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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아이템⑴
내가 이래서 리더를 하지 않으려고 했다·
페르소나 게이트의 공략이 완전히 끝난 후 밖으로 송환되기 직전 학 생들끼리 모두 모여서 과연 누가 팀 의 리더로 보고를 올릴지에 대해 토 론했다·
사실 무게감 있는 토론은 아니었 다· 애당초 누가 할지 정해져 있는 것처럼·
그럼에도 나는 꿋꿋이 다른 학생을 추천할 생각이었다·
아마도 원작 로판에서는 리더의 자리에 에이젤이 있었을 것이다·
원작 게임에서는 풀레임이 그 자리 에 있었을 것이고·
이게 별거 아닌 것 같아도 엄청 중 요하다· 리더로서 페르소나 게이트의 공략 보고를 끝낸 뒤 엘트먼 엘트윈 이 갑작스레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때 원작에서 리더를 맡았던 풀
레임은 엘트먼과 개인 면담을 하게 되고 그게 기연이 돼서 나증에····
그건 중요한 게 아니다·
이미 물 건너갔으니까·
어쩌다 이렇게 됐더라·
그래· 분명히 대장 칼날거미를 쓰 러뜨린 직후 나는 잠깐 기절해 있 었다· 온몸으로 그 거대한 체구에 박치기한 뒤 서둘러 와이어를 날려 서 낙하 피해를 감소시키긴 했으나 벽에 잘못 부딪혀 버린 것·
다행스럽게도 큰 상처는 없었는지 얼마 안 가서 홍비연이 깨워준 덕분 에 일어날 수 있었다·
그다음 다른 생도들에게 부축을 받으며 동급생들이 모두 모여 있는 무도회장에 도착했을 때 마침 ‘리 더에 대해 의논하고 있더라·
그래서 나는 은근슬쩍 그렇게 주장 했었다·
‘크흠흠 나는 에이젤이 리더를 하 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데·’
어쨌든 ‘원작’에서 리더를 하는 사 람은 에이젤이었으니 일단은 질러봤 다· 다른 학생들이 반발하면 적당히 눈치 보다가 풀레임이나 홍비연을 추천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초장부터 홍비연이 아주
개지랄을 하는 바람에 무산되었다·
‘평민 내가 두 눈을 시퍼렇게 뜨 고 있는데 대놓고 공적을 몰아줄 셈 이야?’
아니 뭔 소리야·’
에이젤이라는 단어에 무슨 스위치 라도 달려 있는지 홍비연은 아주 나를 잡아먹을 듯 따져댔다·
‘아저씨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아니라니까·’
풀레임도 정말 드물게 홍비연의 말 에 동조했다·
‘저도 제가 잘했다고는 생각하지
만 그래도 당신만큼 아닌 것 같거 든요·’
에이젤도 거부했다·
그래서 결국 이렇게 됐다·
“반가워· 오랜만이네·”
스텔라 제1본탑 교장실·
아카데미 지부는 물론 아르카니움 의 전경마저도 훤히 보이는 스텔라 에서 가장 높은 장소·
어쩐지 고딕풍의 느낌이 가득한 이 곳에서 나는 교장 엘트먼 엘트윈과 독대를 하고 있었다·
나는 마법사가 아니라 그에게서 얻
을 게 딱히 없는데 참 어쩌다 이렇 게 됐는지·
“이번이 세 번째 만남인가? 그때보 다 키가 큰 것 같네· 그땐··· 참 어 렸는데·”
“···네?”
무슨 소리지?
그것을 이해하려고 생각하는 순간 갑작스레 내 눈앞으로 파노라마처럼 어떤 기억이 스쳐 지나갔다·
눈보라 몰아치는 어느 작은 마을·
인적이 드문 어느 공터에·
내가 서 있었다·
그때의 ‘나’는··· 마법을 사용하 지 못하는 불구의 신체로 오로지 [점멸] 마법 하나만을 단련하는 도 중이었다·
그때 우연흐】 나를 발견한 소년이 내게 다가와 말했다·
‘너 신기하네·’
몰랐다· 그 소년의 정체가 스텔라 아카데미의 교장 엘트먼 엘트윈이 라는 것을·
‘추천서 써줄 테니까 나중에 우리 학교 시험 치러봐· 가산점이 있을 거야·’
소년은 그렇게 말한 뒤 홀연히 사
라졌고····
퍼뜩 나는 정신을 차렸다·
“으음····”
“왜 그래? 역시 병원에 가 봐야 하는 거 아니야? 후유증이야?”
