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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네크로맨서의 습격(3)
[Episode 4 ‘네크로맨서의 습격’이 시작됩니다·]
알림음이 울림과 동시에 무언가 으스스한 마나의 기척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직후 내 앞의 지면이 들 썩이며 무언가가 촥! 손을 내뻗었다·
해골의 손이었다·
그것도 기분 나쁜 마나가 상당히 많이 응집된 해골·
이 어마어마한 마나의 기척만 봐도 느낄 수 있듯 저건 평범한 스켈레 톤이 아닌 ‘스켈레톤 장군’이었다·
수백 마리의 스켈레톤을 지휘할 수 있는 ‘명령권’을 네크로맨서에게 직 접 하달받은 스켈레톤이スト 이번 에 피소드에서도 단 세 마리밖에 등장 하지 않는 준보스급의 스켈레톤·
당연하지만 나 따위가 평범하게 상대했다가는 그대로 죽어버릴 것이
물론 평범하게 상대할 생각은 없었 지만·
까드득! 까득!
스켈레톤 장군이 머리를 불쑥 내밀 자 나는 테리폰 소드를 활성화하였 다·
마법소녀와 히어로가 변신할 때는 절대로 건드리지 않는 게 철칙이며 보스 몬스터가 소환될 때는 가만히 구경하는 게 만인의 룰이었지만·
가끔 무시한다고 뭐 어떠랴· 잡혀 가는 것도 아니고·
쿠우어어어어-으억?
뻐억!!
스켈레톤 장군은 머리와 양팔을 불 쑥 내밀고서 그대로 하반신을 꺼내 려다 말고 머리를 비틀었다·
내가 테리폰 소드로 머리를 가격한 탓이다·
“다시 들어가· 들어가·”
뻑 뻐억! 뻑¢81
특정 게임이 오래 묵기 시작하면 고인물들은 기존의 콘텐츠를 재탕하 기 시작하게 마련·
아이테르 월드는 10년이나 된 게 임이었고 많은 고인물 플레이어 사
이에서 부캐를 양산하여 ‘메인 에피 소드’를 누구보다 빠르게 클리어하 는 콘텐츠가 커뮤니티와 인터넷 방 송에 크게 유행했던 적이 있었다·
나는 그런 것보다는 PVP에 더욱 관심이 많아서 부캐를 다시 키운 적 은 없지만 플레이어들이 ‘더 빠르 고 쉬운 루트’를 찾아내기 위해 고 군분투해 준 덕분에 온갖 맵에 숨어 있던 히든 피스를 안경에 기록해 둘 수는 있었다·
이 스켈레톤 장군을 소환되기 전에 쓰러뜨리는 것도 일종의 히든 루트 였다·
일정 범위 내에 존재하는 스켈레톤
을 조종할 수 있으며 스켈레톤의 감각을 수신하여 네크로맨서에게 전 달하는 능력을 가진 스켈레톤 장군 은 그 자체로도 위협적인 존재였기 에 이렇듯 미리 사냥해 버리면 네 크로맨서 입장에서는 굉장히 속이 쓰린 것이다·
퍼석···!
바닥에 반쯤 처박혀서 무력한 스켈 레톤 장군의 팔다리를 완전히 절단 한 뒤 척추와 두개골만 남은 그놈 을 꺼내서 들었다·
“척추 블레이드 완성·”
따따따따]
놈은 남은 이빨로 어떻게든 저항하 려고 했지만 무의미하다·
나는 이대로 놈을 죽일 생각이 없 다·
한번 장군에게 부여한 명령권을 회 수하기 위해서는 접촉을 해야 한다 는 네크로맨서의 약점을 이용한 전 략이 었다·
게다가 이 장군급은 들고 다니는 자체로도 주변의 다른 스켈레톤을 ‘정지’시킬 수 있는 특수 능력을 가 지고 있으므로 들고 다니는 것만으 로도 큰 도움이 되었다·
이것이 바로 플레이어만의 방식·
나는 무식하게 스켈레톤 사이를 종 횡무진 누빌 생각이 없었다·
다만 가진 정보를 최대한 이용해 서 머리를 쓸 뿐·
“그럼 이제 가 볼까·”
* * *
까드드득!! 바닥에서 스켈레톤이 솟구치는 와중 풀레임은 에이젤을 보고서 크게 당황하였다·
‘자 잠깐만··· 쟤 왜 저 사람들 이랑 같이 있는 거야? 마유성은?’
