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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아이템(2)
제1본탑 79층·
교감실·
교감 아키헤이든은 손가락으로 책 상을 툭툭 치며 입을 열었다·
“실패했다지·”
그러자 맞은편에 서 있던 신월학
과 교수 레이딘이 자신의 외안경을 문지르며 고개를 끄덕였다·
,,예·,,
“쯧 또 교장이 지랄을 하겠군·”
“당장 교장보다는 교주님이 노하 실까 걱정입니다·”
“자네는 고지식해서 탈이야· 실패 한 건 안타깝지만 방법이야 더 있 으니까·”
“···메이젠 교수를 폭주시킬 생각 이군요·”
“그래 맞다·”
방법이 더 있다지만 실패는 뼈저
리게 아플 수밖에 없었기에 아키헤 이든은 안경을 벗고 이마를 짚었다·
이번에 진짜 페르소나 게이트를 연 이유는 참으로 간단하게도 ‘아슬란 세미나’어] 참석할 가능성이 높은 학 생 하나를 처리하기 위해서였다·
세계 최고의 마법 명가의 자제이거 나 혹은 매년 ‘떠오르는 샛별 12인’ 에 뽑혀야만 참석할 수 있는 아슬란 세미나·
월영교의 마법사들은 ‘에이젤 모르 프’가 아슬란 세미나에 참석하지 못 하기를 원했다·
만약 겨울의 축복을 받은 에이젤
모르프가 그곳에 참석했다가는····
‘또 고정석 하나를 빼앗기겠지·’
그건 골치가 아프다· 게다가 모르 프라는 가문 자체가 상당히 부담이 었기에 빠르게 치워 버릴 수 있으 면 좋겠다고 생각했건만·
“덤으로 거슬리는 학생 세 명을 처 리할 수도 있었는데 안타깝군요·”
“···흠· 그것도 그렇지·”
하늘에서 뚝 떨어진 듯한 소년 소 녀들과 아돌레비트의 공주까지·
그들 모두 아슬란 세미나에 참석 할 가능성이 높은 학생들이었다·
“아 그래· 백유설 그놈은 걱정 안 해도 된다·”
“···그렇습니까?”
“애초에 마법도 안 쓰겠다고 나대 는 놈이다· 학회에서도 그놈을 별로 좋게 보지는 않고 있어· 아예 목록 에서 배제하도록 힘쓰는 건 일도 아 니 ス]· 그보다는 얼마 전에 아돌레비 트의 공주가 세미나 건으로 이사회 를 찾아왔더군·”
“홍비연···은 아니겠군요·”
“그래· 그 싸이코가 왔었다· 대체 무슨 꿍꿍이인ス】· 나이도 먹을 대로 처먹은 주제에 세미나에 참석할 생
각인가? 어이가 없지·”
올해의 사건들은 하나하나가 폭탄 같았다· 세계 최고의 천재들이 동시 에 입학하지를 않나 교주님의 계획 이 하필이면 이때 시작되지를 않 나····
“안 그래도 교장 놈이 냄새를 맡은 것 같아서 신경 쓰여 죽겠는데· 최 악이군· 이상으로 보고할 건 더 있 나?”
“없습니다·”
“그럼 가 보도록·”
,,예·,,
레이딘은 고개를 꾸벅 숙이고서 교
감실을 빠져나왔다·
복도를 걷던 그는 잠시 멈춰 서서 벽을 바라보았다· 거울이 있었다·
그는 외안경을 고쳐 쓴 뒤 말끔하 게 올백으로 올린 머리카락을 정돈 하였다· 교수로서 지내기 위해서는 외모 관리에 특히나 신경을 써야 했 으니까·
그때·
뒤쪽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그는 분주히 움직이던 손을 멈췄다·
“교수님 오랜만이네요· 못 알아볼 뻔했잖아요;
레이딘은 천천히 뒤를 돌아보았다·
예의 바른 미소로 자신을 반기는 학생 한 명·
마유성이었다·
“···도련님이군요·”
“와 어렸을 때 기억으로는 완전 야만인처럼 하고 다니셨는데 지금은 거의 다른 사람이네요?”
여】· 그렇게 됐습니다· 볼일이 없으 시다면 가 보겠습니다·”
그리 말한 뒤 레이딘이 돌아서スト 마유성이 말했다·
“교수님· 이번에 제 친구들이 다칠 뻔했어요· 이것도··· 그 엉덩이 무거 운 늙은이가 계획한 건가요?”
