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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메이젠 티렌(1)
1계층은 초록 제2계층은 노랑 제 3계층은 보라색의 테마를 가지고 있 었다면 대망의 금지된 제4계층은 분 홍색의 테마였다·
나는 제4계층의 풍경을 잠시 감상 하였다· 물론 감성적으로 풍경을 감 상하는 게 아니라 [직박구리 안경]
을 통해 지도와 지형을 짜맞춰본 것 이다·
“대충 길은 알겠는데···
지끈!
두통이 몰려오는 바람에 안경을 벗 고서 엄지로 관자놀이를 꾹꾹 눌렀 다·
이틀 내내 계속 안경을 쓴 탓일까 심력의 소모가 극심하여 두통이 심 해졌다· 오죽하면 육감조차 제대로 발동되지 않을 정도로·
여타의 마법사들이 마나를 소모하 여 모든 일을 해결한다면 내게는 심력밖에 남는 게 없었는데 그게 지
금 바닥 상태였다·
심력이 부족하면 머리가 계속 웅웅 울리는 듯하고 두통이 심해서 점멸 의 거리조절도 안 되며 육감의 발동 도 제한된다·
‘조금만 쉬었다 갈까····’
그나마 제3계층의 신수들은 내 친 화력에 반웅하여 대부분이 호의적이 었지만 그게 과연 제4계층에서도 통할지 의문이다· 무작정 선공해 오 지 않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지경이 다·
자리에 편히 앉은 뒤 눈을 감고서 숨을 가다듬었다·
마법사들이 명상하는 것처럼 나 또한 명상을 통해 어느 정도 피로 회복이나 마나 순환율 상승의 효과 의 볼 수는 있었다·
지금 같은 경우에는 심력을 회복하 기 위함이었다·
“후우,,
대충 1시간 정도를 휴식하니 두통 이 완화되었다· 기간은 넉넉하기에 서두를 필요는 없었으나 제4계층은 조금 위험할 테니까 빠르게 심장을 하나 구한 뒤 빠져나가는 게 나을 것 같아서 곧바로 움직였다·
제4계층에는 방향이 존재하지 않았
다· 의도된 것인ス 1 아니면 미완성 공간이라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평범 한 사람은 이곳에서 길을 잃고 헤맸 으리라·
그렇기에 미리 풀레임에게 부탁해 서 가져온 ‘한바람꽃’을 꺼냈다·
특성 [절대방향감각] 덕분에 오로지 한 방향만을 바라보는 이것은 옛 시 대부터 현재까지도 다양한 장소에서 나침반 대용으로 사용되고는 했다·
전자력이 강한 지대에 가면 허구한 날 고장 나는 나침반과는 달리 한 바람꽃은 언제 어디서나 동쪽만을 바라보았으니까·
테리폰 소드를 활성화하여 조심스 레 나아가자 별의별 신수가 눈에 띄었다·
언덕인 줄 알았는데 거대한 신수 거북이의 등껍질인 경우도 있었고 웬 거대한 고래가 허공을 유영하고 있지를 않나 눈에서 시퍼런 안광이 번쩍이는 사슴이 나를 노려보다가 어딘가로 사라지기도 했다·
반투명하기만 했던 5등성 이하의 신수들과는 달리 4등성부터는 뚜렷 한 형체를 지니고 있었다·
우오오오오···
저 하늘 멀리서 뱃고동 소리 같은
게 울려 퍼져왔다·
무섭긴 하지만 어쩐지 경건한 마 음마저 드는 신비로운 공간·
최대한 감각을 예민하게 세운 채 이동하는 와중 육감이 무언가에 반 응하였다·
찌릿!
