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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S반의 낙제생(2)
스텔라 아카데미의 꽃이라 불리는 대표적인 이벤트가 두 개 있다·
하나는 ‘패밀리어 계약식’이며 또 하나는 ‘지팡이 계승식’이다·
특히나 스텔라 아카데미는 명문 학 교인 만큼 지팡이 계승식의 시간이 아주 특별했다·
“이제부터 너희들이 학교에서 사용 할 지팡이를 계승하겠다·”
스텔라 아카데미는 돈이 아주 많았 고 지팡이를 빌려주는 게 아니라 그냥 하나를 공짜로 준다·
“단 한 번 고른 뒤에는 바꾸는 과 정이 복잡하니까 신중히 결정하도 로 ”
이한월은 그렇게 말했지만 여기서 웃기는 점이 있다면 사람이 지팡이 를 고르는 게 아니라 지팡이가 사람 을 고른다·
지팡이가 자신을 가질 자격이 있는 주인에게 반응하여 ‘공명 현상’을
일으키는 것·
이 과정에서 F반부터 S반은 각각 수준에 맞게 준비된 지팡이를 고르 므로 처음에 어떤 반에 걸리느냐가 상당히 중요한 포인트였다·
지팡이에도 등급은 반드시 존재했 고 스텔라 아카데미에는 가장 낮은 등급인 최하급부터 시작해서 하급 중하급 중급의 지팡이가 준비되어 있었다·
F반의 경우에는 대부분의 지팡이 가 최하급이고 아주 간혹 중하급의 지팡이가 준비되어 있다·
그러나 A〜S반이 고르는 지팡이는
시작부터 하급에 높게는 중급까지 준비되어 있다·
불공평하다고 느끼는가? 이게 마법 사회의 현실이다·
‘꼬우면 네가 더 잘난 마법사가 되 거라· 그것만이 답이니·’
모든 선배 마법사가 그렇게 말하고 있으니 곧 높은 마법사가 되는 것 이야말로 만고불변의 진리였다·
‘멋진데·’
어떤 지팡이는 저 하늘 높이에 걸 려 있었고 어떤 지팡이는 바닥에 처박혀 있었으며 어떤 지팡이는 서 랍에 고이 모셔져 있었고 어떤 지
팡이는 두둥실 날아다니고 있었다·
각각 수많은 개성과 자아를 가졌다 는 신비로운 지팡이들· 두 눈으로 직접 보니 더 예쁘고 아름답게만 보였다·
“너는 무슨 지팡이 고를 거야?”
“저거 고르게· 입학 전부터 무슨 지팡이 준비돼 있는지 알아놨거든·”
“증하급 지팡이네? 너 옛날엔 무슨 중급 지팡이 고른다고 그러지 않았 냐·”
“진작 꿈 깼지· 아빠가 지팡이 장 사하셔서 해봤는데 난 중급이랑 죽 어도 공명 안 되더라· 중하급으로
만족하려고·”
A〜S반이 고르는 지팡이들은 평균 적으로 수준이 어마어마하게 높았 다· 그에 따라 나도 살짝은 긴장이 됐다·
‘지팡이 계승식 이벤트라·’
사실 이건 플레이어가 무슨 캐릭터 를 골랐느냐에 따라서 정해진 순번 대로 진행되는 이벤트였다·
그런 이유로 나는 풀레임 마유성 제레미 에이젤 홍비연 등등의 주요 인물들이 무엇을 고를지 벌써부터 예상하고 있었다·
그런데·
나는 내가 뭘 고를지 모르겠다·
다른 캐릭터들이 S반에서 스타트하 는 것과는 다르게 백유설은 애초에 F반에서 스타트를 끊었기 때문·
그나마 내 ‘포지션’과 맞는 지팡이 를 굳이 고르자면 완드를 골라야 되 겠다는 생각이 들 뿐·
지팡이는 흔히 길이가 짧은 지팡이 ‘완드’와 길이가 기다란 지팡이 ‘스 태프’로 구분이 된다·
완드는 높은 기동성을 바탕으로 적 에게 접근하여 진형을 홑트려놓고 빠르게 마법을 난사하는 것이 특기 인 ‘나이트’ 계열의 마법 전사들이
사용한다·
완드를 짧게 요약하자면 돌격소총 과 비슷한 지팡이라고 생각하면 된 다·
스태프는 그와 반대로 긴 캐스팅 시간을 거쳐서 한 방이 강한 마법이 나 넓은 범위에 마법을 쏟아붓는 게 특징인 ‘비숍’ 계열의 마법 전사들 이 사용한다·
스태프를 짧게 요약하자면 바주카 포 혹은 저격소총과 비숫한 지팡이 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러나 내게는 그 둘 다 어울리지 않는다· 애초에 나는 지팡이가 아니
라 냉병기를 사용했으니까·
“야야 쟤는 뭐 고르려나?”
