩트는 고대 시대의 산물로서 현대의 아이템과 비슷한 능력치를 발휘하는 희귀한 물건이다·
물론 희귀하다고는 해도 던전이나 유적 등을 탐사하다 보면 종종 발견 되는 편이었지만 상등품의 능력을 가진 아티팩트는 정말 천문학적인 가격을 호가한다·
이번 던전에서 드랍된 아티팩트들 은 딱히 비싼 건 아니지만 나름대 로 어디 가서 귀하다는 말을 붙일 수 있을 정도는 되었다·
‘반지와 팔찌인가···
능력치를 대충 확인해 보았다·
마력의 최대 용적을 늘려주는 반지 는 해원량에게 어울리겠고 마법의 캐스팅이 빨라지는 팔찌는 나이트인
마유성에게 딱 맞았다·
“너네 가져·”
“··•뭐?,,
“그래도 돼? 유설이 너는?”
“난 필요 없어·”
아직 아이템의 기술력이 고대의 아 티팩트를 뛰어넘을 정도는 아니었지 만 작정하고 고생 좀 하면 얼마든 지 만들 수 있다·
게다가 사실 이곳에 온 이유가 아 티팩트 때문이었던 것도 아니었으니 까·
“난 이걸로 충분해·”
내가 가리킨 물건을 보며 해원량 과 마유성의 표정이 이상하게 변했 다·
”그건···
“그냥 비석이잖아···r
“맞아·,,
내가 원하는 물건은 다름 아닌 바 닥에 박혀 있던 평범한 비석· 그것 도 산산조각이 난 비석의 일부로 추 정되는 것이었다·
이게 바로 ‘고대 카르멘세트의 유 적지,로 향하는 키워드 중 하나·
이 조각을 모으면 유적지의 문을 열
수 있다· 아직까지 해원량과 마유성에 게 고대의 물건을 탐지하거나 감별하 는 능력은 없었으므로 그냥 돌조각으 로 보일 테지만 직박구리 안경을 통 해 확인했으므로 틀림없다·
“거 참· 너네가 막눈이라 모르나 본데 이게 그거보다 귀한 거야·”
“···한번 살펴봐도 될까?”
“맘대로·”
해원량은 믿기 힘들다는 표정으로 비석을 꼼꼼히 살펴보았다· 마유성 도 호기심이 동했는지 무슨 특수한 장비까지 꺼냈으나 여전히 정체를 알아내기란 힘들어 보였다·
“으음 나는 잘 모르겠어· 넌 어 때?”
마유성은 아리송하다는 표정이었 고 해원량은 비석의 정체를 알아내 지 못한 게 분했는지 입술을 꾹 다 물었다·
아무튼 보상의 분배도 끝났겠다 슬슬 돌아갈 시간이었다·
출구는 들어왔을 때와 똑같은 위체 다· 즉 잘못 나갔다가는 열차에 치 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에 대비해 서 열차가 어느 시간대에 다니는지 미리 조사해 뒀고 지금은 안전하다·
다만 문제가 있다면 흑마인들이 아직까지 기다리고 있을까 봐 걱정 이다·
“그건 문제없을 거다· 그만큼이나 흑마력을 흩뿌려댔는데 마법 전사 들이 출동하지 않았을 리가 없지·”
“하긴·”
진작 도망쳤겠지·
“그럼 안심이네· 바로 나가자고·”
마침 열차의 시간표를 보니 앞뒤 로 한 시간은 안전했다·
•흐!
던전의 코어가 박살 난 자리에서
일렁이는 자그마한 워프 흘· 그곳을 향해 걸어 나가니 순간 세상이 무 너져 내린 듯한 감각이 들며 우리는 원래의 위치로 되돌아올 수 있었고·
웅성웅성!
“여기서부터는 통제입니다!”
“어허 접근 금지! 이봐 기자 양 반! 폴리스 라인 넘지 말라고!”
···웬 요란스러운 소란에 잠시 벙찔 수밖에 없었다·
,,뭐 뭐야?”
