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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예상치 못한 일(3)
혜이진 마카론은 다양한 속성 마법 을 구사할 수 있었지만 가장 주력 된 마법은 역시나 환상이었다·
그런 환상이 완전히 무력화되었으 니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비켜라 부단장·”
카엔은 드물게도 그녀의 직책을 부 르며 뒤로 물렸다· 그 또한 지금 이 상황이 진지해질 필요가 있다고 느 낀 것이다·
“네 소속을 밝혀라·”
“스텔라 아카데미 1학년 S반 마법 전투 학과···
“아니· ‘진짜 소속’을 밝히란 말이 다·”
백유설이 대답하지 않자 카엔은 눈썹을 꿈틀거렸다·
“그래 말할 수 없다는 거겠지·”
카엔은 완드를 겨누며 말했다·
“네가 어디 소속이고 왜 스텔라에 잠입했는지는 묻지도 간섭하지도 않 겠다· 다만 우리의 일에 너 또한 관여하지 마라· 쓸데없는 충돌은 피 하고 싶으니·”
“그건 곤란한데요· 그 학생을 죽일 셈 아닙니까?”
“···그래· 그게 우리의 방식이다·”
흑마화의 낌새가 보이는 인간이 있 다면 죽여서 처리한다· 그래야 후환 이 없으니까·
그들에게 감정적인 호소는 소용이 없다· ’당신의 친구가 그렇게 됐어
도 죽일 거냐’라거나 ‘내 친구니까 제발 살려줘라’라는 둥·
이런 건 저들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다· 감정이 없는 이들보다도 더욱 로봇처럼 행동해야만 하는 게 바로 삭월탑의 마법사였으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물러날 수는 없 다· 저들과 싸워봐야 단 5초 안에 죽어버릴 자신이 있는 백유설이었지 만 해원량만큼은 목숨을 걸고 지켜 낼 가치가 있는 존재였으니까·
,어쩌다 이렇게 된 건지···:
남들 다 세계수 탄신일을 구경할 때 그는 시장에서 쇼핑을 하고 있
었다·
그때 갑작스레 나타난 메시 ス]·
[에피소드에 변수가 발생했습니다·]
[‘EP008 해원량 흑마화 루트’가 진 행됩니다·]
본디 메이젠 교수의 흑마 침식으 로 인한 불똥이 학생에게 튀는 건 단 한 명이었을 것이다·
제키 해원량 아르슈앙·
원작에서는 위의 세 명 중 한 명 이 특정 이벤트 때 랜덤으로 흑마화
되었다·
‘제키 흑마화 루트’는 EP006 페르 소나 게이트 실습 때 발생하며·
‘아르슈앙 흑마화 루트는 EP007 패밀리어 계약식 때 발생하고·
‘해원량 흑마화 루트는 EP008 흑 마 침식 때 발생한다·
제키 흑마화 루트는 이미 순조롭게 클리어하였고 솔직히 아르슈앙 흑 마화 루트는 너무 쉬워서 언급할 가 치도 없다·
문제는 해원량 루트·
해원량 루트는 정말 극악의 확률로 나오는 이벤트 분기였는데 이와 관
련하여 공략글을 작성했던 어떤 커 유니티의 고인물 유저는 이렇게 말 하기도 했다·
[해원량 흑마화 루트를 탔다면 이 미 99% 확률로 배드엔딩이다· 포기 하고 새 캐릭터 만드는 게 빠르다·]
[그럼에도 굳이 공략하고 싶다면 이 글을 읽어라·]
