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okie Talent Agent Knows It All Chapter 282

You can change the novel's language to your preferred language at any time, by clicking on the language option at the bottom left.

제 282화

282. 정유진의 시간 4

멀리서 우리 차량을 본 기자들이 웅성대기 시작했다.

“왔다~!”

“저 차 맞지?”

“맞네!”

“뛰어!”

주차장으로 진입하자마자 기자들은 마치 좀비 떼처럼 몰려들었다.

끼익!

난 즉시 브레이크를 밟았다.

“정유진 씨! 인터뷰 좀 해주세요.”

“진유정 아니 정유진 양! 저희랑 인터뷰 좀······.”

“유진 씨! 문 좀 열어봐요!”

차가 움직이지 못할 정도로 달려드는 기자들 때문에 차를 움직일 수 없었다.

사람이 다칠까 봐 걱정된 것도 있었지만 개중에는 조금이라도 차에 닿을 경우 ‘정유진. 본보 기자를 차로 치다!’ 같은 기사를 쓸 기레기도 섞여 있었기 때문이다.

차가 멈추자 기자들은 인터뷰 한 번만 해달라며 차 문을 쿵쿵 두드려댄다.

유진이가 놀라서 눈을 끔뻑거렸다.

“오 오빠. 이게 다 뭐예요?”

“말했잖아. 장난 아닐 거라고.”

유진이는 여전히 실감이 안 난다는 듯한 표정이다.

뒷좌석에 앉은 양소리 대리와 이미리 대리도 들뜬 듯 가슴에 손을 올리고 있었다.

기자들이 눈을 희번득 하게 뜨고 덤벼들자 조수석에 앉은 정상봉이 묻는다.

“팀장님. 제가 내려서 좀 비켜달라고 해 볼까요?”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릴.”

아무리 정상봉이 태권도 국대 출신이라도 섣불리 차에서 내렸다가 깔려 죽지 않으면 다행인 상황이다.

“너 사바나 알지?”

“아프리카요?”

“그래. 우린 막 태어난 누 새끼고 이 밖에 있는 기자들은 모조리 일주일간 굶주린 하이에나라고 생각해. 나갔다간 죽어.”

아무리 궁리를 해도 도저히 빠져나갈 수 없었다.

결국 난 스태프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잠시 후 차수연 제작 실장이 한 무리의 진행 요원들을 이끌고 우르르 달려들었다.

덕분에 겨우 차 한 대가 지나갈 간격이 벌어졌다.

기자들이 우는 소리로 항의하는 걸 들으며 세트장 안쪽까지 차를 끌고 들어갔다.

차를 멈추고 내리자 차수연 제작 실장이 헐레벌떡 뛰어오는 게 보인다.

“헉헉헉······.”

“괜찮으세요?”

“아 안 괜찮아요.”

차수연 제작 실장에게 물을 건네자 목마른 누처럼 벌컥벌컥 들이마신다.

“아오······ 이게 현장인지 전쟁터인지.”

“기자들은 언제부터 왔습니까?”

“저 양반들. 새벽부터 저렇게 진을 치고 기다렸어요.”

숨을 몰아쉰 차수연 제작 실장이 뭔가를 바라는 듯 쳐다본다.

“시간 따로 빼주시면 인터뷰하겠습니다.”

차수연 제작 실장의 얼굴이 밝아진다.

“진짜요?”

“저 정도 인원이면 가라고 해도 말을 듣겠습니까?”

차수연 제작 실장은 날듯이 기뻐한다.

“나 지금 가서 말해요? 말합니다?”

“네. 실장님.”

내 허락을 받은 차수연 제작 실장은 왔던 길을 다시금 뛰어가기 시작했다.

이제부터는 아무리 언론이 싫다고 해도 피하면 안 된다.

연예인은 기회가 왔을 때 카메라 마사지를 잘 받아야 더 위로 올라갈 수 있으니까 말이다.

* * *

뒷좌석에서 메이크업하던 유진이가 묻는다.

“오빠. 방금까지는 사바나가 어쩌구 하이에나가 어쩌구 하시더니. 갑자기 웬 인터뷰예요?”

“저렇게 몰려왔을 때 안 해주면 집까지 따라오니까. 어차피 할 거면 여기서 하는 게 좋아.”

