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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조별과제(1)
스텔라 아카데미의 고등부부터는 필수적으로 봉사시간을 채워야만 한 다·
이 봉사시간을 채우는 대표적인 방 법으로는 마법 우체부 일일 도우미 라든가 길거리 청소라든가 여러 가 지가 있었지만 많은 학생들이 선호
하지는 않았다·
그도 그럴 게 차라리 ‘동아리’에 가입하여 봉사시간을 얻는 방법이 훨씬 더 편하고 커리어에 도움이 되 었기 때문이다·
그런 탓에 귀족들에게는 동아리가 ‘사교모임이 주목적이었으며 평민 들에게는 ‘봉사시간’ 주목적이 되었 다·
스칼벤 제국의 귀족들이 모이는 ‘스칼벤 동아리’는 그중에서도 사교 모임에 속한다고 보면 좋겠다·
스텔라 내에서도 몇 안 되는 ‘천상 계의 사교모임’이라 불리는 이 동아
리는 원래도 나이와 관계없이 가장 신분이 높은 학생이 동아리장을 맡 았으니 비록 신입생이지만 제레미 스칼벤 황태자에게 동아리장이 넘어 간 것은 당연한 이야기·
한때 이 동아리의 부장을 맡고 있 었던 2학년 여학생 ‘베라제인 아이 젤’은 제레미 황태자에게 깍듯하게 허리를 숙인 채 대기하였다·
그녀의 뒤로 쉰 명의 학생들이 똑 같은 자세를 하고 있었다·
고작 학생들이 사용하는 동아리실 이 맞나 싶을 정도로 100평 남짓한 공간의 한가운데에 수천만 크레딧 을 호가하는 값비싼 소파에 앉아 있
는 소년 하나·
제레미 스칼벤·
그는 멍하니 천장에 걸려 있는 오 색빛깔의 샹들리에를 바라보았다·
은은하게 미소 짓고 있는 제레미의 옆모습은 가만히 지켜보고 있기만 해도 마음이 따스해지고 평화로워지 는 효과가 있었으나·
“싸구려네·”
그 입에서 튀어나온 말은 결코 마 음이 따스워지는 것을 허락하지 않 았다·
“죄송합니다· 금방 바꾸도록 하겠 습니다·”
“응· 고마워· 부탁할게·”
제레미의 미소에 아무것도 모르는 소녀들의 뺨이 붉어졌으나 베라제 인은 오히려 식은땀이 흘렀다·
‘···좋지 않아·’
베라제인은 제레미의 바로 앞에 무 릎 꿇고 앉아서 덜덜 떨고 있는 소 년을 바라보았다·
모르소 도르덴·
나름대로 꽤 이름 날리는 도르덴 가문의 후계자였으나 이 자리에서 그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굳이 비교 하자면 구석에 쌓여 있는 먼지와도 비슷할 것이다·
“모르소· 고개 들어· 왜 그렇게 겁 먹었어?”
황태자의 말에 모르소가 천천히 고 개를 들었다· 여전히 제레미는 웃고 있었다·
“예 옙····”
“응· 변명을 네 입으로 듣고 싶어 서 그러는데 설명해 줄래?”
그에 베라제인이 서둘러 나섰다·
“그게 사실····”
“베라제인?”
“···네?”
“나는 너한테 설명하라고 한 적이
없는 거 같아· 너는 어떻게 생각해?”
“죄 죄송합니다!”
그녀는 입술을 꽉 다물고서 물러났 다· 그러면서 속으로 기도했다·
‘제발 저 멍청한 모르소가 헛소리 만은 하지 않기를!’
베라제인의 속마음을 아는지 모르 는지 모르소는 횡설수설하여 입을 열었다·
이야기는 짧았다· 별것도 없는 내 용이었다· 그러나 장내를 싸늘하게 만들기에는 충분했다·
‘사실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다시 하면 제대로 할 수 있다· 방심을 하
고 말았다·’
변명에 변명에 또 변명·
한참을 웃는 표정으로 턱을 괴이고 있던 제레미가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결론을 말하자면 방어 술도 못 쓰는 반쪽짜리 마법사한테 대련에서 패배했다는 거지? 그것도 ‘검’이라는 천박한 무구나 다루는 학생한테 말이야·”
“대 대련은 아니고 모의 실습····”
아뿔싸· 모르소의 입에서 변명이 나오는 순간 베라제인은 눈을 질끈 감았다·
빠각!!