[사서 고생해 봐야 부질없는 노력 이었음을 깨닫게 될 테니까·]
왜 난이도가 극악일까·
해원량이 워낙에 강력하여 상대하 기 어렵다는 이유도 있었으나 그를 쓰러뜨린 이후에도 어떤 선택지를 고르냐에 따라서 ‘해피엔딩’으로 향 할지 ‘배드엔딩’으로 향할지가 결정 되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풀레임이 거의 잘 해 결한 것 같긴 한데·’
본래 이 세계의 주인공은 풀레임이 다· 백유설이 꼭 나서지 않아도 어 떠한 방향으로 미래는 꾸준히 전진 한다·
풀레임은 정말 놀랍게도 99%의 확률로 배드엔딩을 본다는 [해원량
흑마화 루트]에서 1%의 확률로 해 피엔딩의 선택지를 골랐다·
아마 본인이 그런 기적적인 확률 의 선택을 했다는 사실조차 모르겠 지· 대체 어떤 식으로 해원량의 마 음을 공략했는지는 모르겠으나 이 제 정화 마법을 사용하여 마무리하 는 일만 남았다·
그런데 하필 ‘삭월탑’의 마법사들 이 끼어들다니·
‘후우 조금 더 일찍 와서 도왔어 야 하는 건데····)
흑마력을 감지하는 능력이 현저히 뒤떨어지는 백유설이었기에 현장에
너무 늦게 도착하고 말았다·
어떻게 할까·
단 한 번이라도 저들을 설득할 수 만 있다면 풀레임의 마법으로 해원 량을 완전히 정화할 수 있을 터·
하지만 삭월탑의 마법사들은 절대 로 타협이 통하지 않는 존재·
눈앞에 혹마인이 있다면 반드시 머리를 분해해야 직성이 풀리는 놈 들밖에 없었다·
그들이 나쁘단 건 아니다· 흑마인 은 악(惡)이었으니 굳이 따지자면 그들은 정의의 수호자였다·
그러나 지금 그래선 안 된다·
단 한 걸음·
한 걸음만이라도 삭월탑의 마법사 들을 물러나게 하는 방법·
*···그런 방법이 상황 좋게 팍 떠 오를 리가 없지·’
백유설은 사실 그렇게 머리가 좋은 편이 아니다· 이 상황에서 만화처럼 기적적으로 비책이 떠오르거나 하지 는 않았다·
‘이판사판으로 가는 수밖에·’
그는 테리폰을 꺼내 들었다· 마법 검을 방출하지는 않았으나 그것만 으로도 충분히 싸우겠다는 의사를 표출하기에는 충분했다·
“동급생을 죽이겠다는데 내가 그 냥 지나갈 이유는 없어 보이는데요· 싸우자는 뜻 맞죠?”
“···우리와 싸워서 네가 득 될 건 없을 거다· 너는 반드시 죽는다·”
“뭐 죽더라도 시끄럽게 굴 수는 있겠네요· 당신들 딱 보니까 얼굴 드러내놓고 당당하게 활동하는 사람 들은 아닌 거 같은데 어디 한번 이 목 좀 끌어볼까요? 사람들 올 때까 진 짜증 나게 굴 자신 있는데·”
카엔은 잠시 침묵하다가 입을 열었 다·
“원하는 건?”
“나를 믿고 딱 한 번만 그 친구를 정화하게 해주십쇼·”
“부질없는 짓이다· 어차피 흑마를 정화해 봤자 감정은 돌아오지 않을 테니까·”
“그러니까 믿으라는 거 아닙니까· 저 꼬맹이가 쓰는 마법으로는 감정 을 원래대로 되돌릴 수 있거든요·”
슬쩍 풀레임을 가리키면서 말하자 그녀가 움찔 눈동자를 떨었다· 사실 풀레임의 ‘마법’이 아니라 풀레임이 사용하는 방법’의 문제였지만 거기 까지 자세히 설명할 필요는 없어 보
였다·
풀레임은 식은땀을 홀리면서 백유 설의 뒷모습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어떻게 움직일 수 있는 거지···?’