“글쎄· S반이니까 그래도 썩 대단 한 거 고르지 않겠어?”
나는 이곳에서도 주목의 대상이었 다· ‘그래도 꼴에 S반이면서 설마 지팡이 공명도 못 하는 건 아니겠 지?’라는 뜻의 시선이 내게 향하는 것이다·
나도 뭐 엄청 대단한 걸 바라지는 않는다· 학교에 막 대단한 지팡이가 있는 것도 아니니까· 내가 아는 던 전으로 파밍하러 나가는 게 더 좋은 장비를 얻을 수 있기도 하고·
그래도 일단 뭔가를 잡긴 잡아야 하니 뭘 고를지 고민하고 있는데 뒤에서 어떤 소년이 말을 걸어왔다·
“이봐·,,
“응?”
고개를 돌려보니 벌써부터 로브 망토를 건방지게 풀어헤친 놈이 건 들건들한 표정으로 나를 째려보고 있었다·
모르는 얼굴이다·
“누구···r
그러자 놈■이 표정을 와락 굳혔지 만 이내 미소를 지었다·
“나? 유슬렉이다·”
“아하!”
그러면서 거들먹거리는 게 자신을 안다고 생각하는 모양· 그런데 정말 미안하게도 아는 척은 일단 했는 데····
“···그렇구나?”
진짜로 누군지 모르겠다·
“이게 진짜···!”
화를 내려던 유슬렉이었지만 이내 표정을 다잡는다· 그러면서 자기소 개라도 해주길 바랐건만 추하게 그 러고 싶지는 않았는지 굳이 그러진
않았다·
“너· 지팡이 뭐 고를 거야·”
딴 건 모르겠지만 착 가라앉은 냉 랭한 목소리만 봐도 내게 호의를 가 지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슬쩍 이름표를 보니 A 반이었다· 내가 S반에 올라간 게 아니꼬운 건 가?
그렇다고 다른 S반 학생들한테 열 을 내기에는 죄다 쟁쟁하고 내가 그나마 만만하겠지·
“아무거나·”
“싱겁기는· 네가 왜 S반인지 이해 가 안 가는군· 포부도 없고 깡도
없어·”
그러면서 내 위아래를 훑어보더니 피식 비웃었다·
“평민이면 평민답게 수준에 맞는 지팡이를 적당히 골라· 괜히 사고 쳤다가 교수님들만 고생하면 힘들잖 아?”
“응· 너도 사고 치지 말고·”
“···이 새끼가 진짜!”
아니면 아닌 거지 왜 소리를 지르 고 지랄이래· 그에 대한 호기심이 일어서 직박구리 안경을 쓰고서 정 보를 확인해 보았다·
[유슬렉 체코베일렌]
체코베일렌 후작가의 아들램
제레미 황태자의 빵셔틀
삼류 양아치
정말 간결한 정보다· 이것만 봐도 그의 비중이 얼마나 없었는지는 잘 알겠다· 그나마 유의미한 기록이 ‘빵셔틀’이라니··· 불쌍한 친구였구 만 이거?
