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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입학(2)
게임에서는 장면의 전환이 굉장히 간단했다·
[추격자들에게서 벗어난 뒤 나는 마 법의 도시 ‘아르카니움에 도착했다·]
이런 식으로 말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장면 전환이고 뭐고 내가 직접 가야만 한다·
다행스럽게도 세계관이 중세보단 현대에 가까운지라 말을 탄다든지의 그런 고생을 할 필요는 없었다·
괴수가 완전히 소탕되었다고 판단 된 안전한 도시에 한정해서 열차를 운행했으며 비행선과 특정 도시에 는 ‘워프 홀’이 설치되어 있어서 초 장거리 이동에도 문제없다·
‘그나마 더 이상의 추격이 없어서 다행인가·’
나는 그 추격자들의 정체를 안다· 언론에는 ‘산적’들이 폭주하여 인근 마을을 모조리 기습하였다고 알려졌 겠지만 훗날 이 사건은 알고 보니 ‘흑마신교’의 소행으로써 제물을 구 하기 위함이었음이 밝혀진다·
하지만 그 절벽을 빠져나오는 순간 부터는 완전히 마법사들의 영역·
흑마인들은 더 이상 나를 추격할 수 없으며 어차피 그들은 나를 제 물 정도로 취급한지라 내가 누군지 도 몰라서 후환을 걱정할 필요도 없 다·
덕분에 찝찝함은 내려놓고서 당분
간은 마음 놓을 수 있게 되었다·
덜컹덜컹!
나는 마법사단의 도움으로 현대의 것에 비해 살짝 흔들림이 잦은 자동 차 아니 자동마차(自動魔車)를 타 고서 이동할 수 있었다·
“허 도시는 처음이라고?”
“그럼 그런 마법을 대체 어디서 배 운 거냐?”
그건 나도 모른다· 그래서 그냥 웃 음을 지어 보였다· 이건 마법사들 사이에서의 암묵적인 룰인데 마법 에 대한 질문을 받았을 때 슬쩍 웃 으면 ‘은둔해 계시는 스승님을 모셨
다’라는 뜻으로 더 이상 질문하지 말라는 뜻과도 일맥상통한다·
“음 그렇구먼·”
“그래도 뭐 마침 목적지가 비슷해 서 다행이군· 우리는 마법 도시 아 르카니움의 12개 위성 도시 중 하 나인 레조이카로 가고 있거든·”
마법 학교 스텔라 아카데미는 아르 카니움에 위치해 있었다· 거기까지 따로 찾아가는 수고를 덜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다·
가는 동안 나는 이 세계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보았다· 세세한 디테 일부터 해서 사소한 문화까지·
심지어 화폐의 단위까지 물어보는 나를 보며 ‘쯧쯧 정말 촌놈이로군’ 이라는 소리까지 들었지만 뭐 상관 없다·
나중에 몰라서 된통 당하는 것보다 는 잠깐 촌놈 취급받는 게 나으니 까·
“아무튼 조금 자두지 그래· 아르카 니움으로 향하는 비행선은 내일 아 침 8시에 뜰 텐데 그전에 레조이카 에 도착할 수는 있을 거다·”
“에이 제가 미안해서 어떻게 그래 요·”
“쟤는 잘 자는데?”
마법사의 손가락을 따라서 고개를 돌리니 나와 마찬가지로 손님으로 서 탑승한 회색 로브의 소녀가 구석 에 쭈그려서 새우잠을 청하고 있었 다·
“하하···· 그럼 조금만 실례할게요·”
“그래· 너는 나중에 크게 될 놈이 니까 잘해주는 거야· 우리 까먹으면 안 된다?”