혜이진은 먼 훗날 환상 마법의 최 고 권위자로 군림하게 된다· 현재로 서는 그 정도까진 아니지만 어쨌든 그녀의 환상 마법은 깨뜨리기가 굉 장히 어렵다·
그런데 저 환상 속에서도 아무렇지 않은 듯 움직일 수 있다니· 마유성 또한 적잖게 놀란 듯 표정이 심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백유설이 저렇듯 자유롭게 움직인다는 사실 자체를
믿을 수 없다는 듯·
‘···회귀자니까 어떻게든 했겠지·’
중요한 건 과연 카엔이 그의 의견 을 수용할지였다·
“만약 감정의 정화에 실패한다면?”
“깔끔하게 물러날게요·”
“···좋다·”
카엔으로서는 나쁘지 않은 제안이 었다· 최소한 혜이진의 마법을 가볍 게 파훼할 정도의 실력자와 괜히 싸 우게 되면 필시 모든 요정의 왕이자 엘프들의 왕 ‘꽃서린의 눈에 띄게 될 터·
그건 정말로 좋지 않다·
그러니 지금 당장 한 발자국 물러 나는 게 나은 판단으로 보였다·
“약속을 어기면··· 소란이고 뭐고 최대한 고통스럽게 죽여주도록 하 지·”
“크흠흠 살벌하게 왜 그러시나·”
순간적으로 카엔의 진심 어린 살기 가 닿은 탓에 팔이 후들후들 떨렸으 나 그는 최대한 손을 감춰서 들키 지 않을 수 있었다·
“혜이진· 환상을 풀도록·”
“단장 저 말을 믿어?”
“···쓸데없는 소란을 일으키고 싶지 않을 뿐이다· 거짓말이라면 그때 가 서 죽여도 늦지 않는다·”
“끄응 알았어····”
혜이진은 한숨을 폭 내쉬고서 지팡 이를 흔들었다· 그러자 환상이 풀리 며 풀레임의 몸이 자유로워졌다·
“앗····”
그녀는 덜덜 떨리는 다리를 억지로 일으켜 세워 스태프를 질질 끌고서 해원량에게 다가갔다·
그러고선 그 앞에 풀썩 주저앉았 다· 환상에 억지로 버티느라 다리에 힘이 풀린 탓이다· 그러나 마법은
일전에 완성해 두었고 해원량을 정 화하는 데에는 문제가 없었다·
그녀는 기절한 해원량의 이마에 스 태프를 가져다 대어 주문을 외웠다· 아니··· 주문이라기엔 그것은 마 치 찬송가처럼 들렸다·
천사의 마법은 노래를 통해 발현된 다· 혼자서 노래를 부르고 있음에도 마치 수십 명의 성악대가 합창을 하 는 듯 풀레임의 입에서 수많은 목소 리가 흘러나왔다·
그건 인간의 언어가 아니었기에 이 해할 수 없었으나 최소한 그 음율 이 가슴에 와닿는다는 것 정도는 알 수 있었다·
“다 단장· 저거 광휘 마법이지?”
“···그래·”
“하지만 쟤는 신성교단이 아니잖 아···? 게다가 저 정도의 힘은 거의 성자와 성녀에게 맞먹는 수준인 데····”
“올해 입학한 특이한 학생 중 천 사의 힘을 직접 사용하는 신입생이 있다고 듣기는 했다·”
“대박· 진짜 대박이야·”
빛이 풀레임을 중심으로 점점이 떨 어져 일곱 개의 기둥을 세웠다·
이윽고는 해원량의 몸에 금색의
사슬이 둘러지더니 빛의 기둥이 그 를 관통하였다·
“커혹···!”
그러자 사방으로 분출되기 시작하 는 흑마력· 그의 본질을 물들이던 흑마력이 외부로 모조리 빠져나가고 있는 것이다· 완전히 물들어버린 내 부의 흑마력은 정화되어 푸른색의 마나로 돌아왔고 기괴하게 변형되 었던 신체 역시 인간의 것으로 되맞 춰졌다·
정화의 과정은 길지 않았다·
짧은 순간에 해원량은 다시 인간의 모습으로 되돌아왔다·
“쿨럭···
억지로 자신의 수준보다 한 단계 높은 마법을 사용한 탓에 내상을 입은 풀레임이 피를 토하며 바닥에 주저앉았으나 그녀에게 신경 쓸 틈 은 없었다·
카엔이 곧바로 해원량의 신체를 속 박했기 때문이다·
“···확인해보도록 하지·”
이윽고 해원량이 서서히 눈을 뜨 スト 혜이진이 그의 이마에 스태프를 겨누었다·
“네가 누구지?”