“그런 건 아닙니다·”
고개를 휘휘 저었다· 이전의 또 다 른 ‘백유설’의 기억은 이렇듯 가끔 씩 내 머리를 스쳐 지나가고는 했 다· 그러나 그게 내 기억이라고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그냥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듯했으니까·
그래서 빠르게 잊었다·
어쨌든 엘트먼 엘트윈과 독대할 기회는 그리 많지 않은데 병신도 아 니고 이 황금 같은 기회를 허투루 날려 버릴 수는 없다·
뭐라도 이득을 챙겨가야지·
에이젤은 여기서 마법에 대한 깨달 음을 얻어 갔고 풀레임은 마법에 대한 가르침을 약속받는다·
그럼 나는 무얼 얻을 수 있을까?
’···하나 있긴 있지·’
내가 아는 지식을 총동원해야만 한 다· 엘트먼 엘트윈도 풀레임의 역하 렘 범주 내에 들어와 있던 존재였 고 덕분에 꽤 많은 자료가 조사되
어 있다·
나는 미리 착용해 뒀던 직박구리 안경의 기능을 활성화하였다·
[엘트먼 엘트윈]
세계관 무력 TOP10
선 (善)
공간계 속성
300살 먹은 늙은이
▼등등····
주인공급의 기록이 주르륵 나열되 었다· 등장 비중은 적었으나 워낙 존재감이 강렬해서 그런 듯싶다·
“어딜 보는 거야?”
“···예?”
“허공을 보는데? 내가 아니라·”
가만히 직박구리 안경을 읽는데 엘트먼 엘트윈이 웃으며 그리 말했 다· 순간 심장이 철렁였다·
“그 안경을 조금 볼 수 있을까?”
그리 말하며 엘트먼이 손을 내밀 자 나는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척
연기하며 안경을 벗어 그의 손 위에 올려놓았다· 어차피 들킬 일은 없으 니·
물론 가만히 줄 생각은 없다·
“예· 하지만 최대한 조심히 다뤄주 세요· 어머니의 유품이거든요·”
백유설 필살 가불기 발동·
엄마 들먹이기!
움찔 엘트먼의 손이 떨렸다·
제아무리 세계관 내에서 열 손가락 안에 꼽히는 최강자에 스텔라의 교 장이라고 해도 도덕적 인간에 속하
는 이상 마더 어택’은 막을 수 없 다·
“그···렇구나···
“긴장되거나 고민할 때는 자주 이 안경을 쓰고는 합니다· 어머니가 제 게 이걸 씌워줬을 때가 생각나거든 요···
최대한 아련한 표정을 지으며 말하 자 엘트먼의 손이 조금 더 떨렸다· 그는 안경을 보는 둥 마는 둥 시늉 만 하더니 다시 돌려주었다·
“멋진 안경이야· 어머니의 안목이 아주 대단한 것 같아!”
“감사합니다·”
착한 사람의 도덕성을 이용해 먹는 건 썩 양심에 찔리는 일이었지만 어 쩌겠나· 내 비밀이 들통나는 순간 정 말로 목숨이 위험해질 수도 있는데·
“자네를 이렇게 부른 건 응· 다름 이 아니라 덕분에 곤란할 뻔한 일 을 방지할 수 있었거든· 나는 이번 사건을 대외적으로 알리지 않을 생 각이야· 만약 학생들이 많이 죽거나 다쳤으면 비밀로 치부하기 힘들었 겠지·”
엘트먼이 비밀로 하겠다면 정말 비밀로 유지될 것이다· 그 어떤 마 법사도 감히 외부에 이 사건을 발설 하지는 못하리라· •・・뭐 개미 새끼
한두 마리씩은 꿈틀거려서 완벽하게 비밀을 유지할 수는 없겠지만·
“아마도 학교 내에 벌레 새끼들이 잠입한 모양이다만···
순간 그의 표정이 싸늘하게 굳었 으나 정말 찰나였다· 그러나 그것만 으로도 내 전신에서는 식은땀이 주 륵 흘러내렸다·
엘트먼은 천천히 나를 바라보며 물 었다·
“···게이트의 안에 혹시 ‘벌레’가 있었나?”
