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ife Player [Re: Life Player] Chapter 9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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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라이프 플레이어 (977)

이리야의 방·

얼김에 안으로 들어온 은하는 일단 그녀에게 양해를 구한 뒤 〈별헤는 마녀〉 송윤서에게 전화했다·

밤이 깊은 시각이었던 탓인지 송신음이 길게 이어졌다·

잠시 후·

[여보세요···· 판도라 클랜 로드? 이 시간에 무슨 일인가요?]

송윤서가 전화를 받았다·

스마트폰 너머로 자다 깬 듯 착 잠겨 있는 목소리가 들렸다·

다소 언짢은 기색이 묻어나기도 했다·

그녀의 상태를 짐작한 은하는 본론에 앞서 사과를 건넸다·

“늦은 시간에 전화해서 죄송해요· 다름 아니라 일이 좀 생겨서요· 아무래도 바로 말해 두는 편이 좋을 것 같아서요·”

[···왜요? 정말 무슨 일 있어요? 말해 봐요·]

“그게 말하기 좀 민망한데····”

사실 본심을 말하자면 은하는 조금도 민망하지 않았다·

민망해야 할 사람은 그가 아닌 빅 마마였으니까·

여하간 송윤서의 호기심을 끌러 능청스레 서두를 뗀 은하는 간략히 사정을 전했고····

[네? 지금 뭐라고요? 아니···· 진짜 미친 거 아니에요!?]

송윤서는 분노를 금하지 못했다·

잠기운이 완전히 가신 듯한 그녀가 은하의 스마트폰 너머에서 길길이 성을 내며 씩씩거렸다·

빅 마마를 욕하는 것 또한 서슴지 않았다·

[아니 우리 선녀님보다···· 크흠! 어쨌든 나이도 많은 사람이 진짜 뭐 하는 짓이래요? 미친년···· 판도라 클랜 로드 녹음은 했다고 했죠?]

“네 지금 가지고 있어요·”

[대차게 협박 좀 해야겠네요· 그거 저한테 보내 주세요· 지금 바로요·]

“지금 바로요?”

[네· 아직 감정이 생생할 때 들이박는 게 낫죠· 빅 마마도 지금 아주 쪽팔려 하고 있을 테고···· 이럴 때는 감정을 추스를 시간을 줘서는 안 돼요·]

“일리는 있네요· 알겠어요· 바로 보내도록 할게요· 부탁해요”

[네 제가 잘 해결할 테니 맡겨만 주세요· 그런데···· 아까 빅 마마를 피해 나왔다고 했죠? 그럼 지금 어디에 있는 건가요? 잘 곳은 있고요?]

“아 그게····”

은하로서는 난처하기만 했다·

우연이었다지만 야심한 밤에 이리야의 방에 있다고 답한다면 괜한 오해를 사고 말 테니까·

선뜻 답하지 못한 은하는 말을 흐렸다·

그러고는 대충 둘러댔다·

“지금 클랜원 방에 있어요·”

거짓말은 하지 않았다·

자세히 말하지 않았을 뿐이다·

은하는 속으로 합리화했다·

[아 그래요? 다행이네요· 일단 잘 곳은 있나 보네요· 알았어요· 그럼 고생했어요· 잘 자요·]

다행히도 송윤서는 의심하지도 깊이 추궁하려 하지도 않았다·

덕분에 곤란한 상황을 회피한 은하는 내심 안도했다·

“네 마녀님도요· 잘 자요·”

은하는 전화를 끊었다·

곁에서 통화를 듣고 있던 이리야가 입을 연 것은 그때였다·

“주님 지금 한 말이 사실이에요? 빅 마마 그 사람이 주님을 덮치려고 했다는 거요· 아니 한 나라의 수장이란 사람이 어떻게 그럴 수가 있대요? 세상에 무슨····”

“그러게 말이다····”

이리야는 조금 전 송윤서가 그러했듯 단단히 화가 난 상태였다·

그녀가 씩씩거렸다·

“그래도 너는 모른 척하고 있어· 마녀님이 알아서 할 테니까·”

“이걸 어떻게 모른 척해요? 주님 제 생각에는 공론화해서 창피를 줘야 한다고 봐요· 이탈리아와의 관계가 틀어지더라도! 진짜 어떻게 주님한테····”

평소답지 않게 거침없이 내뱉으며 초록 눈에 잔뜩 힘을 주고 주먹을 쥐고 어깨를 들썩이며 몸을 부들부들 떠는 이리야·

은하는 그녀를 달래야 했다·

한편으로는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고마워·”

“네? 뭐가요?”

