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2화· < 전설의 표행(9) >
연소교는 말했었다·
명부삼귀가 마음을 먹으면 천하에 찾아내지 못할 사람이 없지만 그들이 힘을 합치면 죽이지 못할 사람 또한 없다고·
내가 상여꾼들을 맡아주겠다고 하자 명부삼귀의 표정이 돌변했다·
제아무리 편복은왕이라고 해도 자신들 셋이서 협공을 하면 한번 해볼만 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명부삼귀는 애지중지하는 적향서를 설응이 눈앞에서 낚아채 가는 걸 본 이후 화가 잔뜩 나 있었다·
편복은왕이 일귀를 콕 집어 노려보며 물었다·
“설마 저 핏덩어리의 농간에 놀아나는 건 아니겠지?”
“우리 일은 우리가 알아서 하겠소이다·”
“생각이 아주 없지는 않나 보군·”
“못할 건 또 무엇이외까?”
“옛 인연을 생각해 한 가지만 충고해 주마· 감히 내게 살수를 펼치고도 숨통을 끊어 놓지 못한다면 명년 오늘이 네 놈들의 제삿날이 될 것이다·”
“저놈을 귀하의 편에 서게 만들려는 속셈은 아니시오?”
“감히 나를 뭘로 보고! 너희를 죽이는 일에 저 표사놈 따위가 있고 없고는 전혀 중요하지 않음을 정녕 모르겠느냐!”
“···!”
한 분야에서 높은 업적을 이룬 노인들은 노련하고 영악한 대신 대체적으로 한 가지 공통적인 약점이 있다·
자존심이 너무 강한 나머지 상대로부터 모욕적인 언사를 들으면 화를 억누르지 못한다는 것이다·
지금 일귀의 말을 들은 편복은왕이 그랬고 편복은왕의 호통을 들은 명부삼귀가 그랬다·
나는 앞서 연소교의 결정을 대신해 준 것처럼 이번엔 일귀의 결정을 대신해 주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에라 모르겠다!”
귀영무의 보법을 펼치며 명부삼귀에게로 신형을 쏘았다·
대경실색한 일귀가 내 쪽으로 돌아서며 벼락처럼 양손을 뻗었다·
앙상한 손바닥이 급격하게 커지는가 싶더니 시커먼 기운이 쇄도해 왔다·
뻐엉!
“장법을 조심해요!”
한 박자 늦게 연소교가 비명을 질렀다·
돌아서며 중심을 잡고 장법을 출수하는 일귀의 동작이 그만큼 빨랐다·
그러나 나는 일귀 보다 한발 앞서 그의 머리 위를 공중제비를 돌며 날고 있었다·
이어 천근추의 수법을 펼쳐 모닥불 앞으로 뚝 떨어졌다·
동시에 시뻘겋게 달아오른 가마솥의 밑바닥을 발등으로 힘껏 올려 찼다·
뚜웅!
“무슨 짓이야!”
모닥불의 좌우에 있던 이와 삼귀가 내 얼굴을 향해 검은 기운이 어린 주먹을 뻗어 왔다·
장담하건대 호리독사와 연소교는 눈으로도 쫓지 못할 속도일 것이다·
하지만 삼백 년의 공력에 이능력까지 발동한 내게는 앙상한 뼈마디며 궤적까지 또렷이 보였다·
거기에 맞춰 내 움직임도 고작 일갑자에 불과하던 일 년 전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었다·
나는 착 가라앉으며 삼귀와 이귀의 주먹을 머리 위로 아슬아슬하게 흘려보냈다·
찰나의 순간 머리카락이 쭉 빨려 올라가는 게 느껴졌다·
‘이런 괴물들이라니!’
그 사이 가마솥은 편복은왕을 향해 정확히 날아갔다·
아무리 맹렬하게 날아간다고 한들 가마솥 따위가 위협이 될 리 없었다·
“어딜!”
