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32화
“후우····”
라온이 안도의 숨을 내쉬며 떨리는 어깨를 잡았다·
‘도박이 성공했군·’
그리드에게서 도망치기 위해 빠르게 계획을 짜고 실행했는데, 다행히 성공한 것 같았다· 아니, 러스트만이 아니라, 글러트니까지 온 것을 보면 새로운 판을 짜도 될 정도의 수확이었다·
-도박?
라스가 이해를 할 수 없다는 듯 눈매를 찌푸렸다·
-네놈이 무슨 도박을 했다는 것이냐?
‘그리드가 나타난 후 대기 중에 퍼져 있는 마왕들의 권능을 외부에 뿌렸어·’
지금 이 차원은 마계와 다를 바가 없는 장소였기에 자신이 운용했던 마왕들의 힘이 사념처럼 퍼져 있다· 가루누아의 바람을 이용하여 그 권능들을 밖으로 보내서 자신을 도와줄 수 있는 마왕들을 불렀는데, 다행히 그 도박이 통했다·
-그래서 가뜩이나 없는 힘으로 바람을 일으켰군·
라스는 가루누아를 운용한 이유를 이제야 알겠다며 헛바람을 흘렸다·
-그리드를 앞에 두고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니, 정말이지 네놈은····
녀석은 배포가 미쳤다는 말로도 표현이 안 된다며 눈매를 찌푸렸다·
[역시 내 주인····]
-넌 닥치라고!
라스가 지르콘의 머리에 꿀밤을 놓았다· 이제는 저 악마 녀석이 불쌍해 보일 지경이었다·
‘다만 나도 예측하지 못한 게 있어·’
라온이 러스트의 분홍빛 눈동자를 보며 고개를 저었다·
-예상하지 못한 것?
‘러스트가 마계에 있을 줄은 몰랐거든·’
러스트가 와주기를 바라며 <색욕>의 권능을 강하게 날렸지만, 그녀는 그리드와 마찬가지로 마계의 문에서 튀어나왔다·
멀린과 함께 다니던 러스트가 왜 마계에서 넘어온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렇게 찾아다녔는데, 네가 날 먼저 부를 줄은 몰랐어·”
러스트는 정말 반갑다는 듯 싱긋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그렇게 찾아다녔다고?’
라온이 러스트를 보며 눈을 끔벅였다·
‘날 찾는데 왜 마계에 있던 거지?’
-저 스토커를 이해하려고 들지 말거라· 본왕이 말했듯이 차원 제일의 길치니까·
라스는 다음에 볼 때는 천계에서 내려올지도 모른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구슬 아이스크림 있어···?”
글러트니가 배가 고픈 듯 길게 입맛을 다셨다·
“물론 있지·”
라온이 아공간 주머니에서 라스의 간식으로 준비해둔 구슬 아이스크림 상자를 꺼냈다·
“오····”
글러트니는 좋다는 듯 상자를 받아가서 바로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신경이 둔한 건지 지금 상황 따위는 관심도 없는 것 같았다·
-아아악! 저거 본왕의 것이잖느냐!
라스가 뭐 하는 짓이냐며 자신의 멱살을 잡고 흔들었다·
‘이 정도는 줘도 괜찮아·’
라온이 라스의 손을 털어내며 고개를 저었다·
‘글러트니까지 와줄 줄은 몰랐으니까·’
사실 자신이 부르고 싶었던 것은 러스트 한 명이다· 그녀만 와준다면 이 위기를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글러트니가 와주어서 한 단계 더 나아갈 수 있게 되었다· 아이스크림을 사 먹을 돈이 필요해서 왔다고 해도 그저 반가울 뿐이었다·
러스트와 글러트니· 이 두 마왕이 자신의 편에 서준다면 그리드를 몰아내는 것은 물론이고, 놈의 권능을 받아낼 기회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바람을 뿌리길래 혹시나 했더니····”
그리드는 글러트니와 러스트 사이에 있는 라온을 보며 길게 입맛을 다셨다·
“이런 결과를 그려내려고 한 건가? 더욱더 마음에 드는군·”
그는 오히려 더 욕심이 난다는 듯 금색 눈동자를 번득였다· 안구에서 탐욕이라는 불길이 타오르는 것 같았다·
“꺼져·”
러스트는 당장 물러나라는 듯 검에 손을 얹은 채 미간을 찌푸렸다·
“조금 아쉬워····”
글러트니는 다 먹은 아이스크림 상자를 허공에 던지며 라온의 앞에 섰다· 그리드로부터 보호를 해주겠다는 의미 같았다·
“여자를 농락하는 타입으로는 보이지 않았는데·”
그리드는 러스트를 자극하려는 듯 말꼬리를 길게 늘였다·
“저 집착녀를 어떻게 구워삶은 거지?”