열차가 지나다니는 절벽의 선로 위 에는 어마어마한 인파가 몰려 있었
경찰복장을 입은 사람들과 마도학 수사대로 추정되는 흰색 가운의 연 구원들 경갑옷을 입은 경비대와 로 브를 걸친 마법 기사단을 비롯하여 카메라를 들고 진을 친 기자들까지·
우리의 주변에는 ‘출입금지라고 적 힌 노란색의 라인이 쳐 있었는데 강 력한 결계가 그 위를 은은하게 두르 고 있었다·
“이게 무슨···
상황이지?
라고 말하기도 전에·
“저기 스텔라의 생도들이다!!”
누군가의 외침과 동시에 어마어마 한 카메라 셔터음과 불빛이 터져 나 왔다·
찰칵찰칵!
“그 미치광이 살인귀에게서 어떻게 살아남은 겁니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열차 내부에서 격렬한 전투를 치 렀다고 했는데 당시의 현장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목이 터져라 외치는 기자들·
“이 미친 기자 양반들! 빨리 뒤로 안 꺼져?”
“결계를 뚫게 생겼어!”
그들을 막는 경비대·
“무슨··· 이 반응은 공간 전이인 가? 이런 위치에서 던전이 발생했었 다고?”
“하지만 그랬다면 입구가 탐지에 걸렸어야 하는데? 통상적인 방법으 로는 출입할 수 없는 던전이라는 건 가? 그럴 리가 없어· 대체 원리가 뭐지?”
저들만의 세계에 빠진 마법 연구원 들까지·
“뭐여 이게····”
던전에서 다시 돌아오니 왠지 바 깥이 굉장히 난리가 난 상태였다·
* * *
스텔라 기사단 본관·
상급 기사 베이도는 ‘총괄 기사단 장실’의 집무실에서 무릎을 꿇은 채 표정을 굳혔다· 그의 앞에는 감정이 어둠에 먹혀 버린 둣 어둑어둑한 표 정의 사내가 의자에 앉아서 집무를 보고 있었는데 베이도를 향해 눈길 조차 주지 않고서 말했다·
“베텔게우스 제3 마도호위대대 소 속 상급 기사 베이도·”
“···예·”
“이번에 아주 재미있는 실수를 저 질렀더군·”
“죄송합니다!”
쿵!!
베이도는 바닥에 머리를 처박았다·
도저히 명예와 품격에 사는 ‘스텔 라’라고 볼 수 없을 정도로 과격한 충성 행위였으나····
상대방이 ‘스텔라 총괄기사단장 아 레인’이다·
이번 임무의 실책을 잡혀 무려 총 괄기사단장에게 호출을 받았는데 그 어떤 과격한 행동을 해서라도 용서 를 빌어야 하지 않겠는가·
베이도는 자신의 잘못을 뼈저리게 뉘우치고 있었다·
‘내가 병신이지·’
열차라고 해서 안전할 줄 알았다· 밀착 호위라고는 했지만 변장하기도 귀찮았기에 다른 칸에 타서 낮잠이 나 자고 있었다· 상급 기사로서 하 급 기사 따위나 받는 임무를 받았다 고 여유를 부리고 말았다·
그런데 하필이면 이때 최악의 흑
마인들이 등장해 호위 대상을 습격 하다니·
’···하필이면이 아니지·’
언제 어디서든 위기에 대응해야 한 다고 철저하게 교육받았거늘·
“옛날에는 그럭저럭 성실하고 쓸모 가 있었는데 말이다····”
아레인의 말에 베이도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상급 기사가 됐다고 너무 빠진 것 아닌가?”
“죄송합니다!!”
쿵!
다시 한번 바닥에 머리를 박자 이 마에서 피가 흘렀다·
아레인은 그런 소란조차 귀찮았는 지 표정을 구겼으나 안타깝게도 베 이도는 그 얼굴을 볼 수 없었다·
···물론·
‘재미있는데·’
아레인에게 있어서 베이도의 실책 따위는 아무래도 좋았다·
‘이번에도 백유설인가····
항상 어두운 암영이 드리운 것 같 다는 이야기를 듣는 아레인의 얼굴
에 흥미가 스쳐 지나갔다·
한두 번도 아니고 몇 번이나 백유 설에게는 어떤 위기가 닥쳐왔다·
네크로맨서의 습격 페르소나 게이 트 메이젠 티렌의 흑마화 이번에는 열차에서 살인귀가 들이닥치기까지 했다·
하지만 백유설은 그 모든 상황을 유연하고 완벽하게 대처해 냈다·
“솔직히·”
“···옙!”