그 직후 곧바로 무언가가 깨지는 듯한 소리가 동아리부실 한가운데서 울렸다·
‘컥···?’
모르소는 순간 세상이 돌아가 버 렸다는 착각을 하고 말았다· 한참이 나 상황을 파악할 수 없었다· 그러 다 어째서인지 자신을 제외한 다른 학생들이 벽에 붙어 있다는 것을 확 인하고야 말았다·
‘내가 넘어진 건가?’
어느 틈에? 눈알만을 데룩 굴리スト 어느 사이엔가 가까이 다가와 있는 제레미가 자신의 얼굴에 고개를 내
밀고 있었다·
“왜?”
제레미가 물었다· 모르소는 그 말 뜻을 이해할 수 없었다·
드르르륵!! 무언가가 갈려 나가는 소리가 귓가를 간질였다· 실제로 귀 가 간지러웠다· 아니 아팠다· 끔찍 하게도
‘끄아아아아아아아악!!!’
뒤늦게 모르소는 자신의 뺨이 벽 면에 갈리고 있단 사실을 깨달았다·
“왜?”
투웅!! 제레미는 모르소의 머리채
를 잡아서 철제 사물함에 찧었다·
“왜?”
한 번·
두 번·
세 번 다섯 번 열 번·
머리에서 피가 주르륵 홀러나왔으 나 모르소는 기절할 수 없었다·
“왜 진 거야?”
대답하고 싶었다· 잘못했다고· 죄송 하다고· 그럴 수 없었다· 제레미가 사물함의 문을 열어서 그곳에 자신 의 대가리를 처박은 뒤 문을 쾅쾅 닫아버리고 있었으니까·
“왜 그랬어? 왜 스칼벤이라는 이름 을 달고서 나를 창피하게 하는 거 야? 너는 내가 싫어?”
쾅! 쾅! 쾅!
핏물이 터지고 눈이 퉁퉁 부었지 만 마법사라서 죽지는 않는다·
“내가 너한테 얼마나 잘해줬는데· 너는 내 충신이잖아· 그렇지?”
“꺼··· 으윽····”
“응? 뭐라고?”
모르소가 힘겹게 입을 열자 제레미 는 귀를 가까이 가져다 대었다·
“죄···송···흐····”
“응· 계속 말해봐·”
“모 목숨만은··· 살려····”
“아니야· 그게 아니야·”
제레미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너는 내 충신이잖아· 진정한 충신 이라면 주인에게 창피를 준 죄를 무 릅쓰고 죽음으로 갚겠다고 해야 하 는 거 아니야? 나는 그렇게 배웠어· 그런데 너는 왜 그러지 않는 거야?”
그러다가 우뚝·
제레미는 그 거친 손색을 멈췄다· 그러고선 갑작스레 무릎을 꿇더니
모르소를 껴안았다·
“미안해· 내가 너무 심했지· 내가 잘못했어·”
“아··· 윽····”
“아프게 해서 미안해· 그래서는 안 되는 거였는데· 미안해· 정말 미안 해·”
모르소의 눈물 콧물 핏물이 자신 의 옷에 흠뻑 젖어 들어갔지만 제레 미는 신경조차 쓰지 않고서 그의 등 을 토닥였다·
“너는 충신이 아니었던 거잖아· 너 는 내 ‘친구’잖아· 그러면 안 되는 거였는데·”
그 말에 끔찍한 고통 속에서도 모 르소가 두 눈을 부릅떴다·
친구· 그건 결코 제레미 황태자의 입에서 나와서는 안 되는 단어였다· 그 사실은 이 자리에 있는 모두가 알고 있었기에 착잡한 얼굴로 시선 을 내리깔 수밖에 없었다·
충신이 아닌 친구·
그건 곧 도르덴 가문이 영영 스칼 벤의 정계에서 퇴출당함을 의미했다·
‘고작 이런 일 따위로?’라는 의문 이 생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의문은 의미가 없다·
스칼벤의 황족들은 그날 아침 메뉴
가 맛이 없다는 이유로 주방장 일 가족을 노예로 만들어 추방시켜 버 리는 일도 심심찮게 벌이고는 했으 니까·