마침 내가 향하던 방향이다·
천천히 그곳을 향해 나아가자 풀 숲이 갈라지며·
“흐음음〜”
바위에 엉덩이를 걸친 채 콧노래를
부르는 웬 여인이 나타났다·
순간·
사방에 매화꽃이 휘날리는 듯한 착 각이 들었다· 온 세상이 분홍색으로 물들었고 푸르른 창공의 한가운데 를 비행하는 듯한 아찔한 부유감을 느꼈다·
허공에는 거대한 성이 떠 있었는 데 그 성은 매화꽃으로 둘러싸여 있어 온통 붉은빛이었다·
그 한가운데에·
여인이 앉아 있었다·
새하얀 소복에 새하얀 머리카락 그리고 머리에 달린 뾰족한 여우 귀
까지·
질끈 눈을 감은 나는 심호흡을 했 다·
‘사람···은 절대 아니고·’
신수도 아니다·
저건 내가 찾던 첫 번째 목표물·
십이십월 연홍춘삼월이 었으니까·
정확히 그 본체는 아니지만 그것이 가진 아홉 개의 분신 중 하나였다·
정신을 집중하니 세상이 다시 원 래대로 되돌아온다· 그녀는 아무 일 도 없었다는 듯 시치미를 떼며 내게 말을 걸어왔다·
“으응〜? 인간이로구나· 여기까진 어인 일로 오셨는가?”
톡 맨발로 바닥을 디디며 여인은 춤추듯 내게 걸어오며 그리 말했다· 생글생글 웃는 그 얼굴은 내 심리 속 이상형에 가장 가까운 존재를 구 현하여 생성된 것이기에 순간 심장 이 두근거릴 뻔했으나 애써 마음을 다잡았다·
눈앞의 저건 인간이 아니다·
현혹돼서는 안 된다·
이때를 대비해서 연습해 왔던 게 있으니까·
,스흐읍···!’
눈을 감고 힘껏 숨을 들이쉬었다· 그러자 공기 중의 마나가 내 체내에 깊숙이 파고들며 ‘매혹의 힘’을 몰 아내었다·
내가 마력누설지체이기에 가능한 일· 상대방이 내 체내에 심어놓은 모든 마나를 단번에 밀어서 배출해 버릴 수 있었다·
찌릿!
육감이 번쩍이며 여인의 형상이 순간적으로 여우의 형상으로 돌변하 였다·
“오호?”
물론 아직 내 정신력으로 완전히
저항하는 것은 불가능하여 여우는 또다시 여인이 되고 말았으나··· 최소한 매혹되는 것은 피할 수 있었 다·
상대방의 마나를 홑트리는 것으로 발동되는 정신계 마법은 체내에 마 나가 아예 존재하지 않는 마력누설 지체에게 통하지 않는다·
최상급 환혹 마법까지 매혹이었음 에도 나는 육감으로 저 여인의 본 질을 순간적으로나마 간파할 수 있 었다·
그녀는 애써 시선을 외면하는 나를 바라보며 입맛을 다시더니 살포시 웃음을 지었다·
“허 어린 인간인 듯한데 제법이구 나· 보통의 인간 사내였으면 진작 바짓자락 내리면서 달려들었겠거 느 ”
“···칭찬 감사합니다· 당신의 정체 를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상대는 십이신월이다·
게임 아이테르 월드의 세계관에서 가장 강력한 힘을 지닌 열두 개체의 존재들· 전설 속 드래곤조차 신월을 상대로는 한 수 접어줬다고 하니 긴장을 늦춰서는 안 된다·
“이 몸? 보다시피 요물(妖物)이다· 또한 신수(神獸)이며 신장(神將)이
고 신령(神靈)이며 신월(神月)이기 도 하지· 충분한 설명이 되었는가?”
“그렇군요· 당신이 누군지 알겠습 니다·”
“아하핫 그래서· 이곳에 찾아온 목 적은 무엇이더냐?”
“그건····”
“솔직하게 말하지 않으면 잡아먹겠 다·”
그녀가 장난스레 붉은색 눈을 희번 뜩 뜨자 육감이 내게 격렬한 경고 를 보내왔다·
까딱 잘못하면 진짜 죽는다·
“···심장을 구하러 왔습니다·”
“오호라 심장이라· 무슨 심장?”
“신수의 심장입니다·”
“흐응~ 신수를 죽여서 가져가겠노 라 그 뜻인가?”
“아닙니다· 저는 신수를 죽일 실력 이 되지 못합니다· 안쪽 깊은 곳에 존재하는 ‘신수의 무덤’에서 주인을 잃은 심장 하나를 가져갈 생각이었 습니다·”
신수의 무덤이라는 단어가 나오자 여우의 표정이 가라앉았다·
“그곳에 심장은 없다·”
“···그래도 찾아야 합니다·”
“이유는?”
