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1화· < 종장(4) >
다선초당에 도착했을 때는 해가 뉘엿뉘엿 기울기 시작할 무렵이었다·
네 개의 삼 층 전각이 둘러싼 정원은 만개한 봄꽃들이 뿜어내는 향기로 가득했다·
정원 쪽으로 통창을 낸 다실은 그 꽃들을 감상하려는 다객들로 또 만원이었다·
돈벌이로만 따지자면 개고생하며 표행을 다니는 것보다 이게 훨씬 나을 것 같았다·
“사대명표다!”
일 층에 있던 누군가가 나를 가리키며 외친 말이었다·
그를 시작으로 여기저기서 한마디씩 보태자 다루 전체가 벌통 속에 들어온 것처럼 웅웅거리기 시작했다·
그중에서도 삼층 귀빈실에서 함께 차를 마시고 있던 젊고 아름답고 부유해 보이는 대여섯 남녀들의 대화가 귓속을 파고들었다·
“사대명표 누구?”
“여기 올 만한 사대명표가 천룡표국의 풍운비룡밖에 더 있어?”
“어디요? 어디?”
“저기 지금 막 들어서는 젊은 검객 말이야·”
“멋져라· 소문으로 듣던 것보다 훨씬 키도 크고 잘생겼네·”
“다른 곳은 몰라도 다선초당에 와서 인물을 논하는 건 좀 아니지· 무려 창룡검 남궁세옥이 있는 곳인데 말이야·”
“누가 남궁세옥 공자보다 잘생겼대요? 저만하면 어딜 가도 빠지지 않는다는 소리지· 항주의 유흥가를 섭렵하고 다니던 소싯적에는 기녀들한테 인기도 많았다잖아요·”
“기녀들한테 인기가 많은 거야 돈을 물 쓰듯 썼으니 그런 것이고· 주변을 둘러보면 알겠지만 다루의 손님들 삼 할이 창룡검을 보러 온 젊은 소저들이야· 진짜 인기란 이런 것이지·”
“그래도 돈은 풍운비룡이 훨씬 많을걸요· 숨은 부자가 많은 항주에서도 세 손가락 안에 드는 갑부일 거라는 소문이 있어요· 고작 서른도 안된 나이에·”
“그거야 절강성 제일 갑부라는 천룡표국주의 넷째 아들이니까 그렇지· ”
“순수한 비룡당의 재산으로만 그렇다더라고·”
“그래?”
“그렇다니까요· 인물이 아무리 좋으면 뭘 해· 철이 조금이라도 든 여자들은 결국 돈 많은 남자한테 시집을 가기 마련인데·”
“아 이건 좀 센데·”
나는 속으로 피식하고 웃었다·
어차피 인물이나 멋지기로는 천하의 어떤 후기지수도 남궁세옥을 당할 수가 없다·
돈으로라도 그를 이길 수 있으니 기분이 썩 나쁘지는 않았다·
그때 동석하고 있던 또 다른 인물이 불쑥 끼어들었다·
“모르는 소리· 창룡검은 조부와 부친을 이어 장차 대남궁세가의 가주가 될 신분 비룡당이 아무리 커도 어찌 남궁세가에 비하리오·”
“반박 불가·”
“이게 정답이지·”
“그건 그렇네요·”
계속 있다가는 봉변만 당할 것 같다·
아무나 붙잡고 물어보려는 찰나 때마침 남궁세옥의 호위무사 동천이 환하게 웃으며 나타났다·
“공자님 오셨습니까?”
“여긴 항상 만원이군요·”
“다 도와주신 덕분입니다·”
“한 달에 얼마나 법니까?”
“예?”
“아닙니다· 세옥 형님은 어디 가셨습니까?”
“정마대전 직후 이런저런 일들을 수습하기 위해 세가로 직행하시고는 아직 돌아오지 않으셨습니다· 알고 계신 줄 알았습니다만·”
“몰랐습니다·”
“그러셨군요·”
“간만에 술이나 한잔 할까 해서 찾아왔더니만· 그냥 돌아가야 하나·”
“기왕에 오셨으니 후원으로 가셔서 아가씨라도 뵙고 가시지요·”
“그럼 그럴까요?”