“날 위해 화내 주는 거잖아· 고맙지 않을 수가 없지· 기분은 좋네·”

“···그야 당연한걸요· 주님이니까····”

이리야가 부끄러워한다·

그녀가 괜스레 머리칼을 만지며 은하로부터 시선을 돌린다·

그러면서 힐끔 눈치를 살폈다·

‘귀엽네· 그리고····’

예쁘다·

그 순간 은하는 깨달았다·

복잡한 감정을 떨쳐 낸 그가 입가에 호를 그렸다·

“이리야·”

“···주님?”

이리야에게 다가간다·

은하는 손을 들어 올려 그녀의 뾰족 귀를 만졌다·

갑작스러운 손길에 깜짝 놀란 그녀는 퍼뜩 고개를 들었다·

그녀의 얼굴에 혼란이 의문이 나아가 어떤 감정이 떠오른다·

은하는 그런 그녀에게 청했다·

“너만 괜찮다면 오늘 밤은 여기서 자고 가도 될까?”

“····”

“이상한 의미는 아니야· 달리 하고 싶은 이야기도 있고· 허락해 줄래?”

“···이상한 의미만 아니라면· 네 좋아요···· 마침 저도 주님한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었거든요·”

이리야는 수줍게 고개를 끄덕였다·

* * *

소파에 나란히 앉는다·

은하와 이리야는 잠시 말없이 창밖에 펼쳐진 밤하늘을 구경했다·

아름다웠다·

“주님·”

“응·”

먼저 입을 연 사람은 이리야였다·

그녀가 고백했다·

“사실···· 저 임신했어요· 이제 6주 차래요·”

“····”

이리야가 조금 전에 가져온 손안에서 꼼지락거리던 것을 테이블에 놓았다·

산모 수첩이었다·

“죄송해요· 지금까지 말하지 않아서····”

“···아니야· 나야말로 미안해· 사실 나도 알고 있었거든·”

“역시···· 주님도 알고 계셨군요· 어쩐지 그럴 것 같기는 했어요·”

“눈치챘어?”

“네· 언젠가부터 주님이 다른 사람들이 이상해할 정도로 저를 살뜰히 챙기려 했으니까요· 요즘 로베르토 플레이어를 견제하던 것도 그것 때문이죠? 제 몸을 걱정해서요·”

“뭐···· 그렇지·”

이리야가 피식 미소한다·

은하는 겸연쩍은 마음을 숨기려 화제를 전환했다·

그가 산모 수첩을 가리켰다·

“봐도 돼?”

“네 보세요·”

이리야의 허락이 떨어졌다·

은하는 조심스레 손을 뻗어 산모 수첩을 가져왔다·

이내 몇 장을 펼치지 않아 초음파 사진을 볼 수 있었다·

“····”

“보이죠? 여기에 있는 아기집·”

“어 잘 보이네·”

“처음 봤을 때는 신기하더라고요· 저렇게 작고 귀여운 생명이 배 속에서 자라고 있다는 게·”

소파에 기대고 눈을 감은 이리야가 배에 손을 얹는다·

산모 수첩에서 고개를 돌린 은하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래서 말인데요 주님·”

이리야가 눈꺼풀을 들어 올린다·

자신의 배에 시선을 고정한 그녀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주님께는 정말 죄송한데···· 저는 이 아이를 낳고 싶어요·”

“····”

“주님을 곤란하게 하지는 않을게요· 혹시라도 주님과 주님의 가족에게 피해를 주는 일은 절대 없도록 할게요· 나중에 아이의 양육을 문제로 주님에게 딴소리하지도 않을게요· 맹세할게요 마법을 걸어서라도· 그러니까 제발····”

낳게 해 주세요 키우게 해 주세요·

고개 숙인 이리야의 입에서 간절함이 가득 담긴 목소리가 나오려던 찰나였다·

은하는 불쑥 말을 잘랐다·

“그래서 아버지도 없는 채로 아이를 낳아 기르겠다는 셈이야?”

다소 다그치는 듯한 어조였다·

이리야는 흠칫할 수밖에 없었다·

이윽고 고개를 든 그녀가 물기 찬 눈으로 답했다·

“···네· 저 혼자 기를 거예요·”

“아이에게 못 할 짓일 텐데· 그러다 아이가 원망이라도 하면? 후회 안 할 자신 있어?”