“예에· 당연하죠·”
마법사단의 배려에 따라 뒷자리에 누울 수 있게 된 나는 잠을 청하기 전 허공을 바라보았다·
지금까지는 정신없이 에피소드를
진행하고 정보를 획득하느라 하지 못했지만 내 몸 상태를 점검하는 게 우선이다·
‘•••근육질이 장난 아닌데·’
세계관 나이에 맞게 내 몸은 거의 10년 정도가 젊어져서 상당히 앳된 생김새를 갖추게 되었다·
그것도 모자라서 굉장히 튼튼한 몸 까지 갖췄는데 이건 원래의 내 몸과 는 상당히 다르다· 현실의 나는 운 동 부족이었으니까·
그런 이유로 탄탄한 가슴 근육과 선명하게 새겨진 이 왕(王)자 복근 이 상당히 마음에 들긴 했다·
아직 어린 탓에 원래의 키였던 180cm에는 한참 못 미치는 듯싶지 만 잘 먹으면 다시 크겠지·
다음으로는 ‘스킬창’을 확인해 보 았다·
[마력누설지체 Lv·l]
* 근력 03% 강화
* 민첩 05% 강화
* 감각 10% 강화
* 육감 : 사용자의 ‘심력’을 소모하 여 발동· 반경 12m 범위에서 발생
한 마나 현상을 희미하게 감지하며 ,인지 가속,이 활성화됨·
사용자에게 위기가 닥쳤다고 판단 될 경우 자동 발동·
백유설이라는 캐릭터의 두 번째 아 이덴티티이スト 나를 마법 고자로 만 들어버린 원흉·
아이러니하게도 이 마력누설지체 덕분에 지금 내가 살아있다고 생각 하면 참 웃기다·
‘육감에 인지 가속이라· 저것들이 없었으면 진작 죽었겠지·’
육감은 두 눈으로 보지 않아도 어 디에서 공격이 날아오는지 알 수 있 게 해주며 인지 가속은 인간의 인지 속도를 벗어난 공격의 위협이 닥치 면 그 순간 마치 시간이 느리게 흐 르는 듯한 감각이 들게 해주었다·
그것들이 전부 마력누설지체에 달 려 있는 패시브 효과·
하지만 육감을 오래 사용할 수는 없어 보였다·
심력의 소모 때문일까 전투 직후 두통이 심하게 찾아왔기 때문·
‘그래도··· 이 마력누설지체가 캐릭 터의 전체적인 스테이터스를 증폭해
줘서 다행이야·’
다음으로는 전체 스테이터스를 확 인해 보았다·
〈백유설〉
* 능력치
[근력 : 1성 59%] [감각 : 1성 97%]
[민첩 : 1성 81%][체력 : 1성 51%]
[맷집 : 0성 97%] ]심력 : 1성 43%]
[마력 : -]
*잔여 경험치 : 10
* 스킬
[앞점멸 Lv·O]
* 특성
[마력누설지체 Lv·l]
아이테르 월드의 특이점 중 하나 는 캐릭터 레벨 시스템은 따로 존 재하지 않고 능력치와 스킬에 레벨 이 붙어 있다는 것이다·
스킬은 ‘레벨(Lv)’ 단위로 능력치 는 성 단위로·
게임 시스템적으로 능력치는 최대
9성까지 성장시킬 수 있으나 아이 테르 월드 역사상 그런 캐릭터는 거 의 없다고 봐도 좋다·
나 또한 10년이 넘도록 게임을 했 으나 근력 8성에 감각 8성이 최대 였으니까·
9성은 정말 하늘의 축복을 받은 이들이나 도달할 수 있는 천상계의 영역이라고 봐도 좋다·
‘근데 어째 첫 스타팅치고 능력치 가 괜찮네?’