편복은왕은 커다란 가마솥을 귀찮은 파리 쫓듯 손등으로 가볍게 후려쳤다·
따캉!
흡사 쇠뭉둥이로 범종을 부수는 듯한 소리가 날카롭게 울렸다·
막강한 암경을 감당하지 못한 가마솥이 공중에서 박살이 나버렸다·
날카롭게 쪼개진 쇳조각들과 펄펄 끓는 육수와 칠보사 아홉 마리의 고깃점들이 사방팔방으로 날아갔다·
그 와중에도 호신강기를 끌어 올렸는지 편복은왕에게는 한 방울의 국물도 튀지 않았다·
대신 화려하게 장식한 상여가 뿌연 육수와 잘 익은 고깃덩어리들을 잔뜩 뒤집어썼다·
특히 연꽃 모양의 장식물 위에는 뱀 대가리 하나가 떡 하니 달라붙어 있었다·
그걸 본 편복은왕이 또다시 대갈일성을 터뜨렸다·
“이것들이 대체 뭘 처먹고 있었던 거야!”
명부삼귀는 명부삼귀대로 힘들게 잡은 칠보사와 가마솥이 허무하게 폭발해 버리는 걸 보고 눈이 뒤집혔다·
폭급한 성정의 이귀가 일갈을 내질렀다·
“남의 가마솥을 깨 놓고 지금 그게 할 소리요!”
“솥을 찬 놈은 따로 있는데 그걸 왜 내게 따지느냐?”
“솥을 찬 놈은 따로 있는데 상여가 더렵혀진 걸 왜 우리 탓을 하는 거요!”
“저런 시건방진 놈들 같으니라고·”
양쪽 모두 독기가 바짝 오른 걸 확인한 나는 재빨리 편복은왕의 왼쪽으로 신형을 쏘았다·
모름지기 싸움을 붙이려면 일단 양쪽 모두에게 생각할 시간을 주지 말아야 한다·
그러려면 내가 손발부터 놀려야 한다·
입은 살짝 거들 뿐·
“상여꾼들은 저희가 맡겠습니다!”
부웅!
상여꾼이 휘두른 대부(大洋)가 내 왼쪽 어깨를 아슬아슬하게 비껴갔다·
상여의 앞쪽을 담당하는 우두머리 답게 힘과 속도가 장난이 아니었다·
쩌엉!
애초 명부삼귀가 계곡가에 자리를 잡은 탓에 주변이 온통 바위 지대였다·
나를 대신해 대부를 맞은 너럭바위가 불꽃을 튀기며 ‘쩍’ 하고 갈라졌다·
“애꿎은 바위를 왜!”
그와 동시에 일 장 높이의 허공에서는 두 번째 상여꾼이 역시나 대부로 정수리를 내리찍으며 떨어지고 있었다·
그러나 상여꾼이 아무리 빨라도 명부삼귀를 모두 피한 나를 따라잡을 수는 없었다·
나는 철판교의 수법을 펼치며 상체를 살짝 뒤로 휘었다·
대부는 이번에도 딱 반 뼘 앞에서 내 얼굴과 몸통에다 가상의 선을 그리며 떨어졌다·
쩌엉!
또다시 새파란 불꽃과 함께 내 발밑에 있던 바위 하나가 쪼개졌다·
상여꾼들이 한 초식을 펼칠 때마다 대부에다 내공을 잔뜩 담아내기 때문이다·
“상여질은 때려 치우고 차라리 광산으로 가서 금을 캐지 그러시오!”
“아가리를 찢어주마!”