“마침 공자님과도 친분이 깊으신 손님들께서 와 계십니다· 오신 줄 알면 모두 반가워하실 겁니다·”
“손님들요?”
“안내하겠습니다·”
“혼자 가겠습니다·”
“좋을 대로 하시지요·”
다루와 분리된 후원으로 갔을 때는 생각지도 못한 사람들에 의한 상상도 못한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가장 먼저 눈에 띈 사람은 조영영이었다·
그녀는 의자며 탁자가 이리저리 쪼개져 나뒹구는 가운데 우물가에 주저앉아 있었다·
한 손엔 검을 쥐었는데 어디를 어떻게 당했는지 옷이 흠뻑 젖은 채로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했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는 당군백이 맨땅에 대(大) 자로 누운 채 하늘을 올려다보며 숨을 꺽꺽 몰아쉬는 중이었다·
그녀의 손에도 협봉검이 들려 있었으나 중단이 반쯤 터져 나가버린 상태였다·
중병기나 내공이 실린 도검에 당한 듯했다·
그리고 마당 한가운데는 남궁소소가 한쪽 무릎을 꿇고 장검을 바닥에 꽂은 채 역시나 거친 숨을 몰아쉬는 중이었다·
몸에선 땀을 비 오듯 흘렸는데 이마며 얼굴에 어지럽게 달라붙은 머리카락들이 격전의 치열함을 말해 주었다·
“소저!”
목구멍이 찢어져라 외치자 세 여자가 동시에 고개를 들어 나를 보았다·
나는 세 여자들 중 누구에게 먼저 달려가야 할지 판단이 서질 않았다·
만약 지금이 표행 중이고 저들이 비룡당의 표사들이라면 가장 가까운 곳에 주저앉아 있는 조영영에게 먼저 달려갔을 것이다·
문득 어젯밤 이종산에게서 들었던 말이 떠올랐다·
“요령에 기대지 말고 진심을 보여 주거라· 여자 나이 스물다섯이면 반쯤은 요괴라서 사람 속을 훤히 꿰뚫어 보는 법이니라·”
“소저!”
나는 다시 한번 목놓아 외치며 조영영과 당군백을 모두 지나쳐 남궁소소에게로 가장 먼저 달려갔다·
이어 그녀를 황급히 부축해 일으킨 후 몸 이곳저곳을 살피며 물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요?”
남궁소소는 내 품에 반쯤 안긴 채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때 다루와 연결된 후원의 문이 벌컥 열리면서 소반을 든 매소옥이 종종걸음으로 들어왔다·
“다들 차 한 잔씩 드시고 수련하세요· 엇 공자님!”
“수련?”
나는 어리둥절한 얼굴이 되어 다시 남궁소소를 돌아보았다·
남궁소소가 나를 확 밀치더니 옷에 묻은 먼지를 툭툭 털면서 일어났다·
이어 양쪽 뺨에 달라붙은 머리카락들을 귓뒤로 새치름하게 걷어 올리고는 말했다·
“비무를 하다 막 끝나서 잠깐 쉬는 중인데 웬 호들갑이세요?”
그때쯤엔 우물가에 앉아 헐떡이던 조영영도 맨땅에 대 자로 누워 꺽꺽거리던 당군백도 차례로 일어나 옷을 털어댔다·
“무슨 비무를 이렇게 왁자지껄하게 하는 거요?”
“비무도 실전처럼 해야 실력이 늘죠·”
눈치를 보아하니 남궁소소가 혼자서 조영영과 당군백의 협공을 막아내는 식으로 비무를 했던 것 같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다른 두 여자가 이곳에 있는 이유도 이해가 갔다·
조영영은 오래전부터 매소옥의 절친한 친구였고 당군백은 남궁소소와 용봉지회의 가장 가까운 선후배 사이였다·
“그래서 누가 이긴 거요?”