“····”

은하는 냉정하게 나무랐다·

이리야는 입술을 달싹일 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녀도 아는 것이다·

홀로 아이를 낳아 키우겠다는 결정이 얼마나 무모한지····

그럼에도·

“저는 낳고 싶어요· 못 지워요· 어떻게 어떻게 지울 수 있겠어요····”

“····”

이리야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눈물을 뚝뚝 흘리는 와중에도 결코 포기할 수 없다는 듯이 자신의 배를 끌어안았다·

은하는 그만큼 그녀의 의지가 얼마나 굳건한지 알 수 있었다·

그렇기에·

“그 아이는 네 아이이지만 내 아이이기도 해·”

“····”

“나는 내 아이가 아빠도 없이 자라는 꼴을 보고 싶지는 않아·”

은하는 다시금 결심을 확인했다·

그가 이리야의 손을 잡았다·

“그러니까 계속 내 곁에 있어· 내 곁에서 내 눈이 닿는 곳에서 아이와 함께 있어 줘·”

“아····”

이리야의 눈이 크게 떠진다·

그녀에게서 탄성이 흘렀다·

은하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모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그가 말했다·

“다른 애들만큼 사랑하겠다고는 약속할 수 없을지도 몰라·”

“····”

“그래도 이것 하나만은 약속할게· 우리 사이에서 태어나는 아이를 절대 차별하지 않겠다고·”

그러니 나를 떠나지 말아 줘 내 곁에 있어 줘·

은하가 진심을 담아 청혼했다·

“····”

눈물을 흘리던 것도 잊고 멍하니 은하를 바라보던 이리야는 곧 활짝 미소를 지었다·

그녀가 화답했다·

“네!”

어쩌면·

그것은 사랑일 수도 있고 사랑이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결국에는 사랑이 되리라·

* * *

“앞으로 병원에는 같이 가자·”

“네 좋아요·”

그날 밤 은하와 이리야는 같은 침대를 사용했다·

서로를 살포시 안고 누운 두 사람은 잠이 들 때까지 그동안 담아 둔 이야기를 나눴다·

“잘 자요 주님·”

“너도· 잘 자·”

그렇게 밤이 지나갔다·

그리고 다음 날 이리야는 로베르토와의 점심 약속을 위해 숙소를 나섰다·

이 과정에서 은하가 한사코 따라오겠다고 주장한 터라 그를 설득하느라 적잖이 고생해야 했다····

여하간·

“이리야 여기입니다·”

“···아·”

로베르토는 이번에도 어김없이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이리야는 그에게로 향했다·

“안녕하세요 로베르토 플레이어·”

“전처럼 편하게 불러도 되는데요· 그냥 로베르토라고·”

“하하···· 미안해요·”

로베르토는 정말 좋은 사람이다·

그래서 더 미안하다·

씁쓸한 감정을 뒤로한 이리야는 용건을 꺼냈다·

“전에 당신이 제안했었죠·”

“···네 결심이 선 건가요?”

“로베르토의 제안은 고맙지만···· 거절할게요· 한국에 남으려고요·”

“····”

서글서글하게 말을 걸어오던 로베르토의 눈매가 가늘어진다·

그가 무거운 어조로 물었다·

“이유를 알 수 있을까요·”

“어제 주님···· 아니 애 아빠랑 대화를 나눴거든요·”

“애 아빠라 함은···· 아무래도 노은하 플레이어와 대화가 잘 통했나 보군요·”

“네 맞아요· 그이랑 둘이 같이 키우기로 했어요·”

이리야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배에 손을 얹었다·

로베르토는 걱정을 표했다·

“노은하 플레이어에게는 이미 배우자가 넷이나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

“그런데도 정말 괜찮겠습니까? 다섯 번째가 될지라도·”

“···그래도 상관없어요· 만족해요· 이 아이만 행복할 수 있다면·”

고개를 든 이리야의 눈동자에는 일말의 흔들림도 보이지 않았다·

말릴 수 없다·

그녀의 각오를 느낀 로베르토는 그만 체념할 수밖에 없었다·

이내 굳은 얼굴을 푼 그는 어깨를 늘어뜨렸다·

“이리야 당신의 뜻이 그렇다면 어쩔 수 없군요· 아쉽네요· 당신이 참 마음에 들었는데····”