“···해원량·”
“지금 기분은 어때?”
“···나쁘지 않다·”
“누구 죽이고 싶은 사람 있어?”
“···없다·”
“네가 싫어하는 것은?”
“···패배하는 것·”
얼핏 들으면 이상한 호구조사라도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저것은 혜이 진의 특기였다· 무의식의 대상에게 서 단편적인 대답을 뜯어내는 것·
의식 깊은 곳에 잠든 중요한 정보 를 알아낼 수는 없지만 최소한 그
의 상태를 파악하는 건 가능했다·
“그럼 네가 좋아하는 건?”
“말해·”
“흐응 이건 절대 말하기 싫다는 데? 그럼 어쩔 수 없지〜”
“결과는?”
“완전 정상인데? 흑마화가 되었다 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그냥 일반 인간이야· 부정적인 감정은 거의 없 어졌어· 아니 원래부터 그런 감정이 없었다고 해야 하나···· 억지로 감
정을 주입당했던 느낌이야· ‘숙주’가 상당히 강력한 모양인데?”
“그렇군·”
카엔은 무덤덤하게 고개를 끄덕였 으나 사실 굉장히 놀라고 말았다·
아니··· 놀라는 정도가 아니었다·
지금의 사건은 그의 가치관을 송두 리째 흔들어버린 것이나 마찬가지였 다·
여태껏 한 번이라도 흑마에 침식된 존재는 다시 원래대로 돌아올 수 없 다고 생각하여 모조리 죽이고 다녔 을 터인데·
이렇게나 손쉽게 고작해야 열일곱
의 소녀가 감정을 완전히 돌려놓다 니· 도저히 믿을 수 없었고 믿고 싶지도 않았다·
그러나 눈앞에 보이는 현실이 강제 로 진실을 깨닫게 하였다·
“단장 어떡할까?”
“···돌아간다·”
“알았어〜”
카엔의 기분이 굉장히 좋지 않아 보였기에 혜이진은 장난을 치진 않 았다· 그녀도 상황을 봐가면서 행동 하였으니까·
다만 이 상황이 너무 재미있어서 쿡쿡 새어 나오는 웃음을 참지는 않
았다·
우리 단장 많이 당황한 거 봐〜‘
어쩌면 좋을까· 자신의 신념을 신 앙처럼 믿으며 평생을 행동해왔는 데 그게 고작 열일곱의 소년 소녀 들에 의해 부정당했는데·
“흔적을 지워라·”
그리 말한 뒤 카엔은 더 볼 것도 없다는 듯 등을 돌렸다·
“그럼 꼬마 친구들〜 다음에 또 보 자구〜!”