“소소 선배가요·”
“비겼어요·”
당군백과 남궁소소가 거의 동시에 한 말이었다·
두 사람은 잠시 서로를 보았다· 또 말이 겹칠세라 당군백이 얼른 다시 말했다·
“소소 선배가 이겼어요· 저와 조영영 선배가 오늘만 벌써 세 번이나 협공을 했는데 도저히 당할 수가 없더라고요·”
“그건 네가 장기인 암기와 독공을 쓰지 않았기 때문이지· 조영영 소저도 최선을 다해 수향문의 진신검법을 펼치지 않으셨고·”
“선배야말로 스스로 창안한 유가(儒家)의 검법만 펼쳤잖아요· 만약 남궁세가의 제왕검을 펼쳤다면 저나 조영영 선배가 백 초식도 버티지 못했을 거예요·”
조영영이 가만히 듣고 있다가 그 말이 맞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옆에서 뒷짐을 지고 서 있던 내가 무심코 말했다·
“구관이 명관이군·”
순간 남궁소소가 가자미눈을 뜨고 나를 노려보았다·
경험이 많아서 실력도 출중하다는 뜻인데 나이가 셋 중 가장 많다 보니 속으로 뜨끔한 게 있었나 보다·
나는 얼른 같은 방향에 서 있는 조영영과 당군백을 돌아보며 화제를 돌렸다·
“마침 잘 되었군· 안 그래도 다들 한 번씩 뵈었으면 했는데· 중요한 약속들 없으시면 오늘 저녁 백선반점에서 술이나 한잔 합시다· 내가 사겠소· 엄청 비싼 걸로다가·”
이어 옆에 있는 매소옥을 돌아보며 덧붙였다·
“매 소저도 꼭 참석해 주시오·”
자기만 빼놓는 줄 알고 잠시 시무룩해 있던 매소옥이 영문도 모른 채 환하게 웃었다·
어리둥절해 하는 조영영과 당군백을 뒤로하고 남궁소소가 내게 물었다·
“무슨 일인데 그래요?”
“조만간 항주를 떠날까 하오·”
“난 안 갈래요·”
“느닷없이?”
“느닷없이 왜 나타났나 했더니 어리숙한 객표를 구하러 오셨고만· 이번엔 또 어떤 골치 아픈 의뢰를 받았는지 모르겠지만 어림 반푼어치도 없어요· 혼자 가세요·”
“다른 때는 오지 말래도 오더니·”
“돈 버는 재미에 한동안 철없이 따라다녀 봤는데 아무래도 아닌 것 같아요· 계속 그러다간 제명에 못 죽을 것 같아요·”
“장안으로 갈 거요·”
“이것 보라지·”
“비룡당의 표사와 쟁자수들 전부 이끌고·”
“축하드려요· 돈 좀 만지시겠네요·”
“가서 새로운 표국을 세울 거요· 비룡표국이라고·”
“하다하다 이젠 표국까지 대신 세워···· 뭐라고요?”
“천룡표국을 떠나 독립을 하기로 했소· 장소는 장안이고 새로 세울 표국의 이름은 방금 말했다시피 비룡표국이오· 장원도 이미 다 지어 놨고·”
남궁소소를 시작으로 조영영 당군백 매소옥은 깜짝 놀란 얼굴을 한 채 그대로 뻣뻣하게 굳어 버렸다·
그 와중에 매소옥이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비룡표국은 이미 있는데····”
“얼마전까지 항주의 부유한 장원들만 전문적으로 보호하는 작은 표국이 있었소· 한데 지난겨울에 쫄딱 망해 버렸지·”
“왜요?”
“천룡표국과의 경쟁에서 패한 금룡표국이 비룡표국과 거래하고 있던 장원들을 전부 먹어 버렸거든·”
“그런 일이 있었군요·”
“해서 내가 얼른 가져다 쓸 작정이오· 내 별호랑도 맞아 떨어지고·”
“좋은 일인 거죠?”