“아 아으아··· 아윽···广
“많이 아프겠다· 어떡해···· 베라제 인? 너는 다정하니까 내 친구를 잘 돌봐줘· 혹시라도 잘못되면 내 마음 이 많이 아플 거야·”
“···네· 알겠습니다·”
“부탁할게·”
제레미는 모르소를 바닥에 조심스 레 내려놓았다· 마치 보석을 다루는 듯한 그 섬세한 손길에 누군가는 섬
뜩함을 느꼈으나 티를 내지는 않았 다·
베라제인은 반쯤 맛이 가버린 모르 소를 부축해 일으켜 세웠다· 치유 마법사의 마법이라면 금방 회복하겠 지만····
’···도르덴은 영영 끝이겠군·’
그 사실이 그녀를 착잡하게 만들었 다· 베라제인은 제레미 황태자를 힐 끗 쳐다보았다· 그는 지금 무슨 생 각을 하고 있을까
모르소에 대한 분노? 아니 그런 건 이미 잊었을 것이다·
오히려 백유설이라는 유달리 눈에
띄는 그 평민을 생각하고 있겠지·
베라제인은 안타까움을 느꼈다· 재 능 충만한 그 평민의 소문은 그녀도 익히 들었지만 제레미에게 걸린 이 상 마법사 생활은 끝이라고 봐도 좋 다·
백유설의 방어술 시연 이후 교내 에는 두 가지 소문이 퍼졌다·
첫 번째는 당연하겠지만 백유설의 ‘기사도에 관한 소문이었다·
“마법 학교에서 무슨 기사도야? 그 냥 관종 아님?”
“왜? 젊어진 거 같고 좋은데?”
“너 열일곱이잖아·”
“솔직히 우리 정도면 나이 먹을 만 큼 먹지 않음?”
“그건 그래·”
“아무튼 걔 진짜 독특하다야·”
그리고 두 번째는 풀레임의 ‘광휘 계열 속성에 관한 소문·
“걔 들었어? 천사들에게 선택받은 성국(聖國)의 신성교 마법사들이 아 니면 못 쓰는 광휘 속성을 사용한대·”
“그것도 후천적으로 배운 게 아니 라 선천적으로 타고났다는데?”
“그럼 걔가 천사라는 거야?”
“몰라· 날개는 없던데·”
풀레임은 보통의 인간들이 사용할 수 없는 속성을 타고난 덕분에 마 법 학교 내에서 굉장히 많은 이목을 끌고 다녔다·
그녀는 그 관심을 받으면서 좋아하 지도 싫어하지도 않았다· 당장에 풀 레임 역시 백유설이 상당히 거슬렸 으니까·
‘아오 대체 뭐야 그 새끼는?’
신경 쓰여 죽겠다· 그런데 정체를 알아낼 방도가 없다·
‘어쨌든 원작을 아는 사람인 건 확 실한데 말이지·’
그렇다면 그의 목적은 대체 무어란 말인가·
“자 집중!”
풀레임은 고개를 들었다· 연금술 교수 메이젠 티렌이 박수를 짝 치며 학생들의 시선을 한데 모았다·
“연금술이란 본디 금을 만들기 위 해 여러 원소를 조합하다가 발전한 학문이랍니다· 물론 합성 금은 티가 나게 마련이라 지금에 와서는 그 누
구도 시도하지 않고 있지만요·”
풀레임은 주요 등장인물이 수강하 고 있는 과목만을 딱딱 골라서 신청 했기에 원작에서는 에이젤만이 듣 는 이 과목은 사실 별로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저 메이젠 티렌 교수는 훗 날 ‘흑마화’가 되어 날뛸 운명· 그전 에 막거나 이후에 막더라도 발 빠 르게 대처하기 위해서는 연금술을 듣는 수밖에 없었다·
“연금술의 위대한 발명품으로는 세 상에서 가장 가볍고 단단한 ‘아이쉬 라늄’과 어떤 상처라도 회복시키는 ‘시밀러 엘릭서’가 있지요· 여러분은
오늘부터 실습 시간에 각자 포션 하 나를 만들어야만 합니다· 그래야 훗 날 시밀러 엘릭서 같은 걸 만들어 볼 수도 있겠죠?”