그 말에 레이딘은 싸늘한 표정으로 마유성을 돌아보았다·
“제아무리 도련님이라도 교주님을 향한 무례한 언행은 용서할 수 없습 니다·”
“그런가요?”
“그리고 ‘친구’라고 하셨습니까? 마법사들과의 생활에··· 너무 과하 게 몰입하신 거 아닙니까?”
그러자 마유성이 냉소적으로 웃었 다·
“몰입이라· 글쎄요 저는 진짜 이 생활을 즐기고 있거든요·”
레이딘은 순간 그 얼굴에 짙은 그 림자가 드리운 것만 같다는 착각을 하고 말았다·
마법적인 힘도·
신월적인 힘도 아닌·
그저 위압감으로부터 비롯된 환상· 그는 잔잔한 미소를 띤 채 레이딘에 게 다가와 귓가에 조용히 속삭였다·
“···교수님· 세상 정말 좋아졌네요· 그렇죠? 제 앞에서 그딴 건방진 소 리도 지껄일 수 있고·”
레이딘은 뺨을 타고 흐르는 식은땀 을 느꼈다· 손바닥이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
,제왕의 기백,
이 세상에서 천부적으로 왕이 될 자격을 타고난 이들에게만 존재하는 특성·
그는 애써 티를 내지 않을 수 있 었다· 마유성이 아직 온전히 제왕으 로서의 자격을 갖추지 못한 탓도 있 지만 레이딘이 야생에서 숱하게 살 아남았던 경험 덕분이리라·
이내·
언제 그랬냐는 듯 분위기를 말끔
하게 풀어버린 마유성은 뒤로 세 발 자국 물러났다·
“조심하는 게 좋을 거예요· 지금은 가만히 있지만··· 당신들 솔직히 너무 거슬리거든요·”
말을 끝마친 뒤 마유성은 복도 반 대편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뚜벅 뚜벅-
그 발소리마저도 메아리처럼 레이 딘의 귓가를 촉촉하게 적셔왔다·
그저 이 짧은 복도에서 멀어져 가 고 있을 뿐인데도 억겁의 세월이 걸리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마침내 마유성이 모습을 감추자·
레이딘은 침착하게 숨을 고르고서 다시 거울을 바라보았다·
지적인 외안경 말끔하게 올린 올 백 머리 냉소적인 미소에 날카롭지 만 차분한 인상까지·
정말이지 지독하게도 안 어울렸으 나 마치 태생부터 그랬다는 것처럼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그 이질적인 ‘자신’이 아직까지도 어색하게만 느 껴졌다·
하지만 괜찮다·
···월영교를 위해서라면·’
그 무엇이든 감내할 수 있으니까·
이번 주말에는 맛집 동아리의 부원 들끼리 모일 예정이었다· 뭐 예상은 했지만 파투났다·
에이젤은 정신적 스트레스를 풀겠 다며 기숙사에 틀어박혔고 마유성 은 따로 약속이 생겼단다·
아마도··· 그놈들이랑 만나서 뒷 담화나 해대고 있겠지만·
에이젤의 스트레스도 걱정할 건 없
어 보였다· 이번 게이트를 공략한 대가로 포상금을 어마어마하게 받은 데다가 쏟아진 보상도 적절하게 분 배했으니까·
돈에 환장하는 에이젤인 만큼 금방 정신을 차릴 것이다·
아르카니움 로데오 거리에 간만에 외출한 나는 거리의 카페에 앉아서 혼자 커피를 즐겼다· 나쁘지는 않았 다· 거리에 온통 커플들밖에 없고 그 사이에서 고독을 씹는 건 조금 짜증 났지만·
‘이번에는 그럭저럭 수확이 꽤 괜 찮은데·’
에피소드 클리어 대가로 이번에도 ‘특별 보상’을 약속받았다·
의문이 하나 있다면 이번 에피소 드 때는 뭐가 특별한 건지 모르겠다 는 것·
어쩌다 대장 칼날거미를 떨어뜨려 서 아이하렌 공작부인에게 치명상을 입히긴 했으나 그게 그렇게 보상을 줄 만큼 특별한 일인가? 내 생각에 는 전혀 아닌데 말이다·
그렇다고 준다는 걸 또 안 받기는 바보 같으니 낼름 받는다고 했다·
그런데 뭘 받을까·
여전히 서사력은 제한적이고 받고
싶은 스킬과 아이템은 참 많기도 했 다·
그러다 문득 에피소드 완료와 거의 동시에 떠오른 메시지를 떠올렸다·
[아티팩트 ‘원한 서린 나뭇가지’에 ,원한,이 완전히 축적되었습니다·]
상대방에게 갖다 대어 원한을 심은 뒤 한 번 더 갖다 대면 어마어마한 피해를 입힐 수 있는 이 아티팩트가 드디어 완전히 충전되었다·
일회용이라는 점이 굉장히 안타까 웠지만
‘가만 사용 제한 아이템에 사용 횟수를 추가해 주는 소모품도 있긴 했었지?’