약이 바짝 오른 앞쪽의 상여꾼 두 명은 미친 듯이 하지만 정교하기 짝이 없는 합격진으로 계속해서 협공을 펼쳐 왔다·
거기다 어찌나 빠른지 육중한 대부가 허공을 난도질할 때마다 날카로운 파공성이 쩍쩍 울렸다·
나는 때로는 물러나고 때로는 파고들고 때로는 흘리고 감아 돌면서 두 사람이 휘두르는 대부를 모조리 피했다·
기회가 충분히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반격을 하지 않는 것은 시간을 최대한 끌기 위해서였다·
시간을 끄는 만큼 명부삼귀와 편복은왕이 오래 싸우고 그들이 오래 싸워야 생사를 넘나드는 승부를 통해 진기를 모두 쏟아낼 것이 아닌가·
그래야 어느 쪽이 이기든 승자 또한 지칠 대로 지치게 된다·
이일대로(以逸待勞) 즉 편안하게 있으면서 상대가 지치길 기다리는 전술이었다·
다행히 연소교와 호리독사도 뒤쪽의 상여꾼들을 각각 한 명씩 맞아 대등한 대결을 펼치고 있었다·
바로 그게 문제였다·
‘일개 상여꾼들의 무공이 이 정도라니!’
호리독사는 천룡표국에 들어와 객원표사 노릇을 하고 있어서 그렇지 대도 공령신투의 유일한 제자였다·
연소교는 편복은왕과 같은 배분이자 역시나 팔대호교사자 중 한 명이었던 백골시마의 제자였다·
나는 이미 남만에서 그녀의 무공이 어느 정도인지 익히 보고 경험한 바 있다·
한데도 두 사람은 상여꾼들을 상대로 대등한 싸움밖에 펼치질 못 했다·
연소교의 경우 아직 내상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다는 약점이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상여꾼들의 무공은 상상했던 것 이상이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럴 만도 했다·
저들은 단순한 상여꾼들이 아니었다·
편복은왕이 햇빛을 피해 상여 속으로 들어가 있는 사이 그를 지켜주는 사대호법들이었다·
그런 고수들에게 줄곧 상여꾼이라고 하다가 지금은 또 광산에 가서 금이나 캐라고 했으니 눈알이 뒤집힐밖에·
“언제까지 도망만 칠테냐!”
“당신들이 너무 빠른 탓이오!”
“비겁한 표사놈!”
“둘이서 협공을 하는 처지에 할 소린 아닌 것 같소만!”
한편 명부삼귀와 편복은왕의 대결은 마치 세 마리의 황룡과 한 마리의 흑룡의 싸우는 것 같았다·
그들이 보법을 펼칠 때마다 딛고 선 계곡가의 돌과 바위들이 구르거나 튕겨 나가면서 우레 소리가 났다·
꾸르르 꽝꽝!
권장지각이 정면으로 격돌할 때는 서로에게서 터져 나온 막강한 경파가 주변을 휩쓸었다·
그 바람에 방원 십여 장이 초토화되었다·
가마솥의 육수를 끓이던 모닥불은 사방으로 흩어졌고 작은 나무들은 모조리 부러졌다·
아직 부러지지 않은 고목의 가지들은 태풍이라도 만난 것처럼 요동쳤다·
이런 무지막지한 싸움은 일 년 전 흑두산장에서 이종산과 녹림맹주 백군악이 싸울 때 외에는 본 적이 없었다·
그런 풍경과 배경 속에서 용들은 잠깐 사이에 삼백여 초식의 공방을 주고받았다·
싸움의 양상은 이런 식이었다·
명부삼귀는 당연하게도 수적인 우세를 이용해 연수합격술을 펼쳤다·
세 방향에서 차륜진을 펼치듯 돌아가며 권법 장법 각법을 가리지 않고 퍼붓는 것이다·
이는 편복은왕으로 하여금 방어를 하기에만 급급하도록 만들어 반격의 기회를 주지 않으려는 속셈이었다·
성보의 주인을 논하기 이전에 목숨이 달린만큼 명부삼귀가 펼치는 초식에는 필생의 공력과 집착과 광기가 담겼다·
그리고 마(魔)가 있었다·
장법을 펼칠 때마다 손바닥이 시커멓게 변하더라니 악취가 코를 찔렀다·
그건 시체 썩는 냄새였다·
‘시기(屍氣)!’
