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okie Talent Agent Knows It All Chapter 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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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16화

116. 봄 다음엔 겨울? 5

“음성을 짜깁기라고 들어봤어?”

-예? 짜깁기요?

앞으로 5년 뒤.

천이상 이사는 자신과 충돌을 일으킨 이예솔이란 탑스타를 무너뜨릴 때 이 방법을 쓴다.

회사와 재계약을 하지 않고 FA로 풀려나자마자 다른 회사와 계약하려는 걸 응징하기 위해서.

물론 그때는 지금과도 안 될 정도로 심각했다.

이예솔이 마약을 하고서 남자와 어울린다는 자극적인 내용의 음성 파일을 풀었으니까.

거기에 한술 더 떠 매니저를 매수해 이예솔의 범죄를 직접 목격했다는 증언까지 더했다.

그 결과 이미지가 바닥으로 떨어진 이예솔은 그 길로 연예계를 은퇴할 수밖에 없었다.

3년이 지난 뒤에야 천이상 이사가 짜깁기를 이용해 음성을 날조했다는 게 업계에 알음알음 알려졌고.

그나마 다행인 건.

그 모든 걸 내가 알고 있다는 것과 짜깁기의 내용이 그때보다는 심각하지 않다는 거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건 나도 음성 짜깁기 작업을 한 기술자가 누군지를 모르는 거다.

그 기술자를 알면 찾아서 증거와 함께 까발렸을 텐데 말이다.

그렇기에 전혀 다른 방법으로 이 문제를 풀어야 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난 심호흡을 가다듬고 유진이를 다시 한번 안심시켰다.

“내가 처리할 테니까 걱정하지 마. 아 그리고 기자들이 귀찮게 굴 테니까 촬영이 없는 오늘 내일은 전화를 꺼 둬. 미소 폰으로 계속 연락할게.”

-네 오빠. 오빠만 믿을게요.

짧은 유진이의 대답에서 나를 향한 신뢰가 느껴졌다.

괜히 코끝이 찡해졌다.

유진이와 전화 통화를 끊고 난 뒤 폰을 끄고 회사로 돌아왔다.

배우 2실 매니저들과 홍보팀원들이 전화를 받느라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실장님. 주간 스타에서 사실이냐고 확인 들어오는데 뭐라고 말하죠?”

“모든 게 조작이고 날조라고 해! 유진이가 그런 놈과 어울릴 리가 없잖아!”

“실장님. 바로 스타에서 자기들이 가지고 있는 소스 좀 확인해 달라는데요?”

“지X. 소스는 무슨 소스! 소스 확인은 시식 코너에서나 하라 그래!”

“이거 심상치 않습니다. 연예계 신문사들 전부 다 몰려들고 있는데요?”

“이거 안 되겠다! 야! 다들 폰 끄고 전화선 뽑아!”

스마트폰의 전원을 꺼버린 구성철 실장의 이마엔 땀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

수많은 연예 신문사들이 일제히 기사를 올리는 걸 대응하다 보니 진이 빠진 탓이었다.

천이상 이사는 엄청난 돈으로 기사를 도배하는 물량전을 사용하고 있었다.

아무리 굴렁쇠 엔터가 대응하려고 해도 엄청난 물량전 앞에서는 속수무책이다.

홍보팀 성민석 팀장의 손에 들린 폰이 진동으로 떨리고 있다.

“일단 제가 최선을 다해 막아볼 테니까 배우 2실에서도 방법 좀 생각해 보십시오.”

“미안하다. 성 팀장.”

“별말씀을 다 하십니다.”

회의실을 나오던 성민석 팀장은 뒤늦게 내가 왔다는 걸 알아차렸다.

“어 정 대리. 유진이는 어때?”

“폰 꺼두고 있으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유진이네 주인아줌마가 곁에서 잘 돌봐 주시니까 너무 걱정 안 해도 될 겁니다.”

“그래? 다행이네.”

성민석 팀장이 한숨을 내쉬며 안도한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근데 넌 표정이 왜 그리 태연해? 혹시 무슨 방법이라도 있어?”

“당연히 있죠.”

순간 회의실의 시선이 모두 내게 향했다.

구성철 실장부터 주영훈 팀장.

그리고 성민석 팀장까지.

“일단 그 녹음 파일은 모두 조작입니다.”

“조작이라고? 그게? 하나도 안 어색하던데?”

오덕구 팀장이 곁에서 내 말을 받았다.

“촬영 현장에서 유진이는 그런 말을 한 적이 없습니다. 대사를 녹음한 사운드와 일상 대화를 몰래 녹음해 만든 겁니다. 키스 사진은 당연히 가짜고요. 현장에서는 촬영 장면을 본 스태프가 한둘이 아닙니다.”

구성철 실장의 표정이 눈에 띄게 밝아졌다.

“그래? 그럼 우린 스태프 증언이라도 받아 둬야겠네.”

주영훈 팀장이 재빠르게 말을 받았다.

“실장님. 첫 번째 녹음 파일을 올린 곳이 연예특집입니다. 거기에다가 원본 녹음 파일을 제출해 달라고 요청하는 건 어떻습니까?”