연금술 실습은 복잡하기로 그 악명 이 유명하다· 단 1CC라도 틀려서는 안 되는 정확한 측정 1초라도 오차 가 나서는 안 되는 극악의 타이밍 단 1도라도 튀어서는 안 되는 온도 조절까지·
1학년 때는 그렇게까지 어렵게 가 지는 않겠지만 그런 세세한 실험 때문에 연금술은 인기가 정말 더럽 게 없기도 유명했다·
“자 그럼 오늘은 제가 개발한 ‘티
렌 피로 회복 포션을 다 같이 만들 어보는 시간을 가져보겠습니다· 먼 저 녹찻잎을 빻은 가루에 아이렐 요정의 꿀물을 한 스푼····”
대망의 실습·
솔직히 풀레임에게는 그다지 어렵 지 않았다· 시키는 대로 하면 언제 나 뭐든 척척 잘되었으니까·
‘으··· 존나 짜증 나네 이거·’
풀레임은 인상을 팍팍 구기고서 보 호 안경을 벗었다·
뽀글뽀글뽀글뽀글 ·
그녀는 손재주와 집중력이 굉장히 좋은 편에 속했고 메이젠 티렌이
지시한 ‘티렌 피로 회복 포션’을 금 세 제조하는 데에 성공했다·
“오 대단하구나· 잘했다·”
“감사합니다·”
메이젠의 칭찬에 풀레임은 억지로 사람 좋은 미소를 지었다·
그런 메이젠의 뒤를 쫄래쫄래 따라 다니던 보조 조교 알테리샤가 호기 심에 풀레임의 포션에 얼굴을 가져 다 대었다· 잘 보라고 슬쩍 내밀어 주려는데 메이젠이 대뜸 소리를 버 럭 지른다·
“알테리샤! 위험하게 무슨 짓이냐! 네가 그러고도 연금술사라고 할 수
있겠어?”
“죄 죄송합니다!”
그에 다른 학생들도 깜짝 놀라서 눈을 휘둥그레 뜬다· 집중하던 학생 한 명은 실수로 물약을 홀려서 책상 에서 김이 피어오른다·
‘위험한 건 당신 같은데요·’
그리 쏘아붙일 수는 없었기에 속으 로 삼킨 풀레임은 주위를 둘러보았 다·
‘그나저나 백유설은?’
백유설· 역시나 독특한 놈이다· 이 수업 듣는 메인 등장인물은 에이젤 밖에 없어서 혹시 그녀에게 불순한
의도로 접근하려는 건지 아까부터 예의주시하고 있는데 아니었다·
“으흐흐·”
에이젤은 무슨 그녀의 존재가 이 강의실 내에 있다는 사실조차 까먹 은 듯 그는 진짜 연금술에 열중하고 있었다· •••솔직히 열중하다 못해 즐 기는 것 같아서 많이 변태 같다·
“흐흐흐흐·”
‘미 미친놈인가 봐····’
약재 하나 넣고 휘휘 저을 때마다 음흉하게 웃고는 했는데 그럴 때마 다 두려움이 샘솟았다·
‘진짜 그냥 변태 아냐···?
풀레임은 그에게서 시선을 돌려 에 이젤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평범하 게 잘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문득 드는 의문·
···평범하게?’
에이젤이 제작한 포션은 완성도가 자신의 것과 비슷한 ‘티렌 피로 회 복 포션’이었다·
그럴 리가 없을 텐데····’
원작의 에이젤은 우연찮게 낡은 서 점에서 ‘마엘라의 마공학 필기노트’ 를 손에 넣게 된다·
거기에는 신기하게도 연금술의 공
식까지도 세세하게 필기가 되어 있 었는데 우연찮게도 그것을 첫 번째 실습 시간에 따라 한 에이젤이 메이 젠 티렌 교수의 ‘티렌 피로 회복 포 션’보다도 상위 호완의 상등품 피로 회복제를 만들어버린 것·
그러나 반응은 좋지 못했다·
메이젠 티렌은 에이젤의 능력에 질 투를 느꼈고 그녀의 가문이 멸문했 다는 사실을 상기하고서 학기 내내 그녀를 괴롭히고 성적을 깎으며 마 음의 상처를 입혔다·
덕분에 에이젤이 얼마나 심한 마음 고생을 했던가· 옆에서 보살펴주던 남주들이 있어서 망정이 ス1 그렇지
않았더라면 그녀는 버틸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왜? 왜 평범하게 포션을 만든 거지···?