한때 수만의 흑마인을 도륙하여 ‘학살자’라는 이명을 얻은 전설의
마도사가 내게 그리 묻는다·
여기서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
없다고 거짓말하거나 사실대로 말 하거나·
나는 사실대로 말했다·
여|· 있었습니다· 사망한 학생 제 키에게 ‘흑마 침식 현상,이 발생했 습니다·”
“그렇군 안타까운 일이야·”
그러나 그리 말하는 그의 표정은 전혀 안타깝지 않아 보였다· 흑마 침식에 당했다는 건 결국 본인에게 애초부터 어두운 감정이 있었으며 그것에 저항하지 않았다는 것이니
까·
의지가 나약하여 흑마에 침식되는 이들을 그는 정말 끔찍하게도 싫어 한다·
“음? 흐卜하 너무 긴장할 거 없어· 너를 추궁하려는 게 아니니까·”
···근데 왜 저한테 화를 내고 그 러세요 무섭게시리·
“게다가 또 5리스크의 페르소나 게이트를 공략한 일등 공신이 누군 지 궁금하기도 했고· 웬걸 익숙한 얼굴이 있어서 놀랐어· 자네는 1학 년인데도 벌써 대단한 업적을 두 개 나 쌓았더라지?”
“예· 감사합니다·”
“아 이럴 게 아니ス】· 입이 심심해 보이는군· 커피? 아니면 차? 요즘 애들은 탄산음료를 좋아하나?”
엘트먼이 반짝이는 그 특유의 미소 년 미소를 지으며 내게 물어왔다·
남들은 모르겠지만 여기부터가 제 대로 된 대화의 시작이었다·
원작 게임에서의 풀레임은 커피를 고른다· 그녀는 엘트먼 엘트윈이 어 떤 커피를 좋아하는지 제대로 꿰차 고 있었고 그의 취향에 맞춰 미리 공부한 덕에 대화를 자연스럽게 이 끌고 나갔더라지·
하지만 거기에서도 또 ‘분기’가 존 재한다· 아마도 게임이었다면 이런 선택지가 나오지 않았을까·
[엘트먼 엘트윈이 마실 것을 권합 니다· 무엇을 마실까요?]
[A 커피]
» 차]
[A 탄산음료]
[A바다보다도 깊고 저 하늘에 걸 린 별보다도 반짝이는 그대의 눈망 울에서 흐르는 이슬을 한 잔 마시고 싶구례
사실 마지막은 잘 기억이 안 나서 내가 대충 지은 거고 어쨌든 정석 대로 커피를 고르면 무난하게 그에 게서 ‘합당한 수준’의 보상을 받을 수 있다·
다만 그게 전부일 것이다·
풀레임 캐릭터를 플레이하던 유저 들은 어떻게든 엘트먼 엘트윈의 호 감도를 쌓기 위해 기가 막힌 루트를 기어이 생각해 냈는데 그게 바로 ‘차’를 고르는 선택지였다·
물론 평범한 차를 골라서는 안 된
“차를 마시고 싶습니다·”
“차 좋지· 나도 좋아하거든·”
엘트먼이 일어나서 대충 녹차나 홍 차 종류를 꺼내오려고 하자 나는 다급히 덧붙였다·
“아 혹시 있으려나요· 자주 마시던 건데 ‘릴트티’라고···
“···릴트티?”
그는 묘한 눈으로 나를 돌아보더 니 이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응 있고말고·”
차를 타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 이 걸리지 않았다· 보통 영화 같은
거 보면 이럴 때 막 기계 같은 비 서가 나타나서 우아하게 차 한 잔 내주고 가지 않나·
“자 릴트티야· 이걸 아는 사람은 드물고 또 좋아하는 사람은 더 드 문데 의외네·”
엘트먼은 찻잔 하나를 내 앞에 내 밀었다· 그나저나 새삼 느끼는 건데 엘트먼은 대단한 대인배다· 특히 자 신의 학교 학생이라면 끔찍하게도 사랑하는 편이라고 생각한다·
그도 그럴 게·
이 ‘릴트티’는 품종이 단종되어서 더 이상 세상에 나오지 않으니까·
고작 열일곱 먹은 학생에게 흔쾌히 내어줄 만한 게 아니었다·
나는 애써 티를 내지 않은 채 릴 트티의 향을 맡았다·
···음· 모르겠다· 아니 솔직히 말해 서 역하다· 한 달 동안 고구마만 처 먹은 돼지가 똥방귀 뀐 냄새 같다·
이런 걸 뭐가 좋다고 마시는 건지 원
후루루룩!
