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incarnated Assassin is a Genius Swordsman Chapter 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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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5화

“렌시아?”

라온은 망가진 분수대 뒤에서 걸어 나온 여자아이를 보며 눈을 부릅떴다·

선이 가는 외모에 강단이 느껴지는 눈빛· 조금 전까지만 해도 죽었다고 생각하고 있던 렌시아가 자신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환상? 아니, 이건 현실이야·’

진짜 렌시아를 보자, 꿈처럼 느껴지며 온몸에 힘이 빠졌다· 이대로 쓰러져서 기절할 것 같았다·

“렌시아!”

“살아 있었구나! 꼬맹이!”

“아····”

버렌, 마르타, 루난도 렌시아의 생환에 놀란 듯 무기를 내려놓으며 깊게 숨을 들이켰다·

-어? 어어?

라스도 렌시아가 살아 있을 줄은 몰랐는지 입을 쩍 벌렸다·

-어, 어떻게 저 꼬맹이가 살아 있는 것이냐?

녀석은 귀신을 본 듯 훌쩍 뒤로 물러섰다·

“라온 님!”

렌시아가 살짝 비틀거리며 달려와 자신에게 안겼다· 안색이 창백하고 몸을 가누지 못하는 것을 보니 완치가 된 건 아닌 것 같았다·

“무사히 돌아오셔서 다행이에요! 정말····”

그녀는 본인의 몸을 신경쓰지 않고, 여전히 남을 먼저 생각하고 있었다·

“너 어떻게····”

“운이 좋았습니다·”

로엔이 렌시아의 옆에 서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몬티로에 남아 있는 신관과 치료사 모두가 렌시아 님을 살릴 수 없다며 치료를 거절해서 어쩔 수 없이 다른 곳으로 이동하려고 할 때 다행히 신의 손길이 닿았습니다·”

그가 손을 들어 올려 분수대로 걸어오는 성녀 올가를 가리켰다·

“성녀님은 바쁜 와중에도 신성력을 돌려서 렌시아 님을 치료해주셨습니다· 저분이 아니었다면 아마 많이 힘들었을 겁니다·”

로엔은 성녀 올가 덕분에 렌시아가 살아남을 수 있었다며 고개를 숙였다·

“서, 성녀님! 고맙습니다!”

렌시아도 기절해 있었기에 실제로 올가를 보는 건 처음인 듯 바로 고개를 숙였다·

“나로서도 반반이었어· 네가 죽을 운명이 아니었던 모양이네·”

올가가 가는 웃음을 그리며 렌시아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녀도 많이 지친 듯 검은 줄이 그려진 손가락이 파르르 떨렸다·

“···체임버 님은 어떻게 됐지?”

라온이 울렁거리는 가슴을 억지로 누르며 올가에게 다가갔다·

“일단 살리기는 했어·”

올가가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품에서 연초를 꺼내다가 렌시아를 보고, 다시 손을 내렸다·

“살리기는 했다는 건····”

라온은 올가의 말을 듣고, 마른 입술을 축였다·

“너도 봤잖아· 전신에 뼈가 드러나는 상처를 입었고, 정신적인 상처는 그보다 훨씬 커·”

올가는 신성력으로도 쉽게 치유할 수 있는 증상들이 아니라며 턱을 저었다·

“체임버 님이 어떤 상태가 될지는 깨어나서야 알 수 있을 거야·”

그녀는 지금은 어느 쪽도 확신할 수 없다며 눈을 내리감았다·

“그럼 혹시 마법을 못 쓸 수도 있는 건가?”

흑탑을 무너뜨려서 오황오마의 판도를 바꿀 수 있게 되었는데, 체임버가 물러나게 되면 말짱 도루묵이나 다름없다· 야왕 오그람도 아직 본신의 무력을 잃은 상태기에 체임버까지 무너져서는 안 된다·

“초월자들의 상단전은 억지로 깨는 게 힘들 정도로 두껍고 단단해· 그곳에 균열이 갔으니, 체임버 님을 치료하는 건 쉽지 않을 거야· 하지만····”

올가가 핏물이 묻은 머리카락을 쓸어 올리며 고개를 저었다·

“내가 어떻게든 해볼 테니, 그 병든 닭 같은 표정 좀 치워· 더럽게 못생겼으니까·”

그녀는 걱정하지 말라는 듯 거만하게 턱을 까딱였다·

“성녀다운 말이네·”