그렇다고 아무 때나 막 받을 수 없는 특별 보상을 소모품으로 받기 도 살짝 아까웠다· 이 보상을 내 성 장에 사용하면 훨씬 유용할 테니까·
‘음 일회용이라····)
그러다 문득 드는 고민·
내가 받을 수 있는 적정 수준의 보상 중에서 내 생명에 보험을 들 어줄 만한 아이템이 떠올랐다·
“마레칸의 펜던트···· 가능해?”
[가능합니다·]
“〇 으 으··”
-—ロ ロ ・
안 된다면 모를까 된다니까 더 심 란하다·
분명히 내 성장은 중요하다· 지금 당장 성장 아이템을 얻으면 미래에 내가 훨씬 더 강해져 있을 수도 있 으니까·
하지만 메인 에피소드에는 온갖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하물며 곧 다가올 여덟 번째 에피소드만 해도 무려 ‘각성한 메이젠 티레을 상대 해야만 하지 않던가·
강해지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당장에 내가 살아남는 데에 도움이 될 만한 보험이 하나 정도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 다·
“···에휴· 그걸로 할게·”
어쩔 수 없다·
하물며 주인공 풀레임조차 선택지를 잘못 고르면 배드엔딩을 맞이하여 픽 픽 죽어대고 불과 얼음의 축복을 받 은 에이젤과 홍비연조차 단 한 번도 죽음의 운명에서 벗어나지 못하였으 며 그 강하다는 마유성도 허구한 날 사망 플래그를 푹푹 꽂아대는 게 바 로 이 거지 같은 세계다·
한낱 엑스트라에 불과한 나는 언제 죽을지 모르므로 이런 보험 하나쯤 있어야 한다·
[아이템〈마레칸의 펜던트〉가 지급 됩니다』
툭! 손바닥 위로 떨어지는 멋스러 운 펜던트· 정보를 즉시 확인해 보 았다·
[마레칸의 펜던트]
* 등급 : 상급
*설명 : 미래의 연금마공학자 마 레칸이 제작한 펜던트· 자신의 목숨 을 지키기 위해 배리어를 극한까지 가공하였다·
*특수 기능
A마레칸 실드
「6클래스 이하의 공격을 무조건 방어한다·
니회 사용 가능
이 정도면 정말 나쁘지 않다· 당장
에 내가 7클래스 이상의 괴물급 존 재와 싸울 일은 없으니까·
일회용이라는 점이 뼈저리게 아팠 으나 만약 제한이 없는 아이템을 고르는 조건이었다면 굉장히 허접한 것밖에 선택할 수 없었을 것이다·
게다가 이건 현대의 아이템 기술로 는 만들 수 없는 아이템이었으므로 그 가치가 더욱 높았다·
펜던트를 목에다가 조심히 건 뒤 전체 능력치를 확인해 보았다·
[매혹나무의 꽃잎을 흡수하여 ‘심 력’이 65% 상승합니다·]
[영구적으로 ‘유혹 계열’ 마법의 대 항력이 아주 약간 상승합니다·]
〈백유설〉
* 능력치
[근력 : 2성 73%] [감각 : 2성 57%]
[민첩 : 2성 42%][체력 : 2성 19%]
[맷집 : 〇성 99%] [심력 : 2성 24%]
[마력 : -]
심력이 오른 건 정말 최고의 수확 이었다· 조만간 십이신월 ‘연홍춘삼 월과 만날 예정이었는데 그때 심 력의 수치가 상당히 중요했기 때문·
물론 2성이라는 수치는 아직도 터 무니없이 낮은 수준이기는 하다만 그래도 1성보다는 훨씬 나을 것이 다·
게다가 슬슬 전체적으로 3성의 능 력치에 가까워지고 있다·