그녀는 이 에피소드를 ‘원작 로판’ 에서 보았기에 알고 있었다·
이번 에피소드는 마유성이 거의 혼 자서 사건을 해결하지만 그 이후 치명상을 입고 쓰러질 예정이었기에 해원량이라는 든든한 지원 병력에 더불어 자신 또한 신성 포션을 비롯 한 준비물을 철저하게 챙겨왔다·
하나 자신이 아무리 날고 기어봐 야 결국 이 에피소드를 해결하는 건 마유성이었다·
그런데 마유성을 데려와야만 하는 에이젤이 웬 이상한 선배들과 함께 와버리다니····
‘마유성은 대체 어디에 있는 거 야?’
이미 숲속 깊은 곳까지 들어왔다· 이 세계는 모든 게 편리했지만 원 거리 연락수단이 현대에 비해 불편 하다는 단점이 있었다· 지금 마유성 을 불러오는 건 불가능·
‘설마··· 이 인원으로 헤쳐나가야 만 하는 건가?’
손톱을 물어뜯으며 고민해 보았지 만 결국 답은 없었다·
네크로맨서의 습격을 형편 좋게 막 아낼 수 있었던 이유는 오로지 마유 성의 사기적인 특성 중 하나인 [전
전광폭증(轉戰狂暴症)] 덕분이다·
싸우면 싸울수록 그리고 싸움을 즐길수록 강해지는 특성·
그는 끊임없이 스켈레톤을 학살해 대며 자신의 수준보다 한 단계 더 강력한 힘을 발휘했고 네크로맨서 는 5클래스였음에도 불구하고 혼자 있을 땐 힘이 약해진다는 약점 때문 에 마유성에게 패배하고 만다·
‘다른 용병들의 협력을 구해보는 건?’
불가능· 그들은 의뢰받지 않은 임 무는 결코 수행하지 않는다· 아마 지금쯤 도망치느라 정신이 없을 터·
‘어떻게 해야···!
까드득! 쿵!
바닥에서 솟아오른 스켈레톤 하나 를 해원량이 불태워 해치우며 풀레 임의 어깨를 짚었다·
“진정해· 겁먹을 거 없다· 스켈레톤 의 상대법은 학과 시간에 충분히 배 웠잖나·”
“···응· 나도 알아·”
“우선 스텔라 아카데미에 구조 요 청을 보냈다·”
스텔라의 회중시계에는 수많은 기 능이 존재하였는데 그중 하나가 바
로 위급한 상황에서의 구조 요청이 었다·
‘그래· 조금만 기다리면 스텔라의 교수님들이 찾아오겠지·’
풀레임은 마음을 가다듬었다· 비록 여기에서 네크로맨서를 해치우는 건 불가능할지라도 노력만 한다면 빠 져나갈 수는 있으리라·
“푸 풀레임···? 갑자기 뭐야?”
그녀는 허둥지둥대는 제키를 바라 보았다·
애당초 해원량과 단둘이 사냥을 나 가기로 했었는데 제키가 억지로 따 라오겠다 하여 어쩔 수 없이 끼워주
었다·
별로 위험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 서 제키를 데려오기로 한 거였는 데····
‘내 책임이야· 제키는 내가 살려서 데리고 나가야 해·’
안심하라는 듯 최대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걱정하지 말고 진정해· 내가 어떻 게든 할 테니까·”
“···누가 뭐래? 나도 하나도 겁 안 나거든?”