라온이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고맙다· 이곳까지 와준 것도 그리고 다른 사람들을 구해준 것도 전부·”

제천검을 뽑아서 올가에게 검례를 취했다·

성기사와 신관들을 데리고 와준 것, 바쁜 와중에도 부상자를 무시하지 않고 렌시아를 살려준 것 그리고 마왕과 마족들이 난동을 부리고 있음에도 체임버를 포기하지 않은 것까지 그녀가 해준 모든 일이 고마웠다·

“못 본 사이에 오그라드는 말만 배웠냐? 흑탑은 우리에게도 주적이나 마찬가지야· 싸울 수 있으면 싸우는 게 당연하다고·”

올가가 콧방귀를 뀌며 손을 저었다·

“오히려 불러줘서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 내 눈으로 흑탑이 무너지는 꼴을 보게 될 줄은 몰랐으니까·”

그녀는 이런 전쟁에 참여한 것만으로도 좋다는 듯 구김 없이 웃었다·

“그리고 오늘 우리가 한 것보다 네가 슈페르에 해준 게 더 많아· 지금도 잊지 않고 있다고·”

올가는 자신이 아니었다면 슈페르 신성 왕국 자체가 사라질 수도 있었다며 고개를 저었다·

“아, 닭살 돋아· 너도 민망한 말 좀 그만해라· 부끄럽다고·”

라온이 양팔을 매만지며 올가 했던 말을 그대로 돌려주었다·

“다, 닥쳐! 네가 오그라드는 말을 하니까· 나도 옮은 거잖아! 썅!”

올가는 가을 사과처럼 얼굴을 붉게 물들인 채 이를 갈았다·

“어····”

렌시아는 성녀라 불리는 올가가 저런 상스러운 욕을 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는 듯 멍하니 눈을 끔벅였다·

“어이 꼬맹이·”

올가는 그리 키 차이가 나지 않는 렌시아에게 손을 까딱였다·

“이쪽으로 와봐· 너 안색을 보니까· 조금 더 치료해야겠다·”

“네? 저는 괜찮은데····”

“닥치고 와· 아까는 너무 바빠서 완전히 치료하지 못했어· 그리고 여자애는 몸에 상처가 남으면 안 돼·”

그녀는 몸에 남은 상처까지 다 지워야 한다며 고개를 저었다·

“아, 네·”

렌시아는 어쩔 수 없다는 듯 라온에게 고개를 숙이고서 올가에게 다가갔다·

“야·”

올가가 렌시아의 어깨에 팔을 걸친 채 라온을 바라보았다·

“오늘 일은 네가 우리를 도와준 거랑 퉁 치는 거다? 이따가 이상한 소리 하지 마·”

그녀는 오늘 일을 고맙게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는 듯 퉁이라고 외치고서 임시로 만든 치료소로 들어갔다·

-저 꼬맹이의 문신이 더 짙어졌군·

라스가 올가의 팔과 다리를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손가락까지 이어진 것을 보니, 이제 정말 얼마 안 남은 모양이로구나·

‘나도 느꼈어·’

올가의 몸에 있는 검은 줄은 문신이 아니라, 억지로 신성력을 끌어와 피부가 녹아내린 현상이다·

그녀는 지금도 본인의 수명과 영혼을 대가로 대량의 신성력을 끌어와 악을 멸하고, 사람들을 살리는 것 같았다·

“퉁 치겠다고 했지만····”

라온이 주먹을 움켜쥐며 은은한 미소를 그렸다·

“다시 빚을 만들 수도 있겠는데?”

당시에는 자신의 능력이 부족하여 엄두도 낼 수 없었지만, 지금이라면 올가의 어긋난 체질을 바꿔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도와줄 수 있어?’

-흠····

라스는 올가가 들어간 치료소를 잠시 바라보다가 콧방귀를 뀌었다·

-균형 정도는 잡아주겠느니라·

녀석도 올가가 마음에 든 듯 큰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계속 생각해봤는데·’

라온이 라스의 콧잔등을 매만지며 웃었다·

‘너는 마왕이 안 어울리는 녀석 같아·’

-그거 욕이지!

‘글쎄?’

라온은 버둥거리는 라스의 이마를 밀며 글러트니와 러스트가 기다리고 있을 아이스크림 매장으로 향했다·

* * *

“윽····”

성녀 올가가 렌시아의 치료를 마친 후 검은 선이 새겨진 손끝을 떨었다·

“서, 성녀님? 괜찮으세요?”