근력 민첩 체력 등의 스탯이 3성 을 넘어가면 ‘초인의 영역이라고 볼 수 있는데 평범한 인간으로는 절대 도달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지금만 해도 특수한 이종족 제외 단순히 인간과 비교했을 때 아마 나 보다 강한 신체를 가진 사람은 없을 것이다·
물론 지금쯤 4성의 능력치를 두 개씩 가졌을 주인공들에 비하면 턱 없이 부족하지만 충분히 빠르게 성 장하고 있었기에 대단히 만족스러웠 다·
아공간의 제작까지 예약되었겠다 이대로 조금쯤은 쉬고 싶지만 안타 깝게도 조만간 다음 [에피소드]가 진행될 예정이다·
‘패밀리어 계약식·’
무려 현장체험학습이라는 명목으로 엘프 왕국 ‘천령나무의 뿌리’의 수 도 ‘하늘꽃요람에서 진행되는 에피 소드였다·
그날은 ‘세계수 탄신일이라는 엘 프들의 축제와 날이 겹쳐서 스텔라 의 신입생들은 그 축제에 아주 잠시 참여하게 되는데 그때 처음으로 엘 프의 왕 ‘꽃서린’이 등장할 것이다·
자애로운 여신과도 같은 미모를 가 진 그녀···라지만 어차피 온몸을 꽁꽁 싸매고 있어서 제대로 보이지 도 않을 거다· 그래서 큰 기대는 하 지 않았다· 어쩌면 평생 보지 못할 수도 있으니까·
이번 에피소드 때는 개별적으로 활 동하여 메인 스토리에 관여하지 않 을 생각이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약간의 준비가 필 요할 테니····
슬슬 완성되고 있을 ‘아이템’을 알 테리샤에게 부탁해서 몇 개 정도는 챙겨야겠다·
* * *
페르소나 게이트 사건이 일단락된 이후 교내의 분위기가 아주 살짝이
지만 흉흉해졌다·
2~3학년의 선배들은 실습 도중에 학생이 사망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였 고 도중에 그만두고서 ‘보조과’로 이전하는 일이 상당히 잦다지만 1학 년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학기 초에 사망자가 발생 하다니·
그러나 언제 그랬냐는 듯 분위기는 빠르게 회복되었다· 원래부터가 전 장에서 살아가기를 각오하고 입학했 던 영재들이다· 이런 일로 우중충하 게 주저앉아 있을 이들은 입학도 전 에 진작 낙오되었다·
“공주님 무사하셔서 정말 다행이 에요!”
“듣자 하니 학교 측의 실수로 페르 소나 게이트가 잘못 만들어졌다고 그러던데···
페르소나 게이트가 진짜라는 사실 은 묻혔다· 교수들이 신신당부한 것 도 있었지만 무엇보다도 교장의 명 령 이었으니까·
아르카니움 로데오거리의 한적한 고급 카페·
붉은 매 동아리 부원들이 모여서 흥비연에게 걱정했다는 말을 던져댄 다· 그녀는 대부분의 말을 듣고 흘
렸다· 그들이 하는 말에는 진심이 거의 담겨 있지 않았으니까·
“홍비연 공주님·”
그러나 이 목소리는 무시할 수 없 겠다·
그녀는 고개를 돌려서 자신을 부른 장본인을 확인하였다·
애드먼 아탈렉· 3학년 선배이スト 붉은 매 동아리의 부장·
“예 선배님·”
“하하· 그렇게 딱딱하게 부르지 않 아도 좋은데· 나도 반말하는 게 조 금 어색하긴 하다·”
“학교 내에서 위계질서는 철저하니 까요·”
“그건 그렇지?”