물론 다행인 일이긴 하다· 에이젤 이 괴롭힘을 당할 일은 없어졌으니 까· 하지만 그 변수에는 반드시 이 유가 있을 터·
므 드
어떤 생각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간 풀레임은 백유설의 실험대를 확인해 보았고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뭐라고···?)
원작에서 에이젤이 개발했어야만
하는 상등품 피로 회복제가 그의 실 험대에 있던 것·
···그리고 그녀가 원작에서 본 대로의 상황이 똑같이 펼쳐졌다·
“백유설· S반에 올라갔다고 아주 기고만장해졌구나· 누가 네 마음대 로 실험 재료를 바꿔도 좋다고 했 지?”
“예? 이렇게 하는 게 더 결과가 좋잖아요·”
“결과가 좋은 게 무슨 상관이 ス1? 네 마음대로 잘못된 재료를 집어넣 었다가 혹시라도 잘못된 일이 발생 하면? 혹여나 폭발 사고라도 일어나
서 학생들이 휘말리면 어떡할 뻔했 니!!”
“여기 폭발 물질 없는데요· 교수님 은 녹찻잎으로 폭발 물질을 연성하 실 줄 아는 건가요? 대박·”
“꼬박꼬박 말대꾸까지! 어이가 없 구나 백유설! 이래서 평민 출신은 안 된다니까 쯧····”
풀레임이 기억하기로 원래의 저 마 지막 대사는 ‘저러니 가문이 멸문했 지 쯧···’이었다·
에이젤의 심장을 거칠게 후벼 파 는··· 작품의 후반에서도 자꾸만 그 녀의 트라우마를 자극시켰던 그 끔
찍한 한마디·
그 한마디가 지금 이 순간 역사에 서 완전히 사라지고 있었다·
,설마···:
백유설은 이 사실을 미리 알고서 에이젤의 트라우마를 지키기 위 해··· 일부러 메이젠 티렌 교수에 게 찍히는 일을 자처했단 말인가?
‘말도 안 돼· 앞으로 학창 생활이 끔찍하게 힘들어질 거야·’
자신으로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괴롭고 험난할 것이다· 메이 젠 티렌 교수는 스텔라 내에서도 인 맥이 상당한 편이었기에 다른 과목
에도 틀림없이 영향을 미치리라·
그 사실을 분명히 알고 있을 터인 데 아무런 상관조차 없다는 듯이·
•···대체 뭐야 저 녀석?’
풀레임은 허탈한 얼굴로 고개를 숙 였다· 문득 던전 실습 때 그에게 정체를 물어보았다가 ‘지켜주려고’라 며 장난스레 대답했던 백유설이 떠 올랐다·
그게 어쩌면 진짜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풀레임이 아연실색하여 멍 하니 서 있는 한편·
‘아 씨 깜빡했다·’
백유설은 속으로 탄식을 내뱉고 있
었다·
“왜 그랬니? 대답해!”
“아오 하고 있잖아요·”
“말버릇이 그게 뭐니! 당장 부모님 모셔와!”
“부모님 없는데요·”
연금술이 너무 재미있어서 열중하 는 바람에 이 귀찮은 전개를 새까맣 게 잊고 말다니·
자신의 멍청함을 실책하는 한편 그는 잔소리를 한 귀로 듣고 한 귀 로 흘리며 책상 위에 올려둔 필기노 트를 읽어내렸다·
“너 너··· 그런 식으로 자꾸 나오 면···
‘오 내일은 김치 포션에 콜라 포 션이나 만들어 볼까?’
사실 메이젠이 뭘 어떻게 하든 백 유설에게는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