렌시아는 걱정스러운 눈으로 몸을 일으켰다·

“일어나지 마·”

올가가 힘이 빠진 손가락으로 렌시아의 이마를 눌렀다·

“나보다 너를 먼저 걱정해· 내가 1초만 늦게 왔어도 넌 죽었을 거라고·”

농담이 아니다· 자신이 몇 초만 늦게 도착하거나, 망설였으면 렌시아는 죽었을 것이다· 그 정도로 심각한 상처였기에 지금 이렇게 말을 나누는 것 자체가 기적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저를 치료해주시는 성녀님이 아프면····”

“어른은 아파도 괜찮아·”

올가는 잠이나 자라고 말하며 손을 휘휘 저었다·

“아, 아직 고맙다는 말을 못해서 잘 수 없어요·”

“고맙다고? 누구한테?”

“라온 님이랑 모두에게요·”

렌시아는 라온에게 확실히 고맙다고 못 한 게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셨다·

“정말 많은 도움을 받았거든요· 그분들이 없었으면 저는 죽어서도 흑탑의 손을 벗어나지 못했을 거예요·”

그녀는 지금도 꿈만 같다며 에메랄드빛 눈동자 위로 물방울을 띄웠다·

“어떻게 도와줬는데? 나도 급히 와서 정확한 사정은 잘 모르거든·”

올가가 잠이 안 오면 그 사정을 말해보라며 손을 까딱였다·

“그럴까요? 처음에 만났을 때는 라온이라는 이름이 아니었어요· 졸부로 오셔서····”

렌시아는 좋다는 듯 이불을 꼭 잡은 채 그간을 일을 늘어놓았다·

“···그렇게 되어서 흑탑으로 통하는 문을 열 수 있었어요· 그 이후는 제가 다쳐서 잘 모르고·”

“그 이후는 내가 아니까· 됐어·”

올가가 그 이상은 됐다고 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다 말했으니, 이제 속이 시원하지?”

“네!”

렌시아가 방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자라·”

“네? 아직 고맙다고··· 아·”

올가가 렌시아의 이마에 손을 올리자, 그녀가 새근거리는 숨소리를 흘리며 잠에 빠졌다·

“후우····”

올가가 탁한 숨을 내쉬고서 라온이 있던 분수대 쪽을 바라보았다·

“너는 하나도 변하지 않았네·”

라온이 초월자가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그가 어떻게 변했을지 궁금했었다·

자신이 보았던 순수함이 남아 있을까 걱정했었는데, 그는 조금도 달라지지 않은 모양이다·

자신의 일이 아님에도 목숨을 걸고 싸워 슈페르 신성 왕국을 구해주었던 젊은 영웅은 여전히 그 자리에 서서 다른 사람들을 위해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나도 그처럼 변하지 않았다면 좋았을 텐데·’

올가가 팔과 다리를 가득 채운 검은 선을 보며 씁쓸한 미소를 그렸다·

‘이제는 어쩔 수가 없군·’

그동안 신성 왕국을 본래의 위치로 되돌리느라 많은 양의 신성력을 소모했고, 오늘 마족을 쓰러뜨리고, 체임버를 살리느라 또 대량의 신성력을 사용했다·

손가락 중간까지 검은 선이 생겨나고, 몸 전체에 오한이 드는 것을 보니, 이제 정말 자신의 삶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았다·

‘그래도 여한은 없어·’

우유부단했던 호펜을 훌륭한 성왕으로 성장시켰고, 새롭게 성기사와 신관이 된 이들도 지옥 수련을 시켜서 제 몫을 할 수 있게 만들었다·

마음의 빚으로 남아 있던 라온에게 은혜도 갚았으니, 이제 죽어도 아무런 미련이 없을 것 같았다·

‘그래도····’

올가가 체임버를 뉘인 침대로 다가갔다· 신성력의 소모로 머리가 아려왔지만, 아직 멈출 수는 없었다·

‘이 사람은 어떻게든 살려야겠지·’

체임버가 살아야 오황오마의 구도에서 유리함을 가져갈 수가 있다· 자신이 죽더라도 이 사람만큼은 구해내야 했다·

“아, 담배 말리네·”

올가는 담배 대신 펜을 입에 문 채 체임버의 머리 위에 손을 얹었다· 눅눅한 치료소 안에서 겨울의 담뱃불처럼 따스한 빛이 끊임없이 피어올랐다·

* * *

라온은 광풍전 검사들에게 주변 경계를 지시한 후 분수대 근처에 있는 구슬 아이스크림 매장으로 향했다·

다행히 매장 안에 사람은 없었고, 글러트니가 주인 없는 구슬 아이스크림을 통째로 퍼먹고 있었다·

이미 바닥에 철통이 굴러다니고 있는 것을 보니,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았다·

반면 러스트는 구슬 아이스크림 하나를 테이블 위에 올려둔 채 허공을 올려다보며 의미를 알 수 없는 섬뜩한 미소를 그리고 있었다·

-자, 잠깐만!

