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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패밀리어 계약식(4)
사실 ‘패밀리어 계약식이라는 말 에는 조금의 어폐가 있을지도 모르 겠다· 애당초 신수와 마법사가 계약 하는 이유는 서로의 이득을 챙기기 위해서ス] 가족 같은 유대감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었으니까·
신수와 계약하면 누구나 패밀리어
를 어디에서든 소환할 수 있다고 생 각하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마법사와 패밀리어는 계약하는 순 간 서로에게 어떠한 ‘이득’을 주는 구조였는데 그 이상의 것을 서로 원 하지 않는다면 소환은 불가능하다·
예를 들어 어떤 불꽃의 패밀리어 와 계약하면 ‘화염 속성 캐스팅 속 도가 빨라지며 위력이 증가한다’라 는 효과를 패시브로 받을 수 있을 뿐 패밀리어를 ‘소환’하는 단계까지 가려면 어마어마한 친밀도를 쌓아야 만 한다·
실제로 ‘원작 로판’에서도 패밀리 어를 직접 소환하는 단계까지 간 마
법사는 그리 많이 등장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중 한 명이 에이젤 모르 프였던가·
풀레임은 그런 생각을 하며 제3계 층을 혼자 거닐었다· 다른 친구들은 데려오지 않았다· 애당초 살짝 위험 한 구간에 들어가서 ‘빛나리꽃’과 계약할 생각이었기어】·
원작 로판에서도 잠깐 언급만 되었 을 뿐 그 존재감이 옅은 신수였던 빛나리꽃은 빛의 성질을 증폭시켜 주는 효과가 있어서 풀레임에게 딱 제격이었다·
“아 찾았다·”
역시·
절벽의 끄트머리 빛이 거의 닿지 않는 장소· 그곳에서 우연히 빛나리 꽃을 봤다는 묘사가 있었는데 이렇 게 발견할 줄이야·
꽃 형태의 신수는 극히 드물었는 데 이 정도 수준이면 거의 4등성에 육박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풀레임은 마음을 가라앉힌 뒤 빛 나리꽃을 향해 손을 뻗었다·
화아악!
마치 바람에 휘날리는 민들레꽃처 럼 빛 무리를 사방으로 퍼뜨리는 빛 나리꽃· 의사소통은 되지 않았지만
저건 틀림없는 긍정의 표시였다·
“좋았어···!”
역시나 광휘 계열 속성을 진하게 타고난 자신이라면 쉽게 될 줄 알았 다· 빛나리꽃과 계약한 풀레임은 기 쁨에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급하게 달려오느라 체력도 잔뜩 지 친 상태였고 어차피 이제 남은 시 간 동안 할 것도 없겠다 적당히 터 를 잡아서 시간만 떼우면 될 듯싶 다·
“어디 보자····”
적당히 쓸 만해 보이던 평평한 지 대를 마침 봐두었기에 풀레임은 그
곳으로 이동하였다·
그런데 이미 선객이 있었다·
“안녕? 풀레임·”
“어라 안녕하세요?”
“마···유성? 에이젤?”
그는 어디서 구해온 건지 세련된 텐트 하나를 쳐둔 채 모닥불에 앉 아서 고기를 굽고 있었는데 옆자리 에는 에이젤이 은은한 모닥불 빛을 받으며 가만히 앉아 있었다·
그저 모닥불조차 최고의 조명으로 만드는 그 신비로운 미모의 남녀를 보며 풀레임은 숨을 들이삼켰다· 확 실히 소설로 읽을 때와 실제로 봤
을 때는 느낌이 다르다·
인간의 묘사력으로는 그들의 외모 를 감히 표현할 수 없으리라·
“우연이네· 이런 곳에서 만나고·”
“그러게· 너네는 왜 음침하게 이런 아무도 안 오는 데에 텐트 깔고 죽 상이야?”
“저도 우연히 지나가다 마주쳤어 요·”
“나는··· 그냥 시간 떼우려고·”
“아·”
그러고 보니 마유성은 특성상 신 수와 친하게 지낼 수 없던가· 모든
신수들이 자신을 꺼리며 도망치는 터에 신수들과 제대로 교감도 못해 봤을 것이다· 그 사실을 알고서 혼 자 시간을 떼우기 위해 인적이 드문 장소에 텐트를 친 것이고·
퍽 안타까웠으나 뭐 어쩌겠나·
“야 나도 밥이나 좀 얻어먹자·”
아마도 에이젤 또한 이곳을 지나가 다 마유성과 우연히 마주쳐서 밥을 얻어먹었다는 그런 전개였을 것이 다·
풀레임은 마유성의 앞자리에 털썩 양반다리로 주저앉아서 꼬치 하나를 집었다· 그러다 영 마음에 들지 않
는다는 듯 배낭을 뒤적거려 조미료 를 꺼냈다·
“드럽게 맛없게도 처먹네· 야 이거 뿌려서 잡숴봐·”
“이건··?”