라면 국물을 마시듯 경박하게 차를 들이켜자 엘트먼이 허허 웃었다·
“향을 즐겨보지 그래·”
“봄에 지는 벚꽃처럼 아름답지만 슬픈 향이 느껴지네요·”
“···책에서 읽은 감상평이지?”
“들켰네요·”
“하핫 역시 재미있는 학생이야·”
엘트먼은 허허 웃으며 릴트티를 씁 쓸하게 바라보았다· 이제 몇 개 남 지 않아서 쉽사리 마시지를 못하는 것이다·
“너는 릴트티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어?”
“글쎄요· 자세히는 잘 모르겠습니 다·”
알고 있지만 모른 체한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 딱 그렇게 비유하면 좋을 거야·”
“그런가요?”
“대륙의 서쪽 로스카야 평원에는 하늘을 지붕 삼아 살아가는 부족이 하나 있었지· 가진 것은 몸뚱이밖에 없었지만 그들은 이 세상에서 가장 자유로웠어· 두 다리만 있으면 세상 어디든 갈 수 있었고 뜨거운 가슴 에는 세상 전부를 품었으며 반짝이 는 눈은 마치 평원에 흐르는 별을 닮았던 그들의 이름은 ‘릴트’· 지금 으로부터 수십 년 전에 역사 속으로
풍화된 용맹한 부족이야·”
엘트먼은 차를 살짝 들이켰다· 나 는 다큐멘터리를 시청하는 방청객에 빙의하여 최대한 진지한 표정을 지 었다·
“릴트 부족이 유일하게 즐기던 차 가 바로 이 릴트티야· 저들끼리 즐 겼으면 되는 것을 인간들에게 이 차를 내보인 게 화근이었지·”
릴트티에는 묘한 중독성이 있었다· 실제로 중독되는 물질은 없지만 자 꾸만 향을 맡고 싶어지는 기분이 들 었기 때문이다·
물론 릴트티가 막 폭발적인 인기
를 끌지는 않았다·
굳이 지구의 음식과 비교하자면 민 트초코나 하와이안 피자····
아니 그보다는 조금 더 취향을 타 는 음식·
과일 ‘두리안’이나 ‘삭힌 홍어’와 비슷하다고 보면 되겠다·
싫어하는 사람은 그 특유의 냄새가 꺼려져서 입에 대지도 않는데 거기 에 빠져 버린 사람은 미친 사람처럼 열광하게 만드는 그 특유의 매력·
아주 극소수 층에서 인기를 얻은 릴트티는 엄청난 중독성으로 인해 소비층이 늘어만 갔으나 안타깝게
도 그 생산량이 저조하여 많은 양을 유통하는 게 불가능했다·
인간들은 욕심을 부렸다·
릴트 부족의 창고에는 어마어마한 릴트티가 쌓여 있을 텐데 저들끼리 마신답시고 인간들에게는 조금씩밖 에 유통하지 않는다니
그래서·
릴트 부족을 불태웠다·
릴트티를 제조할 수 있는 레시피와 함께·
“이 릴트티는 세상에 남아 있는 몇 안 되는 릴트티 중 하나겠지·”
솔직히 이쯤 들으면 뭐 어쩌라는 건가 싶을 수도 있다· 마시면서 미 안해하라는 걸까· 설마 엘트먼이 그 런 의도는 아니었겠지만·
어쨌든 이야기가 끝났고·
나는 처음으로 표정을 풀었다·
아주 굉장히 의문스럽다는 듯·
“···그런가요? 그거 이상하네요·”
“뭐가?”
“이 릴트티··· 집에서 자주 마셨 거든요·”
“하하 너희 어머니도 이걸 좋아하
셨나 보구나·”
“아뇨· 그 뒤로 지금도 계속 마시 고 있어요· 기숙사에서도·”
그 말에 엘트먼의 표정이 처음으로 변했다·
“···호 혹시 남아 있는 게 더 있 나?”
엘트먼이 다급히 물어왔지만 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러자 그는 실망한 기색을 내비쳤다· 하지만 아직 실망 하기에는 이르다·
“남은 건 없지만 알고는 있어요· 릴트티 레시피·”
덜그럭!
내 얘기가 끝나는 순간 엘트먼이 찻잔을 탁자 위로 떨어뜨렸다· 기가 막히는 균형감각 덕분일까 찻잔이 엎질러지지는 않았지만 정말 상당히 놀란 것 같다·
“그,그게··· 정말이야?”