라온이 아이스크림 매장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려고 할 때 라스가 앞을 막아섰다·

-정말 들어갈 것이냐? 저 스토커가 있는데?

라스는 다시 생각해보라는 듯 고개를 저었다·

‘안 들어가면 글러트니가 네 아이스크림까지 다 먹을 텐데?’

-어···?

녀석은 그 말에 아이스크림 철통까지 먹어 치우는 글러트니를 보며 마른침을 삼켰다·

‘가문에서 지원이 올 때까지는 이곳에 있어야 해서 지금 안 먹으면 한동안 구슬 아이스크림을 구경도 못 할걸?’

라온은 잘 생각하라고 말하며 라스의 머리를 톡톡 두드렸다·

-끄으으윽····

라스는 정말 사랑에 빠진 듯한 러스트와 아이스크림을 파괴하는 글러트니를 번갈아 보며 턱을 파르르 떨었다·

-이 빌어먹을 세상! 되는 게 하나가 없느니라!

녀석은 식욕과 공포 사이에서 선택을 하지 못하고 머리를 부여잡았다·

‘일단 고맙다는 말은 해야 하니까· 들어간다·’

라온이 선택을 하지 못하는 라스를 놔두고 아이스크림 매장의 문을 열려고 할 때였다·

“자, 잠깐만요!”

뒤에서 제이나가 달려와 자신을 불렀다· 그녀의 표정이 하얗게 굳어져 있었다·

“무슨 일이십니까?”

제이나는 이곳의 일을 오황 전체에 보고하는 임무를 맡았다· 그녀가 저렇게 당황하는 것을 보면 그 일에 문제가 있다는 뜻이었다·

“본부에도, 발카르에도 연락이 닿지 않아요·”

그녀가 떨리는 눈으로 아직 어둑한 하늘을 올려보았다·

“아무래도 다른 오황 쪽에 문제가 생긴 것 같아요!”

* * *

들어서는 것만으로도 영혼이 짓눌리는 듯한 위압감을 뿜어내는 오웬의 알현실· 누구라도 위축될 수 없는 웅장한 장소지만, 오늘 그곳은 평소와 달랐다·

화려함이라는 글자를 새긴 듯한 거대한 샹들리에는 땅으로 떨어져 박살이 났고, 붉은 카펫은 새빨간 핏물을 머금은 채 꿀렁거리는 거품을 내뿜었다·

위대한 왕에게 충성을 맹세한 사자의 기사들은 공포와 절망을 드러낸 눈동자를 감추지도 못한 채 숨이 끊어졌고, 그들에게서 흘러나온 핏물이 카펫 대신 옥좌로 향하는 길을 열어주었다·

고오오오오오!

알현실의 세워진 옥좌 역시 반으로 쪼개져 있었고, 그 의자의 주인 묵검존 레크로스는 갈라진 벽에 등을 기댄 채 시꺼먼 피를 토했다·

철퍽!

푸른 장포를 걸친 은발의 남성은 기사들에게서 흘러나온 핏물을 즈려밟고 나아가 반으로 쪼개진 옥좌 앞에 섰다· 그의 가느다란 손짓에 수백 년 동안 흔들리지 않았던 사자의 옥좌가 무너져 내렸다·

“묵검존· 그 이름이 허명이었던가? 아니면····”

데루스 로베르트· 한때 묵검존과 함께 육황에 이름을 올리고 있었던 검의 절대자가 서슬 퍼런 미소를 그렸다·

“내가 강해진 건가?”