“오케이. 녹음 파일 받는 즉시 분석해 주는 회사에 연락해. 법무팀에 연락해서 파일 안 줄 때를 대비하라고 부탁하고.”

회의실에 약간의 희망이 맴돌았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조작을 밝히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생각하면 해명보다 유진이의 이미지가 망가지는 게 빠르니까.

그런데 그때였다.

벌컥 하고 회의실의 문이 열리며 강지영 본부장이 뛰어 들어왔다.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보니 비상계단으로 뛰어온 모양이다.

“지금 연예가 쌩쌩뉴스에서 현장 관계자 인터뷰 공개한다던데 혹시 뭐 들은 거 있어요?”

벌써 현장 관계자까지 포섭해 둔 건가?

천이상 이사.

역시 만만치 않은 상대였다.

강지영 본부장의 질문에 주영훈 팀장이 급히 답했다.

“본부장님. 그 파일 조작된 거랍니다!”

“그 그래요?”

“예. 현장에서 유진이는 그런 말을 한 적이 없습니다. 최종혁 그 인간과의 키스 사진도 다 가짜고요.”

연이어 내가 대답하자 강지영 본부장도 안도한 표정을 지었다.

“그럼 그렇지. 유진씨가 그럴 리가 없지······”

강지영이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리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강지영 본부장도 믿을 정도로 완벽한 조작 파일이다.

“어떻게 대책이 좀 섰나요?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허위사실 유포로 고발하겠다고 하는 것 정도일 것 같은데.”

강지영 본부장이 대책을 물어왔다.

현장 관계자의 거짓 증언.

사진.

녹음 파일.

그리고 최종혁과 TK 엔터의 애매모호한 태도.

이것들은 대중들에게 최종혁과 정유진이 사귄다는 확신을 주기에 충분한 요소들이다.

한 번 흐름을 탄 찌라시는 어지간해서는 되돌리기 힘들고.

“대책이 있다며? 대체 어떻게 할 생각이야?”

구성철 실장의 재촉과 함께 모두의 눈이 나에게로 쏠렸다.

“지금부터 드리는 말씀은 외부로 흘러나가지 않도록 보안 부탁드립니다.”

지금부터 내 입에서 나올 말은 극소수의 사람만이 아는 비밀이었으니까.

함부로 불장난한 대가는 몇 배로 돌려줄 생각이다.

* * *

[에브리데이 V10]

[날짜 : 2022년 3월 15일]

-AM 8:00 MBS <오늘 아침!> 최지영 편. 시청률 18.5%. 모니터링.

앞으로 2년 후.

주부들을 타깃으로 한 MBS의 <오늘 아침>에 한 시대를 풍미했던 여배우 최지영이 출연해 자신의 ‘이혼’에 얽힌 비화를 공개한다.

-전 외도를 한 게 아닙니다.

평소 아끼던 후배인 최종혁이 약물을 사용해 자신을 추행했고 전 남편 장지철은 변호사를 대동한 채 그 현장을 덮쳐 자신이 가진 모든 걸 빼앗았었다고.

이 일로 화가 난 주부들은 청와대 게시판으로 몰려가 청원을 시작했고 결국 경찰이 나서 전면 재조사에 들어갔다.

그 일로 장지철과 최종혁은 나락으로 떨어졌고 최지영은 배우로 재기할 수 있게 되었다.

음모의 희생자라는 진실이 드러나자 동정표를 받으면서 말이다.

물론 현재로서는 연예계에서 퇴출 상태나 마찬가지였지만.

내 이야기를 들은 강지영 본부장과 구성철 실장은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게 사실이라면······ 설마 맞불을 놓을 생각이에요?”

역시 척하면 척이다.

“예. 장지철과 최지영 커플의 이혼에 얽힌 비화 그것도 재산 갈취를 목적으로 한 범죄라면 유진이 찌라시 정도는 순식간에 덮고도 남을 겁니다.”

TK 엔터의 장지철은 대한민국 사람들이 다 아는 탑스타.

이정도라면 유진이의 스캔들을 충분히 덮고도 남을 터.

자세한 일 처리는 그다음에 할 일이고.

“정보는 확실한 거야? 만약 이 정보가 틀린 거면 역풍이 장난 아니게 불 것 같은데.”

“확실한 게 아니면 말을 꺼내지도 않았죠. 믿어 보세요.”

약간의 이견이 있긴 했지만 결국엔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이슈를 이슈로 덮는 것 이상의 좋은 방식이 떠오르지 않은 탓이다.

강지영 본부장이 노파심에서 되물었다.

“이런 일은 최지영 씨가 본인 입으로 직접 터트려야 파급력이 있을 것 같은데. 당사자를 설득할 수 있을까요?”

“그건 제가 추진해 보겠습니다. 대신 본부장님이랑 실장님 그리고 팀장님들이 도와주셔야 합니다.”

연이어 이어진 내 계획을 들은 강지영 본부장과 구성철 실장이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그렇게 하죠.”