아레인이 입을 열자 베이도는 자신 의 잘잘못을 가리려는 줄 알고 힘차 게 대답했다· 그러나 아레인은 이미
그의 잘못에서 관심이 뜬 지 오래였 다·
“나는 어린 천재를 싫어한다·”
“···예?”
갑자기 그게 무슨 뜬금없는 소리란 말인가· 베이도가 고개를 들고서 어 리둥절하는 와중에도 아레인은 말을 이어갔다·
어쩌면 그에게는 그저 자신의 말 을 들어줄 ‘아무나’가 필요했을지도 모른다·
“젊어서 자신의 재능이 빛난다는 사실을 아는 것들은··· 십중팔구 10 대를 넘기기도 전에 꺾이게 마련이
거든·”
아레인은 천재라고 불리지 못했다·
오히려 그는 한때 열등생이었다·
그의 앞에는 언제나 천재가 가득했 고 자신이 한 발자국 걸어갈 때 그 들은 열 발자국이나 앞서나갔다·
하지만 그게 바로 천재들의 문제 점이었다·
한 번에 열 발자국씩 성큼성큼 걸 어나가던 천재들은 갑작스레 자그마 한 벽이라도 드리우는가 싶으면 금 세 좌절하고 만다·
평생 탄탄대로를 걸어온 탓에 벽 을 타고 넘어선다는 선택지를 떠올
리지 못하는 것이다·
범재는 다르다·
그들의 앞에는 탄탄대로 대신 거 칠고 울퉁불퉁한 절벽이 드리워 있 다· 한 발자국을 나아가는 데에도 어마어마한 노력이 필요하고 넘어 선다고 해도 곧바로 또다른 벽에 가 로막히게 된다·
그럼에도 범재들은 나아간다· 이미 벽을 넘는 법을 깨달았으니 계속해 서 그 의지를 이어가는 것이다·
그것이 현재의 아레인이다·
한때 범재라고 불리며 남들보다 뒤처지던 그는 지금 세계에서 가장
강력하다는 기사단의 총괄단장이 되 었다·
“그래서 천재를 싫어하는데···
아레인의 기준으로 봤을 때 백유 설은 천재다·
그 유명한 마유성 해원량과 어깨 를 나란히 할 정도의 천矶
하지만 백유설은 여타의 천재들과 격이 다른 무언가가 있었다·
그는 틀림없이 자신의 재능으로 탄 탄대로의 길을 걷고 있을 텐데 마 치 열등생이었다는 것처럼 벽을 넘 는 방법마저도 완벽하게 깨우치고 있는 것이다·
···마법을 사용하지 못하는 신체 라고 했던가·’
열등생일 수밖에 없는 신체를 타고 났으나 또다른 분야에서 재능을 발 견한 천재·
그는 팔목을 어루만졌다· 아주 오 래 전 마녀에게 걸린 저주가 아직 도 풀리지 않은 탓에 피부가 새카맣 게 변질되어 있었다·
남은 수명이라고 해봐야 얼마 되 지도 않겠지·
그전에 한시라도 빨리 ‘스텔라 총 괄기사단장’의 후계자를 구해야 할 터· 차기 기사단장은 천재가 아닌
노력하는 범재로 후보를 뽑으려고 했거늘·
‘이런 천재라면···
어쩌면 이 자리에 가장 어울리는 인재가 아닐까·
아레인은 그렇게 생각하였지만 이 내 고개를 저으며 백유설의 서류를 내려놓았다·
‘마력누설지체라고 했던가·’
심히 안타깝도다· 이런 아이가 자 신과 비슷한 운명을 걷고 있다니·
백유설이 아무리 천재면 뭐하는가·
그 역시도 시한부 인생을 살아가는
것을·
하지만 어찌 되었든·
···한 번쯤 얼굴을 직접 봐두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