유진이가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기자들에게 갔었던 차수연 실장이 다시 우리 차로 돌아왔다.

땀을 삐질삐질 흘리고 있지만 기분이 좋은지 목소리가 들떠 있었다.

“기자들한테는 한 시간 있다가 인터뷰하자고 약속 잡았어요.”

“알겠습니다.”

“아 그리고 CP님이 두 분을 뵙자고 기다리시는데. 기자들 때문에 깜빡했네요.”

“무슨 일로요?”

“좋은 제의가 있데요. 300억짜리 드라마 여주에 유진 씨를 꽂을 거라며 자신만만해 하시던데요?”

300억짜리?

그 순간 큰돈을 부었다가 개폭망한 MBS 드라마 하나가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혹시 그거······ ‘명성왕후 2021’ 아닙니까?”

“어 맞아요. CP님이랑 따로 통화라도 하셨어요?”

“아뇨. 지금 만드는 프로젝트 중에서 그 정도 사이즈 되는 게 명성왕후뿐이잖아요. 그래서 말해 본 겁니다.”

“그러셨구나. 하여간 드라마국이 지금 난리가 났어요. 오래간만에 대자본이 투자되는 작품이라며 윗선에서도 엄청 기대하는 눈치고요.”

<명성왕후 2021>.

회귀 전에는 투자자와 작가의 문제로 박살이 나는 작품이다.

“그런데 그거 투자자가 돈 못 대서 제작 늦어진다고 하지 않았어요?”

“아 그거요? 그건 MBS가 보증하기로 했대요.”

회귀 전 있었던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그러면 작가님에 대한 루머는 없습니까?”

“글쎄요. 루머? 난 모르겠는데? 안 좋은 소문이라도 돌아요?”

“아 아닙니다.”

<명성왕후 2021>의 작가 오상종에 관해서는 차수연 실장도 아는 바가 없었다.

난 차수연 실장에게 잠시 기다려 달라 말한 뒤 다이어리부터 확인했다.

[에브리데이 V10.1]

[날짜 : 2021년 2월 12일]

-PM 11:00 <명성왕후 2021> 오상종 작가 성 추문 스캔들 대책 회의. (보고 사항 : 교수 재직 시절 제자들의 집단 고소. 법무팀장 배석.)

<명성왕후 2021>이 방영된 이후.

대본을 쓴 오상종 작가는 교수 시절 벌인 악행으로 인해 대학원생들에게 집단 고소를 당하게 된다.

현대사에 정통한 네임드 교수에다 성공한 드라마 작가 그리고 직접 집필한 책도 수십만 부 이상을 판 사회적 저명인사의 성 추문 사건은 9시 뉴스에 실릴 정도의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다.

그 탓에 <명성왕후 2021>은 방영과 동시에 네티즌의 질타를 받고 역대 최악의 성적으로 조기종영된다.

당시 <명성왕후 2021>의 여주인공은 현재 배우 3실의 여은실.

힘들게 오디션을 통과해 좋은 배역을 따냈다며 기뻐하던 것도 잠시 결국 이 사건을 계기로 그녀도 배우 생활을 마감하게 된다.

그런 <명성왕후 2021>에 출연하라고?

어림 반푼어치도 없는 소리였다.

하지만 김명학 CP가 불렀으니 가보긴 해야 했다.

폰을 집어넣고 유진이와 정 팀 직원들에게 촬영 준비를 지시했다.

“상봉이 넌 제작부에 가서 오늘 일정 변동 없는지 확인하고 이 대리님은 유진이 의상 좀 봐주세요.”

지시를 마친 나는 차수연 제작 실장과 둘이서만 김명학 CP에게로 향했다.

* * *

모니터링 장소에선 김명학 CP와 김성운 PD가 오늘 촬영에 관련된 회의를 하고 있었다.

“CP님. 정 팀장님 모셔왔어요.”

“왔으면 이리 와서 자리들 해. 그런데 유진 씨는?”

나와 인사를 나눈 김명학 CP가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아 메이크업하러 먼저 갔습니다.”

김명학 CP는 아쉬워하는 티를 내다 곧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이번에 드라마국에서 ‘명성왕후 2021’에 제대로 한번 투자해 보려고 하는데 윗선에서는 유진 씨에게 주연을 맡겨보자는 의견이 많더라고. 정 팀장 생각은 어때?”

