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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입원(3)
“퇴원해도 되겠군· 곧바로 수업을 들어도 좋다·”
내가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땐 무려 사홀이나 지난 뒤였다·
“사흘···?”
설마 그렇게나 오래 잠을 잘 줄은
몰랐기에 얼떨떨할 수밖에 없었다·
‘왜지?’
스킬 ‘신령의 숨결’이 과하게 발동 되기도 해서 그냥 조금 지쳤을 뿐이 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도 더 몸 에 무리가 갔던 걸까·
무언가 상태 메시지가 상당히 많이 떠있긴 했으나 당장에 확인할 정신 은 없었다·
**···유설아· 이거 어떻게 다 옮기 지?”
병실에 한가득 쌓인 선물들을 보며 마유성이 곤란하다는 표정으로 물어 왔으나 나는 얄궂게 웃었다·
“뭘 어째· 다 네 선물 아냐? 알아 서 옮겨·”
“응? 아냐· 이거 절반은 네 선물이 던데?”
“뭐?”
그럴 리가·
최근에 2학년 선배들한테 아부를 털기는 했다만 선물을 이렇게 받을 정도로 착하게 학창생활을 하진 않 았다· 아웃사이더 중에서도 최고의 아웃사이더란 말이다·
“···정말이네?”
하지만 하나하나 이름을 확인해본
결과 정말로 절반가량의 선물들은 내 이름으로 되어 있었다·
전생에서도 이렇게까지 선물을 받 아본 적은 없다· 애초에 내가 연예 인도 아니고·
“허·”
갑자기 눈앞이 아득해졌다·
선물을 받은 건 틀림없이 기쁘고 좋은데 이걸 다 어떻게 옮기지?
그렇게 마유성과 내가 멍하니 선물 더미를 바라보고 있자 병실 문이 왈칵 열리며 에이젤이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등장했다·
“그럴 줄 알고 제가 수레를 준비
해 뒀죠·”
“수레?”
“제가 4년 전에 공사판에서 수레를 하도 잘 끌어서 별명이 공수래공수 거였거든요!”
“··
아니 애초에 그거 수레 잘 끄는 거랑 관련 있는 별명 맞아···?
“자 갑시다!”
에이젤은 선물을 품에 한가득 움켜 쥐었다· 가녀린 팔목과는 달리 확실 히 어린 시절 거친 노동을 해왔던 탓일까 짐을 짊어지는 동작이 효율 적이었으며 팔심이 또래의 여자아이
보다도 굉장히 억셌다·
“저한테 다 주세요·”
“나 너보다 힘센데?”
“저는 팔팔하니까요·”
“그럼 난 늙다리냐?”
“음··· 가끔 그렇게 보일 때가 조금 있긴 한데····”
에이젤은 그렇게 말하면서도 묘하 게 내 눈치를 봤다· 그러다가 또 갑 자기 쓴웃음을 짓고는 했는데 도통 왜 그러는지를 알 수 없었다·
아무튼 우리는 에이젤 덕분에 병 문안 선물을 꽤 수월하게 기숙사로
갖고 돌아올 수 있었다·
아무래도 선물 중 대부분이 과일이 었던지라 가지고 돌아오는 도중 기 숙사 사감을 비롯해 직원들에게 돌 리기는 했다만 그래도 꽤 많은 선물 들이 남아 있었다·
달칵!