제키는 잘난 체하는 풀레임을 보고 서 이를 악물곤 스태프에 마나를 있
는 힘껏 불어넣었다·
‘나도 할수있어·’
이내 마법진을 하나 완성한 뒤 날 리자 고드름이 꽁꽁 얼어붙어 무려 스켈레톤 세 마리의 발을 묶었다·
‘좋았어! 이 정도면····’
그때 풀레임이 휘리릭 스태프를 화려하게 돌리더니 바닥에 쿵! 내려 찍었다·
꽈드드드득!!
넝쿨이 바닥에서 솟아오르더니 최 소 10마리 이상의 스켈레톤을 속박 하여 공중으로 끌어 올렸다·
거기에 스태프를 한 번 더 휘저으 니·
퍼석! 파각! 빠가가각!!
순식간에 스켈레톤들의 두개골이 모조리 박살 나고 말았다·
‘뭐 무슨···
그 압도적인 광경에 제키는 경악하 였다·
‘이건··· 부조리하잖아···
같은 나이인데도 이 정도로 어마 어마한 마법의 차이라니·
과연 제키는 알고 있을까· 어두운 미래를 헤쳐나가기 위해 풀레임이
매일 뼈를 깎는 수련을 해왔다는 사 실을· 그런 것을 전혀 알지 못하는 제키는 그저 세상의 부조리를 탓하 며 입술을 짓씹었다·
“스켈레톤을 어떻게 죽이는지는 다 들 알고 있지?”
“당연하지·”
“그건 초등학생도 알겠다!”
스켈레톤을 죽이는 방법은 단 하나!
두개골을 완전히 박살 내는 것·
흑마인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마법 인 사령술은 그 대처법을 초등학교 부터 배우기에 실전은 처음이지만 약점을 몰라서 당황할 일은 없었다·
하지만 본능에서부터 올라오는 공 포심과 혐오감을 완전히 지울 수는 없었다·
뼈로 이루어진 무언가가 돌아다니 는 자체부터가 본능적으로 지레 겁 을 먹도록 만들었는데 심지어 몇몇 스켈레톤은 완전히 새하얀 유골로 복구되지 않고서 썩어빠진 모습 그 대로 움직이고 있어서 굉장히 혐오 스러웠다·
“이쪽으로 퇴로를 확보한다!”
“흐아압!”
독철광이 바닥에 주먹을 내려치자
지면이 그대로 뒤집혀 스켈레톤들이 파묻혔다· 하지만 그러기도 잠시 스 켈레톤들이 흙을 파 뒤집으며 손바 닥을 지면으로 내밀었다·
그 모습 또한 썩 징그러웠으나 풀 레임은 애써 보지 않으려 노력하며 독철광이 만든 길을 달렸다·
“여긴 공동묘지라서 시간이 끌리면 끌릴수록 더 많은 스켈레톤이 몰려 올 거야! 서둘러 베이스캠프로 돌아 가야 해!”
네크로맨서의 기본은 ‘영역 장악’ 이다· 일정 지역을 자신의 마나로 완전히 물들여야 해당 지역의 스켈 레톤을 소환할 수 있는 것이다· 쉽
게 말해서 땅따먹기와 비슷하다·
서서흐] 조금씩 네크로맨서가 영역 을 넓혀갈수록 상대하는 입장에서는 승산이 줄어든다고 봐도 좋았다·
“전방에도 놈들이 바글바글해!”
“핫하! 재미있는데!”
“재미는 무슨! 너는 분위기 파악 좀 해!”