다음에 쟤가 말 걸면 잘 대해줘야
겠다·
“쯧 하여튼 나는 저거 고를 거니 까 잘 봐둬·”
유슬렉이 가리킨 것은 묵빛이 감도 는 ‘완드’였다· 적당히 구부러졌고 적당히 슬림하고 적당히 팔꿈치보 다 짧은 게 길이까지 적당하여 학생 에게 주어지는 지팡이치고는 굉장히 고풍스럽다·
‘오 이 새끼 깡 보게?’
누군진 모르겠지만 자만심이 가득 하단 건 알겠다·
저 지팡이의 이름은 ‘에드머리 에 테미리’로서 이 자리에서 가장 등급
이 높은 ‘중상급’의 등급이었다·
‘중상급이라···· 통상적으로 보자 면 프로 마법 전사들이나 사용하는 수준인데 말이지·’
이 자리에는 무려 두 개나 중상급 의 지팡이가 있었으나··· 솔직히 말해서 저건 잡으라고 가져다 놓은 지팡이가 아니다· 훗날 성장해서 이 정도 되는 지팡이를 잡아보는 게 어 떻겠냐고 학생에게 동기를 부여하기 위해 있을 뿐·
에드머리 에테미리만큼 등급이 높 은 건 아니었지만 이곳에는 왜 있 는 건지 싶을 정도로 어지간한 베테 랑 마법사가 아니고서야 다루기 힘
든 중급의 지팡이가 상당히 많았다·
제아무리 재능이 뛰어나다고 하더 라도 학생 수준으로는 고작해야 중 하급의 지팡이가 한계일 텐데 말이 다· 심지어 그 중하급마저도 전문 마법 전사 자격증이 있는 자들도 간 신히 잡는 경우가 잦았으니·
그러나 이곳은 스텔라 아카데미
전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학생들이 모였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 다·
“다들 마음이 맞는 지팡이에 가서 서도록·”
이한월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학생
들은 각자가 생각했던 지팡이 앞으 로 이동했다· 역시 A〜S반의 엘리트 학생들답게 대부분은 지팡이의 공명 에 즉시 성공했는지 우우우웅···!! 떨리는 소리가 사방에서 들려왔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유난히 특출난 학생들이 있었다·
“와 해원량이 잡은 저 지팡이 ‘헤 든 아미코튼,아냐?”
“증급의 지팡이잖아? 믿을 수 없 어····”
“대단한데····”
수년간 수련을 쌓아야만 잡을 수 있는 ‘중급’의 지팡이를 주요 등장
인물들이 너도나도 잡기 시작한 것!
“야야 저기도 중급을 고른 거 같 은데?”
“스칼벤 황태자님도 중급을 고르셨 는데?”
“홍비연 공주님은 ‘수아비테르 라 하본’을 골랐어· 중급이야!”
“정식 자격증을 취득한 마법사들이 나 간신히 고르는 중급의 지팡이를 몇 명이나 잡는 거야?”
“올해 미쳤다 진짜로·”
주변에서 어마어마한 감탄사가 터 져 나오는 것을 보며 학생들의 눈 빛이 활활 타올랐다·
‘나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아니 어쩌면 나는 더 좋은 지팡이를 고를 수도!’
저 천재들보다 더욱 높은 등급의 지팡이를 고른다면 자연스레 마탑 과 아크 메이지 교수들의 이목이 집 중될 거란 생각이 든 것이다!
그리하여 꽤 많은 숫자의 학생들 이 허공에 둥실 뜬 채로 빙글빙글 돌고 있는 묵빛의 중상등급 완드 ‘에드머리 에테미리’로 몰려들었다·
물론 그들 대부분이 주요 등장인물 이라기보다 엑스트라에 가까운 이들 이었다· 본인의 그릇을 잘 알지 못
하여 감당할 수도 없는 지팡이를 탐 하고 있는 것·
“비켜·,,
유슬렉이 당당히 걸어가자 에드머 리 에테미리에 몰려 있던 학생들이 눈치를 보며 자리를 비켜주었다· 아 무래도 제레미 스칼벤 황태자의 파 벌인지라 그의 입김은 상당히 센 모양이다·
그는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에드머 리 에테미리를 향해 손을 내뻗었다· 우웅웅!! 강렬한 진동이 이 강당 전 체에 울려 퍼졌다·
“오오···
“설마 중상급의 지팡이와 공명을 성공하는 건가?”