“물론이오·”
“축하드려요·”
“고맙소·”
“저는 안 될 것 같아요·”
갑자기 대화를 자르고 들어온 사람은 조영영이었다·
모두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그녀를 향했다·
“중요한 약속이 있어서요· 대신 공자님께서 표사들을 이끌고 천룡표국을 떠나시는 날 꼭 배웅 나갈게요· 예당서원의 다른 동문들과 함께요·”
나는 조영영과 이정룡이 예당서원에서 동문수학한 사이라는 걸 다시 기억해 냈다·
같은 동문으로는 용무관의 진금봉 삼양문의 곽극산 응조문의 노효광 진검문의 능천비 철사문의 등가걸 등이 있었다·
이들은 모두 항주 무림의 젊은 후기지수들로 이병룡의 이십 년지기 친구들이기도 했다·
이병룡이 마교에 납치를 당했을 때도 발 벗고 나서 주었던 바로 그 친구들·
조영영은 지금 예당서원에서 함께 수학한 동문으로서 나와 마지막이 될 작별 인사를 하겠다고 말한 것이다·
“그럼 이만 가볼게요·”
조영영이 나와 남궁소소에게 번갈아 포권지례를 한 후 홀연히 후원을 떠났다·
무슨 이유에선지 매소옥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얼른 조영영을 따라갔다·
“저도 항주를 떠나는 날 뵐게요· 셋이 어떻게 나란히 앉아 아무렇지도 않은 척 술을 마셔요? 됐어요· 안 할래요·”
당군백도 한마디를 휙 던져 놓고는 조영영을 따라 쏜살처럼 사라졌다·
남궁소소가 여자들이 사라진 쪽을 보며 안타깝다는 듯 말했다·
“바보 같은 녀석들·”
“뭘 말이오?”
“몰라서 물어요?”
“아는데 왜 묻겠소?”
“계속 모르세요· 알아도 모른 척하고요· 그것보다 갑자기 왜 독립을 하겠다는 건데요? 하필이면 그 먼 장안까지 가서·”
“오래전부터 준비한 일이오·”
“그러니까 오래전부터 갑자기 왜 그런 결정을 했냐고요· 나한테는 한 마디 상의도 없었잖아요·”
“지금 하잖소·”
“내가 가지 말라면 안 갈 건가요?”
“그건 아니오·”
“그게 무슨 상의예요·”
“그래서 같이 안 갈 거요?”
“하물며 표행도 아닌데 더더욱 내가 왜 따라가요?”
“표행이 아니니까 함께 가자는 거요·”
“···?”
“사흘 후 큰어머니께서 남궁세가로 정성껏 준비한 예물과 함께 매파를 보내실 거요· 금지옥엽으로 키운 귀한 손녀를 천룡표국의 넷째 며느리로 달라고·”
남궁소소는 전혀 놀라지 않았다·
오히려 그 어느 때보다 평온하고 침착한 모습이었다·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반응이었다·
“왜 아무 말이 없는 거요?”
“귀한 말씀 잘 들었고요· 이제 그만 가보세요·”
“그게 끝이오?”
“네·”
“나 지금 소저에게 청혼을 하는 거요·”
“알아요·”
“알면서 대답도 안 주고 그냥 가라고?”
“난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 되어 있어요·”
“왜?”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거든요·”
“이제 와서?”
“고백을 받아본 적도 없는데 귀하가 날 어떻게 얼마나 좋아하는 줄 알고 혼자 혼인까지 생각했겠어요? 주책맞게시리·”
이제야 왜 그러는지 알겠다·
쉽게 말해 고백부터 하고 그다음에 정식으로 청혼을 하라는 거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여자들의 머릿속은 복잡하기 짝이 없다·
“고백은 목련잠을 줄 때 하지 않았나?”