그렇게 13번 멸암단의 단장과 부 단장이 완전히 자취를 감추었고·
백유설은 그 자리에 주저앉으며 후 들후들 떨리는 다리를 부여잡았다·
“와우··· 진짜 죽는 줄 알았네···「
눈빛만으로도 사람을 죽일 수 있다 는 카엔을 면전으로 만나서 심지어 대들기까지 했는데 살아남았다·
그런데 어쩐지 가장 위험한 인물들 과 척을 지게 된 것 같다는 생각에 영 뒷맛이 좋지 않았다·
···죽기밖에 더 하겠냐·’
그는 태평하게 생각하며 드러누웠 다· 지금은 한 발자국도 움직이고 싶지 않았다·
* * *
···사건이 모조리 종료된 이후·
세계수 탄신일을 성공적으로 끝마 친 꽃서린은 자신의 성으로 돌아옴 과 동시에 쉴 틈도 없이 곧장 하늘 꽃요람으로 돌아왔다·
물론 복장을 완전히 뒤바꾼 탓에 그 녀를 알아볼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시간은··· 별로 많지 않다·’
이미 한 시간 가까이 세상에 자신 의 모습을 노출하고 말았다· 자칫
잘못하다간 자신의 저주에 영향을 받는 피해자가 나올 수도 있으므로 빠르게 사건을 처리해야만 했다·
‘그건 틀림없는 흑마력이었다·’
베테랑 마법 전사조차 눈치채지 못 할 정도로 은밀한 흑마력· 그러나 어째서인지 도중에 그 흑마력이 완 전히 자취를 감추었다·
누군가가 퇴치했을 가능성도 있었 지만 그런 가능성 따위에 위험요소 를 놔두고 싶지는 않았다·
마침내 흑마력이 감지되었던 어느 공터에 도착한 꽃서린은 눈을 감고
서 손바닥을 뻗었다·
“바람아 내게 기억을 들려다오·”
그러자 코끝을 맴도는 기억의 향기 가 순식간에 머릿속으로 새어 들어 왔다·
,이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온통 흑 백으로 가득한 바람의 기억· 누군가 가 의도적으로 마법을 사용하여 지 운 것이다·
이미 지워진 기억은 고등급의 마법 으로도 되살릴 수 없다·
하지만 꽃서린은 가장 위대한 요 정· 고작 이 따위 마법에 굴할 그녀
가 아니었다·
¹¹조금 더 자세히 속삭여다오·”
땅과 바람이 꽃과 풀잎이 나무와 바위가·
주변의 모든 것들이 기억하고 있는 이 현장의 상황을 꽃서린에게 속삭 였다· 기억을 지운 자들은 어찌나 철저한지 이렇게나 애를 쓰고 있음 에도 기억이 거의 보이지 않았으나 단편적인 상황을 볼 수는 있었다·
···누군가가 흑마인으로 추정되는 자에게 정화 마법을 사용하고 있었 으며 그 사이에서 두 명의 마법사 와 한 명의 마법사가 대치하고 있
다·
얼굴은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다만 스텔라의 교복을 입은 듯 한····
“윽···!”
억지로 자연의 기억을 쥐어 짜낸 탓에 두통이 찌르르 몰려왔다·
그런데 그 순간·
꽃서린의 코끝으로 어떤 익숙한 향기가 스쳐 지나갔다·
‘이 이건···!
그것은 잊으려야 잊을 수 없는 향 기·
그녀의 아주 오랜 친구였으나 이 제는 볼 수 없게 된····
신령 잎하넬의 향기·
그것이 아주 짙게 풍겨왔다·
‘어떻게···?
잎하넬은 자신의 정원에 영원한 잠 에 빠져들어 있단 말이다· 절대로 외부 활동을 할 수 없는데 어째서 이 기억 속에서 잎하넬의 향기가 느 껴진단 말인가·
···아니· 가능성은 하나 더 있다·
‘만약 잎하넬의 심장을 홈친 범인 이라면····’
그자라면·
자신의 가장 소중한 친우의 심장을 강탈해간 그 증오스러운 놈이 이 자 리에 찾아왔다면
틀림없이 이토록이나 진하게 잎하 넬의 향기를 풍길 수 있을 것이다·
그녀는 분노를 담아 안광에 힘을 주었다· 기억을 더욱 자세히 훑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기억은 점 점 더 희미해져 갔고 자연은 힘을 잃어갔다·
“욱···
심지어 거기에 머리의 뚜껑이 통째 로 열리는 듯한 두통까지 가세하자 꽃서린은 더 이상 기억을 읽을 수 없었다·
“하아 하···
바닥에 주저앉은 채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꽃서린은 입술을 피가 나 도록 깨물었다·
“기필코····”
자신의 친우를 영원한 고통 속에 잠들게 만든 그 씹어 먹을 범인을 찾아서·
“똑같이 되돌려주겠다···
꽃서린의 분노는 점점 더 깊어져만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