애드먼이 홍비연의 앞에 앉자 파 벌원들이 우르르 비켜났다·
굳이 따지자면 애드먼 또한 홍비 연의 파벌에 속해 있다고 할 수 있 으나 그 가치가 다른 학생들과는 천 지 차이였다·
열아홉의 나이에 4클래스를 달성한 천재 중의 천재이며 아돌레비트 왕 국의 ‘두뇌’를 담당하는 아탈렉 공 작가의 유일무이한 후계자가 바로 애드먼 이 었으니 까·
아돌레비트 왕국의 양대산맥·
오르칸 공작 가문과 유일하게 대적 할 수 있는 가문 아탈렉 공작가·
그들의 도움이 없다면 홍비연은 감 히 홍시화 공주에게 대적할 수 없으 리라·
그래서 홍비연은 그를 함부로 대 할 수 없었다· 그러니 동등한 관계 라고 하는 게 차라리 옳으려나·
홍비연은 애드먼과 그 추종자들의 지지 없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처 지였으니까·
하지만··· 그 관계는 살짝 위태로 웠다·
따지고 따지면 아탈렉 공작가는 홍 비연의 친가 세력이라고 할 수 있으 나 그 개념은 현재에 이르러 거의 흩어지고 말았다·
아탈렉 가문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 든 홍시화 세력에 힘을 실어줄 수도 있을 정도로 연결고리가 옅어졌다·
물론 그럴 일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하겠지만··· 애드먼의 비위를 맞춰 줄 수밖에 없는 건 현실이었다·
“다친 덴 없지? 네가 어떻게 되는 줄 알고 걱정했잖아·”
다정하게 말하는 애드먼을 보며 소 녀들이 얼굴을 붉혔다· 그는 상당한
미남에 속했고 심지어 머리도 좋고 가문도 좋았으니 인기가 많을 수밖 에 없었다·
그러나 홍비연은 그가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능구렁이 같은 놈····’
그는 뛰어난 지략가이자 정치가였 고 벌써부터 제 밥그릇을 챙기기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았다·
그런 애드먼은 유난히도 홍비연에 게 집착했는데 아마도 그의 최종 목적은 홍비연을 여왕으로 만든 뒤 결혼하는 것·
죽어도 저런 남자에게 시집을 가고
싶지 않았으나 현실은 막막하기만 했다·
당장 여왕이 되지 않으면 숙청을 당할 수밖에 없는 죽음의 외줄 타기 인생을 살고 있는데 애드먼의 도움 이 없으면 여왕이 될 수 없다·
아탈렉 공작가의 도움이 필요 없을 정도로 자신에게 힘이 생기거나 혹 은 아탈렉 공작가에 버금가는 힘을 가진 누군가가 자신의 곁으로 온다 면 모를까 그와 결혼하는 미래는 이미 정해져 있다고 봐도 무방했다·
“···저는 건강하니 걱정하지 않 으셔도 좋습니다·”
“다행이네·”
애드먼은 그 뒤로 시답잖은 이야기 로 홍비연의 환심을 사기 위해 참으 로 애썼다· 그러나 그녀는 건성으로 대답할 뿐이었고 애드먼도 슬슬 이 방법이 통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는지 화제를 돌렸다·
“아 그렇지· 소울 체스나 둘래? 마법사들의 두뇌 스포츠잖아· 곧 교 내 대회도 있을 거고·”
그는 유난히도 소울 체스를 좋아했 다· 교내의 소울 체스 동아리 부장 마저도 가볍게 이긴 데다가 대회에 나가서 상당한 성적을 거뒀을 정도
로 대단한 실력을 가졌다·
홍비연은 소울 체스에 아주 쥐약이 었으나 이 이상 그에게 어울려주지 않으면 애드먼의 마음이 상할 수 있 으므로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 다·
“좋아· 오늘은 내가 한 수 가르쳐 줄 테니까 잘 보고 배우라고·”
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는 이딴 거 지 같은 두뇌 스포츠를 대체 왜 하 는지 모르겠으나 비위를 맞춰주려 면 어쩔 수 없이 해야겠지·
그녀는 체스 말을 손가락으로 굴리 다가 문득 창밖을 바라보았다·
,백유설?,
때마침 거리를 지나가는 백유설 이 시야에 들어왔다·
그는 하품을 쩍쩍 내뱉으며 반쯤 졸린 눈을 하고 있었다· 자꾸만 그 에게 시선이 돌아갔으나 백유설은 금세 그녀의 시야에서 벗어나 모습 을 감추고 말았다·
문득 그녀는 위태롭기만 했던 페 르소나 게이트에서의 일이 떠올랐 다·
어째서인지 그 위험한 공간에서 보 냈던 시간이 지금보다 더 가슴 설레
고 즐거웠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 다·
•···왜지?’
천천히 생각해 보았지만·
끝내 이유를 알아낼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