반디연은 독철광을 나무랐지만 가 장 최전방에 서서 싸워주는 그가 자 신만만한 모습으로 호쾌하게 주먹을 휘둘러대니 오히려 후방 지원을 하 는 입장에서는 마음이 놓였다·
에이젤은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준비를 단단히 하고 온 네크로맨 서인 것 같네요· 수준은 그리 높지 않지만··· 아무래도 ‘포스 베슬’을 만들었을 가능성이 높아요·”
“그래· 그런 것 같아· 골치가 아픈 데 이거·”
포스 베슬이란 네크로맨서가 자신 의 마나를 짧게는 며칠에서 길게는 몇 년 동안 지속적으로 주입하여 보 관하는 기술이었다·
제아무리 네크로맨서라도 마나에는 한계가 있게 마련· 평범하게 스켈레 톤을 소환한다면 3〜4클래스 수준으 로는 열댓 마리를 소환하기도 벅차
다·
“스켈레톤의 수준은 그리 높지 않 은데 이 정도로 넓은 영역을 장악했 다는 건··· 포스 베슬에 마나를 어 마어마하게도 끌어모았군·”
즉 지금의 이 사태는 즉흥적인 퍼 포먼스 따위가 아닌 계획된 일이라 는 것·
까드득! 딱딱! 딱딱딱!
스켈레톤의 숫자가 점점 더 불어났 다· 착각이 아니라면 의도적으로 이 곳을 향해 스켈레톤이 모이고 있었 다·
“···아무래도 우리를 사로잡으려
는 모양인데?”
스텔라의 학생은 몸값이 높다· 혹 은 스텔라의 학생들을 강제로 언데 드화시켜서 잠재력 높은 메이지 스 켈레톤을 제작하려는 것일 수도 있 다·
“내가 평소에 다이어트를 열심히 한다고 해서 해골 따위가 되기 싫 거든!”
반디연이 그리 외치며 손짓하자 거 칠게 돌풍이 불며 스켈레톤을 휩쓸 었다· 비록 즉사시키지는 못했지만 이어서 에이젤이 번개의 폭발력으로 고드름을 날려 두개골을 박살 냈다·
엘리트 학교에서도 최고의 엘리트 라 불리는 학생들이 모여 있다· 그 런 만큼 처음 맞닥뜨리는 실전이었 음에도 아주 훌륭하게 난관을 돌파 하고 있다 말할 수 있으리라·
하지만 꼭 함정이 한 명씩 있었 다·
“히 히이익!”
퍼서석! 바닥에서 불쑥 솟아오른 스켈레톤에 지레 겁을 먹은 카시프 데릭이 괴성을 지르며 바닥에 자빠 졌다·
그의 포지션은 비숍· 크게 한 방을 준비하기 위해 마법을 캐스팅하던
와중 그것이 취소되면 무슨 현상이 발생하는가·
“리바운드다! 고개 숙여!”
홍비연이 잽싸게 그것을 눈치채고 서 외쳤지만 바로 지척에 서 있던 에이젤과 독철광이 휩쓸리고 말았 다·
퍼엉!!
그 폭발은 화약탄이 터진 수준으로 크게 별 볼 일은 없었지만 그룹 내 의 리바운드 현상의 가장 무서운 점 은 리바운드가 연쇄적으로 일어난다 는 것·
“꺄악!”
“크윽!”
카시프의 폭발에 휩쓸린 에이젤의 마법 역시도 취소되어 리바운드가 발생하였고 그의 뒤를 쫓아가던 제 키의 마법도 취소되고 말았다·
퍼어엉! 펑! 연달아 폭발이 일어나 며 순식간에 완벽하던 진형이 흐트 러졌다· 그나마 발 빠르게 뒤로 내 뺀 풀레임은 휩쓸리지 않았으나 흥 비연 그룹원 몇 명 또한 쓰러진 상 태·
다행스럽게도 기절을 하지는 않았 지만 마나 역류로 인해 당분간은
마법을 사용할 수 없으리라·
‘저 멍청한 놈이!’
홍비연은 안색을 창백하게 물들이 고서 리바운드 현상을 일으킨 그룹 원을 일으켜 세웠다·
“고 공주님 죄송···
하필이면 휩쓸린 소녀가 그룹원 내 에서도 가장 높은 명중률로 많은 스 켈레톤을 해치우던 아르슈앙이었다· 그녀는 홍비연보다도 더욱 활약하기 위해 많은 마나를 소모하고 있었는 데 덕분에 타격이 더욱 컸다·
“아니· 죄송할 거 없으니까 메라딘 에게 업혀·”
“메라딘은 나이트라서···
“닥치고 업히라고! 방해가 될 생각 이야?!”