“그 작품은 오디션으로 배역을 정한다고 들었는데. 아닙니까?”

현재 <명성왕후 2021>은 대본을 기획사에 돌린 상태로 다음 달 초에 여주 오디션을 볼 예정이었다.

김명학 CP는 곤란하다는 듯 목소리를 낮췄다.

“사실 우리 대표님이 유진 씨를 강하게 고집하는 중이라 나도 좀 난감한 상황이야.”

수백억이나 들어가는 드라마를 제작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건 캐스팅이다.

그래서 지금 현재 가장 핫한 유진이를 잡으려고 하고 있었다.

그런데 내 표정을 읽은 김명학 CP가 민감한 이야기를 먼저 꺼내 들었다.

“정 팀장이 그 작품 싫어한다는 이야기는 여기 김 PD한테 들었어. 하지만 자네도 출연료를 들으면 생각이 바뀔걸?”

“저기 출연료 문제가 아니라······.”

김명학 CP가 내 말을 다 듣지 않고 선을 긋는다.

“편당 1억! 다른 방송국에서는 절대 이 수준으로 못 맞춰 줄 거야. 1억이면 S급 대우잖나.”

현재 편당 1천만 원인 유진이의 출연료를 무려 10배로 올려준단다.

아침에 날 찾아온 KBC와 SBC의 제시 금액과도 차원이 다른 제안이다.

거기다 특집극이니만큼 편수도 길다.

무려 50부작.

현금 50억이 손만 뻗으면 잡을 수 있는 곳에서 날 유혹하고 있었다.

하지만 오상종 작가가 저지른 짓은 그냥 덮고 넘어갈 만한 문제가 아니었다.

그는 수많은 피해자를 만든 악질적인 범죄자니까.

난 김명학 CP에게 완곡한 거절의 뜻을 전했다.

최대한 안타까운 표정으로 말이다.

“죄송합니다. CP님. 좋은 제안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하지만 아무래도 사양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김명학 CP가 이해가 안 간다는 표정을 짓는다.

“혹시 눈여겨 둔 다른 작품이라도 있나? 어디? KBC? SBC? 아니면 넷플렉스?”

“안 그래도 오늘 아침에 KBC의 양준석 CP님과 SBC의 정삼룡 CP님이 집까지 찾아오셔서 성화를 부리시긴 했습니다.”

경쟁사에서 연락이 오고 있다는 건 유진이의 입지가 올라갔다는 증거이자 내게 유리한 상황이라는 간접적인 표시였다.

김명학 CP가 당황한 표정을 짓는다.

“그 그래? 그쪽은 얼마나 불렀길래? 아무리 그래도 우리만큼 과감하게 챙겨주지는 못할 텐데?”

“그건 그렇습니다. 하지만······.”

“허! 이 사람 답답하게 굴긴! 뭐든 말해! 내가 다 맞춰 줄 테니까!”

잠깐 고민했지만 결국 내가 알고 있는 사실을 털어놓았다.

“실은 오상종 작가가······.”

난 조심스레 오상종 작가가 대학교 교수 시절 벌인 짓에 관해 말했다.

김명학 CP의 얼굴이 하얗게 변한다.

“그 그게 정말이야? 근거 없이 하는 말이면 큰일 나는 거 알지? 오 교수 엄청 까칠한 사람인데 근거는 있고?”

무려 300억을 투자하기로 결정이 난 상황이다 보니 오상종 작가의 추문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김명학 CP가 잘못 안 게 아니냐며 두 번 세 번 물었지만 난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다이어리의 일정은 반드시 현실로 일어나니까.

이제는 유진이가 주연이 되고 안 되고가 중요한 게 아니라 거금 300억이 날아가나 마냐 하는 숨 막히는 상황.

그때 곰곰이 생각에 잠겨 있던 김성운 PD가 의견을 냈다.

“CP님. 이럴 게 아니라 당장 대표님한테 연락부터 드리셔야죠. 오 교수가 계약금도 엄청나게 받아 갔다고 들었는데······.”

“그렇지!”

이미 작가에게는 계약금 조로 10편 분량에 해당하는 고료 8억을 건넨 상황이라 말한다.