그는 긴 손가락으로 러스트를 가리키며 비웃음을 흘렸다·
“러스트가 내게 보여주는 건 집착이 아니라····”
라온은 농염함 속에 순정을 지니고 있는 러스트를 바라보며 턱을 저었다·
“애정이다·”
“라스···· 라스!”
러스트는 애정이라는 말을 듣자마자, 무시무시할 정도로 강렬한 분홍빛 기류를 뿜어냈다· 자신에게 <색욕>의 권능이 없었다면 저 힘에 빨려 들어가 질식했을 것 같았다·
-이, 이 미친 놈이!
라스가 무얼 하냐는 듯 자신의 뒤통수를 후려쳤다·
-나중에 어쩌려고 애정 같은 소리를 하는 것이냐! 정말 대가리에 칼이라도 맞은 거냐고!
‘뒷일은 맡길게·’
라온은 잘 부탁한다는 듯 라스를 향해 어깨를 으쓱였다·
-네, 네놈은 천벌을 받을 것이니라! 신이고 마신이고 이런 일을 그냥 넘어가서는 안 돼!
라스는 천족도, 악마도 저런 짓은 안 한다며 고개를 마구 휘저었다·
“러스트· 너는 아주 큰 착각을 하고 있다· 저건 라스가 아니라····”
그리드도 러스트의 반응에 놀란 듯 그녀를 가라앉히기 위해서 입을 열었다·
“그 냄새 나는 주둥아리 닥쳐·”
러스트는 그리드에게 속지 않겠다는 듯 입술을 비틀며 검을 뽑아 들었다·
“나도 나름 난봉꾼 소리를 듣지만, 너 정도는 아니다· 지독하구나·”
그리드가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그는 러스트에게는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걸 느끼고서 글러트니를 바라보았다·
“글러트니· 돈이 없다고 했었나?”
그리드는 손가락에 묻은 아이스크림을 핥는 글러트니에게 손짓을 했다·
“아이스크림을 좋아하는 걸 보니, 인간계의 음식에 빠진 모양이로군· 그럼 내가 돈을 주마·”
그의 손아귀 위로 백색 금화가 폭포수처럼 떨어져 내렸다·
“네 식욕으로도 원 없이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아니, 인간들을 노예로 만들어서 너를 위한 나라도 세워줄 수 있어·”
‘····’
라온은 글러트니를 유혹하는 그리드를 보며 눈매를 찌푸렸다·
‘이 짧은 순간에 글러트니와 내 관계를 파악한 건가?’
이곳에 온 이후 글러트니가 한 말은 돈이 없다와 아이스크림 그리고 배가 고프다였다· 저 세 문장으로 글러트니와 자신의 관계를 뚫어보다니, 역시나 그리드는 다른 마왕들과 달랐다·
“글러트니· 저 말을····”
“네 돈에서는 맛없는 냄새가 나·”
글러트니를 그리드에게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 말을 걸려는데, 그녀가 먼저 돈을 받지 않겠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맛없는 냄새?”
그리드는 글러트니의 말에 놀란 듯 눈을 부릅떴다·
“응· 돈은 라스에게 받을 거야····”
글러트니는 그리드의 돈은 필요 없다는 듯 단호한 눈빛을 드러냈다·
‘허?’
라온은 단호한 결정을 내린 글러트니를 보며 헛바람을 흘렸다·
‘설마 글러트니는····’
돈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나를 구하기 위해서 와준 건가?
사실 글러트니에게 금화를 넘긴 지는 그렇게 오래되지 않았다· 아직 찾아올 때가 아닌데도 여기까지 와준 것을 보면 돈이 아니라, 정말 자신을 위해서 와준 것 같았다·
“···먹는 것에만 관심이 있어서 잘 모르는 모양이로군·”
그리드가 손가락으로 금화를 튕기며 픽 웃었다·
“세상에 나쁜 돈은 없다· 돈의 성향은 그 주인에 따라서 갈리는 법이야·”
그는 꺼낸 금화를 다시 어둠 속으로 돌려보내며 시선을 들어 올렸다·
“군주 둘이라····”
그리드가 러스트와 글러트니를 차례로 살피며 입맛을 다셨다·
“싸워볼 만은 하지만, 언제 라스가 튀어나올지 모른다는 게 문제로군· 어쩔 수 없겠어····”
그가 이대로 물러날 수밖에 없다는 듯 살짝 발목을 돌렸다·
‘지르콘·’
라온이 그 모습을 보며 빠르게 지르콘을 불렀다·
[왜, 왜 그러는 것이냐·]
라스에게 쫄아 있던 지르콘이 천천히 머리를 들어 올렸다·
‘내 몸과 정신력을 조금이라도 회복시켜줄 수 있어?’