“그땐 내가 했거든요·”
“좋아한 건 내가 먼저였다고 한 것 같은데·”
“좋아한단 말 말고 사모한다고 해야죠· 앞에 예쁘고 진심이 느껴지는 말들이 몇 개 붙으면 더 좋고요·”
나를 빤히 올려다보는 남궁소소를 지그시 바라보며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몇 번이나 말을 하려고 했지만 희한하게 목구멍 아래에서 깔짝거리기만 할 뿐 그 위로 절대 올라오지를 못했다·
“이게 원래 이렇게 어려운 말이었소?”
“이제 내가 왜 그 말을 듣고 싶어 하는지 알겠어요?”
“어쨌든 내 마음은 진짜요·”
“어떻게 증명할 건데요?”
남궁소소의 손을 덥석 잡아 내 왼쪽 가슴에 척 붙였다·
그리고 어느 때보다 진지한 음성으로 말했다·
“두근대는 내 심장이 증거요·”
“안 두근대는데요·”
“그럴 리가 없을 텐데·”
“전혀 두근대지 않아요·”
나는 얼른 남궁소소의 손을 치우고 내 손을 가져다 대 보았다·
그녀의 말대로 정말 하나도 두근대지 않았다·
아까부터 입안이 이렇게 바짝바짝 마르는데도 심장만큼은 천하태평이었다·
천부교활교경의 영기 때문이었다·
천마대총에서 살아나온 후 각성을 했는지 어쨌는지 나는 완전히 다른 인간이 되어 있었다·
어지간한 일에는 놀라는 법이 없으며 무섭거나 두려운 일도 없어졌다·
‘하필 이럴 때·’
그때 남궁소소가 자신의 두 손으로 내 양쪽 뺨을 딱 잡았다·
그리고는 다짜고짜 앞으로 끌어당겼다·
훅 풍겨오는 꽃향기가 아찔하게 느껴지는 순간 그녀의 부드러운 입술이 내 입술에 닿았다·
이어서 따뜻하고 촉촉하고 달콤한 무언가가 입술을 비집고 들어오려고 했다·
화들짝 놀란 나머지 나도 모르게 입을 꼭 다물었다·
남궁소소가 잠시 내 얼굴을 밀어서 떼어 놓더니 협박조로 말했다·
“입 벌려·”
“···!”
그리고는 다시 내 얼굴을 잡아당겨 입맞춤을 이어 나갔다·
머릿속에서 천둥소리가 꽝꽝 울리며 하늘이 노래졌다·
전생과 현생을 통틀어 여자와 입을 맞춰 본 건 지금이 처음이었다·
심지어 다른 남자와 여자가 입 맞추는 걸 본 적도 없었다·
정신이 아득해지면서 이러다 까무러치는 게 아닐까 싶을 때쯤이 되어서야 나는 비로소 풀려날 수 있었다·
남궁소소는 소맷자락으로 자신의 입술을 한차례 쓰윽 닦은 후 내 왼쪽 가슴에 다시 손바닥을 가져다 댔다·
“아주 터지겠네·”
“···?”
“고백은 이걸로 받은 셈 칠게요· 혼인하면 돈 많이 벌어다 줘요· 그렇게 안 보이겠지만 나 사실은 돈 엄청 좋아하는 여자예요·”
“그렇게 보이오·”
“이제 진짜 가봐요·”
“조금 더 놀다 가겠소·”
“빨리 가요· 어색해 죽겠단 말이에요·”
“기왕 어색해진 거 한 번만 더 합시다·”
이번엔 내가 남궁소소의 양쪽 뺨을 잡고 내 얼굴을 가져갔다·
자고로 어렵고 힘든 일일수록 피하지 말고 맞서야 한다·
한데 남궁소소가 좀 전과 달리 나를 강하게 밀쳐내며 말했다·
“안 돼요!”
“이런 내가 너무 앞서갔나 보오·”
“여기선 안 돼요·”
“음?”
“저쪽에 가면 조용하고 한갓진 곳이 있어요· 따라와요·”
그러면서 남궁소소가 내 손을 잡아끌고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