“그렇게 말해 주니 고마워요· 그래도···· 당신이라면 분명 저보다 더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을 거예요·”

“그럴 수만 있다면 좋겠네요· 노은하 플레이어가 부럽군요· 하지만 이리야 만약 힘들면 언제든 이곳으로 와 주세요· 저는 그리고 이탈리아는 여전히 당신을 환영할 겁니다·”

“···네 기억할게요·”

물론 그럴 일은 없으리라·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앉은 두 사람은 그것을 직감하면서도 조용히 미소 지었다·

이내 로베르토가 화제를 바꿨다·

“그럼 점심이나 먹도록 할까요? 당신과 단둘이 먹는 식사는 아마도 오늘로 마지막이 되겠네요· 뭐 먹고 싶은 것은 있나요?”

“저는 아무거나···· 아니요·”

이리야는 고개를 저었다·

그녀가 밝은 어조로 정정했다·

“매운 거요!”

* * *

After Story 19· 미래의 재앙

그날부로 은하와 이리야의 사이는 무척이나 가까워졌다·

주위에서도 눈치챘을 정도다·

“····”

사람들은 특히 은하의 지인들은 하고 싶은 말이 참 많았다·

하지만 그들은 거듭된 경험으로 자신들이 무어라 참견하더라도 전부 부질없음을 알고 있었다·

어차피 엎질러진 물이기도 했고 괜한 데 힘을 쓸 뿐이었다·

다만·

“뭐? 임신!?”

알음알음 그 소식을 들은 사람들은 혀를 내두르고 가슴을 치고 목 뒤를 잡는 등 잔소리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거기에서 그쳤다·

다시 말하지만 그들 모두 부질없음을 알았기 때문이다·

애초 은하에 대한 심판은 한국에 있는 그의 가족들에 의해 이뤄질 터였다·

“우리는 구경이나 하면 되지·”

“암 그렇고말고·”

“····”

그러니 사람들은 그때를 위해 팝콘이나 준비해 두기로 했다·

“그래도 잘리지는 죽지는 않겠지···?”

당연히 은하도 모르지 않았다·

그는 머지않아 닥칠 미래에 겁이 날 수밖에 없었다·

한편 빅 마마의 접대 사건은 아주 원만하게 해결됐다·

“한밤중에 빅 마마를 찾아가 눈앞에서 녹음본을 틀어 주니 얼굴이 아주 사색이 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다른 사람들한테도 퍼뜨려 버릴 거라고 협박···· 아니지 친절히 염려해 주니 완전히 저자세로 나오던데요?”

송윤서의 이야기에 따르면 선녀 정부는 빅 마마로부터 많은 이득을 얻을 수 있었다고 한다·

추후 한국과 이탈리아 관계에서 여러 우위를 차지할 거라고도····

비공식적이지만 형식적으로나마 빅 마마에게 사과를 받기도 했다·

“죄송해요 노은하 플레이어· 당신을 무시한 것 같은 처사에 진심으로 사과드릴게요·”

“···고개 드세요· 앞으로는 이런 일이 없길 바랄게요· 사과는 받아들이겠습니다·”

관계자들만 지켜보는 가운데 빅 마마는 자존심을 굽히고 은하에게 고개를 숙였다·

은하는 자칫 그녀를 자극해 괜한 화근을 만들지 않으려 주의했다·

덕분인지 이후로 별 탈은 일어나지 않았다·

평화로운 나날이 이어졌다·

그렇게 시간은 흐르고 흘러····

“서나야 애들 좀 불러 줘· 은밀히·”

“알았어·”

어느덧 한국으로 돌아가는 날을 며칠 앞둔 이날 밤·

은하는 동료들을 소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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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ife Player [Re: Life Player]

ReLife Player [Re: Life Player]

Re:Life Player
Score 8.2
Status: Completed Type: Author: Released: 2018 Native Language: Korean
[Undead] Noh Eunha. After losing his family and closing off his heart, he just wanted to kill the monsters he loathed. I regressed before my life came to an end in the deepest part of the [Abyss Dungeon] that was impossible for mankind to raid. Since I’ve been reborn as a baby, let’s make this life different. I will do anything for the sake of my happiness. I’ll kill in order to live, and I’ll do my best to survive. Even if I have to walk a th**ny road by myself without anyone acknowledging me. This life, I will definite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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