“에휴···
무슨 이사 가는 것도 아니고 한참 이나 실랑이를 하고 나서야 간신히 짐을 모두 뺄 수 있었다·
그렇게 정신없는 시간을 보낸 뒤 조용해지고 난 뒤에 실감이 났다·
내가 메이젠 티렌을 쓰러뜨렸구나·
원작과는 현저하게 달라진 에피소드 속에서도 어떻게든 주인공들을 살 려내고 나도 살아남았구나·
‘그러고 보니 무슨 보상을 준다고 했던 거 같은데···
문득 에피소드 완료 보상이 떠오 른 나는 가장 먼저 능력치를 확인해 보았다·
〈백유설〉
* 능력치
[근력 : 2성 89%] [감각 : 2성 77%]
[민첩 : 2성 63%][체력 : 2성 21%]
[맷집 : 〇성 99%][심력 : 3성 01%]
[마력 : -]
* 스킬 목록
[앞점멸 Lv·2]
[신령의 숨결 Lv·l]
* 특성
[마력누설지체 Lv·3]
[연홍춘삼월의 가호 Lv·l]
그리고 눈을 휘둥그레 뜰 수밖에 없었다·
“아니 이게 무슨···T
능력치가 죄다 대폭 상승해 있던 것· 하지만 그보다도 더욱 눈에 띄 는 게 하나 있었다·
바로 새로운 특성이었다·
[연홍춘삼월의 가호 Lv·l]
* 감각 12% 증가
* 심력 90% 증가
* 사이코메트리 : 심력을 소모하여 특정 물건의 기억을 일부 읽을 수 있다·
* 텔레파시 : 심력을 소모하여 타 인에게 의지를 전달하거나 혹은 전 달받을 수 있다·
* 멘탈리스트 : 심력을 소모하여 대상의 행동과 손짓 등의 정보를 통 해 마음을 파악할 수 있게 된다·
* 멘탈실드 : 심력을 소모하여 정 신계열의 공격에 저항할 수 있다·
‘설령 세상이 그대에게 등을 돌린 다 해도 봄을 닮은 연홍빛 마음은 흔들리지 않으리라’
틀림없다·
십이신월에게 인정받아야만 받을 수 있다는 그 원작 게임 아이테르 월드에서도 극악 난이도의 퀘스트를 수행해야만 얻을 수 있다는 ‘가호’ 가 내 스킬창에 떡하니 자리 잡고 있었다·
“미친 이게 뭐야···
너무나도 비현실적인 무언가가 손 에 쥐어지면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했던가·
지금 내가 딱 그랬다·
연홍춘삼월은 ‘호감도 작’을 필수 로 해야만 했기에 난이도가 어렵다 기보단 시간과 공을 상당히 들여야 만 했던 신월 중 하나였는데 그런 노력조차 없이 떡하니 가호를 받아 버렸는데 얼떨떨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효과 좀 보라·
마력누설지체는 ‘체내에 마나를 쌓 을 수 없고 마법을 사용할 수 없으 며 수명이 스무 살로 제한된다·’라 는 페널티를 가진 대신 육감과 인지 가속을 비롯하여 추가 능력치 상승 이라는 효과가 따라왔다·
그건 대부분의 특성이 그러했다·
페널티가 없는 특성은 효과가 저조 했으며 효과가 좋은 특성은 페널티 가 극심하여 사용하기 곤란한 게 대 부분이었다·
그런데 연홍춘삼월의 가호는 그 어떤 페널티도 없는 주제에 전설급 의 특성을 자랑했다·
‘이게 바로 십이신월의 위엄이라는 거 겠지····’
아이테르 월드에서도 한 번 얻어본 적 있는 특성이다만 그래도 이렇게 실제로 얻게 되니 그 기쁨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크 〇 ······
혼자 주먹을 움켜쥐고 허공에 주먹 질을 하다가 몸을 부르르 떨어보기 도 하고 바닥을 뒹굴뒹굴 굴러도 본다·
게다가 아직 특성 레벨이 1밖에 안 되니 조만간 레벨이 더 높아지 면 훨씬 더 많은 효과를 받을 수도 있으리라·
그제야 내가 왜 사흘이나 입원했는 지를 깨달았다· 메이젠 티렌을 처치 한 뒤 기절해 있는 동안 연홍춘삼 월이 내게 다가와 가호를 부여한 탓 에 그랬던 것이다· 아무래도 연약한
인간의 몸으로는 가호를 버텨내기 힘들 테니까·
그렇다는 건 연홍춘삼월이 나를 인정했다는 말인데····
‘•••혹시?’