지금은 말싸움할 때가 아니다· 한 명이라도 그룹원을 버릴 생각은 없 었으므로 억지로라도 그들을 챙겨 야만 했다·
“···네·”
아르슈앙은 충격받은 표정으로 입 술을 꽉 깨물고서 메라딘이라 불린 소년에게 업혔다· 메라딘은 이 자리 에서 독철광을 제외한 유일한 나이 트 포지션이었기에 상황은 더욱 최 악으로 변했다·
그 사실이 자꾸만 아르슈앙의 가 슴을 무겁게 만들었다·
까드득! 딱딱딱!
더 많은 숫자의 스켈레톤이 몰려오 고 있다· 이제는 방향이 어딘지도 알 수 없게 되었으며 퇴로를 확보 하겠다는 희망찬 계획은 무산이 되 어 버렸다·
“최대한 저지해! 잡혀가면 너희들 전부 해골 되는 거라고!”
“크하하 이 정도는 돼야 할 만하 지! 나는 태어나서 단 한 번도 쓰러 져본 적이 없다고!”
“너는 제발 헛소리 좀 그만해!”
다행스럽게도 전혀 기대하지 않았 던 반디연과 독철광이라는 2학년 선 배들이 굉장히 든든하게 앞선을 막 아내 주었다·
반디연의 바람 마법과 독철광의 대 지 마법은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으면서도 찰떡 연계를 자랑하였 는데 1학년의 엘리트라 불리는 그녀 들보다도 더욱 효과적인 변수를 만 들어냈다·
하지만·
부족했다·
그 어떤 마법도 그 어떤 계획도 그 어떤 연계도 그 어떤 임기응변
으로도·
이 상황을 타개할 수는 없었다·
상대방은 철저하게 준비해 온 5클 래스의 네크로맨서·
그에 비해 이쪽은 2~3클래스에 불 과한 전투 초짜 마법사에 불과했다·
‘이건 틀렸어·’
풀레임은 입술을 꽉 깨물고서 제키 의 손을 붙잡았다· 제키는 이미 오 래전부터 덜덜 떨리는 몸을 진정시 키느라 마법조차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있었다·
“우리 어떻게 되는 거야···T
평소처럼 ‘걱정하지 마’라며 안심 시킬 수가 없었다· 자신 또한 제대 로 무언가를 할 수 없는 상황이었으 니까·
“하아 하아···
이미 지칠 대로 지쳐서 더 이상 마법을 사용하는 것도 힘들었다· 잠 깐의 시간만 주어진다면 그녀가 가 진 특성인 ‘운기조식’으로 자연의 마나를 회복할 수 있을 터지만 그 럴 틈도 없었다·
투쿵!
으윽!”
바로 옆에서 스켈레톤 한 마리가 온몸으로 들이받았으나 해원량이 제때 펼친 실드에 가로막혔다· 그러 나 실드는 오래 지속되지 못하고 금 세 깨졌다· 애초에 마나의 총량이 굉장히 적은 편인 해원량이었기에 진작 한계에 다다른 것·
그러나 그는 굳은 표정으로 풀레임 의 머리에 손을 얹었다·
“풀레임··· 너만큼은 내가 지킬 테니까 나를 버리고서라도 빠져나 가도록 해라·”
“하· 갑자기 웬 로맨틱한 대사래? 그런 대사 치면 죽는다고 안 배웠
어?”