장담할 수 있다·
명부삼귀는 시체를 이용해 미지의 마공을 익혔다·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인지는 모르겠으나 시기를 흡수해야 하는 공부임에는 틀림없었다·
응축된 시기는 맹독이었다·
만약 저 장법을 맞는다면 운이 좋아 즉사를 면하더라도 하루가 지나기 전에 오장육부가 썩어서 흘러내릴 것이다·
똑같이 내상을 입어도 마공을 익힌 고수에게 당한 내상은 이처럼 차원이 달랐다·
작전은 주효해서 편복은왕은 압도적인 공력과 실력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반격의 실마리를 잡지 못했다·
그러니까 정확히 말하면 용들의 싸움은 서로 살초를 주고받는 공방이 아니라 명부삼귀가 일방적으로 편복은왕에게 공세를 퍼붓는 식으로 전개되고 있었다·
한데도 점점 패색이 짙어지는 쪽은 편복은왕이 아니라 오히려 명부삼귀였다·
처음엔 그 이유를 알지 못했다·
하지만 장법과 장법이 격돌하는 접장의 순간마다 명부삼귀의 표정이 고통스럽게 일그러지는 걸 보고 깨달았다·
‘암경(暗動)!’
암경이란 바깥을 쳐서 내부를 진탕 시키는 수법으로 내가중수법이 최고 경지에 이르러야만 비로소 펼칠 수 있다·
처음 북해투왕을 만났을 때 십초박을 가르쳐 달라고 조르다가 바로 저 암경에 당해 한나절 동안이나 까무러쳤던 적이 있었다·
편복은왕은 반격을 못 한 것이 아니라 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명부삼귀가 돌아가며 쏟아내는 초식들을 받아낼 때마다 반탄기공을 이용 암경으로 돌려주면 되니까·
명부삼귀가 시기의 정수를 담아 펼친 장법도 천하의 편복은왕에겐 통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역으로 암경에 당하기까지 했다·
명부삼귀도 놀랍지만 편복은왕의 무공은 더욱 놀라웠다·
새삼 저런 괴물들을 무릎 꿇리고 수족으로 부려 먹었다는 천마교주가 한없이 우러러 보였다·
‘그는 대체 얼마나 강했을까?’
어쨌든 명부삼귀의 연수합격술에 조금씩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음을 감지한 나는 상여꾼들을 상대로 반격의 틈을 살폈다·
때마침 왼쪽에 있던 상여꾼이 대부로 내 목을 쳐 왔다·
피하고 도망만 치던 지금까지와 달리 오른발을 깊숙이 집어넣으며 왼손으로 도껏자루를 덥석 잡아 버렸다·
이어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뜨는 상여꾼의 옆통수를 우장으로 사정없이 갈겼다·
뻑!
두개골 빠개지는 소리와 함께 상여꾼은 머리부터 땅바닥으로 처박혔다·
아마 다시 깨어나더라도 십중팔구 백치가 될 것이다·
그때쯤엔 오른쪽에서 어깨를 찍어오던 두 번째 상여꾼의 앞가슴에 내 왼쪽 팔꿈치가 꽂혀 들어가고 있었다·
쩌걱!
하나로 모인 여러 개의 뼈가 와장창 부러지며 주저 앉는 게 느껴졌다·
‘컥!’ 소리와 함께 두 번째 상여꾼도 앞으로 고꾸라졌다·
운이 좋아 뼈가 붙어도 다시는 상여를 메지 못할 것이다·
그때였다·
“쿨럭!”
기침 소리에 돌아보니 이귀가 혼전 중에 편복은왕의 얼굴을 향해 시커먼 피를 뿜고 있었다·
그 찰나의 순간에도 편복은왕은 손등을 가볍게 휘젓는 것으로 피를 모조리 튕겨 보냈다·
피는 오히려 이귀의 얼굴을 덮쳤다·
합격술이 깨지자 명부삼귀는 일심동체가 되어 재빨리 삼 장 밖으로 물러났다·
“음하하하!”