그럴 리가 있나·
잠시간 식은땀을 흘리며 에드머리 에테미리와 씨름을 하던 유슬렉은 이내 눈을 질끈 감았고·
파앙···!!
자그마한 마나의 폭발이 일어나더 니 강당 전체에 옅은 바람이 불었 다·
“크으읏!”
쿠당탕 하고 요란스럽게도 뒤로 내동댕이쳐진 유슬렉은 허망한 표정
으로 지팡이를 바라보았다·
“어 어라···r
설마 자신이 거절당할 줄은 몰랐다 는 표정으로·
저건 깡이 좋은 게 아니라 자만심 이 쓸데없이 높은 거다· 사람이 자 신의 한계를 명백히 파악할 줄도 알 아야지 원·
“이럴··· 수가····”
유슬렉이 멍하니 바닥에 주저앉아 있자 다른 학생들이 슬그머니 눈치 를 보더니 에드머리 에테미리에게 공명을 시도하였다·
팡! 팡팡!
그 이후로 연속해서 풍선 터지는 소리가 정겹게 들려왔고 대부분의 학생이 나가떨어지고 나서야 저 지 팡이는 공명하라고 가져다 놓은 게 아니란 것을 깨달았는지 시작해 보 기도 전에 포기하는 학생들이 늘어 났다·
그래· 포기하는 게 빠를 것이다·
왜냐하면 저 지팡이의 주인은 애 초부터 정해져 있었거든·
저벅
마유성이 그 반짝거리는 눈동자에 ‘흥미’를 한가득 띄운 채 에드머리 에테미리를 향해 다가갔다·
그러자 다른 학생들이 동요하기 시 작하였다·
“마 마유성이다·”
“마유성도 저 지팡이와 공명하려는 건가?”
“아무리 마유성이라도 에드머리 에테미리는 힘들어 보이는데····”
하지만 그런 우려는 가볍게 넣어 두라는 듯이·
우우우웅!!!
마유성은 에드머리 에테미리와 너 무나도 손쉽게 공명에 성공하고 말 았다·
휙 지팡이를 뽑아 든 마유성이 천 천히 그것을 휘두르자 학생들의 입 이 쩌억 벌어졌다·
천재의 존재를 두 눈으로 목도했음 에도 불구하고 믿을 수 없는 것이 다·
‘그나저나 쟤는 그렇다 치고····’
모두가 마유성에게 집중하고 있는 와중 나는 풀레임을 확인하였다·
게임의 스토리대로라면 또 다른 중 상급의 지팡이 ‘테리폰’의 주인이 바로 풀레임이었으니까·
하지만 여기서 분기가 갈린다·
풀레임이 테리폰을 집으면 자신과 또 다른 천재의 존재에 호기심을 느 낀 마유성이 그녀에게 관심을 갖게 되는 ‘마유성 루트’가 열리고 그렇 지 않으면 또 다른 가능성이 열린 다·
‘어떻게 할 거냐 풀레임·’
저 여자는 플레이어가 아니다· 그 어디에도 없던 ‘진짜 풀레임’으로서 여태 플레이어들이 조종해 왔던 것 과는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는 가능 성도 염두에 둬야만 했다·
또각·
풀레임이 움직인다·
‘어서 테리폰을 집어· 어서!’
마유성은 이 세계의 희망이나 다름 없는 존재였고 풀레임이 그를 잘 다독여서 선(善)의 편으로 만들면 앞으로의 전개가 수월해질 것이다· 해피엔딩이 될 가능성이 높아진단 말이다·
그런데 어째·
‘테리폰에 별로 관심이 없는 듯 한···?)
눈썹을 찌푸리고서 이상한 지팡이 들 사이를 걷고 있는 풀레임을 보아 하자니 아예 테리폰에게는 관심조 차 없는 것처럼 보였다· 혹은 테리
폰의 존재를 모르거나·
コ건 안 되는데···二
저 여자는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지 니고 있는 이 세계의 ‘여주이기 때 문에 그 어떤 지팡이와도 공명할 수 있다· 괜히 이상한 지팡이와 공 명했다가 마유성 루트가 지워지기라 도 하면 곤란하다·
‘살짝 힌트라도 줘야 하나?’