TK 엔터와의 전쟁이 다시금 시작되었다.

* * *

드라마를 촬영하다 보면 출연진들 간에 스캔들이 발생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런 일이 일어날 때면 흔히 볼 수 있는 기사들이 있다.

-친한 오빠 동생 사이예요.

-좋은 선후배 사이입니다.

하지만 이번은 통상적인 스캔들과 달랐다.

조작이긴 해도 녹음 영상과 사진이 포함된 기사가 돌고 있으니까.

우리가 아무리 적극적으로 부인해도 TK 엔터에서는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중이라며 모호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었고.

이대로라면 유진이는 망한다.

여자 연예인에게 스캔들은 그만큼 치명적이니까.

강지영 본부장은 급히 SBC로 달려가 유진이가 출연한 예능의 원본 테이프를 내놓기 전에는 드라마 촬영도 없다는 강수를 꺼내 들었다.

당연히 드라마국과 예능국은 발칵 뒤집혔다.

하지만 강감찬 대표가 미리 10억을 투자한 덕분인지 결국 우리 요구를 들어주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그리고 난 정상봉과 함께 김솔잎 작가의 집필실로 이동했다.

최소한 김솔잎 작가에게는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려줘야 한다.

작가와의 관계가 삐끗하면 모든 걸 다 잘해도 의미가 없으니까.

잠깐 차를 멈춘 사이 조수석에 앉은 정상봉은 댓글을 보고 성난 콧김을 씩씩 뿜어내고 있었다.

“아우. X. 어떻게 이딴 소리를······.”

(댓글)

-ㅋㅋㅋ. 얌전한 고양이가 부뚜막에 먼저 올라간다더니.

-휴먼스토리로 포장 잘해도 결국 인성 나오네.

-최종혁이랑 리조트까지 다녀왔다던데?

-뒤로 호박씨 까는 애들이 어디 한둘이냐? 새삼스럽지도 않다.

-음성 파일 그거 조작임.

-조작 무새 또 왔네.

으드득.

정상봉이 이빨을 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악플 처음 보냐? 국대 시절에 너도 많이 겪어 봤을 거 아냐?”

어찌나 흥분해 있는지 정상봉의 머리 위에서 뜨거운 김이라도 나올 것 같다.

“악플은 주로 축구 야구 선수한테나 붙습니다. 태권도같은 비관심 종목이야 뭐. 그나저나 왜 유진 씨가 이런 소리까지 들어야 하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습니다.”

유진이를 담당하게 된 이후 소속감이 생겼는지 자기 일처럼 화를 내고 있었다.

“악플러들의 미묘하고 섬세한 심리를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이 어떻게 알겠니. 그러려니 해야지 뭐.”

입안이 텁텁해져 왔다.

악의적으로 음성이 조작되었다는 우리 측 입장을 알려도 사람들은 전혀 믿지 않고 있었으니까.

얼마 지나지 않아 김솔잎 작가네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도착했다.

“들고 따라와.”

페트병 4개를 꽉꽉 채운 커피를 든 정상봉이 내 뒤를 따랐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김솔잎 작가가 사는 층을 눌렀다.

그런데 그때였다.

지잉하는 울림과 함께 천이상 이사의 전화가 폰으로 걸려왔다.

“정윤홉니다.”

천이상 이사의 낮은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우리 젊은 친구. 이제 슬슬 협상해 볼 생각이 들었나 해서 연락했어. 어때?

영상 짜깁기로 선공을 건 게 제대로 먹혔다고 판단한 탓일까.

천이상의 말투에는 자신감이 가득했다.

스마트폰 너머로 전해오는 그의 웃음소리를 듣자 속이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하지만 난 속내를 감췄다.

흥분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으니까.

“이 짓거리를 언제까지 계속하실 겁니까?”

-그래. 내가 말했잖아. 내 제안을 거절하면 후회하게 될 거라고. 그러니까 잘 생각해. 이제 시작이니까.

천이상 이사의 태도에는 거침이 없었다.

이제 시작이라면 또 다른 게 있다는 건데?

순간 머릿속을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천이상 이사가 또 다른 배우 한 명을 묻어버릴 때 사용했던 더욱 악랄한 방법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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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okie Talent Agent Knows It All

Rookie Talent Agent Knows It All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0 Native Language: Korean
Jung Yoon-Ho, the Vice President of Top Entertainment, is betrayed by those closest to him, including his wife and the company’s president. When he dies of terminal stomach cancer, he receives a miraculous second chance at life through regression. This brings him to his early days as a talent agent at Hoop Entertainment where his career first began, and where he encountered people he truly cared about. With a planner of future events and knowledge of what’s to come, Jung Yoon-Ho starts anew as a rookie talent agent. Determined to lift up those who were kind to him before, he navigates the challenging entertainment industry to turn adversity into opportunity in this journey of redemption and transformation. Blurb: Jung Yoon-Ho, the Midas Touch of the Entertainment Industry, regresses to a first-year talent agent. The life of the unrivaled ‘Rookie Talent Agent’ starts n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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