편복은왕은 세상이 떠나가도록 앙천광소를 터뜨렸다·
그러다 버릇인 듯 갑자기 뚝 그치며 말했다·
“이제야 너희의 주제를 알겠느냐!”
명부삼귀가 편복은왕을 두려워 한 이유를 그제야 분명하고도 확실하게 알것 같았다·
한데 그들이 도망치듯 물러난 곳 가까이에 하필 연소교와 싸우던 상여꾼이 있었다·
어쩌다 보니 연소교와 명부삼귀 사이에 그 상여꾼이 위치하게 됐다·
연소교와 싸우던 중이었기에 상여꾼은 당연히 그녀를 향해 서 있었고·
거듭되는 수모에 이성을 잃은 삼귀가 돌연 가까이 있던 상여꾼에게 신형을 쏘았다·
살기를 느낀 상여꾼이 질풍처럼 돌아서며 대부를 휘둘러갔다·
명부삼귀가 편복은왕의 상대가 되질 않듯 상여꾼들은 명부삼귀의 상대가 되질 않았다·
삼귀가 외쳤다·
“적향서의 목숨값이다!”
퍼엉!
목과 이어지는 왼쪽 뺨을 격중당한 상여꾼은 삼 장이나 날아간 끝에 털썩 떨어졌다·
허공으로 솟구칠 때는 분명 산 사람이었지만 땅으로 떨어졌을 때는 시체로 변해 있었다·
그리고 왼쪽 뺨에 새겨져 있는 시커먼 손바닥 자국·
“부골흑수인(腐骨黑手印)!”
연소교가 놀라서 소리쳤다·
그제야 나는 명부삼귀가 함께 익힌 장법의 이름이 부골흑수인이라는 걸 알아차렸다·
그때였다·
“이노오옴!”
분기탱천한 편복은왕이 지금까지와는 다른 움직임을 보였다·
의기양양하게 서 있는 삼귀를 향해 벼락같은 쌍장을 출수 한 것이다·
순간 요강단지만하게 맺혀진 은빛 구체가 그의 양손으로부터 쏘아져 나왔다·
그것도 무려 삼 장 밖에서·
뻐엉!
삼귀는 무얼 어떻게 해볼 사이도 없이 양손을 교차해 자신의 얼굴과 심장을 막았다·
그러나 형상화된 강기를 감당하지 못하고 대여섯 장이나 날아간 다음 커다란 바위에 등을 부딪친 후 떨어졌다·
“격공장!”
나도 모르게 터져 나온 말이었다·
격공장은 허공을 격해 멀리 떨어진 상대에게 타격을 가하는 장법의 최고 경지였다·
일전에 성도의 도화곡 앞에서 백포산군이 저걸 소나기처럼 난사하는 걸 처음 보았다·
그런 무지막지한 고수가 또 있었을 줄이야·
“셋째야!”
이귀의 외침이 허공을 갈랐다·
그에 화답하듯 삼귀가 콜록콜록 기침을 했다·
앞서 이귀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만큼 많은 양의 검은 피가 쏟아져 나왔다·
이어 한 손으로 땅을 짚으며 몸을 일으키려는 순간 팔목이 그만 뚝 부러져 버렸다·
그제야 나는 은빛 구체를 정통으로 맞은 그의 팔목에 하얗게 서리가 낀 것을 알아차렸다·
“투골음풍장(投骨陰風掌)!”
연소교가 또 낮게 소리를 질렀다·
한데 더욱 놀라운 풍경이 펼쳐졌다·
팔꿈치 아래의 생살을 한 치나 뚫고 나온 삼귀의 뼈가 온통 시커맸다·
나도 모르게 속엣말이 입술을 비집고 흘러 나왔다·
“오골계도 아니고 저게 무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