잠시 고민해 보았다·
저 여자는 거짓말을 구분할 수 있 는 능력이 있다· 그렇다고 해서 고 작 내 이득을 위해 가져가겠다고 말 하면 그 순간 목이 달아나겠지·
거짓말은 아니면서도 적당히 변명 거리가 될 만한 무언가·
*···하나 있다·’
애당초 여기까지 와서 심장을 구하 려고 했던 이유는 첫 번째로 신령
잎하넬을 위해서였다· 그리고 그녀 는 나를 위해 친구의 증표랍시고 이 상한 나무 목패 목걸이 하나를 선물 로 주지 않았던가?
서둘러 배낭에서 그것을 꺼내 연 홍춘삼월의 분신에게 보였다·
“제 친구를 살리기 위함입니다·”
”그건···
연홍춘삼월의 눈이 동그랗게 떠졌 다· 신령은 결코 친구의 증표를 아 무에게나 넘겨주지 않는다· 내가 잎 하넬과 각별한 사이는 아니지만··· 그녀를 구할 수 있는 유일한 인간인 탓에 이것을 넘겨받을 수 있었다·
“그렇군···· 그렇게 된 것이었나···· 하 재미있군· 인간이 그 정도의 신 령과 관계를 맺을 정도면 너도 평범 한 인간은 아니라는 뜻이겠지·”
십이신월 중 연홍춘삼월은 유난히 신수에게 애정이 깊다· 그런 이유로 자신의 능력 중 하나인 매혹을 이 용하여 수많은 신수들을 이곳으로 끌어들였겠지· 그들의 안전을 보장 하기 위하여·
제 4계층·
이 이질적인 공간은 처음부터 끝까 지 전부 연홍춘삼월의 일부로 이루 어져 있다· 세계수의 뿌리에 자신의
공간을 창조해 내 신수만을 유혹해 자그마한 왕국을 만들어낸 것이다·
인간의 입장에서는 굉장히 강압적 이고 동물원이 아니냐며 비꼬기도 했으나 결과적으로 그녀의 판단은 옳았다· 무수히 많은 신수들이 흑마 인의 마수에게서 벗어날 수 있었으 니까·
하지만 연홍춘삼월은 이 공간을 만 들어낸 대가로 영영 외부 활동을 할 수 없게 되었다·
자신의 힘을 일부 계승하여 ‘가호’ 를 부여하는 것으로 그 뜻을 전달 하고는 있지만··· 그조차도 긍정적 인 결과를 낳지는 못한다·
그 잘못된 폐해 중 한 명이 바로 엘프왕 꽃서린이었으니까·
너무나도 강력하게 부여된 매혹의 힘에 의해 외부 활동조차 하지 못하 는 꽃서린은 무엇 때문에 자신이 그 렇게 되었는지조차 모르고 있을 것 이다·
“뭐 좋다· 그런 이유라면 심장쯤이 야 얼마든지 줄 수 있다· 너는 신수 의 친구이기 때문이 ス]· 게다가 네 호흡에서도 신수의 향기가 희미하게 새어 나오는 걸 보니··· 상당히 애 틋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둣하구 나· 우후훗·”
그녀는 무슨 상상을 하는지 입을 손으로 가리고서 음흉하게 웃었다·
그건 그냥 잎하넬 옆에서 열심히 숨 쉬었더니 그렇게 된 건데····
“하지만·”
갑작스레 표정을 풀어버리고선 한 숨을 내쉬더니 고개를 도리질 쳤다·
“솔직히 이제는 질렸다·”
“···예?”