“소금이랑 후추는 챙겨 다녀야지· 딱 보니까 밍밍하게 맛대가리도 없 이 처먹고 있네·”
어떻게 알았지? 라는 표정의 에이 젤과 마유성· 다 알지· 원작에서 그 들이 얼마나 맛없게 밥을 먹었는지 기억하고 있으니까·
마유성은 풀레임이 건네준 소금을 툭툭 치며 말했다·
“풀레임· 너는 계약했어?”
“일단은 그렇지·”
“···진짜로?”
“저 정말요?”
이렇게 이른 타이밍에 벌써 계약했 다는 말에 크게 놀랐는지 에이젤과 마유성이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풀레임은 어쩐지 머쓱해져서 뺨을 긁었다·
애당초 들어오기 전부터 무슨 신수 와 계약할지 그리고 그 신수가 어 디에 있는지조차 다 알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러고 보면 그 아저씨는 어쩌고 있을런지·’
풀레임은 제4계층으로 향하겠다던 백유설을 떠올렸다·
그곳은 ‘원작 로판에도 등장하지 않았던 장소였기에 풀레임에게도 미 지의 공간이었다·
하지만 그는 ‘회귀자’였고 그곳에 대한 어떠한 정보가 있을지도 모르 는 노릇· 거기에서 뭘 하려는 건지 는 모르겠지만··· 아무리 그래도 상당히 위험한 공간일 터·
‘뭐 그래도 그 아저씨니까 죽지는 않겠지·’
그런 생각을 하며 마유성의 고기를 마구잡이로 뜯어먹는 와중·
•••퍼펑 콰콰쾅!!
조금 떨어진 장소에서 격렬한 폭 음이 울려 퍼졌다· 그들은 즉시 자 리에서 일어나서 근처를 살폈다·
“뭔 소리야?”
“가까운 데서 전투가 벌어지는 것 같은데요····”
그런데 학생이 이렇게까지 큰 폭 음을 낼 수 있던가?
···한 명이 있기야 있는데·’
1학년 중에서도 가능한 학생이 있
기는 있다· 단 한 명 홍비연·
하지만 뭔가 이상하다· 홍비연의 불꽃이라기에 저 폭음이 들려온 근 방에서는 뭔가··· 기분 나쁜 감각이 넘실거렸기 때문이다·
“별일 아니겠ス]· 야생동물도 많은 곳이니까 굳이 걱정은 안 해도 될 거 같은데? 3계층까지 왔다는 건 실력에 자신이 있다는 거니까·”
“네···· 그렇긴 한데 뭔가····”
에이젤이 무어라 말을 하려는 그 때·
···오싹!
전신을 짜릿하게 자극하는 어떤
역겨운 기운이 공기를 타고 스쳐 지 나갔다·
그것을 느낀 즉시 풀레임과 마유성 은 동시에 어딘가를 바라보았다·
“이건···!”
틀림없는 ‘흑마력·’
‘어째서?’
분명 ‘원작 로판’에서는 이런 일이 없었다· 패밀리어 계약식은 단순히 에이젤과 홍비연이 마찰을 일으키는 정도의 사건밖에 없었을 텐데····
거기까지 생각한 뒤 후회했다·
‘내가 또 무슨 멍청한 생각을· 원
작에서 없던 일이 발생한 게 한두 번도 아니고!’
그녀가 자책하는 동안 마유성은 자리에서 일어나 말도 없이 그곳을 향해 도약하였다·
파앙-!!
“우왓?! 무 무슨····”
바닥에 흙먼지를 튀며 저 하늘까지 날아오른 마유성을 보며 풀레임 또 한 표정을 굳히고서 잽싸게 자리를 박차고 달렸다·
“에이젤! 우리도 가자!”
“끄응 알겠어요!”
무슨 일이 발생했다·
틀림없다·
그런데 무슨 일인ス 1 도저히 감도 잡히지 않았다·
‘대체 뭐가 어떻게 되는 거야···?’
* * *
파스스····
자욱하게 낀 연기가 서서히 걷히 며 홍비연은 마른기침을 내뱉었다·
무언가가 가슴을 짓누르는 감각에
손을 가져다 대자 따스한 감촉이 느 껴 졌다·
“쿨럭···!”
기침을 내뱉으며 상체를 일으키려 던 그녀는 자신의 가슴팍을 짓누르 던 무언가의 정체를 확인하였다·
“공···주···님····”
“아르슈앙···?”
기절한 채 쓰러져 있는 아르슈앙· 그녀는 온몸이 흙투성이였는데 다 행스럽게도 큰 상처는 없어 보였다·
“이게 무슨····”
“공주님!!”
서둘러 아르슈앙을 옆으로 눕힌 그 녀는 파벌원들이 비명을 지르듯 자 신을 부르자 서둘러 돌아보았다·
쩌적 쩌저적···!
무언가가 산산조각 부서진 채 파 편을 흩날리고 있었다· 홍비연은 저 것의 정체를 단번에 알아볼 수 있었 다·
‘제4계층의 결계···
위험한 신수들을 모조리 가둬놓은 제4계층을 틀어막은 그 결계가 완전 히 박살 나버린 것이다·
그리고 깨진 틈새를 비집고 튀어 나온 신수 한 마리가 하늘을 휘저으
며 초음파를 내뱉었다·
뿌우우우一!