서둘러 내가 입었던 복장이 보관된 상자를 열어서 옷을 꺼내니 안쪽 주머니에서 구슬 하나가 툭 떨어져 나왔다·
[신수의 심장]
“허 허허·”
하도 매몰차게 거절해서 못 받을 줄 알았는데 이마저도 구하고 말았 다·
즉 나는 이걸 대가로 잎하넬을 살 릴 수 있으며··· 잎하넬로부터 마력 누설지체를 효율적으로 제어하는 법 과 선대의 검술을 배울 수 있다는 뜻 이었다·
너무나도 많은 보상이 쏟아져서 정 신을 못 차리는 가운데·
[완벽한 이야기를 보여준 당신에 게 ‘콘스텔라티오 프로젝트’가 특별 한 추가 보상을 약속합니다·]
뭔가를 하나 더 주겠다며 메시지 가 떠올랐다·
오랫동안 묵은 때를 한 번에 시원 하게 밀어버린다면 이런 느낌일까·
마음이 사르르 녹아내리는 기분마 저 들었다·
그리고 고민·
“뭘 받지?”
이번에는 무려 특별한 추가 보상이 란다· 게임에서 내가 사용하던 장비 를 바랄 수는 없겠지만 이번에는 꽤 좋은 무언가를 노려도 좋지 않을까·
제작 가능한 아이템은 가능한 피한 다· 이제는 알테리샤의 연금술로도 얼마든지 만들 수 있으니·
“음· ’백룡갑’ 같은 물건은 되나?”
[세상에 단 하나뿐인 고유 물건은 받을 수 없습니다·]
“까비·”
설정상 세계관에 단 하나밖에 없다 는 스토리를 가진 아이템 백룡갑· 그런 고유 물건을 내가 가져온다면 세상에 두 개가 되지 않을까 싶어서 물어봤는데 역시나 안 된단다·
‘이렇게 되면 내 아이템의 대부분 은 보상으로 받는 건 포기해야겠는
데···
엔딩 직전 ‘캐릭터 백유설’이 착용했 던 장비는 대부분이 세계관에 하나밖 에 없는 고유 아이템이었으니까·
“그럼···
뭘 받을지 고민해 봤지만 역시 아 이템보다는 스킬이다·
여태 나는 부족한 공격력을 어떻게 든 아이템으로 커버를 해왔지만 앞 으로도 이게 가능할 리는 없다·
이번 메이젠 티렌만 해도 특별한 아이템을 얻은 덕분에 해치울 수 있 었으니까·
내게 지금 가장 중요한 수단 공격
력· 이대로 천천히 수련한다면 언젠 가는 마력의 순환율이 높아져서 마 법사의 실드를 뚫을 수 있다지 만··· 그게 언제가 될지 알 수가 없어서 문제였다·
그래서 될지 안 될지는 모르겠으 나 특별한 스킬을 보상으로 요구해 보기로 했다·
“특성 ‘마력누설지체’에 파생 스 킬··· ‘마력 집중’을 추가해 줘·”
이후 시스템 메시지는 잠시 침묵 하였고·
[확인 결과 가능합니다·]
[특성 ‘마력누설지체’에 파생 스킬 ‘마력 집중’이 활성화됩니다·]
나이스
나는 속으로 탄성을 내뱉으며 주먹 을 꽉 움켜쥐었다·
마력 집중이라· 마나도 없는 주제 에 이게 대체 무슨 말인지 이해가 가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내 신체는 기본적으로 마나를 호흡 하지만 그것을 체내에 담지 못하고 체외로 방출한다· 덕분에 신체 능력 은 초인적으로 향상되었지만 마법 을 사용할 수 없는 것이고
이 ‘마력 집중’은 그렇게 빠져나가 는 마나를 한 부위에 집약하는 스킬 이었다·
원래는 머리 어깨 무릎 발 등등 전신을 통해 빠져나가는 걸 ‘주먹 이라는 부위로 한정해서 빠져나가도 록 조절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럼 어떻게 되느냐·
자연스레 주먹에 모든 마나가 모이 게 되니 그 위력과 강도가 강해지 지 않겠는가?