[음, 지금 내 힘만으로는 힘들지만, 방법은 있다·]
지르콘은 쉽지는 않지만, 방법이 있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괜찮겠군·’
라온은 고개를 끄덕이고서 한 발 뒤로 물러섰다· 다행이라는 감정을 아주 희미하게 드러내며 시선을 돌렸다·
-이 멍청한 놈!
라스가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그렇게 겁먹은 표정을 하면 본왕을 부를 수 없다는 게 들키지 않느냐!
녀석은 무얼 하냐는 듯 소리를 질렀다·
“역시 그랬군·”
라온을 바라보는 그리드의 눈동자 위로 금색의 광채가 피어났다·
“지금 라스는 나올 수 없는 거였어!”
그는 절대 채워지지 않을 욕망을 드러내며 길쭉한 손을 뻗었다·
“크흐흐·”
러스트와 글러트니가 그 손을 막아주었지만, 그리드는 이미 결심을 한 듯 섬뜩한 미소를 그린 채로 라온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보아라! 이 멍청한 놈아!
라스가 한심하다는 듯 혀를 찼다·
-저놈이 러스트와 글러트니를 이길 수는 없겠지만, 순간적으로 둘 사이를 뚫고 네놈에게 닿을 수 있을 것이니라!
녀석은 마계로 끌려갈 수도 있다며 손을 휘저었다·
‘일부러 그런 거야·’
라온이 점차 탐욕을 키워가는 그리드를 보며 담담하게 고개를 저었다·
-뭐?
‘마왕 둘이 내 편에 섰는데, 저대로 보내면 너무 아깝잖아·’
러스트만 왔다면 그리드를 물러나게 하는 데서 만족했겠지만, 지금 자신의 앞에는 글러트니와 러스트가 함께 있다· 저 둘이라면 십중팔구 유리한 싸움을 할 수 있기에 저대로 보내는 것 자체가 손해다·
‘이제 그리드의 심리가 읽히거든·’
조금 전 자신이 당당한 모습을 보이거나, 도발했다면 그리드는 라스가 나올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떠올리며 빠르게 물러났을 것이다·
하지만 겁먹은 모습을 보이자, 그리드는 탐욕을 그대로 드러내며 자신을 잡아챌 기회를 노리기 시작했다·
라스의 말대로 놈은 마족· 그것도 탐욕의 군주다· 돈만이 아니라, 모든 것에 욕심을 지니고 있기에 자신을 진심으로 노리는 게 읽혔다·
“마왕 둘이라면 그만한 대우는 해주는 게 맞겠지·”
그리드가 탐욕스럽게 입맛을 다시며 손가락을 들어 올렸다·
“간단하게 1억 골드·”
그의 입꼬리가 말려 올라감과 동시에 눈앞으로 황금빛 광채가 쏟아졌다·
쿠와아아아아아!
* * *
“그렇게 나올 줄 알았다·”
러스트가 이를 갈며 앞으로 나왔다· 그녀의 검이 지나간 투로 위로 분홍빛으로 아롱지는 불길이 타올라 거대한 벽을 세웠다·
“배가 더 고프겠네····”
글러트니가 짧은 한숨을 내쉬고서 두 손을 모았다· 첫눈처럼 새하얀 빛이 솟아나 분홍색 불길을 넘어오려는 금색의 빛을 가라앉혔다·
쿠와아아아아아앙!
세 마왕이 기운이 격돌하며 터져 나오는 파동이 차원 전체를 뒤흔들었다· 하늘이 찢어지며 검은 벼락이 떨어지고, 땅이 무너져 바닥에 쌓인 시체를 집어삼켰다·
‘지르콘·’
라온이 뒤로 멀찍이 물러나서 지르콘을 불렀다·
‘아까 지금 내 상태를 조금이나마 회복시킬 수 있다고 했지? 어떻게 하는 거야?’
[····]
지르콘이 잠시 자신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 전에 얻었던 페리도트의 탄생석을 먹어라·]
‘탄생석을 먹으라고?’
[지금 페리도트의 힘은 탄생석 안에서 잠들어 있는 상태· 그걸 먹는다면 내 힘과 부딪치며 조금이나마 네 체력과 정신력이 회복될 것이다·]
그는 그 방법이 유일하다며 손가락을 들어 올렸다·
‘좀 큰데····’
라온이 페리도트를 보며 눈매를 찌푸렸다· 지르콘을 못 믿는 건 아니지만, 보석이 커서 삼키기는 힘들 것 같았다·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입에 넣으면 자연스럽게 녹아내릴 테니까·]
‘음, 그럼····’
라온이 지르콘을 한 번 본 후 입안에 페리도트를 넣었다· 지르콘의 말대로 혀에 닿자마자, 보석이 아이스크림이 된 것처럼 녹아내렸다·
쿠우우우웅!