“인간은 더 이상 믿을 수 없다·”
“아니 잠깐만요· 갑자기 왜····”
“역사 속에 너 같은 인간은 많았 다· 신수를 위해 요정을 위해 그리 고 우리··· 신월을 위해 싸워왔던 영웅들이 대개 그러했지·”
그녀는 먼 곳을 바라보는 듯한 아 련한 눈으로 말했다·
“그들의 최후는 비참했어· 그 끝에 가서는 결국 그들 또한 우리를 배 신하고 말았거든· 우리는 여태 정말 많은 인간과 깊은 관계를 맺었다· 그리고 배신당했지·”
“저는····”
“왜· 너는 그러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고 싶으냐? 그 얘기도 벌써 수
십 수백 번도 더 넘게 들었다· 질 렸단 말이다· 인간이란 종족은·”
으음····’
대충 이렇게 철벽 치는 건 예상했 다·
원작 게임에서도 연홍춘삼월은 공 략하기가 상당히 어려운 축에 속했 다· 그녀를 공략하여 능력을 계승받 는 방법은 참으로 간단하면서도 어 려웠는데 바로 ‘필요 능력치 조건 을 맞추는 것이었다·
연홍춘삼월의 경우에는 신수 친화 도와 심력을 올리는 것이었는데 지 금의 내 능력치는 그 조건에 한참
못 미친다·
하지만 어차피 이번의 내 목적은 연흥춘삼월에게 한 번 얼굴만 비춰 서 내 존재를 알리는 것이었다· 그 녀를 공략하기엔 아직 시기가 이르 다·
다만 신수의 심장만 받아가는 것 이라면 가능할 줄 알았다·
그런데 이렇게까지 철저하게 아무 것도 안 해주려고 할 줄이야·
“제 친구가 죽어갑니다···· 제발 좀 살려주십쇼·”
“너희 인간은 단명하잖아· 신수는 기억을 잃을지언정 영원하다· 네가
죽은 뒤에도 그 아이는 영원히 잠들 어 있을 테니 그때 내가 가서 살리 도록 하겠다·”
“아니 그럼 그냥 지금 같이 가주 면 안 됩니까?”
“···그건 곤란하다· 이 공간을 창 조하느라 많은 힘을 소모해서 지금 은 움직일 수 없어·”
아오 이 답답한 여자야·
인간 불신이 어찌나 심하면 본인이 움직이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본인이 일을 하겠다고 말하는 걸까·
스토리가 기억나지 않아서 연홍춘 삼월이 어떤 인간에게 뭘 어떻게 배
신당했는진 모르겠지만 하여튼 그 인간들이 상당히 원망스러워졌다·
“네가 신수의 친구가 될 자격이 있 다는 걸· 네가 신수를 위해 그 목 숨마저 바칠 수 있다는 걸 증명한다 면 모를까····”
그건 좀 그렇다·
아무리 그래도 나는 내 목숨이 제 일 소중했으니까·
“나는 신수가 인간에게 마음을 주 는 걸 원하지 않아· 그들은 언젠가 결국 상처받게 될 것이다·”
“예····”
이렇게까지 꽉 막혀 있을 줄이야·
차라리 연홍춘삼월을 찾아오지 말 걸 그랬나·
아니 그건 아니다·
연홍춘삼월의 ‘가호’를 얻기 위해 서는 꾸준히 얼굴을 비추는 게 중요 하다· 비록 지금은 내게 우호적이지 않지만 언젠가는 이 노력이 결실을 맺을 때가 올 것이다·
···심장은 다른 방법으로 구해야 하려나·’
어떻게 할까·
가만히 고민하는 와중·
갑작스레 온몸이 소름이 오소소 돋 으며·
[에피소드에 변수가 발생했습니다·]
[‘EP007 아르슈앙 흑마화 루트’가 진행됩니다·]
그런 메시지가 떠올랐다·
‘•••아르슈앙마저 진행된 건가·’
이 정도는 예상했다· 아마도 나라 는 존재 때문에 발생하는 변수일 테 니까· 하지만 걱정할 건 없다· 내가 굳이 신경 쓰지 않아도 아르슈앙 흑
마화 루트는 어떤 방식으로든 홍비 연이 해결할 테니까·
굳이 위험하다 싶으면 곧바로 돌아 가도 되는 부분이고·
[변수가 해결되었습니다」
예상대로 아르슈앙 흑마화 루트는 얼마 지나지 않아서 해결되었다· 그 래서 거기에 신경을 끄고 마지막으 로 몇 마디라도 더 연홍춘삼월과 이 야기를 나눠보려는데····
[경고! 당신의 스토리 라인 개입으 로 인하여 ‘나비효과’가 크게 발생 하였습니다·]
[Episode 8 흑마 침식’이 앞당겨 져 현재 진행 중인 에피소드와 합 쳐집니다!]