원래는 마력누설지체가 훗날 ‘자연 천기지체’로 진화하면 마나 코팅 등 의 스킬과 함께 자연스레 깨닫게 되
는 것이었으나 그때까지 기다릴 수 는 없었다·
‘그럼 이걸 연습해 보고 싶은데····’
오늘은 주말이었고 나는 이제 막 퇴원을 한 참이었으나 이대로 쉴 틈 은 없다·
한시라도 빨리 잎하넬에게 심장을 건네고 마력누설지체의 컨트롤 법을 배우고 싶었으니까·
이제부터는 이 마력 집중을 연습하 여 이전에는 갖지 못했던 공격력을 드디어 손에 넣을 수 있게 된다는 생각이 들자 어쩐지 가슴이 두근거 려서 흥분을 가라앉힐 수 없었다·
* * *
13번 멸암단의 단장 카엔은 정말 로 오랜만에 삭월탑의 본탑으로 돌 아와 마탑주를 독대하였다·
겉으로 보기에 이 장소는 거탑이 아니라 평범한 오두막처럼 보이기 도 했다·
밖으로는 푸르른 초원이 바람결에 흔들리고 있었으며 바로 옆에서는 토끼가 풀을 뜯고 있었고 하늘은 참으로 맑고 고왔다·
하지만 언덕 위에 놓인 평범한 오 두막처럼 보여도 이곳은 엄연한 삭 월탑의 일부였다·
수많은 공간과 공간을 연결하여 하 나로 엮어놓은 것이 바로 ‘삭월의 거탑’의 정체였으니까·
시조 마법사의 금지된 마법 중 하 나 ‘할로우 커넥션’을 익힌 대가로 다른 모든 마법을 포기할 수밖에 없 었던 삭월탑주 ‘루드릭 할로우’의 마지막 작품이 바로 이 삭월의 거탑 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카엔· 하늘꽃요람에서의 임무를 완수했다고 보고했더라지·”
예· 탑주님의 말씀대로 흑마인이 출몰하였습니다만 그건 메이젠 티 렌이 아니라 스텔라의 일개 학생이 었습니다·”
“그래· 그리고 그걸 죽이지 않고 스텔라의 생도들이 정화하도록 놔두 었고·”
“···그렇습니다·”
“답지 않은 짓을 했군· 너라면 그 러지 않을 줄 알았는데 말이지·”
루드릭은 노인의 모습을 하고 있었 다· 그는 언제나 모습을 바꾸고는 했는데 본인의 원래 나이를 잊어버 린 탓이라고 줄곧 말하고는 했다·
“죄송합니다· 하지만··· 저는 그 곳에서 어떤 가능성을 보았습니다·”
혹마에 물든 마법사를 다시 원상 태로 되돌릴 수 있으리란 가능성·
하지만 카엔은 이렇게 말하면서도 이 고지식한 마탑주가 자신의 말을 믿어주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모든 흑마인은 반드시 척살해야 한다·’
이러한 신념을 주입해 준 이가 다름 아닌 삭월탑주 루드릭이 었으니까
“그러한가···
그러나 생각 외로 루드릭은 덤덤
하게 반응했다·
“···추궁하지 않으십니까?”
“추궁해서 무얼 하랴· 시간은 돌고 돌며 시대는 끊임없이 바뀌고 세상 은 변화한다· 언제까지고 나의 말이 옳을 수는 없겠지·”
“믿지 못하실 줄 알았습니다····”
“믿지 않는다·”
흠칫 그 말에 카엔은 고개를 들었 다· 루드릭은 여전히 태연자약하게 수염을 쓰다듬으며 고집으로 가득 찬 이맛살을 찌푸렸다·
“다만 시대가 변할 때라는 걸 느 꼈을 뿐이다· 내가 하지 못했고 네
가 하지 못했더라도··· 신세대의 아이들마저 못하란 법은 없지 않겠 느냐·”
그 말에 카엔은 침묵하였다·
여전히 그는 신세대를 받아들이기 가 힘들었던 탓이다· 평생을 단 하 나의 신념으로 움직여왔던 그의 정 신을 조금이나마 움직일 수 있었던 풀레임이라는 소녀의 마법과 백유설 이라는 소년이 대단했을 뿐이다·
“아 그렇ス]· 네가 임무 완수를 보 고했던 하늘꽃요람에서 결국 메이젠 티렌이 흑마화하여 출몰했다고 하더
구나·”
“···그렇 습니까?”