장난스레 말했지만 해원량은 진심 이었다· 그러나 그를 희생시킬 수는 없다· 애초에 해원량을 이곳까지 끌 고 온 건 자신이었으니까·
“나서지 마· 네 마나가 바닥을 벅 벅 기는 건 내가 더 잘 알겠다·”
“아니 나는····”
해원량이 수긍할 생각이 없어 보이 자 풀레임은 일부러 큰소리를 쳤다·
“허세 부리지 말고! 천천히 상황을 타개할 방법이나 생각해· 너 머리 좋잖아?”
그 말에 해원량은 고개를 숙였다· 그 어떤 전략가가 와도 이 상황을 타개할 수는 없다· 그러나 해원량의 마법은 이제 더 이상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러니 풀레임은 해원량에 게 최대한 살아서 계획이라도 짜라 며 돌려서 말한 것이다·
그의 자존심을 세워주기 위해서·
그 사실을 뼈저리게 깨달을 수밖에 없었기에 그는 스스로가 원망스럽 고 죽고 싶었다·
좋아하는 이를 지키지 못하고 도리 어 동정을 받는 기분은 정말이지 최 악이었으니까·
감정이 격해지고 머리가 뜨거워지 는 와중에도 상황은 더욱더 최악으 로 치닫고 있었다·
까드드드득! 따닥! 딱! 딱딱!
“으윽 숫자가 너무 많아!”
“더 이상은 마법을····”
이미 사방을 가득 메울 정도로 불 어난 스켈레톤 군단은 더 이상 지친 학생들의 수준으로 감당할 수 없을 정도가 되었고 가장 앞에서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었던 독철광마저도 뒷걸음질을 칠 수밖에 없는 일촉즉 발의 순간·
우뚝·
갑작스레 모든 스켈레톤의 움직임 이 정지하였다·
“··어?”
마치 인형의 인형 실이 끊어진 것 처럼 스켈레톤의 움직임이 일제히 멈추자 소년 소녀들이 당황하였다·
까드득····
스켈레톤들은 머리를 천천히 세우 더니 어딘가를 바라보았다· 그러더 니 천천히 움직여 길을 텄다·
마치 모세가 일으킨 홍해의 기적처 럼·
그리고 그 스켈레톤 군단의 사이로
걸어 나오는 누군가·
그 누군가의 실루엣이 너무나도 익 숙했기에 자리에 있는 모두가 경악 하였다·
“···백유설?”
그는 오른손에 척추와 두개골밖에 남지 않은 스켈레톤 하나를 둔기처 럼 들고 있었다·
두개골이 남아 있는 이상 스켈레톤 은 살아 있기에 그것은 끊임없이 딱 딱딱 이빨 부딪치는 소리를 내었으 나 백유설에게 그 어떤 피해를 입 히지는 못했다·
뒤늦게 자리에 있는 모든 소년 소
녀들은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 다·
“저거 설마···
“장군급··· 스켈레톤?”
네크로맨서는 언뜻 혼자서 수백 수천의 스켈레톤 군단을 부리는 것 처럼 보이지만 사실 혼자서 모든 군대를 다스릴 수는 없다·
그래서 반드시 명령권과 일정 수준 의 지능을 가진 스켈레톤을 통해 지 휘체계를 갖추게 마련·
그러므로 네크로맨서의 군단을 상 대할 때 가장 효과적인 방법 중 하 나는 바로 명령권을 가진 스켈레톤
을 사냥하거나 제압하는 것!
스켈레톤 장군은 일종의 수신기 컨트롤 타워 안테나 등의 역할을 하는 만큼 네크로맨서의 눈과 귀 때로는 두뇌가 되어주는 핵심 요소 였다·
하지만 그런 약점을 아는 만큼 스 켈레톤 장군은 특별히 더 강한 데다 가 주변에 정예 스켈레톤이 반드시 호위를 하고 있을 텐데····
‘그런 장군급을 혼자 상대해서 심 지어 사로잡았다고···?)
도저히 믿기 힘든 광경·
하지만 그 덕분에·
“이거···
“저걸 이용할 수만 있으면 어쩌면 살아서 나갈 수도 있겠어···!”
학생들은 아주 약간이지만 희망을 얻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