“제가 설마 하늘 같으신 교장 선생 님께 거짓말을 칠까요·”
그는 정말 보기 드물게도 흥분한 얼굴로 내게 얼굴을 들이밀었다·
“어떻게 대체 어떻게 레시피를 알 수 있던 거지?”
아니 제발 그런 거 물어보지 좀 말라고 당황스럽잖아·
“크홈 그냥 어머니가 가르쳐 주셔 서····”
“아 어머니····”
그래서 대충 필살기를 날렸다· 가 드 불가 기술에 적중당한 엘트먼은 잠깐 얌전해졌으나 여전히 릴트티에 대한 집착은 버리지 않았다·
“자네 그 레시피를 내게 팔 생각 이 없나? 가격은 후하게 쳐주지·”
레시피를 매매한다···· 그것도 좋은 생각은 아니다· 릴트티는 굉장히 매 니악한 음식이다· 두리안 삭힌 홍어 보다도 더욱 더·
가격은 그럭저럭 쳐주겠지만 애초
에 내가 그 적은 돈을 얻고자 이 얘기를 꺼낸 게 아니다·
“글쎄요·”
“아 후하게 쳐준다니까·”
참다 못했는지 성격 나왔다· 그래 서 슬슬 밀당 그만하고 본론을 말 했다·
“돈은 누구에게라도 받을 수 있지 만 교장 선생님에게 받는 대가는 아무에게나 받을 수 없죠·”
“···그 말은?”
“교장 선생님의 마공학 인챈트·”
흐음···?”
“그것을 단 한 번 도움받고 싶어 요·”
내 말이 꽤 새롭고 놀라웠는지 엘 트먼이 눈을 휘둥그레 떴다·
그도 그럴 게 그의 마법 속성은 공간 계열이기 때문이다·
현대에 이르러서 공간계 마법이 실 용적으로 쓰일 데는 단 한 곳밖에 없었다·
‘워프 홀:
세상의 거리를 대폭 좁혀준 희대의 발명품· 아주 편리하고 쾌적한 이동 수단인 바로 그 워프 흘을 제외하고 선 마땅히 공간계 마공학을 사용할
데가 없다·
하지만 내게는 있다·
알테리샤의 ‘연금마공학,을 이용해 네크로맨서를 사냥하고 노획한 ‘포 스 베슬’을 가공하여 거기에 공간 계 9클래스 마법사가 인챈트를 할 수만 있다면····
아주 훌륭한 아공간 즉 ‘인벤토리’ 가 탄생하겠지·
그렇다· 인벤토리다·
아공간은 오로지 8클래스의 공간계 를 익힌 마법사만이 사용할 수 있는 탓에 세계관 내에서 이것을 다루는 자는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드물다·
하지만 연금마공학에 개발된 이후 에는 비싼 대가를 치르기만 하면 누 구라도 아공간을 이용할 수 있다·
거기에 나는 9클래스 마법사 엘트 먼 엘트윈의 도움을 받아 최상급 인 벤토리를 손에 넣을 수 있을 것이 다·
“다시 생각해 보지 그래? 릴트티의 레시피는 현재 단종되었다· 그럭저 럭 꽤 후한 값을 받을 수 있다는 거 ス】· 하지만 내 마공학은 전혀 실 용적이지 못해· 이게 무슨 뜻인지는 알고 있겠지?”
“예· 알고 있어요· 하지만 저는 마
법사이자 물질의 진리를 탐구하는 연금술사로서 돈 몇 푼 받는 것보 다 교장 선생님이 사용하는 마법의 정수를 받는 게 인생에서 최고로 값 진 선물이라고 생각해요·”
설마 그렇게까지 말할 줄은 몰랐는 지 엘트먼의 표정이 점점 더 묘하게 변해갔다·
내 목표를 모르는 엘트먼 교장은 지금쯤 여러 싱숭생숭한 생각이 들 것이다·
게임에서는 어떻게 표현됐더라·
학생에게 레시피 하나 뜯어내자고 거래를 제안한 데에서 죄책감도 들
것이고 그런 와중에 돈 따위보다 자신의 마법을 받는 게 세상에서 가 장 값진 경험이라고 말하는 진심 어 린 존경까지 받아버렸으니 아주 묘 한 느낌이 들 거다·
예상대로 엘트먼은 뭔가 불편한 듯 한 하지만 기분은 좋은 듯 그런데 또 뭔가 잘못된 것 같은 그런 느낌 의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좋아· 네 마음이 정 그렇다면야 거래하자고·”
야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