평균적으로 성인 남성의 근력이 [1 성 0%] 라고 생각하면 좋다·
거기서 口성 20%]가 되면 운동 좀
했다는 소리를 듣고 口성 40%]가 되면 근육질로 단련된 신체를 가지 게 되어 어딜 가도 와 저 사람 몸 매 쥑인다’라는 평을 받는다·
반대로 [0성] 단위로 내려가면 약 골이라는 말이 되겠다·
대부분의 마법사는 근력 유연성 등의 능력치가 0성으로 시작하는 데 에 비해 백유설 캐릭터는 1성에 10% 정도로 시작하는지라 평균보다 높기는 하다만 지금은 그 스타팅보 다도 훨씬 더 높았다·
‘예전에 키웠던 내 캐릭터의 능력 치를 아주 일부 가져온 것 같기는 한데····
감각 능력치가 저리 높은 것만 봐 도 알 수 있다· 본래의 백유설은 감 각이 매우 낮았기에 10년 내내 감 각 능력치를 올리느라 피땀 홀리며 진을 뺐으니까·
능력치 계승의 효과 자체는 별로 없어 보였지만 그래도 기존의 스타 팅보다는 나은 것 같아서 다행이다·
능력치 분배를 잠시 고민하던 나는 경험치를 모조리 ‘감각어] 투자했다·
육감과 반응속도를 올려주는 능력 치로써 게임 내에서는 ‘내가 버튼을 눌렀을 때 캐릭터가 얼마나 빠르게 반응하느냐’를 결정하는 능력치였던
지라 필수로 올려야 하는 것 중 하 나였는데 현실에서는 그것이 ‘반웅 속도’로 직결되기에 더욱 그 중요성 이 부각되었다·
[감각 : 2성 07%]
근력이나 유연성 등등은 어떻게든 올릴 방법이 많았지만 감각은 경험 치가 아닌 이상 올리기가 힘들었기 에 아낄 필요는 전혀 없었다·
가만히 스테이터스와 마력누설지체 를 번갈아 보던 나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일단 보통의 전개대로라면 나의 최 종 목표는 최종 보스 ‘흑마룡’을 처 치하고 세상을 구한다는 게 정석일 것이다· 거기에서 ‘진 엔딩’인ス 1 뭔 지에 도달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겠 지·
그 이후로 내가 지구로 돌아가든 해피 엔딩을 맞이하든 어쨌든·
이 또 다른 ‘현실’에서도 과연 게 임’ 시스템을 이용한 노가다가 가능 한가? 그것이 관건이다·
게임은 정말 수많은 노가다(사냥 제작 등)를 통해 파밍한 경험치와
아이템 일부러 인간관계를 파탄 내 가며 얻는 아이템 수십 번을 죽어 야만 얻을 수 있는 능력치 상승 물 약 생존율 〇·01%의 던전을 수백 번 죽어가며 트라이해서 클리어하기 등등·
현실이라면 불가능한 오로지 게임 이었기에 가능한 방법으로 그 정도 의 스펙을 만들어냈었단 말이다·
그러므로 원래의 내 힘을 복구하기 란 죽어도 불가능할 것이다·
만약 가능해서 게임 캐릭터의 능력 치를 모조리 복구한다고 쳐도 세계 관 내에서 나보다 강한 자는 널리고 널렸다·
앞날이 막막하다·
‘앞으로 내가 파밍할 수 있는 히든 피스가 뭐뭐 있더라?’
이것저것 떠오르는 건 많았지만 안타깝게도 기억나지 않는 것들이 더욱 많았다·
나는 똑똑한 편이 아니었고 10년 이나 지나버린 탓에 기억력에는 한 계가 있었다·
어차피 세계 멸망은 정해진 운명의 순리 같은데 싹 다 포기하고 시골 에 가서 참한 아낙네 만나서 알콩달 콩 감자 농사짓다가 그렇게 늙어 죽 을까··· 같은 낙천적인 생각도 불
가능하다·
애초에 이 ‘마력누설지체’라는 게 불치병에 가까워서 제대로 단련하는 것으로 치료하지 않으면 얼마 살지 못하고 죽는다·
하루라도 빨리 ‘자연천기지체(自然 天氣之體)’로 업그레이드해야 내가 살아남을 수 있다는 의미·
그리고 마력누설지체를 강화할 수 있는 방법과 힌트는 전부 스텔라 아 카데미에 존재한다·
세계 멸망도 막고 불치병도 치료 하기 위해서는 결국 스텔라 아카데 미로 향할 수밖에 없는 게 내 정해
진 운명이었다·
“후우···· 앞으로 진짜 어떡하냐·”
암담한 심정에 그런 말을 툭 내뱉 는데 갑작스레 눈앞에 메시지가 떠 올랐다·
[‘콘스텔라티오 프로젝트’에서 당신에 게 쥐여줄 특별 보상을 제시합니다」
[1· 게임 내에서 사용했던 아이템 의 하향 버전]
[2· 게임 내에서 획득했던 스킬의 하향 버전]
[3· 경험치 포인트]
“···와우·”
나를 이곳으로 다짜고짜 끌고 온 이 친구들에게도 최소한의 상도덕 은 있나 보다·
[지금 바로 보상을 선택하시겠습니 까?]
잠시 고민했지만 내 상태를 확인 하느라 밤이 깊었다· 이만 자는 게 낫겠다·
‘내일 할게·’
낯선 세계에서의 첫날·
참으로 고되고 힘들었기 때문일까 나는 생각보다도 더 꿀 같은 단잠을 잘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