샘물처럼 시원한 기운이 목 안으로 넘어가자, 가슴이 터져나갈 듯한 폭발이 일어났다·
‘크윽····’
심장이 깨질 듯한 통증에 자신도 모르게 눈이 감기고, 허리가 굽어졌다·
우우우우우웅!
다만 고통은 길지 않았다· 다시 눈을 뜨자, 손가락을 움직이기도 힘들었던 육체에 활력이 돌아왔고, 지끈거리던 뇌리도 찬물을 뒤집어쓴 듯 시원하게 가라앉았다·
전력까지는 아니어도 평소와 크게 다를 바 없는 상태· 약간의 고통을 느낀 것으로 이런 상태까지 회복되다니, 탄생석의 힘은 대단했다·
[말했듯이 내 힘과 페리도트의 힘이 부딪치며 일어난 현상이다· 잠시 동안은 싸울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지르콘이 어딘가 씁쓸한 눈빛으로 고개를 저었다·
[너와는 이것으로 안녕이다·]
‘뭐?’
라온이 지르콘을 바라보며 눈을 부릅떴다· 안녕이라는 말이 거짓이 아닌지 그의 영체가 흐려지기 시작했다·
[나도 내 힘을 모두 사용했고, 페리도트도 마찬가지다· 이런 상태에서 두 탄생석의 근본이 부딪치게 되면 자아가 사라지고 오직 힘만이 남게 된다·]
지르콘이 손가락을 들어 라온의 이마를 찔렀다·
[물론 처음부터 네가 우리의 힘을 전부 가지는 게 되는 건 아니다· 나무가 뿌리를 내리듯 아주 천천히 네 힘이 되어 줄 것이다·]
‘아니, 힘이 문제가 아니라, 네가 사라진다며 그건 괜찮아?’
[걱정하지 마라· 네가 죽으면 다시 두 개의 탄생석이 되어 흩어질 테니까· 그리고····]
지르콘이 천천히 시선을 돌려 라스를 바라보았다· 아련했던 그의 눈동자에 갑작스러운 분노가 피어났다·
[저 성질 더러운 마족 새끼와 함께 사느니, 그냥 사라지는 게 낫다!]
-서, 성질 더러운?
라스가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눈을 부릅떴다·
-이게 챙겨줬더니 뒤질려고!
[죽여봐! 나는 어차피 사라지니까! 힘만 쎈 돌대가리야!]
-너 미쳤어?
녀석이 주먹을 휘둘렀지만, 지르콘은 이미 영체가 흩어진 듯 맞지 않았다·
[네 주인에게 평생 욕이나 처먹어라!]
지르콘은 혓바닥을 길게 내밀고서 검은 안개가 되어 흩어졌다·
-끄아아아아악!
라스는 분하다는 듯 주먹을 휘둘렀지만, 이미 지르콘은 사라졌기에 그저 허공을 칠 뿐이었다·
‘쯧쯧, 얼마나 괴롭힘이 심했으면····’
라온이 라스를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뭘 괴롭혔다는 것이냐! 본왕은 그저 친근함의 표시로····
‘괴롭힌 애들은 언제나 그렇게 표현하지· 네가 안 괴롭혔으면 도망갔겠냐고·’
-끄으윽····
라스는 분하지만 할 말이 없는 듯 입술만 깨물었다·
‘됐고· 네 분노와 영혼을 잠시 내 쪽으로 넘겨’
-엉? 그게 무슨 미친 소리냐!
녀석은 못 들을 것을 들었다는 듯 눈을 부릅떴다·
‘지금부터 너인 척 연기를 해야 하니까· 영혼과 분노를 넘기라고·’
-이, 이 미친 또라이 놈이! 본왕이 왜 분노를 넘겨주겠느냐! 네놈만 좋은 일은 절대 하지 않을 것이니라!
라스는 헛소리 말라며 주먹을 휘둘렀다·
‘벌써 잊었나 보네· 너 지르콘이 분노 때문에 나한테 붙은 게 아니라면 뭐든 한다고 했잖아·’
-어···?
녀석은 이제야 그 약속이 떠올랐다는 듯 갓 잡은 생선처럼 턱을 파르르 떨었다·
‘지금이····’
라온이 라스의 머리통을 움켜쥔 채 싸늘한 미소를 그렸다·
‘그 약속을 지킬 때라고·’
-어으으으윽····
분노의 마왕의 눈동자 위로 공포와 경악이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