“잠깐 기다려주게. 대표님한테 전화 좀 할 테니.”

김명학 CP는 그 자리에서 전화를 걸었다.

뚜루루루.

달칵.

최상병 대표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래 나야. 정유진은 잡았나?

“대표님! 지금 이럴 때가 아닙니다! 저희 망하게 생겼습니다”

-뭐? 우리가 왜 망해?

김명학 CP가 내게 들은 말을 전한 순간 최상병 대표의 언성도 높아졌다.

-확인은 했어?

“그게 저······ 지금부터 알아봐야 할 것 같습니다. 정 팀장이 알아 온 거라서······.”

-정 팀장 옆에 있으면 바꿔 봐.

김명학 CP가 내게 폰을 내민다.

전화를 받았더니 최상병 대표의 날 선 목소리가 들려온다.

-길게 말할 거 없고. 확실해?

“피해 당사자들이 고소를 준비하는 중입니다. 학교 측은 부인할 테니 대학원생들 위주로 교차 검증 한번 해 보시면 금방 아실 수 있을 겁니다.”

잠시 침묵이 흐르더니 최상병 대표가 말한다.

-자네. 오늘 회사로 들어와 봐. 그 이야기 좀 하자고.

MBS 대표의 소환이다.

그렇다면 나 혼자 들어갈 수는 없다.

“그러면 저희 대표님이랑 함께 들어가겠습니다.”

-그래!

찰칵.

최상병 대표와의 전화를 끝낸 즉시 곧장 강감찬 대표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런 일이라면 당연히 가 봐야지.

전화를 끊고 나자 김명학 CP가 진땀을 흘린다.

그리고 김성운 PD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그래도 정 팀장이 있어서 얼마나 다행입니까?”

김명학 CP가 어처구니없는 표정을 짓는다.

“거참. 오상종 그 사람 겉으로 보기에는 둘도 없는 신사로 보이더니······.”

오상종 작가는 TV 프로에도 종종 나와 얼굴을 알린 터라 쉽사리 믿어지지 않는다며 말한다.

“그러니까 더 무서운 거죠.”

“세상에 믿을 놈 하나 없구만.”

그동안 쌓은 신뢰가 있었기에 두 사람은 날 의심할 생각조차 않는 눈치였다.

<명성왕후 2021> 때문에 조금은 골치가 아파졌지만 그래도 한 가지 사실을 확인한 건 고무적이다.

MBS가 유진이의 몸값을 편당 1억을 받는 S급으로 책정해 놓았다는 사실 말이다.

김명학 CP는 한숨을 내쉰 뒤 회사로 돌아가 봐야 할 것 같다며 다급히 주차장으로 향했다.

그의 뒷모습을 본 김성운 PD가 고마움을 표한다.

“하여간 정 팀장님 아니었으면 큰일 날 뻔했네요.”

그런데 그때였다.

주차장에서 새하얀 벤츠 S650이 들어왔다.

한 눈에도 비싸 보이는 옷을 입은 모델 체형의 여배우가 차에서 내렸다.

그런데 아는 사람이었다.

‘어 저 여자는······.’

클럽에서 내게 술을 사달라고 했었던 HK 섬유의 차녀 홍현주가 도도한 표정으로 차에서 내리고 있었다.

If you have any questions, request of novel and/or found missing chapters, please do not hesitate to contact us.
If you like our website, please consider making a donation:
Buy Me a Coffee at ko-fi.com
Rookie Talent Agent Knows It All

Rookie Talent Agent Knows It All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0 Native Language: Korean
Jung Yoon-Ho, the Vice President of Top Entertainment, is betrayed by those closest to him, including his wife and the company’s president. When he dies of terminal stomach cancer, he receives a miraculous second chance at life through regression. This brings him to his early days as a talent agent at Hoop Entertainment where his career first began, and where he encountered people he truly cared about. With a planner of future events and knowledge of what’s to come, Jung Yoon-Ho starts anew as a rookie talent agent. Determined to lift up those who were kind to him before, he navigates the challenging entertainment industry to turn adversity into opportunity in this journey of redemption and transformation. Blurb: Jung Yoon-Ho, the Midas Touch of the Entertainment Industry, regresses to a first-year talent agent. The life of the unrivaled ‘Rookie Talent Agent’ starts now.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