그는 붉은 핏물을 머금은 검을 기울인 채 무너진 옥좌를 넘어 레크로스에게 다가갔다·

“데루스 로베르트····”

레크로스가 핏물이 흐르는 어깨를 들어 힘겹게 검을 세웠다·

“네가 왜 이곳에 있는 거냐·”

“당신들이 우리를 치는데, 나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잖아·”

데루스는 당연한 것을 왜 묻냐는 듯 어깨를 으쓱였다· 천검성이라는 이명을 지녔던 때와는 아예 영혼부터 달라진 것 같았다·

“체임버가 움직이며 너희들의 통신망에 틈이 생기더군· 우리 쪽에도 꽤 괜찮은 마법사가 있어서 뚫을 수 있었지·”

데루스 로베르트는 흑탑주를 구하는 게 아니라, 똑같은 습격을 하는 게 좋은 그림인 것 같았다며 냉혹한 미소를 그렸다·

“구출이 아니라, 복수인가? 어처구니가 없군·”

레크로스가 데루스의 푸른 눈동자를 마주한 채 입매를 비틀었다·

사실 오마가 습격을 해올지도 모른다는 건 이미 예측하고 있었다·

그래도 모두가 흑탑으로 가지 않고, 체임버가 떠난 자리를 메울 수 있는 준비를 했다·

‘문제는····’

레크로스가 여유로운 걸음으로 다가오는 데루스를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저놈의 무력이 내 예상을 한참 벗어났다는 것·’

데루스 로베르트는 육황에 속해 있을 때와는 차원이 다른 무력을 지니고 있었다· 자신이 전력을 발휘해도 놈의 검을 제대로 막기가 힘들 정도였다·

‘이렇게 차이가 났던가?’

데루스가 육황을 떠난지는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이 짧은 순간에 저렇게 강해진 것을 보면 처음부터 힘을 숨기고 있었던 것 같았다· 꼭 글렌을 마주하고 있는 기분이었다·

“마 하나가 줄었으면, 황 하나도 줄어야지· 곧 사황사마가 될 거다·”

데루스는 흑탑이 사라지는 것을 기정사실처럼 여기며 손가락을 흔들었다·

“아니, 사황삼마가 될 거다!”

레크로스는 데루스가 손가락을 까딱이는 순간 위로 세워둔 검을 내리그었다· 검극에 어린 푸른 빛이 사자의 형상이 되어 천지를 갈랐다·

사자령검 무장결·

깨지지 않는 철을 두른 듯한 장대한 검격이 알현실 전체를 가르며 데루스 로베르트의 심혼을 향해 뻗어나갔다·

쿠와아아아아아앙!

데루스가 검을 세우자, 하얀 빛이 일어나 무장결과 정면에서 부딪쳤다· 두 검격 사이로 어마어마한 폭발이 일어나며 알현실과 왕성 자체가 무너져 내렸다·

‘됐나?’

데루스 로베르트의 기척이 급격히 줄어들었다· 죽였다면 좋겠지만, 아마 그 정도는 안 될 것이다·

빠르게 호흡을 되돌리며 물러서는데, 등 뒤에서 섬뜩한 냉기가 느껴졌다·

후우우우욱!

숨을 내쉴 틈도 없이 허리를 비틀었지만, 이미 푸른 궤적은 피부에 닿아 있었다· 어느새 뒤로 이동한 데루스 로베르트의 검이 자신의 어깨를 깊게 찌르고 들어갔다·

“심장을 노린 건데, 잘도 피했군·”

데루스 로베르트가 감탄이 나온다는 듯 턱을 까딱였다·

“하지만 아무런 의미가··· 음·”

그가 어깨를 찌른 검을 그대로 내리려다가 멈춰 섰다·

“예상은 했지만, 생각보다 너무 빠른데?”

데루스 로베르트가 헛바람을 흘리며 뒤를 돌았다·

고오오오오오!

까뭇한 먹구름 사이로 홍색의 뇌전이 번지며 하늘이 울부짖는 듯 일그러졌다·

왕성이 무너지며 솟아오른 회색 먼지가 겁에 질린 듯 사그라들며 붉은 눈동자를 지닌 노검사가 기사들의 핏물 위에 섰다·

“드디어 만났군·”

글렌 지그하르트· 북의 마를 멸하고, 뇌신의 이름을 얻은 자· 대륙 제일에 오른 검사가 그의 애검을 뽑았다·

“데루스 로베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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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Reincarnated Assassin is a Genius Swordsman

The Reincarnated Assassin is a Genius Swordsman

RAGS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1 Native Language: Korean
Raon’s entire life had been lived as a dog on a leash. Through a twist of fate, he obtained a new life. Wrath remained in the wreckage of his destroyed leash. Finally capable of standing on his own feet, he decided to live life by his own will. He would slay anyone standing in his way… Even if they were a g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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