[에피소드의 난이도가 대폭 상승합 니다!]
메시지가 우르르 떠오르며 나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뭐야···?”
[Episode 7~8]
[패밀리어 계약과 흑마 침식]
나는 입을 쩌억 벌리고서 뒷걸음질 을 쳤다·
에피소드 8이라니· 그건 메이젠 티 렌 교수가 완전히 흑마에 침식되어 폭주하는 에피소드란 말이다· 그게 갑자기 왜 벌써 발생하는데?
서둘러 안경을 써서 확인해 보니 메이젠 교수의 침식률이 50%를 거 뜬히 넘어서 지금은 80%를 바라보 고 있었다·
‘이게 무슨··· 왜 갑자기···?
기본적으로 [에피소드]는 반드시 주인공들과 연관이 있어야만 발생할 테니까 내가 모르는 장소에서 일어 나지는 않았을 터·
모든 주인공들이 집결해 있는 바로 이곳 천령나무의 뿌리 어딘가에서 메이젠 교수가 흑화한 것이다·
‘젠장 여기서 메이젠이 흑마화를 하다니·’
여태껏 정말 많은 변수가 발생했지 만 그래도 에피소드 그 자체에 영 향을 줄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에피소드가 아예 한 단계
일찍 앞서서 발생되다니·
이런 건 미리 알 수도 없고 대비 할 수도 없다· 언제 어떻게 발생할 지를 모르니까 말이다·
‘이건··· 나 때문이야·’
메이젠의 흑마화를 조금 더 빠르게 앞당기기 위해 노력을 하긴 했었다· 하지만 이런 장소에 찾아와서 흑마 화를 해버릴 줄이야:
아직 주인공들끼리 놈을 잡는 건 불가능하다·
원작 게임에서도 조력자들이 메이 젠을 공격하여 약해진 틈을 타 플 레이어가 공략한다는 내용이었으니
까·
하지만 여기에는 그 조력자’들이 단 한 명도 없다· 에피소드의 장소 가 바뀐 탓이다·
그렇다면 이곳에서 따로 조력자를 구해야만 한다는 의미인데·
···달리 누가 더 있겠는가·
이곳에서 주인공들을 도울 사람은 나밖에 없다·
“이게 무슨····”
연홍춘삼월 또한 흑마력을 감지했 는지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어딘가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 아직 아직 흑마가 침입해서는 안 되는데···
그녀의 공간은 여전히 미완성인 채 였다· 그래서 철저하게 흑마력을 차 단하는 결계를 깔아놓았을 터·
그런데 대놓고 흑마인 하나가 침 입해 왔으니 크게 당황할 만도 했 다· 지금의 연홍춘삼월은 본래의 힘 을 거의 잃어서 활동이 불가능한 상 태였으니까·
당황하여 양손으로 입을 가린 그녀 에게 서둘러 소리쳤다·
“어딥니까!”
“어 어··· 그게 무슨····”
“흑마력이 감지되는 곳을 빨리 말 하라는 겁니다! 제가 가서 막을 테 니까요!”
“아 안 된다· 네 수준으로는 막을 수 없어· 당장 내 아이 꽃서린을 불러야····”
“그럴 시간이 어딨습니까! 빨리 위 치나 말하세요!”
예의바르게만 말하던 내가 윽박지 르자 연홍춘삼월은 크게 당황하였 다· 지금의 그녀는 기억의 대부분과 자아마저도 거의 잠들어 있는 채라 평정심마저도 유지하지 못하는 것처 럼 보였다·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다·
십이신월 연홍춘삼월·
그녀가 가지는 가장 강력한 무기 중 하나가 ‘그 무엇에도 결코 흔들 리지 않는 정신력’이었는데 고작 흑마인 하나가 침입해 왔다고 당황 하는 꼴이라니·
약해진 모습이 훤히 보여서 마음이 아팠으나 지금은 그런 걸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저기··· 저쪽이다· 저곳에서 흑 마력이 내 아이들을 물들이고 있 어····”
그것으로 충분했다·
아티팩트〈원한 서린 나뭇가지〉를 꺼내서 오른손에 꽉 쥔 채 망설임 없이 그녀가 가리킨 방향으로 질주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