“꺄아아악!”
으윽!”
학생들이 귀를 틀어막고서 비명을 질렀다· 그런 와중에도 홍비연은 침 착한 얼굴로 그것을 바라보았다·
비록 흑색의 기운에 물들어 고통스 러운 듯 몸부림을 치고 있었지만 틀림없다·
저것은 바로 홍비연이 찾던 신수 ‘서리진 불꽃의 돌고래’였으니까·
그것을 찾았다고 기뻐할 틈은 없었
다· 온몸에 흑색의 스파크를 튀기고 있는 모습은 굉장히 불안정해 보였 고 위태로웠으니까·
‘신수의 흑마 침식···
흑마인이 막 날뛰기 시작한 천 년 전에야 흔하게 발생했지만 신수들 이 모두 세상의 음지로 숨어든 지금 은 거의 볼 수 없는 현상·
신수들은 유난히 흑마력에 약했고 덕분에 흑마에 한 번 잠식되기 시작 하면 그 감정과 마력을 억누르지 못 하고 거칠게 폭주하여 굉장히 위험 하다고 하였다·
‘빠르게 제압하는 수밖에 없어·’
화륵! 홍비연이 스태프를 치켜들어 불꽃을 피워 올리려던 그때 하늘에 서 거대한 얼음이 떨어져 내리더니 돌고래의 등을 찍었다·
그러자 온몸이 얼어붙어 움직임이 멎는 돌고래· 이윽고 하늘에서 빛의 사슬 하나가 차르륵 떨어지더니 돌 고래의 몸을 휘감았고 그 위로 마 유성이 모습을 드러내더니 거대한 바위의 주먹으로 그것을 후려쳐 바 닥으로 떨어뜨렸다·
꾸웅-!!
쿵····
안개가 자욱하게 꼈으나 이내 바
람이 불어와 시야가 확보되었다·
그 사이로 모습을 드러내는 소년과 소녀들· 풀레임은 쇠사슬에 ‘흑마정 화’의 힘을 담아 마나를 부여하였 다·
파앗···!!
아직 흑마 침식이 많이 진행되지 않은 덕분일까 흑마력은 금세 정화 되었고 돌고래 신수는 힘이 빠진 듯 그대로 눈을 감아버렸다·
‘다 다행이다····)
하마터면 메인 스토리가 진행되면 서 항상 등장하던 중요한 신수가 흑 마에 타락할 뻔했다·
풀레임은 숨을 고르며 홍비연을 향 해 외쳤다·
“야! 공주! 이게 뭔 일이야!”
하지만 대답이 돌아오기도 전에 그들 또한 보고 말았다·
쩌저적···
제4결계를 가로막고 있던 붉은색의 결겨】가 산산조각 부서지고 있는 모 스 으
“뭐 뭐야··· 저게 어떻게···
그리고 그 결계 틈새로 한 사람이 걸어 나왔다·
학생들은 뒤로 멀찍이 물러나며 전
열을 재정비하였고 풀레임 일행 또 한 그들과 붙어서 결계를 향해 지팡 이를 겨누었다·
“···가장 맛있는 음식은 원래 마 지막에 먹어야 하는데 계획이 틀어 졌군요·”
그곳에서 드러낸 사람은 다름 아 닌 메이젠 티렌 교수·
“교 교수님···r
누군가가 그녀를 불렀지만 대답을 들을 필요는 없어 보였다·
붉게 솟아오른 한 쌍의 뿔·
피막으로 뒤덮인 눈동자·
거의 3m에 다다를 정도로 거대해 진 몸체와 온몸 여기저기에 튀어나 온 기괴한 뼛조각까지·
그녀는 더 이상 인간이 아닌 흑마 인이었다·
메이젠은 학생들을 스윽 훑어보았 다· S반의 학생이 무려 4명이나 있 는 데다가 열댓 명의 다른 학생들 역시 A반으로 추정·
그녀는 혓바닥으로 입술을 핥더니 양손을 바닥에 흩뿌렸다·
퍼엉!!
그러자 사방으로 퍼지는 흑색의 마 력 폭풍·
“꺄악!”
“크으윽···!”
고작 마나를 발산했을 뿐인데도 어 마어마한 위력에 학생들이 뒤로 주 춤 물러났다·
‘하아··· 그래 이 힘이야·’
메이젠은 본디 연금술사고 마법사 로서의 재능은 형편없었다· 고작해 야 4클래스를 조금 웃도는 수준·
그녀가 연금술사로 전향하게 된 것 은 어찌 보면 부족한 재능 탓에 반 강제적이었다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최소 5클래스에서 최고의 출력을 낸다면 6클래스의 파괴력까지 방출 할 수 있게 되었다·
고작해야 물약이나 깔짝거리던 자 신은 이제 없다·
진정한 자신의 힘·
진정한 자신의 마법으로 차근차근 세상에 메이젠 티렌이라는 이름을 널리 떨치리라·
“그럼··· 만찬을 즐겨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