그건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었기에 카엔은 크게 당황하여 동공을 떨었 다·
그렇다면 이건 임무 완수가 아니 라 실패다·
설마··· 또 다른 흑마인이 등장할 줄은 전혀 몰랐다·
“자책할 것 없다· 애당초 또 다른 두 번째 흑마인에 대한 정보를 하달 하지 못한 내 잘못이다·”
루드릭은 먼 곳을 바라보며 말했 다·
“언제부턴가 미래를 내다볼 수 없 게 되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안개 에 가린 것처럼 흐려졌다고 해야겠 지·”
“그건··· 큰일이 아닙니까?”
카엔의 말에 루드릭은 그저 웃었다·
“아니· 애초에 미래는 내다볼 수 없 어서 재미있는 것이다· 그래야 인간 이라는 존재는 조금 더 유동적으로 생각하게 되거든· 보이는 것만 불신하 는 인간은 다른 방향을 바라볼 수 없 다· 내가 딱 그러했지· 그래서 지금은
오히려 마음이 후련해·”
왜 미래가 닫혔는지·
어째서 루드릭의 [미래시]가 힘을 잃어가는지·
원인은 알 수 없었으나 정작 본인 은 속이 후련한 것처럼 보였다·
“하늘꽃요람은 걱정할 것 없다· 아 마도 네가 마주했던 소년··· 그래 백유설이라고 했던가· 그 아이가 메 이젠 티렌을 쓰러뜨리는 장면이 보 이는구나·”
“그렇···습니까···「
백유설· 그 이름이 또 들려왔다· 최근 들어서 꽤 자주 듣는 것 같기
도 하다·
메이젠 티렌은 추정상 6리스크의 힘을 가진 흑마인· 카엔의 실력이라 면 단 몇 합 안에 살해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다만 일개 학생이 6리스크의 흑마 인을 해치웠다는 건··· 결코 말이 되지 않는다·
‘역시 뭔가 있어·’
**···그렇게 생각했느냐?”
흠칫· 정곡을 찌른 루드릭의 말에 카엔은 고개를 들었다· 그는 차를 홀짝이며 말했다·
“틀렸다· 그 아이는 정말로 열일곱
의 학생이야· 그저 숨기고 있는 게 많을 뿐인·”
“그럴 리가··· 없습니다·”
고작 열일곱의 학생이 그만한 힘 을 가질 수는 없다·
“세상에는 믿을 수 없는 일들이 정 말로 많이 일어나지· 그러나 이해하 려고 들지 마라· 우리는 이제 그런 것들을 이해하기에는 너무나도 지쳤 어· 그저··· 받아들여야 할 뿐이다·”
루드릭은 어쩐ス] 평소보다도 더욱 지치고 힘든 표정이었으나 굉장히 홀가분해 보이기도 했다· 오랫동안 찾아 헤매던 무언가를 발견한 사람
처럼도 보였다·
“앞으로 미래는 빠르게 변할 거다· 네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그러니 그때를 대비해 마음을 열 어두거라·
루드릭은 그 말을 마지막으로 오두 막과 함께 모습을 감추었다·
휘이잉···!
들푸른 초원에 홀로 남겨진 카엔은 가만히 하늘을 바라보았다·
뭐가 그리도 바쁜지 푸른 경계선 저편을 향해 흘러가는 구름들·
나는 여전히 제자리에 서 있는데
세상은 왜 이리도 빠르게 변하는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