하지만 원작 소설을 읽은 만큼 저 여자도 초반 지팡이에 대해서는 빠 삭하게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초반에는 별로지만 나중에 가서는 그 진정한 힘을 발휘하는 신비로운
지팡이 ‘에고 라 에코오브’를 고를 수도 있고 원작 로판에서 에이젤이 골라서 역하렘 루트를 타게 되었던 ‘임페투스 인페엘리폰’을 고를 수도 있다·
‘이렇게 된 이상 은근슬쩍 테리폰 에 밀어 넣는 수밖에·’
[점멸]
은근슬쩍 아닌 척하면서 풀레임에 게 다가갔다·
갑자기 내가 등 뒤에서 등장하자 깜짝 놀란 눈치였다· 여주의 눈에 띄 고 싶지는 않았지만 어쩔 수 없다·
나는 최대한 친근한 목소리로 말했 다·
“너는 무슨 지팡이 고르려고?”
그러スト 풀레임이 살짝 경계하는 듯한 태도로 뒷걸음질을 쳤다·
“···야 네가 그게 왜 궁금해?”
“어? 아니 그냥 혼자 헤매고 있길 래 도와주려고·”
“신경 끄고 네 지팡이나 고르지?”
···뭐지? 뭔가 이상하다·
풀레임은 사교성이 굉장히 높아서 귀족이나 평민 가리지 않고 두루두 루 친하게 지낸다고 알고 있다·
그런데 왜 나한테는 선을 긋는 거 같지? 딱히 눈에 띌만한 행동을 한 적은 없는 거 같은데·
하지만 이미 말을 건 이상 무를 수는 없었다·
“지팡이 고르는 거 도와주고 싶어 서 그런 건데 왜 이렇게 까칠해?”
“참견 말고 네 지팡이나 골라·”
내가 무어라 말을 하든 풀레임은 계속 까칠한 태도로 응수했다· 이거 어떡하냐 진짜·
“그냥 너한테 어울리는 지팡이가 있는 거 같아서····”
“네가 뭘 안다고?”
가소롭다는 표정을 짓는 풀레임이 었지만 원체 생긴 게 귀염상이라 그런지 그 표정이 썩 어울리지는 않 았다·
‘거 참 돌겠네· 내가 뭐 실수했나? 아니면 주연 남주가 아닌 엑스트라 남캐한테는 관심도 없다는 건가?’
왜 나를 경계하는진 모르겠지만 아무튼 할 말은 해야지· 나는 테리 폰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네 소문은 많이 들었거든· 너라면 저 정도 되는 지팡이를 들 수 있지 않을까?”
화려하진 않지만 심플함 속에 고급 스러운 멋을 품고 있는 은색의 완 드· 그것을 가리키자 풀레임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테리폰?”
“응 저거·”
그런데 풀레임의 표정이 이상하다· 뭘까· 뭔가 마음에 걸리는 게 있어 서 손을 다시 거둬들이려는데·
묵직한 감각이·
내 손을 가볍게 어루만졌다·
“···어라?”
내뻗었던 나의 왼손을 확인해 본다·
가볍게 쥐여 있는 웬 은색의 막대 기 하나·
화려하진 않지만 심플함 속에 숨 어 있는 고급스러운····
···테리폰?’
이게 왜 내 손에?
상황을 파악하기도 전에 테리폰이 먼저 행동을 개시하였다·
우우우웅!!
마유성의 에드머리 에테미르만큼이 나 우렁찬 공명음을 이 강당 전체에 울려 퍼뜨린 것이다·
순식간에 강당 전체에 침묵이 뒤덮 였고 모두의 시선이 내 왼손에 고 정되 었다·
나는 식은땀을 뻘뻘 흘리면서 마 음속으로 오열하였다·
‘이건 풀레임 건데···?
망했다·
그것도 아주 격하게 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